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오아시스 민영화가 가져다 준 파괴적 결과
"정직한 중개자(the honest broker)"로서의 세계은행(World Bank)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 네트워크의 지원으로 아프리카의 수도 공급 사업의 효율성이 증대되고, 공급되는 물의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는 세계은행의 대형 광고물을 설사병(diarrhea)에 걸린 검은 피부의 어린이가 올려다보고 있다. 광고 속에서는 빛나는 수도꼭지에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지만, 현실에서는 매년 설사병으로 죽어가는 500만의 어린이의 푸석푸석한 눈에서 고통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매년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수도공급과 하수정비 프로그램(Water and Sanitation Program)의 명목으로 아프리카로 유입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10,000명의 사람들이 물과 관련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고, 2000년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만 18,000명의 사람들이 설사병으로 사망했다. 과연 설사병은 수백억 달러의 돈으로도 막을 수 없는 인류의 대재앙인가? 천문학적 액수의 자금이 투입되어 수도공급 사업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인민의 대다수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물조차 공급받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배제된 검은 땅, 아프리카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근 20 여 년에 걸친 황금기 동안 누적된 자본의 과잉축적과 이윤율 저하의 문제는 1970년대 들어 비로소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위협으로 제기되기 시작한다. 금 태환의 정지,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 오일 쇼크 등 1970년대 초반의 일련의 사건들은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이어 1970년대 전반에 걸친 세계적인 불황은 자본분파로 하여금 위기의 현실화를 목도하게 하였다. 기존의 케인즈주의가 약속했던 실물부분에서의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게 된 금융자본은 경제정책에 의한 실물부문에서의 긴박에서 벗어나고자 필사의 몸부림을 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요구는 제국주의 중심국으로 하여금 국가 개입의 축소, 공기업의 민영화, 그리고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선회하게 하였고, 이후 금융자본의 투기적 이익 창출을 위한 토대를 형성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제국주의 국가내에서 구조조정이 급속히 추진되게 된다.
그와 더불어, 마샬플랜으로 대표되던 제국주의 자본의 세계 시장에서의 활동 방식 또한 변화하게 된다. 1982년 멕시코의 지불불능 선언(moratorium)을 필두로 한 1980년대 초, 중반의 외채위기(debt crisis)는 제국주의 자본들의 변화된 활동을 세계적 차원에서 전개토록 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현실적 계기로 기능했다. 즉, 외채위기에 직면한 국제 자본은 위기가 노출시킨 취약성으로부터 체계적으로 자본을 방어하려고 하기보다는 "주식-부채 전환(equity-debt swap)"과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이식을 통해 이를 자신의 새로운 활동의 세계적 토대를 마련하는 기회로 활용하는데 집중하였다.1) 그 과정에서 주식시장 육성의 가능성을 가진다고 판단되는 남미와 동아시아의 경제는 새롭게 바뀐 세계자본주의의 환경에서 다시 제국주의 자본의 하위파트너로 정책적으로 "포섭"되며, 주식시장 육성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여타 지역은 새로운 전략과 관련된 일체의 지원이 중단되는 형태로 "배제"되게 된다. 즉, 1980년대 이후 제국주의 자본의 세계적 활동은 투기적 이익 창출의 가능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바탕으로 한 "배제와 포섭"의 전략을 특징으로 하고, 아프리카는 발전의 가능성이 박탈당한 채 "배제"된 검은 땅으로 구분된다.
세계은행의 전략 변화와 아프리카에서의 물 민영화 추진 배경
흥미로운 점은 80년대 중반 이후 제국주의 자본의 세계적 차원에서의 활동방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실행기구인 세계은행의 보고서에 "배재"의 대상인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대출이 90년대 들어 이전보다 더욱 큰 비중을 가지게 된다는 점이다. 2000년 세계은행과 IBRD의 대출 현황을 나타내는 아래의 표 1.에서 아프리카는 라틴아메리카, 유럽, 동부아시아에 이어 세계은행의 대출대상에서 네 번째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표1>
이러한 현상은 현재의 제국주의 자본의 전략이 "배제와 포섭"을 특징으로 한다는,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은 그 중 "배제"의 대상에 포함된다는 앞서의 설명과 모순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모순되는 현상이 오히려 아프리카에 대한 "배제"의 결과로 도출된 것임을 밝히기 위해서는 세계은행의 대출 전략의 변화 이유와 이후 아프리카에서의 민영화 추진과정에 대한 보다 자세한 관찰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한 2차대전 이후 1990년대 이전까지 제국주의 국가와 공산권과의 체제 경쟁의 교두보로서도, 제국주의 국가의 실물생산의 배후지로서도 별다른 중요성을 갖지 못했던 아프리카 지역은 여타 지역에 비할 때 실로 온전한 의미에서 배제되어 있었다. 이전 시기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은 환경론자들과 인도주의자들에 의한 인도적, 생태적 차원의 관심이 주를 이루었고, 이러한 관심은 경제적 차원으로까지는 확장되지 못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프리카 지역은 고작해야 천연자원의 수출과 극히 일부 고소득층을 위한 수입을 중심으로 세계적 차원의 분업연관에 참여했을 뿐이었다. 실제로, 1977년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되었던 the World Water Conference와 1980년대 International Development Water Services and Sanitations Decade(IDWSSD) 등을 통해 환경론자들을 중심으로 이미 제 3세계 국가들의 식수 공급과 관련한 문제들이 제기되었지만3), 세계은행은 이러한 인도주의적 개선을 위한 투자가 수익성을 낳지 않는다는 이유로 1980년대 중반까지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고려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세계은행은 수자원 산업 전문가인 John Kalbermatten의 주장을 받아들여 아프리카의 수자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한다. Kalbermatten의 주장의 핵심은 수자원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결합할 때 아프리카 수자원에 대한 투자 또한 "수익성 있는 투자(viable investment)"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전망을 수용한 세계은행은 이를 실행하기 위해 세계적 차원에서의 파트너쉽의 형성과 적용 가능한 기술혁신의 방향을 검토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아프리카 지역의 물 소비자, 아프리카 지역의 중앙정부, 지방정부, 민간 투자자, 민간 물 공급 업체, 환경문제와 관련한 비정부기구(NGO)들을 연결한 Global Water Partnership(GWP)과 현지 감독 기구인 International Training Network(ITN)이 투자를 위한 파트너쉽으로 구체화된다. 또한, 투자의 지속적 수익성을 담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건으로 지하수 개발과 우물 시공 등의 기존의 소규모 개발방식4)이 아닌 R&D 투자 비중이 높은, 도시지역에 대한 현대화된 수도공급 시설 건설이 계획된다.
투자를 위한 실행적 조건을 갖춘 세계은행은 이를 "모든 가난한 이들에게도 맑은 물을"이라는 인도주의적 기치와 "양질의 물의 지속적 공급을 위한 민영화 도입의 불가피성"이라는 허구적 이데올로기로 포장하는 한편, 외채문제를 빌미로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수도 개발과 관련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추진토록 강제한다.5) 외채 상환의 곤경을 겪고 있었던, 또한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조차 대다수가 식수를 공급받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수도 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하던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불가항력적으로 이러한 정책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1990년대 들어 아래의 표 2., 3.과 같이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세계은행의 대출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고, 이러한 대출의 이면에는 수도사업에 대한 민영화를 포함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수반된다.
표 2.
표 3.
세계은행의 자료에 의하면, 2001년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약 5.6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되어, 60개국에서 이미 78개의 수도 민영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중이며, 새롭게 49개국에서 84개의 민영화 프로젝트가 추진될 예정이다. 이러한 민영화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수자원 대부분은 French Vivendi, General Des Eauz, IPE, Biwater, Suez Lyonnaise 등의 유럽계 다국적 기업들이 독점하게 되었다.
아프리카에서의 물 민영화 추진 과정과 문제점
라틴 아메리카와 동아시아 등의 여타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수자원 개발과 관련하여 구조조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대규모의 인원이 해고되었다. 기니의 경우 504명의 노동자 중 절반 이상이 해고되었고, 케냐에서는 3,500명의 인원이 해고되고 그 자리를 단지 45명의 외국인 관리자가 대체하였다.
하지만, 남미와 동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할 때 아프리카의 수자원 민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이 영역에 대한 구조조정이 경제 내 금융과 여타 실물 영역과 전혀 관련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은행은 투기적 매력을 느낀 아프리카의 수자원 개발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어 이 부분의 중요성을 비정상적으로 부풀렸고, 민영화에 의한 투기적 자본의 무분별한 활동은 이들 국가의 경제 전체의 토대 전체를 파괴하고 있다. 세계은행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자본의 아프리카에 대한 투기 활동은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대륙 전체를 검은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1989년 기니에서는 도시지역에서도 단지 40%의 사람들만이 식수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재정이 부족했던 기니는 식수공급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세계은행의 대부를 받을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세계은행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수용하게 된다. 하지만, 유럽계 민간기업의 "효율적 경영" 결과 기니에서는 7년동안 단지 9%의 시설 확충이 진전되었다. 이에 반해, 물 값은 무려 40% 이상 상승하였고, 그 결과 이전에 비해 오히려 더욱 많은 수의 사람들이 식수를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짐바브웨의 수자원 개발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고 있던 Biwater의 경우 대다수의 사람들이 식수 이용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곧바로 이 영역에서 자기 자본을 철수했고, 이는 짐바브웨의 식수 공급을 완전히 파탄에 빠뜨렸다.
SAMWU의 2001년 보고서에 의하면, 민영화 이후 아프리카 지역에서 생산된 물의 단지 1%만이 비도시 지역의 거주자에게 공급된다고 한다. 그럼 나머지의 물은 도대체 누가 다 마시는 것인가? 같은 보고서에서는, 공급되는 전체 물의 63%가 유럽계 거대 자본이 소유한 상업 농업(commercial agriculture)에 소비되며, 12%는 소수 부유층이 보유한 수영장의 물 공급과 호화정원, 골프장 등에의 물 조달을 위해 소비된다고 한다. 이는 아프리카에서의 물 민영화 추진과 관련해 인도주의적 표현으로 포장된 자본분파의 모든 선전은 거짓이며, 그 배후에는 단지 아프리카의 모든 물을 빨아먹고도 남을 이윤 확보에 대한 무제한의 탐욕만이 위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초국적 기업들의 물 값 인상으로 인한 대다수 인민들의 식수 이용 불능 사태는 모든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공통적인 현상이다. 세계은행의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1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고, 2억명의 사람들은 식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안정적인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비싼 요금으로 인해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는 이들은 오염된 강물을 마시며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결국 아프리카에서의 민영화의 추진은 오염된 물의 이용량을 증대시켰고, 민영화에 대한 분홍빛 선전의 이면에서는 콜레라와 이질이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수백만명의 삶을 앗아갔다.
제국주의 자본과 그들의 실행 기관인 세계은행은 이 지역 인민들의 마지막 남은 피 한 방울까지 빨아먹기 위해 그들의 심장에 수자원 부분에 대한 민영화의 도입이라는 빨대를 꽂았다. 이후의 사정은 아프리카에 대한 세계은행의 대부 증대가 결코 제국주의 자본의 전략 선회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낸다. 오히려 아프리카의 수자원에 대한 세계은행의 대부 행태와 민영화 추진 사례는 "배제"된 지역에 대한 제국주의 자본의 구체적 대응 방식을, 즉, 오직 무한의 약탈만이 존재할 뿐임을 보여준다.
1) 테레사 터너, 크레이그 벤저민, 2000, 외채-자연 위기에 대한 법인자본적 해법: 남성적 협상과 젠더화된 계급투쟁. 공감
2) 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2000, Annual Report. http//www.ibrd.org
3) "Water and Sanitation For All"이라는 세계은행 물동반자 그룹의 현재 모토도 이미 이 시기에 UN을 중심으로한 환경론자들에 의해 제기된 슬로건이다.
4) 이미 1960년대부터 UN, UNICEF, WHO등에 의해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에서 이러한 개발이 추진되고 있었다.
5) 아프리카 지역의 수자원 사업과 관련해 세계은행이 강제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수익자 부담 원칙"을 기반으로 한 수익성의 제고
2. 물 생산과 분배의 효율성 개선
3. 상업적 원칙에 따른 가격 설정과 비용 개선의 제고
4. 도시 지역에 대한 물 공급의 확대
5. 저소득자 층에 대한 물공급의 확대
6. 이 모두를 위한 수도사업의 민영화 확대
Globalization Challenge Initiative, 2001, Water Privatisation in Ghana?: An Analysis of Government and World Bank Policies
6) World Bank, 2000, Water and Sanitation Project: 99-00 Report.
7) World Bank, 2000, Water and Sanitation Project: 99-00 Report.
매년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수도공급과 하수정비 프로그램(Water and Sanitation Program)의 명목으로 아프리카로 유입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10,000명의 사람들이 물과 관련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고, 2000년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만 18,000명의 사람들이 설사병으로 사망했다. 과연 설사병은 수백억 달러의 돈으로도 막을 수 없는 인류의 대재앙인가? 천문학적 액수의 자금이 투입되어 수도공급 사업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인민의 대다수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물조차 공급받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배제된 검은 땅, 아프리카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근 20 여 년에 걸친 황금기 동안 누적된 자본의 과잉축적과 이윤율 저하의 문제는 1970년대 들어 비로소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위협으로 제기되기 시작한다. 금 태환의 정지,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 오일 쇼크 등 1970년대 초반의 일련의 사건들은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이어 1970년대 전반에 걸친 세계적인 불황은 자본분파로 하여금 위기의 현실화를 목도하게 하였다. 기존의 케인즈주의가 약속했던 실물부분에서의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게 된 금융자본은 경제정책에 의한 실물부문에서의 긴박에서 벗어나고자 필사의 몸부림을 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요구는 제국주의 중심국으로 하여금 국가 개입의 축소, 공기업의 민영화, 그리고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선회하게 하였고, 이후 금융자본의 투기적 이익 창출을 위한 토대를 형성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제국주의 국가내에서 구조조정이 급속히 추진되게 된다.
그와 더불어, 마샬플랜으로 대표되던 제국주의 자본의 세계 시장에서의 활동 방식 또한 변화하게 된다. 1982년 멕시코의 지불불능 선언(moratorium)을 필두로 한 1980년대 초, 중반의 외채위기(debt crisis)는 제국주의 자본들의 변화된 활동을 세계적 차원에서 전개토록 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현실적 계기로 기능했다. 즉, 외채위기에 직면한 국제 자본은 위기가 노출시킨 취약성으로부터 체계적으로 자본을 방어하려고 하기보다는 "주식-부채 전환(equity-debt swap)"과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이식을 통해 이를 자신의 새로운 활동의 세계적 토대를 마련하는 기회로 활용하는데 집중하였다.1) 그 과정에서 주식시장 육성의 가능성을 가진다고 판단되는 남미와 동아시아의 경제는 새롭게 바뀐 세계자본주의의 환경에서 다시 제국주의 자본의 하위파트너로 정책적으로 "포섭"되며, 주식시장 육성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여타 지역은 새로운 전략과 관련된 일체의 지원이 중단되는 형태로 "배제"되게 된다. 즉, 1980년대 이후 제국주의 자본의 세계적 활동은 투기적 이익 창출의 가능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바탕으로 한 "배제와 포섭"의 전략을 특징으로 하고, 아프리카는 발전의 가능성이 박탈당한 채 "배제"된 검은 땅으로 구분된다.
세계은행의 전략 변화와 아프리카에서의 물 민영화 추진 배경
흥미로운 점은 80년대 중반 이후 제국주의 자본의 세계적 차원에서의 활동방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실행기구인 세계은행의 보고서에 "배재"의 대상인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대출이 90년대 들어 이전보다 더욱 큰 비중을 가지게 된다는 점이다. 2000년 세계은행과 IBRD의 대출 현황을 나타내는 아래의 표 1.에서 아프리카는 라틴아메리카, 유럽, 동부아시아에 이어 세계은행의 대출대상에서 네 번째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표1>
이러한 현상은 현재의 제국주의 자본의 전략이 "배제와 포섭"을 특징으로 한다는,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은 그 중 "배제"의 대상에 포함된다는 앞서의 설명과 모순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모순되는 현상이 오히려 아프리카에 대한 "배제"의 결과로 도출된 것임을 밝히기 위해서는 세계은행의 대출 전략의 변화 이유와 이후 아프리카에서의 민영화 추진과정에 대한 보다 자세한 관찰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한 2차대전 이후 1990년대 이전까지 제국주의 국가와 공산권과의 체제 경쟁의 교두보로서도, 제국주의 국가의 실물생산의 배후지로서도 별다른 중요성을 갖지 못했던 아프리카 지역은 여타 지역에 비할 때 실로 온전한 의미에서 배제되어 있었다. 이전 시기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은 환경론자들과 인도주의자들에 의한 인도적, 생태적 차원의 관심이 주를 이루었고, 이러한 관심은 경제적 차원으로까지는 확장되지 못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프리카 지역은 고작해야 천연자원의 수출과 극히 일부 고소득층을 위한 수입을 중심으로 세계적 차원의 분업연관에 참여했을 뿐이었다. 실제로, 1977년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되었던 the World Water Conference와 1980년대 International Development Water Services and Sanitations Decade(IDWSSD) 등을 통해 환경론자들을 중심으로 이미 제 3세계 국가들의 식수 공급과 관련한 문제들이 제기되었지만3), 세계은행은 이러한 인도주의적 개선을 위한 투자가 수익성을 낳지 않는다는 이유로 1980년대 중반까지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고려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세계은행은 수자원 산업 전문가인 John Kalbermatten의 주장을 받아들여 아프리카의 수자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한다. Kalbermatten의 주장의 핵심은 수자원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결합할 때 아프리카 수자원에 대한 투자 또한 "수익성 있는 투자(viable investment)"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전망을 수용한 세계은행은 이를 실행하기 위해 세계적 차원에서의 파트너쉽의 형성과 적용 가능한 기술혁신의 방향을 검토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아프리카 지역의 물 소비자, 아프리카 지역의 중앙정부, 지방정부, 민간 투자자, 민간 물 공급 업체, 환경문제와 관련한 비정부기구(NGO)들을 연결한 Global Water Partnership(GWP)과 현지 감독 기구인 International Training Network(ITN)이 투자를 위한 파트너쉽으로 구체화된다. 또한, 투자의 지속적 수익성을 담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건으로 지하수 개발과 우물 시공 등의 기존의 소규모 개발방식4)이 아닌 R&D 투자 비중이 높은, 도시지역에 대한 현대화된 수도공급 시설 건설이 계획된다.
투자를 위한 실행적 조건을 갖춘 세계은행은 이를 "모든 가난한 이들에게도 맑은 물을"이라는 인도주의적 기치와 "양질의 물의 지속적 공급을 위한 민영화 도입의 불가피성"이라는 허구적 이데올로기로 포장하는 한편, 외채문제를 빌미로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수도 개발과 관련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추진토록 강제한다.5) 외채 상환의 곤경을 겪고 있었던, 또한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조차 대다수가 식수를 공급받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수도 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하던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불가항력적으로 이러한 정책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1990년대 들어 아래의 표 2., 3.과 같이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세계은행의 대출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고, 이러한 대출의 이면에는 수도사업에 대한 민영화를 포함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수반된다.
표 2.
표 3.
세계은행의 자료에 의하면, 2001년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약 5.6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되어, 60개국에서 이미 78개의 수도 민영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중이며, 새롭게 49개국에서 84개의 민영화 프로젝트가 추진될 예정이다. 이러한 민영화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수자원 대부분은 French Vivendi, General Des Eauz, IPE, Biwater, Suez Lyonnaise 등의 유럽계 다국적 기업들이 독점하게 되었다.
아프리카에서의 물 민영화 추진 과정과 문제점
라틴 아메리카와 동아시아 등의 여타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수자원 개발과 관련하여 구조조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대규모의 인원이 해고되었다. 기니의 경우 504명의 노동자 중 절반 이상이 해고되었고, 케냐에서는 3,500명의 인원이 해고되고 그 자리를 단지 45명의 외국인 관리자가 대체하였다.
하지만, 남미와 동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할 때 아프리카의 수자원 민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이 영역에 대한 구조조정이 경제 내 금융과 여타 실물 영역과 전혀 관련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은행은 투기적 매력을 느낀 아프리카의 수자원 개발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어 이 부분의 중요성을 비정상적으로 부풀렸고, 민영화에 의한 투기적 자본의 무분별한 활동은 이들 국가의 경제 전체의 토대 전체를 파괴하고 있다. 세계은행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자본의 아프리카에 대한 투기 활동은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대륙 전체를 검은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1989년 기니에서는 도시지역에서도 단지 40%의 사람들만이 식수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재정이 부족했던 기니는 식수공급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세계은행의 대부를 받을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세계은행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수용하게 된다. 하지만, 유럽계 민간기업의 "효율적 경영" 결과 기니에서는 7년동안 단지 9%의 시설 확충이 진전되었다. 이에 반해, 물 값은 무려 40% 이상 상승하였고, 그 결과 이전에 비해 오히려 더욱 많은 수의 사람들이 식수를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짐바브웨의 수자원 개발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고 있던 Biwater의 경우 대다수의 사람들이 식수 이용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곧바로 이 영역에서 자기 자본을 철수했고, 이는 짐바브웨의 식수 공급을 완전히 파탄에 빠뜨렸다.
SAMWU의 2001년 보고서에 의하면, 민영화 이후 아프리카 지역에서 생산된 물의 단지 1%만이 비도시 지역의 거주자에게 공급된다고 한다. 그럼 나머지의 물은 도대체 누가 다 마시는 것인가? 같은 보고서에서는, 공급되는 전체 물의 63%가 유럽계 거대 자본이 소유한 상업 농업(commercial agriculture)에 소비되며, 12%는 소수 부유층이 보유한 수영장의 물 공급과 호화정원, 골프장 등에의 물 조달을 위해 소비된다고 한다. 이는 아프리카에서의 물 민영화 추진과 관련해 인도주의적 표현으로 포장된 자본분파의 모든 선전은 거짓이며, 그 배후에는 단지 아프리카의 모든 물을 빨아먹고도 남을 이윤 확보에 대한 무제한의 탐욕만이 위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초국적 기업들의 물 값 인상으로 인한 대다수 인민들의 식수 이용 불능 사태는 모든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공통적인 현상이다. 세계은행의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1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고, 2억명의 사람들은 식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안정적인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비싼 요금으로 인해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는 이들은 오염된 강물을 마시며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결국 아프리카에서의 민영화의 추진은 오염된 물의 이용량을 증대시켰고, 민영화에 대한 분홍빛 선전의 이면에서는 콜레라와 이질이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수백만명의 삶을 앗아갔다.
제국주의 자본과 그들의 실행 기관인 세계은행은 이 지역 인민들의 마지막 남은 피 한 방울까지 빨아먹기 위해 그들의 심장에 수자원 부분에 대한 민영화의 도입이라는 빨대를 꽂았다. 이후의 사정은 아프리카에 대한 세계은행의 대부 증대가 결코 제국주의 자본의 전략 선회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낸다. 오히려 아프리카의 수자원에 대한 세계은행의 대부 행태와 민영화 추진 사례는 "배제"된 지역에 대한 제국주의 자본의 구체적 대응 방식을, 즉, 오직 무한의 약탈만이 존재할 뿐임을 보여준다.
1) 테레사 터너, 크레이그 벤저민, 2000, 외채-자연 위기에 대한 법인자본적 해법: 남성적 협상과 젠더화된 계급투쟁. 공감
2) 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2000, Annual Report. http//www.ibrd.org
3) "Water and Sanitation For All"이라는 세계은행 물동반자 그룹의 현재 모토도 이미 이 시기에 UN을 중심으로한 환경론자들에 의해 제기된 슬로건이다.
4) 이미 1960년대부터 UN, UNICEF, WHO등에 의해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에서 이러한 개발이 추진되고 있었다.
5) 아프리카 지역의 수자원 사업과 관련해 세계은행이 강제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수익자 부담 원칙"을 기반으로 한 수익성의 제고
2. 물 생산과 분배의 효율성 개선
3. 상업적 원칙에 따른 가격 설정과 비용 개선의 제고
4. 도시 지역에 대한 물 공급의 확대
5. 저소득자 층에 대한 물공급의 확대
6. 이 모두를 위한 수도사업의 민영화 확대
Globalization Challenge Initiative, 2001, Water Privatisation in Ghana?: An Analysis of Government and World Bank Policies
6) World Bank, 2000, Water and Sanitation Project: 99-00 Report.
7) World Bank, 2000, Water and Sanitation Project: 99-00 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