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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3.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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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안적 망상과 재산증식의 욕망

언론사 우리사주제의 실제

이승철 | 회원,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편집국
<b>세무조사, 언론개혁의 시발?</b>

국세청 언론사 세무조사 발표를 시작으로 소유구조 개편을 비롯한 언론개혁 논의가 수면 위로 올랐다.
국세청은 지난 1월 31일 서울소재 중앙일간지들과 방송4사, 일부 지방지를 대상으로 정기 법인세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1994년 첫 언론사 세무조사 이후 7년만의 일이며, DJ의 '언론개혁' 발언 이후 보름만의 일이다. 국세청은 2월 8일부터 SBS 51명, 조선일보 50명을 비롯, 총 4백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각 언론사의 광고·판매·이자수입, 각종 수당과 상여금 등이 적절히 계상됐는지 여부와 함께 계열회사 간 자금거래, 지분변동조사 등을 조사하고 있다. 국세청에 이어 일명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도 2월 7일 언론사 조사방침을 전격 발표했다. 이 역시 1993년 이후 첫 대규모 조사다.

언론개혁과 세무조사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됐다.
가장 먼저 반발하고 나선 곳은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언론특위를 구성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서며 언론개혁 문제를 정쟁으로 몰고 갔다. 이어 조선, 중앙, 동아 등 족벌언론을 필두로 하여 언론계 일각의 강한 반발이 연출됐고, 여기에 노무현 장관이 '전쟁불사'에 '조폭언론'을 첨가한 메가톤급 발언으로 기름을 들이부었다.

2월 14일부터는 '시사저널'이 단독보도한 '여당 언론문건' 공방이 이어졌다. 출처부터 논쟁거리가 됐던 이 문건은 집권여당이 일간지를 친여·중립·반여로 구분하고(과연 언론의 보도태도를 분석하지 않는 정치세력이 있을까?), 언론개혁을 위해 정공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극히 원론적이고 평범한 문서 하나가 정국의 중심에 서 버렸다.

언론사 세무조사의 순기능과 역기능 등 그로부터 파생되는 수많은 논의(동의 여부까지)를 일단 접어둔다면, 어쨌든 이번 조사 결과가 언론개혁의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게 사실이다. 세무조사 자체가 여론화되면서 현재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정간법개정안 통과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며, 언론의 병폐와 부패, 반사회적 기능 등이 민중적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b>현실의 '편집권 독립'문제, 뭔가 허전하다</b>

언론노련 등 노동·사회단체들이 공동입법청원한 정간법개정안의 골자는 크게 두가지다. 언론사 소유구조개편과 편집권 독립조항 신설이 바로 그것인데, 이 역시 논쟁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소유 독점의 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우리나라 언론왜곡의 역사가 현재의 지면을 낳았기 때문이다. 일부 계급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이 마치 '불편부당'한 중립의 시각인양 이해되어 왔고, 그 사실이 웅변하는 본원적 문제가 여전히 현존하기 때문이다. 사실 '언론의 정치적·계급적 중립'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소유구조가 제 아무리 좋은 방향으로 재편된다고 하더라도, 언론에 대한 본원적 성찰과 전민중적 공분에 따른 실천적 개입이 없는 한 실질적 '개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도 만만치만은 않다. 우리가 언론사에 가졌던 불만들 중 많은 부분이 '사실보도'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는 해당 언론사가 기사가치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한데, 일선 기자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얼마전 언론노련이 우리나라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간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93.4%가 '절실하다'고 답한 이면에는 이런 사실이 숨어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사주 1인이 거의 절대다수에 해당하는 방대한 주식소유를 무기로 인사권을 독점하면, 글쓰는 일 말고 별다른 재주가 없는 기자들은 사주의 눈치를 보게 마련이다. 이러한 '자기검열'은 결국 편집권의 사주 전횡으로 외화되고, 사실보도와 올바른 해설을 지면에서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물론 5공화국부터 시작된 일부 언론사의 '고임금 정책'을 통한 분할통제도 이것에 한 몫을 한 게 사실이지만, 역시 핵심적인 부분은 '1인(또는 一家)지배체제와 이로부터 기인한 '편집권 독립'이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

이에 정간법개정안은 1인 또는 1가의 주식소유를 30%로 제한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소유제한이 언론개혁의 완성이 될 수는 없겠지만, 사실보도나 편향보도를 막을 수 있는 한 기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자, 여기까지는 좋다. 필자도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무언가 허전하다. 소유를 제한한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없기 때문이다.


<b>우리사주제, 대안인가 당근인가</b>

이에 대한 언론운동계의 주류적 대안은 다름아닌 '우리사주제'다. 족벌·재벌 사주의 소유권을 제한한 뒤에 현존하는 조합원과 임원을 포함한 전사원 모두가 일정부분씩 출자를 해서 주식을 매입, 우리사주조합이 경영권을 가질 수 있는 만큼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안이다.
언론사에서 우리사주제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한 사례 역시 실존한다. 경향신문은 1998년 최대주주였던 한화가 경영포기선언을 한 뒤에 희망퇴직과 우리사주제를 동시추진한 결과 현재 주식의 100%를 '우리사주조합'이 소유하고 있다. 문화일보도 현대에서 분리된 이후 우리사주조합이 전체지분의 38.46%를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 비상장 중앙언론사 중 우리사주조합이 결성된 언론사는 한겨레(5%) 한국경제(2%) 매일경제(20.79%) 스포츠서울21(6%), SBS(1.3%) 등이 있다. 또 한국일보는 족벌신문 중 유일하게 회장 소유주식 중 10%를 사원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며, 대한매일은 소유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우리사주조합에 34%의 지분을 배정한다는 계획이다. 역시 소유구조 개편 논의가 한창인 연합뉴스도 대한매일과 같이 높은 지분율은 아니더라도 우리사주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언론사 우리사주조합 결성률이 타산업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이유는 족벌사주가 사주조합으로부터의 경영간섭에서 자유롭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반면 많은 언론사들은 노동자들에 대한 당근정책으로 인터넷 자회사주식을 양도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실제로 조선일보(디지틀조선일보 30%), 중앙일보(조인스닷컴 10%), 경향신문(경향닷컴 5%), 한국경제(한경닷컴 5%), 동아일보(동아닷컴 5%), 매일경제(매경인터넷 20%), MBC(iMBC 30%) 등이 유·무상 주식양도를 마쳤거나 진행 또는 준비 중이다. 국민일보도 지난해 스투닷컴의 주식을 평균 300주 가량씩 배분받았다. 스투닷컴 주식은 액면가의 5배인 2,500원에 배당됐다.


<b>고통전담과 노동유연화의 아이러니</b>

이러한 언론사들의 우리사주 배당 열풍은 구제금융 직후인 지난 1998년 이후부터 활발해 지기 시작했다. 이미 언급된 100% 사원주주의 경향신문과 38%의 문화일보가 그 대표적 사례. 이 회사들은 최대주주였던 한화와 현대가 소유포기를 선언하면서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우리사주제를 활로로 삼았던 경우다. 즉 사측으로서는 망하지 않기 위해 회사의 모든 정보를 공개했고, 노조 역시 폐간 등의 극단적 상황을 피하기 위해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을 받아들인 것 - 그 중간 즈음에 우리사주제가 자리잡았던 것이다.
다른 언론사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각 신문사들이 회사경영구조가 건실할 때에는 노조의 경영참여를 허용하지 않다가 경영난이 가속되자 자발적으로 경영자료를 공개하는, 이른바 '사측의 경영위기 호소책' 수준에서 우리사주제 등이 도출된 것이다.

또 다른 경우는 이른바 '성과급'으로 주식이 지급되고 있는 현상이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대부분의 족벌언론사들이 자사 주식보다는 인터넷계열사의 주식을 양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또 대부분의 주식양도가 유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경제는 1993년 우리사주조합을 결성한 후 매달 적립금을 마련, 1994년 증자시 자본금 1백20억의 2.5%인 3억원을 출자하면서 종업원지주제를 도입했다. 다른 회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인데, 문화일보의 경우 지난 1998년 퇴직금 38억원을 우리사주조합에 출자했었으며, iMBC의 주식도 액면가인 5,000원에 양도됐다. 스포츠서울도 마찬가지다.

당시 스포츠조선 노조의 한 관계자는 "주식배분시 사원들의 사기진작과 노력의 대가를 지불한다는 의미에서 액면가 배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경영권 확보와는 전혀 동떨어진 자산개념으로 우리사주가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동아일보의 경우 좀 더 노골적으로 나서서 창간 80주년 기념으로 '동아닷컴' 주식 10만주를 사원들에게 배분하며 매도금지기간마저 설정하지 않아 손쉬운 매매를 가능케 했다.
한 언론사의 노조위원장은 "언론의 독립과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조가 우리사주나 사원주식의 형태를 요구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원들이 돈 때문에 인터넷자회사의 주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언론노동운동 진영 자체가 조합원들의 재테크 요구에 밀려 그나마 제목소리(그것이 옳고그름을 떠나서!)조차 내지 못하는 현실의 반증이다.

또 다른 폐단도 드러났다. 지난 1990년대 중반, 한국경제신문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상황에 직면했다. 당시 한경의 우리사주 지분은 2.5%로 약 3억원에 달했다. 이후 대규모 증자가 몇차례 거듭돼 회사 자본금이 두배로 상승하면서 우리사주조합은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은행대출 등을 통해 6억원을 마련, 조합원들이 이를 벌충해 나갔었다. 별 실익없는 우리사주제도와 불투명한 기대이익을 존속시키기 위해 임금의 일정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우리사주제도의 핵심은 '취득을 위한 자금조달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며, 이것이 올바르게 해결될 때만이 집단적 소유개념이 정착될 수 있다. 우리사주제도는 근본적으로 개별소유·이익배당 개념과 거리를 둬야 하는 제도다. 이는 사실 매우 높은 수준의 계급의식과 집단소유에 대한 관점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앞서와 같이 '노'의 재테크 욕망과 '사' 의 '증자·노동유연화 욕구'가 교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주식시장 잠식'이 아닌 '활성화' 관점 하에 실시되는 우리사주제라는 이름의 사생아는 그 시작부터가 경영권 참가란 의미를 담기에는 부적절한 그릇이다. 오히려 '주인의식'이라는 허울좋은 명분 아래 노동유연화와 고통전담을 요구받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b>우리사주제는 목적이 아니라 전술일 뿐</b>

그렇다면 이렇게 태어난 우리사주제가 현실에서 발휘하고 있는 힘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문화일보 경영진은 지난해 6월 '주주총회'에서 이영일 현대그룹 PR본부장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이러한 인사조치에 대한 분석은 '광고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현대와의 관계를 끊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광고시장이 얼어붙은 속에 판매대금보다는 광고료에 의존해 경영할 수밖에 없는 우리 신문시장에서, 문화일보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 있었던 최후의 안이었다는 것이다. 직원의 1/3이 퇴사하고 퇴직금까지 출자하며 현대와의 분리를 추진해온 문화일보가 이러한 인사를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였을리 만무하다.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김진현 문화일보 사장은 이 부사장 임명이 초래할 수 있는 문화일보 독립언론 위상과 이미지 훼손 우려를 불식시키도록 임명책임자로서 독립경영기반 구축을 위한 장단기 대책과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성명서 뿐이었다. 총주식의 38%를 확보하고 있는 우리사주조합은 재벌의 경영참여(그것도 경영실패로 한차례 물러난 바 있는 재벌사 고위간부의)가 '주주총회'를 통해 이뤄지는 과정을 두 눈 뜨고 볼 수밖에 없었다. '대상자 선정에서 선임까지 5일밖에 여유가 없어 조합의 의견을 모을 겨를이 없었다'는 주위의 설명은 궁색하다 못해 어이없기까지 하다.
뿐만이 아니다. 독립언론의 핵심이 '경영'과 '편집'이라고 할때, 문화일보는 편집에서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 6월 현대사태가 불거지고 3부자 퇴진 등이 쟁점화되기 시작할 무렵, 현대와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문화일보와 한국경제신문은 '단기채권시장이 마비된 상태에서 일부 금융기관들이 마구잡이로 채권을 회수한 것이 현대사태의 핵심원인'인 것으로 보도했다. 특히 문화일보는 5월 26일 정몽헌 현대그룹회장의 긴급자금지원요청이 있던 날 1면 <현대 '유동성사태' 급속 진정>에서 "정부당국과 금융계는 채권은행의 자금지원과 현대측의 지속적인 자구노력으로 급속히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3면 <현대 시련있어도 위기는 없다>, <수습나선 현대 '믿어달라'>, 10면 <현대 불안요인 해소됐다-재계평가> 등에서도 현대사태가 급속히 안정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자동차서비스(주)가 대주주인 한국경제신문 역시, 같은 날 3면에서 <현대 자금사정 문제없다>, <일부그룹 루머 근거없어-이용근 위원장 일문일답>, <영업호조…자금난 곧 해결-김경림 행장 일문일답>, <일부사 자금악화, 시장불신서 초래-정몽헌 회장 일문일답> 등에서 큰 문제가 아니라는 듯한 기사를 내보냈다.

그나마 경영개입에 성공한 경우는 한겨레 수준이다. 한겨레는 1998년 사측과의 협상에서 노조측의 감사 1인 추천권과 사외이사 후보 1인 선임권을 확보했다. 한겨레는 이외에도 최고영영회의인 이사회에 노조위원장이 사원대표 자격으로 참석, 발언권을 행사하고 대표이사 사장도 사원 직선제로 선출하는 등 경영참여의 공간이 다른 신문사에 비해 넓은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이런 정도가 가능했던 까닭은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먼저 △한겨레는 주식공모 방식을 통해 창간된 이른바 '국민주' 회사라는 점과 △사원주주는 5%에 불과하지만 가족 등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을 합할 경우 더욱 증가한다는 점 △61,820여명에게 주식이 분산돼 이른바 '족벌주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등 여러 가지 근거가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언론사 노조 중에서는 그나마 높은 투쟁력과 계급의식을 보유하고 있는 한겨레 노조의 역량 때문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겨레에도 시련은 있다. 한겨레는 작년 말 상여금 600% 중 미지급분 100% 지급을 둘러싸고 노사간 갈등을 빚었다. 한겨레 사측은 경영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무급휴직과 퇴직금 출자전환 등을 언급했고, 노조는 무급휴직과 같이 조합원들의 고용불안과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못박았지만, 결국 이 제도들은 대부분 시행 중이다.
노동자의 경영통제는 의사결정 단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이는 지속가능한 조건이어야 한다. 문화일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지분율이 경영권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이유는 주주총회라는 제도 자체가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겨레로부터 배울 수 있는 한가지 교훈은 기업내의 노사관계 속에서 노동자측이 우위를 확보한 속에서만이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사주제도는 이 전제가 충족된 속에 배치될 수 있는 하나의 전술적 방법일 뿐이며, 전산업적·계급적 혜안을 놓친 채 이 제도에 매달리게 되는 그 순간부터 노동자는 그간 투쟁으로 확보해 온 민주적 기제와 권리들을 하나 둘씩 포기해야 한다.


<b>본말이 전도된 민영화논리</b>

최근 들어 정부소유 언론사의 소유구조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바로 대한매일신보와 연합뉴스. 대한매일이 앞서 살펴본 '우리사주' 형태를 골격으로 잡고 있다면, 연합뉴스의 경우 약간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사가 공동으로 구성한 '소유구조개편위원회'에서 내놓은 안의 골자는 설립당시의 자본금(13억원)에 맞춘 13만주의 회사주식을 할증발행해 새로운 주주를 영입함으로써 KBS와 MBC가 갖고 있는 연합뉴스에 대한 지분율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즉, 300% 증자를 통해 현재 74.49%에 이르는 양 방송사의 지분을 18.67%까지 떨어뜨려서 자연스럽게 지분구조를 변경하고, 통신회사와 같은 '공공적 성격을 같는 대주주' 영입과 우리사주제도 등을 실시해 소유분산을 이룬다는 이야기다. 연합뉴스는 이를 속칭 '공공적 민영화 방안'이라고 부르고 있다.
신문사와 달리 방송과 통신은 '공공성' 개념을 준거로 해야 한다. 방송의 경우 공중파 자체가 제한된 자원으로서 민중의 재산이라는 측면에서 그렇고, 통신의 경우 국가정보기간산업으로 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좌파적 전통(?)이 남아있는 유럽 몇몇국가의 경우 특별법 등을 통해 국영통신사제도를 두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민영화와 동시에 예측되는 전제료 인상은 현실조건 상 연합뉴스를 많이 받아쓸 수밖에 없는 지방지와 소규모 언론사의 경우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고, 심할 경우 지방지의 고사는 물론 거대족벌중앙일간지의 정보독점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일부 진보적 학자들 사이에서 연합뉴스의 민영화 추세를 우려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현재도 공기업적 성격을 많이 갖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연합뉴스에 필요한 것은 공기업적 체계를 유지시키면서 경영과 운영에 대한 실질적 통제방식을 현실화시켜내는 투쟁이다. 연합뉴스가 사장선임 때마다 앓아왔던 '낙하산 인사' '친정부 논조'의 문제도 그 사안의 반동성이 문제되는 것이지, 이를 '공기업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해석이다. 관료적 경영과 비민주적 운영의 문제들은 '노동자 통제'가 가능하다면 당연히 해결될 문제다. '우리사주'가 필요할 리도 만무할뿐더러, '민영화'가 숨 쉴 공간도 없다.


<b>불가능을 가능케할 비타협적 투쟁으로</b>

'언론'이라는 영역은 '정보'와 '여론'을 생산한다는 면에서 타산업과 많은 차이를 갖고 있다. 누구도 이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논리가 노동자 통제와 사회화 자체를 부인하진 못한다. 인건비가 회사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때, '임금'은 당연히 '경영에 관한 사항'이다. 노동자들이 자본가들과 '임금협상'을 벌일 수 있기까지에는 수많은 선배들의 피와 치열한 투쟁들이 있어왔다. '편집국장 추천제·직선제' 논의가 처음 불거져 나왔을 무렵, 사측의 한결같은 반응은 '인사권 침해'였다. 지리한 경영권 논쟁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를 쟁취해 낼 수 있었던 것은 부산일보의 총파업 등을 통한 비타협적 투쟁 뿐이었다. '우리사주제도 없이 어떻게 경영에 참가할 수 있겠는가'를 되묻는 사람들이 이러한 역사들을 곱씹어 봤으면 한다.

물론 소유구조 문제의 해결이 전체 언론의 정상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로부터 파생되는 편집권 독립의 문제, 정보독점을 가속화하는 판매시장 정상화의 문제 등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은 산적해 있다. 다만 소유구조 개편·제한은 이 작업들을 해나가기 위한 선차적인(그러나 필수적인) 조건이다.
고용안정과 임금확보를 시작으로 족벌의 소유제한 등을 통한 경영참가와 공동결정을 이뤄내야 하며 산업적 혜안을 갖춰 거시적 정책결정의 주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회사'라는 좁은 시야에 갇혀 '노사협의회'나 '우리사주제' 등의 매력에 너무 깊숙이 탐닉할 때 경영 참가는 물론 노동자 계급의 발전 역시 저해될 뿐이다.
고개를 갸웃할 필요는 없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은 그렇게 '보일' 뿐, 실제로 불가능하지 않다.
주제어
노동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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