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2.7-8.27호

성매매 없는 세상

송강현주 | 노동차장
강간과 일상의 성폭력, 성매매, 성매관광, 포르노그라피, 인터넷 사이트, 우편주문 신부 그리고 이것에 제한되지 않는 다양한 성적 폭력과 착취가 존재한다. 성적 착취에 기반한 성산업은 국제화되었고, 우리는 이른바 성매매의 정상화, 보편화 시대를 살고 있다. 성매매는 초역사적인 것이 아니라 국제적이고 체계적인 성산업의 발전과 남성중심적 성문화의 역사적 산물이다. 군사파시즘체제 이래 성매매는 가부장적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사회를 통제하는 적절한 장치로 기능해 왔다. 현재 남한에서 성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수만 대략 200만명으로 추정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발생한 사건들을 통해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성매매 방지법 제정 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비스 산업의 발전으로 성의 상품화가 어색하지 않게 된 신자유주의 시대, 여성에 대한 폭력이 가시적으로도 비가시적으로도 증폭되고 있는 지금, 성매매 방지법 논의를 계기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논점들을 정리해 보고, 우리는 어떤 관점으로 성매매 문제 해결에 접근해야 하는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시작된 합법화 논쟁
미아리 텍사스에서 진행한 ‘미성년 매춘과 전쟁’으로 유명해진 김강자 경찰청 여성청소년 과장(現)이 2000년 자신의 에세이 ⌈나는 대한민국 경찰이다⌋에서 공창제의 필요성을 주장한 내용을 담은 이후,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창제 필요성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여성단체들과 충돌을 우려하여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이른바 ‘김강자 비디오’는 공창제의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 비디오라 한다. ‘법으로 금지한다고 매춘이 없어집니까? 매춘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매춘산업의 확장을 막는 길. 특정 지역에서만 매춘을 할 수 있도록 부분적으로 허용하자는 것이지요“(여성동아,2002.3) 김과장은 금지주의에서 규제주의로 바뀌면, 윤락 여성들이 법적 신분을 얻어 포주의 횡포에서 벗어날 수 있고, 월급과 의료보험 혜택 등 인권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한다. 이를 계기로 김강자 적극지지자가 등장하고, 여성단체들은 반발하는 등 ‘성매매방지법 vs 공창제’를 논점으로 성매매 합법화를 둘러싼 논쟁이 진행되었다. 2001년 9월부터 시작된 인터넷 한겨레 성매매․공창제 토론방에서는 여전히 토론이 한창이다.

남한사회의 성매매 역사에 대한 소고
남한 성매매 관련 정책의 역사를 잠시 살펴보자. 남한의 경우 미군기지 주변의 군대매춘과 기생관광을 중심으로 국가주도의 체계적 성산업이 자리잡았다. 1,2공화국은 한국전쟁 당시 존재했던 공창을 폐지한다. 이후 성매여성에 대한 단속조치와 함께 약간의 수용 설치 등의 선도책을 병행했으나 사창, 고급 요정은 더욱 번창했다. 그리고 미군 주둔 필요에 따라 미군매춘의 경우 오히려 장려되었다. 3,4공화국은 1961년에 지금까지 성매매 정책의 골격을 이루는 ‘윤락행위등방지법’을 제정하게 된다. 반면 ‘관광산업진흥법’에서는 외국인 상대 성매매에 한해 윤락행위등방지법 적용을 보류한다. 미군매춘 문제 등 특정지역-단속을 면제해주는 적선지구-의 설치를 허용하는 절충안을 실시했는데, 이는 70년대에 폐지된다.
국가적 과업으로 경제성장이 강조되면서 정책적인 차원에서 외화획득의 일환으로서 관광산업이 장려되었다. 관광산업을 빌미로 외화를 획득한 것이 이른바 ‘기생관광’이었다. 73년에는 ‘허가증’제도를 신설하여 많은 여성들이 나라경제발전의 역군으로 국가가 장려하는 산업형 성매매에 종사했다. 미군이 감소하면서 기지촌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관계시의 관광특구 지정요구가 늘어난다. 그로 인해 동두천과 송탄, 이태원이 관광특구로 지정되었다. 80년대에는 외국의 성산업에 한국여성을 수출했고, 90년대에는 외국여성을 수입하게된다. 외국여성의 수입은 저임금대체노동력 수입(이주노동자)이 확대되면서 더욱 증가하고 있다.
현재 정부 성매매 관련 정책은 원칙적으로 금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윤락행위등방지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여전히 집창촌(集娼村)이라는 형태가 존재하고 있으며, ‘윤락(淪落)’이란 용어에서 드러나듯 성매매를 도덕적으로 타락한 자가 자신의 성을 파는 행위로 규정한다. ‘윤락행위등방지법’은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윤락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입법 목적이며 성을 파는 여성을 처벌, 선도의 대상으로 본다. 매매 그 자체에 대한 처벌이 목적인 것이다. 1997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금융화는 가계파탄을 초래하였으며, 가계파탄에 따르는 부담은 고스란히 여성에게 지워졌다. 그리고 90년대 유입된 2차 성혁명의 성해방이데올로기는 성산업과 밀접한 관련 하에 수입되어 성매매에 관용적인 문화를 낳았다. 남한에서 성 산업은 1980년대 말 이후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이러한 팽창은 1970년대 이후 발전전략에서 외국인에게 국한되던 성적착취 양식이 비공식 부문의 서비스 산업(관광 산업)으로 확대되면서 일반화되어 나타난다. 성장한 성산업의 확장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이후 더욱 취약해진 여성의 상황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여성의 노동력은 3차 산업에 집중되어 있다. 금융화의 논리는 사회 저변에 침투하고 있으며 금융화의 또 다른 측면인 소비산업을 급팽창시켜왔다. 금융화에 따른 경제성장은 특히 서비스 직종에 편중되어 있으며 향락산업에도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

성의 산업화
70년대 이래 성매매에서 볼 수 있는 가장 극적인 변화는 성매매가 산업화, 정상화,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 신흥개발 경제 안의 여성에게 말이다. 성의 산업화는 섹스화되거나 매매될 수 없는 인간의 자아에서 나오고 또 그 안에 있는 원래 시장교환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던 것(인간의 신체)을 상품으로 만든다. 성매매가 산업화되는 과정은 일반적으로 첫째, 군대매춘을 위한 대규모 여성배치, 둘째, 외화 소득을 올리는 관광산업, 셋째, 수출자유지역에서 여성노동력이 주변화되면서 성산업에 유입되는 과정을 거친다. 남한도 3가지 모두를 경험하였다.
90년 남한사회에서도 신자유주의 금융화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적은 자본으로도 가시적인 자본축적이 가능하며, 자금 회전이 빠른 3차 서비스 산업에 투자가 집중되었다. 이러한 3차 서비스 산업은 여성다움을 서비스로 만드는 것이 특징이며, 관련 업소들의 증가는 여성노동력의 수요를 증가시켰다. 가정에서 무임으로 착취당하는 여성의 노동은 공적 부문에서도 평가 절하되고 주변화 된다. 여기에서 여성은 성의 상업주의에 저항하기보다 편승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 즉 여성에 대한 제한성, 배타성은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고, 여성노동은 특정 산업 즉 3차 서비스 산업과 같이 여성이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는 업종에 집중된다. 여성노동자의 66.1%가 3차 산업에 종사하며 이중에서도 도소매․숙박업의 비율이 높아서 여성노동자가 전체의 68.5%를 차지하고 있다(1996년). 한편 이러한 상업적인 성의 대중화는 사회적 통제의 기제로 이용되기도 한다. 가부장제적인 사회에서 성은, 여성의 정치적 기능을 약하게 하는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면서, 동시에 여성을 성적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하게끔 한다. 남한 사회에서 여성의 성적 상품화의 조건은 소비자본주의 조건과 가부장제 문화 사이에 위치한다.

이주노동여성과 국가 간의 성매매
성산업은 국지적인 수요뿐 아니라 전 세계 성적요구에 맞추어 국제화되고 있다. 국가간의 여성매매는 국가간 불균형으로 인해 해외이주노동이 급격히 증가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많은 나라들과 7~80년대 한국처럼, 성산업과 섹스관광이 국가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때, 저개발국가는 경제활성화를 목적으로 이를 암묵적으로 인정하거나, 심지어 정책적으로 장려하기도 한다. 이렇게 섹스산업이 확대된 나라에서 해외이주노동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면, 성매의 공급은 자국내의 여성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온 여성들로 채워진다.
성매매에서 외국여성은 저임금과 지속적인 공급 가능성, 외국인이어서 통제가 쉽다는 이유 따위로 선호된다. 보통 그녀들은 ‘예술흥행비자’로 국내에 유입된다. 성산업으로 외국여성이 수입되는 문제가 범죄집단이나 개인적인 브로커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지촌에 외국여성이 유입되지 시작한 것은 한국특수관광협회라는 단체를 통해서였는데, 이 협회는 클럽업주들이 만든 비영리 법인이며, 외국연예인을 송출입하는 에이전시로서 문화관광부에 등록까지 되어있다. 또한 99년에는 외국인 송출 에이전시 법규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되는 바람에, 외국여성의 성매매 유입이 더 쉬워졌다.
가난으로 인해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여성들에게 자국 내에서 저임금과 여성실업구조는 빈곤의 여성화를 가중시키고 이러한 여성들에게 해외이주노동은 최선의 선택 또는 대안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해외이주노동을 선택해도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영역은 남성에 비해 제한적인데다, 특별한 교육이나 기술을 갖지 못한 여성의 경우 외국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성산업에서 일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 사이에서 여성매매의 문제를 그저 가난과 여성‘개인’의 문제 혹은 국제적인 성산업으로 이익을 얻는 집단의 문제로 국한해서는 안된다. 외국여성의 성이 매매되는 기저에는 외국여성의 성에 대한 성애화를 부추기는 장치와 외국여성을 ‘새로운 성적대상’으로 요구하는 남성의 성적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구남성에게 동양여성은 오리엔탈리즘의 신비로움과 순종적인 성적대상으로 인식되는 반면, 동양남성에게 서양여성은 포르노에서 보아오던 관능적인 배우 혹은 개방적인 성적행위자로 인식된다. 여성은 인종에 따라 육체와 이미지로만 이해되기 때문에, 새로운 성적기호로 구성되는 것이다.

여성은 왜 성매매의 영역에 유입되는가?
남한의 경우, 경제적 호황을 누렸던 1980년~1990년 초에 여성들의 성산업 유입이 증가했다. 뿐만아니라, 1990년대 말 불황기였을 때도 여성들의 성산업 유입이 증가했다. 이렇듯 경제가 호황이든, 불황이든, 성매매가 늘어난다는 것은 경제적 혜택의 우선 대상이 남성이며, 피해의 우선 대상이 여성임을 의미한다.
앞서 살펴보았듯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노동력이 주변화/배제된다는 사실은 여성들이 성산업에 유입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많은 여성들은 성별에 따른 부의 불균형으로 인해 성산업에서 일하게 된다. 생활 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성산업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하는데, 성산업은 제조업 영역에서 받을 수 있는 임금보다 더 높은 임금을 제공함으로써 여성을 끌어 모은다. 이러한 경제발전의 성별화는 경제발전이 남성에게는 경제성장과 산업화로 인해 새로운 경제적 이익을 획득하도록 하고 성매(性買)로 여가를 즐기게 하는 반면, 여성에게는 성적․경제적 착취인 성매(性賣)를 늘리도록 부추기는 것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경제발전으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물적 수준이 향상되면, 성매매는 여성들이 산업화의 물질적 잉여를 획득할 수 있는 그럴듯한 영역/수단으로 자리잡는다. 이것이 성매매가 정상화(normalization)되는 과정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성매매는 남성의 자연적인 성욕을 해결하고 그로 인해 성폭력을 줄이는 ‘필요악’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남성들은 성매매가 있기 때문에 상품화된 여성의 몸에 더 쉽게 접근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녀의 섹슈얼리티는 팔릴 수 있는 상품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쾌락과 이익을 위해 여성을 대상화하고, 여성을 사물로 취급하는 성매매의 경험은 결국 여성을 대상화하고 사물화하는 성폭력의 경험과 일치한다. 이는 오히려 성폭력을 증가시켰다. 서구의 60년대 성해방과 포르노그라피의 합법화가 남긴 유산은 여성의 해방이 아니라 섹슈얼리티의 매춘화다. 성애화된 사회에서 성과 여성의 신체는 동일화된다(barry). 여성을 ‘섹스’로 환원하면서 대상화하는 것이다. 여성을 섹스화된 몸으로 가장 완벽하게 가부장적으로 환원한 것이 성매매다. 인간이 성적인 육체로 환원되고, 동의가 있건 없건 타인의 성적 서비스로 도구화될 때, 거기에는 이미 인간에 대한 폭력이 자행된 것이다.

입법태도에 따라; 금지주의, 규제주의, (관리)페지주의
산업적인 확장 또는 상업적 경제 분야로서 현대의 성매매는 금지주의, 규제(또는 관리)주의, (관리)폐지주의에 따라 법적으로 ‘통제’된다. 제 3 세계에서는 관행을 규제하는 관습법을 교체하려는 법 전략으로서, 금지․규제․폐지주의가 복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3가지와 변형된 형태 모두, 성매(性賣) 여성의 수입을 갈취하는 포주 행위는 불법이다.
첫째, 금지주의의 대표적인 경우가 남한이다. 주로 성매매를 비도덕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부정한 섹스로 취급한다. 포주 등 성매매 행위를 조장, 착취하는 자는 물론이고 성매매 행위자들도 처벌하는 법 제도를 택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성매 여성에 대한 체포가 압도적이어서, 성매 여성이 포주를 고발하기가 어렵다. 고발과 동시에 자신도 범죄자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 규제(혹은 관리)주의는 홍등가, 사창가 등 특정지역의 성매매를 합법화함으로써, 성매매 종사자에 대한 의료 감시 등의 통제수단을 활용하여 정부가 관리 규제하는 입법주의다. 주로 독일, 네덜란드, 호주, 미국 네바다주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김강자 과장의 주장이 바로 이것인데, 규제주의자들의 경우 성매매에 대한 인정이 무절제한 성매매의 필요를 억제하며, 포주나 범죄조직에게서 성매여성의 착취를 줄일 수 있다는 것과, 정기적인 성병검진으로 성매매가 갖는 부정적 문제들을 적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합법화는 반대로 성매매의 수요를 급격하게 높인다. 합법화는 여성을 성매매로 가두는 것이다. 여성은 성매매가 합법화되어도 시민권을 얻지 못한다. 게다가 포주를 없애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성산업이 합법화된 국가에서도 성매매 여성의 80~90%를 포주가 관리된다. 독일의 경우 인구 2만 이상의 도시에서 성매매를 합법화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18세 이상만 성매매를 할 수 있으며, 정기검진, 납세의 의무도 부여받지만, 실업, 사회보장에서는 제외된다. 유럽국가의 성매매 정상화는 오히려 여성매매를 촉진시켰다. 성매매에 대한 단속을 느슨하게 만들었고 알선업자들의 출입을 훨씬 쉽게 만든 것이다. 그로 인해 아시아 여성이 독일, 네델란드로 유입되는 여성매매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성매 여성들 사이에 새로운 위계를 초래할 뿐이며, 국가 간의 권력관계에서(사실은 남성들간의 권력관계다) 여성은 단지 ‘몸’밖에 없는 대상으로 거래된다는 사실을 환기해야 한다. 네델란드 법은 ‘매춘부로서 활동할 결정의 자유’를 가진 것으로 인정되는 네델란드 여성과 ‘자유의지로 유럽에 왔으나 일반적으로 경제적 동기로 유인되어, 자발적 행위라고 볼 수 없는’ 제3세계여성을 분리하고 있다. 성매매의 문제를 다시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로 축소시키고는 자발과 비자발로 구분 짓는데, 이러한 분리는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기결정권'이라는 수사학으로 이민자를 통제하여, 가격을 통제하려는 성산업의 필요에 따른 것이다.
셋째, 성매매의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규제)폐지주의는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캐나다, 뉴질랜드 등 서구유럽에서 최근 들어 시행되고 있다. 성매여성과 구매자 모두의 성매매를 비범죄화하고, 대신 포주행위, 알선 행위, 인신 매매를 금지하고, 성매매 업소와 성매매 호텔에 연루된 제삼자의 개입을 범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규제주의의 폐지, 즉 정부의 관리 내지는 통제의 폐지를 의미하며, 성매매를 자유활동으로 인정하고, 개인적 활동으로 고려하나 이를 조장, 착취하는 자나 호객행위, 가시적 방법으로 성매매하는 행위는 금지하는 것이다. ‘깨끗한 거래 공정한 가격‘이란 표현에서 드러나듯 폐지주의자들은 단지, 강요여부에만 관심을 가질 뿐, 성매매 자체의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또한 성매매(그 자체로)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른 것으로 규정한다. 금지주의는 단지, 당사자 사이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타인이 혐오한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거다. 이러한 폐지주의는 자발과 강제라는 거짓 구분을 영속화하고, 성매매 자체는 여성에게 해롭지 않기 때문에 성 착취의 유형이 아니라고 간주한다. 성매매란 남성 구매자에 의해, 그리고 남성구매자를 위해 존재하지만, 구매에 대한 범죄화는 이같은 자유주의 논리에서 사라진다.

“(여성이 여전히 처벌받고 있는 국가에서)매춘여성을 처벌하지 말고 반대로 구매자를 처벌해야 하며 모든 형태의 알선 행위와 그 연루자들을 억제시키는 법률을 실행할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The Madrid Report," UNESCO meeting of experts, Madrid, spain, 1986)

‘성’‘노동’자인가? 자발 vs 강제의 틀을 깨부수자!
자발적 선택을 구성하는 내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성매 여성의 자발성에 대한 질문은 여성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는지 여부라는 식의 비생산적 물음이 아니라, 여성이 ‘다양한 대안과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선택하는가, 그리고 성매 여성은 ‘성매매 행위 전반에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가, 끝으로 성매 여성은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그만둘 수 있는가’란 물음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들의 자발적 유입은 진정한 자발성이 아닌 사회구조적인 제반 요인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여성노동자에 대한 저임금 구조, 제한된 취업기회, 불안정한 고용상태, 복지서비스 미흡,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문화 등 경제적, 사회문화, 제도적 요인들로 인해 양산된 것이다.
그렇다면 성매매를 ‘강제vs자발’로 개념화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 성인과 아동, 강제와 자발의 구분은 가장 심각하고 명백한 폭력만을 다룰 뿐이다. 강제/자발은 피해자의 정체성 범위를 제한하고, 대규모 성산업을 보호하는 효과를 가진다. 가난과 가족의 압력, 그녀가 살아남은 근친폭력, 그녀의 남자친구에 의한 구타, 그녀가 이용 가능한 고용조건의 결여 등이 비가시적인 문제로 사라진다. 또한 이는 성매매를 ‘성노동’으로 합법화하거나 비범죄화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성매매 찬성론자들은 상업으로서, 여성들의 합법적인 일로 여성의 경제적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한다. 그들은 성매가 여성의 정당한 노동으로 인정되면, 더 이상주변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성의 상품으로서 성매매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성매매의 정상화는 성착취를 더욱 용이하게 한다. ‘성노동’을 인정하는 것은 ‘여성을 성적 대상물로 수용’하는 것으로 피해는 몹시 격렬하다. 성매매는 여성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이것은 강제적이다. 왜냐하면 남성이 그녀의 섹스를 사기 때문이다. ‘성매할 권리’는 남성이 어떤 환경에서도, 비용만 있으면 섹스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남성만의 권리일 뿐이다. 성매매 시장과 남성요구의 문제점은 그곳에서 여성의 신체가 교환을 위해 공급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성매매를 개인적 선택의 문제로 축소시켜서는 안된다. 성매매는 여성지배시스템의 한 부분이며 기초다. 성매매의 섹스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바로 여성 억압을 촉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이다.

성매매방지법 제정 운동
2000년 9월 그리고 2002년 1월에 발생한 군산 화재 사건을 계기로 감금상태에 놓인 성매 여성들의 노예적인 삶에 대해 이슈가 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2000년 9월 화재사건 이후 성매매 방지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2000년 10월 처음으로 ‘국가대상배상청구소송’이 있었고, 2001년 4월 성매매 방지 특별법 마련을 위한 전문인 간담회가 구성되었다. 그 성과를 모아 같은 해 11월 국회에 ‘성매매 알선 등 범죄의 처벌 및 방지를 위한 법률안’을 청원했다. 아직까지 입법 추이는 없는 실정이며, 성매매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리고 제정을 촉구하는 여성단체들의 캠페인과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여성단체 공동의 노력으로 마련된 성매매 방지법은 다음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안의 명칭에서 밝힌 것처럼 성매매 알선 범죄의 처벌 및 방지에 주안점을 둔다. 성매매 알선 행위 및 성매매 행위를 처벌하고 이를 방지하며, 성매매된 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성매매 용어 사용, 2>성매매 범죄에 대한 규정 및 처벌 강화, 3>청소년, 외국인 장애인은 동의여하 불문하고 성매매된 자(피해자)로 규정, 4>성매매된 자 보호 지원강화, 5>성을 사는 자에 대한 처벌, 성매매된 자의 보호 처분, 6>국제적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7>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국가의무 명시.
성매매에 관한 기준이 되는 국제협약은 49년 인신매매 금지 및 타인의 매춘 행위에 의한 착취 금지에 관한 협약, 79년 UN총회에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처별 철폐를 위한 협약(CEDAW)에 포함된 매춘에 관한 조항, 그리고 95년 제 4차 세계여성회의에서 채택된 ‘북경행동강령’의 성매매 관련 조항이 있다. 북경 행동강령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고 철폐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강구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의 원인과 결과 및 예방 대책의 효과적 방법에 관한 연구를 추진한다. 여성의 인신매매를 근절하고 매춘 인신 매매로 인한 폭력의 피해자를 지원한다“를 명시적으로 기재하고 있다. 성매매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성매매 문제를 다루는 데 모델이 되는 대안적이고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스웨덴을 들고 있다. 스웨덴은 여성의 자립도와 정치력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러나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문제는 마찬가지로 심각한 문제로 존재한다. 스웨덴의 ‘여성 폭력방지법’(99년)은 북경행동강령의 내용을 따르며 성매매를 성폭력, 가정폭력과 같은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성매 여성은 피해자며 사회복지적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한 사회 성매매 정책의 역사에서도 드러나듯, 성매매 정책의 결정에는 성매매 관련자들의 이해관계에 얽힌 압력과 로비가 존재한다. 지역 시에서 관련자들의 요구에 따른 외국인 대상 성매매 허용, 관광특구 지정, 이주여성의 유입 등이 그것이다. ‘법으로 금지한다고 매춘이 없어지나요?’라고 물었다. 물론 법률로 금지주의를 택한다고 해서 성매매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성문화된 권리에 여성을 첨가하는 것이 곧 여성들이 실질적으로 이 권리로 보호받고 장려받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다.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새로운 법들은 즉각적인 활동을 대신할 수 없다. 하지만 법은 여성의 자유를 위한 기반과 기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또한 중요한 문제이다.

결론을 대신하여
서울시가 6월28일 속칭 ‘미아리 텍사스’를 유흥업소 구역과 일반상업시설 구역으로 이분화 한다는 결정을 내렸으나 여성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바로 다음주 결정을 번복하였다. 결정의 내용은 윤락업소의 확산을 막기 위해 위락시설을 3개 블록으로 모으고 나머지 17개 블록은 공공시설과 업무시설, 판매 및 영업시설 등의 용도로 쓴다는 것이었다. 성매매 업소들을 특정지역으로 모으는 것은 사실상 특정지구 합법화(공창제) 과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절대로 성매매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그 논리 또한 공창제와 유사했다. 성매매가 존재하는 한 여성의 인권을 보장할 수 없다. 그러나 화재사건과 공창제 논쟁 등 정세적 계기로 형성된 성매매 반대 운동은 법 제정이라는 한정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성착취 문제가 단일 이슈 운동으로 축소되거나, 오직 법적 변화의 형태로만 멈추어서는 안된다. 간담회와 토론회에서 드러나듯 비범죄화론, 공창제 주장, 자발적 여성에 대한 처벌 요구 등 자유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성매매를 줄이고, 나아가 ‘근절’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공창제를 실시하는 주체도 남성이고,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거래하는 자 또한 남성이며, 그에 따른 가장 큰 수혜자도 남성이다.
남한사회에서 남성위주의 문화는 성매매를 당연시 해왔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성매매를 필요악으로 사고하고, 성매매 문제를 여성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성매매는 피해자 없는 범죄가 아니다. 성매매를 하는 여성 대부분은 할 수만 있다면 성매매 시장을 떠날 것이다. 이는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며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정신적․물적인 측면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할 문제이다. 여성을 성산업으로 유입시키는, 여성에 대한 주변화, 입체적 억압과 착취에 맞선 투쟁이 필요하다(여성의 빈곤화가 아니라 빈곤의 여성화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권력의 배치 속에서 감정과 섹스는 노동으로 전락하고 여성은 착취당한다. 여성이 남성의 성적 존재로 대상화되는 사회에서는 어떤 여성도 자유로울 수 없다. 성매매는 여성에게 대안적 노동이 될 수 있거나, 평등하게 재구성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문화 - 남성의 성인식에 따라 구성되는 성문화 전반이 여성주의적으로 재구성되어야만 한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이루어지는 인간을 사고 파는 행위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 누가 고객이며 누가 포주이며 누가 팔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 혹은 전지구적인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한 인식이 없는 성매매 논의는 허구일 뿐이다. PSSP

“성매매 없는 세상을 생각하는 것은 노예제 시대에 노예제 없는 사회를 위해 투쟁하던 것과 같다. 그리고 노예제는 없어졌다. ”(캐슬린 배리)



<참고자료>

캐슬린 배리(2002), ⌈섹슈얼리티의 매춘화⌋, 삼인
이미경(1999), ⌈신자유주의 ‘반격’ 하에서 핵가족과 ‘가족’의 위기⌋, 공감
변화순(1998), ‘산업형 매매춘의 현황과 남성의 성의식 변화순’, ⌈IMF시대, 향락산업으로부터 딸, 아들 지키기 연속토론회 자료집 -한국남성의 성문화⌋, 한국여성단체연합
원미혜(1999), ‘우리는 왜 성매매에 반대해야 하는가?’, ⌈섹슈얼리티강의⌋, 동녘
조형․장필화(1989), ‘A.매매춘에 대하여’, ⌈국회 속기록에 나타난 여성정책 시각⌋, 한국의회발전연구소
백재희(1999), ‘이주노동여성과 국가간의 성매매’,⌈한국여성학회 2차 월례자료집⌋, 한국여성학회
한국여성단체연합(2001), ⌈‘성매매방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자료집⌋,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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