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114주년을 맞이하여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진출했다. 민주노동당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평소에 비판을 많이 했던 사람들조차도 격세지감을 느끼는 건 매한가지인 것 같다. 여기저기서, '혁명'을 위해서든 아니면 그냥 '복지사회'를 위해서든 혹은 다른 시민운동적 과제의 실현을 위해서든 어쨌거나 민주노동당과 함께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늘어나는 건, 투쟁 중인 노동조합에서 '국회의원이 왔으면 좋겠다'는 요구와, 먹고살기 힘든 노동자인데 노조도 없는 상황이라 당이 와서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요구, 그리고 순전히 '개인적인' 문제를 당이 나서서 해결해달라는 무대뽀 스타일의 민원성 요구들이다.
이런 요구들을 접하면 중앙당 활동가들은 굉장히 곤혹스러워진다.
순전히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사람들을, 그렇다고 모른 체 하고 전화를 끊을 순 없기 때문에 "네, 네.."하면서 그냥 열심히 전화를 받을 뿐이다. 이런 전화가 하루에도 수백 통은 족히 오는 것 같고, 중앙당 활동가들은 거의 모든 사람이 '민원 상담'에 매달리고 있다. 가끔은 자기 이야기를 잔뜩 적은 문서를 가지고 와서 '면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당에 '민원실'이 없기 때문에 천상 처음 눈이 마주친 사람이 상담원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찍힌 사람은 30분이고 1시간이고, 대부분은 같은 얘기를 서너 차례 씩 하는 민원인들 앞에서 그 얘기를 다 듣고 앉아 있어야 한다.
먹고살기 진짜 팍팍한데 노동조합도 없고 당이 좀 나서줬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의 경우는 그냥 안타깝기만 하다. 전화해서 회사 욕 실컷 하고는 자기 회사가 어딘지는 말하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전화한 것 알면 잘릴 게 두려워서란다. 그래 놓고는 또 당이 나서달라고 부탁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당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법제도를 고치거나, 법에 나와 있는 걸 안 지키는 사업장을 전국적으로 몽땅 조사해서 처벌받도록 조치하겠다는 수준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지 않겠냐는 불만을 하곤 한다. 처음에는, 직접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자들이 노조와 함께 단결해서 '투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몇 번했지만,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당은 못 하겠으니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는 말로 듣는다. 이래저래 참 어려운 일인데, 이런 건 뭐 어차피 활동가가 감당해야 하는 거라 불만은 없다.
이런 것보다 제일 걱정이 되는 것은 투쟁 중인 노동조합에서 국회의원이 왔으면 좋겠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군데에서 그런 요청이 들어온다. 특히 오랫동안 투쟁했으면서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곳의 경우 국회의원이 한번 와주고, 또 사측과 면담도 한번 하면 문제가 금방 풀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많다. 근데 이게 참 난처하다. 우선은 몇 명 안 되는 국회의원들의 일정이 정말 눈 코 뜰 새 없이 빡빡하다는 점이 문제다. 한 일주일 정도 일정은 하루에 30분 단위로 약속이 이미 잡혀 있는 식인데, 마음 급한 노조야 하루 이틀 전에 연락하는 게 보통이고 이러다 보니 당활동가들은 본의 아니게 "안되겠는데요", "조금만 더 일찍 연락하셨어도...", "다른 일정이 있어서.."등의 말을 하게 된다. "국회의원 생기니까 뻣뻣해졌다"는 소리 듣기 딱 좋은 분위기인 것이다.
실제로 국회의원이 가서 사측 면담 한번 하면 문제가 풀리는 곳도 있긴 할테다. 그런데, 걱정되는 건 현안이 해결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국회의원 몇 명 생겼다고 갑자기 바뀌는 사람들의 태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사람들의 태도가 문제라기 보다는, 이런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아무 준비도 하지 못했었던 우리의 태도가 문제다. 그리고 정말 걱정되는 건 이런 상황이 점점 커지면 민중운동 전체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열심히 투쟁하고 당은 '연대 투쟁'을 하는 것이다. 당 활동이 대중운동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해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해서 발전한 대중운동이 당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그런 식이어야 한다. 이 원칙은 선거전이나 후나 달라질 게 없다. 연대 투쟁의 방식이나 내용이 국회의원이 생긴 상황에서 좀 변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함께 싸워야 할 동지가 느닷없이 민원을 요청하는 민원인이 되고, 연대투쟁 해야 하는 당이 갑자기 대민 업무나 보는 꼴이 되어서는 안될 말이다.
안 그래도, 국회의원 배출 이후 의원 세비다, 국고보조금이다, 늘어난 당원들로부터 들어오는 당비다 해서 수입이 대폭 늘어나고 정책보좌관을 100명 가까이 뽑으면서 인력도 당으로 집중되는 상황인데, 이것이 노동운동 혹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나서서 투쟁하는 것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영향을 미쳐서는 절대 안될 일이다. 국회의원이 나왔다고 해서 한국 노동운동이 그 간의 문제를 모두 극복하고 새롭게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일 뿐만 아니라 까딱 잘못하면 당의 성장이 노동운동 쇠퇴의 반작용으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많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기존의 다른 진보정당과 달리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대중운동과 결합'했다는 것일텐데,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이 글을 쓰기 직전에도 어떤 동지가 왔다 가셨는데, 자기들 집회하는데 당에서 '격려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공문을 들고 왔다. 그 전까지 민주노동당이 가면 주로 '연대사'를 했었는데, 갑자기 '격려사'를 해달란다. 노동절 114주년이 되는 올해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로 노동자 운동의 진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민주노동당은 그 길에서 당연히 노동운동의 발전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연대사'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PSSP
이런 요구들을 접하면 중앙당 활동가들은 굉장히 곤혹스러워진다.
순전히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사람들을, 그렇다고 모른 체 하고 전화를 끊을 순 없기 때문에 "네, 네.."하면서 그냥 열심히 전화를 받을 뿐이다. 이런 전화가 하루에도 수백 통은 족히 오는 것 같고, 중앙당 활동가들은 거의 모든 사람이 '민원 상담'에 매달리고 있다. 가끔은 자기 이야기를 잔뜩 적은 문서를 가지고 와서 '면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당에 '민원실'이 없기 때문에 천상 처음 눈이 마주친 사람이 상담원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찍힌 사람은 30분이고 1시간이고, 대부분은 같은 얘기를 서너 차례 씩 하는 민원인들 앞에서 그 얘기를 다 듣고 앉아 있어야 한다.
먹고살기 진짜 팍팍한데 노동조합도 없고 당이 좀 나서줬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의 경우는 그냥 안타깝기만 하다. 전화해서 회사 욕 실컷 하고는 자기 회사가 어딘지는 말하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전화한 것 알면 잘릴 게 두려워서란다. 그래 놓고는 또 당이 나서달라고 부탁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당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법제도를 고치거나, 법에 나와 있는 걸 안 지키는 사업장을 전국적으로 몽땅 조사해서 처벌받도록 조치하겠다는 수준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지 않겠냐는 불만을 하곤 한다. 처음에는, 직접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자들이 노조와 함께 단결해서 '투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몇 번했지만,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당은 못 하겠으니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는 말로 듣는다. 이래저래 참 어려운 일인데, 이런 건 뭐 어차피 활동가가 감당해야 하는 거라 불만은 없다.
이런 것보다 제일 걱정이 되는 것은 투쟁 중인 노동조합에서 국회의원이 왔으면 좋겠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군데에서 그런 요청이 들어온다. 특히 오랫동안 투쟁했으면서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곳의 경우 국회의원이 한번 와주고, 또 사측과 면담도 한번 하면 문제가 금방 풀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많다. 근데 이게 참 난처하다. 우선은 몇 명 안 되는 국회의원들의 일정이 정말 눈 코 뜰 새 없이 빡빡하다는 점이 문제다. 한 일주일 정도 일정은 하루에 30분 단위로 약속이 이미 잡혀 있는 식인데, 마음 급한 노조야 하루 이틀 전에 연락하는 게 보통이고 이러다 보니 당활동가들은 본의 아니게 "안되겠는데요", "조금만 더 일찍 연락하셨어도...", "다른 일정이 있어서.."등의 말을 하게 된다. "국회의원 생기니까 뻣뻣해졌다"는 소리 듣기 딱 좋은 분위기인 것이다.
실제로 국회의원이 가서 사측 면담 한번 하면 문제가 풀리는 곳도 있긴 할테다. 그런데, 걱정되는 건 현안이 해결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국회의원 몇 명 생겼다고 갑자기 바뀌는 사람들의 태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사람들의 태도가 문제라기 보다는, 이런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아무 준비도 하지 못했었던 우리의 태도가 문제다. 그리고 정말 걱정되는 건 이런 상황이 점점 커지면 민중운동 전체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열심히 투쟁하고 당은 '연대 투쟁'을 하는 것이다. 당 활동이 대중운동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해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해서 발전한 대중운동이 당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그런 식이어야 한다. 이 원칙은 선거전이나 후나 달라질 게 없다. 연대 투쟁의 방식이나 내용이 국회의원이 생긴 상황에서 좀 변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함께 싸워야 할 동지가 느닷없이 민원을 요청하는 민원인이 되고, 연대투쟁 해야 하는 당이 갑자기 대민 업무나 보는 꼴이 되어서는 안될 말이다.
안 그래도, 국회의원 배출 이후 의원 세비다, 국고보조금이다, 늘어난 당원들로부터 들어오는 당비다 해서 수입이 대폭 늘어나고 정책보좌관을 100명 가까이 뽑으면서 인력도 당으로 집중되는 상황인데, 이것이 노동운동 혹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나서서 투쟁하는 것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영향을 미쳐서는 절대 안될 일이다. 국회의원이 나왔다고 해서 한국 노동운동이 그 간의 문제를 모두 극복하고 새롭게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일 뿐만 아니라 까딱 잘못하면 당의 성장이 노동운동 쇠퇴의 반작용으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많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기존의 다른 진보정당과 달리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대중운동과 결합'했다는 것일텐데,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이 글을 쓰기 직전에도 어떤 동지가 왔다 가셨는데, 자기들 집회하는데 당에서 '격려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공문을 들고 왔다. 그 전까지 민주노동당이 가면 주로 '연대사'를 했었는데, 갑자기 '격려사'를 해달란다. 노동절 114주년이 되는 올해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로 노동자 운동의 진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민주노동당은 그 길에서 당연히 노동운동의 발전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연대사'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PS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