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게놈 프로젝트 -그 위험한 자본가의 과학
지난 10년동안의 호황을 누렸던 신경제가 2000년부터 불황의 신호를 울리기 시작했다. '피의 금요일'로 기록된 2000년 4월 14일의 주가 폭락으로 무려 1조 달러가 주식시장에서 증발되었고, 그 주간 미국 나스닥이 기록한 폭락세는 1929년의 전설적인 '검은 금요일' 주간보다 컸다. 신경제를 받쳐오는 정보통신기술에서 더 이상의 수익모델을 기대할 수가 없고, 이 사실은 신경제의 미래를 더욱 참혹하게 하였다.
그러나 신경제에 도취한 클린턴 정부는 신경제의 거품을 다시 부풀어오르게 하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보았다. 클린턴 정부는 그 해 6월 미국, 영국 등 6 개국 국제 컨소시엄인 인간 게놈 프로젝트 연구 팀 책임자 콜린스 박사와 그 경쟁자이자 앙숙인 벤처 회사 셀레라 대표를 화해시키고 완성되지도 않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 초안을 서둘러 발표하였다. 정보통신기술의 거품이 빠지는 시점에서 생명공학으로 신경제 거품을 다시 부풀게 하려는 의도였다. 앨빈 토플러는 다음 '제 4의 물결'은 인터넷을 이용한 디지털과 생명공학에 의한 혁명이 될 것이라고 또 다시 거품을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유전자 기술의 산물인 탄저균 공포가 미국을 엄습하자 생명공학분야 벤처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하며 그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P)란
게놈(Genome)은 유전자(gene)와 유전자를 담는 염색체(chromosome) 두 단어를 합성한 용어로, 한 생명체에 담긴 유전 정보 전체를 지칭하는 말이다. 인간은 60여조 개의 세포로 되어 있고, 각 세포핵에는 23쌍의 염색체가 들어 있는데, 이 염색체에는 유전자 비밀이 ‘담겨 있다고 하는’ DNA가 있다. DNA는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의 4개의 염기가 이중 나선 구조로 돼 있다. 사람의 경우 세포마다 대략 32억 쌍의 염기가 존재하고 있는데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바로 이 32억 쌍의 염기가 어떤 순서로 배열돼 있는가를 밝혀 내는 작업을 말한다.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성과와 한계는, 신경제 부활에 대한 집착 때문인지, 정부와 자본에 의해 지나치게 부풀려지고 왜곡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이 프로젝트가 각종 난치병인 암, 치매, 에이즈, 파킨스병, 당뇨병, 심지어 마약 및 알콜 중독 등의 원인규명과 유전적인 정신질환의 치료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는 ‘만병통치약’과 같은 환상이 그러하고, 유전자들은 인간 몸의 구성, 병의 발생, 행동양식과 지적 능력, 성(性)적 선호도, 범죄 성향까지도 결정한다는 지극히 위험한 유전자 결정론 혹은 ‘우생학‘과 같은 환상들이 그것이다.
현재까지 인간 게놈 프로젝터 연구결과에 따르면인간 유전자는 대략 3만여 개 정도이며, 유전자들은 초파리와 50%, 개와 85%, 침팬지와는 99%나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 결과는 미세한 유전자 차이가 매우 다양한 차이로 나타나고 있음을 증명해 준다. 그리고 초파리, 개, 침팬지, 사람 순으로 복잡한 생물로 갈수록 새로운 유전자가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개개의 유전자들 사이, 그리고 환경과의 다양한 상호작용이 중요함을 밝혀냈다. 이러한 이유로 영국 개방대학 생물학과 교수 매환호(Mae-Wan Ho) 박사는 개별 DNA염기서열 분석만으로는 인간에 관한 어떤 것도 알아 낼 수 없으며, 모든 염기 서열을 분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게놈에는 10,000개 이상의 유전자가 있는데, 이들 각각은 수 백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변이들을 갖고 있는데, 가능한 유전자 조합의 수는 각각의 유전자에 대해 10개씩의 변이만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1010,000개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숫자를 우주의 모든 입자수(1030)와 비교해 보면 어떠한 의미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전자는 단순히 단백질의 아미노산 배열을 알려줄 뿐이며, 기껏해야 그 유기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단백질 종류를 알려주는 정도이다.
노동자-민중의 신체일부가 자본가 소유가 되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많은 허구성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연구 자금이 지속적으로 제공된다면 그 기술의 위험성을 논외로 하면, 극히 일부의 의학 상품들이 개발되기도 한다. 30여년의 유전학 연구에서 얻은 유일한 성과인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이 그 예이다. 그렇지만 자본 주도의 의약품 개발과 특허를 통한 독점권 확보는 노동자-민중에게 엄청난 치료비 부담을 자본가에게는 엄청난 수익을 안겨줄 뿐이다. 미국 제넨텍의 항암제의 경우 그람(g)당 5000달러, 암젠사의 빈혈치료제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의 경우 67만 달러, 항암 보조치료제인 콜로니자극인자(CSF)는 53만 달러나 한다. 미생물 유전자 변형산물인 인슐린의 대량생산을 통해 싼 가격에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이 같은 사실만 보더라도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거는 자본가들의 기대치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유전자 발견에 대한 특허는 유전자 또는 DNA 서열 자체에 특허성을 인정하는 것인데, 이 유전자를 이용하는 모든 행위에 특허가 인정되게 된다. 예를 들어 특허 받은 유전자를 재조합하여 단백질을 만들거나 이 유전자와 다른 단백질 유전자를 조합하여 융합단백질을 만들 수가 있는데, 이것은 모두 특허권의 권리범위이다. 즉, 유전자 특허의 권리범위는 거의 무한한 것이다. 인간 유전자에 대한 특허 전쟁은 생명 윤리와 과학적 양심에 대한 고려도 없이 자본가들 사이에서 이미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199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175건의 인간 유전자가 특허를 인정받았으며, 1999년까지 미국 정부 388건, 인사이트 356건, 캘리포니아대학 265건, 제넨테크 197건을 특허 등록한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은 집계하고 있다. 특허 출원도 1980년대 매년 15만건에서 현재에는 27만 5천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기술과 특허는 기술 독점을 넘어 노동자-민중의 생명 일부가 자본가의 소유가 되고 상품으로 전환된다는 의미이며, 새로운 통제 시스템까지 예고하는 것이다. 고대 노예제의 경우 귀족은 노예 신체를 모두 소유했지만, 21세기 자본가는 노동자-민중의 신체중에서 ‘돈’이 되는 유용한 것들만 분리하여 소유하게 된다. 자본가들은 1980년대 환경을 상품으로 만든 후 1990년대 정보/지식을 상품으로 전환하였다. 이제 2000년대에는 노동자-민중의 생명 일부를 소유하고 상품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던 존 모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신체의 일부가 특허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한때 희귀한 암에 걸려 캘리포니아대학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그를 치료하던 의사는 비장에서 백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 의사는 산도스라는 제약회사와 함께 이 비장 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하고는 1984년 이 ‘발명’에 대해 특허를 받은 것이다. 무어는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뒤늦게 소송을 제기 했지만 1990년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무어가 자신의 신체조직에 대한 소유권이 없다고 판결을 내렸다. 자신의 몸 일부가 자본가의 소유가 된 것이다. 또 다른 특허는 모든 아기의 탯줄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어 우리를 더욱 경악스럽게 한다. 1993년 미국 바이오사이트사는 갓 태어난 아기의 탯줄에서 나오는 모든 혈액 세포 탯줄 혈액에는 백혈구나 적혈구로 분화되기 이전 단계인 조혈모세포가 듬뿍 함유돼있어 백혈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치료에 이용될 전망이 높다.
에 대한 소유권을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얻어냈고, 96년에는 유럽 11개국에서 특허를 획득했다.
정부와 자본가는 독점된 유전자 기술을 통해 노동자-민중들의 유전자를 검사하여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려고 한다. 아이슬란드와 통가와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전체 인구의 DNA 데이터베이스가 사기업에 팔렸으며, 스위스에서는 정부가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따른 윤리문제에 대해 다른 기업들과 협상을 하고 있고, 영국 정부는 스스로 데이터 베이스 설립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 베이스 정보는 노동자들을 고용거부하는 구실로 이용할 수 있고, 건강 보험도 거부할 수 있는 등 훌륭한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미 영국 보험회사들은 개개인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위험한 장난
인간 게놈 연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핵 기술과 같이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유전자 연구의 붐을 조성한 복제양 돌리를 만드는 기술은 핵을 제거한 난자에 성체의 세포로부터 끄집어낸 핵을 집어넣은 후 그 난자가 배아를 발생하도록 만드는 과정을 필요로 하는데, 이 과정의 성공률은 1퍼센트도 채 안된다 만약 사람에게 적용한다면 핵을 제거한 1개의 난자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100명 이상 난자 기증 여성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어야만 할 것이다. 아울러 돌리가 정말 성체 세포의 핵으로부터 복제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많은 의문이 있다.
. 난자 혹은 정자 세포, 초기 태아의 분화되지 않는 세포들의 유전자 조작을 배종 유전자 조작(germ line manipulation)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변화는 유기체의 세포 전부에 영향을 미치며 다음 세대로 대물림하게 되므로, 개인들과 자존에 위험이 크고 어떠한 위험이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전자 치료 또한 문제가 심각하다. 게놈 속에 유전자를 삽입하는 기술은 여전히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1999년 9월 18세 소년 제시 겔싱어(Jesse Gelsinger)사건은 유전자 치료의 위험성을 잘 나타내 주었다. 그는 유전질환인 신체의 암모니아가 증가되는 질병 OTC 결핍증 ornithine transcarbamylase
을 앓고 있었다. OTC 결핍증은 식이요법으로도 생명을 유지하는 데 지장이 없지만 겔싱어는 유전자치료 임상실험을 자청하여 펜실바니아 대학에서 아데노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는 새로운 유전자가 포함된 아데노 바이러스(유전자 운반체)를 가지고서 치료를 받던 중 4일만에 호흡곤란으로 사망하게 되었다. 사망이유는 운반체로 사용된 아데노 바이러스에 의한 면역 독성 가능성으로 추정하고 있다 투여된 아데노 바이러스가 목표장기인 간 뿐 아니라 다른 장기까지 침투되었다. 이로 인해 수시간만에 염증반응을 보여 환자체온이 섭씨 40.3도까지 올라갔다. 다음날에는 환자가 혼수상태가 되었고, 이에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였으나 폐는 흉수로 가득 찼고 더 이상 혈액을 산화시킬 수 없게 되어 사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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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게놈 프로젝트 - 명백한 자본의 과학
인간게놈 프로젝트에 지난 십여년 동안 미국은 3조 달러의 공적자금을, 영국은 수억 파운드를 사용하였지만 노동자-민중의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의료 기술의 성과는 아주 미미하다. 정부와 자본가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수익모델을 이끌어 내지 못하자,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서 기적의 암치료, 질병의 박멸, 유전자 치료, 개인화된 약품 및 유전자 구성에 기반한 생활방식의 처방이 가능하다는 환상을 조장하고, 이전 보다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공적자금의 투자는 다른 보건 의료 서비스의 연구 개발을 무시하는 왜곡된 구조를 재생산한다. 열악한 주거 조건과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에서 비롯되는 빈민성 질환에 대한 투자는 전무한 상태이다. 세계보건연구포럼(GFHR) 대표인 아데토쿤보 루카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연례회의에서 “현존하는 인류질병의 90%를 위해서 연간 700억달러 연구비중 10%만이 투자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설사 게놈 프로젝트의 극히 일부 기술이 성공하여도 그것은 노동자-민중의 생명체 일부를 특허하는 ‘해적질’을 통해 자본가 소유로 귀속될 것이고, 이것들은 상품으로 전환되어 노동자-민중에게는 높은 가격의 치료약으로 되돌아 올 뿐이다. 아울러 이러한 과학기술은 핵실험이나 소립자 연구와 달리 거대 연구기관 몇 곳이 아니라 세계곳곳에 흩어져 있는 크고 작은 여러 연구기관에서 분산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통제나 폐기 또는 방향전환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인간 게놈 프로젝트와 같은 연구는 정보 공유를 통한 투명한 연구진행과 일상적인 노동자-민중의 감시와 통제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그렇지 않을 때 어떻게 되는지는 이미 실감하고 있다. 전 미국을 휩쓸고 있는 유전자 기술의 성과(!)인 탄저균 유전공학기술은 탄저균, 천연두균, 콜레라균 등 각종 세균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게 하였다.
의 예는 이것을 너무도 명백하게 말해 주지 않는가?
그러나 신경제에 도취한 클린턴 정부는 신경제의 거품을 다시 부풀어오르게 하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보았다. 클린턴 정부는 그 해 6월 미국, 영국 등 6 개국 국제 컨소시엄인 인간 게놈 프로젝트 연구 팀 책임자 콜린스 박사와 그 경쟁자이자 앙숙인 벤처 회사 셀레라 대표를 화해시키고 완성되지도 않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 초안을 서둘러 발표하였다. 정보통신기술의 거품이 빠지는 시점에서 생명공학으로 신경제 거품을 다시 부풀게 하려는 의도였다. 앨빈 토플러는 다음 '제 4의 물결'은 인터넷을 이용한 디지털과 생명공학에 의한 혁명이 될 것이라고 또 다시 거품을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유전자 기술의 산물인 탄저균 공포가 미국을 엄습하자 생명공학분야 벤처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하며 그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P)란
게놈(Genome)은 유전자(gene)와 유전자를 담는 염색체(chromosome) 두 단어를 합성한 용어로, 한 생명체에 담긴 유전 정보 전체를 지칭하는 말이다. 인간은 60여조 개의 세포로 되어 있고, 각 세포핵에는 23쌍의 염색체가 들어 있는데, 이 염색체에는 유전자 비밀이 ‘담겨 있다고 하는’ DNA가 있다. DNA는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의 4개의 염기가 이중 나선 구조로 돼 있다. 사람의 경우 세포마다 대략 32억 쌍의 염기가 존재하고 있는데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바로 이 32억 쌍의 염기가 어떤 순서로 배열돼 있는가를 밝혀 내는 작업을 말한다.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성과와 한계는, 신경제 부활에 대한 집착 때문인지, 정부와 자본에 의해 지나치게 부풀려지고 왜곡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이 프로젝트가 각종 난치병인 암, 치매, 에이즈, 파킨스병, 당뇨병, 심지어 마약 및 알콜 중독 등의 원인규명과 유전적인 정신질환의 치료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는 ‘만병통치약’과 같은 환상이 그러하고, 유전자들은 인간 몸의 구성, 병의 발생, 행동양식과 지적 능력, 성(性)적 선호도, 범죄 성향까지도 결정한다는 지극히 위험한 유전자 결정론 혹은 ‘우생학‘과 같은 환상들이 그것이다.
현재까지 인간 게놈 프로젝터 연구결과에 따르면인간 유전자는 대략 3만여 개 정도이며, 유전자들은 초파리와 50%, 개와 85%, 침팬지와는 99%나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 결과는 미세한 유전자 차이가 매우 다양한 차이로 나타나고 있음을 증명해 준다. 그리고 초파리, 개, 침팬지, 사람 순으로 복잡한 생물로 갈수록 새로운 유전자가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개개의 유전자들 사이, 그리고 환경과의 다양한 상호작용이 중요함을 밝혀냈다. 이러한 이유로 영국 개방대학 생물학과 교수 매환호(Mae-Wan Ho) 박사는 개별 DNA염기서열 분석만으로는 인간에 관한 어떤 것도 알아 낼 수 없으며, 모든 염기 서열을 분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게놈에는 10,000개 이상의 유전자가 있는데, 이들 각각은 수 백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변이들을 갖고 있는데, 가능한 유전자 조합의 수는 각각의 유전자에 대해 10개씩의 변이만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1010,000개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숫자를 우주의 모든 입자수(1030)와 비교해 보면 어떠한 의미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전자는 단순히 단백질의 아미노산 배열을 알려줄 뿐이며, 기껏해야 그 유기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단백질 종류를 알려주는 정도이다.
노동자-민중의 신체일부가 자본가 소유가 되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많은 허구성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연구 자금이 지속적으로 제공된다면 그 기술의 위험성을 논외로 하면, 극히 일부의 의학 상품들이 개발되기도 한다. 30여년의 유전학 연구에서 얻은 유일한 성과인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이 그 예이다. 그렇지만 자본 주도의 의약품 개발과 특허를 통한 독점권 확보는 노동자-민중에게 엄청난 치료비 부담을 자본가에게는 엄청난 수익을 안겨줄 뿐이다. 미국 제넨텍의 항암제의 경우 그람(g)당 5000달러, 암젠사의 빈혈치료제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의 경우 67만 달러, 항암 보조치료제인 콜로니자극인자(CSF)는 53만 달러나 한다. 미생물 유전자 변형산물인 인슐린의 대량생산을 통해 싼 가격에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이 같은 사실만 보더라도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거는 자본가들의 기대치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유전자 발견에 대한 특허는 유전자 또는 DNA 서열 자체에 특허성을 인정하는 것인데, 이 유전자를 이용하는 모든 행위에 특허가 인정되게 된다. 예를 들어 특허 받은 유전자를 재조합하여 단백질을 만들거나 이 유전자와 다른 단백질 유전자를 조합하여 융합단백질을 만들 수가 있는데, 이것은 모두 특허권의 권리범위이다. 즉, 유전자 특허의 권리범위는 거의 무한한 것이다. 인간 유전자에 대한 특허 전쟁은 생명 윤리와 과학적 양심에 대한 고려도 없이 자본가들 사이에서 이미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199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175건의 인간 유전자가 특허를 인정받았으며, 1999년까지 미국 정부 388건, 인사이트 356건, 캘리포니아대학 265건, 제넨테크 197건을 특허 등록한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은 집계하고 있다. 특허 출원도 1980년대 매년 15만건에서 현재에는 27만 5천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기술과 특허는 기술 독점을 넘어 노동자-민중의 생명 일부가 자본가의 소유가 되고 상품으로 전환된다는 의미이며, 새로운 통제 시스템까지 예고하는 것이다. 고대 노예제의 경우 귀족은 노예 신체를 모두 소유했지만, 21세기 자본가는 노동자-민중의 신체중에서 ‘돈’이 되는 유용한 것들만 분리하여 소유하게 된다. 자본가들은 1980년대 환경을 상품으로 만든 후 1990년대 정보/지식을 상품으로 전환하였다. 이제 2000년대에는 노동자-민중의 생명 일부를 소유하고 상품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던 존 모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신체의 일부가 특허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한때 희귀한 암에 걸려 캘리포니아대학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그를 치료하던 의사는 비장에서 백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 의사는 산도스라는 제약회사와 함께 이 비장 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하고는 1984년 이 ‘발명’에 대해 특허를 받은 것이다. 무어는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뒤늦게 소송을 제기 했지만 1990년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무어가 자신의 신체조직에 대한 소유권이 없다고 판결을 내렸다. 자신의 몸 일부가 자본가의 소유가 된 것이다. 또 다른 특허는 모든 아기의 탯줄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어 우리를 더욱 경악스럽게 한다. 1993년 미국 바이오사이트사는 갓 태어난 아기의 탯줄에서 나오는 모든 혈액 세포 탯줄 혈액에는 백혈구나 적혈구로 분화되기 이전 단계인 조혈모세포가 듬뿍 함유돼있어 백혈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치료에 이용될 전망이 높다.
에 대한 소유권을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얻어냈고, 96년에는 유럽 11개국에서 특허를 획득했다.
정부와 자본가는 독점된 유전자 기술을 통해 노동자-민중들의 유전자를 검사하여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려고 한다. 아이슬란드와 통가와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전체 인구의 DNA 데이터베이스가 사기업에 팔렸으며, 스위스에서는 정부가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따른 윤리문제에 대해 다른 기업들과 협상을 하고 있고, 영국 정부는 스스로 데이터 베이스 설립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 베이스 정보는 노동자들을 고용거부하는 구실로 이용할 수 있고, 건강 보험도 거부할 수 있는 등 훌륭한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미 영국 보험회사들은 개개인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위험한 장난
인간 게놈 연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핵 기술과 같이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유전자 연구의 붐을 조성한 복제양 돌리를 만드는 기술은 핵을 제거한 난자에 성체의 세포로부터 끄집어낸 핵을 집어넣은 후 그 난자가 배아를 발생하도록 만드는 과정을 필요로 하는데, 이 과정의 성공률은 1퍼센트도 채 안된다 만약 사람에게 적용한다면 핵을 제거한 1개의 난자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100명 이상 난자 기증 여성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어야만 할 것이다. 아울러 돌리가 정말 성체 세포의 핵으로부터 복제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많은 의문이 있다.
. 난자 혹은 정자 세포, 초기 태아의 분화되지 않는 세포들의 유전자 조작을 배종 유전자 조작(germ line manipulation)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변화는 유기체의 세포 전부에 영향을 미치며 다음 세대로 대물림하게 되므로, 개인들과 자존에 위험이 크고 어떠한 위험이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전자 치료 또한 문제가 심각하다. 게놈 속에 유전자를 삽입하는 기술은 여전히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1999년 9월 18세 소년 제시 겔싱어(Jesse Gelsinger)사건은 유전자 치료의 위험성을 잘 나타내 주었다. 그는 유전질환인 신체의 암모니아가 증가되는 질병 OTC 결핍증 ornithine transcarbamylase
을 앓고 있었다. OTC 결핍증은 식이요법으로도 생명을 유지하는 데 지장이 없지만 겔싱어는 유전자치료 임상실험을 자청하여 펜실바니아 대학에서 아데노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는 새로운 유전자가 포함된 아데노 바이러스(유전자 운반체)를 가지고서 치료를 받던 중 4일만에 호흡곤란으로 사망하게 되었다. 사망이유는 운반체로 사용된 아데노 바이러스에 의한 면역 독성 가능성으로 추정하고 있다 투여된 아데노 바이러스가 목표장기인 간 뿐 아니라 다른 장기까지 침투되었다. 이로 인해 수시간만에 염증반응을 보여 환자체온이 섭씨 40.3도까지 올라갔다. 다음날에는 환자가 혼수상태가 되었고, 이에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였으나 폐는 흉수로 가득 찼고 더 이상 혈액을 산화시킬 수 없게 되어 사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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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게놈 프로젝트 - 명백한 자본의 과학
인간게놈 프로젝트에 지난 십여년 동안 미국은 3조 달러의 공적자금을, 영국은 수억 파운드를 사용하였지만 노동자-민중의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의료 기술의 성과는 아주 미미하다. 정부와 자본가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수익모델을 이끌어 내지 못하자,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서 기적의 암치료, 질병의 박멸, 유전자 치료, 개인화된 약품 및 유전자 구성에 기반한 생활방식의 처방이 가능하다는 환상을 조장하고, 이전 보다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공적자금의 투자는 다른 보건 의료 서비스의 연구 개발을 무시하는 왜곡된 구조를 재생산한다. 열악한 주거 조건과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에서 비롯되는 빈민성 질환에 대한 투자는 전무한 상태이다. 세계보건연구포럼(GFHR) 대표인 아데토쿤보 루카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연례회의에서 “현존하는 인류질병의 90%를 위해서 연간 700억달러 연구비중 10%만이 투자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설사 게놈 프로젝트의 극히 일부 기술이 성공하여도 그것은 노동자-민중의 생명체 일부를 특허하는 ‘해적질’을 통해 자본가 소유로 귀속될 것이고, 이것들은 상품으로 전환되어 노동자-민중에게는 높은 가격의 치료약으로 되돌아 올 뿐이다. 아울러 이러한 과학기술은 핵실험이나 소립자 연구와 달리 거대 연구기관 몇 곳이 아니라 세계곳곳에 흩어져 있는 크고 작은 여러 연구기관에서 분산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통제나 폐기 또는 방향전환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인간 게놈 프로젝트와 같은 연구는 정보 공유를 통한 투명한 연구진행과 일상적인 노동자-민중의 감시와 통제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그렇지 않을 때 어떻게 되는지는 이미 실감하고 있다. 전 미국을 휩쓸고 있는 유전자 기술의 성과(!)인 탄저균 유전공학기술은 탄저균, 천연두균, 콜레라균 등 각종 세균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게 하였다.
의 예는 이것을 너무도 명백하게 말해 주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