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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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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노무현 정권 보건의료정책의 기본성격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 |
대선 당시 보건의료 공약(건강보험 급여확대를 위한 본인부담상한제 도입, 공공의료 30% 수준으로 확충)을 볼 때 노무현정권은 보건의료영역에서 공적영역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 급여확대와 공공의료확충은 보건의료운동진영의 오래된 요구이며, 조속히 실현되어야 할 당면 과제이다. 그러나 공약처럼 보건의료영역에서의 공적영역의 확대는 단순히 정권의 의지만으로 혹은 보건의료영역의 독자적 개혁적 흐름만으로 이루어 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자본이 주도하는 보건의료체계의 변화와 흐름 : 상업적 보건 의료 체계의 전면화

자본이 주도하는 보건의료체계 변화의 핵심은 '상업적 보건의료체계의 전면화'로 요약할 수 있다. 국내외 자본이 주장하고 있는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방안은 여러 경로를 통해 취약한 현 공적보건의료체계를 공격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국내자본(재벌)의 의료시장 진입은 의료기관 사이의 경쟁을 심화시켰다. 새로운 이윤창출을 위해 이들이 요구하고 있는 '병원활성화대책'은 병원 수입 증대 방안과 병원구조조정 지원대책이 핵심인데, 이미 추진 중이다. 이들은 자본의 의료시장 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인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 문제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도의 철폐를 요구하고 있으며 또한 민간보험이 전면화될 경우를 대비해 의료기관과 보험회사, 의료기관과 의료기관의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금융자본의 진출이 시도되는 의료보험시장도 살펴보자. 보험업법개정(안)에는 보험회사에 민간의료보험 개발에 필요한 의료정보 취득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보험회사에게 요양급여의 적정성을 심사평가하고 공시업무수행을 허락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민간보험이 활성화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2002년 말 통과된 경제자유구역법으로 외국자본의 의료시장 입성이 가능해졌다. 실제 경제자유지역으로 선정된 인천시의 경우 하버드, 존스 홉킨스, 메이요 클리닉 등에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병원 신축공사 자금의 70%를 융자'해줄 계획이라고 하며, 외국자본은 7월 이전에 만들어질 특별법 시행령에 '국내 의료관련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조항을 삽입해 한국인 환자에 대한 진료의 길을 터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자유구역을 매개로 진출할 외국자본은 훌륭한 시설과 우수한 의료진, 그리고 미국 본토에서 진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세우면서 환자들을 끌어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본격적인 진출과 때를 맞추어 내국인 환자 진료, 건강보험적용 예외기관 인정, 이들 병원과 연계된 민간보험 상품의 출시, 국내 기타 지역에 위치한 의료기관과의 연계구축이 현실화 될 것이다. 이는 결국 의료이용에 있어 차별화와 불평등 심화, 의료비부담의 급증을 유발할 것이며, 국내자본의 영리법인화요구 및 요양기관강제지정제도철폐 요구와 금융자본의 보건의료시장 진출의 흐름과 어우러져 서로 힘을 보탤 것이다.

'보건의료의 공적영역의 확충'을 앞세운 동원과 포섭

김대중 정권에 이어 노무현 정권도 시민단체운동에 대한 포섭은 계속될 것이다. 보건의료부문에서 공적영역을 확충하려는 노무현정권은 시민단체로 표현되는 합리적 개혁주의 보건의료세력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도모할 것이며, 공적영역 확충의 정도와 속도를 놓고 밀고 당기는 '밀월적 긴장관계'를 형성할 것이다. 민중운동진영 또한 이러한 노무현정권의 선언적 개혁성에 일정정도 흔들리며 함께 하려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계승한 정권이다"는 민주노총의 언명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영역에 관한 한 노무현 정권은 기본적으로 '투쟁의 대상'이 아니라 '협상의 대상'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병원산업의 경영난과 이로 인한 병원노동운동의 심각한 침식'이라는 상황은 병원노동운동 현장으로 하여금 지도부에게 노무현정권과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조율과 협상을 추진하는 물질적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무현 정권이 제시하는 협상의 여지를 근본적으로 반대하기에 병원노동운동의 역량이 너무 열악하다.

노무현정권의 보건의료개혁의 의미와 한계

보건의료 전반에 흐르는 자본의 도도한 상업적 재편의 흐름 속에서 노무현 정권이 표방한 보건의료의 개혁 선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공공의료를 중심으로 보건의료체계를 재편하는데 최소한의 교두보를 마련할 것인가? 아니면 상업적 보건의료체계의 전면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인 시도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부족이며 의지부족이다.

시장의 개방과 경제자유구역의 활성화와 확대, 금융권 구조조정이라는 노무현정권의 입장은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의료의 영역에서도 자본의 이윤논리가 주도할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에 설치된 외국계 병원은 국내의료시장에 새로운 경쟁구도를 초래하면서 영리법인의 합법화와 민간보험의 활성화를 전면에 내세울 것이며, 보험회사들의 민간보험시장진입을 위한 요구들도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자율화를 요구하는 국내자본의 움직임도 거세질 것이 자명하다. 국내자본과 외국자본에 대한 통제보다는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 질서재편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노무현 정권이 어떻게 '참여복지'를 논하며 공공의료기관의 확대와 건강보험의 급여확대를 추진할 수 있겠는가? 이 둘은 도저히 함께 갈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국내외 자본을 통제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지 않은 채 보건의료영역의 공공성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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