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돈도 마다하는 바보들? - "독이 든 떡"은 먹지 않겠다!
주고야 말겠다는 교육부 對 절대 받을 수 없다는 전교조
요즈음 교육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교사 성과급(성과상여금) 지급 얘기가 나온 것은 가까이는 지난 2월 조금 멀게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과급이 처음 시행된 1995년 당시에는 안 받는(못받는?) 사람이 받는 사람1)보다 훨씬 많았다. 그나마도 학교 내에서 호봉이 높은 순서대로 명단을 올려(즉, 교사에 대한 평가라는 절차 없이) 최대한 많은 돈을 학교별로 받아낸 후 회식비로 쓰거나 나눠먹든가 아니면 나이 많은 교사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던가 하는 식이었다. 교육부가 이상한 짓 한다는 생각들은 했지만, 별로 대상자의 폭이 넓지 않았고 '평가'를 해서 교사를 등급화 한다는 엄혹한 현실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못 받는다 해서 별로 기분 나쁠 상황은 아니었다. 별 재미를 못 본 교육부는 한동안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다가 올해 초 다시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성과급 지급과 관련하여 교육부가 2월 발표한 내용은 교사들을 4단계로 구분하여 차등 지급하는 것이었다. 상위 10%에게는 월 봉급액의 150%, 10%초과∼30%는 100%, 30%초과 70%까지는 50%를 지급하고, 하위 30%에게는 한푼도 주지 않는다는 계획이었다. 이러한 교육부의 성과급 차등 지급 방침이 알려지자 많은 학교에서는 자체 회의를 통해 1/n로 균등분배하려고 하였다. 이는 '차등'의 의미를 희석시킴으로써 차등 성과급이 노리는 바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린 대응이었다. 교육부는 교사들 간에 균등분배 움직임이 일자 일단 성과급 지급을 보류했다. 이는 교사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기도 했지만, 교육부가 돈의 액수보다는 '차등지급'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성과급에 대한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 스승의 날 전에 교원단체들이 공동으로 특별상여금으로 균등하게 지급하라는 요구서명을 했었으나 교육부 측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계속 성과급(2000억 예산)이 공중에서 표류하다가 9월 교총 상층부에서 차등지급이라도 수용하겠으니 돈을 달라는 의사를 밝히자 이에 힘입은 교육부는 재차 강행의사를 표명했다. 교육부는 성과급 지급 계획을 9월 21일 발표하였다.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기본은 4단계 지급안으로 상위 10%는 90%지급. 10-30%는 65%지급, 30-70%는 45%지급, 하위 30%는 30%지급이다. 그러나 시도교육감이나 소속학교장이 조직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3단계로 지급할 수도 있도록 되어있다. 3단계는 상위 30%는 65%지급. 30-70%는 45%지급. 하위30%는 30%지급이다. 지급기준액은 교사의 경우 26호봉 기준 1,036,000원 이다. 이처럼 교육부는 주겠다(물론 차등으로)는 의지를 계속해서 불태우고 있고, 전교조 조합원은 물론 비조합원들까지도 전교조의 반납 결의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투쟁이냐 투항이냐
앞서 언급했다시피 교사들의 애초 대응양상은 '균등분배'에 모아졌다. 이는 당시의 학교의 일반적인 정서가 반영된 전개양상이었다.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갈등을 지레 걱정한 나머지 전교조 조합원들도 섣불리 받지 말자는 얘기를 꺼내기 쉽지 않았다. 균등분배는 근본적인 대응책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성과급의 본질인 '돈'과 '평가'의 연계, 즉 교사를 등급화 한다는 정책의 기본의도를 정면으로 깨는 대응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균등분배를 시도하더라도 교육부 측에서는 엄연히 '교사의 등급'을 자료로 거머쥘 수 있는 것이었고, 받아서 나누던 말던 주는 입장에서는 차등지급을 형식적으로는 관철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봉에 시달리는 처지에 있는 교사들이 주는 돈(사실 1년치 성과급치곤 결코 많은 액수도 아니다)을 거부하는 정공법을 구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고, 성과급의 본질인 '서열화'를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탓이었다. 나눠먹기로 하면 지네들이 알아서 포기할 것이라는 한가로운 계산도 들어있었다. 성과급 균등분배 움직임이 크게 일던 2월에 전교조 게시판에는 '투쟁이냐 투항이냐'라는 제목으로 1/n 균등분배는 사실상 '투항'이라는 정곡을 찌르는 글이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반납 움직임이 크게 조직되지 못했고, 대부분의 학교에서 균등분배로 귀결이 나버린 상태였다.
다행히! 교육부는 성과급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계속 시간을 끌었고, 유야무야 되는가 싶더니 '새로운' 차등지급안을 발표했다. 드디어 전교조는 반납을 성과급에 대한 대응 방침으로 세웠다. 성과급이 교사들간의 경쟁을 유발함으로써 교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교직을 분열시키는 장치라는 문제의 본질에 다가간 움직임으로 보인다.
신자유주의적 교원정책들의 맥락에 있는 성과급
성과급은 신자유주의적 교원정책 전반에 비추어 그 의미를 파악해야 하는데, 교육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교원정책들은 다음과 같다.
얼마 전 확정, 발표된 교직종합발전방안, 양성체제의 개편을 이끌고 있는 국립대 발전계획 그리고 7차 교육과정과 자립형 사립고 도입을 통한 고등학교 체제 개편 등은 교사들에 대한 폭넓은 구조조정을 함의한다. 초·중등교육이 7차와 자립형 도입 등을 통해 개편을 겪는 동안 교직 및 교사는 구조조정의 주요 대상이 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교육시장화 정책들은 교직의 지각변동을 수반한다. 이미 교직 개방, 부전공 연수, 순회교사제, 기간제, 계약제, 성과급 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 상태이고, 기존의 안정적 일자리를 누리던 그러나 힘겨운 노동을 감내해 온 교사들 역시 불안정과 더욱 강화된 노동강도, 경쟁의 압력에 시달리게 된다. 7차에서 시도하는 선택형 교과제의 운영은 교직의 지각변동을 가져오게 만드는 진원지이며, 자립형 사립고 도입 등을 통한 학교 서열화는 교직 내에 서열화(분열)를 가져올 정책들이다.
교육인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7차가 고교 3년까지 완전 도입되는 2004년까지 총26,119명의 교사가 충원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1) 단기 계획으로는 부전공 연수 확대, 계약직 활성화, 교직개방(전문직의 교직입직 허용), 기간제 및 순환제 교사 활용 등이며 이 계획들은 현존 체제 속에서 교육과정 변화 등에 대한 교원 수급 대책을 마련하는 성격을 갖는 동시에 교직의 유연화와 비정규직화를 가져오는 정책들이다. (2) 장기 계획으로는 교원 양성 및 임용 체제 개편을 통해 교원 정책을 재편하고자 한다. 양성과정에서의 복수전공 확대 및 임용과정에서의 복수자격자 우대, 통합교과 자격증 제도 실시, 급별 연계 교사 양성 등이다.
먼저, 복수·부전공 강화는 7차의 논리인 학생 선택권 보장에 따른 것으로서 학생, 즉 소비자의 선택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교사는 멀티 자격을 가지고 있으면서 언제든 이에 적응해가도록 거듭나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부전공 연수를 주로 과원교사 처리에 사용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교원 양성 체제의 개편을 통해 모든 교사를 다자격화하려 하고 있다.
전문직의 교직입직을 폭넓게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교직 개방은 7차의 교과선택제 및 자립형 사립고 및 이상적 공립학교2)와 관련하여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명문 대학(혹은 유학파) 출신의 젊고 유능한 석·박사가 전문 인력으로 초빙(계약직!)되어 학교로 오게 되리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전문직' 교사들의 영입은, 계약직 확대·연봉제 도입3)·교사 서열화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결과적으로 이는 전문인을 도입하는 귀족 학교와 그렇지 못하는 일반 or 삼류학교 등의 학교 서열화로 결론이 날 것이다.
기간제, 순회제·파트타임 교사제도 역시 강화하려 한다. '교원통합활용체제(Teacher Pool)'를 통해 전공별(자격별), 특기별로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교원을 확보, 운영하고자 한다.
교원 양성 및 자격제도에서도 개편을 꾀하고 있는데, 과학이나 사회 교과와 같은 통합교과 운영에 대비하여 통합교과 자격증을 신설4)하고, 또한 학교 급별 연계를 위하여 교원 양성 체제를 초등학교 저학년 담당, 초등 고학년∼고교 1학년 담당, 고교 2학년 이상 담당 양성 형태로 개편하고 이에 맞는 자격증을 부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육대학·국립사범대학에 새로운 초·중등 교원 양성 교육과정 모형을 개발하여 2002년 신입생부터 적용5)하도록 하고 있고, 나아가 교육대와 국립사범대 통합 방안6)까지 내놓고 있다.
이러한 교원정책들은 교직에 대한 구조조정을 의미하며 그 목적은 수급 및 실제 노동과정에서 교직을 유연화하는데 있으며 비정규직이 확대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정책이며 교직 내부를 이분화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노동강도는 강화되며 교직에 대한 통제 역시 '경쟁'과 '불안정화' '서열화'를 통해 강화되며, 나아가 교육운동의 기반이 상실된다는 우려를 갖게 만든다.
성과급은 양성, 임용과정에서의 다양한 유연화, 불안정화 교원정책들과 같은 맥락에 있는 정책으로서, 교사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고 이를 '돈'과 연관지음으로써 교사들을 통제하려는 정책의 일환이다. 나아가 성과급은 계약제 및 연봉제로의 변화를 알려주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성과급 도입의 논리
- 경쟁을 통한 교육의 질 강화, 능력 있고 열심히 일하는 교사가 우대 받는 풍토 조성
성과급을 도입하려는 측은 조직의 입장에서는 구성원의 업무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하여 이를 '보상'과 연계시킴으로써 업무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구성원 입장에서는 자신의 업무능력을 정당하게 평가받음으로써 경제적 보상과 승진을 한꺼번에 이룰 수 있는 필요불가결하고 '좋은' 제도임을 주장한다.
"4급 과장으로 20년을 똑같이 근무한 사람은 성과상여금이 지급되는 첫해에 208만 원의 차이가 납니다.
두번째 세번째 해에 성과상여금을 받지 못하면 점차 그 액수는 벌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성과급을 받는 사람은 승진함에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되겠지요. 수입의 증가와 승진을 한꺼번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성과급 보수제도입니다." (중앙인사위원회 홈)
이에 대해 업무 실적 평가의 정확한 잣대 문제와 노동통제의 강화 그리고 조직 구성원들의 지나친 경쟁으로 '삭막한' 분위기가 연출되어 결과적으로 협력적 조직문화가 파괴되고 결국 생산성 향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논지로 비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직의 경우 이러한 논지는 더더욱 힘을 얻게 되는데, 교육부가 계속 주춤거린 이유도 이러한 주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교원단체들은 또 "개선안은 2단계이건 3단계이건 `교원 등급화'라는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학교현장은 갈등과 분열의 회오리로 빠질 수 밖에 없다"며 "교육부는 성과급 변형시행 의도를 버리고 교육 실천의 특수성을 고려, 교원단체와 현직 교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교육이란 다른 생산업체와 다른 성격을 가진 분야라는 점이 강조된다. 무엇이 과연 효과적인 교육방법인가에 대한 체계적이고 잘 정리된 동의가 이루어진 연구결과가 교육학계 내에는 많지가 않다. 즉 교육학내에는 교육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흐름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교사마다 다양한 교육방법을 적용하고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다양한 그러한 교육방법들 중에서 어느 방법이 학생들의 성적 향상과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더더욱 쉽지가 않다. 더구나 학생들의 성적 향상이 판단의 결과물로만 쓸 수 없다는데도 문제가 있다. 즉, 판단의 기준으로 쓰여질 수 있는 결과물은 일반 기업의 생산물처럼 뚜렷하지 않아서 더더욱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인적자원부나 각 학교의 심사위원회에서 뚜렷한 객관적 기준, 즉 "무엇을 해야 내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지", "왜 나는 성과급을 받을 수 없는지"에 대한 모든 사람들이 동의를 할 수 있는 대답을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과급을 받는 교사와 그렇지 못한 교사간의 불화가 생기고 그러한 불화와 갈등은 학교 전반적으로 교사들의 업무수행능력을 고취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성과급의 이러한 폐해를 의식해서 도입되곤 하는 학교단위의 성과급도 교육학자들로부터 역시 비판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먼저, 여전히 학교평가 역시 평가의 기준에 대한 문제제기가 따를 수 있다. 이를 도입한 미국 내 12개 주에서는 보통 학교의 학생들 시험성적을 근거로 성과급을 지급한다. 하지만 학교 평가를 주 차원의 시험결과만으로 할 수는 없다는 문제제기이다. 다음으로는 '무임승차'의 문제이다. 즉 학교별로 성과급이 지급되면 학교에서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교사에게도 성과급이 지급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이다. 교사 성과급에 대한 미국의 연구에서는 과연 성과급제도 본연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묻고, 그 목적이 교사들이 평가를 통해서 교육방법을 개선하게 하는 것이라면 성과급제도보다도 각 학교단위에서 교사들간의 혹은 교사와 교장과 여타 교육인들간의 생산적 대화를 할 수 있는 학교현장 분위기를 만드는 여러 가지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기도 한다.7) 이처럼 교직에 있어서 경쟁보다는 협력이 더 나은 가치라는 사실은 여기저기서 나오는 목소리이다. 따라서 교사들의 경쟁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은 교육의 본질에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주장이 가능하며,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이 향상된다는 것은 성과급 도입의 근본목적이 아닐 수 있다는 짐작이 가능하다.
오히려 성과급의 실제 효과는 교사에 대한 통제수단이라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교사에 대한 성과급이 유력한 노동통제책이 되리라는 것은 이미 현실에서도 느껴진다. 제대로 시행되지도 않은 성과급을 가지고 교사들의 교육행위를 좌지우지하려는 관리자(교장, 교감)가 주변에 생기고 있다. 어떤 교감은 '하교 후에 문단속을 잘 하고 갔는지, 교실 바닥에 껌이 몇 개나 떨어져 있는지'를 일일이 체크하면서 '당신 이래서 성과급 받겠어?'라고 압력을 가하는 실정이다. 문단속 여부와 껌의 개수는 관리 감독자의 입장에서 세운 잣대임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이런 것에 몰두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그 폐해를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은 하나의 웃지 못할 사례에 불과하다. 성과급 도입자들이 풀어야할 과제인 '공정한 잣대'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기준을 세운다 해도 그것은 특정 입장을 반영한 기준에 불과할 뿐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들이 교사들의 교육활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평가가 만연하게 되면 '눈에 보이는 일'과 '문서 꾸미기'에 몰두하는 경향이 생긴다. 상담활동을 정말로 열심히 하느라 상담록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 교사보다 상담을 실제로 하지 않았어도 상담록을 거짓으로 잘 꾸민 교사가 성과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업을 열심히 하는 교사보다 애들을 두들겨 패서라도 좋은 점수를 낸 교사, 수업보다는 행정업무에 열심인 교사가 유능한 교사로 대접받는다.
성과급 반대의 논리인 "교직의 특수성 고려" 주장 역시 경계한다.
교사 및 공무원들에게도 성과급을 비롯한 경쟁 유발기제를 강요하는 논리는 '온 세상이 경쟁을 하는데 너희들만 예외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성과급 등 경쟁기제 도입을 반대하는 교사들 및 공무원들을 실질적으로 움츠러들게 만든다. 경제논리와 구조조정이 전 사회를 관통하는 마당에 너희들만 안정성과 경쟁의 무풍지대에 안주하려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발상 아니냐는 공격이다. 교사에 대한 구조조정의 시발격인 정년단축이 등에 엎은 논리는 '늙은 교사 1명이 나가면 젊고 팔팔한 교사 3명(정확히는 2.8명)을 쓸 수 있다'는 것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물론 교육부는 교사들을 내보내면서 새롭게 교사들을 충원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경쟁유발 기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교직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모아져서는 안 된다. 물론 교직이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활동과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교사들이 성과급을 반대하는 자세는 이와는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교사가 아닌 그 어떤 노동자도 '파블로프의 개'처럼 성과급 앞에서 침을 흘리고 주인을 위해 열심히 꼬리치도록 훈육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너희들만 왜 예외이려 하는가!"라는 질책 앞에서 교사들은 "교직의 특수성을 몰라서 그러느냐"라고 항변할 일이 아니다. 교직이 안정을 누려왔듯이 모든 노동자는 안정적으로 노동할 권리를 영유해야 마땅하지 않느냐라고 되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1) 당시는 거의 논란이 일지 않다시피 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상위 10%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2) '교원 : 초빙교장·교감제 및 다양한 방면의 전문가를 계약직 교원으로 활용토록 하며...'.(2001. 6. 7. 이상적 학교 설립 방침-교육부)
3) 계약직·연봉제 문제는 전체 공무원 임금 체제 개편 문제와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내년부터 공무원 임금 체제가 크게 개편되는데, 과장급 이하 모든 직종에 성과급·연봉제가 확대된다. (공무원 보수 현실화 5개년 계획) 한편, 내년도 국공립교수는 모두 계약직으로 임용된다(2001. 7. 20. 대통령업무보고자료-교육부)
4) '현행 자격증표시과목제도는 동일교과에서도 어느 단일 과목만을 전담하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예를 들면, 과학교과에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으로 세분화하여 전담하는 자격증을 수여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상치 교사를 양산하게 됨으로써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밖에 없기에 자격증표시과목제도에서 자격 표시 과목을 광역화하여 제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자격 표시과목의 광역화로 교육의 질 확보를?
5) 한편 대학의 교원 양성 과정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로 '교원양성·연수 기관에 대한 평가 인증제'를 올 해 안에 도입한다. (2001. 7. 교종안)
6) '국립대 발전 계획안(2000. 12. 28. 확정)' 참조
7) 하니리포터, "미국 교사 성과급제 실패 이유" 중
요즈음 교육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교사 성과급(성과상여금) 지급 얘기가 나온 것은 가까이는 지난 2월 조금 멀게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과급이 처음 시행된 1995년 당시에는 안 받는(못받는?) 사람이 받는 사람1)보다 훨씬 많았다. 그나마도 학교 내에서 호봉이 높은 순서대로 명단을 올려(즉, 교사에 대한 평가라는 절차 없이) 최대한 많은 돈을 학교별로 받아낸 후 회식비로 쓰거나 나눠먹든가 아니면 나이 많은 교사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던가 하는 식이었다. 교육부가 이상한 짓 한다는 생각들은 했지만, 별로 대상자의 폭이 넓지 않았고 '평가'를 해서 교사를 등급화 한다는 엄혹한 현실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못 받는다 해서 별로 기분 나쁠 상황은 아니었다. 별 재미를 못 본 교육부는 한동안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다가 올해 초 다시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성과급 지급과 관련하여 교육부가 2월 발표한 내용은 교사들을 4단계로 구분하여 차등 지급하는 것이었다. 상위 10%에게는 월 봉급액의 150%, 10%초과∼30%는 100%, 30%초과 70%까지는 50%를 지급하고, 하위 30%에게는 한푼도 주지 않는다는 계획이었다. 이러한 교육부의 성과급 차등 지급 방침이 알려지자 많은 학교에서는 자체 회의를 통해 1/n로 균등분배하려고 하였다. 이는 '차등'의 의미를 희석시킴으로써 차등 성과급이 노리는 바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린 대응이었다. 교육부는 교사들 간에 균등분배 움직임이 일자 일단 성과급 지급을 보류했다. 이는 교사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기도 했지만, 교육부가 돈의 액수보다는 '차등지급'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성과급에 대한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 스승의 날 전에 교원단체들이 공동으로 특별상여금으로 균등하게 지급하라는 요구서명을 했었으나 교육부 측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계속 성과급(2000억 예산)이 공중에서 표류하다가 9월 교총 상층부에서 차등지급이라도 수용하겠으니 돈을 달라는 의사를 밝히자 이에 힘입은 교육부는 재차 강행의사를 표명했다. 교육부는 성과급 지급 계획을 9월 21일 발표하였다.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기본은 4단계 지급안으로 상위 10%는 90%지급. 10-30%는 65%지급, 30-70%는 45%지급, 하위 30%는 30%지급이다. 그러나 시도교육감이나 소속학교장이 조직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3단계로 지급할 수도 있도록 되어있다. 3단계는 상위 30%는 65%지급. 30-70%는 45%지급. 하위30%는 30%지급이다. 지급기준액은 교사의 경우 26호봉 기준 1,036,000원 이다. 이처럼 교육부는 주겠다(물론 차등으로)는 의지를 계속해서 불태우고 있고, 전교조 조합원은 물론 비조합원들까지도 전교조의 반납 결의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투쟁이냐 투항이냐
앞서 언급했다시피 교사들의 애초 대응양상은 '균등분배'에 모아졌다. 이는 당시의 학교의 일반적인 정서가 반영된 전개양상이었다.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갈등을 지레 걱정한 나머지 전교조 조합원들도 섣불리 받지 말자는 얘기를 꺼내기 쉽지 않았다. 균등분배는 근본적인 대응책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성과급의 본질인 '돈'과 '평가'의 연계, 즉 교사를 등급화 한다는 정책의 기본의도를 정면으로 깨는 대응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균등분배를 시도하더라도 교육부 측에서는 엄연히 '교사의 등급'을 자료로 거머쥘 수 있는 것이었고, 받아서 나누던 말던 주는 입장에서는 차등지급을 형식적으로는 관철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봉에 시달리는 처지에 있는 교사들이 주는 돈(사실 1년치 성과급치곤 결코 많은 액수도 아니다)을 거부하는 정공법을 구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고, 성과급의 본질인 '서열화'를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탓이었다. 나눠먹기로 하면 지네들이 알아서 포기할 것이라는 한가로운 계산도 들어있었다. 성과급 균등분배 움직임이 크게 일던 2월에 전교조 게시판에는 '투쟁이냐 투항이냐'라는 제목으로 1/n 균등분배는 사실상 '투항'이라는 정곡을 찌르는 글이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반납 움직임이 크게 조직되지 못했고, 대부분의 학교에서 균등분배로 귀결이 나버린 상태였다.
다행히! 교육부는 성과급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계속 시간을 끌었고, 유야무야 되는가 싶더니 '새로운' 차등지급안을 발표했다. 드디어 전교조는 반납을 성과급에 대한 대응 방침으로 세웠다. 성과급이 교사들간의 경쟁을 유발함으로써 교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교직을 분열시키는 장치라는 문제의 본질에 다가간 움직임으로 보인다.
신자유주의적 교원정책들의 맥락에 있는 성과급
성과급은 신자유주의적 교원정책 전반에 비추어 그 의미를 파악해야 하는데, 교육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교원정책들은 다음과 같다.
얼마 전 확정, 발표된 교직종합발전방안, 양성체제의 개편을 이끌고 있는 국립대 발전계획 그리고 7차 교육과정과 자립형 사립고 도입을 통한 고등학교 체제 개편 등은 교사들에 대한 폭넓은 구조조정을 함의한다. 초·중등교육이 7차와 자립형 도입 등을 통해 개편을 겪는 동안 교직 및 교사는 구조조정의 주요 대상이 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교육시장화 정책들은 교직의 지각변동을 수반한다. 이미 교직 개방, 부전공 연수, 순회교사제, 기간제, 계약제, 성과급 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 상태이고, 기존의 안정적 일자리를 누리던 그러나 힘겨운 노동을 감내해 온 교사들 역시 불안정과 더욱 강화된 노동강도, 경쟁의 압력에 시달리게 된다. 7차에서 시도하는 선택형 교과제의 운영은 교직의 지각변동을 가져오게 만드는 진원지이며, 자립형 사립고 도입 등을 통한 학교 서열화는 교직 내에 서열화(분열)를 가져올 정책들이다.
교육인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7차가 고교 3년까지 완전 도입되는 2004년까지 총26,119명의 교사가 충원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1) 단기 계획으로는 부전공 연수 확대, 계약직 활성화, 교직개방(전문직의 교직입직 허용), 기간제 및 순환제 교사 활용 등이며 이 계획들은 현존 체제 속에서 교육과정 변화 등에 대한 교원 수급 대책을 마련하는 성격을 갖는 동시에 교직의 유연화와 비정규직화를 가져오는 정책들이다. (2) 장기 계획으로는 교원 양성 및 임용 체제 개편을 통해 교원 정책을 재편하고자 한다. 양성과정에서의 복수전공 확대 및 임용과정에서의 복수자격자 우대, 통합교과 자격증 제도 실시, 급별 연계 교사 양성 등이다.
먼저, 복수·부전공 강화는 7차의 논리인 학생 선택권 보장에 따른 것으로서 학생, 즉 소비자의 선택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교사는 멀티 자격을 가지고 있으면서 언제든 이에 적응해가도록 거듭나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부전공 연수를 주로 과원교사 처리에 사용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교원 양성 체제의 개편을 통해 모든 교사를 다자격화하려 하고 있다.
전문직의 교직입직을 폭넓게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교직 개방은 7차의 교과선택제 및 자립형 사립고 및 이상적 공립학교2)와 관련하여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명문 대학(혹은 유학파) 출신의 젊고 유능한 석·박사가 전문 인력으로 초빙(계약직!)되어 학교로 오게 되리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전문직' 교사들의 영입은, 계약직 확대·연봉제 도입3)·교사 서열화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결과적으로 이는 전문인을 도입하는 귀족 학교와 그렇지 못하는 일반 or 삼류학교 등의 학교 서열화로 결론이 날 것이다.
기간제, 순회제·파트타임 교사제도 역시 강화하려 한다. '교원통합활용체제(Teacher Pool)'를 통해 전공별(자격별), 특기별로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교원을 확보, 운영하고자 한다.
교원 양성 및 자격제도에서도 개편을 꾀하고 있는데, 과학이나 사회 교과와 같은 통합교과 운영에 대비하여 통합교과 자격증을 신설4)하고, 또한 학교 급별 연계를 위하여 교원 양성 체제를 초등학교 저학년 담당, 초등 고학년∼고교 1학년 담당, 고교 2학년 이상 담당 양성 형태로 개편하고 이에 맞는 자격증을 부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육대학·국립사범대학에 새로운 초·중등 교원 양성 교육과정 모형을 개발하여 2002년 신입생부터 적용5)하도록 하고 있고, 나아가 교육대와 국립사범대 통합 방안6)까지 내놓고 있다.
이러한 교원정책들은 교직에 대한 구조조정을 의미하며 그 목적은 수급 및 실제 노동과정에서 교직을 유연화하는데 있으며 비정규직이 확대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정책이며 교직 내부를 이분화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노동강도는 강화되며 교직에 대한 통제 역시 '경쟁'과 '불안정화' '서열화'를 통해 강화되며, 나아가 교육운동의 기반이 상실된다는 우려를 갖게 만든다.
성과급은 양성, 임용과정에서의 다양한 유연화, 불안정화 교원정책들과 같은 맥락에 있는 정책으로서, 교사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고 이를 '돈'과 연관지음으로써 교사들을 통제하려는 정책의 일환이다. 나아가 성과급은 계약제 및 연봉제로의 변화를 알려주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성과급 도입의 논리
- 경쟁을 통한 교육의 질 강화, 능력 있고 열심히 일하는 교사가 우대 받는 풍토 조성
성과급을 도입하려는 측은 조직의 입장에서는 구성원의 업무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하여 이를 '보상'과 연계시킴으로써 업무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구성원 입장에서는 자신의 업무능력을 정당하게 평가받음으로써 경제적 보상과 승진을 한꺼번에 이룰 수 있는 필요불가결하고 '좋은' 제도임을 주장한다.
"4급 과장으로 20년을 똑같이 근무한 사람은 성과상여금이 지급되는 첫해에 208만 원의 차이가 납니다.
두번째 세번째 해에 성과상여금을 받지 못하면 점차 그 액수는 벌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성과급을 받는 사람은 승진함에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되겠지요. 수입의 증가와 승진을 한꺼번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성과급 보수제도입니다." (중앙인사위원회 홈)
이에 대해 업무 실적 평가의 정확한 잣대 문제와 노동통제의 강화 그리고 조직 구성원들의 지나친 경쟁으로 '삭막한' 분위기가 연출되어 결과적으로 협력적 조직문화가 파괴되고 결국 생산성 향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논지로 비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직의 경우 이러한 논지는 더더욱 힘을 얻게 되는데, 교육부가 계속 주춤거린 이유도 이러한 주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교원단체들은 또 "개선안은 2단계이건 3단계이건 `교원 등급화'라는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학교현장은 갈등과 분열의 회오리로 빠질 수 밖에 없다"며 "교육부는 성과급 변형시행 의도를 버리고 교육 실천의 특수성을 고려, 교원단체와 현직 교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교육이란 다른 생산업체와 다른 성격을 가진 분야라는 점이 강조된다. 무엇이 과연 효과적인 교육방법인가에 대한 체계적이고 잘 정리된 동의가 이루어진 연구결과가 교육학계 내에는 많지가 않다. 즉 교육학내에는 교육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흐름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교사마다 다양한 교육방법을 적용하고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다양한 그러한 교육방법들 중에서 어느 방법이 학생들의 성적 향상과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더더욱 쉽지가 않다. 더구나 학생들의 성적 향상이 판단의 결과물로만 쓸 수 없다는데도 문제가 있다. 즉, 판단의 기준으로 쓰여질 수 있는 결과물은 일반 기업의 생산물처럼 뚜렷하지 않아서 더더욱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인적자원부나 각 학교의 심사위원회에서 뚜렷한 객관적 기준, 즉 "무엇을 해야 내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지", "왜 나는 성과급을 받을 수 없는지"에 대한 모든 사람들이 동의를 할 수 있는 대답을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과급을 받는 교사와 그렇지 못한 교사간의 불화가 생기고 그러한 불화와 갈등은 학교 전반적으로 교사들의 업무수행능력을 고취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성과급의 이러한 폐해를 의식해서 도입되곤 하는 학교단위의 성과급도 교육학자들로부터 역시 비판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먼저, 여전히 학교평가 역시 평가의 기준에 대한 문제제기가 따를 수 있다. 이를 도입한 미국 내 12개 주에서는 보통 학교의 학생들 시험성적을 근거로 성과급을 지급한다. 하지만 학교 평가를 주 차원의 시험결과만으로 할 수는 없다는 문제제기이다. 다음으로는 '무임승차'의 문제이다. 즉 학교별로 성과급이 지급되면 학교에서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교사에게도 성과급이 지급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이다. 교사 성과급에 대한 미국의 연구에서는 과연 성과급제도 본연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묻고, 그 목적이 교사들이 평가를 통해서 교육방법을 개선하게 하는 것이라면 성과급제도보다도 각 학교단위에서 교사들간의 혹은 교사와 교장과 여타 교육인들간의 생산적 대화를 할 수 있는 학교현장 분위기를 만드는 여러 가지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기도 한다.7) 이처럼 교직에 있어서 경쟁보다는 협력이 더 나은 가치라는 사실은 여기저기서 나오는 목소리이다. 따라서 교사들의 경쟁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은 교육의 본질에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주장이 가능하며,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이 향상된다는 것은 성과급 도입의 근본목적이 아닐 수 있다는 짐작이 가능하다.
오히려 성과급의 실제 효과는 교사에 대한 통제수단이라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교사에 대한 성과급이 유력한 노동통제책이 되리라는 것은 이미 현실에서도 느껴진다. 제대로 시행되지도 않은 성과급을 가지고 교사들의 교육행위를 좌지우지하려는 관리자(교장, 교감)가 주변에 생기고 있다. 어떤 교감은 '하교 후에 문단속을 잘 하고 갔는지, 교실 바닥에 껌이 몇 개나 떨어져 있는지'를 일일이 체크하면서 '당신 이래서 성과급 받겠어?'라고 압력을 가하는 실정이다. 문단속 여부와 껌의 개수는 관리 감독자의 입장에서 세운 잣대임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이런 것에 몰두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그 폐해를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은 하나의 웃지 못할 사례에 불과하다. 성과급 도입자들이 풀어야할 과제인 '공정한 잣대'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기준을 세운다 해도 그것은 특정 입장을 반영한 기준에 불과할 뿐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들이 교사들의 교육활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평가가 만연하게 되면 '눈에 보이는 일'과 '문서 꾸미기'에 몰두하는 경향이 생긴다. 상담활동을 정말로 열심히 하느라 상담록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 교사보다 상담을 실제로 하지 않았어도 상담록을 거짓으로 잘 꾸민 교사가 성과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업을 열심히 하는 교사보다 애들을 두들겨 패서라도 좋은 점수를 낸 교사, 수업보다는 행정업무에 열심인 교사가 유능한 교사로 대접받는다.
성과급 반대의 논리인 "교직의 특수성 고려" 주장 역시 경계한다.
교사 및 공무원들에게도 성과급을 비롯한 경쟁 유발기제를 강요하는 논리는 '온 세상이 경쟁을 하는데 너희들만 예외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성과급 등 경쟁기제 도입을 반대하는 교사들 및 공무원들을 실질적으로 움츠러들게 만든다. 경제논리와 구조조정이 전 사회를 관통하는 마당에 너희들만 안정성과 경쟁의 무풍지대에 안주하려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발상 아니냐는 공격이다. 교사에 대한 구조조정의 시발격인 정년단축이 등에 엎은 논리는 '늙은 교사 1명이 나가면 젊고 팔팔한 교사 3명(정확히는 2.8명)을 쓸 수 있다'는 것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물론 교육부는 교사들을 내보내면서 새롭게 교사들을 충원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경쟁유발 기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교직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모아져서는 안 된다. 물론 교직이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활동과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교사들이 성과급을 반대하는 자세는 이와는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교사가 아닌 그 어떤 노동자도 '파블로프의 개'처럼 성과급 앞에서 침을 흘리고 주인을 위해 열심히 꼬리치도록 훈육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너희들만 왜 예외이려 하는가!"라는 질책 앞에서 교사들은 "교직의 특수성을 몰라서 그러느냐"라고 항변할 일이 아니다. 교직이 안정을 누려왔듯이 모든 노동자는 안정적으로 노동할 권리를 영유해야 마땅하지 않느냐라고 되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1) 당시는 거의 논란이 일지 않다시피 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상위 10%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2) '교원 : 초빙교장·교감제 및 다양한 방면의 전문가를 계약직 교원으로 활용토록 하며...'.(2001. 6. 7. 이상적 학교 설립 방침-교육부)
3) 계약직·연봉제 문제는 전체 공무원 임금 체제 개편 문제와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내년부터 공무원 임금 체제가 크게 개편되는데, 과장급 이하 모든 직종에 성과급·연봉제가 확대된다. (공무원 보수 현실화 5개년 계획) 한편, 내년도 국공립교수는 모두 계약직으로 임용된다(2001. 7. 20. 대통령업무보고자료-교육부)
4) '현행 자격증표시과목제도는 동일교과에서도 어느 단일 과목만을 전담하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예를 들면, 과학교과에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으로 세분화하여 전담하는 자격증을 수여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상치 교사를 양산하게 됨으로써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밖에 없기에 자격증표시과목제도에서 자격 표시 과목을 광역화하여 제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자격 표시과목의 광역화로 교육의 질 확보를?
5) 한편 대학의 교원 양성 과정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로 '교원양성·연수 기관에 대한 평가 인증제'를 올 해 안에 도입한다. (2001. 7. 교종안)
6) '국립대 발전 계획안(2000. 12. 28. 확정)' 참조
7) 하니리포터, "미국 교사 성과급제 실패 이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