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3.33호
"이주노동자 문제는 이주노동자가 주체로"
Migrant Conference 열려
봄을 알리는 비가 슬며시 내리는 2월 23일 오후, 민주노총서울본부 강당에 이주노동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서 각 나라말로 무언가를 얘기한다. 인사도 나누고 안부도 묻고 곧 진행될 'Migrants Conference (이주노동자 토론회)' 내용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평등노조이주지부(지부장 이윤주)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최근 인수위와 노동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고용허가제'에 대해 정확히 평가하고 이주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어떤 요구를 정립하고 싸워나갈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주노동자들과 연대단위들이 모인 가운데 시작한 토론회는 1)산업연수제의 역사와 철폐의 당위성 2)미등록이주노동자 합법화에 대한 요구 3)고용허가제 비판과 이주노동자의 요구 4)이주노동자의 투쟁방향 등 크게 네 가지에 대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들이 패널이 되어 직접 발제하였다. 필리핀 노동자 빅씨는 1990년대 초에 일본을 따라 만든 산업연수제의 폐해를 역사적으로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Trainee System should be abolished (산업연수제는 철폐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인도네시아 노동자 고띠르씨는 "몇 년 동안 한국 땅에서 외국인노동자는 없다. 일하고 있지만 노동자 아니다. 불법체류로 고생하고 있다. 돈 벌기 위해서 한국 왔지만 한국말, 전통, 한국문화도 알고 싶었다. 공장에서, 기숙사에서 걱정 많이 한다. 그렇지만 합법화되면 걱정 안 해도 된다. 합법화되면 치료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면서 이주노동자를 즉각 합법화할 것을 주장하였다. 사회를 본 방글라데시 노동자 마하붑씨는 "EPS(Employment Permit System-고용허가제) is not for us"라고 하면서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고용허가제는 오래된 이주노동자들이 곧바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고, 사업장을 바꾸려해도 못 바꾸는 것을 의미하고, '사장'이 (그는 영어를 쓰면서도 사장은 그냥 사장이라고 썼다) 우리를 해고하면 출국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고용허가제를 비판했다.
방글라데시 노동자 비두씨는 "합법화문제로 1년 동안 싸웠다. EPS나 산업연수제, 우리 어떤건지 다 알고 있다. 이것은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다. 그런데 연대하는 동지 없으면 힘들어했다. 친구들한테 EPS나 산업연수제, 합법화를 프로파간다 많이 못했다. 2003년에는 우리 유니언이고 우리 문제니까 확실히 알아서 친구들을 조합원으로 만들고 싸워 나가자. 동네마다, 지역마다 가서 얘기하자. 아직 많은 친구들이 모른다. 이주노동자 스스로 우리문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패널들의 의견에 대해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얘기했다. 나딤씨는 "사랑하는 동지여러분,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땅에서 고통받고 있다. 3년 안 되는 사람에게는 1년 더 비자주고, 3-4년 사이 노동자들은 출국 후 재입국하면 1년 비자 주고, 4년 이상이면 무조건 출국하라고 하는데 나는 반대한다. 우리한테 먼저 합법화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지부 송수진씨는 이주노동자 누가 됐건 산업연수제에 반대해야 한다면서 투쟁의 슬로건을 명확히 할 것을 제안했다. 산업연수제 철폐, 3년 이상 거주냐 미만이냐에 상관없이 모든 이주노동자 합법화,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이다.
자킬씨는 "인간장사라는 뜻을 한국에 와서 알게 되었다. 한국에 오기 전에 연수제에 대해 착각했다. 기술을 배우려 했는데 와서보니 부려먹기만 했다. 3년 이상이냐 미만이냐 얘기는 인간 갖고 장난하는 거다.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 우리가 돈이 필요해서 온 건가, 한국이 필요로 해서 온 것이다. 3월이 지나면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 요구를 강하게 알려야 한다. 운동을 제대로, 열심히 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결심을 하자"고 발언하였다. 아누와르씨 역시 EPS는 사장님들을 위해 하는 정책이라면서 합법화, 노동비자를 위해 정부에 요구하자고 말했다. 잘랄씨는 3월 2일로 예정된 이주노동자 집회를 지금부터 각 나라사람들에게 얘기해서 준비하자면서 우리 투쟁이 아니면 정부가 아무 생각 안 해 준다고 얘기하였다.
한편에서는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들을 분리시키려는 전략이라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체류기간별로 비자를 따로 주면 3년 미만 이주노동자들은 투쟁을 안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꼬빌씨는 고용허가제를 비판하면서 "우리가 먼저 자세히 알아야 한다. 이주노동자운동은 이제 시작이다. 200명 정도 잡혀갈 각오하고 싸우면 더 나아갈 수 있다. 1년 동안 싸우고 나니 합법화 얘기도 정부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니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는 상담센터는 이주노동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람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이주노동자 스스로에 의한 교육을 강조하였다.
어떤 이주노동자는 30년 전 한국에 전태일이 있었고 그때부터 싸웠지만 한국노동자들은 아직 힘들다면서 우리도 더 힘있게 싸우도록 노력하자는 발언도 하였다.
이주지부 이윤주 지부장은 요구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첫째, 산업연수제는 철폐되어야 한다. 둘째,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권리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짤리면 출국당하게 되어 산업연수제와 다를 바 없다. 셋째, 가족을 방문하고, 초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 넷째, 상담센터 등의 얘기가 아니라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한다. 다섯째,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한다. 여섯째,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보장받아야 한다. 일곱째, 송출비리를 없애야 한다. 브로커를 없애야 한다. 여덟째, 한국정부와 기업이 이주노동자 적응교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아홉째, 체류기간별로 합법화 차별을 두는 것이 아니라 현재 국내 이주노동자들에게 즉시 5년 노동비자로 합법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투쟁을 위해 지역, 공장에서부터 조직하고 각국 공동체와 긴밀하게 연계할 것, 한국 연대단위와 연대를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3월 2일(일) 오후 2시에 동대문운동장에서는 '모든 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하라' '고용허가제 반대한다, 노동허가제 실시하라'라는 요구를 가지고 이주노동자 집회가 예정되었다. 토론회 끝 무렵에 이 집회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제안을 했다. 친구들에게 더 많이 얘기하자, 한국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리플렛을 제작하자 등등. 바야흐로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이주노동자들 스스로 나서서 해결하려는 투쟁이 자라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토론회였다. 이주노동자들이 주체로 튼튼히 서고 국경 없는 연대로 한국의 노동운동이 연대하는 2003년의 투쟁이 출발되고 있다. PSSP
이주노동자들과 연대단위들이 모인 가운데 시작한 토론회는 1)산업연수제의 역사와 철폐의 당위성 2)미등록이주노동자 합법화에 대한 요구 3)고용허가제 비판과 이주노동자의 요구 4)이주노동자의 투쟁방향 등 크게 네 가지에 대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들이 패널이 되어 직접 발제하였다. 필리핀 노동자 빅씨는 1990년대 초에 일본을 따라 만든 산업연수제의 폐해를 역사적으로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Trainee System should be abolished (산업연수제는 철폐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인도네시아 노동자 고띠르씨는 "몇 년 동안 한국 땅에서 외국인노동자는 없다. 일하고 있지만 노동자 아니다. 불법체류로 고생하고 있다. 돈 벌기 위해서 한국 왔지만 한국말, 전통, 한국문화도 알고 싶었다. 공장에서, 기숙사에서 걱정 많이 한다. 그렇지만 합법화되면 걱정 안 해도 된다. 합법화되면 치료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면서 이주노동자를 즉각 합법화할 것을 주장하였다. 사회를 본 방글라데시 노동자 마하붑씨는 "EPS(Employment Permit System-고용허가제) is not for us"라고 하면서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고용허가제는 오래된 이주노동자들이 곧바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고, 사업장을 바꾸려해도 못 바꾸는 것을 의미하고, '사장'이 (그는 영어를 쓰면서도 사장은 그냥 사장이라고 썼다) 우리를 해고하면 출국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고용허가제를 비판했다.
방글라데시 노동자 비두씨는 "합법화문제로 1년 동안 싸웠다. EPS나 산업연수제, 우리 어떤건지 다 알고 있다. 이것은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다. 그런데 연대하는 동지 없으면 힘들어했다. 친구들한테 EPS나 산업연수제, 합법화를 프로파간다 많이 못했다. 2003년에는 우리 유니언이고 우리 문제니까 확실히 알아서 친구들을 조합원으로 만들고 싸워 나가자. 동네마다, 지역마다 가서 얘기하자. 아직 많은 친구들이 모른다. 이주노동자 스스로 우리문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패널들의 의견에 대해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얘기했다. 나딤씨는 "사랑하는 동지여러분,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땅에서 고통받고 있다. 3년 안 되는 사람에게는 1년 더 비자주고, 3-4년 사이 노동자들은 출국 후 재입국하면 1년 비자 주고, 4년 이상이면 무조건 출국하라고 하는데 나는 반대한다. 우리한테 먼저 합법화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지부 송수진씨는 이주노동자 누가 됐건 산업연수제에 반대해야 한다면서 투쟁의 슬로건을 명확히 할 것을 제안했다. 산업연수제 철폐, 3년 이상 거주냐 미만이냐에 상관없이 모든 이주노동자 합법화,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이다.
자킬씨는 "인간장사라는 뜻을 한국에 와서 알게 되었다. 한국에 오기 전에 연수제에 대해 착각했다. 기술을 배우려 했는데 와서보니 부려먹기만 했다. 3년 이상이냐 미만이냐 얘기는 인간 갖고 장난하는 거다.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 우리가 돈이 필요해서 온 건가, 한국이 필요로 해서 온 것이다. 3월이 지나면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 요구를 강하게 알려야 한다. 운동을 제대로, 열심히 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결심을 하자"고 발언하였다. 아누와르씨 역시 EPS는 사장님들을 위해 하는 정책이라면서 합법화, 노동비자를 위해 정부에 요구하자고 말했다. 잘랄씨는 3월 2일로 예정된 이주노동자 집회를 지금부터 각 나라사람들에게 얘기해서 준비하자면서 우리 투쟁이 아니면 정부가 아무 생각 안 해 준다고 얘기하였다.
한편에서는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들을 분리시키려는 전략이라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체류기간별로 비자를 따로 주면 3년 미만 이주노동자들은 투쟁을 안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꼬빌씨는 고용허가제를 비판하면서 "우리가 먼저 자세히 알아야 한다. 이주노동자운동은 이제 시작이다. 200명 정도 잡혀갈 각오하고 싸우면 더 나아갈 수 있다. 1년 동안 싸우고 나니 합법화 얘기도 정부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니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는 상담센터는 이주노동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람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이주노동자 스스로에 의한 교육을 강조하였다.
어떤 이주노동자는 30년 전 한국에 전태일이 있었고 그때부터 싸웠지만 한국노동자들은 아직 힘들다면서 우리도 더 힘있게 싸우도록 노력하자는 발언도 하였다.
이주지부 이윤주 지부장은 요구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첫째, 산업연수제는 철폐되어야 한다. 둘째,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권리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짤리면 출국당하게 되어 산업연수제와 다를 바 없다. 셋째, 가족을 방문하고, 초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 넷째, 상담센터 등의 얘기가 아니라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한다. 다섯째,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한다. 여섯째,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보장받아야 한다. 일곱째, 송출비리를 없애야 한다. 브로커를 없애야 한다. 여덟째, 한국정부와 기업이 이주노동자 적응교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아홉째, 체류기간별로 합법화 차별을 두는 것이 아니라 현재 국내 이주노동자들에게 즉시 5년 노동비자로 합법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투쟁을 위해 지역, 공장에서부터 조직하고 각국 공동체와 긴밀하게 연계할 것, 한국 연대단위와 연대를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3월 2일(일) 오후 2시에 동대문운동장에서는 '모든 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하라' '고용허가제 반대한다, 노동허가제 실시하라'라는 요구를 가지고 이주노동자 집회가 예정되었다. 토론회 끝 무렵에 이 집회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제안을 했다. 친구들에게 더 많이 얘기하자, 한국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리플렛을 제작하자 등등. 바야흐로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이주노동자들 스스로 나서서 해결하려는 투쟁이 자라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토론회였다. 이주노동자들이 주체로 튼튼히 서고 국경 없는 연대로 한국의 노동운동이 연대하는 2003년의 투쟁이 출발되고 있다. PS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