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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9.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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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들이 살 곳은 어디에? -위기에 처한 콜롬비아 원주민들

해머 | 청년생태주의자 Key
콜럼비아원주민들과의 연결고리

대략 두세달쯤 전, 우연히 콜롬비아 우와족 영토에 다녀온 한 활동가를 만나게 되면서 콜롬비아 우와족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당시 좁디좁은 사무실에 빽빽히 모여앉아 어설픈 조명에, 바람에 흔들리는 간이슬라이드 판을 통해 바라보았던 우와족의 모습들, 생활방식들 그리고 그것에 덧붙여 계속되는 설명들은 그 곳에 있던 우리들 대부분을 감동시켰다. 더불어서 그들이 처한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싶어서 막연하게나마 힘이 될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나 둘, 콜롬비아 원주민들과의 연결고리가 생겨나고, 그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소식들을 접하면서 걱정하고 낙담하고 기뻐하는 등, 지리적인 거리감에도 불구하고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는 것은 글을 쓰는 지금에도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다.


인간 역시도 생태계의 한부분!

콜롬비아 원주민에 대해서 처음으로 접했던 것은 앞서 서술하였듯이, 우와족(U'wa)에 관한 내용이었다. 대지를 그들의 어머니로 여기고, 그 안에 있는 석유를 어머니의 피로 여기며 생태계에 가장 최소한의 피해를 끼치며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그들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름대로 생태운동을 한다하는 내 자신의 삶의 방식, 그리고 생태계와의 공존방식이 가지는 문제점에 대해서 깊은 반성을 하게 만들었던 계기가 아닌가 싶다.
우와족 사람들은 그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목적이 인간과 생태계의 조화를 유지시키기 위함이라고 했다. 얼핏 들으면 뭔가 신비로운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생태계 파괴를 기반으로 한 불균형을 되돌려놓기 위해, 그들 나름의 명상과 기도를 수행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신비주의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바라보는 현재 사회에서 이런 그들의 삶의 목적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더 구체적이면서도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그들 삶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즉, 그들의 식량을 구하기 위한 경작방식을 예로 들수 있겠다.
그들에게 있어서 그들을 배불리 할 수 있도록 경작을 한다는 것은 생태계의 파괴를 초래하지 않고는 성립될 수 없다고 바라보았다. 때문에 경작지를 최소화하였고, 그 때문에 발생할 식량 부족은 1년 중 석달간 단식과 명상을 하며 보내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또한 경작지를 좀더 손쉽게 관리하기 위해 그 주위에 길을 튼다거나, 수로를 내는 등 인간중심적 개발을 하지 않는 모습 등을 통해 인간의 존재가 생태계에 짐이 되지 않으며, 인간 역시도 생태계 고리의 한 부분임을 증명하고, 또 스스로를 그렇게 위치지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러한 그들의 삶에 미국을 등에 업은 다국적 기업인 옥시덴탈 페트롤륨(Oxidental Petroleum)이 침범해 들어온 것은 1988년부터였다. 옥시덴탈은 우와족 영토에서 대규모 석유개발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미국 정부와 콜롬비아 정부의 지원 속에 그들에게 유리한 기반을 만들어 나갔고, 원주민 영토를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원주민과의 사전 협의과정에 있어서도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며 그들의 개발프로젝트를 밀어붙였다. 석유를 파헤치고, 그를 위해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우와족에겐 죽음과도 같았으며, 이 맥락에서 그들은 석유개발을 막아내기 위해 우와족 6,000명의 집단자살을 선택하면서 비폭력저항을 전개해 나갔다. 개발이 진행될 경우 그들의 존재의미는 무색해질 뿐이었으며, 대지가 파헤쳐진 이후 그들의 삶은 계속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렇듯 생태계를 지키고, 원주민부족의 삶에 대한 권리를 지켜내려는 그들의 투쟁에 전세계에서 많은 이들이 지지를 보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시덴탈은 우와족의 저항을 막아내고자 우와족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위협을 하였으며, 그들을 지지하는 지지자들을 살해하고 위협하는 등 파렴치한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자행하였으며 그들의 뒤엔 옥시덴탈을 비호하는 콜롬비아와 미국 정부가 있었다.


생존에 대한 위협은 계속된다

초기에 이 문제를 접했을 때, 옥시덴탈이 올해 9월 우와족 영토에서 석유탐사를 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개발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이 시기를 집중하여 전세계의 지지자들이 콜롬비아로 달려가 우와족과 함께 집단적 저항을 하려 하였다. 이 과정에서 콜롬비아 정부는 저항을 막아내기 위해 콜롬비아 내에 병력을 보강하였고, 우와족 영토 주변에는 악명높은 우익게릴라인 빠라밀리따리(Paramilitary)가 주둔하는 등, 우와족의 생존 자체가 커다란 위협에 놓여있었다. 그리고, 콜롬비아로 집중하고자 했던 계획 자체가 무산되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우와족의 안전이 보장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옥시덴탈이 우와족 영토에서 석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발표가 나왔고, 8월 초에 옥시덴탈이 우와족 영토에서 완전히 철수하겠다는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이 소식은 전세계에서 우와족을 염려하던 모든 사람들에게 정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이었으며 또 그들이 염려와 지지 속에 이루어낸 성과라 할 수 있었다. 결국, 모두의 힘으로 큰 불은 잡게 되었으나, 여기에만 만족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지난 십여년 동안 옥시덴탈이 우와족에게 자행해 왔던 파괴와 위협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어야 하고, 그들이 석유 탐사를 위해 발생시킨 생태계 파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옥시덴탈이 나갔다 하여도, 여전히 그들의 영토에서 석유를 개발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거대 기업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현재 스페인 석유회사인 '렙솔'이 영토 안에서 석유 시추를 시작하였기 때문에 그들의 생존에 대한 위협은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우와족에게 있어서 급박하던 큰 불은 잡힌 마당에, 굳이 이렇게 지면을 할애해 가며 나름대로 구체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뭘까? 우와족의 삶과 연관지어서 바라볼 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방식이 얼마나 생태계에서 벗어나 있는지를 생각해 보기 위함이다. 아무리 생태적인 삶을 살고자 지향하고 환경운동에 나름의 지지를 한다고 해도, 이미 산업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생태계의 그것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고 생태계 파괴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과도하게 원주민들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좇아가야 한다라는 말은 할 수가 없다. 다만 현재의 산업구조와 생활방식의 변화를 꾀하지 않고, 단순히 "우와족은 살아야 한다"를 외치는 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차피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사회를 유지시키기 위해선 제 3세계의 착취는 필연적인 것이고, 제2, 제3의 우와족 역시도 예측불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족을 붙이자면, 개인적으로 우와족의 삶과 그들의 투쟁을 접하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생태계 속에서 어떠한 역할과 목적을 가지고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지향하는 바와는 별도로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처한 사회조건에 순응하며 길들여져 왔기 때문인지 파괴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모습만이 떠오를 뿐, 생태계라는 것은 인간과는 거리가 먼 것인 양 아무런 연관관계를 발견해 내지 못한 것이 솔직한 현재의 모습이다. 단순히 그래도 우리보다는 생태계와 가깝고, 그것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은 듯한 원주민들의 삶과 모습 속에서 언젠가는 내가 풀지 못한 문제의 답을 발견해 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돌아오는 것은 폭력의 칼날뿐

여하튼, 우와족의 상황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 급박히 연대를 호소하는 내용이 전달되었다. 이 역시도, 콜롬비아의 원주민부족에 관한 것이었고, 우라社의 거대 수력발전댐 프로젝트로 인해 생명과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엠베라 카티오족에 대한 것이었다. 엠베라 카티오족 영토 내에 우라 수력발전 댐이 건설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였다. 물론 그보다 몇 년 앞서서,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한 로비작업과 물밑작업이 진행되었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엠베라 카티오족이 살고 있던 숲의 7천평 이상이 침수될 위기에 처하였으며, 그 안에서 수렵과 어로생활을 하던 엠베라 카티오족의 생존, 그리고 그들의 전통적 삶과 문화가 말살당하게 된 것이다. 이에 맞서 그들의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한 엠베라 카티오족의 저항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저항을 주도적으로 구성해 나가던 주요한 사람들이 살해되거나 모국에서 추방당하게 되었으며, 그 와중에 1998년 이들의 지도자가 準군사조직에 의해 살해되고, 구성원들이 납치되거나 폭행 위협에 노출되었다. 그리고 이 상황 속에서도 엠베라 카티오족의 상황을 끊임없이 외부에 알리고 지지자들을 만들어가는 등, 저항에 커다란 힘이 되었던 지도자인 키미(Kimi Pernia Domico)가 지난 6월 2일 무장괴한에게 납치당하여 현재까지 행방불명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그 지역 NGO들에 의해 키미가 안전하게 되돌아올 수 있게 하라는 등의 항의문을 콜롬비아 정부와 우라 수력발전 프로젝트에 관계되는 여러 부처와 기관에 항의 메일과 팩스를 보내자는 연대요청이 들어왔다.
캐나다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고 진행 중인 우라 수력발전프로젝트는 이미 얼마 전에 댐을 구성하는 외벽은 다 쌓아진 상태이고, 댐 안쪽으로 물을 채우기 위한 준비를 진행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 그 지역엔 엠베라 카티오족이 살고 있으며, 흩어져 살고있던 부족들이 수몰될 지역으로 몰려들어 함께 저항하고 있다고 한다.
우라댐(Urra Dam)의 경우에도 우와족과 마찬가지로, 원주민 영토를 개발하기에 앞서 원주민들과의 사전 협의과정은 형식적이고 불성실하게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부족민들이 문맹인 점을 악용하여 동의서 내용을 허위조작하여 서명하게 만드는 등 정당하지 못한 방법들을 동원하여 진행 중이다. 게다가 단지 그들이 살아가고, 삶을 영위할 조금의 땅과 먹거리를 제공하는 강, 그리고 생태계의 존속을 바랄 뿐인데, 그러한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납치와 폭행, 살인이라는 서슬퍼런 폭력의 칼날이었다.

단지 그것을 위해 악랄한 만행이 저질러졌는가!

이쯤 되면, 콜롬비아 원주민들이 가져온 권리에 대해서 콜롬비아 정부가 어떠한 존중도 하고 있지 못함을, 그리고 거대자본이 콜롬비아의 천연자원과 생태계의 보고를 쑥대밭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음을 쉽사리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민족주의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그리고 정부와 권력은 원칙적으로 약자의 편이 되어오지 않았음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이건 정말 너무 심한 감이 없지 않다. 또한 굳이 국가개념으로 다가가지 않더라도, 콜롬비아 원주민들은 그 곳에서 조상 대대로 살아왔으며, 그들의 삶을 향유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잣대와 기준에 적합하지 않고,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을 미개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며, 그들의 삶을 쉽사리 무너뜨릴 수는 없는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플랜 콜롬비아(Plan Columbia)의 경우, 미국 주도로 마약을 근절하겠다는 미명을 뒤집어쓰고, 콜롬비아의 주요경작지를 중심으로 제초제를 항공분사하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주된 목표는 콜롬비아 전체국토의 40%를 통제하고 있는 좌익게릴라그룹인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을 소탕하고자 하는 목적이 마약 근절보다는 보다 주된 것이다. 또, 이들이 뿌려대는 제초제로 인해 코카잎은 물론, 지역의 숲, 사람, 동식물까지도 죽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은 전체 소요비용의 20%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이렇듯 현재 콜롬비아 내에선 거대자본의 개발과, 정부의 세력 확장, 그리고 선진국들의 개입으로 인해 생태계 전체가 위협받고 있으며, 동시에 그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러 원주민 부족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저항을 막기 위해 물리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은 물론, 개발을 통해 그들의 삶의 터전을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
자본의 세력확장을 위한 개발과, 천연자원 착취의 행로는 이제 깊은 산골짜기에 위치하고 있는 콜롬비아 원주민들에게까지 그 칼날을 들이대기 시작하였다. 원주민의 삶과 생태계의 파괴를 기반으로 하여 위태로운 탑을 쌓으려는 것이다. 정말 허탈한 웃음을 나오게 만들었던 사실은, 옥시덴탈이 우와족 영토에서 개발하려 했던 석유, 그러니까 우와족 영토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석유의 양은 고작 미국에서 두 달 정도를 쓸 수 있는 양이었다고 한다. 단지 그것을 위해 많은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파괴시키려는 그 악랄함에 허탈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당장 우리나라에도 많은 문제들이 있고, 억압받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해외로 시각을 돌리는 것은 사치가 아니냐는 말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와족의 그리고 엠베라 카티오족의 생존이 위협당하는 것은, 그리고 그들의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결국 우리와도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하나로 연결된 생태계 고리 속에서 그들과 우리는 분리된 존재가 아니고, 그들의 파괴는 곧 우리의 파괴와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날뛰는 자본을 막지 못하면 결국 우리도 그들의 손아귀에 놓이게 될 것이며 다양한 가치와 존중해야 할 것들이 획일화 되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우와족의 지도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산업사회에 기반하여 살아가고 있는 당신들은 생태계의 파괴와 멸망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원주민들과의, 그리고 생태계와의 의식적인 친화만으로는 파괴를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원주민들과의 연대를 외치기 전에 그들의 삶의 방식과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그것이 원주민 연대운동을 함과 동시에 사회의 전체적인 구조를 재구성 해나가는 다양한 흐름이 필요함을 이야기 해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PSSP

※우와족을 돕기 위한 모임
www.freechal.com/uwakorea, www.ran.org, www.uwacolombia.org, www.amazonwatch.org
주제어
국제 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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