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네트워크센터 기술팀장 황규만 님을 만났다
인터넷과 통신은 이제 빼놓을 수 없는 투쟁전술과 전략거점으로 이해되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에 활성화된 반세계화 투쟁 또한 인터넷상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연대망을 구축해오면서 위력적인 활동을 진행해왔으며, 실제로 최근 대우자동차 투쟁에서도 드러나듯 운동세력의 집결과 기민한 정세대응력은 인터넷과 통신을 통해 가능했다. 실제로 투쟁현장에서 함께 움직이기보다, 온라인상에서 투쟁의 구심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조직함으로써 이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동지들이 있다. 거리에서 팔걸고 스크럼 짜듯 온라인상에서 일어나는 강력한 연대의 스크럼, 진보넷운동을 위해 오늘도 컴퓨터와 씨름하는 활동가를 만났다.
<b>사회운동의 새로운 정치성과 가능성의 발견</b>
<font color="##003366">Q: 사회인들 중에는 진보넷운동에 대해 생소한 사람들도 있을 수 있는데, 진보네트워크센터를 뭐라고 소개하고 싶으신가요?</font>
A: 진보네트워크는 간략하게 말하면, 사회운동의 정보화를 지원하고 정보통신운동을 하는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네트워크입니다. 1990년대 이후 정보화의 사회경제적 확산 이후 발생한 일련의 흐름들은 진보적인 사회운동단체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세계자본주의가 IT기술을 근간으로 더 유연화, 세계화되는 상황은 진보진영이 다양한 접근경로로 개입해야만 한다는 문제의식을 던져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더 적극적으로는 정보통신기술, 즉 네트워크기술이 진보적인 사회운동의 다른 가능성을 열어준 것에 주목한 곳도 많습니다.
초창기 정보통신운동단체들은 멕시코 원주민운동 사파티스타나, 서구의 APC같은 네트워크기술을 자신의 운동에 가장 효과적으로 적용했던 사례들을 보아왔고요. 1990년대 나우누리같은 상업통신망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던 진보적 동호회의 경험 속에서 다른 정치성과 운동의 영역을 발견한 것이죠. 정보연대SING이나 독립PC통신망을 운영했던 바른정보, 진보적인 통신동호회그룹이었던 통신연대 등은 이러한 가능성들을 내다본 선도적인 단체들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1997년 총파업 당시, 통신지원단 활동은 진보네트워크 운동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진행된 총파업 통신지원단의 활동은 네트워크가 국경을 넘어서는 조직가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 한 극적인 예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네트워크의 중심매체였던 나우누리같은 상업통신망은 검열과 탄압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했죠. 이 한계를 극복하고 네트워크의 진보적인 운동을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만들어진 게 바로 현재의 진보네트워크센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b>진보넷 활동가들이 느끼는 어려움이란</b>
<font color="##003366">Q: 본인이 진보넷에서 하는 일상적인 활동에 대해 말씀해주시죠.</font>
제 일상적인 활동이요? 제 직책은 기술팀장이고 그에 걸맞는 시스템관리와 기술개발을 책임지려(!?) 하고 있지만 잘은 못하죠. 쩝. ^__^
<font color="##003366">Q: 진보넷에서 활동하시는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그럴 거라고 예상되는데, 보통 사회단체 활동가와는 활동유형이 매우 다른 것 같습니다. 매일같이 컴퓨터만 상대하다 보면, 느껴지는 슬럼프는 없습니까?</font>
A: 상당히 아픈 질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매일같이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 것을 엄밀히 활동이라고 할 수는 없죠. 그건 현재 저희 진보네트워크의 어려움이라고밖에 설명드릴 길이 없는데, 단체활동과 서비스활동이 구분되지 않는 것에 따른 어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진보넷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투쟁시기 속보와 뉴스전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런 역할은 독립적인 매체가 있어야 하고, 저희는 그런 매체를 운영하는 단위이다 보니, 오히려 집회장에 더 못 나가는 이유가 되기도 하죠. 서버가 죽어서는 안되니까요.
열심히 현장과 집회장에서 운동하시는 분들이 보시기에는 땡보직인 거 같겠지만, 나름대로 분을 삭이고 매달리고 있는 거죠. 단지 현재 여건이 부족하다 보니, 현장에 많이 나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font color="##003366">Q: 말씀하셨듯 서비스활동이 구분되지 못하면서 사람들이 전화를 통해 무조건적 서비스를 요구할 때도 많을 듯합니다. 진보넷을 그저 단순히 서비스업체로만 인식하기 때문 아닐까요? 그런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지 않습니까?</font>
A: 요새는 PC통신 참세상을 무료화해서 그나마 덜하지만, 이전에 4,950원씩 이용료를 받던 시절에는 말도 못했죠. 전화상이지만 욕 정말 많이 먹었습니다. 1999년 민주노총CUG가 나우누리에서 진보네트워크로 옮겨온 것만 봐도 그랬죠. 당시 상황은 진보넷운동에 적극적인 지지의사의 표현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서비스 받는 곳을 조금 더 정치적으로 안정된 곳으로 옮기는 수준으로 조합원들에게 인식되었습니다. 때문에 서비스에 대한 부담이 대단히 컸어요. 그 때문에 사실 활동의 거의 80%를 서비스 유지하는데 매달려온 게 사실입니다.
현장에서는 진보넷의 깃발을 본 일도 별로 없고, 진보넷은 동영상이나 올려주고 속보게시판이나 운영하는 단체로 생각되다 보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서비스유지 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서비스에 대한 나름의 전략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네트워크가 새로운 민주주의 정치, 예를 들어 대의제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들을 극복하고 일반인의 직접 참여가 가능한 방식의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또한 지적재산권이나 특허에 의한 방식이 아닌 CopyLeft 방식의 지식공유·생산체계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말로 가능성을 제기한다고 주어지는 것들이 아닙니다. 많은 노력과 경험, 실험들이 필요한 문제들입니다. 만일 우리가 더욱 진보적인 사회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우리 스스로 운영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이런 다양한 실험들을 할 수 있는데, 포기할 이유가 없죠.
그 밖에도 네트워크상에는 많은 문제들이 존재합니다. 네트워크 자체가 진보적이지는 않잖아요? 예를 들어 자유게시판 운영같은 것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 노조 자유게시판에 사측이나 경찰측에서 농간을 부린다거나, 특정이슈에 대한 무자비한 네티즌의 공격(군가산점 폐지문제, 100인위원회의 성폭력사례 발표 등…)에 무방비상태인 것이 자유게시판이고, 그러다보니, 노조나 단체에서는 자신에 불리한 글들에 대해서는 삭제와 검열을 일상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부부처의 자유게시판들이 실명으로 전환되기도 하고, 일부 학교(한신대 등…)같은 곳은 자유게시판을 없애버린 곳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또 작년부터는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인터넷에 등급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간 검열과 인권, 그리고 자유에 대해 싸워왔던 많은 것들이 네트워크상에서 속속들이 후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저희는 그 모든 것에 대해 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문제들에 대해 검열과 폭력이 아닌 다른 대안들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그런 실험과 노력은 역시 우리 스스로 운영하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드러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서비스제공자의 모습만 보인다면 저희의 노력이 부족한 이유이겠죠. 그런 모습을 떨쳐버리는 것도 저희 앞에 놓여진 과제일 것입니다.
<b>진보넷 네트워크를 통해 운동의 진지를 쌓아갔으면</b>
<font color="##003366">Q: 요즘 진보넷은 상업통신망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웹메일서비스 등)는 다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상업통신망을 뒤따라가는 경향인가요? 이용자들이 자꾸 과도하게 요구를 하거나 하지는 않습니까?</font>
A: 사실 민주노총이 CUG를 진보넷으로 옮길 즈음만 해도 경쟁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했습니다. 즉, 막말로 서비스가 후지다(? ^__^)는 거지요. 처음 진보넷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인터넷메일도 안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저희가 상업통신망을 따라가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마찬가지죠. 회원들이나 이용자들이 저희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운영하는 방송국은 동시접속자 수가 제한되어 있습니다(돈이 없는 관계로). 그래서 최근 대우차 정리해고사태 때만 해도 서버가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비난의 목소리가 게시판에 게재된 것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 정도는 다 양해해 주시죠. ^__^. 오히려 대우차 투쟁같은 사례들을 보여주는 곳이 많지 않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갖고, 저희 활동에 대해 많이 격려해주십니다.
저희가 그간 기술적인 작업에 몰두했던 일들은 다른 이유에서죠. 저희는 많은 사람들이 저희 네트워크를 통해 운동의 진지를 쌓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경로가 필요하죠. 인터넷도 필요하지만 여전히 PC통신을 고집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경로를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또한 최근 활동가들에게 인터넷메일은 정말 중요한 수단입니다. 중요한 정보들이 오가는 주요소통통로로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안정적이고 편리한 메일시스템을 유지해 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작업하고 있는 참세상공동체(웹메일 포함)는 상업통신망을 따라가기 위한 가랭이 찢기가 아니라, 운동을 위한 기초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font color="##003366">Q: 생각하기로는 보통 진보넷 활동가들이 혼자서 활동을 감당할 때가 많을 듯한데, 힘에 부친다고 생각할 때는 없었습니까? 본인이 해결하지 못한 에러나 문제점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합니까?</font>
A: 혼자서 활동을 감당한다는 말은 잘못된 것 같고요. 단지 일이 많은 것 뿐이죠. 그리고, 힘에 부치는 건 사실이고요. 제가 좀더 머리가 좋았으면, 좀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매일 하죠. 그래서 어느 단체나 그렇지만, 자원활동가들의 몫이 정말 많죠. 제가 어려워하는 부분들을 자원활동가들이 다 메워주었죠. 감사하게 생각하는 자원활동가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솔직히 몇몇 자원활동가들이 안 계셨으면 절대 이런 정도도 못하죠.
<font color="##003366">Q: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생활문제도 중요한데요. 모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돈이 싫다'고 한 바 있는데, 개인적인 재정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십니까?</font>
A: 이 질문에 대해서는 뭔가 수정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모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돈이 싫다고 한 사실이 없고요. 단지 '돈에 대한 개념이 다른 사람에 비해 좀 떨어지는 것 같다'고 한 게 이상하게 와전된 것입니다. 세상에, 저도 돈 많으면 좋아요. 그리고 재정문제는 빈대요법으로 해결합니다. ^__^.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가는군요. ^^
<b>보이지 않는 곳에서 투쟁을 조직한다</b>
<font color="##003366">Q: 집회참가나 기타 눈에 보이는 활동들이 없을 때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곱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럴 때는 뭐라고 대답해주나요?</font>
A: 집회에 많이는 못 나가죠. 얼마전 저희 참세상방송국 내부게시판에서 있었던 논쟁이었는데요. 영상팀 한 분이 봉천동 철거민집회에서 농성을 하시던 분들이 닭장차에 마구 실려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발을 동동 굴렀지만, 막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돌아와 무척 상심하고 있었을 때, 어느 분이 그러더군요. '촬영하는 사람의 임무와 역할은 어쩔 수 없이 있다는 거죠. 그거 좀 오버해버리면, 참 난감해지죠.
지난 총선 때죠, 청년진보당 후보 몇십명이 조선일보사 앞에서 닭장차에 실려 종로서 앞으로 갔을 때, 카메라 들고 한데 엉켜서 두들겨맞고 나니 영 패배감만 들던데요. 솔직히, 카메라 들고 항의하고 싸우면 뭐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요? 이 역시 솔직한 말로 현장에선 열심히 찍고 이 장면을 누구에게 어떻게 빨리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최선이겠죠.'
물론, 누가 맞고 틀리고를 말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그런 딜레마가 저한테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죠. 왜소한 제가 나가서 돌 하나 더 던진다고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하는 일. 어쩌면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하고 나름의 최선일 수도 있다는… 그런 딜레마 말이죠.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거죠. 집회장에 많이 못나가고 조그만 책상머리에 앉아 투쟁속보나 바라보며 자조하는 게 상쇄되는 것은 아니겠지만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단 한 생을 몽땅 걸 수도 있는…그런 거요.
<font color="##003366">Q: 그럼, 집회가 진행되거나 현장에서 시급하게 사람들이 움직일 때, 예를 들어 이번 대우차 투쟁에서 본인이 하는 일은 무엇이었나요? 또 시급한 투쟁국면에서 본인의 역할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십니까?</font>
A: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속보를 많이 보게 할 수 있을까? 또 서버가 다운되면 어떻게 하지? 뭐 이런 고민들을 하죠. 사실 다운이 잘 되거든요.^^ 글쎄요, 누군가는 뒤에 남아서 전선과 후방을 연결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 제 역할은 그런 역할들이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기름칠하고 고치고 닦는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또 그거 이상은 잘 못하구요. ^__^
<b>이제부터가 시작인 진보넷운동</b>
<font color="##003366">Q: 그렇다면 그동안의 활동이나 경험들을 돌이켜봤을 때,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font>
A: 사실은, 거리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보다는 대단히 사소한 것들에 많은 즐거움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노조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이 날아갔는데 당장 노조원들은 노조간부가 일부러 폐쇄했다느니 비난이 쏟아지겠죠. 그러면 정말 다급해서 전화를 하십니다. 그럴 때, 그 문제점을 고쳐드리면 정말 좋아하시죠. 사실 제가 하는 일이 그런 거니까 저한테는 사소한 거지만, 당장 전화하신 분한테는 화급한 상황인 경우가 많죠. 오히려 더 많이, 또 잘 해드리지 못하는 게 죄송하구요. 뭐, 그 정도죠.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__^
<font color="##003366">Q: 사실 소위 주류운동에서 부문운동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많이 느껴왔을 듯합니다. 본인이 통신망관리나 운영에 관련한 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나면 주위에서 공적, 사적으로 부탁이나 요청도 상당히 많았을 것 같은데요. 본인이 정보통신 계열운동을 하면서 실무자취급을 받았던 경험도 있지 않은가요?</font>
A: 사실 많은 큰 단체들은, 저희같은 단체가 자신들을 무상으로 지원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대위같은 곳에 참가하면, 저희에게는 무조건 홈페이지 만드는 일이 떨어집니다. 아직도 정보통신하면 홈페이지 제작만 하는 줄 생각하고, 단지 필요에 의해 도구적으로 부리는 관계가 되어버리는 거죠.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런 홈페이지는 있었는지도 기억도 안 나죠. 저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끼리 상·하의 관계를 맺는 것은 불편한 일입니다. 또, 어느 단체는 단체 홈페이지 제작자체를 의뢰하는 곳도 있습니다. 물론 단체내에서 그런 것을 할 여력이 안 되기 때문에 그러기는 하시겠지만.
저희의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다른 곳에 의뢰해서 만든 페이지는 2~3년 후에는 반드시 애물단지가 됩니다. 막상 홈페이지를 운영할 실무자가 생겨도 이전에 있던 페이지는 어찌 해볼 수 없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그냥 처음부터 다시 만들고 말죠. 저희는 그래서 일부러 홈페이지 제작사업을 하지 않습니다. 홈페이지 제작사업을 하는 것은 어쩌면 각 단체의 정보화 자체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font color="##003366">Q: 그래도 활동하면서 정보통신운동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다고 느낀 적이 있을 법한데, '아, 이 정도면 정말 진보넷도 많이 알려졌구나…'하는 사례들이나 스스로 활동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된 경험들이 있었다면 언제였습니까?</font>
A: 진보넷은 아직 '이 정도면…' 이라고 말할 단계가 아닌 것 같습니다. 처음 인터넷 생방송을 할 때인데, 그러니까 1998년 민중대회였던 것 같네요. 그 땐 정말 아무것도 할 줄 몰랐습니다. 미디어서버도 처음 구축해보고….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울 정도였죠. 또 막상 하려고 보니 장비가 안 좋아서 방송내내 서버케이스를 뜯고 하드를 손으로 때리면서 했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니까. 많이 (발전해)오기는 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보넷의 운동은 이제부터입니다.
진보네크워크센터가 발족한지 3년째. 어느새 진보넷은 운동진영내의 현장속보와 뉴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1차관문이 되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진보넷에게 필요한 것은 상업통신망과 비교하여, 기술이 좀더 세련화되어야 한다는 평가가 아니다. 국가와 자본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네트워크, 이용자들 스스로 만들고 유지해가는 네트워크로서 진보넷이 내세운 기치를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이 더 넓은 연대망을 확장하고 조직할 수 있는 유력한 무기로서 진보넷을 작동시켜야 한다. 그것은 '얼마나 기술이 효율적인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 진보를 말하는가'에 좌우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진보넷 활동가뿐 아니라, 진보넷 모든 이용자들의 과제임은 다시 말할 필요 없겠다.
<b>사회운동의 새로운 정치성과 가능성의 발견</b>
<font color="##003366">Q: 사회인들 중에는 진보넷운동에 대해 생소한 사람들도 있을 수 있는데, 진보네트워크센터를 뭐라고 소개하고 싶으신가요?</font>
A: 진보네트워크는 간략하게 말하면, 사회운동의 정보화를 지원하고 정보통신운동을 하는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네트워크입니다. 1990년대 이후 정보화의 사회경제적 확산 이후 발생한 일련의 흐름들은 진보적인 사회운동단체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세계자본주의가 IT기술을 근간으로 더 유연화, 세계화되는 상황은 진보진영이 다양한 접근경로로 개입해야만 한다는 문제의식을 던져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더 적극적으로는 정보통신기술, 즉 네트워크기술이 진보적인 사회운동의 다른 가능성을 열어준 것에 주목한 곳도 많습니다.
초창기 정보통신운동단체들은 멕시코 원주민운동 사파티스타나, 서구의 APC같은 네트워크기술을 자신의 운동에 가장 효과적으로 적용했던 사례들을 보아왔고요. 1990년대 나우누리같은 상업통신망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던 진보적 동호회의 경험 속에서 다른 정치성과 운동의 영역을 발견한 것이죠. 정보연대SING이나 독립PC통신망을 운영했던 바른정보, 진보적인 통신동호회그룹이었던 통신연대 등은 이러한 가능성들을 내다본 선도적인 단체들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1997년 총파업 당시, 통신지원단 활동은 진보네트워크 운동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진행된 총파업 통신지원단의 활동은 네트워크가 국경을 넘어서는 조직가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 한 극적인 예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네트워크의 중심매체였던 나우누리같은 상업통신망은 검열과 탄압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했죠. 이 한계를 극복하고 네트워크의 진보적인 운동을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만들어진 게 바로 현재의 진보네트워크센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b>진보넷 활동가들이 느끼는 어려움이란</b>
<font color="##003366">Q: 본인이 진보넷에서 하는 일상적인 활동에 대해 말씀해주시죠.</font>
제 일상적인 활동이요? 제 직책은 기술팀장이고 그에 걸맞는 시스템관리와 기술개발을 책임지려(!?) 하고 있지만 잘은 못하죠. 쩝. ^__^
<font color="##003366">Q: 진보넷에서 활동하시는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그럴 거라고 예상되는데, 보통 사회단체 활동가와는 활동유형이 매우 다른 것 같습니다. 매일같이 컴퓨터만 상대하다 보면, 느껴지는 슬럼프는 없습니까?</font>
A: 상당히 아픈 질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매일같이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 것을 엄밀히 활동이라고 할 수는 없죠. 그건 현재 저희 진보네트워크의 어려움이라고밖에 설명드릴 길이 없는데, 단체활동과 서비스활동이 구분되지 않는 것에 따른 어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진보넷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투쟁시기 속보와 뉴스전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런 역할은 독립적인 매체가 있어야 하고, 저희는 그런 매체를 운영하는 단위이다 보니, 오히려 집회장에 더 못 나가는 이유가 되기도 하죠. 서버가 죽어서는 안되니까요.
열심히 현장과 집회장에서 운동하시는 분들이 보시기에는 땡보직인 거 같겠지만, 나름대로 분을 삭이고 매달리고 있는 거죠. 단지 현재 여건이 부족하다 보니, 현장에 많이 나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font color="##003366">Q: 말씀하셨듯 서비스활동이 구분되지 못하면서 사람들이 전화를 통해 무조건적 서비스를 요구할 때도 많을 듯합니다. 진보넷을 그저 단순히 서비스업체로만 인식하기 때문 아닐까요? 그런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지 않습니까?</font>
A: 요새는 PC통신 참세상을 무료화해서 그나마 덜하지만, 이전에 4,950원씩 이용료를 받던 시절에는 말도 못했죠. 전화상이지만 욕 정말 많이 먹었습니다. 1999년 민주노총CUG가 나우누리에서 진보네트워크로 옮겨온 것만 봐도 그랬죠. 당시 상황은 진보넷운동에 적극적인 지지의사의 표현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서비스 받는 곳을 조금 더 정치적으로 안정된 곳으로 옮기는 수준으로 조합원들에게 인식되었습니다. 때문에 서비스에 대한 부담이 대단히 컸어요. 그 때문에 사실 활동의 거의 80%를 서비스 유지하는데 매달려온 게 사실입니다.
현장에서는 진보넷의 깃발을 본 일도 별로 없고, 진보넷은 동영상이나 올려주고 속보게시판이나 운영하는 단체로 생각되다 보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서비스유지 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서비스에 대한 나름의 전략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네트워크가 새로운 민주주의 정치, 예를 들어 대의제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들을 극복하고 일반인의 직접 참여가 가능한 방식의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또한 지적재산권이나 특허에 의한 방식이 아닌 CopyLeft 방식의 지식공유·생산체계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말로 가능성을 제기한다고 주어지는 것들이 아닙니다. 많은 노력과 경험, 실험들이 필요한 문제들입니다. 만일 우리가 더욱 진보적인 사회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우리 스스로 운영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이런 다양한 실험들을 할 수 있는데, 포기할 이유가 없죠.
그 밖에도 네트워크상에는 많은 문제들이 존재합니다. 네트워크 자체가 진보적이지는 않잖아요? 예를 들어 자유게시판 운영같은 것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 노조 자유게시판에 사측이나 경찰측에서 농간을 부린다거나, 특정이슈에 대한 무자비한 네티즌의 공격(군가산점 폐지문제, 100인위원회의 성폭력사례 발표 등…)에 무방비상태인 것이 자유게시판이고, 그러다보니, 노조나 단체에서는 자신에 불리한 글들에 대해서는 삭제와 검열을 일상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부부처의 자유게시판들이 실명으로 전환되기도 하고, 일부 학교(한신대 등…)같은 곳은 자유게시판을 없애버린 곳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또 작년부터는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인터넷에 등급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간 검열과 인권, 그리고 자유에 대해 싸워왔던 많은 것들이 네트워크상에서 속속들이 후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저희는 그 모든 것에 대해 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문제들에 대해 검열과 폭력이 아닌 다른 대안들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그런 실험과 노력은 역시 우리 스스로 운영하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드러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서비스제공자의 모습만 보인다면 저희의 노력이 부족한 이유이겠죠. 그런 모습을 떨쳐버리는 것도 저희 앞에 놓여진 과제일 것입니다.
<b>진보넷 네트워크를 통해 운동의 진지를 쌓아갔으면</b>
<font color="##003366">Q: 요즘 진보넷은 상업통신망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웹메일서비스 등)는 다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상업통신망을 뒤따라가는 경향인가요? 이용자들이 자꾸 과도하게 요구를 하거나 하지는 않습니까?</font>
A: 사실 민주노총이 CUG를 진보넷으로 옮길 즈음만 해도 경쟁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했습니다. 즉, 막말로 서비스가 후지다(? ^__^)는 거지요. 처음 진보넷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인터넷메일도 안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저희가 상업통신망을 따라가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마찬가지죠. 회원들이나 이용자들이 저희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운영하는 방송국은 동시접속자 수가 제한되어 있습니다(돈이 없는 관계로). 그래서 최근 대우차 정리해고사태 때만 해도 서버가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비난의 목소리가 게시판에 게재된 것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 정도는 다 양해해 주시죠. ^__^. 오히려 대우차 투쟁같은 사례들을 보여주는 곳이 많지 않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갖고, 저희 활동에 대해 많이 격려해주십니다.
저희가 그간 기술적인 작업에 몰두했던 일들은 다른 이유에서죠. 저희는 많은 사람들이 저희 네트워크를 통해 운동의 진지를 쌓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경로가 필요하죠. 인터넷도 필요하지만 여전히 PC통신을 고집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경로를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또한 최근 활동가들에게 인터넷메일은 정말 중요한 수단입니다. 중요한 정보들이 오가는 주요소통통로로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안정적이고 편리한 메일시스템을 유지해 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작업하고 있는 참세상공동체(웹메일 포함)는 상업통신망을 따라가기 위한 가랭이 찢기가 아니라, 운동을 위한 기초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font color="##003366">Q: 생각하기로는 보통 진보넷 활동가들이 혼자서 활동을 감당할 때가 많을 듯한데, 힘에 부친다고 생각할 때는 없었습니까? 본인이 해결하지 못한 에러나 문제점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합니까?</font>
A: 혼자서 활동을 감당한다는 말은 잘못된 것 같고요. 단지 일이 많은 것 뿐이죠. 그리고, 힘에 부치는 건 사실이고요. 제가 좀더 머리가 좋았으면, 좀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매일 하죠. 그래서 어느 단체나 그렇지만, 자원활동가들의 몫이 정말 많죠. 제가 어려워하는 부분들을 자원활동가들이 다 메워주었죠. 감사하게 생각하는 자원활동가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솔직히 몇몇 자원활동가들이 안 계셨으면 절대 이런 정도도 못하죠.
<font color="##003366">Q: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생활문제도 중요한데요. 모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돈이 싫다'고 한 바 있는데, 개인적인 재정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십니까?</font>
A: 이 질문에 대해서는 뭔가 수정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모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돈이 싫다고 한 사실이 없고요. 단지 '돈에 대한 개념이 다른 사람에 비해 좀 떨어지는 것 같다'고 한 게 이상하게 와전된 것입니다. 세상에, 저도 돈 많으면 좋아요. 그리고 재정문제는 빈대요법으로 해결합니다. ^__^.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가는군요. ^^
<b>보이지 않는 곳에서 투쟁을 조직한다</b>
<font color="##003366">Q: 집회참가나 기타 눈에 보이는 활동들이 없을 때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곱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럴 때는 뭐라고 대답해주나요?</font>
A: 집회에 많이는 못 나가죠. 얼마전 저희 참세상방송국 내부게시판에서 있었던 논쟁이었는데요. 영상팀 한 분이 봉천동 철거민집회에서 농성을 하시던 분들이 닭장차에 마구 실려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발을 동동 굴렀지만, 막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돌아와 무척 상심하고 있었을 때, 어느 분이 그러더군요. '촬영하는 사람의 임무와 역할은 어쩔 수 없이 있다는 거죠. 그거 좀 오버해버리면, 참 난감해지죠.
지난 총선 때죠, 청년진보당 후보 몇십명이 조선일보사 앞에서 닭장차에 실려 종로서 앞으로 갔을 때, 카메라 들고 한데 엉켜서 두들겨맞고 나니 영 패배감만 들던데요. 솔직히, 카메라 들고 항의하고 싸우면 뭐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요? 이 역시 솔직한 말로 현장에선 열심히 찍고 이 장면을 누구에게 어떻게 빨리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최선이겠죠.'
물론, 누가 맞고 틀리고를 말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그런 딜레마가 저한테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죠. 왜소한 제가 나가서 돌 하나 더 던진다고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하는 일. 어쩌면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하고 나름의 최선일 수도 있다는… 그런 딜레마 말이죠.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거죠. 집회장에 많이 못나가고 조그만 책상머리에 앉아 투쟁속보나 바라보며 자조하는 게 상쇄되는 것은 아니겠지만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단 한 생을 몽땅 걸 수도 있는…그런 거요.
<font color="##003366">Q: 그럼, 집회가 진행되거나 현장에서 시급하게 사람들이 움직일 때, 예를 들어 이번 대우차 투쟁에서 본인이 하는 일은 무엇이었나요? 또 시급한 투쟁국면에서 본인의 역할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십니까?</font>
A: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속보를 많이 보게 할 수 있을까? 또 서버가 다운되면 어떻게 하지? 뭐 이런 고민들을 하죠. 사실 다운이 잘 되거든요.^^ 글쎄요, 누군가는 뒤에 남아서 전선과 후방을 연결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 제 역할은 그런 역할들이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기름칠하고 고치고 닦는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또 그거 이상은 잘 못하구요. ^__^
<b>이제부터가 시작인 진보넷운동</b>
<font color="##003366">Q: 그렇다면 그동안의 활동이나 경험들을 돌이켜봤을 때,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font>
A: 사실은, 거리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보다는 대단히 사소한 것들에 많은 즐거움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노조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이 날아갔는데 당장 노조원들은 노조간부가 일부러 폐쇄했다느니 비난이 쏟아지겠죠. 그러면 정말 다급해서 전화를 하십니다. 그럴 때, 그 문제점을 고쳐드리면 정말 좋아하시죠. 사실 제가 하는 일이 그런 거니까 저한테는 사소한 거지만, 당장 전화하신 분한테는 화급한 상황인 경우가 많죠. 오히려 더 많이, 또 잘 해드리지 못하는 게 죄송하구요. 뭐, 그 정도죠.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__^
<font color="##003366">Q: 사실 소위 주류운동에서 부문운동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많이 느껴왔을 듯합니다. 본인이 통신망관리나 운영에 관련한 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나면 주위에서 공적, 사적으로 부탁이나 요청도 상당히 많았을 것 같은데요. 본인이 정보통신 계열운동을 하면서 실무자취급을 받았던 경험도 있지 않은가요?</font>
A: 사실 많은 큰 단체들은, 저희같은 단체가 자신들을 무상으로 지원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대위같은 곳에 참가하면, 저희에게는 무조건 홈페이지 만드는 일이 떨어집니다. 아직도 정보통신하면 홈페이지 제작만 하는 줄 생각하고, 단지 필요에 의해 도구적으로 부리는 관계가 되어버리는 거죠.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런 홈페이지는 있었는지도 기억도 안 나죠. 저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끼리 상·하의 관계를 맺는 것은 불편한 일입니다. 또, 어느 단체는 단체 홈페이지 제작자체를 의뢰하는 곳도 있습니다. 물론 단체내에서 그런 것을 할 여력이 안 되기 때문에 그러기는 하시겠지만.
저희의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다른 곳에 의뢰해서 만든 페이지는 2~3년 후에는 반드시 애물단지가 됩니다. 막상 홈페이지를 운영할 실무자가 생겨도 이전에 있던 페이지는 어찌 해볼 수 없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그냥 처음부터 다시 만들고 말죠. 저희는 그래서 일부러 홈페이지 제작사업을 하지 않습니다. 홈페이지 제작사업을 하는 것은 어쩌면 각 단체의 정보화 자체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font color="##003366">Q: 그래도 활동하면서 정보통신운동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다고 느낀 적이 있을 법한데, '아, 이 정도면 정말 진보넷도 많이 알려졌구나…'하는 사례들이나 스스로 활동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된 경험들이 있었다면 언제였습니까?</font>
A: 진보넷은 아직 '이 정도면…' 이라고 말할 단계가 아닌 것 같습니다. 처음 인터넷 생방송을 할 때인데, 그러니까 1998년 민중대회였던 것 같네요. 그 땐 정말 아무것도 할 줄 몰랐습니다. 미디어서버도 처음 구축해보고….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울 정도였죠. 또 막상 하려고 보니 장비가 안 좋아서 방송내내 서버케이스를 뜯고 하드를 손으로 때리면서 했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니까. 많이 (발전해)오기는 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보넷의 운동은 이제부터입니다.
진보네크워크센터가 발족한지 3년째. 어느새 진보넷은 운동진영내의 현장속보와 뉴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1차관문이 되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진보넷에게 필요한 것은 상업통신망과 비교하여, 기술이 좀더 세련화되어야 한다는 평가가 아니다. 국가와 자본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네트워크, 이용자들 스스로 만들고 유지해가는 네트워크로서 진보넷이 내세운 기치를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이 더 넓은 연대망을 확장하고 조직할 수 있는 유력한 무기로서 진보넷을 작동시켜야 한다. 그것은 '얼마나 기술이 효율적인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 진보를 말하는가'에 좌우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진보넷 활동가뿐 아니라, 진보넷 모든 이용자들의 과제임은 다시 말할 필요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