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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7-8. 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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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술핵무기, 한반도로 돌아오나?

미국의 전술핵무기 현대화와 동북아 미사일방어망의 군사적 함의

임필수 | 노동자운동연구소 부소장
미국의 전술핵무기 현대화와 미국일본의 요격미사일 공동개발

2012년 5월 18일 미국 하원은 한반도를 포함한 서태평양 지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할 것을 미국 행정부에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된 ‘2013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될지 불확실하고 오마바 대통령도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당장 전술핵무기 배치가 실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미국 본토에는 언제라도 해외 배치될 수 있는 300개의 전술핵무기가 비축되어 있다. 게다가 그 전술핵무기는 과거와 동일한 것이 아니다. 폭발력은 낮추되 정밀성은 높임으로써 실전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 것이다.
지상 발사,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포함하여 현재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광대한 지역에 방사성 낙진을 살포하고 수많은 비전투원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폭발력을 지녔다. 따라서 미국 본토가 핵 공격을 당하지 않는 한 어떤 전쟁 시나리오에서도 이처럼 무차별적인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통념에서 볼 때 대체로 부적절하게 여겨진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가들은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핵보유국과 전쟁이 벌어진다면 상대방은 핵전력으로 위협을 가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미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재래식 전력으로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미국은 저위력 정밀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핵무기의 실전 사용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핵무기 현대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저위력’이라고 하더라도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무기보다 세 배 이상의 폭발력을 지닌다.)
한편 2009년 9월 오바마 정부가 부시 정부의 유럽 미사일방어망(MD) 계획을 폐기했지만, 2년 후 새로운 유럽 미사일방어망 계획이 드러났다. 2012년 5월 시카고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는 새로운 미사일방어망 계획의 첫 단계로서 터키에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고, 요격미사일을 탑재한 미국의 이지스함 4척을 스페인 로타에 주둔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카고에 초청을 받았지만, 나토의 계획에 반발해 참석을 거절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새로운 유럽 미사일방어망 계획의 핵심 기술을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형 요격미사일 개발이 완료된다면 이는 당연히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해군에도 배치된다. 또한 최근 일본은 북한 미사일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한국 서해에 요격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최신예 이지스함을 배치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따라서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한반도를 포함해 서태평양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미일 공동으로 최신예 요격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하나의 짝을 이루는 행동이다. 이러한 미국의 계획이 한반도, 나아가 동아시아 핵전쟁이라는 위험을 더 높이는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러면 우선 미국의 전술핵무기 현대화 계획과 새로운 미사일방어망 계획이 지닌 위험성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미국의 전술핵무기, 어디에 얼마나 있나?

전술핵무기(또는 비전략핵무기)란 무엇인가? 그에 대한 보편적 정의는 없다. 냉전 시기에 전술핵무기는 대체로 전략핵무기보다 사정거리가 매우 짧거나 전장에서 사용하려고 고안된 핵무기를 뜻했다. 하지만 다른 논자는 핵무기 활용은 본성상 전략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모든 핵무기가 전략핵무기라고 주장했다. (보통 전략핵무기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장거리 폭격기에 장착되는 핵무기를 말하고 그 밖의 것들을 전술핵무기라고 부른다.)

[그림 1] 독일 전폭기에 B61 핵폭탄을 장착하는 훈련
* 출처: http://www.fas.org/blog/ssp/2009/10/germany.php

1991년 이후로 미국은 전술핵무기의 90%를 해체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는 동맹국에 핵 억지력을 보장하기 위해 전술핵무기를 보유할 필요성이 있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미국 의회는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보유고와의 ‘격차’를 줄이는 조건에서만 핵무기 감축이 가능하다고 결정했다.
현재 미국은 전술핵무기 보유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상당량이 핵무기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서유럽에 배치되어 있는 것도 그 이유에 속한다. 미국이 전술핵탄두를 해외에 배치할 의도가 없다면 그것을 더 이상 보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미국과학자연맹>이 발표한 보고서 <비전략핵무기>(2012년 5월)에 따르면 미국이 현재 보유한 전술핵무기 중에는 약 760개의 핵탄두가 포함된다. (1991년 약 7,600개에서 10% 규모로 감소한 수다.) 그 중에서는 B61-3, B61-4, B61-10 중력탄이 포함되며, 그중 약 200개가 유럽에 배치되어 있다. 배치되어 있지 않은 나머지 300개는 장래 해외배치를 위해 미국에 비축되어 있다. 토마호크 대지순항미사일에 장착되는 핵탄두 W80-0를 포함해 나머지 260개는 퇴역 과정에 있다.

[표 1] 핵폭탄 B61

미 공군은 약 200개의 전술핵무기를 유럽에 배치하고 있는데, 그 규모는 중국의 전체 비축량과 맞먹는다. 그 대부분은 이탈리아와 터키에 배치되어 있다. (10년 전에는 주로 북유럽에 배치되었다.)

[표 2] 유럽에 배치된 미국 전술핵무기 (5개 국가, 6개 기지)


미국의 전술핵무기 현대화 계획

핵폭탄 B61은 네 가지 버전이 있는데 이른바 ‘수명연장 프로그램’에 따라 B61-12 버전 하나로 통합할 것이다. (현재 유럽에 배치되어 있는 B61-3과 B61-4도 앞으로 10년간 미국으로 이동되어 개조될 것이다.) B61-12는 B61-3, B61-4에 비해 군사적 능력이 개선된 것이다. B61-12는 B61-4의 핵폭발 패키지를 재사용하기 때문에 최대 폭발력은 50킬로톤일 것이다. 그러나 꼬리날개장치를 장착함으로써 정확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현재 360킬로톤의 폭발력을 지닌 B61-7을 필요로 하는 목표물에 대한 군사작전에도 활용될 수 있다.
미국 관리는 B61-12가 현재 버전들보다 군사적으로 개선된 게 없다고 말한다. 핵탄두의 폭발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가장 강력한 B61-7을 능가하지 않기 때문에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B61-12는 목표물 파괴 능력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현재 유럽에는 배치되어 있지 않은 B61-7과 맞먹는 목표물 파괴 능력을 지닌 B61-12가 유럽에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밀성이 높아지면서 과거에 더 큰 파괴력을 요구했던 목표물에 더 작은 파괴력을 지닌 핵무기가 사용된다면 핵폭발에 따른 방사성 낙진도 감소할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핵무기의 ‘사용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또한 2020년대 초반 수명연장 프로그램이 완료되면 장거리 폭격기와 단거리 전폭기 모두 동일한 핵폭탄 B61-12를 장착할 것이다. 현재 B61을 장착하는 F-16은 (합동전폭기라고 불리는) F-35 라이트닝Ⅱ로 대체될 것이다. F-35는 두 기의 B61을 장착할 수 있으며, 스텔스 기능을 포함해 F-16에 비해 우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사용가능 핵무기, 한반도로 돌아오나?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4월 프라하 연설에서 미국 국가안보 정책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감축하며 세계 핵군축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맹세했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은 세계에서 핵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점점 더 감소하고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핵전력 예산을 삭감하고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해 말하면서도 노후한 무기를 대체하여 미국의 핵무기고를 현대화하려는 다개년 계획을 제안했다. 새로운 규모의 핵 잠수함, 새로운 폭격기와 전투기, 최신 핵탄두와 미사일에 소요될 비용은 향후 10년간 1,8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의해야 할 대목은 미국이 기존 핵전력을 재활성화하는 방식이다. 미국 정부는 저위력 핵무기 옵션을 현대화하려고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B61과 F-35를 개조할 뿐만 아니라 다른 장거리 폭격기도 핵무기 탑재가 가능하도록 전환하고자 한다. 또한 미국 정부는 정확도는 높고 위력은 낮은 새로운 공중발사 핵 순항미사일과 오하이오급 잠수함을 대체하는 차세대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 잠수함도 현재 잠수함이 보유한 것보다 파괴력이 낮은 핵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가 그러한 변화를 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에 체결한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은 양국이 보유한 전략핵무기를 각각 1,550기로 감축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2012년 2월 15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략핵무기 배치숫자를 줄이기 위한 3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1,790기에 이르는 전략핵무기를 1,000~1,100기로 줄이는 방안과 700~800기, 300~400기로 줄이는 방안.) 따라서 미국 정부는 배치된 핵무기의 수는 감축하되 배치된 핵무기가 실전에서 사용될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
2010년 핵태세 보고서(NPR)는 “핵무기를 추구하는 정권을 다루는 방식으로 핵 군비 경쟁은 부적절하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오바마 핵정책의 진실은 그와 다르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핵무기 현대화는 핵군축의 외양을 띠지만 실제로는 핵전쟁의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또한 그 전쟁터가 한반도가 될 가능성도 더욱 높아진다. 오바마 정부의 핵 정책은 단지 불충분한 것이 아니라 매우 위험한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새로운 유럽 미사일방어망 계획

2009년 9월, 오바마 정부가 폐기한 부시 정부의 유럽 미사일방어망(MD) 계획은 폴란드에 강력한 지상발사 요격미사일(GBI)을 배치하고 체코에 대규모 레이더 기지를 건설한다는 것이었다. 지상발사 요격미사일은 격납고에서 발사되는 거대한 미사일로 개당 20톤이 넘는 육중한 무게를 지녔다. 러시아는 그것이 핵탄두를 장비한 공격 미사일로 재설계될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그 후 오바마 정부는 새로운 유럽 미사일방어망 계획을 제시했다. 그 계획은 ‘유럽의 단계적·탄력적 접근전략’(EPAA)이라고 명명되었다. 그것은 지상발사 미사일에 비해 1/10의 크기와 무게를 지닌 스탠더드 미사일(SM-3)에 기반한 것이었다. SM-3 미사일은 미국이 인식하는 위협에 따라 성능을 개량할 수 있으며, 현재 배치된 버전은 수천 킬로미터의 사정거리를 지닌 것이다. 미국은 나토와 협력하여 해상발사, 지상발사 SM-3 미사일 배치를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오바마 정부가 부시 정부의 계획을 폐기하자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첫 번째 조치라며 환영을 받았다. 이는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 협상 개시를 가능케 했다. 그러나 2년 후 EPAA의 세부 사항이 알려지자 러시아는 점점 더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특히 새 감축협정이 체결된 후 러시아의 핵전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나토는 EPAA가 러시아를 목표로 삼은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러시아가 미사일방어망 프로그램에 참여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는 공동 참여의 수준이나 형태에 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러시아는 공동의 미사일방어망 네트워크를 개발하는 것을 선호했다. 이는 유럽 각국에 배치될 미사일방어망이 러시아에 대한 위협이 되지 않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반면 나토는 각각 완전히 분리된 시스템을 개발하되 정보 교환 시스템을 창출하자고 제안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은 결국 2012년 5월 시카고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극적으로 표출되었다. 나토 정상회의는 유럽 EPAA의 첫 단계로서 터키에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고, 요격미사일을 탑재한 미국의 이지스함 4척을 스페인 로타항에 주둔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시카고에 초청을 받았지만, 나토의 계획에 반발해 참석을 거절했다. 또한 5월 23일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북서부 플레세츠크 발사장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여 동부 캄차카반도의 목표물을 맞히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신형 미사일의 명칭을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의 요격미사일 공동개발

오바마 정부가 제시한 미국의 새로운 유럽 미사일방어망 계획은 4단계로 구성된다.
첫 번째 단계에서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배치된다. 1단계는 이지스함과 해상발사 요격미사일(SM-3 Block 1-A)을 통해 유럽 남부지역을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또한 전진배치 레이더 기지는 조기에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유럽 방어를 개선하고 알라스카와 캘리포니아에 설치된 미군의 레이더 감지 능력을 보강한다.

[그림 2] SM-3 요격미사일 개량 계획
* 출처: Yousaf Butt and Theodore Postal, ‘Upsetting the Rest: The Technical Basis of Russian Concern Over NATO Missile Defence’,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 Special Report No. 1, September 2011.

두 번째 단계는 더욱 개선된 요격미사일(SM-3 Block 1-B)을 배치하고 레이더 시설을 추가하여 미사일 방어능력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는 남유럽에 지상발사 SM-3을 배치하여 나토의 방어영역을 확대하는 계획도 포함된다.(2015년 완료)
세 번째 단계는 두 번째 SM-3 지상발사 시설을 북유럽에 구축하고 현재 개발 중인 SM-3 Block ⅡA를 지상발사, 해상발사 시설에 배치함으로써 중거리, 중장거리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력을 높인다. 세 번째 단계에 이르면 모든 나토 동맹국이 미사일방어망의 보호를 받게 된다.(2018년 완료)
네 번째 단계는 중동에서 미국 본토로 발사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대처하는 능력을 보강한다. 역시 개발 중인 SM-3 Block 2-B를 배치한다.(2020년 완료) 특히 3단계, 4단계 계획은 요격미사일의 비행속도와 방향전환 능력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림 3] SM-3 시리즈의 요격능력
* 출처: Yousaf Butt and Theodore Postal, ‘Upsetting the Rest: The Technical Basis of Russian Concern Over NATO Missile Defence’,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 Special Report No. 1, September 2011.

그런데 우리가 주의해야 할 사실은 SM-3 Block 2-A를 일본과 미국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신형 미사일이 개발되면 이는 당연히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해군에도 배치된다. 하지만 일본 헌법 해석에 따르면 일본이 집단자위체제에 참여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제3자, 예를 들어 미국이나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미사일방어능력을 활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즉 일본 헌법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미사일방어망 시스템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전 총리 아베 신조는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계획 참여를 위해 헌법 개정을 강력히 옹호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우려

나토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 배치가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해상 기반 방어망 시스템의 이동성, 배치된 요격미사일의 수와 속도를 고려할 때 그것이 러시아에 직접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러시아는 이란의 현존하는 미사일 위협 수준에 비추어 볼 때 유럽의 값비싼 탄도미사일방어망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러시아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란은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단거리 미사일로 유럽을 공격할 유인도 없다. 러시아는 예방적 외교와 현존하는 무기통제 체제로도 이란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가 특히 우려하는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북유럽에 배치된 요격미사일, 즉 폴란드에 배치된 지상발사 미사일과 북해 이지스함에 배치된 해상발사 미사일은 러시아 미사일 기지에 도달할 수 있다. 2011년 러시아는 “400개의 요격미사일이 40개의 전함과 폴란드 기지에 존재하며, 이는 러시아 전략 핵전력에 대한 진정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사일방어망이 러시아 국경지역에 배치된다면 그것이 우랄 산맥에 이르는 러시아 영토를 통제할 수 있는 공격무기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본다. 둘째, 러시아는 EPAA의 3단계와 4단계에 빠른 속도를 지닌 요격 미사일 SM-3 Block 2-A/B가 배치되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본다. 러시아가 제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폴란드나 루마니아에 배치된 요격미사일은 러시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도달할 수 있다. SM-3 Block 2의 연소종료속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러시아는 초당 5km를 넘을 것이며, 이는 러시아의 억지력에 진정한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4단계 요격미사일 배치가 진정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2020년까지 우리가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새로운 무기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론적으로 러시아는 미국이 2001년에 ‘탄도요격미사일 제한 협정’(ABM 조약)을 탈퇴한 것이 ‘오류’라고 간주하며, 미사일방어망이 러시아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협정으로 보장해주기를 원한다. 러시아 외무부장관 라브로프는 “선량한 의도는 나타났다가 사라질 수 있지만, 군사능력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미사일방어망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기술적 특징, 예를 들어 요격미사일의 수량과 속도, 레이더 범위 등과 배치 위치, 운영방식을 규정하는 협정 체결을 원하고 있다.
미사일방어망 계획에 대한 우려는 러시아에 국한되지 않는다. 위키리크스의 폭로에 따르면 중국 허야페이 외교부 부부장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계획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핵 보유고를 개량하거나 확대하는 것을 고려하였다. 이러한 언급은 부시 정부의 미사일 방어계획에 대한 언급이지만 이러한 중국의 정서가 오바마 행정부의 계획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리라 예상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제주도에 이지스함을 활용하는 탄도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미중관계에 계속 압박을 가하고 있다.
현재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약 50개로 추정된다. 만약 중국의 군사 분석가들이 가정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이 약 10%의 요격률을 달성할 수 있다면 500개의 SM-3 요격미사일로 중국의 모든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무력화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미사일방어망 계획에 대응해 핵 미사일 보유량을 늘리거나 성능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돌파하기 위한 미사일 성능 개량보다는 핵 보유고 확대에 더 큰 관심을 보일 수 있다. 그것이 미국의 핵전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더욱 확실히 표명하는 상징성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사일 방어 시스템, 과연 ‘신의 방패’인가?

미국의 새로운 유럽 미사일방어망 계획이 러시아와 중국이 중시하는 ‘전략적 균형’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명확해 보인다. 러시아와 중국의 고위층이 그에 맞서는 대항수단을 강구한다면, 이는 또다시 미국 내부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핵전력 증강에 맞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방어망 계획은 자가 증식하는 핵무기 경쟁의 새로운 출발점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우리가 반드시 주의해야 할 사실은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계획이 미국과 동맹국에 안전한 미사일 방어 우산을 제공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이다. 비행 중인 탄두를 요격하는 과정은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요격 미사일은 특정한 레이더 감지 능력, 요격미사일의 비행속도와 비행 궤도라는 주어진 조건 속에서 요격 가능한 시간 내에 목표물에 도달해야 한다.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하여 적절한 시간 내에 목표물에 도달하더라도 다른 유인장치로부터 탄두를 판별해내고 실제로 그 탄두를 파괴해야 한다.
일본과 미국은 성공적인 실험 결과를 강조하지만 비행 요격체 실험은 미사일 공격에 대한 정보를 먼저 확보한 상태에서, 즉 고도로 조직된 조건에서 수행된 것이다. 현실에서 발사위치, 발사시간, 비행궤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공격에서 요격에 성공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현재 러시아가 우려하는 점은 미국의 새로운 계획이 첫 번째 능력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그러나 수많은 전문가들은 설사 첫 번째 문제에 관한 성능이 개선되더라도 두 번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현재의 미사일방어망 시스템은 상당히 단순한 유인장치도 판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계획은 실질적으로 유효한 미사일 방어능력을 제공하지도 못하면서 핵무기 경쟁을 촉발하는 결과만 낳는다.


일본 이지스함, 한국 서해로 들어오나?

2012년 6월 17일자 보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일본은 미국과 공동으로 최신예 스탠더드 요격미사일 개발에 참여하고 있고, 그것을 일본 해군에 배치하는 계획을 착착 진행 중이다. 게다가 일본은 북한 미사일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한국 서해에 요격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최신예 이지스함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 언론은 5월 30일 “방위성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예고가 있을 경우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을 발사지점 주변해역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고 이를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한 검증보고서(안)’에 명기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 미국, 일본의 동북아 미사일방어망 계획도 미국과 일본의 군사기술에 대한 맹신만 조장하며, 결국 한반도와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상호절멸을 향한 미사일 경쟁을 가속화한다는 사실을 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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