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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민중재판으로 노무현을 전범심판대로

'이동화씨와의 대화'를 되새기며

박정숙 |
나는 이제껏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갈기갈기 찢겨져나가는 이라크 민중의 피비린내 나는 처절한 모습과 절규 소리가 안 들리고 안 보인다는 이유로 짐짓 저편의 전쟁을 모른 척 해왔다. 적어도 남한의 국회가 파병결정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러나 부시 형님의 똘마니인 남한 정부는 전쟁 놀이에서도 철저한 오른손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파병을 결행하고 말았다. 이에 우리는 우리 모두의 뜻과 무관하게 어느새 전쟁범죄 국가의 국민이 되고 말았고, 이 나라의 정부는 우리 모두를 침략자로 만들어버렸다. 이에 국제인권법과 헌법을 위반하면서 전쟁범죄를 행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파병을 심판하고 단죄하여 우리의 힘을 모아 군대를 철수시키기 위해 부시, 블레어, 노무현을 민중재판에 세우기 위한 기소인 운동이 반전운동의 일환으로 한창 진행중이다.
이러한 때에 나는 이라크 반전 평화팀의 일원으로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약 4개월 동안 이라크에서 직접 활동하고 오신 '이동화씨와 대화 시간'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난 10월 21일 늦은 7시 사회진보연대 회의실에서 갖게 된 이동화씨와의 대화는 마침 중간고사기간이었으나 시험이 없어 놀고있던 나의 삶에 경각심을 일깨어주는 소중한 시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반전의 목소리들'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진보넷 참세상에서 만든 이라크 파병저지 운동을 담은 ‘반전의 목소리들’이라는 영상을 봤다. 김선일씨의 울부짖는 음성, 한국정부의 파병결정 취소를 촉구하고 노무현에게 '파병은 당신의 실수입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자막과 함께 흐르자 다시는 꾸고 싶지 않은 악몽이 불현듯 떠오른 듯한 기분을 느꼈다. 더군다나 비 오는 날 이루어진 파병반대 집회에서 이라크에서 사망한 오무전기 노동자의 어린 딸이 비와함께,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파병을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어쩌다가 저런 어린애가 비까지 맞으면서 많은 사람 앞에서 저렇게 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자, 어둠을 틈타 흐르는 눈물을 훔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그저 학교생활을 하면서 날씨가 좋으면 소풍이나 가고 날씨가 나쁠 때면 술 한 잔 할 때에도 끊임없이 파병저지 운동이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격렬하게 진행되었다는 것을 영상을 통해 알게 되었다. 몸이 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날씨가 더워도, 비가 와도 변함 없는 자세로 '파병저지'라는 목표를 향해 힘들게, 그리고 힘차게 한 발, 한 발 나아갔던 장면들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다양한 색깔이지만 반전을 향해 모인 한 목소리들. 전경과 한 덩어리가 되어 경계선도 보이지 않게 밀착해 싸우는 사람들. 오직 파병만은 안 된다는 신념 아래. 파병이 불러올 뻔한 결과에서 눈 감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정당한 저항에 몸과 정신을 불사르는 모습을 나는 볼 수 있었다. 인간 띠 잇기, 전경차 탈환, 몸싸움, 그 사이로 퍼지는 파병반대 반전평화의 목소리들, 아우성, 저항의 그것들. 그러나 그 곳에 그 어떤 대꾸도 메아리도 없었다. 결국 정부는 새벽에 몰래 도둑 파병을 강행했고, 반전평화 운동가들은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렇지만 반전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동화씨를 통해 들은 이라크 상황
한국의 활동가들이 이런 활동을 통해 반전의 의지를 표출했다면, 이동화씨는 이라크에서 직접 활동하였다. 셀림(이라크말로 돌쇠)이라고 불리기를 더 좋아하는 그는 '평화바닥'(예전의 한국이라크 반전평화팀)의 일원으로, 올해 6월부터 이라크 현지인이 운영하는 CWB(Children Without Border)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에 이라크 상황을 알리는 일을 해오다가 지난 9월말 이라크 사정이 악화되어 현재는 한국에서 반전평화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상영이 끝난 후 한참 동안 이동화씨는 특유의 불안 증세를 보였다. 샤프의 똑딱이를 수도 없이 똑딱이는 것이다. 머리를 감싸 안고 눈을 깜빡이며 떠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무언가 내가 느끼지 못한 것을 그가 느꼈음을 확신했고 그의 태도 하나 하나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김선일씨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될 줄은 몰랐다'며 고 김선일씨의 목소리를 다시 듣지 않길 바랬다고 그는 한참을 또 그렇게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래도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마음을 채 추스리지 못한 채 아픈 기억을 떠듬떠듬 펼쳐 보이는 그의 이야기는 슬픔이었다.
저항세력을 토벌하겠다는 미국의 미치광이 같은 대응전략으로 이라크의 거의 모든 마을은 실상 봉쇄됐다고 한다. 이 봉쇄 지역에는 여자와 10살 이하의 어린이만이 출입할 수 있는데, 밤이 되면 미군은 갑자기 공습을 내리친다. 특히 팔루자는 거의 공동묘지로 변하였고 저항세력이 땅바닥을 기면서 총이나 폭탄으로 싸워댈 때 미군은 머리 위에서 폭격기를 이용하여 무자비하게 총알을 뿌리고 간다하니 흡사 반일투쟁 당시 농민군이 삽과 도끼로 싸울 때 일본군이 총기를 든 것이 현대로 옮겨온 양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겁에 질린 미군은 휙 스쳐 지나가는 무언가가 눈에 보이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약 1분간은 총을 긁어댄다는 이야기나 마을을 검문하기 전에 한번 큰 폭탄을 서너 개 터뜨리고 순식간에 모든 집에 총알을 쏟아부은 후 다시 마을에 폭탄을 터뜨려 '깔끔하게' 정리한다는 이야기. 자신의 눈 앞에서 폭탄이 터져서 살덩이가 이리저리 튀겨나가는 모습을 보았다는 이야기 등은 그게 현실이 아니라 차라리 끔찍한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얻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라크의 실업률은 50%가 넘는데도, 미군 앞잡이인 임시정부는 하는 일도 없고,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테러리스트를 소탕하겠다고 이라크 민중의 목숨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다. 하룻밤 한마을에 23명이 죽는 건 아무것도 아니고 올해 4월 팔루자에서는 약 1000여명이 죽었다고 한다. 이렇게 숫자를 들먹일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의례 '전쟁이 나면 사람이 죽는다. 혹은 대형사고가 나면 사람이 죽는다'라고 생각하는데 10명 이하면 얼마 크지도 않은 사건으로 치부해 버리고 몇 천 명쯤 죽어야 대단히 심각한 사건으로 간주하면서 정확한 명수를 따져보는데 정신이 팔리는 건 아닌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전쟁이 발생했고 아무 죄도 없는데 사람이 죽었다! '일개' 한 명이 죽었대도 그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전쟁이었고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책임을 져버리고 방관한 죄가 있는 것이다.
이라크 내에서도 테러리스트와 저항세력의 구분은 분명하며 죄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리스트에 대해 부도덕성을 지탄하는 민중의 목소리가 크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민중의 마음 속에서 점점 테러리스트의 부도덕성을 지탄하는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테러리스트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심으로 점점 미쳐가면서 민간인, 여성 할 것 없이 사방에 총알을 뿌려대는 미국에 대한 증오가 더욱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수의 점유율이 높은 언론에 의해 알려지는 몇몇의 사건은 그야말로 이라크의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일 뿐인데, 그들을 처단하기만 하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이 다 해결될 듯이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지금 테러리스트들의 행동을 통해 일부 표출되고 있는 분노와 적개심 또한 이라크 민중의 것이다.
대화 중에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의 이야기가 나왔다. 바로 이라크 여성의 문제이다. 가부장적인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는 이라크에서는 코란에 명시되어 있듯 강간이나 매춘은 가장 큰 죄이다. 하지만 미군이 들어간 그 곳도 역시 성역이 될 수 없다는 것. 미군 주둔지를 따라 매춘이 자리잡고 강간은 말할 것도 없으며 길거리 어디서나 대낮에도 일어나는 그런 일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눈에도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라크인들은 원래 그들의 종교인 이슬람교를 믿고 따르며 신실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동화씨가 옆에 있으면 마음이 신성해질 정도라고 까지 한다.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코리아 예스'를 외쳐대며 안기는 이라크 어린이들의 이야기. 손님이 찾아가면 융숭히 대접하는 그들의 문화로 인해 이라크인의 집을 방문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배가 빵빵해져 돌아왔다면서 마치 행복한 고통이라는 듯 짓는 그의 표정. 그러나 그렇게 행복한 모습의 어린이들 그리고 이라크인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은 과연 어떤 것인가? 이제 멀리서 들려오는 총소리에는 익숙해져 놀라지도 않으며 축구가 좋아 축구를 하면서 마치 총소리가 배경음악처럼 흐르는 그곳에서도 내일의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라크 어린이들. 민중들.
예전의 이라크를 나는 물론 잘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이라크의 모습이 절대 행복하지 않다는 것만은 잘 알고 있다. 미국이 말하는 전쟁이, 예전엔 미국의 원조로 친목을 다졌으나 이제는 악마가 되어버린 독재자 후세인으로부터 이라크인들을 해방시켜주고 그래서 이라크 민중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말이 새빨간 거짓말임을 나는 분명히 안다. 초창기 이라크에 파견된 미군들은 진정 그렇게 생각했나보다. ‘이라크 민중의 해방을 위해 들어왔노라’ 하지만 이젠 그 누구도 어느 바보도 그렇게 이야기하는 미군은 없다고 한다. 그들은 정부의 명분이 거짓임을 그 곳에서 직접 자신들이 하고 있는 행동들을 통해 깨달았다. 민중들을 짓밟고야 알게된 의식의 빠른 성장에 박수를 쳐야할지....

노무현을 전범재판대에 세우자
현재 미군의 숫자만 약 14만 명. 영국, 포르투갈 그리고 한국군이 합쳐서 약 2만명정도 된다고 한다. "14 만 더하기 2만= 16만. 무기 소유량= 무한대" 이렇게 숫자상만으로도 엄청난 군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테러리즘에 벌벌 떨며 한국에서는 지하철 쓰레기통을 없애야 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미군의 힘이 적어서! 그래서 우리나라도 힘을 보태주어야만 그래야만 하기 때문일까?
지금 우리는 속고 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비단 '테러리스트'로 불리 우는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이라크 민중 전체의 분노, 원망, 저항적인 힘의 합이다. 미군들이 미쳐가고 눈빛이 바뀌어가면서 눈앞에 꿈쩍거리는 것만 봐도 쏘아버리고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할 때 이라크 민중의 마음속에는 계속해서 미국에 대한 증오의 감정이 켜켜이 쌓여갈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증오의 감정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그 대상은 바로 한국이다!
미국의 기만적 침략을 뒷받침해주는 한국의 무력하고 비겁한 파병 원조는 충분히 그들의 분노 대상이 될 수밖에 없으며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어떠하든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 테러 표적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결과 국민의 의사를 저버리고 한줌 밖에 안 되는 국회의원것들이 결정내버린 파병결정에 의해 우리는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모두가 죽음의 공포에 내몰려져 버렸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우리의 안전을 보장할 것을 우리의 힘과 의지로 요구할 것이다.
노무현을 포함해 부시와 블레어를 전쟁범죄자로 전범 민중재판에 세우기 위해 우리 모두가 기소인이 되어 민중의 힘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PSSP

주제어
평화
태그
역사 공공성 영등포역 공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