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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2.11-12.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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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 교육정책 분석

전준범 | 정책위원
교육은 흔히 백년지대계라고 표현되듯 미래 세대(또는 국가의 인적자원)와 관련되고, 또 개별적으로는 교육비 지출 및 자녀의 계층상승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이다. 이 때문에 매번 대선 때마다 각 정당과 후보들은 국가 교육재정 확충, 교육비 부담 축소, 대학입시 제도 개선, 공교육 정상화 등을 핵심적인 교육공약으로 제시해왔다.
항상 비슷한 내용이 핵심적인 교육공약으로 반복해서 제시된다는 것은, 그 만큼 지난 10여년 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미뤄지거나 혹은 더욱 심각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공교육위기는 1990년대 말 ‘교실붕괴’가 상징적으로 언급되던 것에서 최근에는 청소년 자살과 학교폭력 문제로 더욱 심각해진 양상이다. 교육비부담 역시 과거에는 주로 사교육비 축소에 초점을 두었지만, 최근 사교육비에 더해 대학 등록금 문제까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지난 10여년 간 실행된 교육개혁은 왜 계속 실패했는가?
1995년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안에 따라 확립된 대학설립준칙주의와 정원자율화 아래 사립대학이 급격하게 팽창하고 대학진학률이 급증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장기불황에 돌입하고, 특히 IMF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임금과 고용여건이 크게 악화되자, 늘어난 대졸자들은 취업난에 직면할 수 밖에 없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향한 취업경쟁이 심화되자, 취업에 유리한 대학을 향한 입시경쟁도 더욱 심화되었다.
청년실업은 대졸자 양성을 위해 사회가 지불한 교육투자가 회수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이므로, 이는 지식기반경제론에 따라 교육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지배세력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도전이 되었다. 이에 노무현 정부는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공립대 통폐합, 대학 정원 축소, 국립대 법인화, 전문대학원 도입, 산학협력 등 대학개혁을 본격화한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대학개혁을 계승하여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무기로 구조조정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는 한편, 노무현 정부가 원칙적으로 반대했던 고교다양화와 대입자율화를 추진함으로써 중등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했다.
그러나 장기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2007년-2009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정부와 자본은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 여건을 더욱 악화시켰고, 노동자 내부의 분할과 경쟁은 더욱 강화되었다.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로부터 안전한 일자리를 찾기 위한 취업경쟁과 입시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고학력 획득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높은 사교육비와 등록금을 감수해야한다. 최근의 반값등록금 투쟁은 이와 같이 대학생과 그 부모의 소득은 줄어든 반면 고학력 획득을 위한 비용은 크게 증가하고, 대학 졸업후 기대소득도 크게 낮아진 상황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였다.
이에 대응하여 이번 대선에 임하는 각 후보들은 반값등록금 공약을 두고 경쟁하고 있고, 교육비 부담의 또다른 축인 사교육비 축소를 위해 대학입시제도 개선 정책 또한 제출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대선 후보들의 주요 교육공약이 과연 현재의 심화된 교육위기를 해결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것인지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반값등록금 정책

먼저, 대학교육의 핵심 이슈인 등록금 문제를 살펴보자. 2011년 반값등록금 투쟁 이후, 지나치게 높은 현재의 등록금을 낮춰야하고 이를 위해 국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일정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쟁점은 재정지원의 방식이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의 경우, 명목등록금(각 대학생의 고지서 상 등록금 액수)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대학생이 부담하는 등록금 총액(대학의 연간 등록금) 약 14조 원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대학의 회계투명성을 높여 명목등록금 부담을 평균 15% 낮추고, 여기에 더해 매년 총 3조 원 씩 국가장학금에 재정을 투입하여 등록금 부담을 평균 35% 줄일 수 있으므로 사실상 등록금 부담이 절반이 된다는 것이다. 국가장학금은 소득과 성적에 따라 차등 지원하되, 소득 하위 20%까지는 등록금 전액 지원, 하위 20~40%는 등록금 75% 지원, 하위 40~60%는 등록금 절반, 하위 60~80%는 등록금 25%를 지원한다는 안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기 시행된 국가장학금 제도는 선별 기준이 매우 까다롭고 수령액도 적어 대학생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한국 등록금이 세계 1, 2위를 다투는 높은 수준이고 이로 인해 대부분의 계층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명목등록금 자체를 낮추기 위한 방안을 상대화하고 국가장학금 확대에 우선순위를 두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입장은 심각한 문제점을 가진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후보의 안에 따르면 대학은 어떠한 등록금 인하 노력도 강제 받지 않아,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 소요도 그만큼 많아지고 대학생의 등록금 부담도 높아진다. 사학재단의 이익을 철저히 보장해주는 방식인 것이다. 물론 박근혜 후보는 이러한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등록금을 많이 내린 대학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입장이지만, 그 구체적 내용은 제시된 바 없다. 결국 대학의 자구 노력으로 명목등록금 부담을 줄인다는 구상도 말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표 1] 각 후보의 등록금 정책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은 2013년 국공립대부터 반값등록금을 시행하고 2014년 사립대로 확대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내국세의 일정비율을 고등교육교부금으로 편성하고, 교부금을 각 대학에 지원한다는 안이다. 교부금을 받는 대학은 학생들에게 높은 등록금을 걷을 필요가 없어지므로, 명목등록금이 절반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각 대학의 등록금 인하를 유도, 강제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가 교부금을 받는 대학의 회계, 교부금 사용내역 등을 검토하여 부실이 있을 경우에는 교부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각 대학에 대한 개입력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고등교육법을 개정하여 매년 정부가 정한 등록금 표준액의 1.2배 한도 내에서만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2011년부터 진행된 반값등록금 투쟁의 요구를 대체로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등교육교부금법은 사립대 비율이 80%가 넘는 상황에서 대학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개입을 동시에 강화함으로써 대학생의 실질적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고 또한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둔 채 법인전입금을 거의 내지않고 있는 사학재단을 강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개혁적 성격이 강하다.
안철수 후보는 아직까지 등록금 정책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발표하지는 않았다. 다만, 『안철수의 생각』에서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통해 등록금을 낮추자고 주장한 점을 볼 때 개별 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에만 중점을 둔 박근혜 후보의 입장 보다는 문재인 후보의 입장에 가까워보인다. 또한 그는 사학재단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는 국공립대만 반값등록금을 먼저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2013년 곧바로 반값등록금을 시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며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안철수 캠프는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와의 차별성을 갖추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
정리하면, 국가의 등록금 지원 방식에 있어 핵심 쟁점은 국가의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과 개입의 강화 여부이다. 박근혜 후보가 사립대 경영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학금제도를 고수하는 반면, 반값등록금 투쟁의 요구를 수용한 문재인 후보는 교부금을 통한 국가 개입력 강화를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사립대가 전체 대학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역대 정부는 사학재단의 직접적 경영개입 및 이윤추구를 묵인해왔으며, 사학비리 역시 묵인하거나 미미한 차원의 징계로 마무리 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립대에 대한 국가의 개입력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사학 비리자들마저 복귀시켰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발의한 고등교육교부금법의 실현가능성은 매우 불투명하다.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등은 민주당 안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강력반발하고 있고, 앞서 살펴봤듯 국회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새누리당의 입장 역시 민주당 방식의 교부금제도와는 대립된다. 게다가 기획재정부는 교부금 형태의 재원확보방안이 특정 세입과 세출을 연계해 칸막이를 만들어 재정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국가재정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교부금법의 제정 자체가 어려울뿐만 아니라, 그것이 제정되더라도 사학재단에 대한 국가의 개입력은 상당히 제한될 것이다. 따라서 2013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등록금 정책은 국가장학금 제도를 일부 개선하고,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에 있어 사립대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율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지배세력 내에서 대학에 대한 국가개입 수준이 어느 정도로 조율되든 간에 대학의 시장화, 기업화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가령 등록금 인하를 위해 국가가 개입하여 대학의 자구노력을 유도하면, 대학은 등록금 인하를 위해 자체적 재원확보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등록금 장사 이외의 또다른 이윤추구에 열을 올릴 수 있다. 이미 각 사립대학들은 등록금과 재단전입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줄어든 수입을 확충하기 위해 다양한 수익창출 모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산학협력단에 의한 기술지주회사와 학교기업 설립으로 대학이 용역 수주, 산학협력단 입주 기업에 대한 임대료 수입, 상품 개발 및 판매, 지적재산권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처럼 대학의 이윤창출 동기가 커지면 대학의 교육과 연구과정에 대한 자본의 영향력도 더욱 막강해질 것이다. 대졸자의 취업률 제고와 연구의 상업화를 위해 산학협력을 강조해온 지배세력에는 등록금 인하라는 계기 역시 시장화, 기업화를 심화하기 위한 드라이브가 될 수 있다. 진보적 교육운동의 요구 중 극히 일부분만 차용되고, 대학의 시장화와 기업화를 저지하자는 취지 자체에는 역행하는 상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입시정책

등록금 정책 이외에 각 후보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또 하나의 교육정책은 바로 대학입시 정책이다. 입시정책은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유권자 입장에서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다. 그동안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입시정책의 변화가 동반되어왔고, 매번 학생과 학부모들이 그 변화에 적응하는 데 많은 에너지와 비용을 소모해야 했다.
이명박 정부는 학생선발에 있어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왔고, 그 결과 올해 4년제 대학의 대입전형 유형은 3,000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과 학부모가 모든 전형을 파악하기란 불가능해 사교육과 입시컨설팅 업체의 도움을 받아 입시전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입시전략에 적합한 스펙을 갖추기 위해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이는 사교육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공교육의 중요성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이와 같은 문제점에 대응하여 대선 후보들은 입시제도를 개혁하고 사교육비 축소를 유도하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입시제도 단순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3,000여 개에 달하는 전형을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위주로 단순화하고, 점진적으로 수시에서 수능등급 자격요건을 없앤다는 계획이다. 입학사정관제는 유지하되 그 투명성을 높이고, 대학이 학부모와 학생에게 입시정보를 적극 제공토록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후보는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를 구성하여, 네트워크 소속 대학들이 학생을 공동선발하고 졸업 시 공동학위를 제공함으로써 중고등학교 입시 스트레스 및 사교육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서열화된 대학의 피라미드 중상위층에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라는 거대 모집단위를 둠으로써 입시경쟁을 완화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공동학위제는 졸업생들이 노동시장에서 동등한 지위를 부여받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네트워크 소속 대학 내의 서열화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더불어 문재인 후보는 학력 블라인드 표준이력서를 도입해 대학서열화를 완화하겠다는 입장도 발표했다.
안철수 후보는 아직 입시공약을 정리하여 발표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안철수의 생각』에서 “단기적으로 입시제도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가급적 안 바꾸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되 “소외계층에 기회를 주기 위한 기회균등전형의 정원이 늘어나는 것”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학비 마련이 필요한 대학생이 가정교사가 되어 차상위계층 이하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튜터링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고, 이 외에도 고등학교 문이과 통합, 국사와 세계사 필수과목화 등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역대 모든 정부가 사교육 축소,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대입제도를 개혁하고자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가령, 김대중 정부는 2002학년도에 고등학교가 종합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만든 다양한 자료를 보고 학생을 선발하는 무시험입학 전형을 도입했지만, 각 대학은 변별력이 없는 생활기록부 보다는 논술고사나 심층면접을 강화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8학년도 수능에 수능등급제를 도입해 대학 입시에서 수능의 변별력을 줄이는 대신 내신을 상대평가로 강화해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이고자 했다. 그러나 이 역시 내신성적 기재에서 상대평가적 요소를 강화하고 논술고사와 병행되었기 때문에 경쟁완화와 사교육 축소라는 등급제의 취지는 현실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입시제도 상의 불공정성에 대한 각종 논란 끝에 2009학년도 수능에서 곧바로 폐기되었다.

[표 2] 변별력을 기준으로 본 입시제도 개선 방안 비교

현재 사교육 팽창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명박 정부의 대입 다양화 정책 역시 그 의도는 사교육을 절반으로 축소하는 것이었다. 변별력을 다양화해 재능에 따라 학생을 선발할 경우 한 가지 기준으로 일렬로 줄을 세우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논리다. 물론 각 재능에 따라 여전히 입시경쟁이 존재하겠지만, 획일적 입시경쟁보다는 완화된 형태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다양한 능력 중 몇몇 능력만이 인정받고, 이는 특정대학의 특정학과와 노동시장에서 특정 직업으로 표현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위계화된 노동시장과 상응하여 여전히 대학과 학과가 서열화된 상태에서 정책 효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표2]의 ⑤에 해당)
변별력을 다양화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작용으로, 현재 대선 후보들의 입시정책은 변별력을 축소하거나 변별력을 없애는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 앞서 살펴봤듯 박근혜 후보는 입학사정관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수시와 정시에서는 변별력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기존 대입 전형 다양화 정책의 폐해를 일정부분 완화하겠지만 여전히 수능과 내신관리를 위한 일렬 경쟁을 완화할 수는 없다. 게다가 경쟁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 입장에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대학이 다른 변별 요인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절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표2]의 ③에 해당)
문재인 후보의 경우 거대 모집군을 통해 대학서열 구조의 일정 구간에서 변별력을 없애고자 한다. 그러나 전체 서열체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국공립대가 중상위 또는 상위 서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공립대에 대한 우선적 지원이 필요해 사립대 학생에 대한 차별 논란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국공립대에 대한 우선적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만약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가 대학서열의 중하위권에 위치하게 된다면 서열 완화 및 경쟁교육 완화 효과는 그 만큼 줄어들 것이다.
만약 모든 사립대학이 통합네트워크에 포괄된다면 대입에서의 변별력 자체를 없애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대학졸업증이 노동시장에서 어떤 변별력도 가지지 않기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요구되는 별도의 자격과 스펙을 위한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대학졸업증이 취업과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산학협력의 강화, 다른 한편으로는 각종 자격증 및 스펙쌓기를 위한 성인사교육 시장의 팽창을 심화한다.([표2]의 ①에 해당) 문재인 후보가 주장하는 학력블라인드 표준 이력서 제도 역시 노동시장에서의 변별력을 없애는 방안으로 비슷한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표2]의 ②에 해당)

교육개혁의 이중성과 진보적 교육운동

이처럼 각 대선후보의 등록금 정책과 입시정책은 현재의 교육위기를 해결하는 대안과는 거리가 멀다. 등록금 정책들은 국가 재정지원 방식 상의 차이를 떠나 지나치게 높은 현재의 등록금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난 10년 간 진행된 대학의 시장화, 기업화와 대립되는 것은 아니다.
입시정책들 역시 현 정부에서 급격히 늘어난 대입전형을 단순화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대학교육 과정 이후 겪게 되는 청년실업 문제, 다시 말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대한 대안과 결합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위기가 드러나는 진원지를 이곳저곳으로 옮기는 것일 뿐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 교육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무너진 계층상승의 사다리를 복원하여 누구나 공정한 경쟁을 통해 능력에 따라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다시금 강화함으로써 지배세력의 정당성을 재구축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경제위기의 비용을 민중들에게 전가한 결과 누적된 불만과 투쟁을 무마하고 이를 개별적 계층상승 욕구로 전환하는 것이다.
반값등록금 투쟁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의 등록금이 가계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지만, 만약 졸업 후 기대소득이 학자금 대출을 충분히 갚을 정도로 높다면 이처럼 큰 대중적 호응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지배세력은 등록금을 일부 낮춰 위계화된 노동시장에서 상위를 향한 노동자와 그 자녀들의 경쟁비용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대응했다. 입시정책 역시 계층상승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격증이 되는 대학졸업장을 얻는데 동반되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상위권 대학에 도전할 기회를 넓힌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지배세력의 대응은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줄인다는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평등한 교육기회 이후에 겪게되는 불평등은 개인의 능력에 따른 결과라는 이데올로기를 확산한다.

12월 19일 대선을 앞두고 현재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적 교육운동 대부분의 역량은 야권 단일후보를 염두에 둔 정책제안에 집중되어 있다. 전교조, 한대련, 참여연대, 참부모학부모회 등 216여 개 단체는 <교육을 바꿔 행복한 나라! 우리가 바꾸는 교육대통령! 2013 새로운 교육 국민연대>(2013 교육연대)를 구성했다. 2013 교육연대는 2013년 2월까지 대선 국면에서의 진보적 교육의제 여론화, 교육정책 제안 및 후보와의 정책협약을 주요 목표로 활동하는 한시적 연대체다. 이에 따라 야권후보와의 정책조율, 그 지렛대로서 야권지지 동원력의 과시가 주요한 사업 기조로 보인다. 정책제안 내용을 담은 100만 서명운동과 이를 홍보하는 교육희망대행진 → 11월 3일 범국민대회 → 정책협약이라는 사업계획은 이러한 기조를 잘 보여준다. 진보적 교육운동의 역량이 교육부문에서의 야권후보 외곽 지원 기능으로 흡수된 것이다.
게다가 이번 대선은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와 동시에 치러진다. 현재 민주노총 소속 각급 노동조합, 진보적 교육운동, 한국진보연대 등 민중운동 대다수는 ‘2012 민주진보 서울교육감 후보 추대위’에 참여하여 단일후보 추대(또는 선출) 과정에 함께 하고 있다. 서울지역 유권자는 전국 유권자의 약 20%를 차지하고, 이들은 비슷한 정치적 성향의 후보들에게 동시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2007년 대선과 동시에 실시된 충북, 경남, 울산, 제주 교육감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보수진영 후보들이 모두 당선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는 대선 야권 단일후보와 서울시교육감 단일후보가 메이트처럼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돌이켜봐야 할 점은 진보교육감과 민중운동의 관계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공약을 매개로 야권연대가 본격화되고 6명의 진보교육감이 당선되었다. 중등교육에 경쟁원리가 전면 도입되고, 전교조에 대한 정부 차원의 탄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교과부로부터 어느 정도 방어해줄 수 있는 진보교육감의 등장은 민중운동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조건을 제공했다. 지역 별로 편차가 있었으나 진보교육감들은 일제고사, 교원평가, 자사고 지정 등과 관련 교과부와 일정한 갈등구도를 형성했고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유보시켰다.
문제는 소위 진보교육감 등장 이후 민중운동이 야권연대와 진보교육감의 영향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주체적 관점을 상실해왔다는 점이다. 전교조를 비롯한 민중운동은 자기 노선에 입각한 투쟁과제를 중심에 두고 그 성과를 축적해나가는 가운데 진보교육감과의 관계를 맺기보다는, 대부분 지역에서 진보교육감과의 타협과 조율에 중심을 두었다. 가령 학생들의 일제고사 대체프로그램 참여보장 및 출석 인정 여부나 교원평가 독소조항 제거와 관련해서 진보교육감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이에 대한 적극적인 투쟁은 전개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진보적 교육운동의 상황은 통합진보당 창당이 상징하듯 민중운동 전반이 무원칙한 야권연대에 흡수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역설적이게도 통합진보당 사태로 인해 민중운동에 대한 대중적 정당성은 심각하게 훼손되었지만, 사태의 발단이 된 야권연대 노선 자체는 여전히 민중운동 내 주류적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 지배세력은 대중의 불만과 대중운동의 성과를 흡수하는 한편 자신의 정당성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고, 교육정책은 이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후보를 압박하는 전술적 판단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진보적 교육운동의 자기 노선과 주체적 관점이다. 지배세력의 교육개혁 방안을 근본적으로 비판하고 민중운동의 일부로서 진보적 교육운동이 스스로 주체적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2013년 투쟁태세를 갖추는데 전력을 기울여야한다.
주제어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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