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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3.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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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참여복지 비판

유의선 | 민중복지연대 공동사무국장
"사회복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기본으로 하고, 나아가 가족, 사회, 기업 등 온 국민의 참여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복지국가를 말한다"

노무현 정부는 새 정부의 복지이념을 '참여복지'로 내걸며 사회복지시대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러나 복지를 전공한 연구자나 보건복지부의 공무원들조차도 '참여복지'를 알지 못하며, 설명하지 못한다. 얼마 전 복지부장관이 공무원들에게 '참여복지'가 무엇이냐는 숙제를 냈다는 기사처럼,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정책으로 실현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참여복지는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혹은 다르게 보이려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기능할 것이다. 그러나 생산적 복지가 단순히 정치적 이데올로기뿐 아니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의 제도와 정책을 통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보조망으로 기능했던 것처럼, 참여복지 역시 정책개혁의 기제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참여복지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일까. 노무현정부는 참여복지의 정책기조로 1) 국가적 책임의 강화, 2) 보편적 복지의 실현, 3) 민간참여의 확대를 제시했다.
이에 따른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①전국민을 위한 참여복지의 실현 : 종합적인 고령사회 대책 수립, 저소득층 근로소득공제를 확대하여 기초생활보장, 사회복지 전달체계 개편 ②전국민 평생 건강 보장 체제의 실현 : 공공보건의료 강화, 적극적 건강증진사업 및 주요질병의 국가관리체계 구축, 건강보험 제도 개선과 의료급여제도 확대, 진료비 본인 부담금 총액상한제도 시행 등으로 의료의 보장성 확대 ③보육문제 해결과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 국가의 보육료지원, 평가인증제도 도입, 종합적인 아동보호·육성체계 구축, 육아 휴직제도 개편, ④지속가능한 발전과 쾌적한 환경조성 ⑤문화적 가치의 확산을 통한 "질높은 삶 구현" ⑥주택가격 안정과 주거의 질 개선 : 국민임대주택 50만호 건설하여 저소득층 주거안정 도모, 최저주거기준미달 가구에 대한 임대 아파트 우선 공급 등 ⑦도시교통난해소 및 교통 약자 보호 : 저상버스도입,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 등등을 제시하고 있다.

다양한 백화점식 계획의 실현가능성을 따지는 것은 현재에 있어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다. 여기서는 참여복지의 성격을 드러내는 3대 정책기조를 중심으로 참여복지의 성격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1. 국가적 책임의 강화 - 신자유주의가 아니다?

2001년 사회복지학계에서는 김대중정부의 '생산적복지'를 둘러싼 한국사회복지 성격논쟁이 뜨겁게 진행되었다. 논쟁에서 주도적인 세 가지 흐름을 간단히 소개하면 첫째는 국가책임 강화론(김연명)이다. 이는 사회안정망 확충과 국가책임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개혁적이며, 신자유주의적 요소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신자유주의론(조영훈)이다. DJ의 복지정책은 노동의 탈상품화가 아니라 상품화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서민생활에서 국가의 책임증대가 아니라 시장의 역할강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백하게 신자유주의적이라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보수주의론(남찬섭)이 있다. 신자유주의론에는 반대하지만 DJ 복지개혁의 성격은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보수적·조합주의적 복지개혁의 결과라는 입장이다.
이 논쟁은 사회복지성격 판단의 주요한 준거틀로 국가책임강화를 제시하고 있으며, 국가책임강화를 공적영역의 확대로 인식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공적영역의 확대가 그대로 공공성의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논거는 부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참여정부가 제시하는 '국가적 책임의 강화'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이미 주요 사회보장 재정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의료보험의 중요한 기능이 금융업으로 이전되거나 연금이 증시에 투입되는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는 기업연금 도입에 강력한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교육시장개방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책임으로 인해 강화되는 공공성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참여복지의 '국가적 책임의 강화'는 노무현정부의 개혁성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어에 불과하다. 실현 가능성의 여부를 떠나 사회복지 개혁을 강조하며 지지층을 결집하고자 할 것이다. 물론 최소한의 재정운영을 통해 드러나는 성과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국가적 책임의 강화는 개혁적 이미지 구축과 백화점식 계획을 포장하는 외피일 뿐이다. 오히려 그 실내용은 국가적 책임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NGO의 포섭으로 대체될 것이다.

2. 민간참여의 확대로 관리체계를 강화하라

민간의 참여를 어떻게 확대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은 나온바가 없다. 한 사회복지학자는 이를 '복지정책의 결정과정, 분배과정, 그리고 소비영역에서 이해관계인의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나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노무현정부가 밝히듯이 참여정부는 국민정부의 미비점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정책적 연관선상에 있다. 때문에 참여복지는 생산적 복지와 대당하는 이데올로기라기보다는 생산적 복지의 기본틀 내에서 - 즉, 노동을 조건으로 하는 복지 - 이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하기 위한 실천적 담론에 가까운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정책기조로 제시된 민간참여의 확대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생산적 복지의 맥락으로부터 추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정부는 경제위기와 대량실업 속에서 '복지'를 국정지표로 내세우며 출범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이유로, 그리고 근본적인 이유로 대량실업과 같은 대규모의 사회복지 수요에 대해서 정부가 취하는 입장은 사회적 불만이 정당성 위기에 빠지지 않을 수준의 적당한 지원을 일부에게 주면서 이것을 가지고 최대한의 이데올로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기제를 만드는 것이다. 이때 가장 유용한 수단은 민간자원의 동원이다.
즉, 사회복지가 증폭된 사회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최소비용의 사회'관리'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공공근로로 대표되는 실업문제의 사회안전망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제정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공공근로는 대표적인 사회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실업대책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공근로는 그야말로 효자노릇을 톡톡히 수행했는데,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일자리로 실업률의 축소뿐 아니라 일정정도의 임금의 형태를 띠며 실업노동자를 포섭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대량실업이라는 위기국면에 있어 민간자원의 동원은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를 앞세운 대규모 모금을 통해 부족한 정부의 재정을 대신할 자원을 모으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실업극복의 주체를 실업자 개인으로 떠넘김으로써 실업의 문제를 국가의 책임으로부터 민간의 책임으로 떠넘기는데 성공한다. 전국적인 생계비지원과 물품지원을 전국에 200여 단체에서 수행하였고, 정부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까지 정부를 대신하는 '따스한 손길'이 전해졌다. 그러나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에선 실업기금의 투명한 사용이라는 명분 아래 지역단체들과 실업자 주체들의 요구가 무시되었으며, 경제회복이라는 부풀림 속에 지원은 중단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이미 사회보장틀의 제도적 보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진행되었다. 즉, 대량실업으로 인한 자활보호대상자 등의 지출은 확대되었으나, 폭발하는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또한 김대중 정부가 국정지표로 제출한 '생산적 복지'의 획기적인 구현태가 필요한 시점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제정된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는 기초법의 제정을 '복지'영역의 확대로 과도하게 해석하거나 온전히 시민사회운동의 성과인양 포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는 기초법이 시행되고 해를 거듭할수록 이를 주도했던 단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책의 참여자로 결합하여, '어쩔 수 없는 합의'와 이에 대한 침묵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 하에서 민간의 참여가 많은 부분 확대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미 선거과정에서 결합했던 다양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개혁적 연구자들이 노무현정부에 참여하고 있음을 우리는 확인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영역의 공익대표를 표방하는 NGO들이 일정한 수준에서 참여복지정책에 참여하며, 많은 부분 합의하고, 부상될 수 있는 다양한 민중의 불만을 스스로 관리할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정권은 김대중 정권과 달리 대량실업이나 위기관리책을 넘어서 '경제성장-고용확대-빈곤감축'이라는 포괄적 정책기조를 내걸며 출발했다. 이는 DJ보다 더욱 다양하고 적극적인 민간자원의 동원을 필요로 하게될 것이다. 경제성장은 불투명하며, 설령 경제성장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노동의 불안정성이 자리잡은 사회구조와 금융재벌의 독주 속에서 고용의 확대 없는 경제성장일 뿐이다. 극대화된 빈부의 격차와 저임금과 일상적 실업의 경험으로 형성된 광범위한 빈곤계층의 삶의 보장은 묘연할 뿐이다. 여기에 참여복지의 또다른 궁지가 있다.

3. 민중의 철저한 배제를 감춘 전국민복지시대

민간참여의 확대의 기반이 될 참여복지 정책기조의 핵심은 보편적 복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부에서는 '참여복지'보다 '전국민 복지시대'라는 개념이 더욱 적절하다고 설명한다. 복지의 주 공급대상을 사회적 취약계층에 한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국민을 위한 복지로 전환한다는 것이 바로 '보편적 복지'이다.
그동안의 복지정책이 저소득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계속적으로 강조하며 '저소득층의 복지에서 전국민의 복지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원칙적으로는 환영할만하나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정책 역시 제대로 펴고 있지 못한 현실에서, 전국민 복지로 전화과정이 오히려 소외계층을 소외시킬 수 있음을 우려한다.
이러한 우려는 2003년 사회복지예산을 살펴보면 보다 잘 드러난다. 2002년 사회복지예산보다 7.8% 의 소폭증가에 그치고 있으며, 저소득층의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예산은 3.5%로 증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수급권 인원도 5만 명 축소되었다. 최빈곤층에 대한 적극적 보장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단히 협소한 복지재정규모로 전국민의 복지시대를 열겠다는 것은 납득되기 어렵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 전국민 복지시대라는 기조의 내막을 보다 면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보편적 복지의 주장 속에서 민간참여의 확대의 실 주체가 누구인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권의 일차적 주체인 저소득 빈곤계층의 참여는 배제된 채, 평균적 측면에서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영역이 여기에 포괄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러할 때 참여복지이념이 구현하고자 하는 보편적 복지의 성격이 무엇인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보편적 복지'는 시민권으로서의 복지를 제시하는 것일 수 있다. 이는 권리로서의 복지를 규정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이로부터 즉각 몇 가지 쟁점이 출현한다.
시민의 본질은 무엇이며, 시민들 사이의 권리와 의무의 관계와 더불어 시민과 국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규제할 것인가의 문제, 그리고 변화하는 현실에서의 현재의 시민권과 지배적 패러다임에서의 시민권의 가정은 어떻게 변화하였는가에 대한 쟁점. 더욱이 한국사회에서의 시민권 개념이 '시장 능력과 독립되어 복지를 결정하는 사회적 권리'가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요구를 억압하는 데 복무했던 역사적 경험이 있는만큼, 만일 시민권(으로서 복지) 개념 자체가 발본적으로 문제삼아지지 않고 문제에 대한 선험적 해결책으로 제시된다면 이는 오히려 대중(특히 빈민대중)의 권리를 파괴할 뿐이다.
참여복지가 갖는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전국민 복지시대·시민권적 복지라는 일견 긍정적인 명분을 제시하면서, 실재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의 지지기반의 확대, 노동자·민중에 대한 배제라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

나가며

지난 3월 26일 교보문고 뒤편에서는 최옥란 열사 1주기를 추모하는 조촐한 문화제가 열렸다. 생산적 복지의 대표적 희생양이었던 최옥란 열사의 죽음이후 1년이 지났다. 참여정부, 참여복지시대가 열렸다고 하나, 빈곤의 삶은 더욱 척박한 삶을 재생산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최옥란 열사를 통해서, 투쟁만이 스스로의 권리를 쟁취해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 복지가 다른 방법으로 제도화되거나 획득된다고 해서 민중복지가 실현되는 것이 아니듯이, 노동자·민중이 권리로서 받아들이는 복지는 투쟁을 통해서만 획득될 수 있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 5년 동안 파탄난 민중의 삶은 다양한 투쟁을 통해 분출됐다. 2001년 노동권·생활권 쟁취를 위한 민중복지한마당을 시작으로 최옥란 열사의 투쟁, 민중복지쟁취와 불안정노동철폐를 위한 투쟁 등 민중의 복지와 권리를 스스로의 투쟁으로 획득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민주노총 역시 2003년 사회공공성강화와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복지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2003년 민중의 복지 쟁취를 위한 투쟁은 노무현정권의 참여복지의 허구성을 밝혀내는 투쟁이며, 노동자·민중의 권리 획득을 위한 연대투쟁이 될 것이다. PSSP
주제어
빈민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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