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2.4.24호
첨부파일
0204특집-가스.hwp

빨리 집행력을 복원해서 다음 싸움을 준비해야 합니다.

한국가스공사 노동조합 총무국장 배경석 동지를 만났습니다.

편집실 |
Q : 위원장 선거에서 두 팀이 나온 것 같네요. 공약이나 그런걸 봐서는 상당히 다른 듯 한데…
A : 가스 노조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할텐데, 특정한 생각이나 흐름 때문에 여러 파로 나뉘고 하는 건 없다. 2 번 후보는 현 집행부가 싸움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며 나온 것이고, 1 번 후보는 내가 하면 저것보다는 잘하지 않겠느냐는 정도로 나온 것이다. 정치적인 생각이 달라서가 아니다. 구조조정 막겠다는 것도 비슷하고, 복지 잘하겠다는 것도 비슷하고… 회사를 바라보는 시각이라든지, 이런 것에 차이가 있는 정도다.

Q : 99년부터 민영화 사유화 저지투쟁을 해왔을 텐데, 올해는 어떻게 이렇게 큰 물결로 조직했나?
A : 조합원 의식을 고양했다기보다 우리는 그저 계기를 만들었을 뿐이다. 민영화 문제가 불거진 사업장을 보면, 조합원들은 이미 총파업이나 다른 투쟁을 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다. 집행부를 갈아엎고, 상급단체를 민주노총으로 바꾸고 한 것을 보면, 이미 공기업 노동자로서 부당하게 대우받은 한이 맺혔던 게 아닌가 한다. 이것들이 민영화를 계기로 튀어나왔을 뿐이다. 생판 없던 것을 끌어 올린 것이 아니다.

Q : 민주집행부가 들어설 당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달라.
A : IMF 직후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방침을 발표했을 때, 당시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의지와 다르게 상층 중심으로 민영화 문제를 다루었다. 이것은 조합원에게 무기력한 모습으로 비쳤다. 조합원은 구체적으로 행동할 의지가 있었지만, 당시 노동조합은 그 의지를 담아낼 수 없었다. 그래서 조합원들이 분노한 것이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98-99년 사내 복지가 대폭 줄었지만, 이에도 역시 무기력했다. IMF를 통과하면서 모든 산업의 노동자들이 힘들어했다. 여기에 공기업과 공기업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공기업 비효율성이 지적되니까, 모든 공기업이 복지부터 축소했다. 근로조건이 나빠진 것이다. 그런데도 노동조합은 상층 중심의 무기력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래서 조합원들이 민주 집행부를 세운 것이다.

Q : 신임 집행부는 민영화 저지 투쟁을 어떻게 조직했는가?
A : 신입 집행부의 경우 인적 구성이 매우 탄탄하다. 지구장 역시 선거로 선출하는데, 각각 조직능력이 다르고 기반도 다르다 보니 지부장과 위원장, 본 조 사이에는 늘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현 집행부사이에서는 이 갈등이 거의 없다. 본 조의 정책과 선전이 지부에 그대로 전달된다. 처음부터 내부 조직 결속에 상당히 치중했던 것이다. 지부장을 포함해서 집행부 10명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개개인의 능력인데, 본 조의 임원의 경우 업무와 현업 부서에 능통한 사람이다. 전문적인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있어, 정책을 다루는 능력이나 실무력이 뛰어나다.
저희 노동조합의 장점 중에 하나가 다른 사업장의 경우 총무부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조합 대상이 되냐 안되냐는 식으로 구분하는데, 우리는 직급으로만 구분할 뿐이다. 인사이동에 따라 역할이 바뀌기도 하지만, 대개 조합원이라는 의식이 있다. 그래서 결속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Q : 사측이 노조를 인정하는 편인가?
A : 철도와 발전에 비해 좋은 편이다. 지난번에 노동연구원, 노동부, 가스 회사, 철도 회사가 파업 평가를 하는 걸 봤는데, 철도 회사 같은 경우 감정의 골이 무척 깊었다. 많이 공감하는 편이다. 사측에서도 민영화나 구조 개편을 둘러싼 노동조합의 주장만큼은 공감하는 편이다.

Q : 3사 연대파업을 하자고 할 때, 조합원들 사이에서 분위기는 어땠는가?
A : 2년 이상을 집회를 다니며, 단련해 온데다, 파업을 해야 한다는 공감이 있었기 때문에 별 무리는 없었다. 11월에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는데, 이미 95%가 찬성했다. 막판에는 집행부도 놀랄 만큼 파업 열기가 대단했다. 우리는 이 투쟁을 언제 어떻게 모을 것인가를 고민했지,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고민한 적이 없다. 별 무리 없이 성공할 거라 생각했다.
쉽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먼저, 조합원이 노동조합의 긍정적인 효과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별 노동자가 해결할 수 없는 노동조건, 복지 문제에 대해 노동조합이 할 수 있음을 조합원은 믿었다. 한편으로 인적 구성이 젊다 보니, 패기에 넘쳐 해고에 대한 두려움이 상대적으로 적기도 했다. 거기에 우리는 고용 불안을 내세우기 보다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너무 많은 문제를 야기하니까 우리라도 막아야 한다는 식으로 설득했다. 파업을 해도 조합원 신상에 큰 타격이 없을 거라고 홍보했고, 조합원은 집행부를 믿고 따라왔다.

Q : 3사 연대파업을 시작하고 나서, 잠정 합의를 하고 철수를 했는데, 경과를 좀 말해달라
A : 파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었다고 생각한다. 애초 요구조건이 두 개였다. 단체 협상과 정부의 구조개편 정책을 철회하고, 입법철회를 요구했다. 단체 협상은 이미 타결했고, 구조개편 역시 파업을 하지 않으면 노조의 의견을 들어주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이를 거부했는데, 국회투쟁을 하는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파업 다음날 아침에 정부가 구조개편 합의서를 만들었는데 요지인즉, 정부가 무리했고, 노동자는 정책건의서로 이미 이를 지적한 적이 있고, 국회도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래서 정부가 잘못을 인정한다는 문장이 들어 있다. 구조 개편을 하는 방법과 시기는 노동조합과 논의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정책철회는 달성했고, 입법철회는 정부의 영역이 아니라고 했고, 우리는 그것을 인정했다. 그래서 파업을 종결한 것이다.
위원장이 이것을 조합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좀 서툴렀던 게 있었다. 조합원 징계문제도 없고, 손해배상도 없다는 합의서를 쓴 상황에서 앞뒤 해명 없이 이것만 발표하니까, 이게 뭐냐는 반응이 나왔던 거죠. 위원장은 화가 난다며 사퇴했고, 그래서 집행부마저 사퇴한 것이다.

Q : 당시 조합원들의 평가는 어땠는가? 그리고 지금 조합원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A : 과정이야 그렇다 치고, 당시 조합원들의 반응들은 이랬다. 연대 파업인데, 아무리 우리가 얻을 것 다 얻었다고 지금 접으면 문제가 있지 않느냐, 셋이 같이 들어가면 나올 때도 같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 발전 동지들 두고 우리만 어떻게 철수하느냐, 한풀이의 시간이 너무 짧은 거 아니냐, 이렇게 하려고 그리 많이 준비한 거냐…. 조합원은 가스노동조합이 빵빵하게 들어가다가 썰물처럼 빠져 나와서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처음엔 너무 빨리 접어서 발전 볼 낯도 없고 해서 미안함 뿐이었는데, 지금은 내용으로 보자면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른 사업장의 경우 조합원 징계문제나 손해배상 문제가 불거졌는데, 우리는 이 문제가 없다보니 대체로 수긍하고 있고, 이후 추이를 좀더 지켜보자는 것이다.

Q : 3사 연대파업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A : 파업 끝내고 명동에 한 번도 못 가서... 지금 발전 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지원 금을 걷고 있다. 거듭 죄송하다는 것을 전제로, 전체적인 평가라기보다는 우리들 생각만을 말해야겠다. 공공부문이 연대파업을 했기 때문에 정치적인 파급력이나 선전파급력이 엄청났다. 어떤 언론사도 우리를 우습게 보지 않았다. 연대파업의 위력을 보여주었던 것 같다. 이렇게 연대하면, 이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조직력이라든가, 경험 미숙 들의 한계에서도 연대파업이라는 큰 틀에서 어느 한 노조도 빠지지 않고 각자 한계에서 어떻게 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어느 누구도 책임을 적게 지려고 하거나 빠져나가려 하지 않았다. 이는 투쟁의 진실성에 있어 모범이 될 것이다.

Q : 3사 연대파업을 회고할 때 무엇이 문제였고 무엇이 극복되어야 하는 것인지
A : 내용적으로 봤을 때 사실 서로 다른 점이 있었는데, 파업을 정리할 때 이 문제는 더 심각하게 드러났다. 철도, 발전, 가스를 들여다보면 민영화를 둘러싼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 발전이야 민영화·사유화 반대/저지라는 구호가 조합의 내용과 정확히 같지만, 우리는 조금 다르게 본다. 구조개편이 산업의 구조를 경쟁체제로 돌리는 방안이라면, 민영화는 기업의 주식을 파는 문제다. 우리가 핵심적으로 싸우려는 것은 구조 개편이다. 지금 발전에 대해 정부, 한전,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지분이 60%정도 되는데 우리는 정부지분이 빨리 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그래서 정말로 국민을 위한 기업답게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 공공성을 담보하는 기업으로써 제 역할을 해보겠다는 것이 조합원의 기대다. 그래서 민영화는 사실 찬성하고 있다. 다만, 민영화할 때 재벌, 개인이 이를 사유화하려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기 지금 산업구조에서 가스산업의 상황을 봤을 때 현 체계가 가장 적절하다. 특히 가스 도매가 그렇다. 경쟁 좋다면 경쟁을 도입하자, 그런데 지금 제안하고 있는 방식은 너무 문제가 많다. 그래서 더 올바른 방식이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노동자가 수정주의적인 입장을 가진 듯 보이지만, 우리가 보기에 주식 소유가 핵심이 아니라, 가스 산업이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 문제가 핵심이다. 이것이 우리 노동조합의 입장이고, 이 차이를 공투본도 정리해야 할 것이다. 민영화 정책철회를 공투본과 함께 외친다고 조합원에게 선전하다보니 가스 노조가 민영화를 반대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그래서 파업을 접을 때 민영화를 철회시키겠고 해놓고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며 조합원들이 문제제기 했다.
두 상급단체의 노선 차이가 제일 크면서도 고질적인 문제였다. 가스와 철도가 한국노총 소속이고 발전이 민주노총 소속이다. 우리는 (한국노총 산하) 정투연맹이 상급단체인데, 상급단체를 하나 더 거치니까 시어머니가 둘인 셈이다. 한국노총은 교섭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둘은 상당히 신경이 날카로웠고, 일선에서는 일하기가 곤란했다. 기회주의적으로 비칠지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한국노총의 교섭력은 이용하고 싶어서 같이 가고 있었는데, 민주노총에 대해 지나치게 경계해서 너무 괴로웠다. 상급단체의 문제는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 여기서 파생된 문제가 지도와 지휘체계의 혼란이다. 공투본이 집행력도 없이 단위노조위원장들에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밖에 제안할 수 없으니까, 공투본 소속 위원장들이 결심하지 않으면 어떤 사업도 추진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도부가 집행력을 가져야 한다. 경험이 적든 많든 상급단체의 지도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가스 노동조합이 높은 결의를 가지고 있어도 여기서 차질이 생기니까, 몰라서 못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결국 막판에는 개별 교섭으로 이어지지 않았는가? 일찍부터 틀어쥐고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까 이야기와 일맥상통하겠지만, 투쟁의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목표가 불분명하다보니, 파업을 접을 때조차 미숙했던 것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오는 문제는 고민하지 못했다. 어떤 조건을 만족시키고 빠져 나올지 만 고민했다. 대의원들과 충분히 절차를 고민하고 조합원들과 대화하고, 발표하는 등 순차적인 과정을 거쳤다면 집행부의 지도력이 이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재선거를 해야하는 상황이 온 것은 이 과정이 없어서다.

Q : 합의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A : 합의안을 놓고 찬성이나 거부니 할 문제는 아니다. 어떤 사람은 노조가 논의 주체로 참가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 것 아니냐고 하고, 이것이 지켜지겠냐며 회의하는 사람도 있다. 합의안대로만 되면 괜찮을 것 같다. 철도의 합의안보다 훨씬 진전된 안이고 논의 구조에 정부와 노조가 들어갔기 때문에 이제는 노조가 어느 정도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좀 더 강력하게 나갔어야 했지 않았는지 생각한다. 산자부도 경험 없기 마찬가지였다. 얼렁뚱땅 우리에게 유리하게 합의를 하도록 정리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일설에 따르면 산자부가 빨리 끝냈다고 칭찬들을 줄 알았는데, 되려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는 협의를 했다고 청와대에서 혼났다고 한다. 좀 더 정신 없이 몰아붙였어야 했는데… 나중 이야기고...

Q : 현재 발전노조를 중심으로 민영화·사유화 저지를 위한 폭넓은 사회적 연대 망이 형성되고 있다.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
A : 신자유주의가 뒤집어지지 않는 이상 우리 싸움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 쌈빡하게 싸운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좀 더 좋은 조건에서 싸울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싸움을 준비하려고 지금 이렇게 선거를 하려고 한다. 4월 국회입법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집행력을 빨리 복원해야 한다. 지금 재 파업 문제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실제 재 파업을 하지 않더라도 연대 망을 확장하는 문제는 계속 고민해야 한다.
주제어
노동
태그
비정규직 공공기관 공공부문 무기계약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