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29호
갈월동에서
갈월동에서
지나치리만치 고요했던 8월과는 달리, 지난 9월에는 여기저기서 대선 전후의 국면과 관련된 입장 및 계획이 제출되었다. 우선 뒤늦게나마 정세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음에 반가움을 느낀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이켜 보건대, 토론의 상당 부분은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항상 독특하고 고유한 형태를 취하는 정세에 가장 적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고와 계획을 갱신하기보다는, 과거의 입장들을 구태의연하게 반복하는 경향이 자주 나타났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이 짧은 지면에서 모두 다룰 수 없는 많은 요소들이 개입되어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다만 한 가지만 지적하려 한다. 즉 '정치세력화' 논의의 후과라는 측면. 9월 동안 진행되었던 논의가 왜곡된 것은 한편으로 90년대 정치세력화 논의를 무비판적으로 연장하려는 입장과, 다른 편으로 정치세력화 논의의 '진짜 적자'는 자신들(주로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칭하는)이라고 주장하는 입장이, 서로 간의 거울유희 속에서 정치세력화 논의가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억압했기 때문 아닐까? 정치세력화라는 형식을 좀더 '현실적'이거나 좀더 '급진적'인 내용으로 채울 것인가 에 대한 토론이 과열될 뿐, (정치세력화라는) 형식이 운동의 내용을 어떤 식으로 규정하는지 혹은 심지어 어떻게 억압하는지 에 대해서는 아예 비사고로 일관하였기 때문 아닐까? 우리는 그동안 정치세력화 논의가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이, 이미 구성되고 통일된 대중들을 선험적으로 전제하는 데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에 따라 정치세력화는 대중들의 요구를 '정치적' 영역에서 충실히 '표현'하는 것이거나, 대중들의 열망을 왜곡하는 '개량적' 지도부를 '급진적' 지도부로 대체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거기에는 현재 대중들이 처한 조건, 그/녀들의 상태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나 개입의 노력이 없다. "왜 대중들은 단결을 지속하지 못하는가?"라는 가장 서늘한 물음과 대결하는 인내가 없다. 자의적으로 재단된 대중들의 의견을 근거로 서로를 비난하는 동안 정작 대중들은 철저히 소외된다. 여기에 지배정치와의 차별성이란 전혀 없다.
이상의 논의를 반성하면서 우리는 정세와 대중이 대선을 포함한 모든 논의와 계획의 중심에 놓여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특집은 그런 취지에서 풍부하게 마련하였다. 이상훈의 글은 '정치위기 비판'이라는 관점을 제시하고 그에 입각하여 그동안의 논쟁 구도들을 비판하는 총론 격의 글이다. 이상훈의 글이 사고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면, 박준도의 글은 그렇게 확보된 공간 안에서 대중의 조건과 상태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시도한다. 정영섭은 대선전술을 둘러싼 논쟁 구도를 전변시키기 위해 정치세력화 운동을 역사적으로 반성하고 전선 형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와 함께 한지원은 최근 제안된 '민중경선'이 정세에 가장 효과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전술로서, 대중들에게 사상과 투쟁의 권리를 돌려주는 정치적 경험의 장으로서 기획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마지막으로 이승철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브라질 대선과 관련하여,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생생한 장면을 전하면서도 룰라의 당선이 곧 좌파의 승리로 여겨질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질문한다.
커버스토리는 대선전술 및 전선 재편의 가장 중요한 정세적 동력으로 주목받아야 마땅할 하반기 노·농 연대 투쟁을 주제로 삼았다. 현재 민중연대 노농특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두 명의 활동가의 예리한 고민과 문제제기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시선에서 송강현주는 최근 진보진영 일각에서조차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들먹이면서) 제기되고 있는 성매매 합법화 주장을 비판한다. 한편 이번 호까지 마오의 "비판적 주석" 문헌이 모두 번역되었다. 그의 제기가 현실 사회주의를 반성하는 데 많은 기여가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는 사회주의 성격 논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당부한다.
10월 6일, 노동해방 대선실천단이 공식출범한다.
지나치리만치 고요했던 8월과는 달리, 지난 9월에는 여기저기서 대선 전후의 국면과 관련된 입장 및 계획이 제출되었다. 우선 뒤늦게나마 정세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음에 반가움을 느낀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이켜 보건대, 토론의 상당 부분은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항상 독특하고 고유한 형태를 취하는 정세에 가장 적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고와 계획을 갱신하기보다는, 과거의 입장들을 구태의연하게 반복하는 경향이 자주 나타났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이 짧은 지면에서 모두 다룰 수 없는 많은 요소들이 개입되어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다만 한 가지만 지적하려 한다. 즉 '정치세력화' 논의의 후과라는 측면. 9월 동안 진행되었던 논의가 왜곡된 것은 한편으로 90년대 정치세력화 논의를 무비판적으로 연장하려는 입장과, 다른 편으로 정치세력화 논의의 '진짜 적자'는 자신들(주로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칭하는)이라고 주장하는 입장이, 서로 간의 거울유희 속에서 정치세력화 논의가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억압했기 때문 아닐까? 정치세력화라는 형식을 좀더 '현실적'이거나 좀더 '급진적'인 내용으로 채울 것인가 에 대한 토론이 과열될 뿐, (정치세력화라는) 형식이 운동의 내용을 어떤 식으로 규정하는지 혹은 심지어 어떻게 억압하는지 에 대해서는 아예 비사고로 일관하였기 때문 아닐까? 우리는 그동안 정치세력화 논의가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이, 이미 구성되고 통일된 대중들을 선험적으로 전제하는 데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에 따라 정치세력화는 대중들의 요구를 '정치적' 영역에서 충실히 '표현'하는 것이거나, 대중들의 열망을 왜곡하는 '개량적' 지도부를 '급진적' 지도부로 대체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거기에는 현재 대중들이 처한 조건, 그/녀들의 상태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나 개입의 노력이 없다. "왜 대중들은 단결을 지속하지 못하는가?"라는 가장 서늘한 물음과 대결하는 인내가 없다. 자의적으로 재단된 대중들의 의견을 근거로 서로를 비난하는 동안 정작 대중들은 철저히 소외된다. 여기에 지배정치와의 차별성이란 전혀 없다.
이상의 논의를 반성하면서 우리는 정세와 대중이 대선을 포함한 모든 논의와 계획의 중심에 놓여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특집은 그런 취지에서 풍부하게 마련하였다. 이상훈의 글은 '정치위기 비판'이라는 관점을 제시하고 그에 입각하여 그동안의 논쟁 구도들을 비판하는 총론 격의 글이다. 이상훈의 글이 사고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면, 박준도의 글은 그렇게 확보된 공간 안에서 대중의 조건과 상태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시도한다. 정영섭은 대선전술을 둘러싼 논쟁 구도를 전변시키기 위해 정치세력화 운동을 역사적으로 반성하고 전선 형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와 함께 한지원은 최근 제안된 '민중경선'이 정세에 가장 효과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전술로서, 대중들에게 사상과 투쟁의 권리를 돌려주는 정치적 경험의 장으로서 기획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마지막으로 이승철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브라질 대선과 관련하여,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생생한 장면을 전하면서도 룰라의 당선이 곧 좌파의 승리로 여겨질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질문한다.
커버스토리는 대선전술 및 전선 재편의 가장 중요한 정세적 동력으로 주목받아야 마땅할 하반기 노·농 연대 투쟁을 주제로 삼았다. 현재 민중연대 노농특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두 명의 활동가의 예리한 고민과 문제제기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시선에서 송강현주는 최근 진보진영 일각에서조차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들먹이면서) 제기되고 있는 성매매 합법화 주장을 비판한다. 한편 이번 호까지 마오의 "비판적 주석" 문헌이 모두 번역되었다. 그의 제기가 현실 사회주의를 반성하는 데 많은 기여가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는 사회주의 성격 논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당부한다.
10월 6일, 노동해방 대선실천단이 공식출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