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투자협정을 파헤친다
<b>한미투자협정 어디까지 왔나?</b>
영화속 주인공들이 거리를 뜨겁게 달구었다.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주먹을 불끈 쥔 채 '투쟁!'을 외쳤으며, 장중한 음악위에서 결연하게 삭발하였다. 이렇게 이들이 스크린 밖으로 뛰쳐나오면서, 한국영화를 일정기간 동안 의무상영하도록 하는 스크린쿼터제를 존속불가능하게 만드는 '한미투자협정'의 실체는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IMF 구제금융이후 경제위기 극복은 오직 '외자유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김대중 정부가 적극 나서서 체결하려던 한미투자협정이, 그야말로 투자자들에게 최적의 투자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이를 저해하는 모든 요소를 철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도 함께.
1994년, 미국이 처음 한미투자협정을 제안했을 때에는 국내산업보호 등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반응했었다. 그러나, 1997년 말 IMF 경제위기가 닥치고, 1998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하여 투자협정 문제를 한국측이 새롭게 제기하였고, 체결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남한 시장을 전면 개방함으로써 초민족자본이 자유롭게 들락날락하면서 무한히 이윤을 창출하도록 보장하고,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독점자본을 중심으로 하여 세계시장에 편입하는 것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김대중 정권의 이른바 '세일즈 외교'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미국의 판단으로도, 한국의 경제위기 상황은 IMF를 통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관철시키기에 좋은 조건이며, 한국이 투자협정 체결에 자발적으로 나섰기에 미국에 유리한 협상구도를 그려가기에 충분했다.
현재까지 여러 차례의 양국간 본회의 및 실무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루어낸 부분이 무엇이고 쟁점으로 남아있는 사항은 얼마만큼인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러나, 한미투자협정 체결에 있어 관건적인 쟁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스크린쿼터' 문제와 관련해서, 이를 사수하기 위한 투쟁의 구심이 되었던 '스크린쿼터 문화연대'에 미 대사관의 관련자들이 직접 방문하여 입장조율을 시도해왔다. 그런가 하면, 지난 3월 초에 있었던 한미정상회담 기간동안, 김대중 대통령이 로버트 죌릭 무역대표부대표, 돈 에반스 상무장관을 접견하여 한미투자협정/자유무역협정 체결에 관한 심도깊은 논의를 진행하는 등 최근 들어 체결을 위한 마무리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인다.
얼마 전에는 주한 미상공회의소 제프리 디 존스 회장이 연례보고를 통하여 '한국은 세계를 향해 문을 활짝 열었고, 투자자들은 이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 포스코 같은 대기업들이 외국인소유회사로 인식될 정도로 외국인 직접투자 및 포트폴리오 투자가 늘었다'며 '미국 정부가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투자협정을 서둘러 체결하도록 촉구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하였다.
협정 체결을 마무리짓기 위한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다보니, '투자협정은 한국 경제의 대외종속성을 심화시키며, 투자자의 이해가 배타적으로 옹호되는 결과로 민주주의와 노동자민중의 기본적인 권리를 철저하게 짓밟는다'는 민중운동 진영의 주장이 결코 기우가 아님을 드러내는 징후들 역시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b>한미투자협정, 실체를 드러내다.</b>
미국이 43개국과 맺고 있는 투자협정 표준안에 따르면, 그 핵심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투자를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모든 투자에 대한 보호를 추구한다.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거나 가지게될 유무형의 모든 것이 투자로 정의되며 투자협정의 대상이 된다. '투자'와 '투기'의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단기성 투기자본을 규제할 방법이 사실상 없게 된다.(1조 d항)
○ 투자보장협정과 달리 투자설립의 전단계에서부터 '내국민대우'와 '최혜국대우'가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국가가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자국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 투자가 요구되는 지역이나 부문을 선택할 권리가 박탈된다. (2조 1항)
○ 투자협정은 최고경영진에 대한 국적조항을 무효화함으로써, 예컨대 특정 국가기간 산업 관련 공기업의 장이나, 신문, 통신, 잡지 등 현행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방송법]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적조항은 사실상 폐기하도록 한다. 나아가 투자자와 그에 고용되어 있는 외국인 즉 핵심인력에 대해 입출국과 체류여부에 대한 제한을 완전 제거함으로써, 이들에게 사실상 외교관에 맞먹는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있다.(7조)
○ 이행의무부과 금지조항을 두어 투자에 대한 어떠한 조건도 금지한다. 이에 따르면 '스크린쿼터', '담배인삼법'의 담배인삼공사와 계약한 연초경작지의 잎담배를 전량수매하도록 하는 규정이나, '재활용촉진법'에 입각한 55%이상 폐지사용의무, '한국철도'의 경로우대-요금할인혜택의무는 외국인투자자들에게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게 된다. 또한, '고용승계', '노동기본권 보장', '현지인 일정비율고용', '환경기준', '기술이전', '소득의 일정비율 재투자'등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 역시나 불가능하게 된다. (6조)
○ 투자와 관련한 자유로운 송금을 보장(5조) 하면서, 투자협정 적용 예외를 극히 미미하게 규정(국제 평화, 국가안보, 14조)하고 있어, 일시적 외환거래 제한조치에 관한 규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투자협정 표준안에 따르면, 외환위기나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세이프가드가 적용될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은 표준안이 '한미투자협정' 조항으로 반드시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협상과정에서 벌써 많은 부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위의 우려가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b>공기업 민영화 - 기간산업 해외매각을 가속화시킨다</b>
투자협정에 따르면 수산, 항공, 해운, 운송 등 공익성이 강한 산업에 대하여 '내국민대우'와 '최혜국대우'에 대한 예외를 채택하거나 유지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얼마전 국회 산자부 국정감사에서는 한미투자협정 협상의 과정에서 한국통신, 한전, 포항제철, 가스공사 등 4대 공기업이 '내국민대우 유보조항'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미국의 강요가 그대로 관철되었음이 드러났다. 안영근 의원에 따르면, '1998년 협상 초기에는 전(全)공기업을 내국민대우 유보대상에 포함시켜 외국인 소유지분을 제한하였으나, 1999년 1-2월을 경과하며 일제히 유보리스트에서 삭제하였고, 미국은 외국인소유지분 한도를 철폐할 것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말] 4월호 참조)
포항제철은 미국의 강력한 유보리스트 삭제 요구에 따라, 2000년 9월 28일 공공법인에서 해제되고 내외국인 동일인소유한도 3%와 외국인보유한도 30%도 해제되어, 현재 외국인지분이 54%에 달한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1998년 '천연가스의 도입, 인수기지 운영, 가스수송, 발전용 연료공급 등 천연가스 도매사업이 유보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1999년 2월에 이르러 해외개방시 내국민대우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제출하였다. 미국은 기간통신시장에 관해서도 완전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강력하게 추진된 공공부문 구조조정, 한전을 몇 개 자회사로 분할하여 매각한다는 '전력산업구조개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등의 공기업 민영화- 기간산업 해외매각을 향한 일련의 조치들이 한미투자협정과 깊은 연관이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더욱이, 주요 공기업들이 초민족자본에 의해 매각되면, 결국 투자협정의 '이행의무부과 금지 조항'과 맞물려 노동법규상 의무도 없이 정리해고가 단행되며, 공공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요금이 인상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 된다.
<b>외국인 지분소유 대폭 증가- 항존하는 외환위기</b>
김대중정부의 적극적인 외자유치 노력으로 1998년 이후 외국인 직·간접투자가 대폭 증가해, 현재 62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IMF는 외환유동성 확충, 대외신인도 제고 등을 위하여 시장개방과 구조조정을 요구했으며, 정부는 외환위기 탈출과 부실정리를 위한 방안으로 외자유치를 위한 각종 조처(예로 1998년 7월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취득을 전면자유화하였다)를 취하였다. 게다가 주식, 기업, 부동산 등 국내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구조조정 시한에 쫓겨 급매물이 급증한 것도 한 요인이 되었다.
금융시장에서 2000년 말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주식은 시가총액 56.5조원으로 전체의 30.1%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택은행 66.5%, 삼성전자 56.6%, 포항제철 53.7%, 현대자동차 42.5%, 삼성화재 34.0% 등 외자에 의한 국내 주요기업의 지분이 대폭확대,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적대적 M&A를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자동차산업은 부품뿐만 아니라 완성차까지 외자의 독무대로 바뀌는 중이다. 텔파이, 비스티온, 발레오 등 세계적 자동차부품업체들이 30여개의 국내업체를 인수하였고, 완성차 업계 역시 외자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 중공업, 석유화학에서 신문용지, 종자, 식품에 이르기까지 외자기업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이로써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더욱 증가하게 되었으며, 국민경제의 대외종속성이 더욱 심화되었다. 국내 시장에 도입된 외자들이 장기투자는 소흘히 하며 단기적인 수익위주, 성과중심의 경영을 하고 단기 자금운용에 치중함으로써 외환·금융위기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외자 경쟁기업, 외국인투자자들은 정부가 국민경제에 큰 충격을 줄 우려가 있는 대규모 도산을 막기 위한 정책적 지원마저도 가로막는다. 외자의 시장지배력이 지나치게 확대·심화될 경우에는 국내산업의 하청기지화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정치경제 상황이 조금만 악화되더라도 외자계기업의 철수, 생산감축 등이 빈번하게 발생할 우려 역시 놓쳐서는 안 될 위험요인이다.
1994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 및 기술 의존도가 높아져 결국 선진기업의 하청조립기지로 전락한 멕시코의 예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안겨준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국내 외환·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는 이러한 초민족자본의 모든 활동을 투자협정은 적극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이다.
<b>선진기술 도입은 불가능, 세련화된 노동탄압</b>
외자유치에 따른 효과로 기대되는 선진기술의 국내산업으로의 이전은, 앞서 등장한 투자협정의 '이행의무부과금지 조항'으로 인하여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른바 '선진경영기법'이라는 이름의 노동탄압은 급속도로 전파되어 곳곳에 자리매김되고 있다. 성과주의와 시장가치에 기반하여 노동자들의 단결력을 약화시키는 '연봉제'가 도입되었으며, 정규직 중심이 아닌 아웃소싱, 분사, 비정규직 등 다양한 형태의 불안정한 고용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노동력 유연화, 구조조정의 일상화, 기업의 해외매각 등으로 대규모 고용조정이 수반되면서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지분의 50%이상을 투자한 기업체들에서 노동쟁의가 급증하고 있음은 의외의 현상이 결코 아닌 것이다.
<b>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와 FTAA(전미자유무역지대)- 한미투자협정-자유무역협정의 미래</b>
OECD내 체결을 목표로 했다가 결렬에 이르렀던 다자간투자협정(MAI), 그리고 그 이후의 수많은 투자협정의 근간이 되는 것은 미국, 멕시코, 캐나다 3국간 체결한 NAFTA이다. 체결된지 7년이 지난 NAFTA가 남긴 후과는 투자협정이 경제뿐만 아니라 민중의 삶 전반에 실로 막중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1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직업을 잃었다. NAFTA 체결에 따라 많은 회사들이 낮은 노동기준을 따라서 멕시코로 이동한 데에 따른 것이다.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원래의 77%정도 밖에 안되는 임금과 훨씬 위험한 노동환경을 감수해야만 했다. NAFTA는 멕시코 전역에 걸친 경제적 발전을 가져다줄 것이라 장담되었지만, 멕시코 내에서 산업활동이 증가된 곳은 고작 국경지역뿐이었다.
오히려 NAFTA 이전에 비해 일당 3달러미만의 최저임금이하여서 임금을 받는 멕시코 노동자가 100만 이상이나 증가하였다. 한편, 이에 따라 국경지대의 환경과 건강조건은 훨씬 열악해졌다. 국경지역에서는 하수처리시설과 식수안전시설의 부족으로 간염 등의 질병 발생률이 멕시코 전역 평균치의 2-3배나 된다.
현재는 NAFTA의 대상을 중남미까지 확장하는 FTAA(Fre Trade Area of Americas, 전미자유무역지대) 체결을 위한 논의가 북·중·남미, 그리고 카리브지역의 34개국 무역장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 대륙의 신자유주의반대 활동가들은 FTAA는 민영화와 탈규제화를 강요하는 '실패한' NAFTA 모델을 아메리카 대륙전체로 확대하여 부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으로 하여금 공공의 건강과 안전, 노동자들의 안전, 오염방지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도록 북돋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부의 정책수립능력 마져도 제한하는 것이라 비판하는 것이다. 이는 투자와 상품교역에 관한 것 뿐 아니라 실로 광범위한 내용을 협정의 대상으로 삼는다. FTAA에는 WTO와 유사하게 서비스, 투자, 농업과 GMO, 지적재산권 등에 관한 협정을 포함하고 있어서 민중의 삶에 미치게 될 영향이 실로 막대할 것이다. 현재 한미 양국간에 투자협정 체결을 넘어,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공동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상기할 때, FTAA가 다루고 있는 조항들은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서비스협정은 교육, 건강 환경서비스(식수 등), 에너지, 우편서비스까지를 포괄하는 것으로, 의료, 법률 등 핵심적인 전문인력에 대한 국가차원의 허가기준 철폐, 공립학교와 감옥에 대한 민영화를 특징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는 자유무역협정으로 법률, 의료분야까지 시장개방을 강요받게 되며, 제소자들에 대한 서비스, 학교의 안전시설 등도 이윤추구를 위한 비용절감의 유혹에 노출되게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투자와 금융서비스 분야에 관한 협상은 결렬된 MAI(다자간투자협정)을 부활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식량, 농업과 GMO에 관한 협정을 통하여 미국은 모든 나라에 유전자조작 식품을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며, 농민들로 하여금 자신의 종자를 축적하고 심을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고, 매 계절마다 비싼 특허를 받은 종자를 사도록 강요한다.
이로써 초민족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게 될 것이다.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은 알려진 바대로, 제약회사가 약값을 높게 유지하고 구명을 위한 필수의약품을 싼값에 대량공급하는 것을 차단하여 가난한 자들에 대한 재앙을 유발한다. 또한 원주민들의 전통적인 지식체계에 근거한 민간요법에도 특허를 매겨, 초민족자본이 원주민들의 문화적 유산을 강탈하고 자신의 지갑을 살찌우는 것을 가능하도록 만든다.
<b>민중의 삶을 파탄낸 투자협정 체결논의를 중단하라!</b>
오는 4월이면 투자협정·WTO반대 국민행동을 중심으로 하여, '투자협정·자유무역협정' 반대 주간을 선포하여 영화제, 토론회 등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미치게 될 파괴적인 영향을 생생히 폭로하는 다양한 사업과 투자협정 체결저지를 향한 전민중의 의지를 모아내는 집중적인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같은 기간, 전 아메리카 대륙의 민중들이 미주지역 장관급회담이 열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정상회담이 열리는 퀘벡을 누비며 FTAA 체결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이다.
영화인들에 의한 스크린쿼터제 사수투쟁으로 한미투자협정의 문제점이 알려진 것이 사실이지만, 한미투자협정은 문화주권과 문화의 종 다양성을 파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 경제전반을 뒤흔드는 것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것이 한미자유무역협정으로 확장될 경우, 관세 철폐 뿐 아니라 WTO의 대상이 되는 모든 분야를 다루게 되어 민중들의 모든 삶의 체계를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투자협정·자유무역협정의 문제점들을 환기하는 수준을 넘어 체결저지를 위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야 할 때이다. 김대중 정권의 지난 3년간의 개방화·자유화정책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는커녕, 국가경제의 불안정성을 더욱 가중시키고 민중의 삶을 파탄에 이르게 하였음을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 이제는 상시적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근거로 작용할 국제적 협약이 될 한미투자협정·자유무역협정을 끝장내야 할 것이다.
영화속 주인공들이 거리를 뜨겁게 달구었다.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주먹을 불끈 쥔 채 '투쟁!'을 외쳤으며, 장중한 음악위에서 결연하게 삭발하였다. 이렇게 이들이 스크린 밖으로 뛰쳐나오면서, 한국영화를 일정기간 동안 의무상영하도록 하는 스크린쿼터제를 존속불가능하게 만드는 '한미투자협정'의 실체는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IMF 구제금융이후 경제위기 극복은 오직 '외자유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김대중 정부가 적극 나서서 체결하려던 한미투자협정이, 그야말로 투자자들에게 최적의 투자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이를 저해하는 모든 요소를 철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도 함께.
1994년, 미국이 처음 한미투자협정을 제안했을 때에는 국내산업보호 등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반응했었다. 그러나, 1997년 말 IMF 경제위기가 닥치고, 1998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하여 투자협정 문제를 한국측이 새롭게 제기하였고, 체결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남한 시장을 전면 개방함으로써 초민족자본이 자유롭게 들락날락하면서 무한히 이윤을 창출하도록 보장하고,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독점자본을 중심으로 하여 세계시장에 편입하는 것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김대중 정권의 이른바 '세일즈 외교'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미국의 판단으로도, 한국의 경제위기 상황은 IMF를 통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관철시키기에 좋은 조건이며, 한국이 투자협정 체결에 자발적으로 나섰기에 미국에 유리한 협상구도를 그려가기에 충분했다.
현재까지 여러 차례의 양국간 본회의 및 실무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루어낸 부분이 무엇이고 쟁점으로 남아있는 사항은 얼마만큼인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러나, 한미투자협정 체결에 있어 관건적인 쟁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스크린쿼터' 문제와 관련해서, 이를 사수하기 위한 투쟁의 구심이 되었던 '스크린쿼터 문화연대'에 미 대사관의 관련자들이 직접 방문하여 입장조율을 시도해왔다. 그런가 하면, 지난 3월 초에 있었던 한미정상회담 기간동안, 김대중 대통령이 로버트 죌릭 무역대표부대표, 돈 에반스 상무장관을 접견하여 한미투자협정/자유무역협정 체결에 관한 심도깊은 논의를 진행하는 등 최근 들어 체결을 위한 마무리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인다.
얼마 전에는 주한 미상공회의소 제프리 디 존스 회장이 연례보고를 통하여 '한국은 세계를 향해 문을 활짝 열었고, 투자자들은 이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 포스코 같은 대기업들이 외국인소유회사로 인식될 정도로 외국인 직접투자 및 포트폴리오 투자가 늘었다'며 '미국 정부가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투자협정을 서둘러 체결하도록 촉구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하였다.
협정 체결을 마무리짓기 위한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다보니, '투자협정은 한국 경제의 대외종속성을 심화시키며, 투자자의 이해가 배타적으로 옹호되는 결과로 민주주의와 노동자민중의 기본적인 권리를 철저하게 짓밟는다'는 민중운동 진영의 주장이 결코 기우가 아님을 드러내는 징후들 역시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b>한미투자협정, 실체를 드러내다.</b>
미국이 43개국과 맺고 있는 투자협정 표준안에 따르면, 그 핵심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투자를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모든 투자에 대한 보호를 추구한다.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거나 가지게될 유무형의 모든 것이 투자로 정의되며 투자협정의 대상이 된다. '투자'와 '투기'의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단기성 투기자본을 규제할 방법이 사실상 없게 된다.(1조 d항)
○ 투자보장협정과 달리 투자설립의 전단계에서부터 '내국민대우'와 '최혜국대우'가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국가가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자국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 투자가 요구되는 지역이나 부문을 선택할 권리가 박탈된다. (2조 1항)
○ 투자협정은 최고경영진에 대한 국적조항을 무효화함으로써, 예컨대 특정 국가기간 산업 관련 공기업의 장이나, 신문, 통신, 잡지 등 현행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방송법]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적조항은 사실상 폐기하도록 한다. 나아가 투자자와 그에 고용되어 있는 외국인 즉 핵심인력에 대해 입출국과 체류여부에 대한 제한을 완전 제거함으로써, 이들에게 사실상 외교관에 맞먹는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있다.(7조)
○ 이행의무부과 금지조항을 두어 투자에 대한 어떠한 조건도 금지한다. 이에 따르면 '스크린쿼터', '담배인삼법'의 담배인삼공사와 계약한 연초경작지의 잎담배를 전량수매하도록 하는 규정이나, '재활용촉진법'에 입각한 55%이상 폐지사용의무, '한국철도'의 경로우대-요금할인혜택의무는 외국인투자자들에게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게 된다. 또한, '고용승계', '노동기본권 보장', '현지인 일정비율고용', '환경기준', '기술이전', '소득의 일정비율 재투자'등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 역시나 불가능하게 된다. (6조)
○ 투자와 관련한 자유로운 송금을 보장(5조) 하면서, 투자협정 적용 예외를 극히 미미하게 규정(국제 평화, 국가안보, 14조)하고 있어, 일시적 외환거래 제한조치에 관한 규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투자협정 표준안에 따르면, 외환위기나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세이프가드가 적용될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은 표준안이 '한미투자협정' 조항으로 반드시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협상과정에서 벌써 많은 부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위의 우려가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b>공기업 민영화 - 기간산업 해외매각을 가속화시킨다</b>
투자협정에 따르면 수산, 항공, 해운, 운송 등 공익성이 강한 산업에 대하여 '내국민대우'와 '최혜국대우'에 대한 예외를 채택하거나 유지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얼마전 국회 산자부 국정감사에서는 한미투자협정 협상의 과정에서 한국통신, 한전, 포항제철, 가스공사 등 4대 공기업이 '내국민대우 유보조항'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미국의 강요가 그대로 관철되었음이 드러났다. 안영근 의원에 따르면, '1998년 협상 초기에는 전(全)공기업을 내국민대우 유보대상에 포함시켜 외국인 소유지분을 제한하였으나, 1999년 1-2월을 경과하며 일제히 유보리스트에서 삭제하였고, 미국은 외국인소유지분 한도를 철폐할 것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말] 4월호 참조)
포항제철은 미국의 강력한 유보리스트 삭제 요구에 따라, 2000년 9월 28일 공공법인에서 해제되고 내외국인 동일인소유한도 3%와 외국인보유한도 30%도 해제되어, 현재 외국인지분이 54%에 달한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1998년 '천연가스의 도입, 인수기지 운영, 가스수송, 발전용 연료공급 등 천연가스 도매사업이 유보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1999년 2월에 이르러 해외개방시 내국민대우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제출하였다. 미국은 기간통신시장에 관해서도 완전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강력하게 추진된 공공부문 구조조정, 한전을 몇 개 자회사로 분할하여 매각한다는 '전력산업구조개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등의 공기업 민영화- 기간산업 해외매각을 향한 일련의 조치들이 한미투자협정과 깊은 연관이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더욱이, 주요 공기업들이 초민족자본에 의해 매각되면, 결국 투자협정의 '이행의무부과 금지 조항'과 맞물려 노동법규상 의무도 없이 정리해고가 단행되며, 공공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요금이 인상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 된다.
<b>외국인 지분소유 대폭 증가- 항존하는 외환위기</b>
김대중정부의 적극적인 외자유치 노력으로 1998년 이후 외국인 직·간접투자가 대폭 증가해, 현재 62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IMF는 외환유동성 확충, 대외신인도 제고 등을 위하여 시장개방과 구조조정을 요구했으며, 정부는 외환위기 탈출과 부실정리를 위한 방안으로 외자유치를 위한 각종 조처(예로 1998년 7월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취득을 전면자유화하였다)를 취하였다. 게다가 주식, 기업, 부동산 등 국내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구조조정 시한에 쫓겨 급매물이 급증한 것도 한 요인이 되었다.
금융시장에서 2000년 말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주식은 시가총액 56.5조원으로 전체의 30.1%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택은행 66.5%, 삼성전자 56.6%, 포항제철 53.7%, 현대자동차 42.5%, 삼성화재 34.0% 등 외자에 의한 국내 주요기업의 지분이 대폭확대,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적대적 M&A를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자동차산업은 부품뿐만 아니라 완성차까지 외자의 독무대로 바뀌는 중이다. 텔파이, 비스티온, 발레오 등 세계적 자동차부품업체들이 30여개의 국내업체를 인수하였고, 완성차 업계 역시 외자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 중공업, 석유화학에서 신문용지, 종자, 식품에 이르기까지 외자기업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이로써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더욱 증가하게 되었으며, 국민경제의 대외종속성이 더욱 심화되었다. 국내 시장에 도입된 외자들이 장기투자는 소흘히 하며 단기적인 수익위주, 성과중심의 경영을 하고 단기 자금운용에 치중함으로써 외환·금융위기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외자 경쟁기업, 외국인투자자들은 정부가 국민경제에 큰 충격을 줄 우려가 있는 대규모 도산을 막기 위한 정책적 지원마저도 가로막는다. 외자의 시장지배력이 지나치게 확대·심화될 경우에는 국내산업의 하청기지화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정치경제 상황이 조금만 악화되더라도 외자계기업의 철수, 생산감축 등이 빈번하게 발생할 우려 역시 놓쳐서는 안 될 위험요인이다.
1994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 및 기술 의존도가 높아져 결국 선진기업의 하청조립기지로 전락한 멕시코의 예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안겨준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국내 외환·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는 이러한 초민족자본의 모든 활동을 투자협정은 적극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이다.
<b>선진기술 도입은 불가능, 세련화된 노동탄압</b>
외자유치에 따른 효과로 기대되는 선진기술의 국내산업으로의 이전은, 앞서 등장한 투자협정의 '이행의무부과금지 조항'으로 인하여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른바 '선진경영기법'이라는 이름의 노동탄압은 급속도로 전파되어 곳곳에 자리매김되고 있다. 성과주의와 시장가치에 기반하여 노동자들의 단결력을 약화시키는 '연봉제'가 도입되었으며, 정규직 중심이 아닌 아웃소싱, 분사, 비정규직 등 다양한 형태의 불안정한 고용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노동력 유연화, 구조조정의 일상화, 기업의 해외매각 등으로 대규모 고용조정이 수반되면서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지분의 50%이상을 투자한 기업체들에서 노동쟁의가 급증하고 있음은 의외의 현상이 결코 아닌 것이다.
<b>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와 FTAA(전미자유무역지대)- 한미투자협정-자유무역협정의 미래</b>
OECD내 체결을 목표로 했다가 결렬에 이르렀던 다자간투자협정(MAI), 그리고 그 이후의 수많은 투자협정의 근간이 되는 것은 미국, 멕시코, 캐나다 3국간 체결한 NAFTA이다. 체결된지 7년이 지난 NAFTA가 남긴 후과는 투자협정이 경제뿐만 아니라 민중의 삶 전반에 실로 막중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1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직업을 잃었다. NAFTA 체결에 따라 많은 회사들이 낮은 노동기준을 따라서 멕시코로 이동한 데에 따른 것이다.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원래의 77%정도 밖에 안되는 임금과 훨씬 위험한 노동환경을 감수해야만 했다. NAFTA는 멕시코 전역에 걸친 경제적 발전을 가져다줄 것이라 장담되었지만, 멕시코 내에서 산업활동이 증가된 곳은 고작 국경지역뿐이었다.
오히려 NAFTA 이전에 비해 일당 3달러미만의 최저임금이하여서 임금을 받는 멕시코 노동자가 100만 이상이나 증가하였다. 한편, 이에 따라 국경지대의 환경과 건강조건은 훨씬 열악해졌다. 국경지역에서는 하수처리시설과 식수안전시설의 부족으로 간염 등의 질병 발생률이 멕시코 전역 평균치의 2-3배나 된다.
현재는 NAFTA의 대상을 중남미까지 확장하는 FTAA(Fre Trade Area of Americas, 전미자유무역지대) 체결을 위한 논의가 북·중·남미, 그리고 카리브지역의 34개국 무역장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 대륙의 신자유주의반대 활동가들은 FTAA는 민영화와 탈규제화를 강요하는 '실패한' NAFTA 모델을 아메리카 대륙전체로 확대하여 부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으로 하여금 공공의 건강과 안전, 노동자들의 안전, 오염방지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도록 북돋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부의 정책수립능력 마져도 제한하는 것이라 비판하는 것이다. 이는 투자와 상품교역에 관한 것 뿐 아니라 실로 광범위한 내용을 협정의 대상으로 삼는다. FTAA에는 WTO와 유사하게 서비스, 투자, 농업과 GMO, 지적재산권 등에 관한 협정을 포함하고 있어서 민중의 삶에 미치게 될 영향이 실로 막대할 것이다. 현재 한미 양국간에 투자협정 체결을 넘어,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공동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상기할 때, FTAA가 다루고 있는 조항들은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서비스협정은 교육, 건강 환경서비스(식수 등), 에너지, 우편서비스까지를 포괄하는 것으로, 의료, 법률 등 핵심적인 전문인력에 대한 국가차원의 허가기준 철폐, 공립학교와 감옥에 대한 민영화를 특징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는 자유무역협정으로 법률, 의료분야까지 시장개방을 강요받게 되며, 제소자들에 대한 서비스, 학교의 안전시설 등도 이윤추구를 위한 비용절감의 유혹에 노출되게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투자와 금융서비스 분야에 관한 협상은 결렬된 MAI(다자간투자협정)을 부활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식량, 농업과 GMO에 관한 협정을 통하여 미국은 모든 나라에 유전자조작 식품을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며, 농민들로 하여금 자신의 종자를 축적하고 심을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고, 매 계절마다 비싼 특허를 받은 종자를 사도록 강요한다.
이로써 초민족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게 될 것이다.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은 알려진 바대로, 제약회사가 약값을 높게 유지하고 구명을 위한 필수의약품을 싼값에 대량공급하는 것을 차단하여 가난한 자들에 대한 재앙을 유발한다. 또한 원주민들의 전통적인 지식체계에 근거한 민간요법에도 특허를 매겨, 초민족자본이 원주민들의 문화적 유산을 강탈하고 자신의 지갑을 살찌우는 것을 가능하도록 만든다.
<b>민중의 삶을 파탄낸 투자협정 체결논의를 중단하라!</b>
오는 4월이면 투자협정·WTO반대 국민행동을 중심으로 하여, '투자협정·자유무역협정' 반대 주간을 선포하여 영화제, 토론회 등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미치게 될 파괴적인 영향을 생생히 폭로하는 다양한 사업과 투자협정 체결저지를 향한 전민중의 의지를 모아내는 집중적인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같은 기간, 전 아메리카 대륙의 민중들이 미주지역 장관급회담이 열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정상회담이 열리는 퀘벡을 누비며 FTAA 체결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이다.
영화인들에 의한 스크린쿼터제 사수투쟁으로 한미투자협정의 문제점이 알려진 것이 사실이지만, 한미투자협정은 문화주권과 문화의 종 다양성을 파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 경제전반을 뒤흔드는 것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것이 한미자유무역협정으로 확장될 경우, 관세 철폐 뿐 아니라 WTO의 대상이 되는 모든 분야를 다루게 되어 민중들의 모든 삶의 체계를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투자협정·자유무역협정의 문제점들을 환기하는 수준을 넘어 체결저지를 위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야 할 때이다. 김대중 정권의 지난 3년간의 개방화·자유화정책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는커녕, 국가경제의 불안정성을 더욱 가중시키고 민중의 삶을 파탄에 이르게 하였음을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 이제는 상시적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근거로 작용할 국제적 협약이 될 한미투자협정·자유무역협정을 끝장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