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와 세계화 2] 영국 국영의료서비스의 민간자본유치사업, 민영화의 첫 단초인가?
이번 <보건의료와 세계화> 기획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공적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서 기획되었다. 특히 초국적 자본이나 투기자본들이 각 국의 공적의료체계를 사유화하고 독점하는 과정과 여기서 세계은행이나 IMF와 같은 국제기구들의 역할을 살펴볼 것이다.
그 두 번째인 이 글은 영국에서 국영의료서비스가 민영화되는 과정을 살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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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영의료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s)의 민간자본유치사업(PFI; Private Finance Initiative), 민영화의 첫 단초인가?
왜 민간자본유치사업 인가?
영국 국영의료서비스 병상공급 정책 약사(略史)
: 영국의 지역거점병원(District general hospitals) 설립 경과
국영의료서비스를 도입하던 초기의 예상과 달리 병상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이에 대한 대비책 수립이 필요해지면서 국영의료서비스 병상공급의 핵심정책으로 1962년에 전국적으로 인구 100,000~150,000명당 600~800병상규모의 224개의 지역거점병원(District general hospital)을 건립할 것을 제안한 ‘병원 계획(Hospital Plan)’이 수립되었다. 그 결과 1962-1971년까지 10년 동안 £500백만 파운드에 해당하는 비용을 들여, 새로운 지역거점병원을 신축하거나, 기존의 병원을 지역거점병원의 기준에 맞게 시설개선이 이루어졌다.
‘병원계획’에 따라 영국의 지역거점병원은 동일한 장소에서 많은 수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하는데 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기본 개념에 입각하여 추진되었다. 그리고 1970년대 초까지 1/3은 계획대로 신설되었고, 1/3은 기존 병원의 시설개선을 통해 추진되었으며, 계획의 1/3은 예산부족으로 추진되지 못하였다. 1991/1992년 회계 연도 기준으로 영국 전역에 200개가 넘는 지역거점병원이 분포하고 있으며, 인구 150,000~200,000명에 이르는 인구집단에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지역거점병원은 영국 병원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들 지역거점병원들은 500개의 임상진료 영역 중 300개 이상을 수행할 수 있는 시설, 장비 인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전체 의료행위의 60%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지역거점병원은 1980년대까지 국영으로 운영되었으나, 1991년의 개혁조치 이후에는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라는 국영의료서비스내의 비영리조직으로 변화되었으며, 지역보건당국(district health authority)의 통제권 밖으로 벗어나게 되었다.
민간자본유치사업 등장 배경
1970년대 중반 경제위기의 심화 이후에 의료시설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단지 1980-1997년까지 국영의료서비스 내에 7개의 의료시설 확충계획만 추진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의료시설에 대한 투자부족은 국영의료서비스 내에 심각한 문제를 만들게 된다. 의료시설의 낙후, 대기환자의 급증, 의료시설의 신축과 개․보수의 필요성이 급증하였다. 그러나 정부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결국 영국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던 국영의료서비스에 대한 대중적 불신이 커지게 되었다.
결국, 1970년 중반부터 지속된 영국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하에서 의료시설에 대한 대규모 정부재정 투자를 대신하여, 대중적 불만을 관리하기 위해, 부족한 의료시설 투자에 정부 재정 대신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국영의료서비스 내에 민간자본유치사업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국영체제로 운영되던 지역거점병원을 비영리병원의 조직체계로 변화시키면서 만들어진 트러스트 체제가 그 실현을 위한 사전 조치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들은 이데올로기적으로는, 공공과 민간의 협력(Public-Private Partnership)의 강화를 목표로 추진되었다.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 설립개요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는 1990년에 제정된 국가보건서비스와 지역보건법(The NHS and Community Care Act)에 의거해서 설립되었다.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는 영국 정부로부터 시설을 임차하여 지역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조직의 형태로 출발하였고, 임차비로 1년마다 총 자산가치의 6%에 해당하는 비용(Capital charge)을 재무성에 지불하여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병원 시설에 대한 자본투자의 책임이 정부당국에서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로 이전되었다.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가 재무성에 지불한 임대료는 지역보건당국에 재배정되어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가 지불할 수 있는 충분한 비용을 보상해주는 데 활용되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트러스트의 설립은 자본의 흐름만 복잡하게 만든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의 설립으로 인해서, 영국 병원에 대한 운영비와 시설투자비용은 국가 재정에서 분리되고, 시설투자는 개별 트러스트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게 되었다는 점은 대단히 중요한 변화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개별 트러스트의 판단에 따라서 의료기관 설립과 운영에 민간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영국의 국가의료서비스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변화의 대목이다.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는 영국 재무성을 독점 자본 투자자(대부자)로 하여 설립된 비영리기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병원의 새로운 시설투자를 하고자 하는 경우 ① 자체 자산매각, ② 정부재정으로부터 임차(이자율 6%), ③ 민간자본의 유입, ④ 비용절감과 서비스 공급 축소 등의 방식만을 활용할 수 있었다. 결국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의 도입을 통해서, 새로운 공공시설에 대한 자본 투자를 부채의 순환체계로 바꾸어 버린 것이라 할 수 있다(표 1).
<표1 생략>
국영의료서비스에서의 민간자본유치사업 추진 경과
민간자본유치사업의 개요
1992년 보수당 정권 하에서, 영국의 공공부분 자본투자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이 처음 시도되었고, 블레어의 노동당 정부도 이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표명하여 현재까지 추진되고 있다. 국영의료서비스에서 초기에는 병원 주차장, 쓰레기 소각장 건립 등에 민간자본이 유입되었지만, 1995년 제반 규정이 바뀌면서 대규모 자본투자를 원하는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에서 민간자본조달 기전 방법으로 민간자본유치사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되었다. 지금은 민간자본의 투자는 병원시설 건립과 서비스 제공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영리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병원시설에 자본을 투자하여 병원 건물과 장비를 구비․관리하고, 그 시설과 장비를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에 20-60년 동안 임대(Lease)하여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가 병원을 운영하면서 국영의료서비스운영 체계 안에서 지역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민간자본은 그 기간동안 임대료로 병원 건립비용의 일정비율(11-19%)을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에 청구하여 투자재원을 회수하게 되며, 결국 이렇게 새로 건립된 병원의 소유와 운영 형태는 민간소유 공공운영(public management of privately owned hospitals)이라고 할 수 있다. 민간 컨소시엄과의 계약과정에서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국영의료서비스 소유의 토지와 병원을 매각하는 것도 계약에 포함되기도 하여, 공공소유의 병원이 점차 감소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정부 재정당국이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의 시설 투자에 대한 추가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기관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는 자체적으로 민간자본유치사업을 통하여 시설 투자자금을 조달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까지 처하게 된 것이다.
정부의 입장에선 과거와 같이 의료기관 설립에 소요되는 초기 투자재원의 부담이 없다는 점과 시설과 장비에 민간이 투자, 관리하게 되면 보다 효율적일 것이라는 주장이 민간자본유치사업을 옹호하는 근거로 제기되고 있으나, 영국 내에서는 정부에서 지불하는 11-19%에 이르는 임대료는 터무니없이 높다는 비판이 비등한 실정이다. 비록, 관리비와 투자원금이 배제되어 있기는 하지만, 영국 재무부 대출이자가 3.5%인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임대료가 대단히 높은 것이다. 1998년 초에 15개 프로젝트에 총 12억 파운드(2조4천억 원)에 이르는 투자계획이 발표되었고, 1998년 4월에 10개 프로젝트에 총 23억 파운드(4조 6천억 원)의 계획이 발표되었으며, 향후 이러한 투자 규모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민간자본유치사업의 문제점
공적 재원보다 값비싼 재원조달 방법
기본적으로 민간자본유치사업은 자본투자에 대한 임대료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초기 자본투자(capital charge)와 동일한 방식이나, 재원의 출처가 민간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현재 민간자본유치사업을 통한 재원이 오히려 과거 공적재원보다 매우 비싼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그 결과 과거 재정에서 지원 받아 임대료를 지불하던 돈으로 현재는 보다 적은 규모의 민간이 설립한 병원 임대료 밖에 지불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민간시설에 대한 임대료의 기준이 되는 자산가치 평가에 거품이 많기 때문이다. 그 규모가 대체자산의 2배에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는 자본투자보다 더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민간시설에 대한 사용료는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① 사용료로 건축비, 이자, 시설 장비 유지비이며, 임대료의 성격을 지니는 돈과 ② 서비스 비용으로 청소, 전기, 세탁비로 구성되어 있다. 민간자본유치사업가 국가 재정에 요구하는 시설 임대료는 연 건축비의 11.2-18.5%에 이르고 있고, 자본투자가 연 6%임을 비교해봐도 대단히 높게 책정되어 있어, 투자된 민간 자본의 수익성을 철저하게 보장해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민간자본은 비싼 자산가치평가를 통해서 공적 재원보다 높은 임대료를 받아가고 있으며,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로서는 동일한 예산으로는 그 비용을 감당하기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사회 필요에 의한 자원배치 기능의 소실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는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① 자본투자(capital charge), ② 자산매각 대금, ③ 서비스 제공에서의 비용 절감, ④ 기타 영리활동(소매업, 민간보험 환자진료 등)을 통해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도 부족하기 때문에 현재 다음과 같은 방식을 통해서 재원을 보충해나가고 있다.
- 재정부의 보조금(smoothing mechanism)
- 공공 소유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에 지원할 자금의 민간자본유치사업으로 전환
- 임대료 대신 민간자본유치사업에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 자산 매각권 부여
- 인력에 지출되는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 예산을 민간자본유치사업 임대료 지출로 전환
민간자본유치는 오히려 이전 보다 많은 돈을 국가재정에서 지불하게 하고, 예전에 공공시설 확충과 서비스 제공에 지출되던 비용의 일부분이 민간자본 임대료로 전환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에 트러스트의 예산규모가 동일한 경우라면 이러한 경향이 점차 확대될수록 비용절감을 이유로 인력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되면서 공공병원에서 공급되는 서비스의 절대 양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국민에게 필요한 만큼의 보건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자 하였던 국영의료서비스의 설립 목적은 이뤄지기 어려워지고, 초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정부가 이전보다 많은 돈을 지출하여야 할 것이다. 결국, 민간자본유치사업의 도입은 국영의료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의 하나였던 지역사회 필요에 근거한 의료자원의 공급과 배치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영의료서비스 민영화의 핵심 기전
민간자본유치사업을 통한 자본의 높은 비용으로 인해서 국영의료서비스의 서비스 공급역량과 인력이 축소되고 있다. 특히, 장기요양서비스, 치과서비스, 안과서비스(Optical service), 비응급수술과 관련한 공적 제공이 감소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예산 부족과 서비스 공급역량의 축소를 만회하기 위해서 국영의료서비스 일차의료트러스트(primary care trust)는 국영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가입 자격을 재조정하고 있으며, 지불능력을 갖춘 민간보험환자를 적극적으로 유입하려 하고 있다. 현재, 다양한 국영의료서비스 시설과 비-국영의료서비스시설을 하나로 통합하고자 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은 민간자본에게 새로운 수익을 위한 시장을 만들어주는 매력적인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앞으로 제한 없이 지속된다면, 국영의료서비스의 민영화, 민간보험과 민간공급체계로의 재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PSSP
<참고문헌>
1. Declan Gaffney, Allyson M Pollock, David Price, Jean Shaoul. The private finance initiative NHS capital expenditure and the private finance initiative-expansion or contraction? BMJ 319: 48-51, 1999
2. Declan Gaffney, Allyson M Pollock, David Price, Jean Shaoul. The private finance initiative PFI in the NHS-is there an economic case? BMJ 319: 116-119, 1999
3. Declan Gaffney, Allyson M Pollock, David Price, Jean Shaoul. The private finance initiative Planning the "new" NHS: downsizing for the 21st century BMJ 319: 179-184, 1999
4. Declan Gaffney, Allyson M Pollock, David Price, Jean Shaoul. The private finance initiative The politics of the private finance initiative and the new NHS BMJ 319: 249-253, 1999
그 두 번째인 이 글은 영국에서 국영의료서비스가 민영화되는 과정을 살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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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영의료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s)의 민간자본유치사업(PFI; Private Finance Initiative), 민영화의 첫 단초인가?
왜 민간자본유치사업 인가?
영국 국영의료서비스 병상공급 정책 약사(略史)
: 영국의 지역거점병원(District general hospitals) 설립 경과
국영의료서비스를 도입하던 초기의 예상과 달리 병상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이에 대한 대비책 수립이 필요해지면서 국영의료서비스 병상공급의 핵심정책으로 1962년에 전국적으로 인구 100,000~150,000명당 600~800병상규모의 224개의 지역거점병원(District general hospital)을 건립할 것을 제안한 ‘병원 계획(Hospital Plan)’이 수립되었다. 그 결과 1962-1971년까지 10년 동안 £500백만 파운드에 해당하는 비용을 들여, 새로운 지역거점병원을 신축하거나, 기존의 병원을 지역거점병원의 기준에 맞게 시설개선이 이루어졌다.
‘병원계획’에 따라 영국의 지역거점병원은 동일한 장소에서 많은 수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하는데 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기본 개념에 입각하여 추진되었다. 그리고 1970년대 초까지 1/3은 계획대로 신설되었고, 1/3은 기존 병원의 시설개선을 통해 추진되었으며, 계획의 1/3은 예산부족으로 추진되지 못하였다. 1991/1992년 회계 연도 기준으로 영국 전역에 200개가 넘는 지역거점병원이 분포하고 있으며, 인구 150,000~200,000명에 이르는 인구집단에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지역거점병원은 영국 병원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들 지역거점병원들은 500개의 임상진료 영역 중 300개 이상을 수행할 수 있는 시설, 장비 인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전체 의료행위의 60%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지역거점병원은 1980년대까지 국영으로 운영되었으나, 1991년의 개혁조치 이후에는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라는 국영의료서비스내의 비영리조직으로 변화되었으며, 지역보건당국(district health authority)의 통제권 밖으로 벗어나게 되었다.
민간자본유치사업 등장 배경
1970년대 중반 경제위기의 심화 이후에 의료시설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단지 1980-1997년까지 국영의료서비스 내에 7개의 의료시설 확충계획만 추진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의료시설에 대한 투자부족은 국영의료서비스 내에 심각한 문제를 만들게 된다. 의료시설의 낙후, 대기환자의 급증, 의료시설의 신축과 개․보수의 필요성이 급증하였다. 그러나 정부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결국 영국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던 국영의료서비스에 대한 대중적 불신이 커지게 되었다.
결국, 1970년 중반부터 지속된 영국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하에서 의료시설에 대한 대규모 정부재정 투자를 대신하여, 대중적 불만을 관리하기 위해, 부족한 의료시설 투자에 정부 재정 대신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국영의료서비스 내에 민간자본유치사업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국영체제로 운영되던 지역거점병원을 비영리병원의 조직체계로 변화시키면서 만들어진 트러스트 체제가 그 실현을 위한 사전 조치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들은 이데올로기적으로는, 공공과 민간의 협력(Public-Private Partnership)의 강화를 목표로 추진되었다.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 설립개요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는 1990년에 제정된 국가보건서비스와 지역보건법(The NHS and Community Care Act)에 의거해서 설립되었다.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는 영국 정부로부터 시설을 임차하여 지역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조직의 형태로 출발하였고, 임차비로 1년마다 총 자산가치의 6%에 해당하는 비용(Capital charge)을 재무성에 지불하여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병원 시설에 대한 자본투자의 책임이 정부당국에서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로 이전되었다.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가 재무성에 지불한 임대료는 지역보건당국에 재배정되어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가 지불할 수 있는 충분한 비용을 보상해주는 데 활용되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트러스트의 설립은 자본의 흐름만 복잡하게 만든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의 설립으로 인해서, 영국 병원에 대한 운영비와 시설투자비용은 국가 재정에서 분리되고, 시설투자는 개별 트러스트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게 되었다는 점은 대단히 중요한 변화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개별 트러스트의 판단에 따라서 의료기관 설립과 운영에 민간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영국의 국가의료서비스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변화의 대목이다.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는 영국 재무성을 독점 자본 투자자(대부자)로 하여 설립된 비영리기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병원의 새로운 시설투자를 하고자 하는 경우 ① 자체 자산매각, ② 정부재정으로부터 임차(이자율 6%), ③ 민간자본의 유입, ④ 비용절감과 서비스 공급 축소 등의 방식만을 활용할 수 있었다. 결국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의 도입을 통해서, 새로운 공공시설에 대한 자본 투자를 부채의 순환체계로 바꾸어 버린 것이라 할 수 있다(표 1).
<표1 생략>
국영의료서비스에서의 민간자본유치사업 추진 경과
민간자본유치사업의 개요
1992년 보수당 정권 하에서, 영국의 공공부분 자본투자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이 처음 시도되었고, 블레어의 노동당 정부도 이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표명하여 현재까지 추진되고 있다. 국영의료서비스에서 초기에는 병원 주차장, 쓰레기 소각장 건립 등에 민간자본이 유입되었지만, 1995년 제반 규정이 바뀌면서 대규모 자본투자를 원하는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에서 민간자본조달 기전 방법으로 민간자본유치사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되었다. 지금은 민간자본의 투자는 병원시설 건립과 서비스 제공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영리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병원시설에 자본을 투자하여 병원 건물과 장비를 구비․관리하고, 그 시설과 장비를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에 20-60년 동안 임대(Lease)하여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가 병원을 운영하면서 국영의료서비스운영 체계 안에서 지역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민간자본은 그 기간동안 임대료로 병원 건립비용의 일정비율(11-19%)을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에 청구하여 투자재원을 회수하게 되며, 결국 이렇게 새로 건립된 병원의 소유와 운영 형태는 민간소유 공공운영(public management of privately owned hospitals)이라고 할 수 있다. 민간 컨소시엄과의 계약과정에서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국영의료서비스 소유의 토지와 병원을 매각하는 것도 계약에 포함되기도 하여, 공공소유의 병원이 점차 감소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정부 재정당국이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의 시설 투자에 대한 추가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기관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는 자체적으로 민간자본유치사업을 통하여 시설 투자자금을 조달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까지 처하게 된 것이다.
정부의 입장에선 과거와 같이 의료기관 설립에 소요되는 초기 투자재원의 부담이 없다는 점과 시설과 장비에 민간이 투자, 관리하게 되면 보다 효율적일 것이라는 주장이 민간자본유치사업을 옹호하는 근거로 제기되고 있으나, 영국 내에서는 정부에서 지불하는 11-19%에 이르는 임대료는 터무니없이 높다는 비판이 비등한 실정이다. 비록, 관리비와 투자원금이 배제되어 있기는 하지만, 영국 재무부 대출이자가 3.5%인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임대료가 대단히 높은 것이다. 1998년 초에 15개 프로젝트에 총 12억 파운드(2조4천억 원)에 이르는 투자계획이 발표되었고, 1998년 4월에 10개 프로젝트에 총 23억 파운드(4조 6천억 원)의 계획이 발표되었으며, 향후 이러한 투자 규모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민간자본유치사업의 문제점
공적 재원보다 값비싼 재원조달 방법
기본적으로 민간자본유치사업은 자본투자에 대한 임대료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초기 자본투자(capital charge)와 동일한 방식이나, 재원의 출처가 민간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현재 민간자본유치사업을 통한 재원이 오히려 과거 공적재원보다 매우 비싼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그 결과 과거 재정에서 지원 받아 임대료를 지불하던 돈으로 현재는 보다 적은 규모의 민간이 설립한 병원 임대료 밖에 지불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민간시설에 대한 임대료의 기준이 되는 자산가치 평가에 거품이 많기 때문이다. 그 규모가 대체자산의 2배에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는 자본투자보다 더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민간시설에 대한 사용료는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① 사용료로 건축비, 이자, 시설 장비 유지비이며, 임대료의 성격을 지니는 돈과 ② 서비스 비용으로 청소, 전기, 세탁비로 구성되어 있다. 민간자본유치사업가 국가 재정에 요구하는 시설 임대료는 연 건축비의 11.2-18.5%에 이르고 있고, 자본투자가 연 6%임을 비교해봐도 대단히 높게 책정되어 있어, 투자된 민간 자본의 수익성을 철저하게 보장해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민간자본은 비싼 자산가치평가를 통해서 공적 재원보다 높은 임대료를 받아가고 있으며,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로서는 동일한 예산으로는 그 비용을 감당하기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사회 필요에 의한 자원배치 기능의 소실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는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① 자본투자(capital charge), ② 자산매각 대금, ③ 서비스 제공에서의 비용 절감, ④ 기타 영리활동(소매업, 민간보험 환자진료 등)을 통해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도 부족하기 때문에 현재 다음과 같은 방식을 통해서 재원을 보충해나가고 있다.
- 재정부의 보조금(smoothing mechanism)
- 공공 소유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에 지원할 자금의 민간자본유치사업으로 전환
- 임대료 대신 민간자본유치사업에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 자산 매각권 부여
- 인력에 지출되는 국영의료서비스 트러스트 예산을 민간자본유치사업 임대료 지출로 전환
민간자본유치는 오히려 이전 보다 많은 돈을 국가재정에서 지불하게 하고, 예전에 공공시설 확충과 서비스 제공에 지출되던 비용의 일부분이 민간자본 임대료로 전환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에 트러스트의 예산규모가 동일한 경우라면 이러한 경향이 점차 확대될수록 비용절감을 이유로 인력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되면서 공공병원에서 공급되는 서비스의 절대 양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국민에게 필요한 만큼의 보건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자 하였던 국영의료서비스의 설립 목적은 이뤄지기 어려워지고, 초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정부가 이전보다 많은 돈을 지출하여야 할 것이다. 결국, 민간자본유치사업의 도입은 국영의료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의 하나였던 지역사회 필요에 근거한 의료자원의 공급과 배치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영의료서비스 민영화의 핵심 기전
민간자본유치사업을 통한 자본의 높은 비용으로 인해서 국영의료서비스의 서비스 공급역량과 인력이 축소되고 있다. 특히, 장기요양서비스, 치과서비스, 안과서비스(Optical service), 비응급수술과 관련한 공적 제공이 감소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예산 부족과 서비스 공급역량의 축소를 만회하기 위해서 국영의료서비스 일차의료트러스트(primary care trust)는 국영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가입 자격을 재조정하고 있으며, 지불능력을 갖춘 민간보험환자를 적극적으로 유입하려 하고 있다. 현재, 다양한 국영의료서비스 시설과 비-국영의료서비스시설을 하나로 통합하고자 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은 민간자본에게 새로운 수익을 위한 시장을 만들어주는 매력적인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앞으로 제한 없이 지속된다면, 국영의료서비스의 민영화, 민간보험과 민간공급체계로의 재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PSSP
<참고문헌>
1. Declan Gaffney, Allyson M Pollock, David Price, Jean Shaoul. The private finance initiative NHS capital expenditure and the private finance initiative-expansion or contraction? BMJ 319: 48-51, 1999
2. Declan Gaffney, Allyson M Pollock, David Price, Jean Shaoul. The private finance initiative PFI in the NHS-is there an economic case? BMJ 319: 116-119, 1999
3. Declan Gaffney, Allyson M Pollock, David Price, Jean Shaoul. The private finance initiative Planning the "new" NHS: downsizing for the 21st century BMJ 319: 179-184, 1999
4. Declan Gaffney, Allyson M Pollock, David Price, Jean Shaoul. The private finance initiative The politics of the private finance initiative and the new NHS BMJ 319: 249-253,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