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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9-10.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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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하에서 그리스의 인종주의 대두와 좌파의 대응

한국 이주운동을 위한 교훈

임월산 | 노동자운동연구소 국제국장
경제위기와 인종주의의 강화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유럽 전역에서 대중적 외국인혐오증과 인종주의적 폭력이 심해지고 극단적 민족주의 세력이 강화되고 있다. 더불어 주류 집권정당들이 다문화나 이주민과의 공존과 같은 상대적으로 관대한 정책 틀을 부정하고 반이주민 정책을 추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재정위기 및 재정위기에 동반하는 정치사회적 위기가 가장 심각한 그리스에서 더욱 심각하다. 아래에서 살펴보듯이 지난 3년간 아테네를 비롯한 그리스 도시들에서 반이주민 정서가 확산되고 이주민에 대한 폭력적 범죄가 급속히 증가했다. 또한 황금새벽당과 같은 신나치주의 세력들이 상당한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으며 중도우파와 중도좌파 정당들도 갈수록 반이주민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행히도 강화되는 인종주의에 대응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1990년대부터 그리스 이주민조직과 일부 좌파들이 반인종주의 운동을 벌였다. 최근 상황에서 대규모 도심 집회를 전개하는 등 그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유럽만큼 경제위기가 극심히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인종주의의 심화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간 한국에서도 반이주민 정서가 서서히 강화되고 있으며 이주민의 권리를 더욱 제약하는 정책 방향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유럽의 재정위기 심화에 따라 한국의 경제위기가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멀지 않은 미래에 한국에서도 인종주의는 중요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그 대응을 준비하기 위해서 이 글에서는 그리스에서의 인종주의 대두와 그에 대한 진보진영의 대응전략을 검토하고 한국 이주운동을 위한 교훈을 발굴하고자 한다.

개념 정리

본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에서 쓰일 몇 가지 개념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인종주의의 의미를 확인하겠다. 인종주의를 단순히 개인적 편견이나 한 민족 또는 인종의 우월성에 대한 믿음에 기반을 둔 사고나 이데올로기로 보는 일반적이 경향이 존재한다. 아래 논의에서는 일반 시각보다 다차원적인 인종주의 정의를 사용한다. 인종주의를 차별적인 경제구조, 개인적 편견, 이데올로기, 표상, 법률과 정책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선천으로 간주된 인종민족문화적 범주에 기반을 둔 억압체계로 이해한다. 이 정의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위에 나열된 요소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강화하면서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사회적 체계를 형성하고 재생산한다는 것이다. 억압체계로서 인종주의는 세계 자본주의와 맞물려서 발전되었으며 현대 자본주의 축적체제와 그로부터 이득을 취하는 집단의 헤게모니를 동시에 뒷받침하고 자연화한다.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해 ‘대중적 인종주의’(popular racism)와 ‘국가적 인종주의’(state racism)를 구분한다. 대중적 인종주의는 개인 편견, 일반인의 외국인혐오증, 개인 간의 인종주의적 범죄, 언론의 표상 등을 의미한다. 국가적 인종주의는 우선적으로 정부의 차별적인 이주정책을 의미한다. 정책을 해설하는 데에 사용되는 담론과 그 담론이 형성하는 정치적 문화도 국가적 인종주의로 본다.
인종주의 대응전략에 있어서 중요한 함의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 인종주의를 살펴볼 때 대중적 인종주의와 국가적 인종주의의 인과관계를 특별히 주목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다방면적인, 즉 서로를 강화하는 관계이지만 국가의 압도적인 권력과 일상생활에 대한 침투 때문에 인종주의 체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에 국가가 보다 많은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리스 사례를 보면 경제위기라는 특정한 역사적 시점에서 대중적 인종주의가 이주정책과 정치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그리스와 유럽연합의 이주정책 분석에서 이주민을 ‘체류권 없는 장기체류자’로 만드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주장할 것이다. 즉, 이 개념을 통해서 이주정책의 결점으로 인해 그리스의 이주민은 필연적으로 장기체류하게 되지만 안정한 체류자격, 그리고 양질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의 인권, 노동권과 정치권 보장이 동반되지 않은 것을 지적하고 싶다. 아래에서 보듯이 그리스와 다른 형태이지만 한국 이주정책도 ‘체류권 없는 장기체류자’를 양산하고 있다.
억압체계로서 인종주의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주민을 ‘체류권 없는 장기체류자’로 만드는 이주정책은 두 차원에서 중요하다. 첫째,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을 빼앗음으로써 이주민을 낙인찍기 쉬운 최하층으로 만들고 재생산한다. 둘째, 체류권을 부정하는 이주정책은, ‘이주민은 본질적으로 동화되지 못한 존재’라는 전제 하에서 만들어지며 또 그 전제를 영속시킨다. 따라서 인종주의 대응에서 안정적인 장기체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이주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의 이주민

전체 인구가 11,304,000명인 그리스에서 현재 100~130만 명의 이주민들이 살고 있다. 한국과 유사하게 그리스의 대대적인 이주민 유입은 지난 20년간 이뤄진 현상이다. 이주민은 주로 두 흐름으로 들어온다. 첫 번째 그룹은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사이에 그리스와 국경을 공유하는 알바니아를 비롯한 발칸지역에서 사회주의 정권의 붕괴 이후 들어온 사람들이다. 두 번째 그룹은 2000년대 초반부터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온 망명(난민) 신청자와 미등록 이주자이다. 이러한 이주민들은 주로 본국의 경제적정치적 불안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이주를 선택한다.
그리스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유럽연합으로 이동하는 경로인 터키와 국경을 공유하기 때문에 유럽의 다른 국가로 이주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그리스에 먼저 도착한다. 유럽연합 이민당국은 2010년 말 현재 유럽연합으로 들어오는 미등록 이주민 중 90%가 그리스를 통한다고 추정한다. 이러한 이주민 중 일부는 그리스에서 취업을 목표로 하지만 대부분은 그리스를 통해 기타 유럽국가에 이주해 난민신청을 하거나 가족과 결합하고자 한다. 그러나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듯이 대부분은 그리스를 떠나지 못해 아테네나 다른 대도시에 머물게 된다. 그들은 저임금 비정규직비공식적 사업장(농업, 건설, 제조, 가사노동, 서비스, 노점 등)에 편입되며 여러 불안정한 체류자격(난민 신청 상태, 미등록에서 단기노동과 체류허가로 등록된 상태, 노동과 체류허가 신청한 상태, 미등록)을 지닌다.

유럽연합과 그리스의 이주정책과 이주민 최하층의 재생산

난민 신청자
그리스는 유럽연합 중에 가장 낮은 난민 인정율(1% 미만)을 기록한다. 또한 난민 신청 절차의 비합리성 때문에 매우 장기간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많은 그리스 이주민의 불안정한 체류자격의 중요한 원인이다.
상황은 2003년 유럽연합의 더블린II 규정 채택으로 인해 악화됐다. 더블린II 규정은 난민 신청을 검토할 의무를 신청자가 도착한 첫 유럽연합 회원국에 부여하며 기타 회원국들은 본토로 들어온 난민 신청자를 처음에 도착한 유럽국가로 송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는 그리스의 난민 신청 적체(backlog)를 더욱 심화한다. 또한 그리스 외국인보호소의 혼잡과 그에 따른 인권침해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 난민 신청의 부정적인 전망을 고려했을 때 많은 이주민들은 이주하게 된 배경과 무관하게 난민 신청을 하지 않는 것을 택한다. 이런 이들은 일반적으로 미등록 이주민으로 분류된다.

미등록 이주민
그리스는 이런 식으로 미등록 이주민을 계속 유입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세우지 못한 채 반복되는 단속과 단기적인 체류 허가를 부여하는 이주등록 프로그램이라는 미봉책만으로 대응해 왔다. 1998년, 2001년, 2005년, 2007년에 실시된 등록 프로그램 하에서 이주민들은 1~3년 기간의 노동 및 체류 허가를 받게 된다. 체류 허가 갱신은 공식적인 횟수 제한은 없지만, 고용주가 지급하는 사회복지 지출을 입증하는 스탬프를 제출함으로써 정규적 취업 상태를 증명해야 가능하다.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은 고용계약서와 사회복지지출이 존재하지 않는 비정규직 일자리나 비공식 부문에 종사하기 때문에 체류 허가 갱신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등록되었다가 다시 미등록이 되는 경우가 많다. 비록 정규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도 체류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고용주의 사회복지 지출 증명 스탬프가 필요하기 때문에 고용주에게 완전히 종속된다. 더욱이 체류 허가 신청이나 갱신 처리 과정은 매우 긴 기간을 요구한다. 길면 1년이 걸릴 수가 있어서 원래 허가 기간이 만료될 때 새 허가를 아직 받지 못한 이주민이 많다.
이러한 상황은 경제위기 하에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트로이카가 강요한 긴축재정 정책으로 인해 난민 신청과 체류 허가 갱신을 처리할 공무원 인원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 더구나 경제위기가 야기하는 실업은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부문에서 특히 심각하다. 2009년 이래 이주민 실업은 내국인 실업보다 더 증가했다. 지난 3년 간 등록노동자 수가 2009년 58만7천 명에서 2010년 57만7천 명, 2011년 46만7천 명으로 하락했는데, 이것은 그리스를 떠난 등록노동자들의 숫자보다 많은 등록노동자들이 고용을 유지하지 못해 미등록이 되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고 유지하는 것의 어려움, 사회복지 스탬프의 필요로 인한 사용자에 대한 종속과 체류허가 갱신 처리의 불합리성은 결과적으로 이주민을 저임금의 착취하기 쉬운 불안정한 최하층으로 만든다. 결국 그리스와 유럽연합의 이주민 관리제도는 사회통합이 불가능한 체류권 없는 장기 체류 이주민을 양산하고 있다.

그리스 인종주의의 변화

경제위기 이전 그리스의 인종주의 완화
한국사회와 마찬가지로 그리스사회에서 인종적, 민족적, 문화적 동질성의 신화는 매우 강하다. 그 역사적 배경은 이 글의 범위 밖에 있지만, 어쨌든 단일인종과 단일민족에 대한 믿음이 이주민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형성하는 사회적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이주민의 급격한 유입과 이들을 최하층으로 만드는 이주정책은 그리스 대중으로 하여금 인종주의적 태도(외국인혐오증, 이주민 범죄자화 등)를 취하도록 유도한다.
따라서 1990년대부터 인종주의적 정서가 그리스 사회에 존재했다. 그러나 경제위기 전까지 대중적인 인종주의는 완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2000년대 중반에 사회당(PASOK, 제1야당) 계열 그리스노총(GSEE)이 이주노동자의 동일한 노동권과 사회복지 적용, 그리고 미등록 이주민 등록을 꾸준히 주장하고, 파판드레우 사회당 당수가 이주민의 권리 보장과 사회적 통합을 도모하는 여러 정책을 제안하면서 이주민에 대한 여론에 변화가 보였다. 같은 시기에 주요 좌파정당인 공산당(KKE)과 지난 선거에서 부각된 급진좌파연합(SYRIZA, 이하 시리자)도 비슷한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에 그리스 인종주의적 정치적 문화와 대중적 인종주의가 어느 정도 완화되었다고 하더라고 이주정책에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는 거의 없었다. 체류허가제도가 다소 합리화되었지만 그리스 이주정책은 여전히 이주민들을 단기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으로 취급하고 미등록 이주 문제에 대해 단속과 등록프로그램이라는 미봉책으로만 대응하였다. 따라서 재정위기가 발생한 몇 년 뒤에 그리스 이주민은 여전히 안정적 체류권이 없는 최하층으로 존재했다.

경제위기와 대중적 인종주의의 대두
이주민에 대한 여론과 사회적 분위기는 경제위기 발생 후 급속하게 극단적으로 변했다. 현재 아테네를 비롯해 그리스 대도시에서 반이주민 낙서를 쉽게 볼 수 있으며 이주민은 일반 그리스 국민에 의한 인종주의적 공격과 희롱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통계가 존재하지 않지만 인종주의적 범죄의 빈발을 입증하는 일화적인 증거가 많다. 예컨대 아테네에 위치한 비영리 의료원 두 곳은 2011년 상반기에 폭력범죄 피해 이주민 치료사례를 각각 300건과 200건으로 보고한다. 또한 인종주의 범죄를 조사하기 위해서 결성된 NGO네트워크는 2011년 10~11월에 아테네와 파트라스 두 곳에서 총 63건의 비슷한 범죄가 발생했다고 기록했다. 많은 이주민은 공격이 두려워 다니지 못한 지역이 있다고 말한다. 어느 아프간 공동체 지도자는 새롭게 이주해 온 사람들에게 위험 지역을 빨간색으로 표시한 지도를 나누어 준다고 한다. 2011년 5월에는 그리스인이 이주민에 의해 칼로 찔려 사망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주민에 대한 연속 테러가 며칠 동안 지속되었다. 이 기간 동안 그리스인으로 구성된 갱들이 이주민을 길에서 쫓아다니며 버스에서 끌어내리고 폭행하고 칼로 찌르기도 했다.
인종주의 범죄의 급속한 증가는 지난 몇 년 동안 ‘시민조직’으로 불리는 자발적인 동네 순찰단의 결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러한 조직들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밤에 순찰하면서 이주민을 길거리와 공원에서 쫓아낸다. 그들은 이 활동이 긴축재정으로 인해 약화된 경찰이 못하는 역할을 채워 준다고 주장한다. 한 시민조직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은 포스터를 아테네 곳곳에 붙였다. “이것이 이슬람이다. 도둑질을 하며 그리스인을 강간하고 죽이는 사람들이다. 그리스인이여 각성하라!” 그리고 이주민들이 읽도록 영어로, “본국으로 즉각 돌아가라. 당신들은 여기에 자리가 없다. 이제부터 우리는 당신들과 당신들을 도와주는 배신자 정치인들이 우리나라에서 떠나도록 모든 행동을 취하겠다”고 써놓았다. 그리스 경찰들은 시민조직을 통제하지 않을 뿐더러 그들의 활동에 안도를 표현할 때가 많다. 게다가 일부 활동가는 경찰들이 실제로 시민순찰단의 활동을 지원하고 협력한다고 주장한다.

황금새벽당의 역할
시민조직이 사용하는 담론은 지난 5~6월 총선 전후에 부각된 극우 신나치주의 정당인 황금새벽당의 담론과 매우 비슷하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uman Rights Watch)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황금새벽당 당수인 니콜라오스 미칼로리아코스(Nikolaos Michaloliakos)는 당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리스는 그리스인이 소유해야 한다. 우리는 그리스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의 민족적 정체성, 우리의 수천 년에 걸친 역사를 보호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인종주의적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인종주의자가 맞다. 우리는 미국 원주민과 같은 운명을 원하지 않는다. 현재 이민자들은 카우보이이며 우리는 아파치족이다.” 지난 5월 언론보도를 통해서 황금새벽당은 미등록 이주의 해결책으로서 외국인 보호소 건설은 “동화”(fairy tale)라고 비꼬며, 대신 그리스-터기 국경에 대인지뢰를 설치하고 사살권이 부여된 특수부대를 배치하는 것을 제안했다.
일반 황금새벽당 당원들은 시민순찰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미칼로리아코스 당수를 비롯해 당 지도부는 조직적 개입을 부정하지만 많은 사회단체들은 황금새벽당이 이 조직들을 사실상 지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시민순찰단과 무관하게 지역정부 후보와 당선자를 포함해 황금새벽당 당원들이 인종주의 폭력에 관해서 기소된 사례가 많다.
황금새벽당은 대중적 인종주의와 국가적 인종주의의 구분을 애매하게 만든다. 올해 선거 전까지 소수는 지역을 제외하고 공직을 차지하지 못해서, 정치적 권한을 지닌 정당이라기보다 신나치 시민단체의 위상에 더 가까웠다. 그러나 6월 선거를 통해서 18석의 의석을 획득해 사회적 여론, 정치적 문화 나아가 이주정책에 영향을 행사할 역량이 활씬 강화되었다. 신나치와 관련된 인종주의 범죄에 대해 그리스정부가 묵인하는 태도는 국가적 인종주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보수화되는 정치문화와 이주정책
인종주의적 여론 강화와 황금새벽당을 비롯한 신나치주의 세력의 영향력 강화는 전반적인 정치문화의 보수화와 동행하고 있고 이주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56월에 총선을 둘러싼 논쟁에서 ‘이주문제’는 핵심 쟁점이었다. 극우뿐 아니라 여러 주류 정당들이 미등록이주를 도시의 빈민화, 범죄와 공중위생문제의 원인으로 연결시키는 입장에 취했다. 선거공약으로 안토니스 사마라스 신민주당 당수는 그리스의 도시를 그리스인을 위해서 되찾을 것을 약속했다.
선거를 몇 개월 앞두고 신민주당과 사회당이 구성하는 연정은 이주민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여러 조치를 취했다. 2012년 2월에는 그리스-터키 국경의 에브로스 지역에 미등록 이주를 막기 위해서 12.5 킬로미터 장벽의 시공에 들어갔다. 3월 말에는 전국적으로 30개의 새로운 외국인보호소를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아테네 시내에서의 단속도 강화했다.
정부 관계자의 이주민 범죄자화 발언은 보다 잦아졌다. 예컨대 보호소 건설 계획에 관해서 사회당 출신 치안장관은 “그리스는 평화로운 민족이다. 핵심 문제는 그리스에 사는 수 천 명의 불법체류자이다”라고 설명했다. 진보세력과 일부 언론은 신민주당과 사회당이 이주문제를 강조하고 이주 통제정책을 발표한 것은 경제위기와 재정긴축정책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인종주의 강화의 원인
최근 일반인의 인종주의 정서 강화는 경제위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사회복지제도를 파괴하였고 이주민과 내국인 실업을 대폭 증가시켰다. 이러한 상황은 사회적 불안정과 전반적인 범죄율 상승을 야기하고 있다. 경제위기 전부터 내국인보다 빈곤했던 이주민들 중 일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생존전략으로 사소한 범죄에 의존하게 되었고, 또 다른 일부는 경제위기 하에서 강화된 범죄조직들에 의해 이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범죄 증가와 전반적인 생활주순 하락에 대해 고민하는 그리스인들은 쉽사리 이주민으로부터 시선을 돌리곤 한다.
이와 같은 개인적 편견은 극우세력의 활동을 통해서 훨씬 강화되고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 극우정당들이 지지율 상승과 당원 확대를 위해서 이주민 범죄를 과장하고 위와 같은 극단적인 인종주의적 담론을 사용하면서 일반 국민의 공포를 자극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외국인혐오증은 전체 사회에 전파된다. 극우세력들이 인종주의적 범죄를 유도하고 조직하고 직접적으로 저지름으로써 이주민을 보다 위축시키고 테러 분위기를 조성한다. 즉, 경제위기와 사회적 혼란이라는 상황에서 극우세력들이 인종주의적 정서를 형성하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심각성을 더해가는 대중적 인종주의는 정치문화의 보수화와 이주정책의 후퇴와 어떤 인과관계를 지니고 있나? 일방적인 인과관계는 아니지만, 그리스의 경제위기와 5~6월 총선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정책이 사회적인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보다는 외국인혐오 여론이 정부의 이주민 통제정책을 도입하도록 만들었다. 경제위기와 긴축정책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정부가 ‘이주문제’를 강조하는 것은 반이주민 정서를 다시 촉발시키는 효과가 있다. 고조되는 인종주의적 사회분위기 속에서 황금새벽당이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했고 이들의 의회 참여는 인종주의적 정치문화와 반이주민 정책 흐름을 보다 심각하게 만들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인종주의에 맞선 투쟁

그리스에서 반인종주의 운동은 1990년대부터 본격화했다. 이 운동은 이주민과 내국인 활동가의 공동 투쟁으로 이루어진다. 노조들이 이주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조직하지 않는 상황에서 수많은 국적별 이주민단체와 이주노동자의 조직이 결성되었다. 파키스탄공동체(Pakistan Community), 아프간공동체(Afghan Community), 통합아프리카여성조직(United African Women Organization), 필리핀노동자연대(Unity of Filipino Workers in Greece), 이민노동자노동조합 등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조직들은 그리스 좌파단체들과 함께 매년 ‘반인종주의 축제’(Anti-racist Festival)를 개최하고 있다. 이주민 조직은 행사에서 부스를 차리고 전통음악을 배경으로 음식을 팔고, 그리스인들은 이 행사에 참여하여 이주민들의 문화를 접한다. 이런 식으로 그리스인과 이주민의 공존, 인종주의 없는 사회에 대한 희망과 그 가능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인종주의의 정의
반인종주의 운동에 참여하는 세력들 간에 인종주의에 대한 이해와 그에 부합하는 대응전략에 관한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 운동 내 지배적 경향은 인종주의의 핵심을 대중적 외국인혐오주의로 보고 반인종주의 축제와 같은 활동을 통해서 상호간의 문화적 이해를 강화하는 것을 주 전략으로 택하고 있다. 즉, 이들은 대중적 인종주의의 원인을 이주민 문화에 대한 지식의 부재로 보고 이에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종주의를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자본주의와 국가에 원인이 있는 억압적 체계”로 보는 관점도 존재한다. 이 입장을 취하는 세력은 국가의 인종주의적 조치(racist initiatives)에 도전하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종주의적 조치’란 이주정책 뿐 아니라 주류 정당의 이주민에 대한 경제위기 책임전가와 극우정당과의 협력, 그리고 경찰의 인종주의 범죄 묵인 등을 의미한다.

<인종주의 파시즘위협 반대 공동행동>의 활동
경제위기의 도래와 인종주의 범죄의 급속한 증가 이래 반인종주의 세력은 황금새벽당을 비롯한 극심한 민족주의 집단의 폭력에 대응하는 것에 특별히 집중하고 있다. 2009년에 반자본주의좌파연합(ANTARSYA, 이후 ‘안타르시아’)의 일부 세력과 일부 이주민단체 지도부를 중심으로 ‘인종주의·파시즘 위협 반대 공동행동’(Initiative United against Racism and the Fascist Threat, KEERFA)이라는 새로운 반인종주의 조직이 결성되었다. KEERFA의 설립원리는 다음과 같다. △노동자가 단결하면 승리한다 △모든 미등록 이주자 합법화 △지역사회로부터 파시스트의 제거 △강제 수용소(외국인보호소) 반대.
최근 대규모 집회를 통해서 황금새벽당의 폭력을 규탄하고 반대하는 것은 KEERFA의 가장 핵심적이고 눈에 띄는 활동이다. 이러한 집회들은 여러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되고 그 참가자는 보통 수천 명에 이른다. 최근 8월 24일 집회에는 무려 15,000명이 참여했다. 이주민조직의 참여가 상당히 높다. KEERFA는 또한 인종주의, 파시즘과 특히 황금새벽당에 반대하고 이를 고립시키기 위해서 노동자의 광범위한 대응 전선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한 KEERFA 활동가에 따르면 사회당 당원(사회당 간부는 배제된다)까지 포함하는 전선을 통해서 신나치세력이 그리스 사회의 다수를 대표하지 않는 것을 분명히 증명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이 활동가는 “나치는 선전이 아니라 테러를 통해서 강해지고 있다. 황금새벽당이 아테네 지하철에서 이민자를 잡아 칼로 찔러도 남들은 두려워서 말리지 못한다. (황금새벽당을) 고소한 사람들도 공격을 당한다. 우리가 인종주의와 나치를 반대하는 입장을 내기만 하고 시리자가 정권을 장악한 후 이를 이행할 것을 기다리기만 하는 전선이 아니라 싸우는 전선이 필요하다. 국가가 나치에 대응할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다. 시리자가 여당이 되어도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인종주의반파시즘 전선의 활동 가운데 시민순찰단에 대응할 지역자위위원회를 조직하는 것이 제안되고 있다.

인종주의 대응 전략 평가
극단적인 외국인혐오주의와 이주민에 대한 범죄가 현재 너무 잦고 심각하기에 이주민의 신체적 안전 보호 차원의 대응이 일차적으로 시급하다. 또한 황금새벽당은 인종주의 뿐 아니라 나치 식의 파시스트 경제와 국가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만큼 좌시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그러나 이런 활동은 인종주의의 원인이 “자본주의와 국가에” 있다고 주장하는 KEERFA의 원칙에서 약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주정책의 후퇴에 대한 대응, 그리고 파시즘과 인종주의 폭력을 묵인하고 유도하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폭로가 보다 알맞은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앞서 살펴봤듯이 황금새벽당이 자극하는 인종주의적 정서가 정치문화와 이주정책의 보수화를 촉진하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외국인혐오증을 반대하는 것은 황금새벽당을 비롯한 인종주의 집단의 대중적 기반, 따라서 정치적 영향을 약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최우선적인 목표로 선전하는 것은 전략적인 측면이 있어 보인다. KEERFA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가적 인종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 대중적 인종주의에 맞선 투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인종주의

체류권 없는 강제체류자를 양산하는 한국의 이주정책
그리스 사례를 통해서 경제위기와 대중적국가적 인종주의의 상관관계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그리스 사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유효하다. 한국에서 그리스와 비슷한 형태의 심각한 인종주의가 생길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여지가 있다. 두 사회가 상이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는 그리스와 같은 뿌리 깊은 나치주의의 전통이 없다. 또한 한국에서 그리스만큼 심각한 경제위기와 그에 동반하는 정치위기, 사회적 불안이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면에 이주민 유입국으로서의 짧은 역사, 단일민족 신화, 이주민을 임시적인 체류자로 취급하는 경향 등 여러 유사점도 있다. 여기에서 그리스와 형태가 다를 뿐이지 효과가 비슷한 체류권 없는 창기체류자를 양산하는 한국의 이주관리정책이 특별히 중요하다. 2004년에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수차례의 개정을 통해서 이제 최대 9년 8개월이라는 장기체류를 유도하면서도 갈수록 이주노동자의 직장선택권, 기본노동권, 사업장 내 인권을 박탈하고 여전히 정치권을 부정한다. 또한 장기체류 현실을 무시한 채 단기순환 원칙을 고수하면서 이주노동자를 한국사회의에서의 ‘국외자’(outsider), 따라서 권리를 제약해도 되는 존재로 만든다.
이러한 문제들은 8월 1일부터 시행된, 사업장 이동을 보다 어렵게 하는 ‘사업장변경에 대한 고용노동부 내부지침’에서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이 지침 하에서 사업장을 이동하려는 이주노동자는 더 이상 사업장 알선 리스트를 받지 못해 사업자의 연락을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 이는 결국 사업장 변경을 방지함으로써 노동자가 노동조건이 아무리 열악해도 한 사업장에서 일하도록 강요한다. 이 지침이 노동조건과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되지 않고 정치적 발언권 없는 이주노동자의 의견을 물으려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대중적 인종주의의 강화
그리스만큼 심하지 않지만 최근 한국의 대중적 인종주의도 강화되는 추세가 보인다. 인터넷 카페 중심으로 활동하는 외국인혐오단체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단체의 활동은 특히 4월 수원에서 중국동포가 저지른 끔찍한 살인 범죄에 이어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이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후에 보다 가시화되었다. 최근에 거리 시위, 국회토론회 참석 등 여러 활동으로 공공연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온·오프라인 선동을 통해서 다문화정책 반대, 외국인범죄위협 강조, 경제난 속에 외국인으로부터 자국민의 일자리 보호 등을 주장하고 있다.
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주노동자 밀집지역에서 거주하는 일부 한국인들이 이 단체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 주간조선 기사는 “(외국인혐오단체의 주장에) 동조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이해하겠다”, “너무하는 것 아닌가 싶다가도 … 이해가 가기도 한다”와 같은 내국인 주민의 태도를 보도했다.
한국의 이주정책과 대중적 인종주의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다문화를 표방하는 정부의 공식 입장과 외국인혐오단체의 태도가 아무리 상반된 것처럼 보여도 사실상 정부와 외국인혐오단체들이 사용하는 담론이 상당히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다. 외국인혐오단체와 마찬가지로 경찰, 법무부 등 정부부처들은 언론보도를 통해서 (미등록)이주를 범죄율 상승 및 사회질서 파괴와 무비판적으로 연계시키고 있다. 또한 2008년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노동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식의 논의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채무위기 심화에 따라 한국 경제위기가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랬을 때 외국인혐오단체의 주장이 대중적 정서에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주민을 타자화하고 악마화하는 사회정치적 담론에 대한 대응이 없다면, 이로 인해 초래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별다른 저항 없이 이주정책이 지속적으로 개악될 것이다. 더구나 장기 체류권에 대한 요구는 정부의 고집 뿐 아니라 대중의 반대에 부딪혀 불가능해질 것이다.

한국에서 반인종주의 노동운동을 건설하기 위하여
한국 사회의 인종주의와 현재 이주운동의 상태를 고려할 때, 그리스 사례에서 도출할 수 있는 몇 가지 교훈을 언급하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겠다.

1. 그리스에서 최소한 일부 좌파세력들이 인종주의와 자본주의의 상관관계,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인종주의의 상호작용을 인식하고 있다. 그리스 반인종주의 운동을 바라보는 한국의 이주운동이 KEERFA와 같은 단위의 다차원적인 인종주의 분석을 배워 한국사회 맞게 적용하고 이에 적합한 대응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이때 대중적 인종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지 상호간의 문화적 이해에 초점을 맞춘 행사보다는 억압체계로서 인종주의와 자본주의의 역사적, 제도적 관계, 대중적 정서와 정부의 담론 및 이주정책의 상관관계를 드러내는 대중 교육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교육은 우선적으로 민주노총 간부와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2. KEERFA는 국가를 인종주의의 주요 가해자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 하에서 대중적 인종주의의 영향력을 인식하기 때문에 현재 국가적 인종주의보다 대중적 인종주의에 맞선 투쟁에 초점을 두고 있다. 대중적 외국인혐오증과 인종주의 폭력이 극단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중적 인종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국가적 인종주의, 즉 체류권 없는 장기체류를 유도하고 이주민을 최하층으로 만드는 이주정책의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미등록 이주민 등록,’ ‘체류허가 신청 제도 합리화,’ ‘외국인보호소 폐쇄’라는 목표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체류권, 즉 안정적으로 장기 체류할 권리, 안정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권과 정치적 권리를 요구하는 투쟁이 전개되어야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3. 그리스에서 이주민단체들이 반인종주의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국보다 주체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스 이주민단체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그들의 형성과 발전 과정 그리고 현재 활동을 보다 자세히 파악하는 것이 유의미한 작업일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에서도 이주민들이 이주민 권리, 반인종주의 운동을 이끌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두 나라에서 주류 사회의 인종주의적 위계가 운동 내에서도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운동 내에서 인종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다.

4. 이 말은 공동투쟁을 통해 이주노동자가 조직화되고 지도력을 강화되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장변경지침 반대투쟁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벌써 수백 명의 젊은 이주노동자들이 이 투쟁에 참여하고 있다. 문제가 본인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조직하고 있다. 이러한 이주노동자들의 분노와 관심을 더욱 퍼뜨려서 이주노동자공동체 내에 토론과 전략논의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이 투쟁에 참여할 구체적인 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

5. 그러나 사업장변경지침 투쟁의 일환으로 이런 식의 활동을 아무리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많은 성과를 내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보다 장기적인 조직화 전략을 지금부터 모색해야 한다. 여기에서 산별노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주노동자 조직화는 이주노동자들이 밀집한 부문(건설, 공단 중소 제조업 등)의 전략조직화사업의 일환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현재 이 부문에서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는 해당 산별노조의 우선적 과제인데, 사실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사업을 이주노동자 없이 생각할 수 없다. 이 부문에서 이주노동자의 현황, 위치, 노동조건과 산업에서의 중요성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조직화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Athen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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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ational View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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