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죽이기?
7월 7일 12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
학교에서 한학기를 마무리하는 데 여념이 없어야 할 초등학교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님들이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하였다.아이들 손에는 책가방 대신 '대통령 할아버지 우리학교를 살려주세요'라는 플랭카드와 학교의 좋은 기억이 담긴 사진피켓이 들려있다. “그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던 교육부가 선생님과 학부모들의 노력으로 일군 학교를 무슨 권리로 통폐합할 수 있냐”는 분노에 찬 함성이 정부종합청사 앞을 뒤덮었다. 작지만 소중한 학교를 살려 달라는 아이들의 작은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통폐합=효율성의 제고?
아이들의 등교거부까지 빚은 소규모 학교 통폐합안.
소규모학교의 통폐합안이 제기된 것은 지난 3월 교육개혁 5개년 계획안 발표와 함께이다. "적정규모의 학교가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교육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02년까지 학생수 100명 이하의 과소규모 학교를 통폐합 하겠다"는 내용이 요지였다. 이를 통해 절감되는 5000억원의 예산으로, 통폐합되고 분교가 되는 학교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겠다고 한다. 거리가 먼 학생들에게는 통합버스와 하숙비 지원등을 하겠단다. 각 시도 단위 교육청은 농어촌지역 20인 이상100이하 학교에게는 분교를, 20인 이하의 학교에게는 폐교를 통보하였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학교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가뜩이나 차별받는 농촌에서, 기본적으로 자식을 교육시킬 권리마저 박탈당해왔던 부모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전국 50여개의 통폐합대상 학교들이 '농어촌 소규모학교 통폐합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리고, 지난 5월 29일 중심으로 통폐합 정책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정책철회를 요구하였다. 그 결과 몇몇 시도교육청에서는 통폐합을 유보하겠다는 발표를 하였지만, 교육부의 근본정책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급기야 아이들이 등교거부를 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행정 편의주의에 박탈되는 아이들의 교육기회
예전에도 있어왔던 소규모학교 통폐합에, 왜 아이들이 등교까지 거부하는 사태에 이른 것일까?
우선은 이번 통폐합이 학교 현장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들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는 데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지금의 정책이 '단 한 명이 있는 학교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끔 해야' 하는 국가의 책임을 완전히 뒤엎었기 때문이다. 현재 폐교대상으로 거론되는 분교에는 교장과 전담교사가 배치되지 않았고, 기본적인 예산 외에는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분교보다 큰 소규모 학교 역시도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교를 지탱해 온 것은 국민의 교육권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가 아니라, 바로 그곳의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아이들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좀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한다'는 구실로 그들의 삶의 공동체인 학교를 없애겠다고 하는 것이다.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구요?
"도시학교의 과밀학급에서는 추진하지 못하였던 인성교육도 진행하고, 농어촌의 다양한 경험들을 살리는 산 교육을 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 아이들은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훨씬 더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집회에서 이철호 비대위 공동대표의 발언이다. 소규모 학교이기 때문에, 그토록 떠들어대던 '열린 교육'을 시행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박인옥 참교육학부모회 사무처장은 말한다.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건, 다른게 아닙니다. 도시학교와 균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것, 그리고 소규모학교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투자계획입니다."
효율성의 논리 속에 박탈되는 기본권
계획대로라면 2002년까지 1200여개의 100명이하 소규모 학교들이 통폐합된다. 그 이후 아이들은 통학버스로 먼거리를 다녀야한다. 아이들에겐 학교가는 즐거움이 아닌 통학의 고역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모습을 보다 못한 부모를 따라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교사와 부모 그리고 아이들이 일구어 왔던, 학교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공동체는 구조조정의 바람 속에 무너질 것이다. 작은 학교를 지키기는, 보장받아야 마땅한 기본적인 권리를 오히려 박탈당할 위기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처절한 싸움이다. 정부가 효율성의 신화에 사로잡혀 교육받을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한 아이들의 함성에 귀기울이지지 않는다면, 이들의 처절한 목소리는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다른 부문에서 다른 절규로 들려올 것이다.
학교에서 한학기를 마무리하는 데 여념이 없어야 할 초등학교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님들이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하였다.아이들 손에는 책가방 대신 '대통령 할아버지 우리학교를 살려주세요'라는 플랭카드와 학교의 좋은 기억이 담긴 사진피켓이 들려있다. “그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던 교육부가 선생님과 학부모들의 노력으로 일군 학교를 무슨 권리로 통폐합할 수 있냐”는 분노에 찬 함성이 정부종합청사 앞을 뒤덮었다. 작지만 소중한 학교를 살려 달라는 아이들의 작은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통폐합=효율성의 제고?
아이들의 등교거부까지 빚은 소규모 학교 통폐합안.
소규모학교의 통폐합안이 제기된 것은 지난 3월 교육개혁 5개년 계획안 발표와 함께이다. "적정규모의 학교가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교육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02년까지 학생수 100명 이하의 과소규모 학교를 통폐합 하겠다"는 내용이 요지였다. 이를 통해 절감되는 5000억원의 예산으로, 통폐합되고 분교가 되는 학교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겠다고 한다. 거리가 먼 학생들에게는 통합버스와 하숙비 지원등을 하겠단다. 각 시도 단위 교육청은 농어촌지역 20인 이상100이하 학교에게는 분교를, 20인 이하의 학교에게는 폐교를 통보하였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학교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가뜩이나 차별받는 농촌에서, 기본적으로 자식을 교육시킬 권리마저 박탈당해왔던 부모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전국 50여개의 통폐합대상 학교들이 '농어촌 소규모학교 통폐합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리고, 지난 5월 29일 중심으로 통폐합 정책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정책철회를 요구하였다. 그 결과 몇몇 시도교육청에서는 통폐합을 유보하겠다는 발표를 하였지만, 교육부의 근본정책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급기야 아이들이 등교거부를 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행정 편의주의에 박탈되는 아이들의 교육기회
예전에도 있어왔던 소규모학교 통폐합에, 왜 아이들이 등교까지 거부하는 사태에 이른 것일까?
우선은 이번 통폐합이 학교 현장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들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는 데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지금의 정책이 '단 한 명이 있는 학교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끔 해야' 하는 국가의 책임을 완전히 뒤엎었기 때문이다. 현재 폐교대상으로 거론되는 분교에는 교장과 전담교사가 배치되지 않았고, 기본적인 예산 외에는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분교보다 큰 소규모 학교 역시도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교를 지탱해 온 것은 국민의 교육권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가 아니라, 바로 그곳의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아이들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좀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한다'는 구실로 그들의 삶의 공동체인 학교를 없애겠다고 하는 것이다.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구요?
"도시학교의 과밀학급에서는 추진하지 못하였던 인성교육도 진행하고, 농어촌의 다양한 경험들을 살리는 산 교육을 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 아이들은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훨씬 더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집회에서 이철호 비대위 공동대표의 발언이다. 소규모 학교이기 때문에, 그토록 떠들어대던 '열린 교육'을 시행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박인옥 참교육학부모회 사무처장은 말한다.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건, 다른게 아닙니다. 도시학교와 균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것, 그리고 소규모학교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투자계획입니다."
효율성의 논리 속에 박탈되는 기본권
계획대로라면 2002년까지 1200여개의 100명이하 소규모 학교들이 통폐합된다. 그 이후 아이들은 통학버스로 먼거리를 다녀야한다. 아이들에겐 학교가는 즐거움이 아닌 통학의 고역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모습을 보다 못한 부모를 따라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교사와 부모 그리고 아이들이 일구어 왔던, 학교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공동체는 구조조정의 바람 속에 무너질 것이다. 작은 학교를 지키기는, 보장받아야 마땅한 기본적인 권리를 오히려 박탈당할 위기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처절한 싸움이다. 정부가 효율성의 신화에 사로잡혀 교육받을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한 아이들의 함성에 귀기울이지지 않는다면, 이들의 처절한 목소리는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다른 부문에서 다른 절규로 들려올 것이다.
현재 농어촌 소규모학교 통폐합 반대 운동을 함께 벌이고 있는 향남 초등학교의 한 어린이로부터의 편지를 싣는다. <우리학교 자랑>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향남초등학교 전교 어린이 회장 이유리입니다. 지금부터 우리 학교의 자랑을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저희 학교는 7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화성군 향남면 백토리 551번지에 자리잡고 있는 공기맑고 인심 좋으며 11개의 자연 부락으로 이뤄진 조용하고 아담한 학교입니다. 해마다 웃어른을 공경하는 경로잔치가 열려 올해로 50회를 맞이했고 총동문회 후원으로 각종 교육행사가 잘 이뤄지며 기본생활 습관지도라 인성교육이 잘 되어 교육청으로부터 많은 표창도 받았습니다. 특히 99년 올해 새학교만들기 우수교로 교육부로부터 표창도 해 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각종 체육대회, 글짓기, 그리기 등 대회행사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부모님을 또 선생님을 기쁘게 해 드렸습니다. 오시는 손님마다 깨끗하고 정돈된 학교, 조용한 학교라고 칭찬을 해 주셨습니다. 또한 특기, 적성교육으로 방과후 컴퓨터 교육을 62명이 배우고 있어 미래의 컴퓨터 박사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