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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9.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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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기획-송권봉.hwp

[기획분석-서비스협정2] 교육시장개방, 어디까지 왔나

송권봉 | 진보교육연구소 사무차장
교육시장 개방, 어디까지 왔나

송 권 봉 | 진보교육연구소 사무차장




GATS(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는 보편적이고 평등하게 자유롭고 공공적인 질 높은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교육내용이 변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교육기관은 사람들에게 대기업이 원하는 내용만을 가르칠 것이다. 국립학교와 대학도 따라할 것인데 그렇지 않으면 학생을 잃게 된다. GATS 때문에 생길 가장 두려운 위협은 민주주의의 파괴이다. GATS에서 결정이 한 번 내려지면, 교역에 개입하는 서비스부문의 정부활동은 WTO의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 국제학생행동그룹, '교육은 상품이 아니다!' 번역 글 중에서 인용. 원문에 대한 번역 글은 http://jinboedu.jinbo.net/technote/read.cgi?board=foreign&y_number=27&nnew=2 에서 읽을 수 있다.
}}

교육시장 개방의 파고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 WTO 뉴라운드 출범 이후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이뤄진 도하개발 각료회의(이하 'DDA') 결과, 일반 서비스 부문 개방 협상 일정이 확정되었다. 2002년 6월 말까지 각 국은 '양허 요구안'을 제출하고, 2003년 3월말까지 해당 국가는 '양허안'을 작성 제출해야 한다. 개별 협상 등을 거쳐 2005년에는 서비스 부문 개방이 확정되는데, 남한은 7월 19일 현재 미국·EC·호주·일본·중국·대만 등 16개 국가로부터 '양허 요구안'을 접수했다. 세세한 내용들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교육부문은 애초 예상했던 고등교육 개방 뿐만 아니라 중등교육부문까지 그 개방요구가 확대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7월 22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제14차 WTO 서비스이사회 특별회의 기간, 남한은 미국·EU·중국·대만 등과 연쇄 서비스 양자협상을 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한의학·중국어 관련 학과 개설을 요구했다고 한다. 앞으로 10월과 12월 등 3-4차례 양자협상이 추가로 있고, 이런 협상을 토대로 내년 3월에는 '양허안'이 확정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가 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재편해 오고 있으며,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정부 교육 개방 정책이 이 재편과 결합되어 낳은 효과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에 맞서는 운동주체의 대응방향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금융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교육개혁

탈규제·민영화를 기치로 하는 신자유주의는 물질적 팽창의 한계에 닥친 자본운동의 위기를 금융 팽창을 통해 돌파하고자 하는 자본의 전략이다. 1970년대 말 환율·이자율·유가의 불안정으로 위기에 처한 초민족적 법인자본이 금융화를 시작한다. 미국과 초민족적 법인자본에 의해 주도되는 금융세계화는 생산 지향적 블록화가 아니라 금융 개방적 지역화를 지향한다. 이제 금융의 중심은 증권시장이 되고, 이에 조응하고자 개별 법인자본은 내부 구조조정(리엔지니어링·리스트럭쳐링 등)을 단행했다. 더불어 공기업 민영화 등 소유형태의 변화가 간접적으로 증권시장을 지지하고, 구제금융과 부채-주식 전환 등이 직접적으로 증권시장을 부양한다. 초민족적 법인자본은 새롭게 변모하여 지주회사를 핵심으로 산업을 지배적 요소로 갖는 금융그룹이 되었고, 금융을 지배적 요소로 갖는 세계적 축적을 하게 된다. 금융세계화에 따른 금융빅뱅이 출현하는데,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런던·도쿄·뉴욕의 빅뱅이 대표적이다{{) 윤소영,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와 워싱턴 콘센서스](공감, 1999) 중에서
}}.
자본의 금융세계화는 금융을 통한 세계적인 축적구조 재편을 강제하는데, 이에 발맞춰 신흥공업국이 신흥시장으로 변모하게 되고, 노동유연화로 대표되는 노동 재편이 이뤄진다. 금융세계화 국면에서 공공부문은 새롭게 시장으로 인식되고, 공공영역에 속하던 교육기관 역시 민영화·사유화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1980년대 영국에서는 공적 기금을 줄이고, 시장적 요구에 더욱 크게 맞추라는 요구가 있었는데, 이 요구는 새로운 금융 메커니즘에 따르라는 것이었다. 대학들은 기업 경영에 맞춘 고등교육의 질 제고라는 새로운 좌표를 떠 안게 되었다. 이러한 정책들의 결과 경쟁은 심화되고, 투자자들은 투자의욕을 갖게 되어 기업과 함께 교육부문[투자]에 참가하였다{{) 인용문은 Jess Worth가 쓴 '고등교육에 대한 위협(The Threat to Higher Education)' 본문 인용 구절을 필자가 번역해서 재인용했다. 이 글은 http://www.oeh.ac.at/oeh/gats/101526260936/101581388279 에 있다. 원문 글을 확인하고 싶은 분은 http://www.wto.org/english/tratop_e/serv_e/w49.doc에 있는 'Education Services-Background Note by WTO Secretariat'을 찾아 보기 바란다.
}}.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은 정부 교육재정·보조금을 점차 줄이고, 국공립 학교를 민영화하며, 개별 학교와 대학의 수익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이에 따라 교육기관은 직·간접적으로 기업 후원을 받아 운영하게 되는데, 이들 기업은 대학의 연구기술을 상업화하여 독점할 뿐만 아니라, 교육 내용에 깊숙이 관여하여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한다. 또한 교육기관 역시 투자기관으로 변모하게 된다. 미국에는 증권거래소나 나스닥에 상장한 기업들이 운영하는 상업적인 대학들이 있는데, 지난 10년 간 약 200여 개의 비영리 대학이 파산한 반면, 현재 약 700여 개의 영리를 목적으로 한 대학이 성업중이다.

금융세계화와 교육개혁 사이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파악할 수 있다.
첫째, 금융세계화에 조응하는 새로운 노동재편의 일환으로 핵심노동과 주변노동을 분할하고 이에 맞춘 인력양성과정이 도입된다.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은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경쟁력 있는 교육과 인력양성이란 기치로 금융·경영·법률·의료 등의 전문 엘리트 양성 코스를 새롭게 재구조화하고, 국가 전략 산업으로 IT·BT·NT 등을 육성한다. 수월성 교육이나 BK21사업을 통한 대학원 중심대학 추진,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하에서 추진되는 6T분야 중점 양성{{) 인적자원개발정책은 6T(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 문화기술-CT, 우주항공기술-ST, 환경기술-ET) 산업을 남한의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이를 집중 육성하여 자본의 수출경쟁력을 키우는데 필요한 인력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등이 그 예다.
둘째, 공공부문의 효율성 제고란 명목으로 교육재정을 축소하고, 국공립 학교를 민영화·기업화한다. 미국의 경우 중등교육을 상업적으로 관리하는 에디슨 학교가 있고, 남한의 경우는 개정 산업교육진흥법 상의 학교기업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셋째, 교육부문을 상품서비스로 파악하고 끊임없이 상품화·투자화를 촉진한다. 이미 GATS(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는 교육을 하나의 상품영역으로 삼고, 이 영역의 시장개방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더구나 신자유주의 개혁과정에서 대학과 학교가 기업화·민영화되고 있는데, 이는 교육에 대한 투자 상품성을 극대화한다. 전 세계적으로 교육영역에 공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한해에 2조 달러에 달하며, 사적인 교육 산업 수출액은 미국의 경우 1000만 달러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 뒤를 영국과 프랑스가 차지하고 있다. 교육시장개방은 이 부문의 투자 수익성을 노리는 것이다.


2. 국가가 앞장서는 교육 시장화·개방 정책

사실 남한은 GATS(서비스교역에 관한 일반협정)와 같은 다자간 협상의 방식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금융 자유화 조치를 취하였고, 이미 개방이 상당히 진척되어 완전 개방·자유화 수준에 이르렀다. 심지어 미국은 앞으로 벌어질 다자간 협상에서 남한이 여타 개발도상국의 시장개방에 앞장서기를 원하고 있다. 즉 향후 금융서비스 자유화 협상에서 한국이 주도하여 선진국의 역할을 대신해 줄 것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른 셈이다.

사회진보연대 정책국(2002.7/8), '개혁세력붕괴 이후의 한국사회', [월간 사회진보연대(2002/7·8)], p46.

그동안 교육개방정책은 개방의 충격을 흡수하고, 교육의 경쟁력(수월성)을 확보한다며 국가가 앞장서 왔다. 이 태도는 무역협상에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자는 남한 자본과 그 대변자들의 입장이기도 하거니와 미국을 비롯한 초민족적 법인자본의 요구를 남한 정부가 앞장서 수용하는 것이다. 이른바 비교우위 및 개방을 통한 경쟁력 확보의 시각은 외교통상부의 뉴라운드 담당 심의관의 주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아교육기관, 초·중·고, 대학과 대학원, 특수학교 등이 비영리법인에 해당되어 외국인투자 제외업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중략)… 향후 우리 교육서비스분야의 경쟁력강화, 국제적으로 수준 높은 다양한 교육서비스의 수혜 기회 확대 등 종합적인 측면을 감안하여 현재 외국대학의 진입을 막고 있는 해외송금제한 등을 일정 요건 하에서 완화하여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분야에서 실질적인 개방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민동석(2001), '서비스협상과 대응방향', [토론회자료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2001.12.14~15)

그렇다면 남한의 교육 개방 정책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었는가.
교육부는 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우리 교육의 질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개방한다는 목표 아래 1998년부터 외국대학의 설립을 부분적으로 허용하였고, 1999년부터는 허용범위를 점차 확대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때만 해도 설립주체를 학교법인에 한정했고, 설립기준도 비교적 엄격하였으며, 대학의 숫자도 수도권을 뺀 시·도별 1개로 제한하였다.
그러나 2001년 12월 발표된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에서 정부는 대학의 국제화를 위해 오는 2005년까지 외국대학(원)의 분교가 들어올 여건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내에 외국대학 설립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가칭) '외국대학유치특별법'을 제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리고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에 따르면, 현행 사립학교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외국법인도 분교를 설립할 수 있으며 대학설립과 운영상에 대폭적인 자율권을 부여{{) 제주 국제자유도시 특별법 제 22조, 제23조, 제24조, 제25조 참고
}}한다고 하고 있다{{) 강신현, '교육의 공공성을 위협하는 교육시장 개방', [교육비평 8호], p144-155
}}.

급기야 지난 7월 15일 교육부는 '외국 우수대학원 유치 적극 추진'이란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교육 시장 개방에 대비해서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제화를 촉진시키고자, 외국대학원의 국내 진출을 쉽게 하는 특례규정을 마련하도록 올해 안에 관계 법령을 개정한다는 말이다. 같은 날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관련 교육부문 방안도 발표되었는데, 국제경쟁력을 갖춘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사업으로 △ 원어민 외국어 보조교사 초청사업 확대, △ 외국인 학교 설립 확대, △ 국제고등학교 설립, △ 외국인 교수 초빙사업 지원 등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위 두 조치는 7월 29일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에 외국기업 경영환경 개선이란 이름으로 확정되어, 8월 19일 재정경제부가 입법예고한 '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경제특구법안') 제13조{{) 제13조(외국교육기관의 설립·운영)
①사립학교법 제2조제2항의 규정에 의한 학교법인이 아닌 외국 교육기관이나 내국인은 사립학교법 제3조 및 제10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경제특별구역에 외국교육기관을 설립할 수 있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설립되는 외국 교육기관에 대하여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제7조 및 제8조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③국가는 내국인이 경제특별구역에 있는 외국 교육기관에 입학하고자 하는 경우 이에 대하여 제한할 수 없다.
}}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위 두 조치들은 향후 교육개방의 폭과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개략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만 분석해 보기로 하자.
먼저 '외국 우수대학원 유치 적극 추진' 방침에는, 교지(校地)나 교사(校舍)를 임대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학교운영에 기본이 되는 수익용 기본재산의 확보의무를 면제히여 학교 설립 비용을 최소화시켜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 이사 3분의 1 이상 선임의무를 없애 학교운영에 내국인이 참여하고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배제하였다. 또 학교법인을 해산할 때에는 잔여재산마저도 사실상 투자자인 외국인이 회수할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진다. 교육의 공공성을 담보할 조치들을 모두 없애고, 투자금액을 보장할 터이니 외국대학(원)은 한국에 진출해 사실상 영리활동을 하란 말이다.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 관련 교육부문 방안' 중 외국인 학교 설립 확대 방침은 국내 체류 외국인의 교육환경 조성에 그 취지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재경부 입장은 이와 모순된다. 재경부는 외국인 학교에 내국인이 많이 들어가야 활성화된다며, 경제특구{{) 인천 영종·용유·무의도 지역, 인천 송도 신도시, 김포 매립지 등
}} 내에서는 내국인 누구나 입학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외 지역 입학자격은 해외 거주 5년에서 2년으로 완화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내국인 입학 무제한 허용 주장이다. 더불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원어민 교사를 정책적으로 급격히 확대하고, 외국인 교수를 늘림으로써 기존 교원양성과 임용은 더욱더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교육 개방 정책의 문제점 및 향후 전망

거짓으로 드러나는 외국 우수 대학(원) 유치

교육부는 올해 5월 23일과 24일 이틀 동안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교육시장 개방 관련 OECD/US 국제포럼 참석 결과 보고서'를 7월 15일자로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눈길을 끈다.

현재로서는 외국에 분교설립 등 해외 교육시장 진출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는 외국의 우수 대학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이며, 일부 외국의 사이버 대학·사설 온라인 프로그램 제공자·어학학원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사업자만이 관심을 보인다.

교육부(2002), '교육시장 개방 관련 OECD/US 국제포럼 참석 결과 보고서' 중에서

이미 정부는 '외국 우수대학원 유치 적극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대학부문 개방에 앞서, 법적·제도적 정비를 한다고 호들갑인데 정작 외국 우수 대학들은 분교설립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처럼 정부가 온갖 특혜를 줘가면서까지 교육개방에 앞장서는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개방의 충격을 통한 대학 구조조정 가속화

정부 계획대로라면 질 낮은 대학(원)이 학위판매만을 목적으로 들어오거나, 특혜에 따른 투기를 목적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빈번할 것이다. 최근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남한에서 발생했다. 2001년 5월 19일 입학식을 치른 뉴욕시립대 버룩칼리지 경영학 석사과정은 단 이틀 간 강의 진행 후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본 13명의 입학자는 지난 1년 간 소송을 거쳐 올해 7월 25일 학위과정폐지 피해에 대한 배상판결을 받았다. 이 대학은 외국 유명 대학으로 알려져 있고, 세계적인 회계컨설팅 회사인 KPGM사가 공동으로 운영한다고 신문광고까지 게재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38명분의 등록금 - 1년 4학기 과정 1인당 총 2천5백 만원 - 을 약정했으나, 최종 입학일까지 등록자가 13명에 그쳐 학위과정이 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투자 없이 등록금만으로 운영하려다 파산한 것이다{{) 2002년 7월 30일자 유뉴스 참고, http://www.unews.co.kr/news/view.php?id=7190
}}.
더구나 2003년부터는 대학 신입생과 입시생 비율이 역전되어 대규모 미달사태가 예상된다. 이미 지방대학은 신입생 유치를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일선 고교에 뇌물까지 주는 등 온갖 방법을 쓰고 있다. 이 와중에 대학부문이 개방되면, 외부 충격으로 대학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다. 특히 신입생 부족으로 재정압박을 받는 지방대·전문대는 문닫는 경우가 급증하고, 비용절감 명목으로 대학·학과간 통폐합이 극심해질 전망이다. 외국대학 학위판매에 호응하여 학력인플레 현상이 가중되고, 외국대학과 국내 대학의 치열한 경쟁 와중에 교육시설·여건의 확충이야 뒷전으로 멀찌감치 밀려날 것이다.

본격적인 개방에 앞서 중등부문 시장성만을 키워줘

중등부문 개방은, 이미 외국인학교에서 시작되고 있다. 설립주체는 원래 외국인이었고, 내국인과 법인으로 확대되어, 이제는 외국인과 내국인 모두 학교를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문제는 외국인학교 내국인 입학제한 완화이다. 재경부는 외국인학교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해, 내국인인 경우 경제특구 내에서는 제한 없이 입학을 허용하고, 그 외 지역에서는 2년 간 해외거주자에게 입학자격을 주자고 한다. 교육부는 제주도의 경우처럼 3년 간 해외거주자로 한 뒤, 성과가 좋으면 전국적으로 늘리자는 의견이다. 그러나 두 입장 모두 중등부문 입학자격을 완화시켜 시장성을 키워준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또한 국제감각을 갖춘 인력의 양성을 위해 "경제특구 안에 국제고등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정부정책으로 미뤄 볼 때, 외자유치와 동시에 국제적인 인력 양성이란 명목으로 교육시장 개방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어 학교의 개설 및 투자가 가능할 것이다. 이미 중국은 한의학과와 중국어 관련 학과의 개설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처럼 비대해진 사교육시장이 있는 상태라면 어학학원, 온라인 교육시장으로의 진출은 이미 완전히 물꼬가 터진 셈이다{{) 전국민이 영어열풍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외국인이나 교포 및 내국인이 직접 거주하면서 영어로만 생활하는 영어마을 유치경쟁이 경기도에서 불붙고 있다는 언론보도(2002년 7월 30일자 문화일보 참고)만 봐도 이런 사실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
또한 국제고등학교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에는, 과거 외국어 고등학교가 입시 명문고로 변질되었다는 반성조차 없다. 얼마전 재경부 한 관료는 서울 강북이나 수도권 지역에 과학고·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를 설립해서 강남지역의 부동산 과열을 억제하자는 엉뚱한 대책을 내놓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2002년 8월 12일자 문화일보 참고
}} 외국인 학교와 국제고는 자립형 사립고와 더불어 평준화 정책의 근간을 뒤흔들 소지조차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에는 '5. 외국인 투자지역 인근 의료·교육시설 설치 지원'이란 제목 아래 "대도시권의 기존 외국인학교 시설 확대와 학교 설립도 지원하는 방안- 예를 들어, 대도시내 일정 부지를 재정으로 매입한 후 무상임대 조건으로 3∼4개 외국인학교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특구만이 아니라 수도권 등 대도시권에도 외국인학교 설립을 추진한다는 말이다.

공교육체제와는 전혀 이질적인 교육시스템 등장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해외교육기관이 직접 들어와서 외국대학(원) 혹은 그 분교나 중등학교를 설립하게 된다면, 이질적인 외국문화를 직접 접하게 된다. 교육과정 또한 기존 공교육체제와는 현격하게 틀리며, 운영 역시 자율에 맡겨질 것이다. 더구나 이런 학교들은 등록금 수입 등 수익성을 목표로 입시 위주의 수월성 교육이나 학위판매에만 열을 올릴 것이다. 따라서 등록금은 공교육체제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질 터, 이를 소비하는 계층은 부유층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요즘 커다란 문제로 부각된 사회지도층의 원정출산이나 이중국적 문제, 중산층 이상에서 진행되는 해외유학 열풍 등은 부유층의 계층분리욕구에 다름 아니다. 고급학교 선호경향이 있는 남한사회에서 이런 태도는 교육 개방 국면에서는 고급 외국학교 선호경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결국 외국문화를 접하고 그 혜택을 받는 층과 그렇지 못한 층으로 뚜렷이 나눠져, 교육불평등은 심화될 것이다.
또 자율학교제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교육과정과 교사 임용은 외국교육기관 자율에 맡겨지게 된다. 따라서 교원의 계층분화가 자연스레 진행될 것이며, 교원임용 역시 교육개방 과정에서 전반적인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교원양성과 임용과정이 개별 해외교육투자기관의 손에 좌지우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간추리면, 정부가 앞장서고 있는 교육개방정책에 따라 파산 후 투기자본 회수까지 보장받은 외국 대학(원)과 국내 대학은 수익성을 노리고 서로 난립하고 경쟁하여, 고등교육의 질은 하락하고 등록금은 오르는 파행이 빚어질 것이다. 중등부문 역시 경제특구 내 수익성 있는 외국인학교가 등장하고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 공교육 내 경쟁과 시장화를 더욱 촉발시킬 것이다. 개방을 통해 이질적인 문화와 교육기회를 접하고 이를 수용하여 새롭게 혜택 받을 계층과 그렇지 못한 대다수 아이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위화감은 높아지고, 평등은 관념조차 흐릿해질 터. 이래도 학교를 투기대상으로만 놔둘 것인가.


4. 교육주체들은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자유화(탈규제)를 위한 이러한 조치[GATS 등에 의한 개방조치]들은 남반구와 서유럽 국가들의 공적 서비스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만일 이러한 부문들이 미발달했거나 발달하고 있다면, 해외로부터의 경쟁을 통해 파괴될 것이다. 만일 아직 조치가 되어 있지 않다면 들어오는 걸 막을 수야 있겠지만, 궁핍은 강화되고 영속된다. 그러나 심지어 북반구에서조차도 이런 조치들의 명백한 결과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 철도, 캘리포니아 전력 시스템, 우편, 의료, 교육시스템. 우편배달의 질은 더욱 나빠지고, 불평등은 커지며, 가격은 오르고, 공공부문 노동조건은 악화되는데 여성노동에서 현저한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No to GATS - Yes to Public Services' (Translation by: David and Barbara Forbes, ATTAC, June 13, 2002) 에서 인용. 원문은 http://www.globalpolicy.org/socecon/tncs/2002/nogats.htm 에서 찾아 볼 수 있다.
}}

정부는 올 정기국회에서 '경제특구법안'을 통과시켜, 입학자격 완화와 설립특혜 등을 법적·제도적으로 확정하고, 해외교육자본이 맘놓고 이윤을 추구하도록 할 작정이다. 이제 남은 것은 외국교육기관(대학, 중등학교 등)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예컨대 등록금)의 해외송금 제한을 풀어주는 것 정도이나, 이 역시 지금까지 정부 태도로 미뤄 보건대, 제한의 대폭 완화 쪽으로 치우쳐있다{{) "2000년 미국은 학교설립 제한을 완화하고 이윤 송금을 허용하며 교육훈련과 교육평가서비스를 구분하자고 주장했고, 호주와 뉴질랜드는 학교설립을 규제하는 제한을 없애라고 요구했다. 지금 한국에서는 사립학교법, 대학설립 운영규정이 시장 진입에 핵심장벽으로 구실한다."(강신현, '교육의 공공성을 위협하는 교육시장개방', [교육비평 8호], p138)
}}. 따라서 '경제특구법안' 이후에는 '(가칭) 외국대학 유치특별법' 등의 입법을 통해 영리추구를 완전 보장하는 개방정책이 뒤따를 것이다.
더구나 이미 입법 예고된 '산업교육진흥법 개정안'은 학교기업화를 통한 영리추구와 대학연구의 특허기술 상용화를 강제하여 지식의 상품화를 꾀하고 있다. 이 법안은 국가가 책임질 대학재정 확충 의무를 개별 학교의 경쟁적 책임으로 둔갑시키는 술책이며, 대학의 공공적 역할을 기업이익만을 위한 것으로 철저히 변질시킬 것이다. 거기다 '국공립대 특별회계법안' 등 국공립대 민영화계획은 착착 진행되고 있어, 등록금 인상과 대학 기업화를 촉진하고 있다{{) '고등교육의 위협(The Threat to Higher Education)'이란 글에서, Jess Worth는 GATS 등에 맞춰서 진행되는 교육 시장화에 의해 "21세기에 영국의 고등교육부문은 공적·사적 기금의 혼합이 이뤄지면서 더 이상 비영리성과 비경쟁성을 띠지 않을 것이며, 단지 극소수의 정부제공 교육서비스만이 비영리성과 비경쟁성을 띨 것"이라 경고한다.
}}. 이런 법안들은 고등교육부문 경쟁력 확보라는 구실로 대학구조조정을 가속화 해, 경쟁력 있는 몇몇 대학만 남겨 교육시장개방에 대비하겠다는 속셈이고, 다른 대학은 망하든 말든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GATS 등 개방정책에 대한 반대와 저항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대중운동은 교육 예외를 주장함과 동시에 WTO 등을 앞세운 자본의 세계화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각 국 정부가 이러한 금융세계화와 서비스 개방이 그 나라에 미칠 심각한 영향에 대해서는 애써 눈감아 버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남한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GATS나 한미·한일투자협상에서 진행되는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공개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한정부는 드러내놓고 교육개방에 앞장서고 있다.
하기에 교육주체들은 정부와 정치가들이 공교육만큼은 다르게 생각할 것이라고 섣부르게 믿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교육개방 요구가 무엇이고 남한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사회적으로 논의하도록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경제특구법안'은 노동권을 심각하게 유린하고, 금융투기의 자유만을 보장하며, 공교육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교육개방 조치를 담고 있다.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운동단체들과 교육주체들은 강고한 연대투쟁전선을 통해 하반기 정기국회에 상정될 '경제특구법안', '산업교육진흥법안' 및 국공립대 민영화 계획 등에 대한 입법저지에 나서야 한다. 더불어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실·부패사학의 국공립화를 주장하고 실천하여 교육 공공성의 확대·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투쟁에 나서야 한다.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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