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2.6.26호

닫힌 MP3의 해방을 위하여

음악파일에서 독점적 특권을 보호하는 기술적 장치를 중심으로

김영식 | 회원
21세기 들어 자본가는 기존의 복제권을 바탕으로 전송권이라는 조항을 신설했다. 디지털 정보의 복제, 전송 권리마저 법적으로 독점한 것이다. 이러한 법적인 조치로 디지털 도서관 같은 공공영역의 정보를 차단하는데는 성공하였지만 대다수 노동자-민중의 개인적인 복사까지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었다. 저항이 너무 커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독점적 특권을 보호하는 기술은 개인적인 영역까지 복제와 전송을 자본가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이러한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다.

기술속성이 변하는데 있어 원인과 결과가 자동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술변화에 관련된 사회집단과 그 상대 세력에 따라 결과가 산출되는 복잡한 과정을 매개하기 때문에, 자본가의 관심은 곧 자본가의 개입을 유도하며, 결국 점차적으로 그들만을 위한 기술이 형성된다. 그에 반해 보면 노동자-민중의 개입은 여전히 미약해 외면당하기 일수다.

최근 광범위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MP3를 살펴보면, 저작권이라는 독점적 특권을 보호하는 기술이 지금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알 수 있다. MP3를 둘러싼 논의에서도 앞서의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이를 통해서 기술 속성이 어떻게 변하는지, 이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여기에 개입할 수 있는 단초가 드러났으면 한다.

복제방지를 위한 스트리밍 기술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여 파일을 공유시켜주는 냅스터는 메이저 음악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에게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였다. 미국음반협회는 온라인 음악파일 다운로드 업체인 냅스터닷컴(www.napster.com)을 '저작권 침해'라는 이유로 1999년 12월 법원에 고소했다. 수많은 논란 끝에 2001년 2월 항소심에서 "냅스터에서 저작권법 보호를 받는 음악 파일들이 공유될 수 없게 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냅스터는 패배했지만, 냅스터와 유사한 새로운 파일 공유 서비스인 모퍼스(Mopheus)가 출현하고, 한국에서는 이미 소리바다로 작년 한해가 시끄럽기도 했다.

소리바다와 냅스터와 같은 P2P서비스는 모두 MP3라는 다운로드 방식으로 파일을 공유한다. 자본은 ‘악의 축’을 ‘다운로드’로 보고, 정보를 다운로드 없이 마치 TV전파처럼 보낼 수 있는 기술, 즉 중앙에서 파일 송신과 수신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리얼 네트웍스사의 스티리밍 기술이다. 스트리밍 방식은 청취자를 서버에 접속시키고, 인터넷을 통해 신호를 전송함으로써 음악을 재생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스트리밍 기술의 핵심은 불법복제 및 배포를 막기 위해 다운로드를 허가하지 않고 파일을 볼 수 있도록 한 기술이다.
불행히도, 스티리밍 기술은 스트림 박스(Streambox, Inc)사에서 개발한 스트림박스 VCR은 사용자가 인터넷상의 리얼미디어 파일을 플레이뿐만 아니라 다운로드까지 할 수 있도록 되었다. 이에 리얼네트워크(RealNetworks, Inc.)사는 1999년 12월 스트림박스(Streambox)사의 VCR은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을 위반이라며 미연방지방법원에 기소하여 1999년 12월 법원은 이 신청을 받아들여 스트림박스 VCR에 대해 예비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렇게 승리한 리얼 네트웍스는 전체 스트리밍 솔루션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DRM(Digital Right Management) 기술의 적용

스트리밍 기술은 비록 법정에는 승리하였지만, 저작권 보호기술로서는 취약점을 드러낸 것이다. 메이저 음반사들은 MP3 파일 형태의 음악 복제가 자신들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이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저작권 보호기술인 DRM을 모든 디지탈 파일과 음반에 적용키로 했다. 국내에서도 음반회사들은 시큐멕스나 디지캡 이라는 DRM기술로 MP3를 서비스하고 있다.

DRM 기술이 적용된 MP3 음악파일을 구입할 경우, 그 파일의 복사본은 다시 새로운 ID와 암호가 있어야 된다. 즉, 친구에게 MP3 파일을 복사해서 주더라도 그 친구는 새로 사용료를 지불하여 ID와 암호를 받지 않으면 그 MP3 음악파일을 들을 수 없다. DRM 기술이 적용된 MP3의 경우 컴퓨터를 통째로 처분하지 않는 한 구매한 디지털 정보를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게 한다.

그러나 DRM기술은 아직 표준이 정해지지 않아서 널리 이용되는데는 한계가 있고, 많은 불편함 때문에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표준 마련을 위해 디지털 음악서비스 제공업자들과 함께 국제 SDMI(Secure Digital Music Initiative) 프로젝트협회를 만들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과정을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WMRM, 니티드 오디오의 SP3 기술과 인터트러스트사의 인터트러스트 등이 국제적인 표준으로 자리를 굳혀 가고 있다.

워터마킹 기술 적용

디지털 워터마크는 DRM기술이나 기타 암호 방식으로 보호되고 있는 MP3파일이 해킹되거나 암호가 풀렸을 때 부가적인 보호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기밀정보를 디지털 데이터에 은닉시켜 둠으로써 후에 저작권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그 디지털 데이터의 저작자가 누구인가를 판별하여 저작권을 보호한다. 워터마크는 MP3파일의 소유자(또는 정당 사용자)에 의해서는 쉽게 검출될 수 있지만, 그 밖의 사용자에 의해서는 검출되거나 지워질 수 없고, 영상의 여러 복사 및 다양한 후처리에 의해서도 지워지지 않게 하는 기술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MP3 파일 워터마킹 기술은 MP3 전송단계에서 사용자 ID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삽입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사용자 정보를 MP3에 암호화 할 경우 저작권자는 불법 유통되는 MP3 파일에서 최종 사용자 정보를 추출해 저작권 소송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이슈로 떠오른 MP3 불법유통과 파일 교환도 차단할 수 있고, 복사 횟수를 제한하는 기술도 상용화되고 있다. 이러한 워터마킹 기술은 디지털 저작물이 어떠한 유통경로를 통하는지를 추적하여 복제해간 모든 사람들의 위치를 전부 파악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제공하기 때문에, 자본에 의한 개인감시를 일상화시킬 수 있는 기술로 변환될 수 있다.

새로운 MP4

또 다른 저작권 보호 방법으로는 MP3을 대체할 신기술을 개발하는 방법이다. 새롭게 개발된 AAC, 일명 MP4는 MP3에 비해 음질이 우수하고 압축률이 높다. 실제로 MP3 파일과 비교하면 최대 30%까지 용량을 줄일 수 있다. MP3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대중화된 것과는 달리 MP4(AAC)는 처음부터 저작권 복제 방지 시스템을 강화했다. 사용자마다 인증된 키를 주고 곡을 다운로드 할 때 키에 맞는 암호를 걸어 배포한다. 즉 인증된 소프트웨어에서는 음악 파일을 재생할 수 있지만, 인증 받지 못한 플레이어에서는 잡음만 들리는 식이다. 인코딩(압축) 시간이 느려 MP4(AAC) 데이터를 만드는데 MP3에 비해 9배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다. SDMI는 압축률이 높고 음질이 뛰어나면서도 복제방지시스템을 기본으로 한 차세대 디지털 음악파일 압축방식인 MP4(AAC)를 채택하여 저작권 보호 기능이 취약한 MP3 음악파일을 대체시키려고 한다.

MP3의 한계와 새로운 가능성

어쩌면 MP3의 복제와 전송을 차단하기 위한 기술 개발은 MP3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흔히 MP3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알려진 바와 다르게, MP3기술은 태생부터 사유화된 기술이다. MP3 파일에 대한 특허권은 프랑스의 톰슨 멀티미디어(Thomson Multimedia)와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Fraunhofer Institute)의 소유이며,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자들과 가수들은 MP3 기술을 이용하거나 노래를 발표할 때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자유소프트웨어 생산자들에 의한 대안 소프트웨어의 생산은, 독점적 특권을 보호하는 기술과 같은, 자본을 위한 기술 개발과 다르게 노동자-민중을 위한 기술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다.

자유 소프트웨어란, 이를 사용하려고 하는 모든 사람에 대해서 동일한 자유와 권리가 함께 양도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자유 소프트웨어에서 ‘자유’는 공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구속되지 않는다는 뜻의 자유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GPL(General Public License)이라는 저작권을 주장하는데, 기존의 저작권과는 달리 자유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복제와 개작, 배포 및 수익 사업까지 가능한 모든 형태의 자유를 보장한다. 여기에는 프로그램의 일부 혹은 전부를 인용해서 개선된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새로운 프로그램을 창작할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하고 있다.

MIT 학생이었던 크리스토퍼 몽고메리를 중심으로 한 자유 소프트웨어 생산자들은 MP3들 대체할 차세대 오디오 포맷을 오픈 소스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자이퍼포러스(XIPH)를 결성하였고, 오그 보비스는 빛을 보게 되었다. 오그 보비스는 원래는 미국의 인터넷기업이었던 i캐스트(iCast)가 웹 캐스팅용으로 개발한 것으로 시장 진입에 실패하면서 사라질 뻔했었다

자유 소프트웨어로 새로 태어난 오그 보비스는 음악CD를 통해 MP3처럼 음악파일을 만들 수 있으며 오그 보비스로 만든 음악파일은 MP3 파일을 들을 수 있는 상당수의 소프트웨어를 통해서도 똑같이 들을 수 있다. 현재 자이퍼포러스 사이트(www.xiph.org)를 통해서 배포되고 있으며, 리눅스와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생산 배포 이용할 수 있는 음악 소프트웨어이다.

결론을 대신하며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MP3는 저작권이라는 독점적 특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더욱 강력한 보호 기술로 포장되어 자유롭게 이용하고자하는 이용자들과 대립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MP3는 비록 비상업적 사용은 암묵적으로 허용되고 있지만, 자유롭게 생산하고자 하는 자유 소프트웨어 생산자들에 대해서는 그러한 관용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MP3는 생산자 대중과도 대립되게 된다. 그러나 자유 소프트웨어는 자유로운 생산과 자유로운 이용 즉, 능력에 따라 생산하고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러한 이야기는 노동자 민중들에게는 낯설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대부분의 기술전쟁의 주역인 해커들은 GPL을 주장하는 자유 소프트웨어 그룹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이지 않을 뿐더러, 어느 순간에는 기업주가 되거나 자본을 위한 기술 개발 첨병으로 돌변하기 일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노동자-민중들에게는 인터넷에 진입하는 것 마저 큰 장벽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불만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이미, 저작권은 노동자-민중의 욕구에 맞는 공유적인 정보 생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일상 생활을 감시하는 기술, 자유로운 정보접근권을 막는 기술 등 반 노동자-민중적인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더욱이 노동자-민중들의 인터넷 진입이 점점 많아질수록 인터넷 속의 디지털 컨텐츠에 대한 자본의 소유욕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소유욕은 다시 노동자-민중을 구속하는 쇠사슬이 될 것이기에, 우리는 이 기술 전쟁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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