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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3.3.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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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교비_김진철.hwp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은 교육행정 통제시스템이다.

김진철 | 진보교육연구소 부소장, 창덕여자중학교
1. 장판지를 아시나요
KBS의 <TV는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출연자의 추억 속에 남아있는 사람들, 사랑과 정성으로 내 삶에 큰 영향을 주었던 선생님, 짝사랑에 빠졌던 여학생, 어릴 적 소꿉친구 등 과거에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찾기 위해 펼쳐지는 모험담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사실 사람 찾는 일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닙니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출연자가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찾기 위해 작은 기록이나 흔적이라도 찾아내고자 합니다. 이 때 졸업한 학교를 알면 사람 찾는 일은 조금 쉬어 집니다. 학교에 무엇이 있길래? 바로 생활기록부입니다. 손으로 쓰여 진 종이 한 장이 학교에 50년 동안 보존됩니다. 생활기록부 작성을 위해 담임교사는 일명 장판지라 불리는 커다란 종이에 먼저 생활기록부 내용을 입력하고 또 몇 번을 확인하고 나서야 생활기록부를 작성했습니다.

이제 학교에는 이렇게 손으로 쓴 생활기록부는 없습니다. 컴퓨터, IT, 정보화 사회라는 말이 유행할 때 학교도 이 회오리 속으로 빨려들어 갔습니다. 교육 정보화 혹은 전산화의 이름으로 생활기록부를 컴퓨터로 작성하기 시작한 것이 1997-8년 S/A(Stand Alone)가 보급되면서부터입니다. 담임교사는 자기 반 학생의 생활기록부를 작성하여 디스켓을 만들고, 이 디스켓을 학교 전체 관리자에게 가져다주면, 학교 전체 관리자가 각 반의 디스켓을 읽어 들여 학교 전체의 생활기록부 파일을 만들어 보관했습니다. 악필의 소유자였던 저는 사실 잘 됐다는 생각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지금은 C/S라는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1999년부터입니다. C/S(Client Server)는 말 그대로 서버의 개념을 가져왔습니다. 학교 전산실에 한 대의 서버를 두고(OS는 Unix 계열의 Solaris, DB는 UniSQL, IDE 타입의 HDD 사용) 교사들의 컴퓨터를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서버에 접속하여 생활기록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NEIS{{ 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약자. NEIS를 교육부는 '나이스'라 불러달라고 합니다만, 많은 교사들은 '네이스'라고 부릅니다. 요즘에는 '네트워크 + 에이즈'의 약자로 '네이즈'로 부르는 분도 있습니다. '교행'이라고 약칭하기도 하고, '행정보스'라고도 하고 '교육행정통제시스템'이라고도 합니다.
}}는 무엇일까요?
NEIS는 일단 서버가 학교가 아니라 교육청에 있습니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과 교육부에 1대씩 17대의 서버가 있습니다. 학내 망과 같은 LAN으로 연결될 수 없기에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것이 두 번째 차이점입니다. 입력 내용도 차이가 있습니다. S/A와 C/S가 거의 생활기록부와 건강기록부 전용이었다면, NEIS는 학교 행정의 모든 것을 포함합니다(표 참조). 27개영역 중 22개영역은 작년 전자 정부 출범과 함께 개통되어 행정실(서무실)에서 이미 사용 중입니다. 작년에 준비 소홀, 프로그램 불안정, 전교조의 반대에 부닥쳐 연기되었던 나머지 5개영역(행정실 보다는 교사의 업무로서 학생과 관계있는 입/진학, 교무/학사, 보건, 체육, 물품/교구/기자재)을 올 3월 1일 신학기부터 강행하겠다는 것이고, 전교조는 이 5개영역은 NEIS에서 분리하여 폐기하자는 것입니다.

2. 무엇이 문제인가
NEIS와 같은 식의 정보 집적·집중은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현재 C/S의 경우는 학생 자료를 단위 학교에서 보관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창덕여중은 전교생 700여 명입니다. NEIS는 시·도 교육청 단위로 운영됩니다. 전국 초중고등학생수는 800여 만 명입니다. 서울시 교육청의 경우 1,000여 개의 학교와 6만 5천여 명의 교사, 100만 명 이상의 학생 자료가 집적·집중되게 됩니다.
}} 정보 집적·집중에 따라 인권 침해 요소가 증가하고(유출을 떠나 수집 자체가 인권 침해라고 생각합니다. 알리고 싶지 않은 권리는 알고 싶은 권리만큼이나 중요한 것입니다.) 정보를 집중시키기 위해 교사는 온갖 내용을 입력해야 합니다. 바로 잡무의 발생입니다. 그리고 그 걸 어떻게 처리했는지 시도교육청 DB에서 질의·검색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바로 통제의 문제입니다.
정보의 집적과 집중, 인권 침해
NEIS에서 정보라고 하는 것은 한 개인의 12년간의 모든 것입니다. 생활기록부에는 졸업대장번호/성명/학년/반/번호/담임성명/사진/성별/주민등록번호/주소/부모성명/생년월일/직업/인적특기사항/졸업 후 진로/출결사항/키·몸무게·체력급수 등의 신체발달사항/수상경력/자격증 및 인증취득사항/특기 또는 흥미/학생, 학부모의 진로 희망/진로지도/창의적 재량활동/특별활동/봉사활동/체험활동/교과학습발달상황/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이 기록됩니다.
건강기록부에는 인적 사항 외에 혈액형, 전염병 예방 접종 상황, 키·몸무게·가슴둘레·앉은키·비만도 등의 체격 상황, 시력, 색각 여부, 청력, 눈병, 귓병, 콧병, 목병, 피부병, 영양상태, 척추형태, 가슴통, 기관능력, 정신장애, 언어장애, 알레르기성질환, 종합 소견 등의 체질 상황, 충치, 치주질환, 부정교합 등의 구강 검사 상황, 소변검사, 결핵검사, 간염검사 등의 병리 검사 상황, 달리기, 팔굽혀펴기, 매달리기, 윗몸일으키기, 멀리뛰기, 앞으로 굽히기, 오래달리기, 체력급수 등의 체력 검사 상황, 병명, 기간, 치료 현황 등의 병력 기록 상황 등이 기록됩니다.
학생생활기록부는 법정 장부로서 50년간 보관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올 3월 시행 예정인 NEIS는 학생생활기록부와 학생건강기록부만 기록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무/학사 영역의 학생 생활에는 학습부진아, 부적응자 관리가 포함되어 있고, 체험활동, 봉사활동, 자치/적응/계발/행사활동, 일반 및 담임 상담 내역을 모두 누가 기록해야 합니다. 환경 조사서도 생활지도카드라는 이름으로 들어있습니다. 환경 조사서 써보신 기억 있으십니까? 교내외의 친한 친구들 연락처, 가정 형편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교사의 머리 속에, 혹은 교무 수첩에 기록되는 것으로 족한 이 정보들을 전산화, 혹은 정보화라는 이름 아래, 전자 정부의 구현과 대민 서비스, 학부모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명분으로 인터넷을 통해 교육청 서버에 집적·집중하려는 것이 현재 교육부가 추진 중인 NEIS입니다. 일정한 양식에 따라 빈칸을 채워 넣어야 하는 교사의 업무가 줄어든다고요? 끊임없이 성장 변화하는 아이들을 따라가며 모든 것을 기록하는 교사의 업무가 정말 줄어들까요?

교육의 획일화, 교육에 대한 중앙 통제의 강화
학교의 모든 업무가 NEIS를 기반으로 추진된다는 것은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교가, 공·사립을 막론하고 일률적인 형태의 표준적인 행정으로 통일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도시 거대 과밀 학교, 지방 소도시의 소규모 학교, 농촌 지역의 작은 학교를 가리지 않습니다. 인문계, 실업계 또는 과학고, 외국어고, 예술고 등의 특수목적 학교도 가리지 않습니다. 인터넷을 통하여 시·도 교육청 서버에 접속하는 NEIS에서, 학교 행정과 교사의 활동은 프로그램(NEIS의 일률적인 메뉴)에 따라 모두 표준화·규격화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표준화된 업무를 어떻게 수행했는가는 곧 수치로 측량되고 평가될 것입니다. 학교와 교사는 NEIS에 의해 표준화되고 그에 따라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교육청과 교육부는 NEIS를 통해 모든 학교를 평가할 수 있는 강력한 물적 토대를 갖추게 된 것이고, 이것은 학교와 교사를 교육과 무관한 잡무에 더하여 더러운 경쟁으로 내몰게 될 것입니다.
교육부는 NEIS의 기대 효과로 "상급기관이 빈번히 요구하는 단순 반복적인 질의 및 통계 자료 등을 시스템에서 제공함으로써 교원 잡무"가 경감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사의 잡무는 결코 경감되지 않으며, 도리어 대폭적으로 확대될 것입니다. 교사는 통계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통계가 필요한 곳은 교육청이나 교육부입니다. 교사는 표준화된 교육 행정과 계량화에 따른 평가 체제의 멍에를 쓰고 통계의 기초 자료를 말단에서 입력하며 "대 국민 서비스의 향상"에 매진하는 서비스 공급자이자 단순 행정 사무원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3. 교육을 진정한 교육으로 만들기 위하여
교육은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사의 인간적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는 교육은 없고 행정만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평생을 통하여 십수 년의 오랜 기간 학교에서 교육을 받게 되며, 이 과정에서는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담임교사나 학교가 수집하게 됩니다. 이 정보들은 대부분이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신뢰 관계를 전제로 수집되는 정보들이며, 교육자가 교육의 관점에서 행하는 평가 정보들이며, 개인의 가치관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들로서 향후 변화될 가능성이 큰 정보들이며, 교육을 목적으로 수집되는 매우 민감한 개인 정보들입니다.
개개인의 교육에 대한 정보는 알아야 할 사람만이 알아야 하며, 적재적소에 있어야 하며, 교육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시간만큼만 보존되어야 합니다. NEIS에 입력하도록 되어 있는 학생, 학부모, 졸업생들의 개개인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들은 해당 담임선생님의 머리 속이나 수첩 속에 있어야 할 정보이지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있어서는 안 되는 정보들입니다. NEIS 시행령에서는 수집된 자료가 다른 기관에 제공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음으로써, 개인의 신상 기록이 행정자치부나 병무청, 경찰청, 국가정보원 같은 교육과 관련이 없는 기관에 넘겨져 다른 목적에 이용될 소지도 있습니다.
2003년 2월 6일 'NEIS 폐기 교육 단체, 사회단체 공동 성명'이 발표되고, 2월 10일에는 행정의 이름으로, 공문과 지시를 통해 NEIS를 시행하려는 교육부에 맞서 서울 지역의 77개교 82명의 실무 정보 담당 교사들은 징계를 무릅쓰고 업무 거부를 선언하였습니다. 2월 18일 학생, 학부모, 교사, 시민 사회 단체 합동으로 <NEIS 쟁점과 대안> 토론회를 개최하고 2월 19에는 인권위원회에 제소하였습니다.
NEIS에서 교무/학사(보건) 등을 분리 폐기하는 투쟁 가운데 우리는 또한 교육부의 무책임과 정책 결정의 잘못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교육을 위해서는 먼저 교육부를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이 때, 우리는 교육부 개혁을 위해 또 한걸음 전진해 나갈 것입니다.
공교육 붕괴와 교육 시장화의 파고가 몰아치는 이 때에, 교육 공공성을 회복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며, 국민 인권의 수호를 위한 교사들의 투쟁은 굽힘없이 전개될 것입니다. 이 투쟁의 승리를 위하여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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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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