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0.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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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총선과 민중운동의 대응

박주영 | 편집실
<b>민중운동진영, 이대로 총선시기를 맞을 것인가</b>

IMF이후의 한국사회는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지속되는 시간이었다. 작년 상반기 노동자들의 총파업 투쟁, 반민중적, 반교육적 BK21에 맞선 교수와 학생들의 투쟁, 그리고 철거민의 주거권 보장과 빈민생존권 투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저항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하반기 노동자대회와 민중대회를 통해, 극심한 고용불안과 노동조건의 불안정화로 하루하루를 위기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분노, WTO협상과 농가부채 문제로 인한 농민들의 분노가 폭발하였다. 이러한 노동자, 농민, 빈민들의 대중적 투쟁은 '신자유주의 반대'가 전체 민중운동이 공감하는 실천적 과제이자 목표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현재 양대 노총은 2000년 상반기 투쟁을 결의하고 있으며, 특히 민주노총은 3, 4월 총력투쟁과 5월 총파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부문, 금융부문의 구조조정 반대, 주5일(40시간)노동의 법제화, 생활임금의 확보는 그 동안 일방적으로 희생당해왔던 노동자 민중의 양보할 수 없는 권리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IMF와 구조조정의 가장 큰 문제인 실업의 확산, 비정규직화, 연봉제의 도입 등 노동의 불안정화와 유연화이다.
이런 점에서 노동자 내에서도 조직노동자와 미조직노동자, 노동기본권조차 박탈당하고 있는 실업노동자의 연대 그리고 노동자와 도시빈민, WTO 체제의 최대피해자인 농민들의 연대와 공동투쟁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고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새천년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러한 투쟁들이 여전히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분산적으로 진행된다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과 제도정당의 '개혁' 이미지화 작업이 민중들의 정치적 요구를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의 물갈이와 세대교체, 새로운 젊은층의 인입이 국민적인 요구이고 민중들의 바램인 것처럼 왜고되고 있는 것이다. 생존권을 지키려는 민중들의 처절한 투쟁은 총선시민연대와 정치권의 허구적인 공방속에서 재갈물리고 질식당하고 있는 것이다.


<b>정세의 엄중함을 인식해야 한다</b>

현재의 '개혁'정국에 파열구를 내고 민중의 행동과 실천을 조직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후보 전술을 준비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청년진보당은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논의에 국한된 채, 진보정당으로서 현재의 시급한 문제들에 대해 어떠한 실천도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
몇명의 후보를 낼 것인가 라는 문제와 정당의 법률적 생존에 급급한 나머지, 민중투쟁을 방기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1인2표와 정당명부제의 획득은 진보정당'만'의 투쟁이 아닌 계급 대중들의 투쟁 속에서 제기될 때 그 진정한 의미가 이해되고 인정되는 것이다. 낙천·낙선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의 정치'가 정국을 휩쓸고 있을 때, 자신이 기반해야 하는 민중투쟁과 결합하지 못하는 진보정당의 정치개혁은 대중적인 힘을 가질 수 없으며 그래서 보수정당들의 선거법 협상에 기대할 수 밖에 없는 대기주의적 오류를 범한 것이다.

비례대표제를 전제한 선거전략이 현실적으로 파탄난 상태에서, 민주노동당이 특정지역으로 제한되는 선거운동과 당의 법률적 해산문제에 집착한다면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현실적이고 조직적인 기반을 상실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진보진영 내의 여러가지 이견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이 필요한 최소한의 이유는 '전국적이고 일상적인 정치투쟁이 가능하다'는 점에 존재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이번 총선을 전후하여 진보정당이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민중들의 투쟁에 적극 결합하고 총선공간에서 이를 정치화시키지 못한다면 당의 법률적 생존과 무관하게당의 민중적이고 조직적인 생존이 위태로워지면서 자기분열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b>조작된 개혁주의에 맞선 민중진영의 공동대응이 절실하다</b>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은 선거체제의 안정화, 합리화를 지향하면서, 실질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형식적인 절차의 문제와 시민단체의 대리정치로 귀결시키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
낙천·낙선운동의 성공은 결코 전체 민중의 정치경제적 삶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으며, 갈등과 사회적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이라는 점을 희석시킬 뿐이다. 그래서 개혁정국 속에서 파괴되고 있는 민중의 권리와 생존권을 지켜가기 위해, 진보진영 공동투쟁을 조직하고 허구적인 개혁 논리를 공격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역 대중조직, 지역 민중들의 투쟁과 연대하는 진보진영의 공동후보단 또는 공동 투쟁기구의 건설을 모색하고 추진할 수 있는 조직적인 활동에 의해서 뒷받침되어야 한다.

작년 하반기 두차례의 민중대회에서 확인된, IMF이후 노동자민중들의 삶 자체를 피폐화시킨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민중들의 분노와 노동자·농민·빈민들의 강력한 연대를 기억하자. 작년말 우리에게 민중적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확인시켰던 시애틀에서의 WTO반대 운동으로 한 세기가 마무리됐다면, 한세기의 시작은 개혁으로 치장한 신자유주의연합에 맞서 체제의 합리적 개혁이 아니라, 민중의 실질적 생존권을 지키고 신자유주의를 파탄내는 총력투쟁으로 열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투쟁의 시발점은 3월 민중대회가 되어야 한다.


<b>상반기 투쟁의 시발점, 3월 민중대회로 가자</b>

4·13 총선을 한달 넘게 앞두고 있지만 이미 정국은 총선국면으로 돌입하였다. 총선을 관통하는 상반기 투쟁은 대부분 5월을 전후로 일정이 잡혀 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금권주의, 지역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총선에서, 민중들의 투쟁을 조직하고 신자유주의 반대를 정치적으로 쟁점화하지 못한다면서 노동자·민중은 또다시 정치적 배제자이자 소외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99민중대회위원회를 전환하여 2000년 투쟁의 주체로 세우려는 움직임과 노동자, 농민, 빈민 대중조직의 연대를 기반으로 올해 안에 상설 공동투쟁체를 건설하자는 주장에 대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구상이 관념이 아닌 현실의 계획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재 노동자·농민·빈민 단위에서 제안되고 있는 3월 민중대회를 힘있게 추진하고,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반대 투쟁, 농민들의 수입개방 반대 농가부채 투쟁 그리고 동절기의 폭압적 강제철거에 맞서는 빈민들의 투쟁을 신자유주의 반대, 김대중정권 반대 투쟁로 집약하여야 한다. 노·농·빈의 강력하고 단일한 투쟁전선의 형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

지금은 현재의 정치정세에 대응하여 투쟁으로 모아진 민중의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공간으로 3월 민중대회를 배치하고 총선투쟁을 위한 민중운동 공동의 발걸음을 마련해야만 하는 시기이다. 그 동안 고통분담으로, 노사협조로, 개혁이라는 이름만으로 모든 갈등을 봉합해왔던 김대중 정권이 누구의 희생에 의해 유지되어 왔는지를 분명히 하고, 이에 반대하는 노동자민중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과정만이, 현재 개혁정국 자체가 갖는 반민중성을 전환시키는 무기가 될 것이다.
또한 3월 민중대회를 계기로, 민중운동진영은 현재의 정세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인식을 마련하고 2000년 투쟁에 대한 공통투쟁의 계기들을 중장기적으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의 5월 총파업 또한 이러한 3월 민중투쟁과 총선투쟁을 기반으로 했을 때 그 파괴력과 힘이 배가 될 수 있으며 정권의 '포섭과 분리' 정책을 극복하고 수세적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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