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회권위에 비쳐진 한국의 구조조정과 노동현실
UN 사회권위가 거듭 지적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한국은 국제인권법과 그리 친한 나라가 아니다. 정식으로 가입한 인권조약의 국내법적 효력을 가로막는 제도적 결함뿐 아니라 국제인권법에 대한 전반적으로 낮은 인식수준을 보아도 그러하다. 그래서 5월 11일 발표된 사회권위의 최종 견해에 대해 언론사들이 단편적으로만- 관심사에 따라 국가보안법, 경찰폭력 등 특정 부분에 대해서만- 보도한 것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UN 사회권위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의한 한국 민중의 사회권의 파괴라는 총론적 입장에서 각 부분에 대한 권고를 했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나라 밖에서 보기에도 한국민중의 사회적 권리의 파탄은 경제위기하의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화된 문제라는 점이 명백해졌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사회권위는 최종견해에서 '규약 실현의 장애요소'로서 '경제우선주의적 접근'을 들고 있다. 빠른 경제 회복에도 불구하고 경제 우선주의적 접근으로 인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의 보장에 낮은 비중을 두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며, 이로 인해 '특정 사회집단'이 주거, 사회복지, 의료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주변화'되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경제회복과 시장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부 권리들, 혹은 일부 집단의 권리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물론 이런 지적들은 국내 언론에서도 떠들어대는 정도의 비판에 불과한 것으로서, 한국의 현실에 대한 예리한 비판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95년의 사회권위원회의 권고가 각 부분에 대한 평가만으로 이루어져있을 뿐 한국 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최종 견해에 나타난 '경제우선주의에 의한 사회권의 침해'라는 기조는 이례적이고 그만큼 큰 의미를 갖는 것이다.
<b>'주변화'되는 집단1- 비정규직 노동자</b>
이러한 기조와 관련하여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언급들이다. 사회권위는 한국이 빠르게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실업률도 낮추고 있다고 판단해서인지 실업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고 있다. 반면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선 상당히 구체적인 권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99년에 제출된 정부 보고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는데 이 때문에 사회권위의 권고가 더욱 강도 높아진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사회권위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임금, 연금혜택, 실업, 의료혜택, 직업안정성등에서 정규직 노동자와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50%를 넘어 섰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사회권위가 '제안과 권고' 항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3차 보고서에 포함시킬 것,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황을 재검토하고(혹은 지위를 재고하고) 사회권 규약 하의 권리들을 보장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 것을 보아도 한국에서의 불안정 노동의 확산이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진보연대 불안정 노동팀은 비정규직 부분에 대해 반박보고서를 작성하였는데, 너무나도 다양한 비정규직 고용의 종류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서구 사회에선 임시직, 계약직, 파트타이머가 비정규직의 대부분이다. 그래서 학습지 교사, 레미콘 지입차주 같은 특수고용직, 파견, 불법노무도급등의 간접고용 형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이는 노동유연화 정책과 법제도상의 헛점에 힘입어 온갖 형태의 비정규직이 변칙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반영한다. 사회권위 최종견해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와 이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언급하였지만, 아쉽게도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강제 전환하는 것, 파견근로와 같은 간접고용을 제도화하는 것의 문제점에 대해선 지적하지 못했다. 학습지 교사나 레미콘 노동자는 90년대 초반만해도 직접고용된 노동자였으나, 업계내 경쟁이 심화되고 노동운동이 성장하면서 고용비용이 덜 들고 노동통제가 손쉬운 특수고용직 형태로 바꾸어버린 경우이다. 이렇듯 현재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자의 저항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면서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볼 때 이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이 가능하다.
왜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많고도 다양한 비정규직이 생기게 되었는가에 대한 사회권위의 인식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b>'주변화'되는 집단2- 여성, 이주, 장애인 노동자 </b>
사회권위는 뿌리깊은 사회적, 문화적 편견으로 인해 많은 사회집단들이 주변화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여성노동자가 노동시장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되고 차별받는 현실을 지적하였다. 실제로 2000년 현재 우리나라 여성 노동자는 정규직이 139만명(26.7%), 비정규직은 382만명(73.3%)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3배에 가깝다고 한다. 또한 용역직 여성노동자의 22.9%가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또한 지적되었다.
사회권위원회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장애인을 최소 2%이상 고용해야 한다는 의무가 심지어 정부기관에서도 지켜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더욱이 이를 강제할 어떠한 제도적 장치도 없다는 점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였다. 사회권위가 분명 사회적, 문화적 편견으로 인해 주변화되는 집단으로 이주노동자를 들었음에도 이주노동자 문제는 상당히 미흡하게 다뤄졌다. 이는 지침을 통해 이주노동자에게 모든 노동관계법을 적용하고, 자녀들에게 초등교육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으며, 국적법을 개정했다는 정부의 주장이 매우 강하게 전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회권연대회의의 참가단이 산업연수생제도의 해악성을 알리면서 정부 지침이 실질적으로는 거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국적법이 개정됐음에도 비자 발급과 관련된 차별적 관행은 계속된다고 설명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체불임금 청산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이주노동자들을 감금하는 사태가 벌어져 진상조사단이 파견될 정도로 열악한 이주노동자의 현실이 사회권위에서 제대로 지적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공식 집계만으로도 이주노동자가 30만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단순히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다. 도움을 줘야할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라 노동 3권을 완전히 보장받는 당당한 노동자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b>'주변화'되는 노동자들의 권리</b>
사회권위원회는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3권이 제약당하는 것을 지적하였다. 단체행동권은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이다. 그럼에도 파업행위를 범죄시하는 정부의 접근방식에 대해 위원회는 '전적으로 수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위원회는 파업을 관장하는 법률이 투명하지 않고 파업의 합법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관련기관에 과도한 재량이 부여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였다. 파업권을 행사하는 노동조합에 대해 걸핏하면 형사소추를 하는 한국정부의 무식한 행태는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위원회는 공공질서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준 이상의 공권력 사용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였다.
이는 대우차 노동자에 대한 폭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위원회는 특별히 대량해고에 의해 유발된 최근의 노동 관련 시위에서 과도한 경찰력이 사용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였다. 물론 노동자의 정당한 노동3권 행사에 대한 폭력이 대우차 노조만의 일은 아니다. 노동절에 자행된 캐리어 사내하청 노조에 대한 폭력 침탈은 한국 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주는 일례일 뿐이다.
사회권 규약 8조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참여할 권리, 자신들의 경제적 및 사회적 이해를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통해 단체교섭을 행할 권리를 규정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교원 및 공무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파업권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지적하면서 이를 위한 정부의 개선 여부가 3차 보고서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사회권위의 이러한 견해는 박탈되는 단결권의 극히 일부분만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노사정 합의에 의해 유보된 복수노조 금지 조항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어용노조, 유령노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또한 복수노조 금지조항의 대표적인 피해자이다.
비정규직 노조의 결성을 막기 위해 어용 정규직 노조가 규약을 변경하는 경우가 심심치않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는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노조 결성 자체가 불가능하고 개혁안이랍시고 추진하고 있는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단체행동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의 단결권은 교원, 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노동자들에게 제한되고 있다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지적일 것이다.
<b>인권 대통령이 사회권을 박탈하는 한국의 현실</b>
여성 노동자의 태반이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마구 부림당하는 현실에서 최소한의 보호책으로 모성보호법이 제시되었을 때 자본과 정치권은 '국제 사회 어디에도 없는 지나친 보호'라고 매도했다. 비정규직이 이미 절반을 넘어섰음에도 선진화된(!) 미국처럼 노동자를 맘껏 쓰고 맘껏 해고할 수 있어야한다고 대통령이 앞장서 주장하였고, 노동부는 '선진국의 통계 기준으로 따지면'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규모는 얼마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경제우선주의에 의해 한국 민중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UN 사회권위원회의 견해는 세계적 추세 운운하며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정당화한 정부와 자본의 논리가 얼마나 기만적인가를 보여준다. 국제사회가 보기에 한국이란 나라는 인권대통령이 있다는데 민중들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는 박탈당하는 대단히 모순적인 나라일 것이다. 이번 사회권위 최종 견해는 국제 금융기관에 휘둘리는 거시경제 정책에 의해 주변화되는 한국의 사회권에 대해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권 규약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을 지키자는 국제사회의 약속이다. 이 정도 최소한의 것조차 지키지 못하여 비판을 받는다는 것은 한국의 사회권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는가를 보여준다.
비록 한국의 사회권 현실에 대한 충분한 지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이번 권고는 더 이상 세계적 추세 운운하지 말고 고통분담을 강요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부끄러워하라는 하라는 국제사회의 '조심스런' 충고인 것이다.
사회권위는 최종견해에서 '규약 실현의 장애요소'로서 '경제우선주의적 접근'을 들고 있다. 빠른 경제 회복에도 불구하고 경제 우선주의적 접근으로 인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의 보장에 낮은 비중을 두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며, 이로 인해 '특정 사회집단'이 주거, 사회복지, 의료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주변화'되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경제회복과 시장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부 권리들, 혹은 일부 집단의 권리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물론 이런 지적들은 국내 언론에서도 떠들어대는 정도의 비판에 불과한 것으로서, 한국의 현실에 대한 예리한 비판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95년의 사회권위원회의 권고가 각 부분에 대한 평가만으로 이루어져있을 뿐 한국 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최종 견해에 나타난 '경제우선주의에 의한 사회권의 침해'라는 기조는 이례적이고 그만큼 큰 의미를 갖는 것이다.
<b>'주변화'되는 집단1- 비정규직 노동자</b>
이러한 기조와 관련하여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언급들이다. 사회권위는 한국이 빠르게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실업률도 낮추고 있다고 판단해서인지 실업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고 있다. 반면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선 상당히 구체적인 권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99년에 제출된 정부 보고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는데 이 때문에 사회권위의 권고가 더욱 강도 높아진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사회권위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임금, 연금혜택, 실업, 의료혜택, 직업안정성등에서 정규직 노동자와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50%를 넘어 섰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사회권위가 '제안과 권고' 항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3차 보고서에 포함시킬 것,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황을 재검토하고(혹은 지위를 재고하고) 사회권 규약 하의 권리들을 보장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 것을 보아도 한국에서의 불안정 노동의 확산이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진보연대 불안정 노동팀은 비정규직 부분에 대해 반박보고서를 작성하였는데, 너무나도 다양한 비정규직 고용의 종류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서구 사회에선 임시직, 계약직, 파트타이머가 비정규직의 대부분이다. 그래서 학습지 교사, 레미콘 지입차주 같은 특수고용직, 파견, 불법노무도급등의 간접고용 형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이는 노동유연화 정책과 법제도상의 헛점에 힘입어 온갖 형태의 비정규직이 변칙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반영한다. 사회권위 최종견해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와 이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언급하였지만, 아쉽게도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강제 전환하는 것, 파견근로와 같은 간접고용을 제도화하는 것의 문제점에 대해선 지적하지 못했다. 학습지 교사나 레미콘 노동자는 90년대 초반만해도 직접고용된 노동자였으나, 업계내 경쟁이 심화되고 노동운동이 성장하면서 고용비용이 덜 들고 노동통제가 손쉬운 특수고용직 형태로 바꾸어버린 경우이다. 이렇듯 현재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자의 저항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면서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볼 때 이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이 가능하다.
왜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많고도 다양한 비정규직이 생기게 되었는가에 대한 사회권위의 인식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b>'주변화'되는 집단2- 여성, 이주, 장애인 노동자 </b>
사회권위는 뿌리깊은 사회적, 문화적 편견으로 인해 많은 사회집단들이 주변화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여성노동자가 노동시장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되고 차별받는 현실을 지적하였다. 실제로 2000년 현재 우리나라 여성 노동자는 정규직이 139만명(26.7%), 비정규직은 382만명(73.3%)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3배에 가깝다고 한다. 또한 용역직 여성노동자의 22.9%가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또한 지적되었다.
사회권위원회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장애인을 최소 2%이상 고용해야 한다는 의무가 심지어 정부기관에서도 지켜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더욱이 이를 강제할 어떠한 제도적 장치도 없다는 점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였다. 사회권위가 분명 사회적, 문화적 편견으로 인해 주변화되는 집단으로 이주노동자를 들었음에도 이주노동자 문제는 상당히 미흡하게 다뤄졌다. 이는 지침을 통해 이주노동자에게 모든 노동관계법을 적용하고, 자녀들에게 초등교육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으며, 국적법을 개정했다는 정부의 주장이 매우 강하게 전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회권연대회의의 참가단이 산업연수생제도의 해악성을 알리면서 정부 지침이 실질적으로는 거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국적법이 개정됐음에도 비자 발급과 관련된 차별적 관행은 계속된다고 설명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체불임금 청산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이주노동자들을 감금하는 사태가 벌어져 진상조사단이 파견될 정도로 열악한 이주노동자의 현실이 사회권위에서 제대로 지적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공식 집계만으로도 이주노동자가 30만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단순히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다. 도움을 줘야할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라 노동 3권을 완전히 보장받는 당당한 노동자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b>'주변화'되는 노동자들의 권리</b>
사회권위원회는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3권이 제약당하는 것을 지적하였다. 단체행동권은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이다. 그럼에도 파업행위를 범죄시하는 정부의 접근방식에 대해 위원회는 '전적으로 수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위원회는 파업을 관장하는 법률이 투명하지 않고 파업의 합법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관련기관에 과도한 재량이 부여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였다. 파업권을 행사하는 노동조합에 대해 걸핏하면 형사소추를 하는 한국정부의 무식한 행태는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위원회는 공공질서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준 이상의 공권력 사용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였다.
이는 대우차 노동자에 대한 폭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위원회는 특별히 대량해고에 의해 유발된 최근의 노동 관련 시위에서 과도한 경찰력이 사용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였다. 물론 노동자의 정당한 노동3권 행사에 대한 폭력이 대우차 노조만의 일은 아니다. 노동절에 자행된 캐리어 사내하청 노조에 대한 폭력 침탈은 한국 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주는 일례일 뿐이다.
사회권 규약 8조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참여할 권리, 자신들의 경제적 및 사회적 이해를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통해 단체교섭을 행할 권리를 규정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교원 및 공무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파업권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지적하면서 이를 위한 정부의 개선 여부가 3차 보고서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사회권위의 이러한 견해는 박탈되는 단결권의 극히 일부분만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노사정 합의에 의해 유보된 복수노조 금지 조항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어용노조, 유령노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또한 복수노조 금지조항의 대표적인 피해자이다.
비정규직 노조의 결성을 막기 위해 어용 정규직 노조가 규약을 변경하는 경우가 심심치않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는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노조 결성 자체가 불가능하고 개혁안이랍시고 추진하고 있는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단체행동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의 단결권은 교원, 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노동자들에게 제한되고 있다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지적일 것이다.
<b>인권 대통령이 사회권을 박탈하는 한국의 현실</b>
여성 노동자의 태반이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마구 부림당하는 현실에서 최소한의 보호책으로 모성보호법이 제시되었을 때 자본과 정치권은 '국제 사회 어디에도 없는 지나친 보호'라고 매도했다. 비정규직이 이미 절반을 넘어섰음에도 선진화된(!) 미국처럼 노동자를 맘껏 쓰고 맘껏 해고할 수 있어야한다고 대통령이 앞장서 주장하였고, 노동부는 '선진국의 통계 기준으로 따지면'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규모는 얼마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경제우선주의에 의해 한국 민중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UN 사회권위원회의 견해는 세계적 추세 운운하며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정당화한 정부와 자본의 논리가 얼마나 기만적인가를 보여준다. 국제사회가 보기에 한국이란 나라는 인권대통령이 있다는데 민중들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는 박탈당하는 대단히 모순적인 나라일 것이다. 이번 사회권위 최종 견해는 국제 금융기관에 휘둘리는 거시경제 정책에 의해 주변화되는 한국의 사회권에 대해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권 규약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을 지키자는 국제사회의 약속이다. 이 정도 최소한의 것조차 지키지 못하여 비판을 받는다는 것은 한국의 사회권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는가를 보여준다.
비록 한국의 사회권 현실에 대한 충분한 지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이번 권고는 더 이상 세계적 추세 운운하지 말고 고통분담을 강요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부끄러워하라는 하라는 국제사회의 '조심스런' 충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