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투쟁, 2단계 총력투쟁으로 나아가자
한고비 넘어 또 한고비
대우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 4사의 투쟁이 총선을 기점으로 하나의 고비를 넘은 듯 보인다. 예상만큼 큰 파고를 그려내지 못해 상반기 노동자 투쟁의 난항이 예고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대우차 투쟁의 현재 상황과 향후 방향에 대한 점검과 평가는 더욱더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보다 상승된 투쟁의 의지가 모아져야 할 것이다.
기간 대우차 처리에 대한 문제는 수많은 논의를 통해 진보진영 내에서는 일정한 합의점들이 도출된 상태이다. 국민여론 또한 해외매각 반대의견에 70%의 지지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매각 일변도의 김대중 정권의 태도에는 별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대우차 처리문제가 여론 향배에 따라 방향을 수월하게 바꿀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결정에 해당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이는 정부가 대우차 처리문제를 2단계 구조조정의 시발점이자 관건적 사안으로 인식한다는 근거에 해당하는 것이다.
총선과 총파업, 그리고 국민대책기구
그 동안 금속연맹과 완성차4사는 총선을 겨냥해, 정부와 여당의 해외매각에 대한 유보적 입장을 이끌어 낼 의도를 가지고, 대우차를 중심으로 한 총파업투쟁을 진행하였다. 대우차의 경우 3월 31일과 4월 1일 이틀간의 전면파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총선국면에서 총파업 전술을 구사하였으며, 현재는 지난 12일 전체 공청회를 마지막으로 일단락된 상태에 있다. 결과적으로 총선 시기를 겨냥했던 자동차 노조의 총파업투쟁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더욱이 파업에 참가한 완성 4사 가운데, 투쟁의 실질적 당사자인 대우차 노조의 총파업투쟁 과정은 현장장악력 면에서나 여론 형성의 측면에서 기대만큼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이는 앞으로 2단계 총력투쟁이 많은 난관을 안고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작년 여름의 워크아웃 결정을 시발로, 장기전으로 돌아선 대우자동차의 매각문제는 정부와 채권단측이 8월 이내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에서도 보여지듯이 이제 초읽기 단계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해외매각 반대와 공기업화로 모아진 노조와 범진보진영의 입장을 무기로, 정부와 채권단을 보다 공세적으로 압박해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70%에 이르는 대국민적 해외매각 반대의견을 실질적인 여론으로 만들어 정부측의 매각일정에 반영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2단계 총력투쟁을 전면적인 노동자 투쟁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공세적이고 주도면밀한 계획과 결의가 필요하다.
한편, 지난 3월말 금속연맹은 정부측에 "대우-쌍용자동차의 무분별한 해외매각은 자동차산업(완성사와 부품사) 전체를 붕괴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부측에서 신중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교섭요구를 전달하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관련부처간 협의 속에서 금감위가 이를 책임지기로 했다는 사실을 전달하였다. 연맹은 4월 3일 금감위 담당자와의 면담을 통해 '국민대책기구'를 설치하겠다고 주장했으며 총파업 돌입 이전에 답변을 해달라고 요구하였다. 그 후 4월 6일 정도까지 금감위는 대책위 설치에 동의하는 듯한 자세로 연맹과의 교섭에 임하였으나, 4월 9일 11개 장관명의의 성명서 발표가 이뤄지면서 상황은 반전되었다.
정부는 이 성명서에서 '총선을 틈탄 집단이기주의의 발호, 불법파업'이라고 매도하면서 '엄정대처'할 것임을 천명하였다. 성명서 발표 이후에도 정부측은 여러 가지 비공식 경로를 통해 교섭에 응할 용의가 있음을 연맹측에 전달하였으나, 그 내용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정부측 책임부서는 금감위가 아닌 노동부로 바뀌어져 있었고, 대책기구에서 다룰 의제는 대우차 처리의 전반적인 방향이 아니라, 고용문제와 부품협력업체 문제로 국한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정부측의 태도는 그 동안 우리가 우려했던 바대로 '대책기구'를 '노사정위원회' 수준으로 전락시키고, 이를 통해 오히려 해외매각의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노동부'가 정부측 책임부서로 정해진 것은 노조와의 협의를 거부하고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70%에 달하는 해외매각 반대여론
대우자동차 해외매각에 대한 그 동안의 각종 대국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조사마다 반대의견이 70%에 이르고 있으며, 해외매각이 고용불안을 야기시킬 것이라는 입장에도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년동안 김대중 정권에 의해 이루어진 구조조정과정에 대한 반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외자유치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진 무분별한 국내기업의 해외매각처리에 대한 반대를 나타내는 것이다. 게다가 그간 해외매각 예찬론의 근거였던 외자유치도, 외환보유고가 3월 현재 8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설득력을 상실하게 되면서 국민적 반대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엄청난 부채규모를 안고 있는 대우차 처리는, 해외매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통계조사 결과 외에도 해외매각 반대여론은 다시한번 입증되었다. 지난 총선에서 보수정당 후보들이 거의 모두가 해외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총선이 끝난 지금도 그들이 여전히 그런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를 떠나, 이는 해외매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해외매각 반대여론이 해외매각반대와 공기업화 투쟁에 대한 전면적인 지지로 나타나고 있지 못한 데에 대해서는,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 것들이 있다.
여전히도 대중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해외매각이 단순히 국부유출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해외매각을 하더라도 10조가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되어야만 한다는 것이 그 첫번째이다. 그리고 현재 대우자동차가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되어있는 소유관계로만 보았을 때 이미 공기업인 상태라는 사실, 그런 대우자동차의 공장 가동률이 평균 40%를 밑돌고 있는 데에는 워크아웃이, 운영자금 투입에 의한 기업회생에 있지 않고 해외매각을 위한 기업정리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실… 이러한 것들이 충분히 대중적으로 공유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대우차를 매각했을 경우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그로 인한 대규모적 고용불안 사태에 대한 인식 또한 미비한 상태이다.
DJ정부가 해외매각을 서두르고 기정사실화 하는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 해외매각에 대한 반대여론에 기대어 정부와의 협상을 촉구하기보다 오히려 반대여론을 공기업화 투쟁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로 형성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현장투쟁에 대한 즉각적인 지지와 연대
기간 대우차 공기업화 투쟁은 전국적 쟁점으로 확장되지 못하면서, 인천지역만의 투쟁으로 고립되고 주변화되어 왔다. 부르주아 정치인들이나 보수언론까지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대우차가 망하면 인천경제가 망한다'는 말, 그 말이 일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지금과 같은 고립과 소외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대우차 투쟁 나아가 상반기 노동자 투쟁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의 엄중함을 피해갈 수는 없다.
그리고 그 현실의 엄중함을 자각하는 것은 소외와 고립의 당사자였다는 문제를 떠나서, 무엇보다 핵심사업장이 소재한 인천지역에서부터 시작되어야만 한다.
작년 인천에서는 대우차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을 위해 대우차 노조를 비롯하여 모든 사회단체가 집결하여 '대우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인천시민대책위(대책위)'를 구성한 바 있다. 대책위는 대우차 내의 노조를 주축으로 구성되어, 중앙투쟁위원회 외에 인천에서 대우문제에 대응하고자 하는 유일한 투쟁기구였다. '유일하다'는 것은 그만큼 사안의 무게를 지역의 제 단체들이 공감하면서, 지역차원의 투쟁으로 가져가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유일하다'는 것은 대우차 처리의 상(象)에 대해 합일점을 찾는다거나, 투쟁의 전술을 고민하는 데에서 많은 어려움을 예견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러한 장·단점이 화학적으로 결합한 결과가, 지역적 고립을 감내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대우차투쟁을 벌여왔다는 나름의 성과를 얻어내면서도, 투쟁의 수위나 외연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는 상당한 이견 차이를 드러냈다. 단적인 예로 백만인 서명운동사업이, 대책위 내의 형식적 추인 속에서 진행된 결과 유명무실해진 것이 그러했고, 총선 시기를 전후로 인천지역 부르주아 정치인들의 명망성에 기대어 성명서 발표 등을 기획하고자 했던 시도들이 그러했다.
이 모든 것들이 대책위에 결합한 제 단체들 상호간의 '연대', 그리고 투쟁의 현장인 대우차와의 '연대'(대책위 결합단위로서의 대우차 노조와는 다른 차원으로)라는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할 문제이다. 대우차 투쟁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며, 평가의 목적을 명확히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기에 대책위 활동 전반에 대한 평가는 아직 시기상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올 2월을 경과하면서 급격히 하락한 대책위의 활동력을 시급히 복구하기 위해서는 대책위활동에 나름의 진단이 필요하리라 본다.
우선, 대책위활동의 원칙이라 할 수 있는, 대우차 현장투쟁에 대해 지지·엄호하겠다는 임무를, 대책위 스스로 각인하고 실천해 왔던가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짚어져야 한다. 사실 지역의 제 사회단체가 대책위로 총결집하게 된 것은 지역사안으로 고립되고 있는 대우차 투쟁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야 하며, 그 부분에서 대우차와는 다른 자기임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책위 차원의 현장투쟁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우차 투쟁의 전국적 확산을 기대할 수 없다. 출발 당시부터 제 단체간의 합의수준이 높지 않았던 대책위가 자기 역할을 다해내고, 스스로를 지속시킬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장투쟁과의 결합력을 높여나가면서 실천 속에서 합의의 수준을 높여내야 한다.
이러한 기간의 한계와 오류에도 불구하고 임박한 대우차 공기업화투쟁을 조직하는데 있어, 대우 대책위의 존재와 애초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의미하다. 결의되고 있는 2단계 총력투쟁이 대우차 처리문제에 있어서,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되기 위해 대우 대책위 스스로의 임무와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 원칙적이고 실천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2단계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5월 총파업 투쟁
금속연맹은 지난 12일 자동차 공대위 대표자회의를 통해 27일의 전면적인 총파업을 통해 2단계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을 결의하였다. 1차 총파업에 대한 평가를 떠나, 자동차 노조들의 지속적인 투쟁결의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계속전진, 계속투쟁'이라는 쉽지 않은 결의가 지난 총파업과 같이 공허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읽어내고 그로부터 올바른 투쟁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대우차 노조는 1단계 총력투쟁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공장 내에서 노조지도부를 중심으로 진행했던 농성천막을 철수하였다. 새로운 국면에 걸맞는 새로운 투쟁전술이 구사되어야 한다는 판단과 함께, 현재 구속영장이 발부된 위원장을 비롯한 대의원과 소위원들의 신변보호를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노조의 결정에 대해 일부의 대의원, 소위원과 현장조직들의 비판과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단절을 통한 새로운 국면의 창출이 아닌, 1단계 총력투쟁의 연장선에서 더욱 강도높은 투쟁이 지속되어야 하며 1단계 투쟁 당시 현장투쟁의 상징이자 거점이었던 천막을 철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그 근거이다.
이 주장의 근저에는 심각한 우려가 깔려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연맹과 노조의 2단계 총력투쟁의 기조인 '4·13총선 이후 임·단협투쟁을 합법적인 틀 속으로 끌어냄으로써 조합원의 고용 및 생존권과 직결되는 고용관련 특별요구안의 완전쟁취와 해외매각 반대투쟁을 병행하는 투쟁'에 대한 우려이다. 이는 그간 진행되어왔던 투쟁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현장의 강력한 투쟁력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기 위한 노력과 실천을 전제로 하기보다는, 정부에 대한 요구투쟁으로 매몰되거나 사측을 상대로 한 투쟁으로 치우친 면이 없지 않았다는 평가인 것이다.
최근 대우차 현장에서 보여지는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는 대우차 투쟁과 관련한 한 가지 원칙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대우차 투쟁이 대우차만의 고립된 투쟁으로 진행되었을 때에는 어떠한 성과도 남길 수 없다는 사실이며, 이는 투쟁의 당사자인 대우차뿐만 아니라 운동진영 전반에 해당되기도 한다. 즉, 총선의 후속타로 연일 터져나오는 2단계 구조조정에 맞서 강력한 총파업 투쟁을 시급히 조직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전반적인 투쟁 흐름을 선두에서 이끌면서 스스로의 투쟁에 있어서도,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대우차 스스로 깊이있게 고민해가야 하는 것이다.
특히 대우차 노조의 경우 강력한 투쟁을 멈추지 않고 진행한다는 원칙을 사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현장의 발언에 담겨있는 고민들을 적극적으로 모아내어, 기계만 멈추는 파업이 아닌 단일한 투쟁의지와 요구가 분출하는 실질적인 총파업 투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지역차원을 넘어 전국적이고 직접적인 연대투쟁이 조직되어야 하며, 나아가 대우자동차 공기업화 쟁취는 물론, DJ정권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2단계 구조조정 계획을 기필코 저지해내야 할 것이다.
대우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 4사의 투쟁이 총선을 기점으로 하나의 고비를 넘은 듯 보인다. 예상만큼 큰 파고를 그려내지 못해 상반기 노동자 투쟁의 난항이 예고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대우차 투쟁의 현재 상황과 향후 방향에 대한 점검과 평가는 더욱더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보다 상승된 투쟁의 의지가 모아져야 할 것이다.
기간 대우차 처리에 대한 문제는 수많은 논의를 통해 진보진영 내에서는 일정한 합의점들이 도출된 상태이다. 국민여론 또한 해외매각 반대의견에 70%의 지지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매각 일변도의 김대중 정권의 태도에는 별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대우차 처리문제가 여론 향배에 따라 방향을 수월하게 바꿀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결정에 해당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이는 정부가 대우차 처리문제를 2단계 구조조정의 시발점이자 관건적 사안으로 인식한다는 근거에 해당하는 것이다.
총선과 총파업, 그리고 국민대책기구
그 동안 금속연맹과 완성차4사는 총선을 겨냥해, 정부와 여당의 해외매각에 대한 유보적 입장을 이끌어 낼 의도를 가지고, 대우차를 중심으로 한 총파업투쟁을 진행하였다. 대우차의 경우 3월 31일과 4월 1일 이틀간의 전면파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총선국면에서 총파업 전술을 구사하였으며, 현재는 지난 12일 전체 공청회를 마지막으로 일단락된 상태에 있다. 결과적으로 총선 시기를 겨냥했던 자동차 노조의 총파업투쟁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더욱이 파업에 참가한 완성 4사 가운데, 투쟁의 실질적 당사자인 대우차 노조의 총파업투쟁 과정은 현장장악력 면에서나 여론 형성의 측면에서 기대만큼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이는 앞으로 2단계 총력투쟁이 많은 난관을 안고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작년 여름의 워크아웃 결정을 시발로, 장기전으로 돌아선 대우자동차의 매각문제는 정부와 채권단측이 8월 이내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에서도 보여지듯이 이제 초읽기 단계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해외매각 반대와 공기업화로 모아진 노조와 범진보진영의 입장을 무기로, 정부와 채권단을 보다 공세적으로 압박해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70%에 이르는 대국민적 해외매각 반대의견을 실질적인 여론으로 만들어 정부측의 매각일정에 반영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2단계 총력투쟁을 전면적인 노동자 투쟁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공세적이고 주도면밀한 계획과 결의가 필요하다.
한편, 지난 3월말 금속연맹은 정부측에 "대우-쌍용자동차의 무분별한 해외매각은 자동차산업(완성사와 부품사) 전체를 붕괴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부측에서 신중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교섭요구를 전달하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관련부처간 협의 속에서 금감위가 이를 책임지기로 했다는 사실을 전달하였다. 연맹은 4월 3일 금감위 담당자와의 면담을 통해 '국민대책기구'를 설치하겠다고 주장했으며 총파업 돌입 이전에 답변을 해달라고 요구하였다. 그 후 4월 6일 정도까지 금감위는 대책위 설치에 동의하는 듯한 자세로 연맹과의 교섭에 임하였으나, 4월 9일 11개 장관명의의 성명서 발표가 이뤄지면서 상황은 반전되었다.
정부는 이 성명서에서 '총선을 틈탄 집단이기주의의 발호, 불법파업'이라고 매도하면서 '엄정대처'할 것임을 천명하였다. 성명서 발표 이후에도 정부측은 여러 가지 비공식 경로를 통해 교섭에 응할 용의가 있음을 연맹측에 전달하였으나, 그 내용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정부측 책임부서는 금감위가 아닌 노동부로 바뀌어져 있었고, 대책기구에서 다룰 의제는 대우차 처리의 전반적인 방향이 아니라, 고용문제와 부품협력업체 문제로 국한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정부측의 태도는 그 동안 우리가 우려했던 바대로 '대책기구'를 '노사정위원회' 수준으로 전락시키고, 이를 통해 오히려 해외매각의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노동부'가 정부측 책임부서로 정해진 것은 노조와의 협의를 거부하고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70%에 달하는 해외매각 반대여론
대우자동차 해외매각에 대한 그 동안의 각종 대국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조사마다 반대의견이 70%에 이르고 있으며, 해외매각이 고용불안을 야기시킬 것이라는 입장에도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년동안 김대중 정권에 의해 이루어진 구조조정과정에 대한 반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외자유치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진 무분별한 국내기업의 해외매각처리에 대한 반대를 나타내는 것이다. 게다가 그간 해외매각 예찬론의 근거였던 외자유치도, 외환보유고가 3월 현재 8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설득력을 상실하게 되면서 국민적 반대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엄청난 부채규모를 안고 있는 대우차 처리는, 해외매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통계조사 결과 외에도 해외매각 반대여론은 다시한번 입증되었다. 지난 총선에서 보수정당 후보들이 거의 모두가 해외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총선이 끝난 지금도 그들이 여전히 그런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를 떠나, 이는 해외매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해외매각 반대여론이 해외매각반대와 공기업화 투쟁에 대한 전면적인 지지로 나타나고 있지 못한 데에 대해서는,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 것들이 있다.
여전히도 대중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해외매각이 단순히 국부유출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해외매각을 하더라도 10조가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되어야만 한다는 것이 그 첫번째이다. 그리고 현재 대우자동차가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되어있는 소유관계로만 보았을 때 이미 공기업인 상태라는 사실, 그런 대우자동차의 공장 가동률이 평균 40%를 밑돌고 있는 데에는 워크아웃이, 운영자금 투입에 의한 기업회생에 있지 않고 해외매각을 위한 기업정리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실… 이러한 것들이 충분히 대중적으로 공유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대우차를 매각했을 경우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그로 인한 대규모적 고용불안 사태에 대한 인식 또한 미비한 상태이다.
DJ정부가 해외매각을 서두르고 기정사실화 하는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 해외매각에 대한 반대여론에 기대어 정부와의 협상을 촉구하기보다 오히려 반대여론을 공기업화 투쟁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로 형성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현장투쟁에 대한 즉각적인 지지와 연대
기간 대우차 공기업화 투쟁은 전국적 쟁점으로 확장되지 못하면서, 인천지역만의 투쟁으로 고립되고 주변화되어 왔다. 부르주아 정치인들이나 보수언론까지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대우차가 망하면 인천경제가 망한다'는 말, 그 말이 일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지금과 같은 고립과 소외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대우차 투쟁 나아가 상반기 노동자 투쟁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의 엄중함을 피해갈 수는 없다.
그리고 그 현실의 엄중함을 자각하는 것은 소외와 고립의 당사자였다는 문제를 떠나서, 무엇보다 핵심사업장이 소재한 인천지역에서부터 시작되어야만 한다.
작년 인천에서는 대우차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을 위해 대우차 노조를 비롯하여 모든 사회단체가 집결하여 '대우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인천시민대책위(대책위)'를 구성한 바 있다. 대책위는 대우차 내의 노조를 주축으로 구성되어, 중앙투쟁위원회 외에 인천에서 대우문제에 대응하고자 하는 유일한 투쟁기구였다. '유일하다'는 것은 그만큼 사안의 무게를 지역의 제 단체들이 공감하면서, 지역차원의 투쟁으로 가져가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유일하다'는 것은 대우차 처리의 상(象)에 대해 합일점을 찾는다거나, 투쟁의 전술을 고민하는 데에서 많은 어려움을 예견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러한 장·단점이 화학적으로 결합한 결과가, 지역적 고립을 감내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대우차투쟁을 벌여왔다는 나름의 성과를 얻어내면서도, 투쟁의 수위나 외연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는 상당한 이견 차이를 드러냈다. 단적인 예로 백만인 서명운동사업이, 대책위 내의 형식적 추인 속에서 진행된 결과 유명무실해진 것이 그러했고, 총선 시기를 전후로 인천지역 부르주아 정치인들의 명망성에 기대어 성명서 발표 등을 기획하고자 했던 시도들이 그러했다.
이 모든 것들이 대책위에 결합한 제 단체들 상호간의 '연대', 그리고 투쟁의 현장인 대우차와의 '연대'(대책위 결합단위로서의 대우차 노조와는 다른 차원으로)라는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할 문제이다. 대우차 투쟁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며, 평가의 목적을 명확히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기에 대책위 활동 전반에 대한 평가는 아직 시기상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올 2월을 경과하면서 급격히 하락한 대책위의 활동력을 시급히 복구하기 위해서는 대책위활동에 나름의 진단이 필요하리라 본다.
우선, 대책위활동의 원칙이라 할 수 있는, 대우차 현장투쟁에 대해 지지·엄호하겠다는 임무를, 대책위 스스로 각인하고 실천해 왔던가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짚어져야 한다. 사실 지역의 제 사회단체가 대책위로 총결집하게 된 것은 지역사안으로 고립되고 있는 대우차 투쟁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야 하며, 그 부분에서 대우차와는 다른 자기임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책위 차원의 현장투쟁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우차 투쟁의 전국적 확산을 기대할 수 없다. 출발 당시부터 제 단체간의 합의수준이 높지 않았던 대책위가 자기 역할을 다해내고, 스스로를 지속시킬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장투쟁과의 결합력을 높여나가면서 실천 속에서 합의의 수준을 높여내야 한다.
이러한 기간의 한계와 오류에도 불구하고 임박한 대우차 공기업화투쟁을 조직하는데 있어, 대우 대책위의 존재와 애초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의미하다. 결의되고 있는 2단계 총력투쟁이 대우차 처리문제에 있어서,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되기 위해 대우 대책위 스스로의 임무와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 원칙적이고 실천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2단계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5월 총파업 투쟁
금속연맹은 지난 12일 자동차 공대위 대표자회의를 통해 27일의 전면적인 총파업을 통해 2단계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을 결의하였다. 1차 총파업에 대한 평가를 떠나, 자동차 노조들의 지속적인 투쟁결의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계속전진, 계속투쟁'이라는 쉽지 않은 결의가 지난 총파업과 같이 공허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읽어내고 그로부터 올바른 투쟁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대우차 노조는 1단계 총력투쟁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공장 내에서 노조지도부를 중심으로 진행했던 농성천막을 철수하였다. 새로운 국면에 걸맞는 새로운 투쟁전술이 구사되어야 한다는 판단과 함께, 현재 구속영장이 발부된 위원장을 비롯한 대의원과 소위원들의 신변보호를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노조의 결정에 대해 일부의 대의원, 소위원과 현장조직들의 비판과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단절을 통한 새로운 국면의 창출이 아닌, 1단계 총력투쟁의 연장선에서 더욱 강도높은 투쟁이 지속되어야 하며 1단계 투쟁 당시 현장투쟁의 상징이자 거점이었던 천막을 철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그 근거이다.
이 주장의 근저에는 심각한 우려가 깔려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연맹과 노조의 2단계 총력투쟁의 기조인 '4·13총선 이후 임·단협투쟁을 합법적인 틀 속으로 끌어냄으로써 조합원의 고용 및 생존권과 직결되는 고용관련 특별요구안의 완전쟁취와 해외매각 반대투쟁을 병행하는 투쟁'에 대한 우려이다. 이는 그간 진행되어왔던 투쟁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현장의 강력한 투쟁력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기 위한 노력과 실천을 전제로 하기보다는, 정부에 대한 요구투쟁으로 매몰되거나 사측을 상대로 한 투쟁으로 치우친 면이 없지 않았다는 평가인 것이다.
최근 대우차 현장에서 보여지는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는 대우차 투쟁과 관련한 한 가지 원칙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대우차 투쟁이 대우차만의 고립된 투쟁으로 진행되었을 때에는 어떠한 성과도 남길 수 없다는 사실이며, 이는 투쟁의 당사자인 대우차뿐만 아니라 운동진영 전반에 해당되기도 한다. 즉, 총선의 후속타로 연일 터져나오는 2단계 구조조정에 맞서 강력한 총파업 투쟁을 시급히 조직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전반적인 투쟁 흐름을 선두에서 이끌면서 스스로의 투쟁에 있어서도,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대우차 스스로 깊이있게 고민해가야 하는 것이다.
특히 대우차 노조의 경우 강력한 투쟁을 멈추지 않고 진행한다는 원칙을 사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현장의 발언에 담겨있는 고민들을 적극적으로 모아내어, 기계만 멈추는 파업이 아닌 단일한 투쟁의지와 요구가 분출하는 실질적인 총파업 투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지역차원을 넘어 전국적이고 직접적인 연대투쟁이 조직되어야 하며, 나아가 대우자동차 공기업화 쟁취는 물론, DJ정권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2단계 구조조정 계획을 기필코 저지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