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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4.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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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정세 초점-정지영.hwp

여성의 의회진출, 어떻게 볼 것인가?

박지영, 정지영 | 인천지부 집행위원, 정책부장
17대 총선에서 여성운동진영은 여성들을 국회로 보내기 위한 운동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여성들의 과소대표성을 극복하기 위해 여성들이 공적영역에 진출해야 한다는 논리는 예전부터 많은 여성운동들의 동인이 되어왔다. 이에 따라 많은 여성운동 진영은 여성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여성 정치인 발굴, 여성할당제 시행 등을 자신의 주된 과제로 삼았다. 이들의 운동 방향은 정부의 정책으로 수렴되기도 했는데, 여성특별위원회 시기에는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라는 과제로 여성부 건설 이후는 "정책결정과정에 여성의 대표성 제고"라는 정책과제로 여성들의 공적영역 진출을 추진해왔다. 여성운동진영에서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의회진출'이다. 여성운동진영이 여성문제와 연관된 법, 제도의 개선, 여성의 지위향상 등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법, 제도를 입안할 수 있는 국회에 여성이 진출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여성운동 진영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각 정당 역시 총선 전략에서 여성 정치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추미애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과 같이 기존 여성 정치인들이 당의 핵심 요직을 맡았을 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서 50% 이상을 여성으로 할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제 여성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커 보이는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여성운동 진영이 목적하는 여성의 대표성 확보와 그를 통한 남녀평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총선 전략에서 각 당이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인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4.15 총선과 여성의 의회진출

작년 8월 19일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를 비롯한 321개 여성단체들은 '17대 총선을 위한 여성연대(이하 총선여성연대)'를 결성했다. 총선여성연대는 발족기자회견에서 "2004년 총선이 정치개혁 뿐만 아니라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에서도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하며, "여성들의 힘을 결집해 깨끗한 정치실현과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의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드러나듯이, 이들은 정치개혁 실현하고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을 활동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정치개혁과 여성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제안서」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추진 범국민협의회에 제출하는 등, 정치개혁 전반을 추동하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가 결성되었는데, 이들 역시 총선여성연대와 비슷한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다만 활동방식에 있어서 '여성 100인 국회보내기'와 같이 적극적인 당선운동을 벌이는 것이 다른 점이다.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는 1월 초 '맑은 정치 여성후보 102인'을 발표(발표 후 1명 제외, 총 101인)하고, 각 당에 후보 명단을 제출하여 공천을 요구했다. 이들은 여성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맑은정치여성기금'을 발족했는데, 기금의 목적은 여성유권자들을 후원인으로 조직하여 여성 후보들에게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총선여성연대와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 목표는 여성의 과소대표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좀 더 많은 여성들이 국회(를 비롯한 공적영역)로 진출해 여성을 대표하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여성이 공적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이 여성의 자기 이해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여성이 국회와 정치로 진출하면 정치를 더욱 깨끗하고, 참신하게 만들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이 운동은 그 자체만으로는 커다란 영향력을 얻지 못했다.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가 여성 후보 101인 명단을 각 당에 보냈을 때, 각 당의 반응은 매우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각 당의 총선 전략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일본의 각 신문조차 '한국 정치권의 화두는 여성의 진출'이라고 보도할 정도로 여성들의 의회 진출은 한국 정치 현실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추미애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탄핵 사태 이후 위기에 빠진 각 당의 '구세주'로 부상했다. 게다가 언론은 연일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과 박영선 열린우리당 대변인을 양대 라이벌이라는 식으로 부각시키며 양당의 대립을 이미지화하고 있다. 여성들이 기존의 각 정당을 대표하는 지위가 된 것이다. 각 당들은 비례대표 후보 50% 이상을 여성에게 할당하여 확정했고, 이들 대부분이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는 명망가이거나 여성, 장애인과 같이 소수자로 인식되던 부문의 상징성을 가진 인물들이다. 언론의 보도만을 보면 가히 '여성들의 정치 진출 돌풍'이라고 할 만하다. 기존의 어떤 선거에서도 이만큼 여성이,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여성 정치인이 화두가 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여성 정치인이 '뜨고'있는 현 상황은 여성들의 운동에서 나온 성과가 아니다. 여성운동 진영이 보여준 여성을 의회로 보내기 위한 여러 활동들은 애초부터 각 당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물론 대중의 지지가 컸던 것도 아니다. 여성들의 목소리와 여성들의 운동이 정당들의 태도를 바꾼 것은 더욱 아니다. 심지어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와 총선여성연대조차도 각 당이 여성후보들을 대거 공천하도록 압박하는 유의미한 활동을 벌이지는 못했다. 각 당이 여성을 대거 등용하게 된 유일한 계기는 탄핵 사태와 이로 인해 극명해진 의회정치의 위기, 각 정당의 위기였다. 이는 현재 '여성의 돌풍'이라는 현상의 본질을 보여준다. 결국 여성을 정치권으로 영입하려는 각 정당의 움직임은 '여성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도덕성, 참신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계속해서 여성의 의회진출을 추진해왔던 여성운동 세력들은 현재의 이 상황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다. 여성의 의제가 탄핵 사태의 소용돌이 속에서 묻혀버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쨌든 여성이 의회로 진출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적 정치개혁과 여성의 의회진출 운동

실제로 여성이 정치의 영역에서 과소 대표되고 있는 현실은 이미 존재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국회에 진출한 여성은 극히 적은 수(16대 국회 여성 국회의원 비율 5.9%, 전 세계 여성 국회의원 비율 14.8%)여서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는 많은 여성운동 진영의 주요 과제였다. 그러나 여성운동 진영의 이런 운동이 대중적인 이슈로 부각된 적은 거의 없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공적영역 진출을 위한 흐름은 대다수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기반으로 한 대중적인 운동이 아니었으며, 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에는 정부의 신자유주의적인 여성 정책과 궤를 같이하면서 이미 공적 영역으로 흡수되었다. 여성부를 비롯하여 여성들이 진출한 영역에서 여성의제에 관한 정책을 입안했지만, 번번이 국회에 발목을 잡혔다(호주제 폐지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라). 그래서 여성운동 진영에게 여성의제와 관련된 법안을 제기하고 옹호할 수 있는 여성 국회의원이 필요성이 절박해졌다. 하지만 여성 정치인이 급부상하고 여성의 의회진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이는 당장의 상황은 분명 여성운동 진영의 목적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현실을 살고 있는 여성들의 운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회진출을 위한 운동 또한 큰 힘을 가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이 사활을 건 총선 국면과 정치개혁이 이 문제와 연관이 있다. 탄핵 사태를 경과하며 드러난 각 정당의 위기가 이 상황을 더욱 폭발적으로 만들었음은 물론이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대중이 겪는 삶의 위기는 신자유주의 개혁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신자유주의 개혁을 완수하는 과정은 노동자 대중의 기본권과 날카롭게 대치될 뿐만 아니라 대중이 처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킨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대중의 불만과 투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강력한 행정부의 역할과 지도자의 힘이 필요하며, 정당의 역할도 조정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각 정당은 다양한 사회세력의 갈등을 행정적인 방식으로 조정하는 국민정당, 전국정당, 무지개정당(catch-all party)으로 변환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기존의 부정부패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새롭고 참신하며, 도덕성과 참신함을 갖춘 인사들로 물갈이를 시도한다. 법조인, 아나운서, 연예인, 행정 관료, 학자 등이 후보 물망에 올랐고, 여성들 또한 이런 맥락에서 이전에 비해 높은 비율로 공천 후보에 거명되었다. 기존 정치에 편입되지 않았던 참신함과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도덕성을 갖춘 인물로서 여성은 정치개혁이 요구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탄핵사태는 각 정당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이후, 각 정당은 대중의 강력한 '反의회' 이데올로기 속에서 사활을 걸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만 했다. 각 당은 비례대표 후보 1번을 모두 여성으로 배정했고(자민련을 제외하고), 여성들을 당 요직에 올렸다. 이런 전략의 결정판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박근혜'와 '추미애'다. '이들이 진정 여성을 대표하는가'라는 논쟁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들이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점이 활용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위기에 빠진 당을 자식에 비유하며 자신을 어머니에 비유하는 박근혜의 발언은 '강인하고 희생정신이 강한 어머니'라는 여성에 대한 전통적이고 뿌리 깊은 이미지에 기댄 것이다. 실제 이들은 현실 대다수 여성들의 고통과 위기는 물론이고, 신자유주의 개혁이 양산한 대중의 불만과 불안에 대해서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는다. 오직 온화한 미소와 희생을 감내하는 강인한 어머니 상, 당의 구원을 짊어진 연약한 어깨와 같은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를 하고 있을 뿐이다. 신자유주의가 파탄낸 대중의 삶과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는 사라지고, 여론과 이미지만 난무하는 선거판 선두에 여성이 활용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개혁과 여성의 위기

하지만 신자유주의 정치개혁의 과정에서 여성을 활용하는 것은 단순히 이미지를 조작하는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여성들은 신자유주의 개혁이 양산하는 위기를 가장 극적으로 경험하는 존재다. 직장과 가사를 병행해야만 하는 여성들은 이중부담에 시달리고, 여성 육체에 대한 상품화가 심화되면서 여성들은 더욱 심각해진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들의 결혼 기피 현상과 출산율 저하, 이혼율 증가 등의 문제가 보여주듯이, 여성들은 더 이상 결혼하여 가족을 구성하는 것이 자신의 생존과 양립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은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여성에게 그것은 자신의 경제적 독립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족한 가계 소득을 보충하는 경로이다. 한국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된 이후 노동의 불안정화 경향에 따라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필수적인 사회서비스 관련 예산이 삭감되면서 가계유지 비용이 급증하였다. 따라서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은 부족한 가계 소득을 보충하기 위한 노동자 가족의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출한다고 해서 여성이 가족 내에서 가지고 있는 부담이 줄지는 않는다. 오히려 공적 서비스 축소와 가족의 부수입을 담당한다는 여성의 위치 때문에 재생산 노동은 여전히 여성의 책임으로 귀결된다. 여성이 처한 이중부담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점차 민중의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위협함에 따라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따라서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위기로 몰아가지 않기 위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이런 방법들은 정말 개인적인 차원에서 최소한의 방어다. 여성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면서 자기 조직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성과 같은 여성의 권리를 포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가족의 해체는 재생산의 위기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자본과 지배세력은 이 상황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요즘 여성들이 이기적이기 때문'이라는 이데올로기 공세가 심해지는 한편, '가사와 직장의 양립', '여성인력활용방안'과 같은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여성들의 권리와 요구에서 출발하기보다는 자본이 처한 위기 지연 전략을 반영하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 이후, '가사와 직장을 양립'할 수 있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지속적인 정책 과제였고 이를 위한 몇몇 조치들이 취해졌지만, 여성들이 처한 위기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자본의 요구에 따른 여성정책은 여성의 불만을 조정하고자 하지만, 결국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지배세력에게는 잠재해있는 여성의 불만과 갈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여성들이 의회를 비롯한 공적 영역으로 진출함으로써 나타나는 또 다른 효과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다수의 여성들은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비정규직, 비공식 부문에 종사하면서 동시에 가족 내의 보살핌 노동과 재생산 노동도 책임지는 현실을 살지만, 이런 현실은 은폐된다. 의회를 비롯한 공적영역에 진출한 여성들이 실제는 현실의 여성들과 전혀 무관함에도 여성의 지위와 현실을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요즘 여성 정치인들의 바람이 거세지자 '여성들도 이제 살 만하겠다'는 반응이 바로 나온다. 실제 이들이 여성의 문제를 발언하는가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생물학적인 여성이라는 사실만으로 이미 여성을 대변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상황은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스스로 조직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게다가 여성의 문제를 의회 안에서 형성되는 쟁점으로 가두면서, 진정한 쟁점을 은폐한다. 여성이 의회에 진출하는 것이 여성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오히려 여성들의 대중운동을 왜곡하고 여성의 권리를 협소한 틀로 축소시킨다. 신자유주의가 여성의 불만과 분노를 관리하는 방식이 의회와 같이 공적 영역에 진출하는 여성들을 자신이 가진 여성의 얼굴로 부각시키는데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현실로부터 출발하는 여성운동

여성의 위기를 은폐하고 신자유주의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정치의 위기를 지연시키는데 활용되고 있는 여성들의 의회진출 흐름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여성운동 진영이 목적하는 여성의 대표성 확보는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 오히려 여성의 위기를 은폐하고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을 가르는 분할선을 공고히 하면서 여성의 현실을 대표하지 못하는 의회진출이야 말로 여성의 자기대표성 확보에 역행하는 일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처해있는 현실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개혁이 양산하는 삶의 위기 속에서 대중의 배제에 대한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당연히도 자신의 실리를 중심으로 한 요구들이 더욱 강력해지며, 이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방식 또한 이해당사자로서 사회적인 협약과 포섭의 방식이 선호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득권이 없고, 조직화되지 않은 여성들이 스스로 대중운동을 만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회 공간에 여성을 진출시키려는 여성운동 진영의 활동과 이와 공존하는 지배정치의 여성 활용 전략은 대중운동의 무기력함을 더욱 강화한다. 신자유주의 개혁과 같이 가는 여성의 의회진출 흐름은 여성들의 불만과 불안을 관리하고 은폐한다. 그리고 이로부터 또 다시 여성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여성이 공적 영역에 진출해야 한다는 논리를 낳는다. 이런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나는 출발점은 여성을 억압하고 있는 실체가 바로 신자유주의 개혁이라는 적확한 인식이다. 신자유주의 개혁은 여성을 해방시켜주거나, 혹은 여성의 조건을 조금이라도 개선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빈곤과 여성에 대한 폭력에 맞서 여성들의 권리를 제기하며 여성들이 스스로 조직화할 때, 그리고 이러한 조직화와 투쟁이 신자유주의가 침식하는 인민의 보편적인 권리를 옹호하는 투쟁이 될 때, 여성은 진정으로 스스로를 대표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여성이 정치에 자신의 목소리와 권리를 각인시키는 것은 여성의 보편적인 권리에 입각한 투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주제어
정치 여성
태그
학생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