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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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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AIDS 운동 그 첫발을 내딛다.

곽경호 |
HIV/AIDS 운동 그 첫발을 내딛다.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 공공의약센터 곽경호

에이즈, 그 공포의 이름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에이즈에 대해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낯선 일이다. 그래서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에이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한게 현실이고, 에이즈 환자라는 사람들에 대해 자신이 인지하든, 하지 못하든 엄청나게 많은 편견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발견된 초기부터 이병은 어떤 특정 집단이 가지는 병, 자기 자신이 몸을 함부로 굴려 얻게된 징벌의 병이란 이미지를 강하게 심는 방향으로 정부의 정책이 이루어져 온 탓이다.
얼마전 에이즈 예방 광고가 텔레비전에서 방영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전까지는 콘돔이라는 단어가 광고법 상에서 문제가 되었었는데 이제 방송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 반, 의심 반으로 그 광고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광고를 보니, 웬일인지 첩보 요원들이 나타나 은밀하게 콘돔을 주고 받고, 그 무슨 의미인지 숫자들이 쾅쾅 찍히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또 한번 불안하게 만드는, 혀를 찰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주된 내용은 '한국도 더 이상 안전 지대가 아니니 조심해야 한다'였다. 물론 예방 차원에서 교육적인 광고를 내보내는 것은 무척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광고는 더욱 편견을 조장하고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은밀한 곳으로 숨어들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콘돔의 새이름을 공모하는 한국에이즈퇴치연맹과 질병관리본부의 행사는 더 어처구니가 없었다. 오죽하면 콘돔의 이름을 바꾸는 이벤트까지 벌여야 하나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애필'이라는 이름으로 결정했다고 발표가 나자마자 그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강력하게 반발하여 질병관리본부와 연맹은 이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으로 이 에피소드는 끝이 났다.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고 홍보해야 하는 것을 마땅히 옳은 일이나 앞으로 갈길이 참으로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간단하게 에이즈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제공하자면 에이즈(AIDS)는 후천성 면역결핍증후군(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의 약자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 Human Immunodificiency Virus)가 체내에 들어와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기회질환이 나타나게 되면 발병하게 되는 질환이다. 중요한 것은 에이즈 역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바로 병이 나타나거나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양성 판정을 받고도 약을 먹지 않고 10년 넘게 건강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의학적으로는 HIV 감염인과 AIDS 환자를 구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기만 하면 바로 죽는 것으로 많이 오해를 하기도 하지만 에이즈는 만성질환으로 당뇨처럼 꾸준히 관리만 하면 생명에 지장 없이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나 효과가 뛰어나고 많은 치료제가 있기 때문에 발병한다 하더라도 역시 관리를 잘 해주면 다른 만성질병과 같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에이즈에 대한 감염경로 또한 대부분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성관계와 직접 혈액 접촉으로만 HIV에 감염된다. 식사나 가벼운 접촉 등 일상 생활에서는 아무 상관이 없다. 조금이라도 제대로 알려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구구절절 풀어보았다.

국제적인 여러 가지 쟁점들
에이즈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나라에서는 HIV/AIDS 감염인이 People Living With HIV/AIDS(PLWHA) 라는 용어로 불리운다. PLWHA는 보균자라는 의미가 언제든지 명을 옮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뜻을 담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감염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개념으로 등장한 것이다.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에이즈의 차별과 낙인에 대한 문제는 어디에나 마찬가지이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인권운동이 국제적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또 커다란 문제는 에이즈 치료제에 대한 문제이다. 에이즈 치료제를 생산하는 대부분의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상당히 고가로 약가를 책정하고 있어, 사실상 치료제에 접근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특허로 인한 약가의 문제는 3세계 국가들 HIV/AIDS 감염인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올해로 열일곱번째를 맞은 세계 에이즈의 날의 주제는 '여성과 소녀' 였다. 전세계적으로 에이즈에 대한 문제가 여성의 문제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진행되고 있다. 에이즈의 여성화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심각하게 여성의 감염률이 증가하고 있다. 한명의 남성 감염자가 많은 수의 여성과 관계를 갖는 문제도 있고, 여성이 HIV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처해 있기도 하다. 상대 남성에게 콘돔을 사용하라고 권유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여성이 많고, 강간을 당하거나 원하지 않은 성관계를 갖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리고 감염이 되어도 치료에 접근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보통 남성들이 먼저 치료의 혜택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프리카나 아시아 지역이 있는 여성들이 이러한 취약한 환경에 처해있는 경우가 많다.

HIV/AIDS 인권모임 나누리+
한국에서는 에이즈와 관련하여 운동의 형태로 제기되었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에 평등사회를위한민중의료연합, 동성애자인권연대, 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행동하는의사회 등의 단체와 이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온 개인들이 모여 HIV/AIDS 인권모임 나누리+를 결성하였다.
한국에서 에이즈에 대한 내용 중, HIV/AIDS 감염인의 인권의 문제는 고려 사항이 아니다. 인권모임에서는 먼저 정부 관리 내용을 살펴보았다.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예방법과 질병관리본부에서 나온 HIV/AIDS 관리지침을 검토하고 인권의 시각의 부재함과 정부의 효율적 관리 정책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편견을 야기하는가의 문제를 제기했다.
에이즈 운동에 대한 담론이 거의 부재한 한국에서 먼저 정부관리 정책과 이데올로기로 인하여 HIV/AIDS 감염인이 당하게 되는 차별의 문제를 거론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는 특정 집단이 문란한 성생활로 걸리는 질병으로 규정짓고 특정 집단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 이 집단을 관리하는 것으로 효율성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효율성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이다.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맘대로 이사도 못하게 하고, 가족들까지 강제검진을 받도록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취업 제한까지 법상에 명시되어 있다. 인권모임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인권증진을 위한 HIV/AIDS 감염인 인권지침서를 발간하였다.

아래 인권지침서에 소개된 간략한 내용을 나열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HIV/AIDS 감염인에게 어떤 권리가 있을까요?

차별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어요!
의약품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요!
사생활과 익명성이 보장될 권리가 있어요!
에이즈와 관련된 정책에 참여할 권리가 있어요
노동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요!
에이즈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권리가 있어요!
교육을 받고 여행할 권리가 있어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어요!

[HIV/AIDS 감염인에게도 인권이 있어요!
-국민모두가 알고, 국가가 지켜야할 HIV/AIDS 감염인의 인권]
인권지침서 중
주제어
보건의료
태그
여연 성주류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