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4.1-2.42호

인도 뭄바이에서: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세계사회포럼 사회진보연대 참가단 |
1월 16일에서 21일 사이의 6일 동안, 네 번째 세계사회포럼이 인도 뭄바이에서 열렸다. 자본의 세계화를 대변하는 다보스 포럼에 대항하여 기획된 세계사회포럼은 지난 3년 동안의 경험, 칸쿤의 경험과 국제반전공동행동의 자양분을 흡수하며 자리잡은 세계사회포럼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대안을 고민하는 세계사회운동의 국제적 교류와 연대의 공간이다.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는 전세계적인 공동의 투쟁사안인 전쟁과 군사주의의 문제, 세계화된 자본에 의해 공격받고 있는 물, 전력, 토지 등 민중의 기초적 권리, 그리고 신자유주의와 전쟁, 성차별 이데올로기 아래에서의 여성의 현실들을 주요하게 다루었다. 또한 진행되고 있는 개별 국가와 대륙들의 투쟁경험들이 교류되고, 구체적인 실천에 대한 크고 작은 모색들이 있었다.

비동시대적인 운동들의 집합소

세계사회포럼은 익히 알려져 있듯이 기본적인 원칙과 정신을 담고 있는 세계사회포럼 헌장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제약과 규율도 가지고 있지 않다. 참가에 대한 규정도 마찬가지여서 정당세력과 무장세력들의 참가배제만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사회포럼에 참가하는 조직들은 노동조합, 농민조직 등의 대중조직, NGO, 각종 사회운동조직 혹은 네트워크, 지역적 특수성이 강하게 반영된 광부, 어부, 자립/자조/종교운동 조직 등 실로 다양하다. 또한 이번은 인도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에 아시아 저개발국가, 3세계 운동들의 참여가 많았다. 세계사회포럼은 주제와 의제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20세기 혹은 21세기 운동조직과 자기조직화 방식의 다양성 또한 담고 있다. 세계사회포럼은 세계체제 내에 공존하는 비동시대적 개발과 착취형태에 저항하는 운동들의 집합소가 되고 있다. 세계사회포럼의 둘러싼 논쟁들은 이런 조건을 전제하고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인도, 달리트 그리고 두개의 포럼

세계사회포럼의 개최 장소인 뭄바이 네스코 센터는 인도의 빈곤과 실업, 저개발, 인구정책의 실패, 문맹이 축약된 공간으로 보였다. 인도는 3천년 이상 유지되는 카스트 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다. 그런 만큼 이런 특성을 반영하여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선 인종주의와 관련한 논의들이 봇물을 이뤘다. 달리트는 카스트제도 4계급에도 포함되지 않는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는 불가촉천민이라 하였는데, 간디가 ‘하늘에서 내려준’이란 뜻의 달리트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한다. 인도의 최하층민인 달리트는 인도 전체 인구 10억 명 중 1/4 이상에 이른다. 8만에 이르는 세계사회포럼의 참가자중 대부분은 인도인들이었고, 그만큼 많은 달리트가 세계사회포럼에 참여했다. 그렇지만 네스코 센터는 인도 민중에겐 닫혀진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6일 동안의 행사기간 동안 세계사회포럼은 인도의 빈곤과 조화로운 풍경을 그려내지 못했다. 행사장의 출입은 등록된 참가자들만 가능하도록 철저히 통제되었다. 생전 처음 마주했을 이색적인 풍경에 호기심을 표현하는 인근의 지역주민들은 행사장 주변을 서성이며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른 온갖 종류의 인간 군상을 눈요기했을 뿐 그 공간이 그들에게 열려있지 않았다. 그리고 인도의 어디를 가든 가장 많이 만날 수밖에 없었던 구걸하는 빈민들은 행사가 열렸던 네스코 센터 인근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맑시스트’, ‘레볼루션’을 외치며 참가자들을 상대로 구걸하는 아이들과 대면하는 일은 그야말로 넌센스처럼 느껴졌다.
또한 행사장안은 실내(세미나와 워크샵)와 거리(다양한 집회와 퍼포먼스)로 양분된 두개의 포럼으로 뚜렷하게 구별되었다. 전자는 유럽, 아메리카, 동아시아, 극소수의 아프리카 후자는 동아시아를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이 주축을 이뤘다. 이는 비동시대적 운동들의 문제, 세계사회포럼의 현실적 문제(언어, 재정, 지식 등), 세계사회운동의 연대와 그 경로라는 매우 복잡한 문제들을 반영하고 있다.

세계사회포럼과 한국의 사회운동

이번 세계사회포럼엔 한국에서 300명이 넘는 많은 활동가들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한반도 위기와 전쟁, 아시아에서의 양자간/다자간 자유무역협정과 대응에 관한 워크숍과 회의를 조직하고,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문제를 알리는 선전전과 집회를 조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또한 한국과 일본의 참가자들은 공동으로 자국의 이라크파병을 규탄하는 집회와 행진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인권, 여성, 빈곤, 장애 등 각종 세미나와 포럼에도 활발하게 참가했다. 그러나 이번 세계사회포럼을 활발한 국제연대와 교류의 경험을 넘어 어떤 자양분으로 삼을까는 우리의 고민거리이다. 세계사회포럼에서의 활발한 국제연대와 교류의 경험이 한국사회운동에 어떤 교훈을 남겼는가. 그리고 세계사회포럼의 확장에 한국의 사회운동이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운동의 조직화라는 것을 기억하자.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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