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참세상! 붙어라, 진보야!
11월 14일, 참세상 무료화!
지난 11월 14일, 진보네트워크센터가 공식적으로 창립한지 정확히 2년이 되는 날, 진보네트워크센터는 PC통신 참세상을 무료화했다. 지난 2년 동안 진보네트워크는 사회운동의 포털 사이트(인터넷을 항해하기 위한 관문이 되는 홈페이지)인 진보네트워크 홈페이지(http://www.jinbo.net)와 함께, 사회운동의 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었던 PC통신 참세상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PC통신 참세상은 월 4,950원의 이용료를 받고 있었다. 이 이용료가 진보네트워크의 유지를 위한 재정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무료화를 추진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현재 인터넷 이용자가 1600만에 이른다고 한다(한국인터넷정보센터 통계). 물론 아직도 (특히 지방에서는) 컴퓨터와 통신을 사용하기가 무척 어려운 곳이 많으며, 인터넷 사용률도 떨어진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사회전반적인 정보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인터넷이 정보를 찾는 공간에서 사람들 삶의 부분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의견을 교환하고, 기쁨과 슬픔을 나눈다. 기존에는 커뮤니티(공동체)의 역할을 천리안이나 나우누리같은 PC통신이 담보했지만, 점차 다음(http://www.daum.net), 프리첼(http://www.freechal.com) 등 인터넷상의 커뮤니티 사이트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진보네트워크의 결론은 진보적인 사회운동 역시, '사회운동의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운동진영도 몇 년간의 정보화 열풍(?) 속에서 이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단체가 꽤 늘어났지만, 아직 '투쟁속보'와 '공문서'의 빈약함 속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투쟁속보와 공문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형식적'인 홈페이지 운영 속에서, 각 단체, 노조의 홈페이지들이 이용자의 삶에 깊이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운동의 공동체
그렇다면, 무엇이 사회운동의 공동체인가?
먼저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나을 듯하다.
'철수'는 회사원이며, 사회진보연대의 회원이다. 그는 아침마다 조간신문을 읽는 것과 함께, 사회진보연대의 홈페이지와 진보넷을 방문한다. 보수 일간지에서는 볼 수 없는 각 사회운동 영역의 소식들과 투쟁속보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소식들을 접하며, 평온한 회사 분위기와는 다르게, 아직도 열악한 상황 속에서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이 있음을 새삼 실감한다. '컬럼'란에는 사회의 여러 현안에 대한 컬럼이 올라와 있다. 사회진보연대의 것만이 아니라, 단체별, 운동영역별로 컬럼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여러 사회운동 영역의 진보적 인사들이 쓴 컬럼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하종강 선생님의 컬럼은 역시 정곡을 찌르는군!" 철수는 이제 자유게시판과 회원방을 둘러본다. 그는 자유게시판의 자유로움도 좋지만, 회원들만의 공간인 회원방에서 솔직함과 편안함을 느낀다. "지난 '회원의 날'행사에서 처음 보았던, 아무개 회원이 오늘 아침에는 시 한수를 올려놓았군. 꽤 문학적 감수성이 있는 친구군. 그 친구 다시 보게 되는걸?" 사무국 게시판에 들어가보니, 각 팀의 사업진행 상황들이 올라와 있다. 상근하는 것도 아니고, 바쁜 회사일로 자주 사무실에 들르지는 못하지만, 사무국 게시판을 보면 대강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의 다음 코스는 영화 동호회이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영화동호회가 있지만, 철수가 진보넷의 영화동호회를 좋아하는 이유는 좌파적 시각에서 예리하게 분석한 영화평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독립영화에 대한 소식도 자주 올라온다. "다음 달에는 노동미디어 행사가 있구나. 저녁 시간을 비워놔야겠는걸?"
철수는 홈페이지만큼이나 인터넷 전자우편을 많이 사용한다. 회사 업무에 관계되는 편지와 함께, 진보넷 메일링리스트에서 오는 편지들도 있다. 그는 사회진보연대와 인권운동사랑방의 메일링리스트를 통해서, '사회화와 노동'과 '인권하루소식'을 받아본다.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IPLeft' 메일링리스트를 통해, 지적재산권에 대한 토론을 하는 것도 재미있다. 최근에는 '선언문'에 대한 토론이 되고 있어서, 그도 자신의 의견을 메일로 보내주었다.
업무시간 중에 진보넷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아는 친구와 '쪽지'를 주고받는 것도 그의 은밀한 재미다. 오늘은 접속해보니, 영화동호회 회원인 김모씨가 있다. 그와 최근 진보넷 플라자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에 대해서 쪽지를 주고 받으며, 의견을 나누고, 자신의 관점에 대해 다시한번 고민을 해본다.
오늘 저녁 그는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 진보넷 '동지찾기'를 통해서, 예전 학생운동을 함께 하던 친구가 메일을 보내온 것이다. 회사가 부근이라, 퇴근 후 만나서 회포를 풀기로 했다. "음…오늘 밤 '참세상 방송국'은 못 듣겠군. 아니, 어쩌면 술 한잔 걸치고, '구닥다리 노래창고'를 뒤적거릴지도 모르겠다."
'진보골목'을 만들자!
이러한 사회운동 공동체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첫째, 각 단체의 홈페이지 기획이 이러한 전망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둘째, 각 단체의 홈페이지가 좀 더 긴밀하게 엮여져야 한다. 꽤 인지도가 높은 단체의 홈페이지의 경우, 게시판이 활성화되기는 했으나 단체에 대한 의견, 비판 등이 주를 이루고 있을 뿐, 이용자 사이의 공동체가 형성된 것은 아니다. 혹은 '다음'이나 '프리첼'과 같은 커뮤니티 안에 간혹 '진보적 소모임'들도 개설되어 있다. 하지만, 상업적 커뮤니티 사이트 안에 이러한 진보적 소모임들이 몇 개 모여있다고 해서, 진보적 공동체의 풀(pool)이 형성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한 단체의 내부적 소통이라면 어떠한 공간 속에 숨어있어도 관계없겠지만, 단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진보적 '풀(Pool)'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진보적 단체, 소모임, 동호회 등이 모여야 한다.
물론 이 말이 '물리적으로' 하나의 서버 안에 있어야 한다든가,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만 모이는 어떤 폐쇄적 공간을 형성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인터넷은 드넓은 바다이지만, 또 그 안에는 어떠한 '길'이 형성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길을 따라 돌아다닌다. 마치 오프(off) 공간에서 패션 골목, 떡볶기 골목, 전자상가 등이 형성되는 것처럼.
인터넷 상의 '진보 골목' 안에서 사람들은 내부적인 소통뿐만 아니라, 그를 뛰어넘어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진보적인 담론을 만나며,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형성하게 된다. 각 단체는 이용자들을 단체 주변으로 묶어두려고 하지 말고, 이용자들에게 적절한 소스와 활동공간을 제공하면서, 이러한 진보적 '풀'을 활성화하는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한다.
코드명, '1114'
진보네트워크는 이러한 '진보 골목'의 터닦기를 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원대한 프로젝트의 코드명은 '1114'이다. 11월 14일, 진보네트워크 창립 2주년을 기점으로, 사회운동 공동체 형성을 선언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 두 가지 중요한 방향이 결정되었다. 첫째는 PC 통신 참세상의 무료화, 둘째는 PC 통신 참세상의 웹으로의 연동이다.
공동체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우선 관심있는 사람들이 보다 많이, 보다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내실있는 공동체 형성에는 능력있는 공동체 운영자,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 적절한 기능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우선 사람들이 모여야 자생적인 공동체라도 형성될 수 있는 법이다. 이런 측면에서, 기존 PC통신 참세상은 '사회운동 공동체' 형성에 몇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첫째는 이용료 4,950원이 많은 돈은 아니지만, 참세상에의 접근을 막는 하나의 장벽이었다. 예를 들어, 100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단체가 참세상에 포럼을 만들고,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100명의 회원이 참세상에 가입해서 이용료를 납부하도록 강제(?)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 환경에서 대부분의 커뮤니티들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을 생각하면(물론 이것은 벤처와 공짜열풍 속에서 만들어진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 아무리 적은 액수라도 장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참세상 무료화는 이런 맥락에서 단행된 조치이며 이번 무료화를 기점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세상에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진보네트워크의 재정에는 일시적으로 구멍이 생긴다. 진보넷은 이를 회원을 통해서 해결해나갈 예정이다. http://www.jinbo.net/member/)
둘째는 사람들의 통신 이용환경은 점차 인터넷(웹)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데, 기존 참세상은 PC통신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존 PC통신의 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터넷(웹)을 통해서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간단히 얘기하면 이렇다.
PC 통신 참세상을 무료화하고, 웹으로 연동함으로써, 이제 누구나 자유롭게 참세상에 가입하여 소모임이나 단체 포럼을 만들고, 동호회에 가입하고, 자신만의 공간인 꼬마게시판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웹을 통해서도 글을 읽고, 쓸 수 있으며, 인터넷 메일을 보낼 수도 있다. 현재 접속해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고, 쪽지를 보낼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기능을 통해 각 단체도 지원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홈페이지를 만들 여건이 되지 않는 단체도, 참세상에 사회단체포럼만 개설하면 인터넷 홈페이지를 갖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이에 더하여, 웹호스팅을 신청한 단체에게는 진보달력, 설문 및 투표 프로그램, 뉴스웹진 프로그램 등 단체 활동에 필요한 기능들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제, 이 터에 사람들이 모이고 소모임이 만들어지고, 플라자가 활성화되면, 인터넷 세계의 '진보 골목'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진보네트워크는 길을 닦고, 건물을 만들고, 내부 공사를 할 것이다. 이 안에서 어떤 공동체를 형성해나갈 것인지는, 이 골목에 모여든 여러분의 몫이다. 진보 골목이 진보 대로로 확장되면, 이 도시의 근본 구조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지난 11월 14일, 진보네트워크센터가 공식적으로 창립한지 정확히 2년이 되는 날, 진보네트워크센터는 PC통신 참세상을 무료화했다. 지난 2년 동안 진보네트워크는 사회운동의 포털 사이트(인터넷을 항해하기 위한 관문이 되는 홈페이지)인 진보네트워크 홈페이지(http://www.jinbo.net)와 함께, 사회운동의 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었던 PC통신 참세상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PC통신 참세상은 월 4,950원의 이용료를 받고 있었다. 이 이용료가 진보네트워크의 유지를 위한 재정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무료화를 추진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현재 인터넷 이용자가 1600만에 이른다고 한다(한국인터넷정보센터 통계). 물론 아직도 (특히 지방에서는) 컴퓨터와 통신을 사용하기가 무척 어려운 곳이 많으며, 인터넷 사용률도 떨어진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사회전반적인 정보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인터넷이 정보를 찾는 공간에서 사람들 삶의 부분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의견을 교환하고, 기쁨과 슬픔을 나눈다. 기존에는 커뮤니티(공동체)의 역할을 천리안이나 나우누리같은 PC통신이 담보했지만, 점차 다음(http://www.daum.net), 프리첼(http://www.freechal.com) 등 인터넷상의 커뮤니티 사이트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진보네트워크의 결론은 진보적인 사회운동 역시, '사회운동의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운동진영도 몇 년간의 정보화 열풍(?) 속에서 이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단체가 꽤 늘어났지만, 아직 '투쟁속보'와 '공문서'의 빈약함 속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투쟁속보와 공문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형식적'인 홈페이지 운영 속에서, 각 단체, 노조의 홈페이지들이 이용자의 삶에 깊이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운동의 공동체
그렇다면, 무엇이 사회운동의 공동체인가?
먼저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나을 듯하다.
'철수'는 회사원이며, 사회진보연대의 회원이다. 그는 아침마다 조간신문을 읽는 것과 함께, 사회진보연대의 홈페이지와 진보넷을 방문한다. 보수 일간지에서는 볼 수 없는 각 사회운동 영역의 소식들과 투쟁속보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소식들을 접하며, 평온한 회사 분위기와는 다르게, 아직도 열악한 상황 속에서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이 있음을 새삼 실감한다. '컬럼'란에는 사회의 여러 현안에 대한 컬럼이 올라와 있다. 사회진보연대의 것만이 아니라, 단체별, 운동영역별로 컬럼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여러 사회운동 영역의 진보적 인사들이 쓴 컬럼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하종강 선생님의 컬럼은 역시 정곡을 찌르는군!" 철수는 이제 자유게시판과 회원방을 둘러본다. 그는 자유게시판의 자유로움도 좋지만, 회원들만의 공간인 회원방에서 솔직함과 편안함을 느낀다. "지난 '회원의 날'행사에서 처음 보았던, 아무개 회원이 오늘 아침에는 시 한수를 올려놓았군. 꽤 문학적 감수성이 있는 친구군. 그 친구 다시 보게 되는걸?" 사무국 게시판에 들어가보니, 각 팀의 사업진행 상황들이 올라와 있다. 상근하는 것도 아니고, 바쁜 회사일로 자주 사무실에 들르지는 못하지만, 사무국 게시판을 보면 대강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의 다음 코스는 영화 동호회이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영화동호회가 있지만, 철수가 진보넷의 영화동호회를 좋아하는 이유는 좌파적 시각에서 예리하게 분석한 영화평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독립영화에 대한 소식도 자주 올라온다. "다음 달에는 노동미디어 행사가 있구나. 저녁 시간을 비워놔야겠는걸?"
철수는 홈페이지만큼이나 인터넷 전자우편을 많이 사용한다. 회사 업무에 관계되는 편지와 함께, 진보넷 메일링리스트에서 오는 편지들도 있다. 그는 사회진보연대와 인권운동사랑방의 메일링리스트를 통해서, '사회화와 노동'과 '인권하루소식'을 받아본다.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IPLeft' 메일링리스트를 통해, 지적재산권에 대한 토론을 하는 것도 재미있다. 최근에는 '선언문'에 대한 토론이 되고 있어서, 그도 자신의 의견을 메일로 보내주었다.
업무시간 중에 진보넷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아는 친구와 '쪽지'를 주고받는 것도 그의 은밀한 재미다. 오늘은 접속해보니, 영화동호회 회원인 김모씨가 있다. 그와 최근 진보넷 플라자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에 대해서 쪽지를 주고 받으며, 의견을 나누고, 자신의 관점에 대해 다시한번 고민을 해본다.
오늘 저녁 그는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 진보넷 '동지찾기'를 통해서, 예전 학생운동을 함께 하던 친구가 메일을 보내온 것이다. 회사가 부근이라, 퇴근 후 만나서 회포를 풀기로 했다. "음…오늘 밤 '참세상 방송국'은 못 듣겠군. 아니, 어쩌면 술 한잔 걸치고, '구닥다리 노래창고'를 뒤적거릴지도 모르겠다."
'진보골목'을 만들자!
이러한 사회운동 공동체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첫째, 각 단체의 홈페이지 기획이 이러한 전망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둘째, 각 단체의 홈페이지가 좀 더 긴밀하게 엮여져야 한다. 꽤 인지도가 높은 단체의 홈페이지의 경우, 게시판이 활성화되기는 했으나 단체에 대한 의견, 비판 등이 주를 이루고 있을 뿐, 이용자 사이의 공동체가 형성된 것은 아니다. 혹은 '다음'이나 '프리첼'과 같은 커뮤니티 안에 간혹 '진보적 소모임'들도 개설되어 있다. 하지만, 상업적 커뮤니티 사이트 안에 이러한 진보적 소모임들이 몇 개 모여있다고 해서, 진보적 공동체의 풀(pool)이 형성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한 단체의 내부적 소통이라면 어떠한 공간 속에 숨어있어도 관계없겠지만, 단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진보적 '풀(Pool)'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진보적 단체, 소모임, 동호회 등이 모여야 한다.
물론 이 말이 '물리적으로' 하나의 서버 안에 있어야 한다든가,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만 모이는 어떤 폐쇄적 공간을 형성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인터넷은 드넓은 바다이지만, 또 그 안에는 어떠한 '길'이 형성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길을 따라 돌아다닌다. 마치 오프(off) 공간에서 패션 골목, 떡볶기 골목, 전자상가 등이 형성되는 것처럼.
인터넷 상의 '진보 골목' 안에서 사람들은 내부적인 소통뿐만 아니라, 그를 뛰어넘어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진보적인 담론을 만나며,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형성하게 된다. 각 단체는 이용자들을 단체 주변으로 묶어두려고 하지 말고, 이용자들에게 적절한 소스와 활동공간을 제공하면서, 이러한 진보적 '풀'을 활성화하는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한다.
코드명, '1114'
진보네트워크는 이러한 '진보 골목'의 터닦기를 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원대한 프로젝트의 코드명은 '1114'이다. 11월 14일, 진보네트워크 창립 2주년을 기점으로, 사회운동 공동체 형성을 선언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 두 가지 중요한 방향이 결정되었다. 첫째는 PC 통신 참세상의 무료화, 둘째는 PC 통신 참세상의 웹으로의 연동이다.
공동체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우선 관심있는 사람들이 보다 많이, 보다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내실있는 공동체 형성에는 능력있는 공동체 운영자,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 적절한 기능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우선 사람들이 모여야 자생적인 공동체라도 형성될 수 있는 법이다. 이런 측면에서, 기존 PC통신 참세상은 '사회운동 공동체' 형성에 몇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첫째는 이용료 4,950원이 많은 돈은 아니지만, 참세상에의 접근을 막는 하나의 장벽이었다. 예를 들어, 100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단체가 참세상에 포럼을 만들고,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100명의 회원이 참세상에 가입해서 이용료를 납부하도록 강제(?)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 환경에서 대부분의 커뮤니티들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을 생각하면(물론 이것은 벤처와 공짜열풍 속에서 만들어진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 아무리 적은 액수라도 장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참세상 무료화는 이런 맥락에서 단행된 조치이며 이번 무료화를 기점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세상에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진보네트워크의 재정에는 일시적으로 구멍이 생긴다. 진보넷은 이를 회원을 통해서 해결해나갈 예정이다. http://www.jinbo.net/member/)
둘째는 사람들의 통신 이용환경은 점차 인터넷(웹)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데, 기존 참세상은 PC통신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존 PC통신의 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터넷(웹)을 통해서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간단히 얘기하면 이렇다.
PC 통신 참세상을 무료화하고, 웹으로 연동함으로써, 이제 누구나 자유롭게 참세상에 가입하여 소모임이나 단체 포럼을 만들고, 동호회에 가입하고, 자신만의 공간인 꼬마게시판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웹을 통해서도 글을 읽고, 쓸 수 있으며, 인터넷 메일을 보낼 수도 있다. 현재 접속해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고, 쪽지를 보낼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기능을 통해 각 단체도 지원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홈페이지를 만들 여건이 되지 않는 단체도, 참세상에 사회단체포럼만 개설하면 인터넷 홈페이지를 갖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이에 더하여, 웹호스팅을 신청한 단체에게는 진보달력, 설문 및 투표 프로그램, 뉴스웹진 프로그램 등 단체 활동에 필요한 기능들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제, 이 터에 사람들이 모이고 소모임이 만들어지고, 플라자가 활성화되면, 인터넷 세계의 '진보 골목'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진보네트워크는 길을 닦고, 건물을 만들고, 내부 공사를 할 것이다. 이 안에서 어떤 공동체를 형성해나갈 것인지는, 이 골목에 모여든 여러분의 몫이다. 진보 골목이 진보 대로로 확장되면, 이 도시의 근본 구조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