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진실 '차베스 대통령과 국민투표'
우파의 좌절과 좌파의 승리로 인한 도취감 속에서, 정작 베네수엘라 정치의 복잡하고 모순적인 진실들과 차베스 정치의 특성에 대해서 쓴 글은 거의 없다. 이데올로기적인 워싱턴[미 정치엘리트]과 실용주의적인 월 스트리트[경제엘리트] 사이의 분할, 대결의 정치와 화해의 정치의 분할, 그리고 베네수엘라와 여타 라틴아메리카 국가 사이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초점이 맞춰진 토론은 더더욱 없다. 우파와 좌파 공히 차베스 정부에 대하여 진실과 대면하기 보다는 신화로 대체해버렸다.
신화 1:차베스는 우파들이 국민투표에서 패배시킬 수 있는 인기 없는 대통령이다.
하지만 우익과 그 지지자들인 워싱턴은 몇 가지 지점에서 계산을 잘못했다. 먼저 차베스 정부가 가장 취약했던 순간은 국영석유기업 PVDS 간부가 2002년 12월부터 2003년 2월까지 단행한 직장폐쇄 직후였다. 그 때 유가는 하락했고 경제는 황폐화되었으며 정부의 사회복지 프로그램은 재정부족에 직면했으며 기층 민중의 정치적 조직화는 취약했다. 국민투표가 시행된 2004년 8월까지, 1년 반 사이에 사회경제적인 그리고 정치적인 환경은 역동적으로 바뀌었다. 경제는 12%로 성장하고 있었고, 유가는 기록적으로 높았고, 사회복지 지출은 증가하고 있었으며 그 사회적 효과는 대단히 두드러졌고 광범위했으며, 대중 사회 조직은 전국적으로 대중 속에서 깊게 파고들었다. 명백하게 주도권은 우익에서 좌익으로 넘어왔지만 미국과 반대파에서 있던 세력들은 진실을 보지 못했다. 국영 석유 산업과 자금 배분에 관한 통제권은 2003년 초 직장폐쇄의 실패로 상실되었으며 군대에 대한 영향력은 2002년 쿠데타의 실패로 사라졌기 때문에, 반대파들은 정부의 국민투표 선거운동을 제한할 수단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선거 이후 ‘시민-군부’ 쿠데타를 추진할 수단이 전혀 없었다.
신화2: 우파분석가들에 따르면 국민투표는 차베스의 ‘인기도’, ‘인성’, 카리스마, 그리고 ‘독재’ 스타일의 이슈에 기초하고 있었다.
실상 국민투표는 계급적 인종적 분할들에 기초했다. 비-반대파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노동자 계급과 빈민층의 85%가 넘는 이들이 차베스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반면에, 부유한 지역과 그 주변 지역에 대한 선거 여론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정확히 그 반대로 80% 이상이 [대통령 소환을 위한] 국민투표에 찬성을 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유사한 양상 혹은 계급적/인종적 양극화는 빈곤한 아프리카계 베네수엘라인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높은 투표율과 [차베스 지지]투표 성향으로 보아 명백하였다. 이 계층 유권자로서는 전례가 없는 71%가 선거에 참여하였는데, 투표율이 높을수록 차베스에 대한 지지표가 많았던 것이다. 명백하게도 차베스는 사회복지프로그램 및 계급적 헌신성을 투표행위로 이어지게 하는데 성공하였다.
신화3: 좌파와 우파 공히 대중매체가 대중의 투표행위를 통제하고, 정치적 의제들을 제한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우파의 승리와 좌파의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90%의 주요 TV 네트워크와 활자 매체 그리고 대부분의 라디오 방송국을 우파가 통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민투표는 18%차이로 대패하였다.(59% 대 41%)
국민투표 결과는 사회개혁을 위한 성공적인 투쟁 중에 건설된 강력한 풀뿌리 민중조직들이 미디어 조작을 쉽게 무력화할 수 있는 대중의 정치적· 사회적 의식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엘리트들은 자신들의 구조적 권력-돈, 언론독점 그리고 워싱턴의 지원-에 기대어 낙관주의에 빠지게 되면서 의식화된 대중 조직이 그들이 가진 자원에게 강력한 견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눈 감고 말았다. 마찬가지로 국민투표의 결과는 중도좌파의 주장 즉, 대중매체 때문에 선거에서 패배한다는 주장을 일축한다. 중도좌파는 대중매체를 ‘중립화'하기 위해 신자유주의를 수용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그들은 사전에 대중투쟁과 조직화가 대중의 사회적 각성을 만들어낸다면 대중 매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길 거부한다.
신화4: 많은 좌파 저널리스트들은 차베스의 승리는 라티아메리카 차원의 민중적 민족주의 정치의 새로운 흐름을 반영했다고 한다.
이를 반증하는 자료는 풍부하다. 룰라가 통치하는 브라질은 석유광구의 권리를 미국과 유럽의 초국적 자본에게 팔았으며, 대통령 당선자 아리스티드를 납치하는 과정에서 세워진 미국의 괴뢰정부를 안정화하기 위하여 1500명의 군대를 (아르헨티나, 칠레 등과 함께) 아이티에 파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안데스 국가들(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그리고 콜롬비아)의 정부들은 석유 공기업들을 사유화하려 하고, 전미자유무역협정(ALCA)과 콜롬비아 플랜을 지지하고, 외채를 갚고 있다. 우루과이 ‘확대전선’은 브라질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따를 것을 약속하고 있다. 차베스는 지역무역 블럭인 메르쿠수르를 발전시키려고 하는 반면, 주요 멤버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블럭 바깥에서의 무역관계를 증대시키고 있다. 사실은 차베스의 반신자유주의 정책과 대중적 사회운동에 반하여 신자유주의 정권 블록이 있는 것이다. 차베스가 그의 자주적인 외교정책을 계속하는 하는 한, 그의 기본적인 동맹은 대중적 사회운동과 쿠바이다.
신화5: 국민소환투표의 부결은 미제국주의와 지역의 지배층에게 주요한 전술적 패배였다.
하지만 선거 이후 차베스의 워싱턴 및 거대 자본에 대한 호소가 보여주듯이, 제국주의의 패배가 반드시 혁명적 변화를 의미하거나 혹은 변화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차베스 정치를 더욱 잘 보여주는 것은 오리노코 지역의 가스와 석유 개발을 위해 예정된 텍사코-모밀사 및 엑손사와 50억 달러의 투자 계약이다. [소환투표에서의] 투표승리에 의한 도취감으로 인해 좌파는 차베스 언설에서의 변화들과 그가 시종일관 실천해 온 사회복지와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이라는 이질적인 요소를 결합시킨 정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의 정책은 언제나 한편으로는 미국 및 국내 소수의 금리생활자들에 대한 영합을 거부하는 것과, 다른 한 편으로는 국내외의 투자가들, 도시 및 농촌의 빈곤층의 연대를 통해 복지 자본주의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하는 정책을 시도하는 것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줄타기를 해왔다. 그의 정책은 카스트로의 사회주의혁명보다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에 가깝다. 세 번의 정치적 위기 -시민들과 군인들이 합세한 실패한 쿠데타, 석유회사 중역들의 직장폐쇄 와해, 국민투표 실패 -이후 차베스는 언론을 장악한 세력, 거대 자본가계급, 그리고 미국 정부와의 대화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차베스의 중도개혁적 정책에 대한 신념을 고려하면 그가 왜 공개적으로 그의 정부의 폭력적인 전복을 주장한 대중 매체의 소유주들을 기소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역시 그가 왜 헌법 질서에 대한 군사 반란과 폭력적인 공격을 선동한 자본가들의 연합 조직(FEDECAMARS)에 대해 어떠한 법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다. 유럽과 북미 그리고 다른 나라들에서였다면, 어떤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라도 이런 지배엘리트들에 대해서 폭력적인 전복 행위를 이유로 체포하고 기소했을 것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그들의 재산, 특권, 부에 대해서 어떠한 조치도 없을 것이라고 언제나 반복해서 말해왔다. 게다가 이들 엘리트들이 정부에 대해 세 번의 비합법적인 정부 전복 시도를 하고도 여전히 그들의 계급적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차베스 대통령이 여전히 민관 협력과 사회복지 지출에 기초한 발전 구상에 그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암시한다. 이 정부가 집권한 지 5년 동안 그리고 세 번의 계급 갈등을 거치면서도 최소한 정부 수준에서는 소유 관계 또는 계급 관계의 파열이 없었으며, 외국인 채권자들과 투자자들 그리고 원유 고객들과의 어떠한 관계 단절도 없었다. 정부는 의료제도, 교육, 중소기업, 그리고 토지개혁과 같은 사회 프로그램에 대한 국가의 자금지출을 증가시키긴 했는데, 이를 외채 상환, 민간 수출업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산업자본가에 대한 저리의 융자라는 재정 계획의 틀이라는 제약조건 안에서만 그러하였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고유가와 석유 수출로부터 얻은 많은 세입이 있기 때문에 거대기업과 빈곤층 사이의 이러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루즈벨트 대통령처럼, 차베스의 긍정적인 사회복지제도는 수백만의 저소득층 투표자들을 끌어들이기는 하지만, 화폐소득의 증가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며 대규모 고용창출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실업률은 여전히 20% 수준이며 빈곤층은 여전히 50%를 상회한다. 광범위한 사회보장제도 지출은 빈곤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는 했지만 그들의 계급적 지위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차베스는 그의 지도력이 위협받을 때에는 저항적이고 급진적인데 그가 그에 대한 도전을 성공적으로 극복했을 때에는 유화적이고 중도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신화6: 좌파와 우파는 모두 이데올로기적인 워싱턴과 실용주의적인 월가 사이의 전술의 차이를 인식할 수 없었다. 미국의 정치가들(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행정부건 의회이건)은 차베스를 축출하는 데 적극적으로 위협을 하고 개입하였고, 파괴적인 공장폐쇄, 폭력 쿠데타, 그리고 사기적인 국민투표를 지지해 왔다.
대조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주요 석유회사들과 은행들은 차베스 정부와 안정적이고도 지속적인, 그리고 많은 이윤이 보장되는 경제 관계를 맺어오고 있었다. 외국인 채권자들은 몇 십억 달러의 채무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 때에 착실하게 변제받았으며, 이들은 이 돈이 되는 거래관계를 파탄낼 수 있는 어떠한 발언이나 행동도 하지 않았다. 미국의 다국적 석유회사들은 새로운 유전 탐사 및 개발 투자에 5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를 추산한다. 다국적 자본들이 베네수엘라의 모든 석유수입을 독점하기 위해 쿠데타가 질서 있게 성공하기를 바랬을 것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들은 워싱턴의 정책이 실패로 돌아갈 것을 감지하고서 석유의 이익을 차베스 정권과 공유하는 것에 만족한다. 워싱턴과 월가 사이의 전술적 차이들은 차베스 정부가 FEDECAMARS와 워싱턴에 대하여 유화적인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좁혀져 가는 것 같다. 국민소환 투표에서의 워싱턴의 패배와 주요 미국 다국적 회사와의 거대한 석유계약이라는 상황에서, 워싱턴은 자신에게 더욱 유리한 새로운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잠정적인 ‘정전’을 추구할 것이다. 이러한 ‘정전’이 베네수엘라의 [미국을 향한]비판적인 대외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를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다.
신화 7: 차베스 혁명의 최근 국면에서의 주요 공세는 정부의 부패와, 정치적으로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정치적 반대파와 강하게 제휴되어 있는 고도로 정치화된 사법 체계에 대한 도덕적인 공격이다.
좌파의 많은 사람들에게, [차베스 소환에 대한] ‘부결' 캠페인의 급진적인 내용이란 지역 대중 조직의 확산, 노조 집회를 통한 동원, 그리고 일자리 · 소득 · 대중적 정치권력과 관련하여 장래에 필연적으로 일어날 사회적 변화에 대한 약속에 기초한 탈집중화된 민주적인 투표참여 과정에 기초하고 있었다.
(반부패) 도덕 캠페인은 “국가적 단결”을 만들어내고 대개는 계급적 연대를 약화시키기 위해 고안된 중산층 정치와 통상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국민투표에 동원된 대중조직이 필연적으로 ‘새로운 민중 민주주의’의 기초가 될 것이라는 좌파의 믿음은 최근에는 거의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비슷하게 동원이 실패한 쿠데타 이전에도 그리고 사장들의 공장 폐쇄 기간에도 있었으나[그것이 새로운 민중 민주주의를 건설하지는 못했다]). 정부가 후원하는 도덕 캠페인이 베네수엘라나 여타 나라들의 빈민들에게서 커다란 관심을 끌어내지도 못하고 있다. 더욱이 차베스적 정치 지도자들의 관심은 곧 닥쳐올 의회 선거에 있지, 대안적인 지배구조의 요소들을 만들어내는 데 있지 않다. 국민투표 이후 시기에 대중 동원을 하려던 좌파의 안이한 계획은 정치적으로 잘못된 믿음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 정치적 과정의 내부적 모순을 인식할 수 없게 된다.
결론
베네수엘라 국민투표에서 ‘부결' 투표 운동의 거대한 대중적 승리는 라틴 아메리카와 그 밖의 지역의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고 이는 미국이 후원하는 과두지배체제도 투표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승리한 선거결과가 미주기구(OAS), [선거감시를 나온 전 미 대통령] 카터, 그리고 미 정계에 의해 인정되었다는 사실은 차베스 대통령의 군부에 대한 전략적 변화에 대한 찬사이고, 그것은 합헌적 결과를 존중하도록 한다.
보다 깊이 분석해 보면, 우파와 좌파 가운데 주요 적대세력들의 관념과 인식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즉 우파는 최근 정세에서 차베스에 대한 정치적 제도적인 지지도를 과소평가했다는 점에서, 좌파는 국민투표 이후 시기의 정치 진로에 있어서 과도하게 급진적인 전망을 계획했다는 점에서.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우리는 차베스 정권은 주요 국내외 투자자들과의 유대를 강화하면서 “뉴딜”적인 사회적 복지 프로그램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시기에 따라 이 쪽, 저쪽으로 기울면서도 계급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그의 능력은 높은 원유 수입의 지속적인 유입에 의존할 것이다. 만약 유가가 떨어진다면, 어려운 선택-어느 계급을 선택할 것인가-을 해야 할 것이다.
신화 1:차베스는 우파들이 국민투표에서 패배시킬 수 있는 인기 없는 대통령이다.
하지만 우익과 그 지지자들인 워싱턴은 몇 가지 지점에서 계산을 잘못했다. 먼저 차베스 정부가 가장 취약했던 순간은 국영석유기업 PVDS 간부가 2002년 12월부터 2003년 2월까지 단행한 직장폐쇄 직후였다. 그 때 유가는 하락했고 경제는 황폐화되었으며 정부의 사회복지 프로그램은 재정부족에 직면했으며 기층 민중의 정치적 조직화는 취약했다. 국민투표가 시행된 2004년 8월까지, 1년 반 사이에 사회경제적인 그리고 정치적인 환경은 역동적으로 바뀌었다. 경제는 12%로 성장하고 있었고, 유가는 기록적으로 높았고, 사회복지 지출은 증가하고 있었으며 그 사회적 효과는 대단히 두드러졌고 광범위했으며, 대중 사회 조직은 전국적으로 대중 속에서 깊게 파고들었다. 명백하게 주도권은 우익에서 좌익으로 넘어왔지만 미국과 반대파에서 있던 세력들은 진실을 보지 못했다. 국영 석유 산업과 자금 배분에 관한 통제권은 2003년 초 직장폐쇄의 실패로 상실되었으며 군대에 대한 영향력은 2002년 쿠데타의 실패로 사라졌기 때문에, 반대파들은 정부의 국민투표 선거운동을 제한할 수단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선거 이후 ‘시민-군부’ 쿠데타를 추진할 수단이 전혀 없었다.
신화2: 우파분석가들에 따르면 국민투표는 차베스의 ‘인기도’, ‘인성’, 카리스마, 그리고 ‘독재’ 스타일의 이슈에 기초하고 있었다.
실상 국민투표는 계급적 인종적 분할들에 기초했다. 비-반대파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노동자 계급과 빈민층의 85%가 넘는 이들이 차베스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반면에, 부유한 지역과 그 주변 지역에 대한 선거 여론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정확히 그 반대로 80% 이상이 [대통령 소환을 위한] 국민투표에 찬성을 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유사한 양상 혹은 계급적/인종적 양극화는 빈곤한 아프리카계 베네수엘라인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높은 투표율과 [차베스 지지]투표 성향으로 보아 명백하였다. 이 계층 유권자로서는 전례가 없는 71%가 선거에 참여하였는데, 투표율이 높을수록 차베스에 대한 지지표가 많았던 것이다. 명백하게도 차베스는 사회복지프로그램 및 계급적 헌신성을 투표행위로 이어지게 하는데 성공하였다.
신화3: 좌파와 우파 공히 대중매체가 대중의 투표행위를 통제하고, 정치적 의제들을 제한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우파의 승리와 좌파의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90%의 주요 TV 네트워크와 활자 매체 그리고 대부분의 라디오 방송국을 우파가 통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민투표는 18%차이로 대패하였다.(59% 대 41%)
국민투표 결과는 사회개혁을 위한 성공적인 투쟁 중에 건설된 강력한 풀뿌리 민중조직들이 미디어 조작을 쉽게 무력화할 수 있는 대중의 정치적· 사회적 의식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엘리트들은 자신들의 구조적 권력-돈, 언론독점 그리고 워싱턴의 지원-에 기대어 낙관주의에 빠지게 되면서 의식화된 대중 조직이 그들이 가진 자원에게 강력한 견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눈 감고 말았다. 마찬가지로 국민투표의 결과는 중도좌파의 주장 즉, 대중매체 때문에 선거에서 패배한다는 주장을 일축한다. 중도좌파는 대중매체를 ‘중립화'하기 위해 신자유주의를 수용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그들은 사전에 대중투쟁과 조직화가 대중의 사회적 각성을 만들어낸다면 대중 매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길 거부한다.
신화4: 많은 좌파 저널리스트들은 차베스의 승리는 라티아메리카 차원의 민중적 민족주의 정치의 새로운 흐름을 반영했다고 한다.
이를 반증하는 자료는 풍부하다. 룰라가 통치하는 브라질은 석유광구의 권리를 미국과 유럽의 초국적 자본에게 팔았으며, 대통령 당선자 아리스티드를 납치하는 과정에서 세워진 미국의 괴뢰정부를 안정화하기 위하여 1500명의 군대를 (아르헨티나, 칠레 등과 함께) 아이티에 파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안데스 국가들(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그리고 콜롬비아)의 정부들은 석유 공기업들을 사유화하려 하고, 전미자유무역협정(ALCA)과 콜롬비아 플랜을 지지하고, 외채를 갚고 있다. 우루과이 ‘확대전선’은 브라질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따를 것을 약속하고 있다. 차베스는 지역무역 블럭인 메르쿠수르를 발전시키려고 하는 반면, 주요 멤버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블럭 바깥에서의 무역관계를 증대시키고 있다. 사실은 차베스의 반신자유주의 정책과 대중적 사회운동에 반하여 신자유주의 정권 블록이 있는 것이다. 차베스가 그의 자주적인 외교정책을 계속하는 하는 한, 그의 기본적인 동맹은 대중적 사회운동과 쿠바이다.
신화5: 국민소환투표의 부결은 미제국주의와 지역의 지배층에게 주요한 전술적 패배였다.
하지만 선거 이후 차베스의 워싱턴 및 거대 자본에 대한 호소가 보여주듯이, 제국주의의 패배가 반드시 혁명적 변화를 의미하거나 혹은 변화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차베스 정치를 더욱 잘 보여주는 것은 오리노코 지역의 가스와 석유 개발을 위해 예정된 텍사코-모밀사 및 엑손사와 50억 달러의 투자 계약이다. [소환투표에서의] 투표승리에 의한 도취감으로 인해 좌파는 차베스 언설에서의 변화들과 그가 시종일관 실천해 온 사회복지와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이라는 이질적인 요소를 결합시킨 정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의 정책은 언제나 한편으로는 미국 및 국내 소수의 금리생활자들에 대한 영합을 거부하는 것과, 다른 한 편으로는 국내외의 투자가들, 도시 및 농촌의 빈곤층의 연대를 통해 복지 자본주의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하는 정책을 시도하는 것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줄타기를 해왔다. 그의 정책은 카스트로의 사회주의혁명보다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에 가깝다. 세 번의 정치적 위기 -시민들과 군인들이 합세한 실패한 쿠데타, 석유회사 중역들의 직장폐쇄 와해, 국민투표 실패 -이후 차베스는 언론을 장악한 세력, 거대 자본가계급, 그리고 미국 정부와의 대화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차베스의 중도개혁적 정책에 대한 신념을 고려하면 그가 왜 공개적으로 그의 정부의 폭력적인 전복을 주장한 대중 매체의 소유주들을 기소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역시 그가 왜 헌법 질서에 대한 군사 반란과 폭력적인 공격을 선동한 자본가들의 연합 조직(FEDECAMARS)에 대해 어떠한 법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다. 유럽과 북미 그리고 다른 나라들에서였다면, 어떤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라도 이런 지배엘리트들에 대해서 폭력적인 전복 행위를 이유로 체포하고 기소했을 것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그들의 재산, 특권, 부에 대해서 어떠한 조치도 없을 것이라고 언제나 반복해서 말해왔다. 게다가 이들 엘리트들이 정부에 대해 세 번의 비합법적인 정부 전복 시도를 하고도 여전히 그들의 계급적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차베스 대통령이 여전히 민관 협력과 사회복지 지출에 기초한 발전 구상에 그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암시한다. 이 정부가 집권한 지 5년 동안 그리고 세 번의 계급 갈등을 거치면서도 최소한 정부 수준에서는 소유 관계 또는 계급 관계의 파열이 없었으며, 외국인 채권자들과 투자자들 그리고 원유 고객들과의 어떠한 관계 단절도 없었다. 정부는 의료제도, 교육, 중소기업, 그리고 토지개혁과 같은 사회 프로그램에 대한 국가의 자금지출을 증가시키긴 했는데, 이를 외채 상환, 민간 수출업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산업자본가에 대한 저리의 융자라는 재정 계획의 틀이라는 제약조건 안에서만 그러하였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고유가와 석유 수출로부터 얻은 많은 세입이 있기 때문에 거대기업과 빈곤층 사이의 이러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루즈벨트 대통령처럼, 차베스의 긍정적인 사회복지제도는 수백만의 저소득층 투표자들을 끌어들이기는 하지만, 화폐소득의 증가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며 대규모 고용창출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실업률은 여전히 20% 수준이며 빈곤층은 여전히 50%를 상회한다. 광범위한 사회보장제도 지출은 빈곤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는 했지만 그들의 계급적 지위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차베스는 그의 지도력이 위협받을 때에는 저항적이고 급진적인데 그가 그에 대한 도전을 성공적으로 극복했을 때에는 유화적이고 중도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신화6: 좌파와 우파는 모두 이데올로기적인 워싱턴과 실용주의적인 월가 사이의 전술의 차이를 인식할 수 없었다. 미국의 정치가들(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행정부건 의회이건)은 차베스를 축출하는 데 적극적으로 위협을 하고 개입하였고, 파괴적인 공장폐쇄, 폭력 쿠데타, 그리고 사기적인 국민투표를 지지해 왔다.
대조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주요 석유회사들과 은행들은 차베스 정부와 안정적이고도 지속적인, 그리고 많은 이윤이 보장되는 경제 관계를 맺어오고 있었다. 외국인 채권자들은 몇 십억 달러의 채무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 때에 착실하게 변제받았으며, 이들은 이 돈이 되는 거래관계를 파탄낼 수 있는 어떠한 발언이나 행동도 하지 않았다. 미국의 다국적 석유회사들은 새로운 유전 탐사 및 개발 투자에 5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를 추산한다. 다국적 자본들이 베네수엘라의 모든 석유수입을 독점하기 위해 쿠데타가 질서 있게 성공하기를 바랬을 것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들은 워싱턴의 정책이 실패로 돌아갈 것을 감지하고서 석유의 이익을 차베스 정권과 공유하는 것에 만족한다. 워싱턴과 월가 사이의 전술적 차이들은 차베스 정부가 FEDECAMARS와 워싱턴에 대하여 유화적인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좁혀져 가는 것 같다. 국민소환 투표에서의 워싱턴의 패배와 주요 미국 다국적 회사와의 거대한 석유계약이라는 상황에서, 워싱턴은 자신에게 더욱 유리한 새로운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잠정적인 ‘정전’을 추구할 것이다. 이러한 ‘정전’이 베네수엘라의 [미국을 향한]비판적인 대외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를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다.
신화 7: 차베스 혁명의 최근 국면에서의 주요 공세는 정부의 부패와, 정치적으로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정치적 반대파와 강하게 제휴되어 있는 고도로 정치화된 사법 체계에 대한 도덕적인 공격이다.
좌파의 많은 사람들에게, [차베스 소환에 대한] ‘부결' 캠페인의 급진적인 내용이란 지역 대중 조직의 확산, 노조 집회를 통한 동원, 그리고 일자리 · 소득 · 대중적 정치권력과 관련하여 장래에 필연적으로 일어날 사회적 변화에 대한 약속에 기초한 탈집중화된 민주적인 투표참여 과정에 기초하고 있었다.
(반부패) 도덕 캠페인은 “국가적 단결”을 만들어내고 대개는 계급적 연대를 약화시키기 위해 고안된 중산층 정치와 통상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국민투표에 동원된 대중조직이 필연적으로 ‘새로운 민중 민주주의’의 기초가 될 것이라는 좌파의 믿음은 최근에는 거의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비슷하게 동원이 실패한 쿠데타 이전에도 그리고 사장들의 공장 폐쇄 기간에도 있었으나[그것이 새로운 민중 민주주의를 건설하지는 못했다]). 정부가 후원하는 도덕 캠페인이 베네수엘라나 여타 나라들의 빈민들에게서 커다란 관심을 끌어내지도 못하고 있다. 더욱이 차베스적 정치 지도자들의 관심은 곧 닥쳐올 의회 선거에 있지, 대안적인 지배구조의 요소들을 만들어내는 데 있지 않다. 국민투표 이후 시기에 대중 동원을 하려던 좌파의 안이한 계획은 정치적으로 잘못된 믿음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 정치적 과정의 내부적 모순을 인식할 수 없게 된다.
결론
베네수엘라 국민투표에서 ‘부결' 투표 운동의 거대한 대중적 승리는 라틴 아메리카와 그 밖의 지역의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고 이는 미국이 후원하는 과두지배체제도 투표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승리한 선거결과가 미주기구(OAS), [선거감시를 나온 전 미 대통령] 카터, 그리고 미 정계에 의해 인정되었다는 사실은 차베스 대통령의 군부에 대한 전략적 변화에 대한 찬사이고, 그것은 합헌적 결과를 존중하도록 한다.
보다 깊이 분석해 보면, 우파와 좌파 가운데 주요 적대세력들의 관념과 인식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즉 우파는 최근 정세에서 차베스에 대한 정치적 제도적인 지지도를 과소평가했다는 점에서, 좌파는 국민투표 이후 시기의 정치 진로에 있어서 과도하게 급진적인 전망을 계획했다는 점에서.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우리는 차베스 정권은 주요 국내외 투자자들과의 유대를 강화하면서 “뉴딜”적인 사회적 복지 프로그램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시기에 따라 이 쪽, 저쪽으로 기울면서도 계급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그의 능력은 높은 원유 수입의 지속적인 유입에 의존할 것이다. 만약 유가가 떨어진다면, 어려운 선택-어느 계급을 선택할 것인가-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