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합법화 주장을 비판한다.-성매매 방지법 제정을 앞두고
성매매 방지법 제정을 앞두고
-성매매 합법화 주장을 비판한다.
송강현주 | 노동부장
상반기 동안 활발히 진행된 성매매 방지법 제정운동과 성매매 합법화 논쟁은 성매매에 대한 제 단위·개인들의 입장을 제출하게 만들었다. 사회진보연대는 지난 7,8월 호에서 여성권을 특집으로 다루었다. 그 중 '성매매 없는 세상'이란 제목으로 성매매에 대한 관점을 실었다. 그리고 지금 성매매방지법 제정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일부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글들이 각 월간지에 기재되고 이에 대한 여성단위들의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본 글에서는 '매춘여성의 인권'이란 미명 하에 합법화 주장을 펼치고 있는 논자들을 반박하고자 한다. 현재 형성된 논점을 합법화로 옮겨 놓으려는 다분히 의도적인 시도에 별로 대응하고 싶지 않지만, 각종 근거들을 아전인수격으로 이용하며 만들고 있는 황당무개한 논리가 여성의 권리, '매춘여성'의 인권을 옹호하는 것에 반대된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글의 목적에 기반하여 폐지주의 입장이나 보수주의적 입장에 대한 반론은 서술하지 않는다)
"왜 성매매의 대상은 '여성'인가?"에 답해야 한다.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겐 공통의 전제가 있다. 성매매가 '피해자 없는 범죄'라는 것이다. 그들은 성매매가 술, 마약 등과 같이 특별한 피해자가 없음에도 미풍양속을 해하기 때문에 금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성매매는 인류역사이래 언제 어디서나 존재했단 말과 '필요악'이란 표현도 빠지지 않는다. 물론 성매매의 역사에서 오랜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성매매가 성별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성매매되는 자는 여성이며, 성매매의 구매자는 남성이란 사실이다. 공창제를 실시하는 주체도,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거래하는 자도, 그에 따른 가장 큰 수혜자도 바로 '남성'이다.
성매매는 초역사적인 것이 아니라, 남성중심적 성문화와 국제적이고 체계적인 성산업의 발전이 가져온 역사적 산물이다. 2차 성해방이데올로기가 가져다준 성적 자유주의, 넘쳐나는 성상품. 우리는 성애화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성애화된 사회에서 성과 여성의 신체는 동일화된다(barry). 그러나 남성은 그 자체가 신체로 동일화되지 않는다. 필요악이란 표현에서도 드러나듯, 남성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남성의 성욕은 당연하고 또 해소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매매의 대상이 여성인 이유이다. 여성은 남성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섹스'로 환원되고 도구화된다. 그녀의 섹슈얼리티는 다만 팔릴 수 있는 상품이 된다. 성매매는 여성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강제적이다. '성매매의 권리'는 남성이 어떤 환경에서도, 비용만 있으면 섹스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남성만의 권리일 뿐이다. 그리고 남성들은 성매매가 있기 때문에 상품화된 여성의 몸에 더 쉽게 접근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신의 쾌락과 이익을 위해 여성을 대상화하고, 여성을 사물로 취급하는 성매매의 경험은 결국 여성을 대상화하고 사물화하는 성폭력과 일치하며, 또한 성폭력을 증가시켰다. 성매매는 피해자 없는 범죄가 아니다. 다시말해 미풍양속을 해하기 때문에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성매매는 여성을 남성에 종속시키는 여성지배시스템의 한 부분이며 기초가 된다. 성매매의 섹스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바로 여성 억압을 촉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성매매는 '남성'과 자본에 의한 체계적 '성'-'폭력'이며, 다만 '악'일뿐이다.
성의 산업화, 모든 것을 팔아야 한다.
금융세계화 흐름 속에 여성다움을 서비스로 만드는 것이 특징인 3차 서비스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향락산업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 관련 산업의 증가는 여성의 수요를 증가시킨다. 그리고 여성노동은 특정 산업 즉 3차 서비스 산업과 같이 여성이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는 업종에 집중된다. 여성노동자의 66.1%가 3차 산업에 종사하며 이중에서도 도소매·숙박업의 비율이 높아서 여성노동자가 전체의 68.5%를 차지하고 있다(1996년).
성매매 시장과 남성요구의 문제점은 그곳에서 여성의 '신체'가 교환을 위해 공급된다는 것이다. 성의 산업화는 섹스화되거나 매매될 수 없는 인간의 자아에서 나오고 원래 시장교환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던 것(인간의 신체-장기매매 같은)을 상품으로 만든다. 인간-여성을 성적인 육체로 환원하고, 동의가 있건 없건 타인의 성적 서비스로 도구화하는 것이다. 여성을 탈인간화된 성적 대상, 물건이나 상품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또한 성매매로 인해 남성구매자의 성적기호에 맞추어 국제적인 인신매매, 여성에 대한 거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제발! 자발과 강제란 허구적 이분법을 만들지 말라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문제가 바로 강제적 성매 여성과 구별하는 생계형(자발적) 성매 여성이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과 달리 성매매의 형태는 그 자체로 '자발'과 '강제-노예제'(강제의 경우는 대다수 엄중 처리해야 함에 동의한다)로 간단하게 분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강제와 자발의 구분은 가장 심각하고 명백한 폭력만을 다루게 한다. 강제/자발은 피해자의 정체성 범위를 제한하고, 대규모 성산업을 보호하는 효과를 가진다. 그리고 자연스레 성매매를 '성노동'으로 합법화하거나 비범죄화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합법주의자들은 매춘 여성의 대다수가 돈을 벌기 위한 생계형(자발적) 매춘 여성이며 그녀들의 인권을 위해 합법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성매매 현실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성매매 여성 자신이다. 따라서 성매매에 대한 접근은 피해자인 성매매 여성에서 시작해야한다. 여성이 성매매 시장으로 유입되는 큰 원인 중 하나는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주변화, 여성노동의 평가 절하이다. 빈곤의 여성화라고 일컬어지는 신자유주의 사회 재편 속에서 노동력 유연화와 함께 여성노동력의 주변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남성중심의 성이데올로기와 빈곤의 여성화에 대한 언급은 하지도 않은 채, 즉자적으로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러한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합법화 속에서 성매매 시장으로 진입하는 여성은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성의 성매매 시장으로의 유입은 결코 개인적 선택의 문제로 축소될 수 없다. 이들의 자발적 유입은 진정한 자발성이 아닌 사회구조적인 제반 요인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여성노동자에 대한 저임금 구조, 제한된 취업기회, 불안정한 고용상태, 복지서비스 미흡,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문화 등 경제적, 사회문화, 제도적 요인들로 인해 양산된 것이다
전국 성매매피해여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96%가 성매매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한다고 대답하였고, 87%가 포주로부터의 보호를, 85%가 피난처를, 84%가 개인상담을, 82%가 건강보호를, 76%가 법률적 지원을, 48%가 동료지원을, 47%가 직업훈련을 원하였다. 공창제도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10%였다. 성매매피해 여성들이 어떠한 동기로 성매매에 유입되었든지 간에 성매매의 과정에서 여성들은 심각한 폭력의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이 여성들은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대상이지, 결코 처벌할 대상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 그러므로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비범죄화되어야 하고, 포주나 인신매매자, 그리고 이에 협조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기소해야 한다. 성매매를 하는 여성 대부분은 할 수만 있다면 성매매 시장을 떠날 것이다. 성매매는 결코 '여성의 성적해방'이나 '직업적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합법화를 통한 고정화, 여성에 대한 이분화가 아니라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여성이 피해 상황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쉼터 설치 및 운영비, 정서적 치유를 위한 상담치료비, 주거지원비, 경제적 자립을 위한 직업훈련과 최소생계비 지원이 필요하다.
성매매 합법화의 결과가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호했는가?
주로 독일, 네덜란드, 호주 등이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있다. 독일은 특히 사민당과 녹색당의 선거공약이었단 점이 플러스되어 합법화 사례로 인용된다. 그러나 이들의 사례는 '성매매에 대한 인정이 무절제한 성매매의 필요를 억제하며, 포주나 범죄조직에게서 성매여성의 착취를 줄일 수 있다는 것과, 정기적인 성병검진으로 성매매가 갖는 부정적 문제들을 적게 할 수 있다'는 그들의 논리를 반증한다.
성산업이 합법화된 국가에서도 성매매 여성의 80~90%를 포주가 관리한다. 유럽국가의 성매매 정상화는 오히려 여성매매를 촉진시켰다. 성매매에 대한 단속을 느슨하게 만들었고 알선업자들의 출입을 훨씬 쉽게 만든 것이다. 그로 인해 아시아 여성이 독일, 네델란드로 유입되는 여성매매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성매 여성들 사이에 새로운 위계를 초래할 뿐이며, 국가 간의 권력관계에서(사실은 남성들간의 권력관계다) 여성은 단지 '몸'밖에 없는 대상으로 거래된다는 사실을 환기해야 한다. 합법화는 성매매의 수요를 급격하게 높이고 여성을 성매매에 가둬둔다. 성매매 여성은 성매매가 합법화되어도 '시민권'을 얻지 못한다. 정기검진, 납세의 의무는 부여받지만, 실업, 사회보장에서는 제외된다. 게다가 포주를 없애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성매매방지법, 그 의의와 한계
00년 군산화재사건 이후 추진되어온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및방지에관한법률안'(약칭 성매매방지법)이 지난 9월 10일 86명의 여야의원에 의해 발의되었다. 기간의 성매매방지법 제정운동이 일정의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는 듯하다. '윤락행위등방지법'은 현실에 존재하는 악법이다. 성매매 여성들은 현실적으로 법적 문제로 고통받고 있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탈성매가 어렵다는 것은 현안문제이며 강력한 성문화된 권리는 그 자체로 필요하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비범죄화와 구매자, 알선자에 대한 처벌은 강력히 진행되어야 한다. 법조항으로서 일부 성매매 여성의 처벌문제, 최고형으로 설정된 사형 등 몇 가지의 문제가 있지만, 성매매 방지법제정 반대자들의 주장처럼 그 자체로 반인권적 악법으로 낙인찍을 이유는 전혀 없다. 사실 이것은 반인권적 내용이라기 보다 오히려 성매매방지법 제정이 그들의 염원인 성매매 합법화를 요원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성매매근절을 위한 과정으로서 성매매방지법 제정 운동을 진행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다. 남한사회에서 성매매를 알선하는 최대의 포주는 바로 국가-정부란 사실이다. 남한사회에서의 성산업은 국가주도로 체계적으로 성장해 왔다. 해방 이후 미군부대 주변의 군대매춘, 70년대 나라경제발전의 주역으로 장려된 기생관광, 서비스 산업으로의 전환이란 정책은 모두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것이다. 성매매방지법 또한 성주류화 정책(신자유주의 재편하에서 유연화된 여성노동력 활용을 통한 경제발전)에 기반해 사회 재편방향으로서 95년 북경여성대회의 결의안을 준수하는 수준에서 진행되는 것이라 사려된다. 오늘날 필리핀, 러시아 등지의 수많은 여성들이 엔터테이너, 공장취업, 국제결혼 등을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성매매로 유입되고 있다. 특히 이주여성의 성매매는 96년부터 정부가 E-6비자(그 중 관광업소 공연 비자)를 제공하기 시작하며 활성화되고 있다. 국가기관과 업주들의 제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가가 여성에게 가한 폭력에 대한 어떤 반성이나 변화의 구체적 지점도 찾지 못한 채 법을 제정하는 것에만 안주해서는 안된다.
성매매 근절을 위하여
'윤락'에서 '성매매'로 바뀐 호명이 성매매를 사라지게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호명방식은 정치적으로 중요하며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가진다. 문제 해결에 대한 관점-접근법의 문제다. 성매매는 필요하다는 전제아래 주장되는 합법화 주장에 반대하고, 이 사회에서 여성이 진정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여성이 스스로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야한다는 관점으로 성매매 근절을 주장해야한다.
합법화(혹은 공창제)냐 방지법 제정이냐의 왜곡된 논점은 이제 여성의 권리, 동시에 그 내부의 또다시 배제된 성매매 여성의 시민권의 문제로 옮겨져야 한다. 성매매는 여성의 권리를 위해 궁극적으로 근절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법제정으로 한정되지 않는 근절을 위한 이데올로기적 투쟁 그리고 여성의 빈곤화(성주류화 정책을 포함한)에 맞선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PSSP
-성매매 합법화 주장을 비판한다.
송강현주 | 노동부장
상반기 동안 활발히 진행된 성매매 방지법 제정운동과 성매매 합법화 논쟁은 성매매에 대한 제 단위·개인들의 입장을 제출하게 만들었다. 사회진보연대는 지난 7,8월 호에서 여성권을 특집으로 다루었다. 그 중 '성매매 없는 세상'이란 제목으로 성매매에 대한 관점을 실었다. 그리고 지금 성매매방지법 제정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일부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글들이 각 월간지에 기재되고 이에 대한 여성단위들의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본 글에서는 '매춘여성의 인권'이란 미명 하에 합법화 주장을 펼치고 있는 논자들을 반박하고자 한다. 현재 형성된 논점을 합법화로 옮겨 놓으려는 다분히 의도적인 시도에 별로 대응하고 싶지 않지만, 각종 근거들을 아전인수격으로 이용하며 만들고 있는 황당무개한 논리가 여성의 권리, '매춘여성'의 인권을 옹호하는 것에 반대된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글의 목적에 기반하여 폐지주의 입장이나 보수주의적 입장에 대한 반론은 서술하지 않는다)
"왜 성매매의 대상은 '여성'인가?"에 답해야 한다.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겐 공통의 전제가 있다. 성매매가 '피해자 없는 범죄'라는 것이다. 그들은 성매매가 술, 마약 등과 같이 특별한 피해자가 없음에도 미풍양속을 해하기 때문에 금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성매매는 인류역사이래 언제 어디서나 존재했단 말과 '필요악'이란 표현도 빠지지 않는다. 물론 성매매의 역사에서 오랜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성매매가 성별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성매매되는 자는 여성이며, 성매매의 구매자는 남성이란 사실이다. 공창제를 실시하는 주체도,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거래하는 자도, 그에 따른 가장 큰 수혜자도 바로 '남성'이다.
성매매는 초역사적인 것이 아니라, 남성중심적 성문화와 국제적이고 체계적인 성산업의 발전이 가져온 역사적 산물이다. 2차 성해방이데올로기가 가져다준 성적 자유주의, 넘쳐나는 성상품. 우리는 성애화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성애화된 사회에서 성과 여성의 신체는 동일화된다(barry). 그러나 남성은 그 자체가 신체로 동일화되지 않는다. 필요악이란 표현에서도 드러나듯, 남성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남성의 성욕은 당연하고 또 해소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매매의 대상이 여성인 이유이다. 여성은 남성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섹스'로 환원되고 도구화된다. 그녀의 섹슈얼리티는 다만 팔릴 수 있는 상품이 된다. 성매매는 여성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강제적이다. '성매매의 권리'는 남성이 어떤 환경에서도, 비용만 있으면 섹스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남성만의 권리일 뿐이다. 그리고 남성들은 성매매가 있기 때문에 상품화된 여성의 몸에 더 쉽게 접근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신의 쾌락과 이익을 위해 여성을 대상화하고, 여성을 사물로 취급하는 성매매의 경험은 결국 여성을 대상화하고 사물화하는 성폭력과 일치하며, 또한 성폭력을 증가시켰다. 성매매는 피해자 없는 범죄가 아니다. 다시말해 미풍양속을 해하기 때문에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성매매는 여성을 남성에 종속시키는 여성지배시스템의 한 부분이며 기초가 된다. 성매매의 섹스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바로 여성 억압을 촉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성매매는 '남성'과 자본에 의한 체계적 '성'-'폭력'이며, 다만 '악'일뿐이다.
성의 산업화, 모든 것을 팔아야 한다.
금융세계화 흐름 속에 여성다움을 서비스로 만드는 것이 특징인 3차 서비스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향락산업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 관련 산업의 증가는 여성의 수요를 증가시킨다. 그리고 여성노동은 특정 산업 즉 3차 서비스 산업과 같이 여성이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는 업종에 집중된다. 여성노동자의 66.1%가 3차 산업에 종사하며 이중에서도 도소매·숙박업의 비율이 높아서 여성노동자가 전체의 68.5%를 차지하고 있다(1996년).
성매매 시장과 남성요구의 문제점은 그곳에서 여성의 '신체'가 교환을 위해 공급된다는 것이다. 성의 산업화는 섹스화되거나 매매될 수 없는 인간의 자아에서 나오고 원래 시장교환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던 것(인간의 신체-장기매매 같은)을 상품으로 만든다. 인간-여성을 성적인 육체로 환원하고, 동의가 있건 없건 타인의 성적 서비스로 도구화하는 것이다. 여성을 탈인간화된 성적 대상, 물건이나 상품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또한 성매매로 인해 남성구매자의 성적기호에 맞추어 국제적인 인신매매, 여성에 대한 거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제발! 자발과 강제란 허구적 이분법을 만들지 말라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문제가 바로 강제적 성매 여성과 구별하는 생계형(자발적) 성매 여성이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과 달리 성매매의 형태는 그 자체로 '자발'과 '강제-노예제'(강제의 경우는 대다수 엄중 처리해야 함에 동의한다)로 간단하게 분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강제와 자발의 구분은 가장 심각하고 명백한 폭력만을 다루게 한다. 강제/자발은 피해자의 정체성 범위를 제한하고, 대규모 성산업을 보호하는 효과를 가진다. 그리고 자연스레 성매매를 '성노동'으로 합법화하거나 비범죄화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합법주의자들은 매춘 여성의 대다수가 돈을 벌기 위한 생계형(자발적) 매춘 여성이며 그녀들의 인권을 위해 합법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성매매 현실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성매매 여성 자신이다. 따라서 성매매에 대한 접근은 피해자인 성매매 여성에서 시작해야한다. 여성이 성매매 시장으로 유입되는 큰 원인 중 하나는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주변화, 여성노동의 평가 절하이다. 빈곤의 여성화라고 일컬어지는 신자유주의 사회 재편 속에서 노동력 유연화와 함께 여성노동력의 주변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남성중심의 성이데올로기와 빈곤의 여성화에 대한 언급은 하지도 않은 채, 즉자적으로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러한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합법화 속에서 성매매 시장으로 진입하는 여성은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성의 성매매 시장으로의 유입은 결코 개인적 선택의 문제로 축소될 수 없다. 이들의 자발적 유입은 진정한 자발성이 아닌 사회구조적인 제반 요인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여성노동자에 대한 저임금 구조, 제한된 취업기회, 불안정한 고용상태, 복지서비스 미흡,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문화 등 경제적, 사회문화, 제도적 요인들로 인해 양산된 것이다
전국 성매매피해여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96%가 성매매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한다고 대답하였고, 87%가 포주로부터의 보호를, 85%가 피난처를, 84%가 개인상담을, 82%가 건강보호를, 76%가 법률적 지원을, 48%가 동료지원을, 47%가 직업훈련을 원하였다. 공창제도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10%였다. 성매매피해 여성들이 어떠한 동기로 성매매에 유입되었든지 간에 성매매의 과정에서 여성들은 심각한 폭력의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이 여성들은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대상이지, 결코 처벌할 대상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 그러므로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비범죄화되어야 하고, 포주나 인신매매자, 그리고 이에 협조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기소해야 한다. 성매매를 하는 여성 대부분은 할 수만 있다면 성매매 시장을 떠날 것이다. 성매매는 결코 '여성의 성적해방'이나 '직업적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합법화를 통한 고정화, 여성에 대한 이분화가 아니라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여성이 피해 상황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쉼터 설치 및 운영비, 정서적 치유를 위한 상담치료비, 주거지원비, 경제적 자립을 위한 직업훈련과 최소생계비 지원이 필요하다.
성매매 합법화의 결과가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호했는가?
주로 독일, 네덜란드, 호주 등이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있다. 독일은 특히 사민당과 녹색당의 선거공약이었단 점이 플러스되어 합법화 사례로 인용된다. 그러나 이들의 사례는 '성매매에 대한 인정이 무절제한 성매매의 필요를 억제하며, 포주나 범죄조직에게서 성매여성의 착취를 줄일 수 있다는 것과, 정기적인 성병검진으로 성매매가 갖는 부정적 문제들을 적게 할 수 있다'는 그들의 논리를 반증한다.
성산업이 합법화된 국가에서도 성매매 여성의 80~90%를 포주가 관리한다. 유럽국가의 성매매 정상화는 오히려 여성매매를 촉진시켰다. 성매매에 대한 단속을 느슨하게 만들었고 알선업자들의 출입을 훨씬 쉽게 만든 것이다. 그로 인해 아시아 여성이 독일, 네델란드로 유입되는 여성매매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성매 여성들 사이에 새로운 위계를 초래할 뿐이며, 국가 간의 권력관계에서(사실은 남성들간의 권력관계다) 여성은 단지 '몸'밖에 없는 대상으로 거래된다는 사실을 환기해야 한다. 합법화는 성매매의 수요를 급격하게 높이고 여성을 성매매에 가둬둔다. 성매매 여성은 성매매가 합법화되어도 '시민권'을 얻지 못한다. 정기검진, 납세의 의무는 부여받지만, 실업, 사회보장에서는 제외된다. 게다가 포주를 없애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성매매방지법, 그 의의와 한계
00년 군산화재사건 이후 추진되어온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및방지에관한법률안'(약칭 성매매방지법)이 지난 9월 10일 86명의 여야의원에 의해 발의되었다. 기간의 성매매방지법 제정운동이 일정의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는 듯하다. '윤락행위등방지법'은 현실에 존재하는 악법이다. 성매매 여성들은 현실적으로 법적 문제로 고통받고 있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탈성매가 어렵다는 것은 현안문제이며 강력한 성문화된 권리는 그 자체로 필요하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비범죄화와 구매자, 알선자에 대한 처벌은 강력히 진행되어야 한다. 법조항으로서 일부 성매매 여성의 처벌문제, 최고형으로 설정된 사형 등 몇 가지의 문제가 있지만, 성매매 방지법제정 반대자들의 주장처럼 그 자체로 반인권적 악법으로 낙인찍을 이유는 전혀 없다. 사실 이것은 반인권적 내용이라기 보다 오히려 성매매방지법 제정이 그들의 염원인 성매매 합법화를 요원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성매매근절을 위한 과정으로서 성매매방지법 제정 운동을 진행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다. 남한사회에서 성매매를 알선하는 최대의 포주는 바로 국가-정부란 사실이다. 남한사회에서의 성산업은 국가주도로 체계적으로 성장해 왔다. 해방 이후 미군부대 주변의 군대매춘, 70년대 나라경제발전의 주역으로 장려된 기생관광, 서비스 산업으로의 전환이란 정책은 모두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것이다. 성매매방지법 또한 성주류화 정책(신자유주의 재편하에서 유연화된 여성노동력 활용을 통한 경제발전)에 기반해 사회 재편방향으로서 95년 북경여성대회의 결의안을 준수하는 수준에서 진행되는 것이라 사려된다. 오늘날 필리핀, 러시아 등지의 수많은 여성들이 엔터테이너, 공장취업, 국제결혼 등을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성매매로 유입되고 있다. 특히 이주여성의 성매매는 96년부터 정부가 E-6비자(그 중 관광업소 공연 비자)를 제공하기 시작하며 활성화되고 있다. 국가기관과 업주들의 제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가가 여성에게 가한 폭력에 대한 어떤 반성이나 변화의 구체적 지점도 찾지 못한 채 법을 제정하는 것에만 안주해서는 안된다.
성매매 근절을 위하여
'윤락'에서 '성매매'로 바뀐 호명이 성매매를 사라지게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호명방식은 정치적으로 중요하며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가진다. 문제 해결에 대한 관점-접근법의 문제다. 성매매는 필요하다는 전제아래 주장되는 합법화 주장에 반대하고, 이 사회에서 여성이 진정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여성이 스스로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야한다는 관점으로 성매매 근절을 주장해야한다.
합법화(혹은 공창제)냐 방지법 제정이냐의 왜곡된 논점은 이제 여성의 권리, 동시에 그 내부의 또다시 배제된 성매매 여성의 시민권의 문제로 옮겨져야 한다. 성매매는 여성의 권리를 위해 궁극적으로 근절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법제정으로 한정되지 않는 근절을 위한 이데올로기적 투쟁 그리고 여성의 빈곤화(성주류화 정책을 포함한)에 맞선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PS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