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3.10.39호

아이들의 먹거리, 학교급식 개선운동을 시작하자

김준수 | 민주노동당 서울시지부 사무처장, 민주노동당 성북 갑 지구당 위원장
1. 들어가며 : 학교가면 식중독 걸리는 세상!!

“급식이 맛없고 지저분해서 점심은 매점에서 빵이나 라면으로 대충 때운다”
“밥에서 수세미와 담배꽁초가 나온 적이 있었고 식사 후 속이 자주 메슥거렸다”
“우리 아이는 방학 때는 괜찮다가 개학만 하면 아토피성 피부염이 도진다”

예로부터 “밥이 보약”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먹은 밥은 식중독 균의 서식처가 되어버렸다. 현재 학교급식은 전국적으로 655만 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먹고 있다. 전체 국민의 1/7이 먹는 이 학교급식은, 국민건강의 중요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무책임한 행정으로 아이들의 건강을 도모하기보다 오히려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가 되고 있다.
현재 발생되는 식중독 사고의 70%가 학교급식에서 발생되고 있다. 올 상반기만도 학교급식으로 인한 식중독 사고는 33건이나 달하고 3,471명이 피해를 당했다. 게다가 25%에 달하는 학생들이 아토피를 앓고 있고 방학 땐 괜찮다가 개학하면 증세가 악화되는 등 학교급식의 안정성은 이미 위험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2. 학교급식의 현황과 문제점

1) 비위생적이고 안전하지 못한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로 인한 연간 사회, 경제적 손실이 1조 3천억 원 이상이라는 발표가 나온 가운데 전체 식중독 환자 중 학교급식을 통해 발생한 환자의 비중이 1996년 19.4%에서 2001년에는 76.3%로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27%수준으로 줄어들었으나 다시 올해 들어 지난 3월 말 서울, 경기지역 등에서 중■고등학생 1,500여명이 식중독에 걸리는 등 학교급식에 의한 식중독 사고가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지난 4년 동안 직영급식을 하는 학교에 비해 위탁급식을 하는 학교에서 '98년 7.9배에서 ‘99년 6.5배, '00년 3.3배, ’01 4.4배나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는 등 위탁급식에서의 위생관리가 더욱 문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직영보다 위탁급식에서 수입농산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입산 식재료를 가장 많이 쓰는 육류의 경우 수입쇠고기 사용이 많으며, 위탁급식학교의 절반이상(55.9%)은 수입쇠고기를 90% 이상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 국가의 책임을 시장에 떠넘긴 위탁급식

현행 학교급식법에서 “학교급식을 위한 시설의 설치운영을 위탁하거나, 조리 가공한 식품을 운반하여 위탁급식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정의된 위탁급식은 학교급식 시설의 설치와 유지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방기한 결과다. 국가가 예산확보 없이 실적위주로 학교급식을 확대하기 위해 위탁급식제도를 도입하고 위탁업체가 이윤 위주로 학교급식을 운영하는 것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특정업체에게 급식시설을 짓게 하고 3년간의 운영을 보장해주는 위탁급식제도로 인해 학교급식은 아이들의 영양과 질보다는 어떻게든 이윤을 남기려는 업자들로 인해 시장으로 전락해버렸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질 낮은 수입농산물이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 안전과 위생대책이 부족한 시설에서 만들어지는 밥을 먹고 있는 것이다. 직영에 비해 위탁급식의 경우 식중독은 4배, 올해 들어 18.8배에 달할 정도로 위탁급식은 위험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는 아이들의 먹거리가 급식업자들의 시장판으로 내몰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중학교의 100%, 고등학교의 96.7%가 위탁급식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식중독의 위험에 우리 아이들이 노출되어 있다.
또한 위탁급식은 업체선정과 계약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관리 감독에도 한계가 있어 각종 비리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역시 아이들의 밥상을 시장에 내맡긴 결과인 것이다.

3) 지나치게 높은 학부모 부담,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턱없이 부족한 지원

현행 학교급식법은 기본적인 식품비 이외에도 연료비 및 학교급식 종사자의 인건비를 학부모와 후원회에서 부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부모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 그 결과 학교급식에 지출되는 전체 비용은 연간 2조 2,593억원으로 이중 학부모가 1조7,777억원(78.7%)을 부담하며,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는 4,802억원(21.2%)을 부담하는데 그치고 있다.
또한 현재 정부의 결식학생 지원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중식 지원하는 약 30만 5천명(전체 학생수의 3.9%, 국고지원 총액 569억4500만원)과 보건복지부에서 취학, 미취학 학생들에게 중■석식을 지원하고 있는 13,255명을 합쳐 약 32만 명이다. 이러한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지원현황은 중■고교 학비지원수인 총 56만 명(기초수급자 16만 명+저소득층 학비지원 40만 명) 수준과 초등학교 지원대상을 포함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이러한 급식지원의 체계가 교육인적자원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되어 있고, 각 부처별로 지원학생 선정기준도 달라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4) 교육의 일환으로서의 학교급식에 대한 인식 몰이해

학교급식의 본질적인 문제는 정부가 학교급식을 단지 위생관리의 차원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정부는 학교급식에 대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학교급식 역시 공교육의 일부이며, 마땅히 국가와 지방자치체가 책임져야 한다. 특히 초중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유아교육과 고등학교 교육까지 무상교육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학부모가 급식비를 부담하고 있는 현실은 잘못된 것이다.
또한 학교급식은 올바른 식생활 습관을 통한 영양 및 건강관리, 전통 식생활 문화, 식량 생산 과정에 대한 이해 등에 관한 교육과정이기도 하다. 영양 교육의 부재는 학생들의 건강을 파괴시킨다. 패스트푸드의 지나친 선호가 학생들의 비만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편식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을 낳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직접적으로는 체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간접적으로는 영양교육을 통하여 가정에서의 식생활 개선을 도모하는 교육사업으로 학교급식을 인식하고 있다.

3. 학교급식 개선운동의 의의

1) 학교급식 운동은 발상의 전환 - 공공성을 지키는 운동

“밥은 하늘”이라고 했다. 학교급식은 위탁업체의 돈벌이가 아니라 아이들의 영양과 건강, 그리고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어야한다. 단지 도시락 없이 한 끼를 해결하는 것만으로 학교급식을 사고한다면 현재와 같은 돈벌이 위탁급식의 관행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사람살이의 가장 기본이 되는 먹거리, 교육, 보건, 복지 등은 개인의 경제능력과 상관없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공공의 권리다. 학교급식운동은 이러한 급식의 공공성을 경제논리와 효율성 논리로 모두 민간위탁업자에게 넘겨온 정부의 정책을 바로잡고 먹거리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운동이다.
따라서 학교급식은 학부모의 능력에 따라, 학교장의 재량에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관리책임의 의무를 분명히 하고 무상교육의 일환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하고 위탁급식을 직영급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2) 우리 농업과 환경을 살리는 운동

학교급식을 위탁에 맡기게 됨에 따라 위탁업자들은 자신의 이윤을 남기기 위해 값싸고 검증되지 않은 수입농산물을 식재료로 쓰고 있다. 학교급식에서 안전한 우리농산물을 사용하기만 한다면 아이들의 입맛은 물론이고 농촌회생 또한 도모할 수 있다. 이미 미국, 일본에서는 학교급식에 자국 농산물을 사용한다는 규정을 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이 같은 규정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되도록 싼 음식을 먹이려하는 것 때문에 수입식품이 판을 치는 것이다. 점차 우리농산물은 경쟁력을 잃고 우리식탁에서까지 밀려나게 된다. 학교급식은 우리농산물의 소비확대의 일환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입맛을 지켜주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이다. 더욱이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식품을 만들기 위해 농가는 보다 친환경적인 농산물을 경작함으로써 우리의 땅과 환경을 지켜낼 수 있는 것이다.

3) 주민을 주체로 세우는 대중운동

그 동안 학교급식의 문제점은 아주 오랫동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제기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태도는 무사안일, 복지부동, 무관심과 면피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국회와 정부만이 아니라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러한 태도는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학교급식운동은 시장에게 조례를 제정해달라는 “청원” 방식이나, 의원들의 발의에 기대를 거는 소극적인 방식이 아니라, 바로 주민 스스로가 조례를 만드는 발의자가 되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시민의 힘으로 학교급식을 바꾼다."는 기치 아래 시민들 스스로 조례제정 발의자가 될 것을 결의하는 서명운동을 광범위하게 진행해야한다. 이러한 주민발의 방식은 광범위한 서명운동 과정에서 사회적 명분과 공감을 획득해갈 것이며, 나아가 정치적 ‘힘’으로 조직될 것이다.

4. 들불처럼 번지는 학교급식운동

이러한 학교급식의 문제점을 바꾸기 위해 전국의 학부모, 교사, 시민단체, 주민들, 민주노동당 등이 조직적으로 나섰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위탁급식을 직영급식으로 바꾸고, 안전한 우리농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해서 우리 농업도 살리고, 무상교육의 일환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관리감독 책임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전국의 각 시, 도, 군에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운동본부가 발족하여 자치단체가 학교급식을 책임지라는 "조례제정운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전남에서는 민주노동당 전종덕 전남도의원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 4만9천549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달 4월 24일 전라남도에 조례 제정 청구서를 접수시키는데 성공했고, 결국 주민의 힘으로 전라남도의회의 만장일치로 학교급식조례를 제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 전국의 15개 광역시도에서는 학교급식조례제정을 위한 운동본부가 건설되어 열성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서울 역시 민주노동당 서울시지부, 전교조 서울지부,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민주노총 서울본부, 참교육학부모회 등 40여개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여서 운동본부를 결성했으며, 지역별로 19개 구에서 운동본부를 건설하거나,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주민들의 힘으로 학교급식을 바꾸고 시장으로 내몰려 있는 아이들의 먹거리를 공공의 영역으로, 교육의 영역으로 되살려 내는 것만이 남았다. PSSP
주제어
교육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