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투쟁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구축하자
주한미군의 동북아 신속기동군화를 규탄하며
논란
지난 5월 17일, 미국은 주한미군 2사단 제 2보병 부대 중 1개 여단 3600명을 이라크에 파병한다는 방침을 한국정부에 통보하였다. 이어 5월 28일 정부는 6월 7일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 (FOTA = the Future of the ROK-U.S. Alliance Policy Initiative) 를 통해 주한미군 1만 2천명 감축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보수측'은 한-미 동맹의 심각한 위기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미 관계가 소원해졌기 때문에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일방적 통보한 것이며 1만 2천명의 감축논의는 곧 주한미군 완전철수를 예고한다는 것이다. 작년부터 효순, 미선 살인미군 반대 촛불시위를 비롯한 이라크 전쟁, 파병반대운동들이 한-미 동맹에 균열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정부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서 우리 국민 스스로 멸망을 자초하고 있다며 핏대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에 노무현 정부가 더욱 큰 목소리로 대응하고 나섰다.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면서 해외주둔 미군을 총동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주한미군감축 조치는 종합적인 해외주둔 미군재배치계획 (Global Defence Posture Review) 의 일환이기 때문에 한미동맹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으로 인한 안보의 공백은 '자주국방'을 통해 대안을 모색할 수 있으며, 이제는 일방적이지 않은 평등한 한미동맹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배계급 내에서 '한미동맹 현대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미 동맹의 현대화'란 과거 한국의 지배계급이 주한미군에게 부여해왔던 정치적 의미를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하는가?
그러나 '협력적 자주국방'은 미국의 변화된 군사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비를 증가하고 전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일 뿐이며 결국 '미국의 동북아 패권'의 우산 안에 머물러 한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기존의 정치적 입장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한미동맹 현대화'란 '자주적이고 평등한 한-미 관계'라는 노무현 정부의 허위포장을 걷어내고 본다면, 이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미국의 군사패권주의에 의해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또다시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의 구상.
미국은 2005년까지 1만 2천명의 주한미군을 감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는 현재 주한미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병력이다. 미국 측은 감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군 재조정의 가이드 라인은 ▲한미동맹 강화 ▲해외미군 재배치 (GPR) 를 한국에 적용할 때 한반도 안보상황 충분히 고려 ▲주한미군 재조정을 통해 연합방위능력 강화 ▲한국정부의 협력적 자주국방을 환영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재배치계획 (GPR) 은 전 세계에 배치되어 있는 미국의 군대를 대략 4가지 등급으로 분류한다. △전력투사근거지 (Power Projection Hub) △주요작전기지 (Main Operating Base) △전진작전거점 (Foward Operating Site) △안보협력대상지역 (Coperative Security Location) 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전력투사 근거지 (PPH) 는 미국본토와 하와이, 일본, 괌 등이 후보지역으로 고려되고 있고, 주요작전기지 (MOB) 의 경우, 주요 분쟁지역에서의 미군의 장기주둔의 형태를 말한다. 주한미군의 경우 주요작전기지 (MOB) 와 전력투사 근거지 (PPH) 의 중간단계의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주한미군의 집결지가 될 오산과 평택의 경우는 오산공군기지와 평택항의 해군을 이어주는 통합적인 병력기지가 될 전망이다. 미국의 GPR은 성격상 "세계적이고 전체적이며 군사적인 흐름 (force flow) 을 유연하고 신속하게 만들려는 계획"이며 이러한 맥락에서 주한미군은 동북아 신속 배치군으로 위상이 전환된다.
'새로운 전쟁'에 조응하는 미국의 전략
:공격적인 대북억지력의 강화, 동북아시아의 군사기지화
일반적으로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장기 주둔해있는 것은 '대북 억지력'의 차원에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다음 세 가지 사실에 근거하여 주한미군의 존재는 이미 전쟁방어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으며, 오히려 북에 대한 선제공격, 점령, 정권교체라는 미국의 적극적인 한반도 전쟁시나리오 구상 하에 배치된 전력이라는 점을 확인하자. 또한 현재 주한미군 재배치의 움직임은 동북아에서 '북한'이라는 불량요소를 제거하는 전쟁을 완성해가면서 한-미-일 동맹을 동북아 지역동맹화 하여 그 자체를 미군기지화 하려는 미국의 구상의 일 단계임을 상기해야 한다. 미국의 '새로운 전쟁'에 조응하는 전략은 과거의 군사전략을 완성하면서 진화해가고 있다.
1)한-미연합군 작전계획은 방어에서 선제공격으로
한미연합군의 전쟁기획이 '전쟁방어'에서 '선제공격'으로 변화해왔다는 사실은 한-미연합군작전계획의 변천과정 속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은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나고, 작전계획 (Operation Plan) 5027을 수립하였는데, 북한군이 남침하였을 때, 휴전선에서 이를 방어한다는 명목이 그것이다. 이는 2년마다 개정되어왔는데 70년대 이후부터는 북한 점령계획으로 변화하게 된다. 1992년 작계5027은 한미연합군이 동쪽과 남쪽에서 동시에 평양을 진격해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고 곧장 영변 북핵 시설을 파괴한다는 내용으로 변화한다.
현재 주한미군감축으로 인한 한반도 안보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들 중 하나는 감축대상이 되는 미2사단 병력이 바로 이 작계 5027의 핵심전력부대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 병력이 철수하는 것은 곧 북의 남침에 대비한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자체가 무화되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작계 5027은 1998년 전쟁방어를 넘어서 예방전쟁에 입각한 '선제공격전략'으로 이미 변화하였다. 이 내용은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확고한 증거가 포착될 경우, 북의 야포와 미사일, 공군기지 등을 '선제공격을 통해 파괴시킨다'는 계획을 포함한다. 이후 선제공격전략은 보다 강화되어 2000년에는 남한의 결정과 무관하게 미국이 전쟁에 돌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되었고, 2002년에는 전쟁 발발 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특수작전이 추가된다. 나아가 2003년에 알려진 '작전계획5030 (OPLAN 5030)'은 미 국방부가 북한정권붕괴를 유도하기 위한 전쟁 이전의 군사행동을 규정하는 데에까지 이르게 된다.
한-미연합군의 공격적인 대북 억지력 강화의 결정판은 작계 5027이 북한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작전계획5030으로의 진화 과정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요인으로 911 이후, 미국의 국사안보전략의 변화가 맞물려있다. 불량국가 (북한, 이라크) 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두 지역에서의 전쟁계획 (윈앤윈 전략) 은 이제 그 자체로 미국의 군사안보전략의 전부가 될 수 없다. 이제 세계 최대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은 과거 전통적인 군사전략을 완성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군사안보전략에 입각한 군사시스템을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추동하는 '새로운 전쟁'의 양상이 존재한다.
2)'새로운 전쟁'의 양상과 미국의 군사전략의 발전. '예방전쟁', '핵 선제공격론'
오늘날 전쟁은 세계화로의 경제통합과 배제의 과정을 주요한 축으로 벌어지고 있다. 무역, 금융의 자유화는 특정지역을 자본주의 질서로 편입시키거나 배제한다. 이 과정에서 편입된 경제 통합지역에 대해서는 강력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군사적 긴장이 불가피하고, 배제된 지역과 경제통합지역내부에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빈곤의 급증, 다양한 군사적 분쟁이 격화된다. 이 지역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다양한 종류의 무질서와 혼란은 금융의 자유로운 세계화를 위협하는 '불안정한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수혜자인 미국의 군사 안보전략의 핵심은 바로 이러한 불안정성으로부터 미국본토를 보호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9.11 이후 미국이 표방하고 있는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은 '예방전쟁', '핵 선제공격옵션'으로 표상되는 '부시 독트린'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탈냉전 이후 미국이 설정한 전통적인 군사전략을 완성하는 과정을 분명히 포함하고 있다. 즉 이라크와 북한에 대한 공격적인 위협, 즉 동아시아와 중동에서의 '불량국가'를 제거하기 위한 전쟁전략 (중강도 전쟁) 이라는 미국의 군사전략은 이제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라도 (미국이 규정하는) 위협세력을 먼저 예방의 차원에서 제거할 수 있는 국가안보시스템으로 완성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미국의 '예방선제공격론'은 유사시 핵무기를 사용한 공격도 가능하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2002년 1월에 유출된 부시행정부의 '핵 태세보고서 (Nuclear Posture Review)'에는 현재까지의 핵무기 개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방안이 명시되어있다. 냉전시기 두 진영간의 군사력 균형을 위해서 존재해왔던 '전략핵무기'의 개념을 폐기하고 위협세력 (불량국가) 의 군사적 도발 (대량파괴무기) 을 억제할 수 있도록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예방전쟁', '핵 선제공격론'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시스템의 변화는 필수적이다. 전 세계적 차원의 미사일 방어체계인 MD의 추진, 세계 각지에 배치되어있는 해외주둔 미군의 위상과 역할을 재조정하는 과정 (GPR) 등은 정확히 이러한 맥락 속에 존재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한미군감축 및 재배치의 흐름 역시 이것의 일환이다.
3)한-미동맹의 지역 동맹화, 이에 조응하는 '협력적 자주국방론'
한반도 배치된 한-미 연합군의 전력은 한국정부의 '자주국방'정책을 매개로 하여 첨단화될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는 자체의 대북 억지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향후 10년 간 국내총생산(GDP)대비 3.2%까지 국방비를 늘리고 향후 20년 간 209조원, 적어도 앞으로 6년 간 64조원의 전투력 투자비를 써야 한다 (국방연구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한반도 주변에는 최신 첨단무기가 속속 배치되고 있으며, 한반도 전쟁 억지력을 훨씬 넘어선 압도적인 전력 증강계획이 추진 중이다. 아파치 롱보우 헬기와 MD 체계의 하위무기체계인 패트리어트 미사일 (PAC-3) M1, M2 전차 중 일부는 이미 한반도 배치가 완료되었고, 최신정보전력 획득을 위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 (AWACS) 사업, 2008년까지 동해안에 이지스함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한편 미국은 2006년까지 주한미군 특정임무를 한국군에게 이양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까지 재편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와 동시에 110억 달러 (12조 7천억원) 를 투자해 공군, 해군을 중심으로 한 미사일 방어전력 강화에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한국정부의 자주국방은 결국 미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한-미-일 군사동맹을 정점으로 하는 강력한 첨단전진기지를 배치하려는 구상에 조응하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현재 미국의 패권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동맹은 과거와 같은 방식, 즉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 주한 (주일) 미군 자체의 강화를 통해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미-일 지역 동맹화 (일본의 재무장화와 보통국가화, 주일미군의 일부감축, 오키나와 기지의 위상변화) 에 이은 한-미 지역 동맹화 (한국의 자주국방론) 는 각 국의 군사력을 강화하고 전력을 증가하여 자체 안보를 책임질 수 있도록 하며 이를 통해 지역에서 강고한 군사벨트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자주국방이 가진 위험성은 그것이 미국의 구상에 의해 종속된 '불평등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국방비, 전력 증가가 동아시아 국가들의 군비경쟁을 가속화시켜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을 형성한다 데 있다. 또한 한국군은 오직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입여부가 판단되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각종 분쟁들에 대한 군사적 개입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국방비 증액과 첨단무기도입 등 한반도 전력의 증강은 불가피하다. 또한 한국군이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제 2의 미군기지가 되는 것이다.
한-미 동맹 현대화의 또 다른 함의
동아시아는 아시아-태평양을 연결하는 신흥시장으로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의 체계적인 경제통합의 구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잠재적으로 미국에게 군사적 도전국이 될 중국의 부상을 제어하고, 동북아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경제통합을 구축하는 것은 미국의 사활적인 이해이기도 하다. 때문에 미국의 이러한 구상은 단지 군사정책의 변화, 또한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의 재편과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2003년 5월에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이후 정부가 거론한 '동아시아 평화번영정책' 구상을 떠올려보자.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바탕'으로 동북아의 물류, 관광, 무역, 산업의 중심 및 해양과 대륙을 잇는 '경제의 관문'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인식을 전제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란 동북아 허브국가 구상에 방해가 되는 요인, 즉 한국에 초국적 자본의 투자에 방해가 되는 요인을 제거한 상태를 말한다. '한-미 동맹 현대화'의 의미심장함은 그것이 역사적으로 한미동맹이 정치, 외교, 군사적 동맹일 뿐만 아니라 '경제공동체'로서의 임무와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금융투자가들의 안정적인 투자처를 제공한다는 목표 하나로 진행된 남한의 구조조정의 참혹한 결과 수 조원의 돈이 초국적 자본의 이동과 함께 해외로 빠져나갔고, 그 사이 남한 민중은 삶의 위기에 내몰려 자신의 목숨을 내놔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또한 한반도에서 항시적인 전쟁위기에 시달리며, 동아시아를 군비경쟁의 악순환으로 몰아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려는 미국의 군사패권전략의 현실 역시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이것이 미국과 노무현정부가 만들어가려는 한미동맹의 미래이다.
반미-평화군축투쟁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새롭게 건설하자
결국 '한미동맹 현대화'의 실체는 미국의 '선제공격독트린'에 기반한 군사시스템 혁신의 과정에서 보다 확고한 지역 군사동맹을 확립하는 것. 그리고 한국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의 경제통합과정을 보다 철저히 이행하는 것. 이 두 가지 축에 대한 한국의 충실한 '이행각서'인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질서와 이에 조응하는 미국의 군사세계화를 거부하기 위해, 민중의 힘으로 평화를 새롭게 건설하는 반미-평화군축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주범은 주한미군을 정점으로 하는 강력한 한-미 (일) 동맹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하며,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완전철수를, 나아가 동아시아에서의 미군의 완전철수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나가야 한다. 불평등한 용산 기지 이전논의 규탄, 미군기지의 평택집결 반대, 주한미군의 동북아 중심기지화 반대운동을 시작으로 하여 "국방비 삭감! 병력 감축! 미사일 시설 제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선언!"을 제기하는 평화군축투쟁으로 반전운동의 이슈가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는 한반도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 동아시아 민중의 국제적인 연대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동아시아에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의 경제통합과 군사패권주의라는 미국의 통합적 구상은 동아시아 민중의 평화와 번영이 될 수 없다. 미국이 제시하는 핏빛 미래를 거부하고 민중 스스로 만드는 평화로 동아시아의 전망을 밝히고자 한다면 동아시아 민중들과 굳건히 연대할 수 있는 평화군축투쟁을 바로 이곳, 한반도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PSSP
지난 5월 17일, 미국은 주한미군 2사단 제 2보병 부대 중 1개 여단 3600명을 이라크에 파병한다는 방침을 한국정부에 통보하였다. 이어 5월 28일 정부는 6월 7일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 (FOTA = the Future of the ROK-U.S. Alliance Policy Initiative) 를 통해 주한미군 1만 2천명 감축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보수측'은 한-미 동맹의 심각한 위기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미 관계가 소원해졌기 때문에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일방적 통보한 것이며 1만 2천명의 감축논의는 곧 주한미군 완전철수를 예고한다는 것이다. 작년부터 효순, 미선 살인미군 반대 촛불시위를 비롯한 이라크 전쟁, 파병반대운동들이 한-미 동맹에 균열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정부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서 우리 국민 스스로 멸망을 자초하고 있다며 핏대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에 노무현 정부가 더욱 큰 목소리로 대응하고 나섰다.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면서 해외주둔 미군을 총동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주한미군감축 조치는 종합적인 해외주둔 미군재배치계획 (Global Defence Posture Review) 의 일환이기 때문에 한미동맹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으로 인한 안보의 공백은 '자주국방'을 통해 대안을 모색할 수 있으며, 이제는 일방적이지 않은 평등한 한미동맹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배계급 내에서 '한미동맹 현대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미 동맹의 현대화'란 과거 한국의 지배계급이 주한미군에게 부여해왔던 정치적 의미를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하는가?
그러나 '협력적 자주국방'은 미국의 변화된 군사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비를 증가하고 전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일 뿐이며 결국 '미국의 동북아 패권'의 우산 안에 머물러 한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기존의 정치적 입장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한미동맹 현대화'란 '자주적이고 평등한 한-미 관계'라는 노무현 정부의 허위포장을 걷어내고 본다면, 이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미국의 군사패권주의에 의해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또다시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의 구상.
미국은 2005년까지 1만 2천명의 주한미군을 감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는 현재 주한미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병력이다. 미국 측은 감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군 재조정의 가이드 라인은 ▲한미동맹 강화 ▲해외미군 재배치 (GPR) 를 한국에 적용할 때 한반도 안보상황 충분히 고려 ▲주한미군 재조정을 통해 연합방위능력 강화 ▲한국정부의 협력적 자주국방을 환영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재배치계획 (GPR) 은 전 세계에 배치되어 있는 미국의 군대를 대략 4가지 등급으로 분류한다. △전력투사근거지 (Power Projection Hub) △주요작전기지 (Main Operating Base) △전진작전거점 (Foward Operating Site) △안보협력대상지역 (Coperative Security Location) 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전력투사 근거지 (PPH) 는 미국본토와 하와이, 일본, 괌 등이 후보지역으로 고려되고 있고, 주요작전기지 (MOB) 의 경우, 주요 분쟁지역에서의 미군의 장기주둔의 형태를 말한다. 주한미군의 경우 주요작전기지 (MOB) 와 전력투사 근거지 (PPH) 의 중간단계의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주한미군의 집결지가 될 오산과 평택의 경우는 오산공군기지와 평택항의 해군을 이어주는 통합적인 병력기지가 될 전망이다. 미국의 GPR은 성격상 "세계적이고 전체적이며 군사적인 흐름 (force flow) 을 유연하고 신속하게 만들려는 계획"이며 이러한 맥락에서 주한미군은 동북아 신속 배치군으로 위상이 전환된다.
'새로운 전쟁'에 조응하는 미국의 전략
:공격적인 대북억지력의 강화, 동북아시아의 군사기지화
일반적으로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장기 주둔해있는 것은 '대북 억지력'의 차원에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다음 세 가지 사실에 근거하여 주한미군의 존재는 이미 전쟁방어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으며, 오히려 북에 대한 선제공격, 점령, 정권교체라는 미국의 적극적인 한반도 전쟁시나리오 구상 하에 배치된 전력이라는 점을 확인하자. 또한 현재 주한미군 재배치의 움직임은 동북아에서 '북한'이라는 불량요소를 제거하는 전쟁을 완성해가면서 한-미-일 동맹을 동북아 지역동맹화 하여 그 자체를 미군기지화 하려는 미국의 구상의 일 단계임을 상기해야 한다. 미국의 '새로운 전쟁'에 조응하는 전략은 과거의 군사전략을 완성하면서 진화해가고 있다.
1)한-미연합군 작전계획은 방어에서 선제공격으로
한미연합군의 전쟁기획이 '전쟁방어'에서 '선제공격'으로 변화해왔다는 사실은 한-미연합군작전계획의 변천과정 속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은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나고, 작전계획 (Operation Plan) 5027을 수립하였는데, 북한군이 남침하였을 때, 휴전선에서 이를 방어한다는 명목이 그것이다. 이는 2년마다 개정되어왔는데 70년대 이후부터는 북한 점령계획으로 변화하게 된다. 1992년 작계5027은 한미연합군이 동쪽과 남쪽에서 동시에 평양을 진격해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고 곧장 영변 북핵 시설을 파괴한다는 내용으로 변화한다.
현재 주한미군감축으로 인한 한반도 안보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들 중 하나는 감축대상이 되는 미2사단 병력이 바로 이 작계 5027의 핵심전력부대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 병력이 철수하는 것은 곧 북의 남침에 대비한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자체가 무화되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작계 5027은 1998년 전쟁방어를 넘어서 예방전쟁에 입각한 '선제공격전략'으로 이미 변화하였다. 이 내용은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확고한 증거가 포착될 경우, 북의 야포와 미사일, 공군기지 등을 '선제공격을 통해 파괴시킨다'는 계획을 포함한다. 이후 선제공격전략은 보다 강화되어 2000년에는 남한의 결정과 무관하게 미국이 전쟁에 돌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되었고, 2002년에는 전쟁 발발 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특수작전이 추가된다. 나아가 2003년에 알려진 '작전계획5030 (OPLAN 5030)'은 미 국방부가 북한정권붕괴를 유도하기 위한 전쟁 이전의 군사행동을 규정하는 데에까지 이르게 된다.
한-미연합군의 공격적인 대북 억지력 강화의 결정판은 작계 5027이 북한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작전계획5030으로의 진화 과정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요인으로 911 이후, 미국의 국사안보전략의 변화가 맞물려있다. 불량국가 (북한, 이라크) 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두 지역에서의 전쟁계획 (윈앤윈 전략) 은 이제 그 자체로 미국의 군사안보전략의 전부가 될 수 없다. 이제 세계 최대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은 과거 전통적인 군사전략을 완성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군사안보전략에 입각한 군사시스템을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추동하는 '새로운 전쟁'의 양상이 존재한다.
2)'새로운 전쟁'의 양상과 미국의 군사전략의 발전. '예방전쟁', '핵 선제공격론'
오늘날 전쟁은 세계화로의 경제통합과 배제의 과정을 주요한 축으로 벌어지고 있다. 무역, 금융의 자유화는 특정지역을 자본주의 질서로 편입시키거나 배제한다. 이 과정에서 편입된 경제 통합지역에 대해서는 강력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군사적 긴장이 불가피하고, 배제된 지역과 경제통합지역내부에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빈곤의 급증, 다양한 군사적 분쟁이 격화된다. 이 지역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다양한 종류의 무질서와 혼란은 금융의 자유로운 세계화를 위협하는 '불안정한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수혜자인 미국의 군사 안보전략의 핵심은 바로 이러한 불안정성으로부터 미국본토를 보호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9.11 이후 미국이 표방하고 있는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은 '예방전쟁', '핵 선제공격옵션'으로 표상되는 '부시 독트린'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탈냉전 이후 미국이 설정한 전통적인 군사전략을 완성하는 과정을 분명히 포함하고 있다. 즉 이라크와 북한에 대한 공격적인 위협, 즉 동아시아와 중동에서의 '불량국가'를 제거하기 위한 전쟁전략 (중강도 전쟁) 이라는 미국의 군사전략은 이제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라도 (미국이 규정하는) 위협세력을 먼저 예방의 차원에서 제거할 수 있는 국가안보시스템으로 완성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미국의 '예방선제공격론'은 유사시 핵무기를 사용한 공격도 가능하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2002년 1월에 유출된 부시행정부의 '핵 태세보고서 (Nuclear Posture Review)'에는 현재까지의 핵무기 개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방안이 명시되어있다. 냉전시기 두 진영간의 군사력 균형을 위해서 존재해왔던 '전략핵무기'의 개념을 폐기하고 위협세력 (불량국가) 의 군사적 도발 (대량파괴무기) 을 억제할 수 있도록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예방전쟁', '핵 선제공격론'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시스템의 변화는 필수적이다. 전 세계적 차원의 미사일 방어체계인 MD의 추진, 세계 각지에 배치되어있는 해외주둔 미군의 위상과 역할을 재조정하는 과정 (GPR) 등은 정확히 이러한 맥락 속에 존재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한미군감축 및 재배치의 흐름 역시 이것의 일환이다.
3)한-미동맹의 지역 동맹화, 이에 조응하는 '협력적 자주국방론'
한반도 배치된 한-미 연합군의 전력은 한국정부의 '자주국방'정책을 매개로 하여 첨단화될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는 자체의 대북 억지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향후 10년 간 국내총생산(GDP)대비 3.2%까지 국방비를 늘리고 향후 20년 간 209조원, 적어도 앞으로 6년 간 64조원의 전투력 투자비를 써야 한다 (국방연구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한반도 주변에는 최신 첨단무기가 속속 배치되고 있으며, 한반도 전쟁 억지력을 훨씬 넘어선 압도적인 전력 증강계획이 추진 중이다. 아파치 롱보우 헬기와 MD 체계의 하위무기체계인 패트리어트 미사일 (PAC-3) M1, M2 전차 중 일부는 이미 한반도 배치가 완료되었고, 최신정보전력 획득을 위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 (AWACS) 사업, 2008년까지 동해안에 이지스함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한편 미국은 2006년까지 주한미군 특정임무를 한국군에게 이양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까지 재편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와 동시에 110억 달러 (12조 7천억원) 를 투자해 공군, 해군을 중심으로 한 미사일 방어전력 강화에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한국정부의 자주국방은 결국 미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한-미-일 군사동맹을 정점으로 하는 강력한 첨단전진기지를 배치하려는 구상에 조응하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현재 미국의 패권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동맹은 과거와 같은 방식, 즉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 주한 (주일) 미군 자체의 강화를 통해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미-일 지역 동맹화 (일본의 재무장화와 보통국가화, 주일미군의 일부감축, 오키나와 기지의 위상변화) 에 이은 한-미 지역 동맹화 (한국의 자주국방론) 는 각 국의 군사력을 강화하고 전력을 증가하여 자체 안보를 책임질 수 있도록 하며 이를 통해 지역에서 강고한 군사벨트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자주국방이 가진 위험성은 그것이 미국의 구상에 의해 종속된 '불평등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국방비, 전력 증가가 동아시아 국가들의 군비경쟁을 가속화시켜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을 형성한다 데 있다. 또한 한국군은 오직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입여부가 판단되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각종 분쟁들에 대한 군사적 개입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국방비 증액과 첨단무기도입 등 한반도 전력의 증강은 불가피하다. 또한 한국군이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제 2의 미군기지가 되는 것이다.
한-미 동맹 현대화의 또 다른 함의
동아시아는 아시아-태평양을 연결하는 신흥시장으로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의 체계적인 경제통합의 구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잠재적으로 미국에게 군사적 도전국이 될 중국의 부상을 제어하고, 동북아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경제통합을 구축하는 것은 미국의 사활적인 이해이기도 하다. 때문에 미국의 이러한 구상은 단지 군사정책의 변화, 또한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의 재편과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2003년 5월에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이후 정부가 거론한 '동아시아 평화번영정책' 구상을 떠올려보자.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바탕'으로 동북아의 물류, 관광, 무역, 산업의 중심 및 해양과 대륙을 잇는 '경제의 관문'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인식을 전제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란 동북아 허브국가 구상에 방해가 되는 요인, 즉 한국에 초국적 자본의 투자에 방해가 되는 요인을 제거한 상태를 말한다. '한-미 동맹 현대화'의 의미심장함은 그것이 역사적으로 한미동맹이 정치, 외교, 군사적 동맹일 뿐만 아니라 '경제공동체'로서의 임무와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금융투자가들의 안정적인 투자처를 제공한다는 목표 하나로 진행된 남한의 구조조정의 참혹한 결과 수 조원의 돈이 초국적 자본의 이동과 함께 해외로 빠져나갔고, 그 사이 남한 민중은 삶의 위기에 내몰려 자신의 목숨을 내놔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또한 한반도에서 항시적인 전쟁위기에 시달리며, 동아시아를 군비경쟁의 악순환으로 몰아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려는 미국의 군사패권전략의 현실 역시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이것이 미국과 노무현정부가 만들어가려는 한미동맹의 미래이다.
반미-평화군축투쟁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새롭게 건설하자
결국 '한미동맹 현대화'의 실체는 미국의 '선제공격독트린'에 기반한 군사시스템 혁신의 과정에서 보다 확고한 지역 군사동맹을 확립하는 것. 그리고 한국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의 경제통합과정을 보다 철저히 이행하는 것. 이 두 가지 축에 대한 한국의 충실한 '이행각서'인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질서와 이에 조응하는 미국의 군사세계화를 거부하기 위해, 민중의 힘으로 평화를 새롭게 건설하는 반미-평화군축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주범은 주한미군을 정점으로 하는 강력한 한-미 (일) 동맹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하며,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완전철수를, 나아가 동아시아에서의 미군의 완전철수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나가야 한다. 불평등한 용산 기지 이전논의 규탄, 미군기지의 평택집결 반대, 주한미군의 동북아 중심기지화 반대운동을 시작으로 하여 "국방비 삭감! 병력 감축! 미사일 시설 제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선언!"을 제기하는 평화군축투쟁으로 반전운동의 이슈가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는 한반도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 동아시아 민중의 국제적인 연대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동아시아에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의 경제통합과 군사패권주의라는 미국의 통합적 구상은 동아시아 민중의 평화와 번영이 될 수 없다. 미국이 제시하는 핏빛 미래를 거부하고 민중 스스로 만드는 평화로 동아시아의 전망을 밝히고자 한다면 동아시아 민중들과 굳건히 연대할 수 있는 평화군축투쟁을 바로 이곳, 한반도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PS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