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노무현과 인터넷 그리고 정보운동
노무현 정부는 '인터넷과 대중'이라는 화두를 한국 사회에 던지며 화려하게 등장하였다. 노무현씨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가장 큰 수훈이 '노사모'로 대표되는 인터넷에 돌아가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정보통신정책분야가 인수위 경제2분과에 배치된 것을 보더라도 새 정부에 인터넷은 민주주의보다 경제적 측면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김대중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생산방식 구축과 새로운 상품 영역의 개발을 위해 공세적으로 IT 인프라를 도입했다면, 노무현 정부는 그 연장선, 아니 그 완성을 향한 길을 추구할 태세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착취적 개발이 얼마나 민주주의와 인권의 적인지를 역사적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게 노사모의 대중적 열망은 하나의 해프닝일 뿐이고, 인터넷은 대중을 동원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 정도로 전락하는 것이 아닐까.
세부 정책적 측면에서도 노무현씨는 이미 후보 시절부터 인터넷이나 정보통신기술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성찰하는 태도가 다른 대통령 후보들보다 부족했다. 노무현 후보는 23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보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안한 33개 공약을 거의 수용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6월 위헌 결정을 받았던 정보통신부 장관의 내용규제권한 폐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폐지 등 인터넷 내용규제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보통신부의 밥그릇을 옹호하는 태도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았다. 중국, 싱가폴 등 몇 나라를 제외하면 법원이 아닌 행정부가 인터넷을 직접 규제하는 경우가 없다. 인터넷보다 규제적이라는 우리나라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문화관광부 장관이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다 해서 신문이나 잡지 내용을 삭제하라 마라 직접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물론 현재의 신문방송 규제 제도는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우리 사회의 절차적 민주주의의 '쟁취'와 더불어 민중이 확보한 표현의 자유이다. 마찬가지로 인터넷 표현의 자유 문제는 '인터넷의 역기능'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군사독재의 흔적이자 기본적인 인권과 민주주의의 문제일진대 노무현 후보에게서는 이런 관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노무현 후보는 글리벡 강제실시나 디지털 도서관의 전송권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 아예 답변을 하지 않았으며 이회창 후보를 비롯한 모든 다른 후보들이 그 필요성에 동의한 프라이버시보호법 제정에 대해서도 안이한 답변으로 실망을 주었다. 이러한 태도는 노무현 정부에게 인터넷이나 정보통신기술이 (선거 필승을 비롯한) 경제주의적 관점 이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인터넷 등 정보 미디어의 대중적 사용이 양적으로 확산될수록 미디어 자체의 민주성·민중성에 대해 보다 질적인 개입을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실현할 필요가 있다. 붉은악마, 촛불시위, 노사모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이 보여준 '힘'은 놀라운 것이었지만 이 힘이 진정한 민중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 그리고 보다 거시적 의미에서의 정보화의 설계와 운영 과정에 대한 민중적, 민주적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주어진 기술을 도구적으로 사용하는데 그친다면 결국 권력은 언젠가 인터넷을 완전히 식민화할 것이다. 열매는 달콤할지 몰라도 대가는 가혹할 것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는 인터넷 미디어 뿐 아니라 정보화의 과정을 비판하는 활동을 해 왔다. 현재의 정보화가 명백한 '자본의 정보화'라면 보다 민주적이고 민중적인 정보화의 '내용'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시민사회단체들의 정보화에 대한 문제제기는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등 인권 옹호의 측면과 지적재산권 등 새로이 강화되는 상품 영역에서 지식과 정보의 공정한 이용과 공유에 대한 것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그 흐름은 다소 개별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런 분리된 문제의식과 활동을 인권과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이념적으로 모으고 연대하여 '민중적 정보화'의 기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민중적 정보화'인가에 대한 이념적 수립이 시급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올해 UN에서 개최하는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World Summit on the Information Society, WSIS)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는 정보사회에 대한 세계 선언이 채택될 예정인데 이 선언에는 경제주의적인 관점에서 정보화를 수혜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화에 대한 진정한 민중적,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야 할 것이다. 만일 WSIS가 지금의 지구적 자본이 생각하듯 정보화를 신자유주의적 체제의 공고화를 위한 계기 정도로 확인하고 끝난다면 이는 매우 우려스런 일일 것이다. 따라서 정보화에 대한 국내외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적 관점을 수립하고 대중화하는 활동이 조직되어야 한다. 결국 WSIS는 내용적 측면에서 정보화를 인권과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조망하는 계기이자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국내외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를 강화하고 대중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세부 정책적 측면에서도 노무현씨는 이미 후보 시절부터 인터넷이나 정보통신기술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성찰하는 태도가 다른 대통령 후보들보다 부족했다. 노무현 후보는 23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보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안한 33개 공약을 거의 수용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6월 위헌 결정을 받았던 정보통신부 장관의 내용규제권한 폐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폐지 등 인터넷 내용규제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보통신부의 밥그릇을 옹호하는 태도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았다. 중국, 싱가폴 등 몇 나라를 제외하면 법원이 아닌 행정부가 인터넷을 직접 규제하는 경우가 없다. 인터넷보다 규제적이라는 우리나라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문화관광부 장관이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다 해서 신문이나 잡지 내용을 삭제하라 마라 직접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물론 현재의 신문방송 규제 제도는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우리 사회의 절차적 민주주의의 '쟁취'와 더불어 민중이 확보한 표현의 자유이다. 마찬가지로 인터넷 표현의 자유 문제는 '인터넷의 역기능'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군사독재의 흔적이자 기본적인 인권과 민주주의의 문제일진대 노무현 후보에게서는 이런 관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노무현 후보는 글리벡 강제실시나 디지털 도서관의 전송권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 아예 답변을 하지 않았으며 이회창 후보를 비롯한 모든 다른 후보들이 그 필요성에 동의한 프라이버시보호법 제정에 대해서도 안이한 답변으로 실망을 주었다. 이러한 태도는 노무현 정부에게 인터넷이나 정보통신기술이 (선거 필승을 비롯한) 경제주의적 관점 이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인터넷 등 정보 미디어의 대중적 사용이 양적으로 확산될수록 미디어 자체의 민주성·민중성에 대해 보다 질적인 개입을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실현할 필요가 있다. 붉은악마, 촛불시위, 노사모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이 보여준 '힘'은 놀라운 것이었지만 이 힘이 진정한 민중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 그리고 보다 거시적 의미에서의 정보화의 설계와 운영 과정에 대한 민중적, 민주적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주어진 기술을 도구적으로 사용하는데 그친다면 결국 권력은 언젠가 인터넷을 완전히 식민화할 것이다. 열매는 달콤할지 몰라도 대가는 가혹할 것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는 인터넷 미디어 뿐 아니라 정보화의 과정을 비판하는 활동을 해 왔다. 현재의 정보화가 명백한 '자본의 정보화'라면 보다 민주적이고 민중적인 정보화의 '내용'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시민사회단체들의 정보화에 대한 문제제기는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등 인권 옹호의 측면과 지적재산권 등 새로이 강화되는 상품 영역에서 지식과 정보의 공정한 이용과 공유에 대한 것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그 흐름은 다소 개별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런 분리된 문제의식과 활동을 인권과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이념적으로 모으고 연대하여 '민중적 정보화'의 기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민중적 정보화'인가에 대한 이념적 수립이 시급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올해 UN에서 개최하는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World Summit on the Information Society, WSIS)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는 정보사회에 대한 세계 선언이 채택될 예정인데 이 선언에는 경제주의적인 관점에서 정보화를 수혜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화에 대한 진정한 민중적,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야 할 것이다. 만일 WSIS가 지금의 지구적 자본이 생각하듯 정보화를 신자유주의적 체제의 공고화를 위한 계기 정도로 확인하고 끝난다면 이는 매우 우려스런 일일 것이다. 따라서 정보화에 대한 국내외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적 관점을 수립하고 대중화하는 활동이 조직되어야 한다. 결국 WSIS는 내용적 측면에서 정보화를 인권과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조망하는 계기이자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국내외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를 강화하고 대중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