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3.1-2.32호

갈월동, 3년후.....

한지원 | 조직부장
나에게 올해 계획은 3년 후의 계획이다. 더 이상 병역을 연기할 수 없어 올해 상반기에는 군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계획을 고민하는 것은 매우 낯선 일이다. 1년 앞을 내다보기 힘들어 해당 년의 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나에게 3년 후의 계획을 고민하라니. 더군다나 나는 학생운동에 오래 남아있었던 이유로 사회운동을 단 5개월밖에 경험하지 못했다. 그것도 대통령선거라는 비정상적인 시기에. 3년 후의 계획을 고민할 '경험'이라는 재료가 너무 부족하다.

계획 수립을 위한 재료의 빈곤을 더욱 뼈저리게 하는 것은 2003년의 사회진보연대가 전망을 둘러싼 논쟁에 휩싸여 있다는 것이다. 사회진보연대가 한국민중운동의 전진을 위해 한 번 크게 추진해본 공동투쟁본부-노동해방실천단이 무산되었고, 새로운 운동조직 건설을 위해 좌파운동단체들과 논의해오던 협의기구가 문을 닫았다. 이 두 흐름에 대한 평가가 어떠하던 간에 사회진보연대는 전선재편의 과제, 타 좌파운동단체들과의 관계라는 점에서 이제 예전과는 상당히 다른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예전과 다른 처지를 객관적으로 세심하게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재료인 사회진보연대의 지난 4년 운동과 발전을 경험하지 못하였다. 단적으로 운동 발전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 생각되는, 회원들의 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들의 사회진보연대, 집행위원들의 사회진보연대의 미묘한 차이를 잘 알지 못한다.

다만 내가 직감적으로 느끼는 것은 분명 99년 사회진보연대가 만들어질 당시와 2003년의 한국사회는 매우 다르다는 것과 이에 따라 사회진보연대 역시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정도이다.
87년에 공무원 신분임에도 시위대에 빵과 우유를 던져주시며 박수를 치던, 그리고 김영삼의 지지자이지만 김대중에 대해 저주를 퍼붓지는 않았던 나의 아버지가 '나라 망칠 놈'이라 저주를 퍼부었던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2003년, 개량주의와 구좌파 양자에 대항해 새로운 좌파 담론을 펼쳐보겠다며 총학생회장 선거에까지 나간 나의 동아리 선배가 노무현 지지가되어 버린 2003년, 민주노총이 노무현 인수위의 정책을 옹호하며 인수위 정책을 방해하려는 노동부와 전경련에 대항해 싸우고 있는 2003년의 겨울,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이외의 민중운동단체들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게 조용한 2003년의 겨울, 그리고 '노무현 정권의 성격과 민중운동진영의 임무'라는 사회화 노동 원고를 가지고 2주일째 머리를 싸매고 있는 임필수 국장의 한 숨 소리가 갈월동에 울려퍼지고 있는 2003년의 겨울, 뭔가 예전과 다른 사회진보연대가 필요한 것 같다.

결국 하나 일 수밖에 없는 사회진보연대의 전망과 '3년 뒤의 사회진보연대와 나'.
이 번 상반기 총회에서는 사회진보연대의 전망을 최고 중요한 안건으로 다룬다고 한다. 특히 주제의 심각성만큼 회원들의 논의 참여를 활발하게 하기 위해 인터넷 공간에 회원전용 전망 토론방도 만든다고 한다. 부디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한 젊은이의 3년 후가 걸려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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