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4차 각료회의 선언문(초안) 분석과 입장
들어가며
1999년 11월 WTO 3차 각료회의가 전세계 민중들의 거대한 저항과 회원국들간의 이견으로 막을 내렸다. 2년이 지난 현재, WTO는 정체성의 위기를 맞이하여 제3세계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제스추어를 보이기는 했지만, 실상은 진전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오히려 사태는 더더욱 악화되고 있다. 자유무역이라는 명목 하에 초국적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WTO 무역체제는 기능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제 3세계를 중심으로 각국의 경제를 더더욱 불안정하게 하고, 노동자, 농민, 원주민, 여성들의 삶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또한 환경과 식품안전에 대한 국내정책이 축소 및 제거될 위기에 처해 있으며, 보건의료, 교육, 통신, 상수도 등 시민들의 기초적인 생활을 뒷받침하는 공공영역이 초국적 기업의 이윤추구의 희생양이 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그 규모와 정도는 갈수록 확장되고 있다. 한편 각국 경제를 투기적 금융자본에 종속시키고,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한 시도였던 MAI(다자간 투자협정)의 유령이 되살아나려 하고 있다. 이것은 98년 OECD에서 밀실야합으로 추진한 적이 있었으나 민중들의 저항으로 좌초된 바 있다. 이것을 이름과 형태만 달리하여 거의 동일하게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WTO 4차 각료회의를 한 달여 앞두고 발표된 각료회의 선언문 초안은 현재 WTO 무역체제가 지향하려는 목적을 보여주었다. WTO 무역체제를 반대해왔던 전세계 노동, 농업, 인권, 환경, 여성, 원주민단체들의 요구를 배제하고, 제3세계의 입장은 화려한 수사를 통해 봉합하는 가운데, 미국와 EU사실 미국와 EU는 농업문제와 새로운 의제를 WTO에 포함시키는 문제에 대해 최근까지도 이견이 있어왔다. 미국과 같은 경우 농업문제는 농산물 수출국의 입장을 대변하여 농업 보조금의 감축 및 폐지를 주장했고, 새로운 의제의 경우 WTO내에서 논의할 필요를 굳이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EU의 경우 농업의 다기능성 및 비교역적 특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의제를 WTO내에 포괄할 것을 강력히 제안해 왔다. 그러나 이번 WTO 4차 뉴라운드 출범을 앞두고는 두세력 사이에 일정하게 합의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등등 중심부 국가들의 요구가 관철된 것이다.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는데, 그간 제3세계에서 줄기차게 문제시해왔던 이행관련 문제와 농업문제, TRIPS(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제3세계 국가들이 반대하거나 유보하기를 주장하고 있는 투자, 경쟁, 정부 조달과 같은 새로운 의제들은 이번 4차 각료회의를 통해 합의를 보거나, WTO 뉴라운드를 출범시켜 단계적으로 추진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언문 초안은 전체적으로 매우 빈약하고 추상적이다. 지적재산권, 농업, 이행문제, 투자, 환경 등 수많은 회원국들의 이견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경쟁정책 협정만 1안과 2안이 제출되었을 뿐, 다른 협정들에는 (추상적이지만) 단정적인 안들로 채워져 있다. 첫째, WTO내에 존재하는 이견들은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둘째, 그러면서도 새로운 의제를 포함시켜 중심부 국가들과 초국적 자본의 이해가 걸린 부분은 관철시키고 있고, 셋째, 많은 회원국들이 반대하고 있는 뉴라운드를 4차 각료회의에 출범시키기 위한 내용들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 선언문 초안은 각료회의가 시작되기 전까지 비공식 각료회의 등을 통해 수정하겠지만, 추구하려는 방향을 훼손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선언문 초안에 담긴 숨은 의도들을 따져보고, 이에 대한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하에서는 선언문 초안에 있는 모든 조항들을 해설하고 평가하기보다는 이행문제, 농업, TRIPS, GATS, 투자, 정부조달 등 새로운 의제와 쟁점이 형성된 조항들을 중심으로 논하도록 한다
이하 글상자는 선언문 초안에서 해당 의제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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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4차 각료회의 선언문 초안에 대한 해설과 비판
◈이행문제
10. 회원국들이 제기한 이행과 관련한 쟁점에 가장 큰 중요도를 부여할 것이다. 2000년 12월 15일과 2001년 10월 3일의 일반이사회 결정을 주목하면서, 해결되지 않은 이행문제는 앞으로 수립할 적절한 지침에 따라 새로운 작업계획에서 처리할 것이다.
많은 제3세계 국가들은 수년동안 우르과이 라운드 협상 결과의 이행문제 및 협정자체의 결함에 대한 검토에 논의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며, 추가적인 자유화 협상에는 반대해왔다. 이에 따라 보조금, TRIPS 협정, TRIMS(무역관련투자조치)협정 등에 있는 불평등성에 문제제기 해왔으며, 개도국에 대한 특별차등대우(Special and Differential Treatment) -특히, 섬유․의류 협정 부문- 이행에 있어서 실질적인 진전사항이 없음에 불만을 표시하고 우선적으로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과 인도 등과 같은 국가들은 지난 3월 제네바에서 열린 WTO 일반이사회 비공식회의에서 “모든 이행문제가 제4차 각료회의 이전에 해결되어야 하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각료회의 준비와 관련한 여타 논의는 진전시킬 수 없다”는 정도로 매우 강도 높게 이행문제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왔다.
그런데 선언문 초안에서는 이행과 관련한 쟁점에 대해 중요도를 부여한다고 말하면서도 각료회의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고 새로운 작업계획에서 처리할 것을 밝히고 있다. 한편 선언문 초안과 별도로 이행과 관련 문서가 제출되었지만 진전사항은 거의 미흡하다. 또한 별도의 이행관련 문서가 제출되었다는 것은 개도국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새로운 의제는 WTO에 포괄 하면서도, 제3세계가 우선적으로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이행문제는 분리 처리하겠다는 뜻이다. 이것은 뉴라운드 출범에 대한 제3세계와 중심부 국가들간의 마찰을 우회하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농업
11.다음 요소들을 기초로 더 많은 협의를 통해 문안을 추후 작성한다
-개발도상국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대한 언급을 포함한 현재 진행중인 농업협상에 대한 언급
-농업개혁의 장기적인 목표에 대한 언급
-시장접근, 국내보조 및 수출경쟁 분야에서의 개혁방향 혹은 목표에 대한 언급
-(개도국에 대한) 특별차등대우에 대한 언급
-비교역적 관심사항
-기준 및 협상일정
-협상기구
농업에 대한 WTO 협정(Agreement on Agiculture)은 농산물 관련 무역에 대한 규범을 설정하고, 농업에 대한 지원, 비상용 곡물 비축과 식품안전을 위한 규범 등 정부의 농업 정책에 대해 제한을 가하고 있다.농업에 관한 협정의 서문은 다음 내용을 담고 있다. “나아가 위에서 언급된 장기목적이 합의된 기간동안에 걸쳐 지속된 농업보조 및 보호를 실질적이고 점진적으로 감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세계 농산물시장에서의 규제와 왜곡을 시정하고 방지하는 데 있음을 상기하고...”
그리고 위생 및 식품위생 조치의 적용을 위한 협정(Agreement on the Application of Sanitary and Phytosanitary Standards, SPS)은 식품안전, 동식물의 생명 및 건강, 유전자 변형 식품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에 제한을 가하고 있다. “회원국은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가 인간, 동물 또는 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범위내에서만 적용되고, 과학적 원리에 근거하며 또한 충분한 과학적 증거없이 유지되지 않도록 보장한다.”(SPS 협정 제2조2항) 이 내용이 의미하는 바는 건강에 유해하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기 전까지는 유전자변형농산물(GMO)가 같이 인체에 해를 미칠 수 있는 식품에 대해 규제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TRIPS 협정과 더불어 이 두가지 협정은 초국적 제약, 화학, 농산품 기업에 거대한 독점을 부여하고 있다. 이 협정들은 제3세계 국가들의 거대한 반대에 부딪혀왔다. 제3세계 국가들은 농산품 시장을 개방할 것을 강요당하면서도, 개방의 혜택은 거대 기업형 농업구조를 갖추고 있는 북반구 농산물 수출 국가들만이 누리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값싼 농산물의 수입과 농업보조금 감축으로 인해 수많은 소규모 농가경제와 지역공동체가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우르과이 라운드로 인한 농산물 개방으로 수많은 농가들이 몰락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구조적인 농가부채 문제로 시름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2004년 예정된 쌀 시장 개방을 위한 정부의 쌀 포기정책으로 농민들의 불만은 극도로 고조되어 있다. 결국 2004년에 쌀시장 마저 개방된다면 농업의 해체는 더더욱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현재 농업과 관련한 협정은 의견차이가 가장 첨예한 협정중의 하나이다. 제3세계의 수많은 농업수입국가들은 자국내 농민생존과 농업기반을 보호하기 위해 농업을 공산품과 같은 상품으로 취급하기를 반대하고 있다. 또한, 농산물의 비교역적 특성과 지역 특수적인 농산물 생산에 대한 조건들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농산물 수출국들의 모임인 케언즈 그룹과 미국은 농산품에 대한 공산품 수준의 관세 인하, 농업보조금 축소 및 철폐 등 농산품 수출의 전면적인 규제 제거를 원하고 있다.
선언문 초안에는 세계 농산품 시장의 규제와 왜곡을 막기 위해 제3세계의 특별차등 대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또한 비교역적 관심사항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 언급은 농산물을 공산품과 같이 전면 개방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유럽의 입장을 고려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몇 가지 긍정적인 언급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간 농업협상의 과정을 보았을 때) 선언문 초안은 시장지향적인 세계 농업 시스템을 위해 자국내 농가와 농업경제에 대한 지원 철폐를 재확인하고 있다.
◈GATS(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s, 서비스협정)
12. 서비스 관련 무역협상은 교역국의 경제성장을 진작시키고 개도국들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우리는 2000년 1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서비스협상의 진전과 회원국들의 광범위한 부문에 걸친 제안들에 만족한다. GATS상의 서문, 4조, 16조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협상을 계속함에 있어서의 기초로서 2001년 3월 28일 서비스 협상에서 채택된 가이드라인과 절차를 재확인한다.
현재 서비스 부문은 국제 무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 가운데 하나다. 이 서비스 영역을 WTO 무역체제 내에 담으려는 것은 바로 초국적 자본의 이해에 의한 것이다. GATS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WTO에 의한 무역제재를 통해 국가의 서비스부문에 대한 규제를 제한하도록 한다. 1995년에 형성된 GATS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서비스 부문에 대한 자유화를 진전시키고 있다. 2000년 2월부터 2001년 3월에 1단계 협상준비 작업이 완료되었으며, 현재는 구체적으로 서비스 부문 자유화의 범위와 대상을 확정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중이다. 오는 11월 4차 각료회의에서 뉴라운드가 출범한다면, 2단계 협상이 종료되는 2002년 3월에 서비스 무역 자유화의 확대를 위한 양허 협상이 개시될 정도로 서비스 부문 협상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GATS 협상은 초국적 기업들이 공공 영역 및 서비스 영역에 침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가령, 보건의료, 교육, 에너지, 수자원, 매체, 운송, 전신, 보험, 관광, 박물관, 도서관, 출판 등에 침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공공 영역은 사적이윤의 추구에 위협받고 있으며, 각국 정부는 서비스 부문에 대한 규제 완화를 압박받고 있다.
한편 EU는 “GATS는 기업의 이윤을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할 정도로 서비스 부문의 개방화와 탈규제화를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보건의료와 교육 등 개방 정도가 낮은 부문에 대해 전면적인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역시 지난 5월 9일 서비스 협상회의에 해운, 금융, 유통, 건설, 통신 5개 기간 서비스 부문에 대해 전면적으로 개방하겠다는 입장을 제출한 바 있다.
최근 GATS 협상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협정을 확장․심화시키려 하고 있다.
․포괄되는 서비스의 영역과 수를 증가시키는 방식
․GATS와 충돌하는 규범이나 규제들을 보호하는 예외조항을 제거하는 방식
․지난 라운드에서 충분히 포괄되지 않은 교욱, 수자원, 전신 등과 같은 부분을 포함시키는 방식
․국내 규제를 제한하는 GATS 규범을 개발하는 것. 그리하여 환경보호, 소비자 보호, 공공의료, 사회보장 등 공공이익과 관련된 규범과 기준에 대한 정부의 권한을 축소시키는 것.
이번 선언문 초안에는 이제까지의 협상에 만족한다는 표현을 하고 있으며, 2001년 3월에 채결된 가이드라인과 절차에 대해 재확인 하고 있다. 이는 서비스 부문에 대한 개방화와 탈규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4차 각료회의에는 서비스 협정에 대한 평가 없이 이미 체결된 가이드 라인과 절차를 재천명함으로써 서비스 협상의 진전에 대해 이견을 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서비스 협상으로 인해 사회보장 프로그램과 공공 서비스가 침해되는 것을 우려하는 많은 제3세계 국가들과 사회시민단체들의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비스 부문의 전면적인 개방을 통한 초국적 서비스 기업의 이윤만을 보장하겠다는 의도이다.
◈TRIPS(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
14. 포도주와 증류주의 지리적 표시에 대한 통보 및 등록을 위한 다자체제 설립을 위한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다.
15. TRIPS 이사회가 TRIPS 협정 23조 수준의 지리적 표시 보호를 여타 상품에도 확대하기 위한 협상과 관련된 이슈를 검토할 것이다.
16. 우리는 TRIPS 이사회가 TRIPS 협정과 CBD(생물다양성협약) 간의 관계, 전통지식보호, 비위반제소, TRIPS 협정이 신기술과 여타의 개발을 아우르는 것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것을 기대한다. 이를 수행함에 있어 TRIPS 이사회는 TRIPS 협정의 목표와 원칙을 따를 것이다.
17. TRIPS 이사회는 2002년 말 일반 이사회에 상기 작업의 진전사항에 대해 보고하고 5차 각료회의에 향후 계획을 결정할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다.
지적재산은 권리자에게 배타적인 권력을 부여하는 특허와 같은 무형의 재산 유형을 의미한다. 지적재산권에 관한 무역규범은 특히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이러한 배타적인 권리를 협정에 서명한 국가들에까지 요구한다. 2000년 1월 현재 모든 WTO 회원국가들은 TRIPS 협정의 규범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이 협정은 특허권, 저작권, 상표권에 강력한 전지구적 규범을 부여한다. 이 협정은 발명품이나 문화상품을 보호하려는 초기 의도를 훨씬 넘어서서, 종자뿐만 아니라 동식물 특허제도까지를 인정하고 있다. 또한 이 협정은 지역 공동체와 그들의 유전적 유산과 전통적 의약품에 대한 권리보다도 기업의 사적인 권리를 우선시 하고 있다. 더불어 초국적 제약 회사들이 약품가격을 독점적으로 유지하도록 해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시키고 있으며, 최근에는 개발도상국들이 AIDS 환자들을 위해 더욱 싼 일반약(generic drugs)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TRIPS 협정은 회원국가들 사이에 특히 제3세계 국가들로부터 첨예한 이견과 반대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선언문 초안은 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있고 않다. 지난 9월 17일 수백 개의 세계 사회시민 단체들은 거대 기업들에게 독점을 부여하고, 의약품을 비롯한 여타 물품들에 대한 공공의 접근을 차단하며, 유전자조작을 용이하게 하는 TRIPS의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선언문 초안에는 TRIPS 협정과 생물다양성 협약간의 관계에 주의를 기울이는 정도만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이번 선언문 초안은 생물체에 대한 특허 금지 등 아프리카 그룹과 다른 국가들의 TRIPS 협정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시애틀 각료회의 이전 문서보다도 후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선언문 초안과 별도로 각료회의 전까지 TRIPS 협정과 관련한 문서가 제출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그간 진행되었던 TRIPS 관련 회의를 돌이켜 보았을 때, 제3세계국가들이 공동의 입장을 제출하여 TRIPS 협정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을 요구하였음에도 지적재산권을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초국적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고자 하는 TRIPS의 근본적인 목표는 여전히 관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행문제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문서를 통해 협의를 진행한다는 것은 이견과 쟁점이 첨예한 TRIPS 협상에 대해 우회하겠다는 의도라 할 수 있겠다.
◈ 새로운 의제들
1996년 싱가포르 각료회의에서 최초로 제기되었다고 하여 소위 ‘싱가포르 이슈’라 불리는 무역과 투자, 무역과 경쟁정책, 정부조달 등의 새로운 의제들을 WTO에 포괄할 것인가의 문제는 WTO내 회원국들 사이에서 첨예한 쟁점이다. 원래 이 부분은 미국 대 EU와 일본이라는 중심부 국가들내에서 이견과 대다수 제3세계 국가들의 반대라는 두 축의 쟁점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중심부 국가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우르과이라운드 이후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익을 얻지 못했던 EU와 일본이 새로운 의제들을 포함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미국 역시 이번 4차 각료회의에서 EU와 일본 등 중심부 국가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하여 뉴라운드를 출범하고자 새로운 의제를 포함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3세계 국가들의 경우 이행문제와 농업, GATS, TRIPS 협정 등 이미 설정된 의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의제를 협의하는 것에 반대해왔으며, 이번 선언문 초안에 대해서도 새로운 의제를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간 자유무역이라는 미명하게 추진되어왔던 WTO 무역체제가 실제 초국적 기업과 중심부 국가들에게는 막대한 이익을 보장해주었다. 이러한 조건에서 투자의 자유화, 정부조달의 자유화, 국내 산업보호를 위한 경쟁 정책의 해체 등을 요구하는 새로운 의제는 WTO 무역체제가 야기한 구조적 불평등과 폐해를 더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결국 이 부담은 제3세계에게 전가될 것이므로 제3세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서 새로운 의제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무역과 투자
18. 1안) 장기해외투자, 특히 외국인직접투자를 위한 투명하고 안정적이며 예측가능한 환경을 확보할 다자적인 규범형성을 위한 협상을 지지한다. 다자규범은 투자국 및 유치국간의 이익을 균형적으로 반영해야 하고 정부의 규제책임 및 경제개발목표를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다자규범은 GATS의 접근 방식에 기초하여 범위 및 정의, 투명성, 비차별, 설립전 약속에 대한 조항 및 국가간 분쟁해결조항을 포함할 것이다. 회원국들이 각국의 상황과 요구에 상응하는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도상국과 최빈개도국들의 특별한 발전과 무역과 금융적 요구들은 다자규범의 내재적 부분으로서 고려될 것이다. 이 협상은 관련된 WTO 조항들과 현존하는 양자간 투자협정이나 지역간 투자협정에 관해 동등한 권한을 갖게 될 것이다.
19. 2안) 무역과 투자 작업반은 회원국들의 의견에 기초하여 보다 집중적인 분석작업을 수행하며, 5차 각료회의에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다.
선언문 초안에는 두 가지 안이 제시되어 있다. 1안은 장기 해외 투자 특히, 해외 직접투자를 위해 투명하고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조건들을 보장하는 다자간 구조를 도입하는 새로운 협상을 요구한다. 2안은 보다 집중적인 분석작업을 수행하여, 5차 각료회의에 보고서를 제출하자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안은 다자간 구조에 대한 두 가지 태도로부터 기인한다. 첫째, 많은 국가들이 새로운 투자 협상에 반대하며, 어떤 국가들은 MAI에 이은 또 다른 실패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 이러한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투자규범은 WTO 규범에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WTO는 단호해야 하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초국적 기업들은 전세계 모든 국가들에 자신들의 생산 공정을 도입할 것을 보장받고, 보호받기를 원했다. 또한 그들은 그 어떠한 규제나 조건도 없이 세계 구석구석, 산업부문에 상관없이 직접 투자할 수 있기를 원해왔다. 실제로 기업이 국가를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 포괄적인 투자 협정은 1995년 WTO 첫 회의에서 제시되었으나, 이견의 충돌이 심해 OECD로 넘겨졌다. 그러나, 국제적인 여론에 의해 두 번째 패배를 경험해야 했다.
한편 GATS는 이미 초국적 서비스 기업에 이러한 투자자의 권리를 부여하는 규범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 투자 권리는 제네바에서 진행된 GATS 협상에서 확장되었다. GATS의 내국민대우 조항이 제한없이 적용된다면, 해외 기업들은 국내 기업과 동일한 대우를 받으며, 공공 보조금에 대해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지난 수년간 1700개 이상의 양자간 투자협정이 체결되었는데, 이 협정은 투자 보호와 투자자-국가 권리를 담고 있다. 이처럼 투자관련 협상은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투자와는 무관한다. 오히려 해외투자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윤을 보장해주기 위해 해외투자에 대한 정부 규제의 축소 및 철폐를 목적으로 한다.
▷무역과 경쟁
20. 1안) 무역과 개발에 대한 경쟁정책의 기여를 증진시킬 협상을 개시한다. 이를 위해 협상은 다음 조건들을 제시할 수 있는 틀거리를 기초지어야 한다.: 투명성, 비차별, 절차의 공정성, 중핵 카르텔(hardcore cartel) 규정을 포함한 핵심 원칙; 자발적 협력을 위한 양식(modalities); 능력배양을 통한 개발도상국 경쟁기관의 점진적 강화 지원. 협상과정에서 개발도상국과 최빈개도국들의 상황과 그들을 위한 적절한 유연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는 협상동안 그리고 협정의 기초로서 역량을 형성하기 하기 위한 기술적인 지원과 협조를 준비하기 위한 계획을 배치할 것이다.
21. 2안) 무역과 경쟁의 상호관련을 위한 작업반은 회원국들의 의견에 기초하여 보다 집중적인 분석작업을 수행하여 5차 각료회의에 보고서 제출할 것이다.
선언문 초안은 경쟁정책에 대해 두 가지 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안은 투자관련 협정의 두 안과 마찬가지로 궁극적으로 경쟁정책이라는 새로운 의제를 WTO 내에 포괄하려는 것이다. 다만 일정상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무역과 경쟁정책의 목적은 국내 독점을 보호해주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제도들을 축소하거나 제거하는데 있다. 표면상으로 이 목적은 독점을 완화하고 경쟁을 도모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과는 개발도상국으로 하여금 국내 독점을 제거하고, 초국적 기업의 활동에 대한 국가규제 및 제한을 축소 및 철폐함으로써 초국적 자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하고 장악할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를 부여한다. 결국 WTO 협상과 규범에 의해 보호받는 새로운 독점을 형성한다. 투자 협정과 마찬가지로 경쟁정책은 초국적 자본이 현재 누리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권력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국내 경쟁과 지역공동체를 확대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활동을 규제할 수 있는 중요한 권리를 WTO에 부여할 것이다.
▷정부조달 투명성
22. 정부조달투명성 작업반의 성과에 기반하고 참가국들의 발전을 우선으로 하면서, 정부조달투명성에 대한 다자협정체결을 위한 협상을 개시한다. 이 협상은 투명성 분야에만 제한되며, 각국이 국내공급품 및 공급자를 선호할 여지를 제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의무의 준수와 관련된 이슈는 협상에서 제기되어야 하며, 개발도상국과 최빈개도국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협상동안 그리고 협정의 기초로서 역량을 형성하기 하기 위한 기술적인 지원과 협조를 마련하기 위한 계획을 배치할 것이다
정부조달에 대한 협정(Agreement on Government Procurement)의 목적은 정부가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국내 경제 발전을 고려하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이로부터 WTO는 국내 공급자에 대한 선호, 국내품 조달 기준 도입, 투자규범 부과 등을 문제제기하고 있다.
선언문 초안는 정부조달의 투명성에 국한해서만 다자간 협정을 위한 협상을 개시하려 하고 있다. 이는 초국적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첫 단계가 될 수 있도록 정부들이 향후 계약을 공개하도록 할 것이다. 엄청난 자금력과 강력한 중심부국가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초국적 기업과 개발도상국의 국내 기업과의 경쟁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현재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의 경우, 정부조달 물품의 양은 엄청나다. 정부 지출이 전체 GDP의 1/3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도 있다. 그리하여 중심부 국가들은 정부조달 시장이 자신들을 위해 개방되길 바라고 있으며, 국내 산업에 투여되는 이 자금이 초국적 기업으로 빠져나간다면 이에 따른 국내 산업의 피해는 막대하다. 한편 현실적으로 많은 제3세계 국가들은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정부조달과 관련한 작업반에서 어떤 합의도 진행되지 않았고 범위, 정부조달의 유형, 투명성에 대한 정의 등 많은 이견들이 존재한다.
▷비농산품을 위한 시장 접근(공산품 관세)
13. 고관세(tariff peaks) 및 경사관계(tariff escalation) 문제를 포함한 관세 및 비관세장벽의 삭감 또는 철페를 위한 협상을 개시한다. 협상대상 상품범위는 선험적인 제외없이 포괄적이어야 한다. 협상은 개발도상국과 최빈개도국의 특별한 요구와 이익을 고려할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모든 공산품의 관세 인하 및 철폐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비관세장벽에 대한 완화 및 철폐까지도 진전시켜 나갈 것을 밝히고 있다. 우르과이 라운드부터 제기되어 온 비관세장벽이란 다름아닌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농민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보조금 등 국내경제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들이 포함된다. 그런데 WTO 무역체제는 자유무역에 걸림돌이 된다는 근거로 비관세 장벽의 완화 및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많은 제3세계 국가들은 그동안 추진되어온 관세 인하로도 자국내 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 상황에서 각국이 버텨 내기 힘든 만큼의 자유화를 확장시키는 것은 많은 국가의 산업기반의 해체와 민중의 삶의 파괴를 야기할 위험이 크다.
▷ 무역, 외채, 금융
31. 일반이사회의 감독하에 무역과 외채, 금융간의 관계를 검토할 것을 개시한다. 또한, WTO의 지시와 권한내에서 개발도상국과 최빈개도국의 외채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해결을 도모하고, 금융과 통화의 불안정성으로부터 다자간 무역체계의 보호라는 차원에서 무역과 금융, 통화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한 권고를 검토하도록 한다. 일반이사회는 이를 위해 가장 적절한 제도적 장치를 고려하고, 5차 각료회담에 진전된 사항을 보고하도록 할 것이다.
이 의제는 외채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제3세계국가들이 제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제3세계의 요구들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외채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무역과 금융, 통화정책을 강화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스러운 것이다. 더군다나 세계적으로 불평등한 무역구조에 대한 고려없이 제한없는 자유화를 추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초국적 기업과 중심부 국가들에 대부분의 이익을 보장하는 WTO 무역체제는 무역자유화를 통한 외채문제 해결이란 요원한 일이며, 오히려 외채가 증가할 것이다. 또한 외채와 금융, 통화정책의 연계는 IMF가 차관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각국에 요구하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WTO 무역체제를 통해 더더욱 공고화시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외채로 고통받고 있는 제3세계 국가들의 국내 정책에 대해 신자유주의 세계화 추진의 세 축인 IMF, 세계은행, WTO의 통제력을 강화시키려는 것이다.
1980년부터 불거져 온 외채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은 조건없는 외채 감축 혹은 탕감을 위한 국제적인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며, 불평등한 세계 무역구조속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제3세계 국가들의 발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무역구조를 형성하는 길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WTO 뉴라운드 출범을 반대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은 지난 9.11 테러사건을 계기로 WTO 뉴라운드 출범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테러사건은 미국이 추진하던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세계패권정책이 일정하게 실패했음을 알려주는 전조였음에도, 미국은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여 테러응징을 빌미로 중동지역에 대한 전반적인 패권전략과 석유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 및 확장하려 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 부와 번영을 가져다주는(?) 무역의 자유화를 더더욱 진전시키기 위해 뉴라운드를 반드시 연내에 출범시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은 이번에 제출된 각료회의 선언문 초안의 불평등함과 제반 문제점을 덮어둔 채 일단 뉴라운드는 출범시켜야 한다는 당위만이 난무하도록 한다.
그러나 이번 선언문 초안은 초안이 나온 다음날 수 십여 제3세계 국가들이 반대와 불만의 입장을 제출한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초안은 커다란 결점과 문제를 안고 있으며, WTO의 구조적 불평등성과 비민주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WTO 내에는 20개 이상의 협정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 협정마다 일종의 회의체계가 있다. 그러나 핵심적인 쟁점들에 대한 논의는 북반구 국가들과 소수 영향력 있는 남반구 국가들만 참여하는 ‘그린 룸’ 회의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번 초안문의 경우에도 많은 제3세계 국가들은 이행문제와 기설정의제들에 대한 충분한 합의 없이는 새로운 의제를 논의할 수 없으며 뉴라운드를 출범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수없이 제출했다. 그럼에도, 앞서 초안문 내용을 살펴보았듯이 이와는 정반대로 중심부 국가들이 요구해온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즉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한 중심부 국가들을 위한 ‘발전 의제’들로 주로 구성된 것이다.
WTO는 주로 공산품 관세에 대해서만 국제적 규범을 마련했던 GATT와는 달리, 농업, 서비스, 지적재산권, 투자, 환경 등 민중들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또한, 국내 경제정책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에까지 무역자유화에 따른 국제규범을 마련함으로써 지구적 권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목표는 초국적 기업들이 세계 구석구석까지 침투하여 이윤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투자와 경쟁 정책 등 새로운 의제들을 WTO 내에 포괄하고, 정부조달에 대한 규범들이 WTO 규범에 의해 강요받게 되면, 국가의 경제․사회정책은 위협받고 영세 농민들의 생존과 지역공동체가 파괴되며 환경과 사회의 제 부문은 황폐화될 것이다. 반면 중심부 국가들의 강력한 지원 하에 있는 초국적 기업들은 제3세계 국가들에 상품과 직접투자의 원활한 유입을 보장받게 되며, 독점적 이윤을 얻게 될 것이다.
이처럼 WTO 무역체제는 세계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제3세계 국가들을 들러리로 내세울 뿐, 중심부 국가와 초국적 자본의 이윤보장만을 강요하고 있다. 따라서 뉴라운드 출범으로 WTO는 더욱 강화된 권력을 위임받아서는 안되며, 오히려 근본적인 수정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러한 근본적인 수정의 방향은 제3세계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협상의 내용들을 일부 수정하거나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재산권, 서비스, 투자, 농업, 그리고 정부의 자율적인 정책들과 관련한 제반의 사항들을 자유무역 규범의 틀에서 제외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또한, 구조적으로 불평등한 무역구조를 전환시켜나가기 위한 발본적인 계획을 수립하며, 민주주의, 환경, 보건, 인권, 노동권, 여성 및 아동의 권리 등 민중의 삶의 권리와 사회적 발전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다자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1999년 11월 WTO 3차 각료회의가 전세계 민중들의 거대한 저항과 회원국들간의 이견으로 막을 내렸다. 2년이 지난 현재, WTO는 정체성의 위기를 맞이하여 제3세계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제스추어를 보이기는 했지만, 실상은 진전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오히려 사태는 더더욱 악화되고 있다. 자유무역이라는 명목 하에 초국적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WTO 무역체제는 기능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제 3세계를 중심으로 각국의 경제를 더더욱 불안정하게 하고, 노동자, 농민, 원주민, 여성들의 삶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또한 환경과 식품안전에 대한 국내정책이 축소 및 제거될 위기에 처해 있으며, 보건의료, 교육, 통신, 상수도 등 시민들의 기초적인 생활을 뒷받침하는 공공영역이 초국적 기업의 이윤추구의 희생양이 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그 규모와 정도는 갈수록 확장되고 있다. 한편 각국 경제를 투기적 금융자본에 종속시키고,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한 시도였던 MAI(다자간 투자협정)의 유령이 되살아나려 하고 있다. 이것은 98년 OECD에서 밀실야합으로 추진한 적이 있었으나 민중들의 저항으로 좌초된 바 있다. 이것을 이름과 형태만 달리하여 거의 동일하게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WTO 4차 각료회의를 한 달여 앞두고 발표된 각료회의 선언문 초안은 현재 WTO 무역체제가 지향하려는 목적을 보여주었다. WTO 무역체제를 반대해왔던 전세계 노동, 농업, 인권, 환경, 여성, 원주민단체들의 요구를 배제하고, 제3세계의 입장은 화려한 수사를 통해 봉합하는 가운데, 미국와 EU사실 미국와 EU는 농업문제와 새로운 의제를 WTO에 포함시키는 문제에 대해 최근까지도 이견이 있어왔다. 미국과 같은 경우 농업문제는 농산물 수출국의 입장을 대변하여 농업 보조금의 감축 및 폐지를 주장했고, 새로운 의제의 경우 WTO내에서 논의할 필요를 굳이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EU의 경우 농업의 다기능성 및 비교역적 특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의제를 WTO내에 포괄할 것을 강력히 제안해 왔다. 그러나 이번 WTO 4차 뉴라운드 출범을 앞두고는 두세력 사이에 일정하게 합의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등등 중심부 국가들의 요구가 관철된 것이다.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는데, 그간 제3세계에서 줄기차게 문제시해왔던 이행관련 문제와 농업문제, TRIPS(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제3세계 국가들이 반대하거나 유보하기를 주장하고 있는 투자, 경쟁, 정부 조달과 같은 새로운 의제들은 이번 4차 각료회의를 통해 합의를 보거나, WTO 뉴라운드를 출범시켜 단계적으로 추진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언문 초안은 전체적으로 매우 빈약하고 추상적이다. 지적재산권, 농업, 이행문제, 투자, 환경 등 수많은 회원국들의 이견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경쟁정책 협정만 1안과 2안이 제출되었을 뿐, 다른 협정들에는 (추상적이지만) 단정적인 안들로 채워져 있다. 첫째, WTO내에 존재하는 이견들은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둘째, 그러면서도 새로운 의제를 포함시켜 중심부 국가들과 초국적 자본의 이해가 걸린 부분은 관철시키고 있고, 셋째, 많은 회원국들이 반대하고 있는 뉴라운드를 4차 각료회의에 출범시키기 위한 내용들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 선언문 초안은 각료회의가 시작되기 전까지 비공식 각료회의 등을 통해 수정하겠지만, 추구하려는 방향을 훼손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선언문 초안에 담긴 숨은 의도들을 따져보고, 이에 대한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하에서는 선언문 초안에 있는 모든 조항들을 해설하고 평가하기보다는 이행문제, 농업, TRIPS, GATS, 투자, 정부조달 등 새로운 의제와 쟁점이 형성된 조항들을 중심으로 논하도록 한다
이하 글상자는 선언문 초안에서 해당 의제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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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4차 각료회의 선언문 초안에 대한 해설과 비판
◈이행문제
10. 회원국들이 제기한 이행과 관련한 쟁점에 가장 큰 중요도를 부여할 것이다. 2000년 12월 15일과 2001년 10월 3일의 일반이사회 결정을 주목하면서, 해결되지 않은 이행문제는 앞으로 수립할 적절한 지침에 따라 새로운 작업계획에서 처리할 것이다.
많은 제3세계 국가들은 수년동안 우르과이 라운드 협상 결과의 이행문제 및 협정자체의 결함에 대한 검토에 논의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며, 추가적인 자유화 협상에는 반대해왔다. 이에 따라 보조금, TRIPS 협정, TRIMS(무역관련투자조치)협정 등에 있는 불평등성에 문제제기 해왔으며, 개도국에 대한 특별차등대우(Special and Differential Treatment) -특히, 섬유․의류 협정 부문- 이행에 있어서 실질적인 진전사항이 없음에 불만을 표시하고 우선적으로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과 인도 등과 같은 국가들은 지난 3월 제네바에서 열린 WTO 일반이사회 비공식회의에서 “모든 이행문제가 제4차 각료회의 이전에 해결되어야 하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각료회의 준비와 관련한 여타 논의는 진전시킬 수 없다”는 정도로 매우 강도 높게 이행문제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왔다.
그런데 선언문 초안에서는 이행과 관련한 쟁점에 대해 중요도를 부여한다고 말하면서도 각료회의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고 새로운 작업계획에서 처리할 것을 밝히고 있다. 한편 선언문 초안과 별도로 이행과 관련 문서가 제출되었지만 진전사항은 거의 미흡하다. 또한 별도의 이행관련 문서가 제출되었다는 것은 개도국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새로운 의제는 WTO에 포괄 하면서도, 제3세계가 우선적으로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이행문제는 분리 처리하겠다는 뜻이다. 이것은 뉴라운드 출범에 대한 제3세계와 중심부 국가들간의 마찰을 우회하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농업
11.다음 요소들을 기초로 더 많은 협의를 통해 문안을 추후 작성한다
-개발도상국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대한 언급을 포함한 현재 진행중인 농업협상에 대한 언급
-농업개혁의 장기적인 목표에 대한 언급
-시장접근, 국내보조 및 수출경쟁 분야에서의 개혁방향 혹은 목표에 대한 언급
-(개도국에 대한) 특별차등대우에 대한 언급
-비교역적 관심사항
-기준 및 협상일정
-협상기구
농업에 대한 WTO 협정(Agreement on Agiculture)은 농산물 관련 무역에 대한 규범을 설정하고, 농업에 대한 지원, 비상용 곡물 비축과 식품안전을 위한 규범 등 정부의 농업 정책에 대해 제한을 가하고 있다.농업에 관한 협정의 서문은 다음 내용을 담고 있다. “나아가 위에서 언급된 장기목적이 합의된 기간동안에 걸쳐 지속된 농업보조 및 보호를 실질적이고 점진적으로 감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세계 농산물시장에서의 규제와 왜곡을 시정하고 방지하는 데 있음을 상기하고...”
그리고 위생 및 식품위생 조치의 적용을 위한 협정(Agreement on the Application of Sanitary and Phytosanitary Standards, SPS)은 식품안전, 동식물의 생명 및 건강, 유전자 변형 식품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에 제한을 가하고 있다. “회원국은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가 인간, 동물 또는 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범위내에서만 적용되고, 과학적 원리에 근거하며 또한 충분한 과학적 증거없이 유지되지 않도록 보장한다.”(SPS 협정 제2조2항) 이 내용이 의미하는 바는 건강에 유해하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기 전까지는 유전자변형농산물(GMO)가 같이 인체에 해를 미칠 수 있는 식품에 대해 규제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TRIPS 협정과 더불어 이 두가지 협정은 초국적 제약, 화학, 농산품 기업에 거대한 독점을 부여하고 있다. 이 협정들은 제3세계 국가들의 거대한 반대에 부딪혀왔다. 제3세계 국가들은 농산품 시장을 개방할 것을 강요당하면서도, 개방의 혜택은 거대 기업형 농업구조를 갖추고 있는 북반구 농산물 수출 국가들만이 누리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값싼 농산물의 수입과 농업보조금 감축으로 인해 수많은 소규모 농가경제와 지역공동체가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우르과이 라운드로 인한 농산물 개방으로 수많은 농가들이 몰락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구조적인 농가부채 문제로 시름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2004년 예정된 쌀 시장 개방을 위한 정부의 쌀 포기정책으로 농민들의 불만은 극도로 고조되어 있다. 결국 2004년에 쌀시장 마저 개방된다면 농업의 해체는 더더욱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현재 농업과 관련한 협정은 의견차이가 가장 첨예한 협정중의 하나이다. 제3세계의 수많은 농업수입국가들은 자국내 농민생존과 농업기반을 보호하기 위해 농업을 공산품과 같은 상품으로 취급하기를 반대하고 있다. 또한, 농산물의 비교역적 특성과 지역 특수적인 농산물 생산에 대한 조건들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농산물 수출국들의 모임인 케언즈 그룹과 미국은 농산품에 대한 공산품 수준의 관세 인하, 농업보조금 축소 및 철폐 등 농산품 수출의 전면적인 규제 제거를 원하고 있다.
선언문 초안에는 세계 농산품 시장의 규제와 왜곡을 막기 위해 제3세계의 특별차등 대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또한 비교역적 관심사항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 언급은 농산물을 공산품과 같이 전면 개방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유럽의 입장을 고려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몇 가지 긍정적인 언급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간 농업협상의 과정을 보았을 때) 선언문 초안은 시장지향적인 세계 농업 시스템을 위해 자국내 농가와 농업경제에 대한 지원 철폐를 재확인하고 있다.
◈GATS(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s, 서비스협정)
12. 서비스 관련 무역협상은 교역국의 경제성장을 진작시키고 개도국들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우리는 2000년 1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서비스협상의 진전과 회원국들의 광범위한 부문에 걸친 제안들에 만족한다. GATS상의 서문, 4조, 16조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협상을 계속함에 있어서의 기초로서 2001년 3월 28일 서비스 협상에서 채택된 가이드라인과 절차를 재확인한다.
현재 서비스 부문은 국제 무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 가운데 하나다. 이 서비스 영역을 WTO 무역체제 내에 담으려는 것은 바로 초국적 자본의 이해에 의한 것이다. GATS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WTO에 의한 무역제재를 통해 국가의 서비스부문에 대한 규제를 제한하도록 한다. 1995년에 형성된 GATS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서비스 부문에 대한 자유화를 진전시키고 있다. 2000년 2월부터 2001년 3월에 1단계 협상준비 작업이 완료되었으며, 현재는 구체적으로 서비스 부문 자유화의 범위와 대상을 확정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중이다. 오는 11월 4차 각료회의에서 뉴라운드가 출범한다면, 2단계 협상이 종료되는 2002년 3월에 서비스 무역 자유화의 확대를 위한 양허 협상이 개시될 정도로 서비스 부문 협상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GATS 협상은 초국적 기업들이 공공 영역 및 서비스 영역에 침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가령, 보건의료, 교육, 에너지, 수자원, 매체, 운송, 전신, 보험, 관광, 박물관, 도서관, 출판 등에 침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공공 영역은 사적이윤의 추구에 위협받고 있으며, 각국 정부는 서비스 부문에 대한 규제 완화를 압박받고 있다.
한편 EU는 “GATS는 기업의 이윤을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할 정도로 서비스 부문의 개방화와 탈규제화를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보건의료와 교육 등 개방 정도가 낮은 부문에 대해 전면적인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역시 지난 5월 9일 서비스 협상회의에 해운, 금융, 유통, 건설, 통신 5개 기간 서비스 부문에 대해 전면적으로 개방하겠다는 입장을 제출한 바 있다.
최근 GATS 협상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협정을 확장․심화시키려 하고 있다.
․포괄되는 서비스의 영역과 수를 증가시키는 방식
․GATS와 충돌하는 규범이나 규제들을 보호하는 예외조항을 제거하는 방식
․지난 라운드에서 충분히 포괄되지 않은 교욱, 수자원, 전신 등과 같은 부분을 포함시키는 방식
․국내 규제를 제한하는 GATS 규범을 개발하는 것. 그리하여 환경보호, 소비자 보호, 공공의료, 사회보장 등 공공이익과 관련된 규범과 기준에 대한 정부의 권한을 축소시키는 것.
이번 선언문 초안에는 이제까지의 협상에 만족한다는 표현을 하고 있으며, 2001년 3월에 채결된 가이드라인과 절차에 대해 재확인 하고 있다. 이는 서비스 부문에 대한 개방화와 탈규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4차 각료회의에는 서비스 협정에 대한 평가 없이 이미 체결된 가이드 라인과 절차를 재천명함으로써 서비스 협상의 진전에 대해 이견을 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서비스 협상으로 인해 사회보장 프로그램과 공공 서비스가 침해되는 것을 우려하는 많은 제3세계 국가들과 사회시민단체들의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비스 부문의 전면적인 개방을 통한 초국적 서비스 기업의 이윤만을 보장하겠다는 의도이다.
◈TRIPS(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
14. 포도주와 증류주의 지리적 표시에 대한 통보 및 등록을 위한 다자체제 설립을 위한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다.
15. TRIPS 이사회가 TRIPS 협정 23조 수준의 지리적 표시 보호를 여타 상품에도 확대하기 위한 협상과 관련된 이슈를 검토할 것이다.
16. 우리는 TRIPS 이사회가 TRIPS 협정과 CBD(생물다양성협약) 간의 관계, 전통지식보호, 비위반제소, TRIPS 협정이 신기술과 여타의 개발을 아우르는 것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것을 기대한다. 이를 수행함에 있어 TRIPS 이사회는 TRIPS 협정의 목표와 원칙을 따를 것이다.
17. TRIPS 이사회는 2002년 말 일반 이사회에 상기 작업의 진전사항에 대해 보고하고 5차 각료회의에 향후 계획을 결정할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다.
지적재산은 권리자에게 배타적인 권력을 부여하는 특허와 같은 무형의 재산 유형을 의미한다. 지적재산권에 관한 무역규범은 특히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이러한 배타적인 권리를 협정에 서명한 국가들에까지 요구한다. 2000년 1월 현재 모든 WTO 회원국가들은 TRIPS 협정의 규범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이 협정은 특허권, 저작권, 상표권에 강력한 전지구적 규범을 부여한다. 이 협정은 발명품이나 문화상품을 보호하려는 초기 의도를 훨씬 넘어서서, 종자뿐만 아니라 동식물 특허제도까지를 인정하고 있다. 또한 이 협정은 지역 공동체와 그들의 유전적 유산과 전통적 의약품에 대한 권리보다도 기업의 사적인 권리를 우선시 하고 있다. 더불어 초국적 제약 회사들이 약품가격을 독점적으로 유지하도록 해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시키고 있으며, 최근에는 개발도상국들이 AIDS 환자들을 위해 더욱 싼 일반약(generic drugs)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TRIPS 협정은 회원국가들 사이에 특히 제3세계 국가들로부터 첨예한 이견과 반대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선언문 초안은 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있고 않다. 지난 9월 17일 수백 개의 세계 사회시민 단체들은 거대 기업들에게 독점을 부여하고, 의약품을 비롯한 여타 물품들에 대한 공공의 접근을 차단하며, 유전자조작을 용이하게 하는 TRIPS의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선언문 초안에는 TRIPS 협정과 생물다양성 협약간의 관계에 주의를 기울이는 정도만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이번 선언문 초안은 생물체에 대한 특허 금지 등 아프리카 그룹과 다른 국가들의 TRIPS 협정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시애틀 각료회의 이전 문서보다도 후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선언문 초안과 별도로 각료회의 전까지 TRIPS 협정과 관련한 문서가 제출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그간 진행되었던 TRIPS 관련 회의를 돌이켜 보았을 때, 제3세계국가들이 공동의 입장을 제출하여 TRIPS 협정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을 요구하였음에도 지적재산권을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초국적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고자 하는 TRIPS의 근본적인 목표는 여전히 관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행문제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문서를 통해 협의를 진행한다는 것은 이견과 쟁점이 첨예한 TRIPS 협상에 대해 우회하겠다는 의도라 할 수 있겠다.
◈ 새로운 의제들
1996년 싱가포르 각료회의에서 최초로 제기되었다고 하여 소위 ‘싱가포르 이슈’라 불리는 무역과 투자, 무역과 경쟁정책, 정부조달 등의 새로운 의제들을 WTO에 포괄할 것인가의 문제는 WTO내 회원국들 사이에서 첨예한 쟁점이다. 원래 이 부분은 미국 대 EU와 일본이라는 중심부 국가들내에서 이견과 대다수 제3세계 국가들의 반대라는 두 축의 쟁점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중심부 국가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우르과이라운드 이후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익을 얻지 못했던 EU와 일본이 새로운 의제들을 포함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미국 역시 이번 4차 각료회의에서 EU와 일본 등 중심부 국가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하여 뉴라운드를 출범하고자 새로운 의제를 포함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3세계 국가들의 경우 이행문제와 농업, GATS, TRIPS 협정 등 이미 설정된 의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의제를 협의하는 것에 반대해왔으며, 이번 선언문 초안에 대해서도 새로운 의제를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간 자유무역이라는 미명하게 추진되어왔던 WTO 무역체제가 실제 초국적 기업과 중심부 국가들에게는 막대한 이익을 보장해주었다. 이러한 조건에서 투자의 자유화, 정부조달의 자유화, 국내 산업보호를 위한 경쟁 정책의 해체 등을 요구하는 새로운 의제는 WTO 무역체제가 야기한 구조적 불평등과 폐해를 더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결국 이 부담은 제3세계에게 전가될 것이므로 제3세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서 새로운 의제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무역과 투자
18. 1안) 장기해외투자, 특히 외국인직접투자를 위한 투명하고 안정적이며 예측가능한 환경을 확보할 다자적인 규범형성을 위한 협상을 지지한다. 다자규범은 투자국 및 유치국간의 이익을 균형적으로 반영해야 하고 정부의 규제책임 및 경제개발목표를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다자규범은 GATS의 접근 방식에 기초하여 범위 및 정의, 투명성, 비차별, 설립전 약속에 대한 조항 및 국가간 분쟁해결조항을 포함할 것이다. 회원국들이 각국의 상황과 요구에 상응하는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도상국과 최빈개도국들의 특별한 발전과 무역과 금융적 요구들은 다자규범의 내재적 부분으로서 고려될 것이다. 이 협상은 관련된 WTO 조항들과 현존하는 양자간 투자협정이나 지역간 투자협정에 관해 동등한 권한을 갖게 될 것이다.
19. 2안) 무역과 투자 작업반은 회원국들의 의견에 기초하여 보다 집중적인 분석작업을 수행하며, 5차 각료회의에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다.
선언문 초안에는 두 가지 안이 제시되어 있다. 1안은 장기 해외 투자 특히, 해외 직접투자를 위해 투명하고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조건들을 보장하는 다자간 구조를 도입하는 새로운 협상을 요구한다. 2안은 보다 집중적인 분석작업을 수행하여, 5차 각료회의에 보고서를 제출하자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안은 다자간 구조에 대한 두 가지 태도로부터 기인한다. 첫째, 많은 국가들이 새로운 투자 협상에 반대하며, 어떤 국가들은 MAI에 이은 또 다른 실패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 이러한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투자규범은 WTO 규범에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WTO는 단호해야 하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초국적 기업들은 전세계 모든 국가들에 자신들의 생산 공정을 도입할 것을 보장받고, 보호받기를 원했다. 또한 그들은 그 어떠한 규제나 조건도 없이 세계 구석구석, 산업부문에 상관없이 직접 투자할 수 있기를 원해왔다. 실제로 기업이 국가를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 포괄적인 투자 협정은 1995년 WTO 첫 회의에서 제시되었으나, 이견의 충돌이 심해 OECD로 넘겨졌다. 그러나, 국제적인 여론에 의해 두 번째 패배를 경험해야 했다.
한편 GATS는 이미 초국적 서비스 기업에 이러한 투자자의 권리를 부여하는 규범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 투자 권리는 제네바에서 진행된 GATS 협상에서 확장되었다. GATS의 내국민대우 조항이 제한없이 적용된다면, 해외 기업들은 국내 기업과 동일한 대우를 받으며, 공공 보조금에 대해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지난 수년간 1700개 이상의 양자간 투자협정이 체결되었는데, 이 협정은 투자 보호와 투자자-국가 권리를 담고 있다. 이처럼 투자관련 협상은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투자와는 무관한다. 오히려 해외투자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윤을 보장해주기 위해 해외투자에 대한 정부 규제의 축소 및 철폐를 목적으로 한다.
▷무역과 경쟁
20. 1안) 무역과 개발에 대한 경쟁정책의 기여를 증진시킬 협상을 개시한다. 이를 위해 협상은 다음 조건들을 제시할 수 있는 틀거리를 기초지어야 한다.: 투명성, 비차별, 절차의 공정성, 중핵 카르텔(hardcore cartel) 규정을 포함한 핵심 원칙; 자발적 협력을 위한 양식(modalities); 능력배양을 통한 개발도상국 경쟁기관의 점진적 강화 지원. 협상과정에서 개발도상국과 최빈개도국들의 상황과 그들을 위한 적절한 유연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는 협상동안 그리고 협정의 기초로서 역량을 형성하기 하기 위한 기술적인 지원과 협조를 준비하기 위한 계획을 배치할 것이다.
21. 2안) 무역과 경쟁의 상호관련을 위한 작업반은 회원국들의 의견에 기초하여 보다 집중적인 분석작업을 수행하여 5차 각료회의에 보고서 제출할 것이다.
선언문 초안은 경쟁정책에 대해 두 가지 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안은 투자관련 협정의 두 안과 마찬가지로 궁극적으로 경쟁정책이라는 새로운 의제를 WTO 내에 포괄하려는 것이다. 다만 일정상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무역과 경쟁정책의 목적은 국내 독점을 보호해주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제도들을 축소하거나 제거하는데 있다. 표면상으로 이 목적은 독점을 완화하고 경쟁을 도모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과는 개발도상국으로 하여금 국내 독점을 제거하고, 초국적 기업의 활동에 대한 국가규제 및 제한을 축소 및 철폐함으로써 초국적 자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하고 장악할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를 부여한다. 결국 WTO 협상과 규범에 의해 보호받는 새로운 독점을 형성한다. 투자 협정과 마찬가지로 경쟁정책은 초국적 자본이 현재 누리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권력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국내 경쟁과 지역공동체를 확대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활동을 규제할 수 있는 중요한 권리를 WTO에 부여할 것이다.
▷정부조달 투명성
22. 정부조달투명성 작업반의 성과에 기반하고 참가국들의 발전을 우선으로 하면서, 정부조달투명성에 대한 다자협정체결을 위한 협상을 개시한다. 이 협상은 투명성 분야에만 제한되며, 각국이 국내공급품 및 공급자를 선호할 여지를 제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의무의 준수와 관련된 이슈는 협상에서 제기되어야 하며, 개발도상국과 최빈개도국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협상동안 그리고 협정의 기초로서 역량을 형성하기 하기 위한 기술적인 지원과 협조를 마련하기 위한 계획을 배치할 것이다
정부조달에 대한 협정(Agreement on Government Procurement)의 목적은 정부가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국내 경제 발전을 고려하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이로부터 WTO는 국내 공급자에 대한 선호, 국내품 조달 기준 도입, 투자규범 부과 등을 문제제기하고 있다.
선언문 초안는 정부조달의 투명성에 국한해서만 다자간 협정을 위한 협상을 개시하려 하고 있다. 이는 초국적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첫 단계가 될 수 있도록 정부들이 향후 계약을 공개하도록 할 것이다. 엄청난 자금력과 강력한 중심부국가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초국적 기업과 개발도상국의 국내 기업과의 경쟁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현재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의 경우, 정부조달 물품의 양은 엄청나다. 정부 지출이 전체 GDP의 1/3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도 있다. 그리하여 중심부 국가들은 정부조달 시장이 자신들을 위해 개방되길 바라고 있으며, 국내 산업에 투여되는 이 자금이 초국적 기업으로 빠져나간다면 이에 따른 국내 산업의 피해는 막대하다. 한편 현실적으로 많은 제3세계 국가들은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정부조달과 관련한 작업반에서 어떤 합의도 진행되지 않았고 범위, 정부조달의 유형, 투명성에 대한 정의 등 많은 이견들이 존재한다.
▷비농산품을 위한 시장 접근(공산품 관세)
13. 고관세(tariff peaks) 및 경사관계(tariff escalation) 문제를 포함한 관세 및 비관세장벽의 삭감 또는 철페를 위한 협상을 개시한다. 협상대상 상품범위는 선험적인 제외없이 포괄적이어야 한다. 협상은 개발도상국과 최빈개도국의 특별한 요구와 이익을 고려할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모든 공산품의 관세 인하 및 철폐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비관세장벽에 대한 완화 및 철폐까지도 진전시켜 나갈 것을 밝히고 있다. 우르과이 라운드부터 제기되어 온 비관세장벽이란 다름아닌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농민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보조금 등 국내경제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들이 포함된다. 그런데 WTO 무역체제는 자유무역에 걸림돌이 된다는 근거로 비관세 장벽의 완화 및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많은 제3세계 국가들은 그동안 추진되어온 관세 인하로도 자국내 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 상황에서 각국이 버텨 내기 힘든 만큼의 자유화를 확장시키는 것은 많은 국가의 산업기반의 해체와 민중의 삶의 파괴를 야기할 위험이 크다.
▷ 무역, 외채, 금융
31. 일반이사회의 감독하에 무역과 외채, 금융간의 관계를 검토할 것을 개시한다. 또한, WTO의 지시와 권한내에서 개발도상국과 최빈개도국의 외채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해결을 도모하고, 금융과 통화의 불안정성으로부터 다자간 무역체계의 보호라는 차원에서 무역과 금융, 통화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한 권고를 검토하도록 한다. 일반이사회는 이를 위해 가장 적절한 제도적 장치를 고려하고, 5차 각료회담에 진전된 사항을 보고하도록 할 것이다.
이 의제는 외채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제3세계국가들이 제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제3세계의 요구들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외채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무역과 금융, 통화정책을 강화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스러운 것이다. 더군다나 세계적으로 불평등한 무역구조에 대한 고려없이 제한없는 자유화를 추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초국적 기업과 중심부 국가들에 대부분의 이익을 보장하는 WTO 무역체제는 무역자유화를 통한 외채문제 해결이란 요원한 일이며, 오히려 외채가 증가할 것이다. 또한 외채와 금융, 통화정책의 연계는 IMF가 차관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각국에 요구하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WTO 무역체제를 통해 더더욱 공고화시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외채로 고통받고 있는 제3세계 국가들의 국내 정책에 대해 신자유주의 세계화 추진의 세 축인 IMF, 세계은행, WTO의 통제력을 강화시키려는 것이다.
1980년부터 불거져 온 외채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은 조건없는 외채 감축 혹은 탕감을 위한 국제적인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며, 불평등한 세계 무역구조속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제3세계 국가들의 발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무역구조를 형성하는 길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WTO 뉴라운드 출범을 반대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은 지난 9.11 테러사건을 계기로 WTO 뉴라운드 출범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테러사건은 미국이 추진하던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세계패권정책이 일정하게 실패했음을 알려주는 전조였음에도, 미국은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여 테러응징을 빌미로 중동지역에 대한 전반적인 패권전략과 석유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 및 확장하려 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 부와 번영을 가져다주는(?) 무역의 자유화를 더더욱 진전시키기 위해 뉴라운드를 반드시 연내에 출범시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은 이번에 제출된 각료회의 선언문 초안의 불평등함과 제반 문제점을 덮어둔 채 일단 뉴라운드는 출범시켜야 한다는 당위만이 난무하도록 한다.
그러나 이번 선언문 초안은 초안이 나온 다음날 수 십여 제3세계 국가들이 반대와 불만의 입장을 제출한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초안은 커다란 결점과 문제를 안고 있으며, WTO의 구조적 불평등성과 비민주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WTO 내에는 20개 이상의 협정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 협정마다 일종의 회의체계가 있다. 그러나 핵심적인 쟁점들에 대한 논의는 북반구 국가들과 소수 영향력 있는 남반구 국가들만 참여하는 ‘그린 룸’ 회의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번 초안문의 경우에도 많은 제3세계 국가들은 이행문제와 기설정의제들에 대한 충분한 합의 없이는 새로운 의제를 논의할 수 없으며 뉴라운드를 출범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수없이 제출했다. 그럼에도, 앞서 초안문 내용을 살펴보았듯이 이와는 정반대로 중심부 국가들이 요구해온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즉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한 중심부 국가들을 위한 ‘발전 의제’들로 주로 구성된 것이다.
WTO는 주로 공산품 관세에 대해서만 국제적 규범을 마련했던 GATT와는 달리, 농업, 서비스, 지적재산권, 투자, 환경 등 민중들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또한, 국내 경제정책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에까지 무역자유화에 따른 국제규범을 마련함으로써 지구적 권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목표는 초국적 기업들이 세계 구석구석까지 침투하여 이윤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투자와 경쟁 정책 등 새로운 의제들을 WTO 내에 포괄하고, 정부조달에 대한 규범들이 WTO 규범에 의해 강요받게 되면, 국가의 경제․사회정책은 위협받고 영세 농민들의 생존과 지역공동체가 파괴되며 환경과 사회의 제 부문은 황폐화될 것이다. 반면 중심부 국가들의 강력한 지원 하에 있는 초국적 기업들은 제3세계 국가들에 상품과 직접투자의 원활한 유입을 보장받게 되며, 독점적 이윤을 얻게 될 것이다.
이처럼 WTO 무역체제는 세계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제3세계 국가들을 들러리로 내세울 뿐, 중심부 국가와 초국적 자본의 이윤보장만을 강요하고 있다. 따라서 뉴라운드 출범으로 WTO는 더욱 강화된 권력을 위임받아서는 안되며, 오히려 근본적인 수정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러한 근본적인 수정의 방향은 제3세계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협상의 내용들을 일부 수정하거나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재산권, 서비스, 투자, 농업, 그리고 정부의 자율적인 정책들과 관련한 제반의 사항들을 자유무역 규범의 틀에서 제외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또한, 구조적으로 불평등한 무역구조를 전환시켜나가기 위한 발본적인 계획을 수립하며, 민주주의, 환경, 보건, 인권, 노동권, 여성 및 아동의 권리 등 민중의 삶의 권리와 사회적 발전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다자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