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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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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집중분석.hwp

한일 FTA를 둘러싼 쟁점: '한일 FTA 산.관.학 공동연구회 보고서'를 중심으로

류미경 | 정책부장
WTO 5차 각료회의 무산과 지역무역협정의 활성화

지난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5차 WTO 각료회의는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났다. 농산물 수출개도국들은 G20이라는 그룹을 형성하여 협상을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연합에 맞서 강력하게 저항했다. '관세인하' '국내보조금 철폐' '수출보조금 철폐'를 3대 과제로 하는 농업협상에서, 미국과 유럽은 개도국에는 농업개방을 강요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세계 식량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초국적 메이저 농기업에 대한 수출보조금을 유지하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G20은 자국의 농산물에 대한 시장접근을 늘이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보조금이 철폐되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뿐만 아니라 '투자·정부조달·경쟁·무역원활화'의 네 가지 의제를 일컫는 '싱가포르이슈'에 대해서도 많은 나라들이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도하개발의제'협상이 그 시효로 정해진 2004년 말 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졌다. 5차 각료회의에 뒤이어 고위급 각료회의 및 분야별 협상 역시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자본 이동이 자유화되고 민중의 삶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상품화하여 자본의 이윤 추구 대상으로 탈바꿈 시키는 도하개발의제 협상이 난항에 빠지자 지역별, 혹은 양자간 자유무역협정 체결 흐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을 비롯한 각 국은 관세 철폐, 투자 자유화 등 WTO 도하개발의제를 통해 실현하고자 했던 조치들을 지역별,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시도하겠다며 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등 중미 5개국과 체결하는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 체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미주지역 자유무역협정(FTAA)이 2005년에 발효될 수 있도록 협상의 고삐를 더욱 당길 것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은 아시아 지역도 마찬가지다. 지난 해 6월 방콕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가한 각국의 정상들은 '각 회원국이 WTO의 목표 진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지역무역협정(RTA)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할 것'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양자간 협상이 개시되거나 개시를 앞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ASEAN+한·중·일] 등 지역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연구 작업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일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정부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일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발표한 [21세기 한일 파트너쉽 공동선언]에 따라 '한일FTA 산·관·학 공동연구회'가 구성되었다. 이후 공동연구회는 2003년 10월까지 총 8차에 걸친 회의의 결과를 '한일FTA 공동연구회 보고서'를 통해 발표했고, 이 협정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며 양국 정부가 조속히 공식 협상을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총리는 앞서 언급된 작년 6월 APEC 정상회의를 즈음해 양국간 정상회담을 열고, 한일 FTA 체결을 위한 정부간 협상을 조속히 개시할 것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지난 해 12월 22일 서울에서 열린 1차 협상으로 정부간 협상은 본격화되었다. 양국 정부는 2005년에 한일 FTA 발효를 위해 격월로 양국을 오가며 정기적인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4월 26일에 다시 서울에서 열리게 되는 3차 협상에서는 협정문의 초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협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일 FTA 산·관·학 공동연구회 보고서의 개요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은 지난해 10월에 발표된 '한일 FTA 산·관·학 공동연구회 보고서'를 토대로 삼고 있다. 이 보고서를 통해 한일 FTA 협상에서 논의대상이 무엇이며 그 효과를 양국 정부와 자본은 어떻게 예측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공동연구회 보고서에 나타난 한일 FTA의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일 FTA는 '포괄적'이고 특정 분야를 제외하지 않고 모든 분야에서 자유화를 추진해야 한다. 또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자유화를 추구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공산품, 농수산물 등의 무역에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의 철폐가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 또한 서비스, 투자, 정부조달, 상호인증, 지적재산권 등에서의 자유화가 추진된다. 둘째, 양국은 국제 무역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조응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한일 FTA가 현재 진행 중인 구조 개혁을 촉진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 관행을 폐지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셋째, 한일 FTA는 GATT 24조에 명시된 요건 및 GATS 5조에 따라, WTO 조항과 정신을 준수해야 한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WTO나 여타의 지역무역협정에서의 논의를 반영해야 한다. 이는 상품 무역에 관해 양 국간의 모든 교역을 점진적으로 자유화해야 하고, 통상에 관한 모든 규제를 현재보다 더 강화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넷째, 한일 FTA가 아시아 지역 통합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궁극적으로는 동아시아 FTA와 한·중·일 삼자간 FTA 체결을 위한 논의를 촉발시켜야 한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한일 FTA는 다음의 분야를 다룬다. 우선 관세철폐 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 철폐 역시 그 대상이 된다. 비관세 장벽은 '관세와는 별도로 국제 무역에 역효과를 가져오며 국내 생산자와 해외생산자를 차별하는 요인이 되는 직·간접적 규제'로 정의되며, 수량 제한, 기술 장벽, 식물 및 동식물 검역 기준, 유통 장벽 등이 이에 해당된다. 원산지 규정(ROO, rules of origin)은 FTA 하에서 특혜 대우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이 되므로, 한일 FTA의 주요한 논의 대상이다. 보고서는 오직 일본과 한국이 원산지인 상품에 대해서만 한일FTA에 근거한 관세철폐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제3국으로부터 우회수입을 방지하도록 하되, 간단하고 이용자-친화적인 원산지규정을 제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세관절차의 간소화, 비용절감, 효율성 제고를 위한 조치, '서류 없는 무역(paperless trade)'의 촉진', 무역구제조치 등 무역을 원활화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논의들이 이루어진다. 또한 덤핑방지조치 및 상계관세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요건 강화 방안과 전기용품, 정보통신기기, 의약품 및 의료기기, 일본공업규격(JS)/한국국가표준(KS)등에 대한 상호승인(MRA)제도의 도입, 그리고 위생·식품 검역(SPS) 적용 범위 한정 등도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다. 서비스 자유화에 관해서는 도하개발의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추진할 방안이 논의된다. 투자 전 단계 및 후 단계에서의 내국민 대우 및 최혜국 대우의 원칙, 투자에 대한 이행의무 부과 금지, 수용과 보상에 관한 규정, 분쟁해결 절차 등 투자자유화 및 투자자의 소유권 보호를 위한 조치들은 이미 발효된 '한일투자자유화협정(BIT)'을 기본으로 더 많은 자유화를 촉진하는 방향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 밖에 정보통신기술, 중소기업, 무역과 투자의 촉진, 과학기술, 운수, 방송, 관광, 환경, 금융 분야에서 양국간의 협력을 강화할 방안을 논의한다. 언뜻 보기에는, 교역에 있어 양국간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제반것을 논의 대상으로 삼는 듯 하지만 WTO 도하개발의제를 비롯해 현재 진행 중인 자유무역협정은 상품 교역에 대한 관세 철폐를 대상으로 삼는데 그치지 않는다. 지난 95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WTO가 출범하면서, 공산품 뿐 만 아니라 민중들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시장의 논리에 따라 취급되어서는 안 될 식량과 공공서비스 역시 자유무역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이러한 협정들은 점차 투자자유화 및 소유권에 대한 철저한 보호 등, 초국적 금융자본이 자유롭게 활동하는데 필요한 조치들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일 FTA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여, 모든 분야에 대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자유화를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한일 FTA를 둘러싼 논란

한국과 일본 양국의 교역구조상 양국간 FTA는 한국경제와 산업의 거의 전 영역에 걸친 치명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공동연구회 보고서에도 자동차, 기계, 전자, 철강 등 대부분의 공산품에 대해 일본은 거의 관세가 없는데 반해 한국은 8% 수준이라서, 한국의 대일(對日) 무역적자 규모가 확대되고, 대일 의존도가 심화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산업연구회가 최근 발표한『한·일 FTA 체결이 중소기업의 대일 수출에 미칠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대일 수출 품목은 일본이 이미 관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낮은 관세만을 부과하는 품목에 집중되어 있고,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품목은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어 FTA에 따른 대일 수출 증대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라고 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주최한 '코리아오토포럼'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비교해보면 가격경쟁력, 품질경쟁력 모두 일본이 앞서고, 한국의 현생 관세 8%가 철폐되면 일본차는 약 9.2%의 가격인하효과가 발생해 대일무역적자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견해가 발표되었다. 이에 전경련은 자체적으로 8개 주요 산업의 '업종별 대책반'과 '총괄반'으로 이루어진 상설대책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으며, 정부에 공산품에 대한 관세 철폐를 유보하거나 시기를 늦춰줄 것과 중소기업체들의 피해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한일 FTA 체결로 인한 국내자본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을 뿐, 협정 체결 자체를 반대하거나 별다른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 금융세계화 시대에 변화한 일본자본의 지배체계에 성공적으로 재편입하기 위한 국내자본의 요구와, 오로지 모든 경제 산업정책을 해외투자 유치와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인상을 구걸하는 것에 고정시킨 노무현정부의 정책개혁비전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유일한 차이점은 속도와 추진순서상의 세부적인 조정계획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들 간의 이기적이고 기만적인 말장난은 뒤로하고 더욱 근본적인 물음으로부터 사태를 다시 살펴보아야한다. 초국적 자본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 즉 온갖 특혜를 부여하여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유인책에 불과한 FTA 체결이 정부가 주장하듯 실제 경제가 성장하고 고용을 증대하는 것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자유화', '규제완화'가 노동자 민중의 권리와 양립할 수 있는 것인가? 한일 FTA 체결 협상에서 양국 정부와 자본이 논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것이 노동자 민중의 삶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무역 활성화' '자유화'라는 수사 뒤에 숨겨진 양국 정부와 자본의 의도를 좀 더 들여다 보자.

노동권은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비관세 장벽'?

보고서의 부록으로 별첨된 '비관세 조치 협의회 보고서'에는 한일 FTA의 반 노동자적인 성격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에 앞서, 이미 발효된 '한일투자자유화협정(BIT)'를 체결하기 위한 논의 과정에서, 일본의 기업들은 '한국 정부가 노동자들의 불법파업에 대해 신속하고 엄중하게 대처한다. '는 조항을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이른바 한국에 진출한 일본 자본투자 사업장에서 노동쟁의가 발생했을 경우 한국 정부가 진/지/한/ 자세로 노동탄압을 자행해줄 것을 약속한다고 해서 '진지조항'이라는 이름이 붙은 천인공노할 조항이다. 이 조항은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여 본문이 아닌 전문에 '노사간의 화합의 중요성을 확인한다. '는 문구로 대체 되었다. 그러나 일본의 기업들은 한일 FTA를 통해 한국 정부가 자본 친화적인 노사관계를 확대할것을 명문화하려 하고 있다. 양국은 공동연구회 산하에 비관세 조치만을 별도로 다루는 '비관세조치협의회'를 구성하여 운영했다. 비관세 조치의 범위가 넓고 복잡하기 때문에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협의회는 두 차례의 회의를 진행하고 각 국의 기업이 비관세조치로 인식하고 있는 바를 항목별로 분류하여 각각에 대한 해법을 토론했다. 이에 한국 측은 총 28개 항목, 일본 측은 13개 항목을 각각 비관세조치의 예로 제시했다. 일본의 기업들은 한국의 노동자 친화적인 노사관행이 한국에 진출해 기업 활동을 하는데 장해가 되는 요인이라며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시했다.

1)종업원지주조합에 우선적으로 신주를 배당하는 규정을 폐지할 것. 또한 한국에서 영업하고 있는 외국기업에 대해 이러한 규제에서 예외가 되도록 할 것
2) 한국의 노동위원회가 노사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 더욱 노력할 것
3) '무노동 - 무임금' 원칙을 준수할 것
4) 피고용인의 미사용 휴가에 대해 사용자가 금전적으로 보상할 의무가 없음을 명확히 할 것
5) 퇴직금 산출에 대한 유연성 제고
6) 노동자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엄격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

이렇듯, 무역을 자유화하고 초국적 자본에게 최적의 투자환경을 선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한일 FTA에서, 노동자들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들은 한낱 '기업 활동의 장해 요인'으로 취급 될 뿐이다. IMF 구제금융으로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수많은 노동자들을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노동환경의 악화에 시달리도록 했다. 이에 맞서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정부와 자본은 외자유치를
가로막는 '경제발전의 적'으로 몰아세우며 철저하게 탄압해왔다. 뿐만 아니라 '서울재팬클럽' 등 한국에 진출해 있는 초국적 자본을 대표하는 이들은 "한국의 노동자들이 과도하게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마음대로 정리해고를 할 수도 없는데다가, 툭하면 불법파업을 일삼고 있어서 기업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며, "한국에서 떠나겠다"고 협박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얼마 전 마산 수출자유지대에 진출한 일본계 기업 '한국시티즌'은 더욱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으로 이전할 것을 시도하다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대면한바 있다. 이들은 일부러 한국인 사장을 고용하여 고의로 적자를 내고, 어용노조에 위로금을 지급할 것을 전제로 공장폐쇄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의 '자본철수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그러나 이 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은 불법적인 위장폐업에 맞서 장기간의 파업투쟁을 조직했고, 공장재가동과 고용보장을 내걸고 일본 본사와 직접 교섭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 기업이 노동조합의 파업투쟁을 불법시하고 '손배가압류'를 제기하는 등 가혹하게 탄압하자, 노동조합을 지지하는 연대투쟁이 곳곳에서 조직되고 일본 노동자들의 연대가 쏟아져 결국 체불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중국으로 이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말이다. 이렇듯 값싼 노동력을 찾아 진출했다가 수익성이 떨어지면 또다시 자본 철수를 일삼는 초국적 자본에게는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가 필수적이다. 이들에게는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법적 조치도 자유로운 이동을 가로막는 장애물인 것이다. 이들에게 한일 FTA는 마음대로 진출했다가 수익을 남기고 필요하면 아무런 손해 없이 철수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일본 자본의 이러한 요구는 정부가 노동자들의 투쟁을 더욱 효과적으로 탄압할 수 있는 무기가 되는 셈이다.

한일 FTA로 더욱 본격화 될 필수 서비스의 상품화

공동연구회가 '서비스 무역'의 자유화에 관해 제시하고 있는 의견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서비스 무역의 중요성과 이익의 메리트를 고려해서 WTO 논의의 범위를 넘어 고도의 자유화를 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극히 한정된 서비스를 제외하고 모든 서비스 영역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며, '국경간 거래, 해외소비, 상업적 주재, 자연인의 이동 등 모든 공급모드를 망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서비스 분야의 새로운 자유화는 한일 FTA를 체결한 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규제를 감축하거나 철폐하기 위한 정기적인 교섭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한일 FTA를 통한 협상은 WTO-도하개발의제 협상의 결과를 반영할 것을 전제로, 한일 FTA 하에서 규정되는 서비스분야의 양허는 도하개발의제 협상에 의해 규정되는 양허보다 수준이 높아야 한다는 점에 양국이 합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이 한국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통신, 교육, 법률 금융서비스이고, 한국은 일본에 대해 의료서비스 제공자에 관한 MRA(상호인증), 항공운송, 금융서비스 등에 관심을 드러냈다.
이러한 논의를 추동하는 WTO 도하개발의제 서비스협정 협상은 각 회원국들이 상대방국에 개방을 요청하는 분야에 대한 '양허요청안'을 제출하고, 그를 바탕으로 자국이 개방할 분야에 대한 '양허안'을 제출한 후, 개별분야에 대해 당사국 간 양자 협상을 거쳐 개방 여부를 확정짓는다. 이 협상은 '일괄 타결'을 원칙으로 하는 도하개발의제 내의 농업협상 등의 협상 진척정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에 따라 서비스 협상에서도 양허안을 제출한 회원국의 수가 많지 않아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한일 FTA에서 이루어질 서비스 분야 자유화에 관한 논의가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의 결과를 반영하되,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이루어 낼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따라서, 양국이 관심을 보이는 분야에서 더욱 빨리 자유화 조치가 취해질 것임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현재 일본에는 교육 및 의료기관을 영리법인화 하는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해 6월 도야마 야스코 문부과학상은 '국립대의 숫자를 대폭 줄이고 경영 개념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립대학 재편·통합 구상'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립대간 통합 추진하고, 국가기관으로 되어 있는 국립대를 법인화 할 계획이라고 한다. 고이즈미 총리도 '궁극적으로는 대학도 전부 민영화되어야 한다'며 이러한 계획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따라 사립대학 역시 기업 경영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일 FTA를 매개로 하여, 교육, 의료 등 필수 서비스에 대한 민중들의 접근권을 박탈하는 방향의 제도개혁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교육부를 중심으로 일본과 유사한 대학 구조조정 계획이 추진 중에 있으며, 얼마 전 보건복지부는 경제자유구역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었던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을 전국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흐름은 한일 FTA 논의와 맞물려 더욱 속도 있게 추진될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서비스 자유화 논의의 교육 분야에서 다음이 언급되고 있다. 사립학교는 비영리 학교법인만이 설립·경영할 수 있어 영리 목적의 사업이나 이익의 해외송금이 불가능한 점, 잔여재산 처분에 대한 제한, 수도권내 대학 신설 제한 의료 분야 대학(원)의 정원 제한, 등록금 인상에 대한 행정지도 등이 초국적 자본의 침투를 가로막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보건·의료 분야에 대해서도, 외국의 의료인이 국내에서 자격을 취득하지 않고 의료행위와 의료기관 설립을 할 수 없는 점, 국내 의료인 면허를 취득한 자 이외에 국가·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또는 비영리법인만이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점, 이에 따라 과실 송금이 불가능 한 점 등이 꼽히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이러한 논의는 민간의료보험의 도입 등, 보건·의료 제도 전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렇듯, 서비스 분야에 대한 자유화 조치는 민중들의 삶과 밀접해서 필수적으로 공급되어야 할 것들을 상품화하고, 자본의 이윤추구의 대상이 되도록 한다.

무엇을 더 내주어야 한단 말인가?

이상에서 보듯, 한일 FTA는 노동권,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 등 노동자 민중의 기본권을 '무역장벽'으로 취급 하여 철저하게 파괴하고 있다. 게다가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라고 해 봐야, 산업 내 무역이 활성화되고 통관, 시험·인증 절차가 간소화되어 기업의 거래비용이 감소할 것이며, 업체간 상호 경쟁과 협력을 통해 일부 산업에서 과잉투자가 해소되고 전략적 제휴가 확대되는 효과 정도가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산업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경제개혁을 촉진하는데 한일 FTA가 기여할 것이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오히려 공동연구회 스스로도 FTA 체결로 관세가 철폐되면 그 효과는 한국의 산업에 훨씬 더 심각하여 한국의 대일무역수지 적자를 한층 확대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협상에 임하고 있는 한국 정부 역시 평균 관세율과 경제 규모에 있어 한일 양국이 현격한 차이를 지니고 있음에 따라 일부 제조업 분야에 가해질 충격이 단기간에 적응하기에는 너무 심각하다는 우려를 내보이고 있을 지경이다. 경제가 활성화 되어 고용이 창출된다거나 하는 효과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오직 초국적 자본이 침투하여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영역을 극대화 하고, 이들이 아무런 손해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모든 장벽을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한일 FTA 체결로 노동자 민중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을 리 만무하다. 한일 FTA 체결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상시적인 고용불안, 실업과 빈곤의 만연, 생계형 자살의 급증, 농업포기-농민생존권 말살…. 자본의 위기 극복을 위한 처방에 희생되어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 민중에게 더 내줄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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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국제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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