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주의@school.com
<b>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b>
"신자유주의적 구조정책이 가속화`되면서 교육 등 공공영역에 대한 정부투자가 줄어들게되었다. 열악한 교육시설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제시되었다. 즉 정부를 대신해서 커뮤니케이션 계통에서 유명한 업체인 K-Ⅲ사가 학교에 비디오와 위성방송 수신용 접시용 안테나 그리고 학급당 1대꼴로 TV수상기등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기업에 물품을 제공하는데 공짜가 어디 있으랴? K-Ⅲ는 제공계약을 맺으면서 개별학교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학교가 문을 여는 매일 12분간 방송되는 프로그램(뉴스 10분, 광고2분)의 90%에 해당하는 시가동안 90%의 학생들이 시청해야 한다고…. 그 후 아이들은 새로운 장비를 이용하는 대가로 그들이 원하지도 않는 프로그램을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매일 시청하게 되었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폐해로 나타나게될 결과를 예견하고 상상한 것이 아니다. 지난 1990년대부터 미국의 여러 주에서 시작된 교육개혁의 상징물인 Channel 1에 대한 이야기이다. 교육에 대한 국가지원이 줄어들게 되면서 미국의 교육은 황폐해졌고, 더 양질의 교육을 받기 위해 각급 학교는 고육지책으로 교육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학교진출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광고주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구매자인 아이들을 대가로 말이다.
<b>한국판 Channel 1-한미르</b>
Channel 1 이야기, 이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정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한국판 Channel 1이 최근 우리 주변에도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지난해 1월 김대중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지식기반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 학교정보화를 시급히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였고, 이에 발맞추기라도 하듯 교육부는 컴퓨터 교실의 확충, 교사 1인당 1PC 지원 등을 골자로 한 교육정보화 사업을 당초보다 2년 앞당겨 2000년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지난 7월 27일 문용린 교육부장관, 안병엽 정통부장관 그리고 이계철 한국통신사장은 초·중·고등학교 인터넷 통신료 무료지원을 위한 합의서에 서명하였다. 교육인적자원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통신과의 협약으로 향후 5년간 470억원 이상의 국가예산을 절감함과 동시에 도·농간의 정보격차를 해소함으로써 국민 정보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효과를 나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다.
관계부처의 발빠른 움직임의 결과, 지금 현재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95%가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를 완료한 상태이라고 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학교에 망을 깔아주는 사업이 뭐가 어떻길래 아이들을 상업화의 대상으로 삼은 앞의 예와 유사하다고, 나는 주장을 하는 것일까? 여기서 한가지 기억해야 할 말이 있다. '이 세상엔 공짜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대가로 주무부처와 한국통신은 초고속인터넷망을 제공한 것일까? 그것도 5년간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말이다. 지난 9월 서울시 교육청과 경상남도 교육청에서 각급 학교에 보낸 공문에 그 답은 나와 있다.
공문에 의하면 인터넷 서비스 혜택을 받기 위해 전체 학생, 교사가 한국통신 교육포탈-한미르-이 제공하는 이메일을 이용해야 하며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컴퓨터에 한국통신이 제공하는 접속용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한미르 회원으로 가입하고 이메일을 만들라는 것, 이는 결과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10여 가지의 개인신상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한국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마땅히 국가로부터 제공받아야 할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 자신의 신상명세를 팔아야 한다. 이것이 한국판 채널1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b>학교 속 이야기-일그러진 정보화의 자화상</b>
교단 선진화라는 미명하에 상업적 수익의 대상이 된 교사와 학생들은 그 혜택을 얼마만큼 누리고 있을까? 과연 현재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일까? 이와 같은 사업이 진행된 학교의 한 교사분에 의하면 일단 정부의 이와 같은 지원정책으로 교무실에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리고 컴퓨터가 더 좋은 것으로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구들이 실제 수업에 잘 활용되고 이러한 사업을 통해 교육의 질이 향상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지금 학교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수십 대의 컴퓨터가 아니라고 답했다. 정작 지금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도서관이며, 한 대의 컴퓨터를 이용한 수업을 할 수 있는 빔프로젝터라고 대답한 것이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의 한 연구결과는, 어떠한 쌍방향적인 미디어를 이용한 교육도 교사와 학생이 대면하는 전통적인 교육방식의 교육적 효과와 교육주체간의 상호작용적 교육문화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전사회적인 차원의 정보공유에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학교교육이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 교육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컴퓨터로 대변되는 첨단부분의 정보화가 아니라는 점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서 연구결과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교육정보화는 이처럼 현장의 속마음과는 무관하게 그 효과도 입증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
<b>국가 영역의 축소- 시장과 경쟁논리에 흔들리는 교육</b>
정보화의 효과에 대한 검증이 마무리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인 교육인적자원부는 현행법을 무시하면서 왜 이렇게 무리해서 이 정책을 시행하려는 것일까?
그 답은 사회전반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바람 속에 나타나는 교육을 둘러싼 여러 변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형성·발전되었던 공교육은 공공의 권리로 여겨지기보다는 자유시장 경쟁의 원리 따라 시급히 편입되어야 할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 자기주도학습, 수준별 학습, 자립형 사립고교 등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시장주의적 교육개혁의 결과 그동안 이를 담당하였던 국가의 역할은 축소되고 누구에게나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공교육의 근본이념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위기에 처한 공교육의 이념 대신 경쟁주의와 시장의 원리가, 축소된 국가 대신 기업이 그 자리를 서있다. 작년 9월에 발표된 교육정보화계획(안)을 보면 3조가 넘는 자금이 투여되는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민간 자본의 유치가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것은 위 주장을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B>학교 그 광활한 시장을 향하여</B>
교육영역에 대한 시장주의적 정책! 이는 또한 한국의 각 기업들은 너무나도 기다려왔던 바였다. 잠재적 소비자들이 공급되는 엄청난 시장이었기에 기업에게 학교는 언제나 언제가는 잠식해야 할 시장이었다. 공공영역이라는 언명 속에 쳐져있던 장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기를 요구하고 이를 기대해 온 것은 바로 기업이었다. 특히 포털 사이트로 대변되는 IT 업체들의 경우 사이트 회원 수에 따라 수익 구조나 기업가치가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시장을 누가 장악할 것인가?"하는 문제는 각 기업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통신 그리고 한미르의 학교시장으로의 진출, 인터넷 사업과 이동통신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한국통신의 전략은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
교육부와의 협정체결 이후 10월의 한 언론기사에 의하면 한미르는 회원 가입수가 600만명을 넘어섰다. 한미르 약관에는 탈퇴규정이 없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미르가 국내 최고의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된다. 한미르의 성공은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대규모의 회원들에게 유료화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교육부로부터 용인받음으로써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새로운 인터넷 사교육 시장을 선점하게 되었다. 결국 한미르는 교육예산을 필요로 하는 국가의 관장하에 학교라는 광활한 시장을 점령한 개척자(!)가 된 것이다.
<b>왜곡된 교육정보화 논리 속에 무너지는 공교육의 이상</b>
공공기관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로 빚어진 한미르 사태. 이를 근원적으로 바라보면, 신자유주의적 시장개혁 속에서 국가의 지원 아래 학생과 교육기관을 수익대상으로 전락시켜 나타난 결과에 다름 아니다. 정보화 지식기반사회라는 담론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교육영역의 시장화는 현재 위기에 처한 학교, 그리고 공교육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학교정보화 예찬론자들이 이야기하듯이 현재 위기에 빠진 공교육을 살리고 보편적 권리로서의 교육의 권리를 보존하게 되는 데 지름길인가? 이번 사태는 이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한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하게 '아니다'이다. 물론 수요자 중심의 교육, 자기주도 학습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학습패러다임이 계속해서 현재의 교육을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 초고속망과 같은 새로운 기술발달에 토대로 쌍방향성과 개성을 강조하는 지식기반사회 또는 정보화 예찬론은 이러한 패러다임을 뒷받침해주는 주요한 무기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와 같은 주장 속에, 사회에서 가장 소외받는 계층을 위한 교육을 지향하는 공교육의 이상은 더 이상 그 자리를 찾을 수가 없다. 유료화된 인터넷 사이트를 비롯한 사교육시장의 범람, 사회의 모든 계층에게 주요한 정보전달의 기능을 담당해왔던 학교의 쇠퇴는 이와 같은 현상을 더더욱 부추길 것이다.
전통적인 공공영역으로서의 교육영역에 시장의 논리가 침투하면서 나타날 결과는 무시무시하다.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진행된 여러 나라에서, 계층에 따라 자신이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질이 달라지고 자신이 선택했던 대학이 달라졌듯이, 한국사회에서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교육의 질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교육결과의 차이는 대학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한국사회에서 최종적으로는 계급귀속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b>진정한 의미의 교육정보화를 바란다</b>
시민혁명 이후, 프랑스와 영국의 민중들은 교육기회의 확장을 요구하였으며 그 결과 학교로 대표되는 공교육체제가 완성되었다. 이렇듯 학교는 오랜 기간 동안 민중들에게 사회의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전사회적인 정보유통을 담당하는 중요한 기구였다. 하지만, 컴퓨터로 대변되는 첨단부분의 정보화가 판을 치는 지금, 전통적인 정보화 담당기구였던 학교는 이제 사라져야한다는 주장이 여기저기 제기되고 있다. 교육이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면 그리고 정보화가 이들 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의 이해와 시장의 논리에 따라 들어오는 컴퓨터나 초고속 인터넷망이 아니다. 공공의 권리로서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그리고 계급적 차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교육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일.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교육정보화가 아닐까?
"신자유주의적 구조정책이 가속화`되면서 교육 등 공공영역에 대한 정부투자가 줄어들게되었다. 열악한 교육시설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제시되었다. 즉 정부를 대신해서 커뮤니케이션 계통에서 유명한 업체인 K-Ⅲ사가 학교에 비디오와 위성방송 수신용 접시용 안테나 그리고 학급당 1대꼴로 TV수상기등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기업에 물품을 제공하는데 공짜가 어디 있으랴? K-Ⅲ는 제공계약을 맺으면서 개별학교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학교가 문을 여는 매일 12분간 방송되는 프로그램(뉴스 10분, 광고2분)의 90%에 해당하는 시가동안 90%의 학생들이 시청해야 한다고…. 그 후 아이들은 새로운 장비를 이용하는 대가로 그들이 원하지도 않는 프로그램을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매일 시청하게 되었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폐해로 나타나게될 결과를 예견하고 상상한 것이 아니다. 지난 1990년대부터 미국의 여러 주에서 시작된 교육개혁의 상징물인 Channel 1에 대한 이야기이다. 교육에 대한 국가지원이 줄어들게 되면서 미국의 교육은 황폐해졌고, 더 양질의 교육을 받기 위해 각급 학교는 고육지책으로 교육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학교진출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광고주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구매자인 아이들을 대가로 말이다.
<b>한국판 Channel 1-한미르</b>
Channel 1 이야기, 이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정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한국판 Channel 1이 최근 우리 주변에도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지난해 1월 김대중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지식기반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 학교정보화를 시급히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였고, 이에 발맞추기라도 하듯 교육부는 컴퓨터 교실의 확충, 교사 1인당 1PC 지원 등을 골자로 한 교육정보화 사업을 당초보다 2년 앞당겨 2000년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지난 7월 27일 문용린 교육부장관, 안병엽 정통부장관 그리고 이계철 한국통신사장은 초·중·고등학교 인터넷 통신료 무료지원을 위한 합의서에 서명하였다. 교육인적자원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통신과의 협약으로 향후 5년간 470억원 이상의 국가예산을 절감함과 동시에 도·농간의 정보격차를 해소함으로써 국민 정보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효과를 나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다.
관계부처의 발빠른 움직임의 결과, 지금 현재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95%가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를 완료한 상태이라고 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학교에 망을 깔아주는 사업이 뭐가 어떻길래 아이들을 상업화의 대상으로 삼은 앞의 예와 유사하다고, 나는 주장을 하는 것일까? 여기서 한가지 기억해야 할 말이 있다. '이 세상엔 공짜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대가로 주무부처와 한국통신은 초고속인터넷망을 제공한 것일까? 그것도 5년간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말이다. 지난 9월 서울시 교육청과 경상남도 교육청에서 각급 학교에 보낸 공문에 그 답은 나와 있다.
공문에 의하면 인터넷 서비스 혜택을 받기 위해 전체 학생, 교사가 한국통신 교육포탈-한미르-이 제공하는 이메일을 이용해야 하며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컴퓨터에 한국통신이 제공하는 접속용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한미르 회원으로 가입하고 이메일을 만들라는 것, 이는 결과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10여 가지의 개인신상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한국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마땅히 국가로부터 제공받아야 할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 자신의 신상명세를 팔아야 한다. 이것이 한국판 채널1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b>학교 속 이야기-일그러진 정보화의 자화상</b>
교단 선진화라는 미명하에 상업적 수익의 대상이 된 교사와 학생들은 그 혜택을 얼마만큼 누리고 있을까? 과연 현재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일까? 이와 같은 사업이 진행된 학교의 한 교사분에 의하면 일단 정부의 이와 같은 지원정책으로 교무실에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리고 컴퓨터가 더 좋은 것으로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구들이 실제 수업에 잘 활용되고 이러한 사업을 통해 교육의 질이 향상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지금 학교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수십 대의 컴퓨터가 아니라고 답했다. 정작 지금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도서관이며, 한 대의 컴퓨터를 이용한 수업을 할 수 있는 빔프로젝터라고 대답한 것이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의 한 연구결과는, 어떠한 쌍방향적인 미디어를 이용한 교육도 교사와 학생이 대면하는 전통적인 교육방식의 교육적 효과와 교육주체간의 상호작용적 교육문화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전사회적인 차원의 정보공유에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학교교육이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 교육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컴퓨터로 대변되는 첨단부분의 정보화가 아니라는 점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서 연구결과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교육정보화는 이처럼 현장의 속마음과는 무관하게 그 효과도 입증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
<b>국가 영역의 축소- 시장과 경쟁논리에 흔들리는 교육</b>
정보화의 효과에 대한 검증이 마무리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인 교육인적자원부는 현행법을 무시하면서 왜 이렇게 무리해서 이 정책을 시행하려는 것일까?
그 답은 사회전반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바람 속에 나타나는 교육을 둘러싼 여러 변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형성·발전되었던 공교육은 공공의 권리로 여겨지기보다는 자유시장 경쟁의 원리 따라 시급히 편입되어야 할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 자기주도학습, 수준별 학습, 자립형 사립고교 등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시장주의적 교육개혁의 결과 그동안 이를 담당하였던 국가의 역할은 축소되고 누구에게나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공교육의 근본이념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위기에 처한 공교육의 이념 대신 경쟁주의와 시장의 원리가, 축소된 국가 대신 기업이 그 자리를 서있다. 작년 9월에 발표된 교육정보화계획(안)을 보면 3조가 넘는 자금이 투여되는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민간 자본의 유치가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것은 위 주장을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B>학교 그 광활한 시장을 향하여</B>
교육영역에 대한 시장주의적 정책! 이는 또한 한국의 각 기업들은 너무나도 기다려왔던 바였다. 잠재적 소비자들이 공급되는 엄청난 시장이었기에 기업에게 학교는 언제나 언제가는 잠식해야 할 시장이었다. 공공영역이라는 언명 속에 쳐져있던 장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기를 요구하고 이를 기대해 온 것은 바로 기업이었다. 특히 포털 사이트로 대변되는 IT 업체들의 경우 사이트 회원 수에 따라 수익 구조나 기업가치가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시장을 누가 장악할 것인가?"하는 문제는 각 기업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통신 그리고 한미르의 학교시장으로의 진출, 인터넷 사업과 이동통신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한국통신의 전략은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
교육부와의 협정체결 이후 10월의 한 언론기사에 의하면 한미르는 회원 가입수가 600만명을 넘어섰다. 한미르 약관에는 탈퇴규정이 없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미르가 국내 최고의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된다. 한미르의 성공은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대규모의 회원들에게 유료화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교육부로부터 용인받음으로써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새로운 인터넷 사교육 시장을 선점하게 되었다. 결국 한미르는 교육예산을 필요로 하는 국가의 관장하에 학교라는 광활한 시장을 점령한 개척자(!)가 된 것이다.
<b>왜곡된 교육정보화 논리 속에 무너지는 공교육의 이상</b>
공공기관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로 빚어진 한미르 사태. 이를 근원적으로 바라보면, 신자유주의적 시장개혁 속에서 국가의 지원 아래 학생과 교육기관을 수익대상으로 전락시켜 나타난 결과에 다름 아니다. 정보화 지식기반사회라는 담론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교육영역의 시장화는 현재 위기에 처한 학교, 그리고 공교육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학교정보화 예찬론자들이 이야기하듯이 현재 위기에 빠진 공교육을 살리고 보편적 권리로서의 교육의 권리를 보존하게 되는 데 지름길인가? 이번 사태는 이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한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하게 '아니다'이다. 물론 수요자 중심의 교육, 자기주도 학습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학습패러다임이 계속해서 현재의 교육을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 초고속망과 같은 새로운 기술발달에 토대로 쌍방향성과 개성을 강조하는 지식기반사회 또는 정보화 예찬론은 이러한 패러다임을 뒷받침해주는 주요한 무기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와 같은 주장 속에, 사회에서 가장 소외받는 계층을 위한 교육을 지향하는 공교육의 이상은 더 이상 그 자리를 찾을 수가 없다. 유료화된 인터넷 사이트를 비롯한 사교육시장의 범람, 사회의 모든 계층에게 주요한 정보전달의 기능을 담당해왔던 학교의 쇠퇴는 이와 같은 현상을 더더욱 부추길 것이다.
전통적인 공공영역으로서의 교육영역에 시장의 논리가 침투하면서 나타날 결과는 무시무시하다.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진행된 여러 나라에서, 계층에 따라 자신이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질이 달라지고 자신이 선택했던 대학이 달라졌듯이, 한국사회에서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교육의 질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교육결과의 차이는 대학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한국사회에서 최종적으로는 계급귀속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b>진정한 의미의 교육정보화를 바란다</b>
시민혁명 이후, 프랑스와 영국의 민중들은 교육기회의 확장을 요구하였으며 그 결과 학교로 대표되는 공교육체제가 완성되었다. 이렇듯 학교는 오랜 기간 동안 민중들에게 사회의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전사회적인 정보유통을 담당하는 중요한 기구였다. 하지만, 컴퓨터로 대변되는 첨단부분의 정보화가 판을 치는 지금, 전통적인 정보화 담당기구였던 학교는 이제 사라져야한다는 주장이 여기저기 제기되고 있다. 교육이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면 그리고 정보화가 이들 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의 이해와 시장의 논리에 따라 들어오는 컴퓨터나 초고속 인터넷망이 아니다. 공공의 권리로서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그리고 계급적 차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교육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일.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교육정보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