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권/리/선/언
신자유주의와 전쟁의 시대, 여성들은 더욱 빈곤해지고, 더욱 많은 폭력에 노출된다. 노동유연화 속에서, 여성들 대부분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면서도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다. ‘저출산·고령화’가 낳을 자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들을 쥐어짜는 것이 여성정책의 핵심이 되면서 여성은 자본이 요구하는 유연한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노인부양을 책임지도록 동원되고 있다. 여성들의 ‘가사와 직장생활의 양립’을 기조로 하는 정부의 여성정책은 여성을 가사노동의 1차적인 책임자의 위치에 고정시키며 이중의 고통에 시달리도록 하고 있다. 가사노동과 유사한 보살핌노동이 여성의 일로, 그것도 노동자로서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형태로 확산된다. 복지와 공공서비스가 축소되거나 시장화하면서 여성 빈민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있다. 더구나 장애여성의 독립된 삶이 보장될 만큼 사회적 지원체계가 갖춰지는 것은 더욱 요원해졌다. 초국적 곡물기업의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는 WTO 농업개방과 이에 조응하는 정부의 ‘농업포기정책’으로 농가부채가 급증하고 농가소득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여성농민들은 농사, 가사노동에 더하여 소득을 보충하기 위한 부업까지, 3중의 역할에 시달리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필연적으로 야기하는 생태계파괴는 농촌과 어촌에서 맨손으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오던 여성들의 노동권과 삶의 권리를 위협하고 있다. 여성들의 빈곤이 전반적으로 심화되는 가운데, 다양한 형태의 성매매로 유입되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성들이 성매매로 유입되는 원인을 문제삼지 않은 채 법과 제도로 성매매를 근절하려는 시도는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을 사회로부터 배제하고 폭력 속에 방치한다. 초국적 투기자본이 국경을 마음껏 넘나드는 시대이지만, 노동자들만큼은 ‘인종’과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분할되어, 이주노동자는 노동권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의 미국에 의한 이라크 침략전쟁과 수많은 무력분쟁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강화하고 ‘성차별 이데올로기’를 더욱 강화한다.
이렇듯 여성을 억압하고 착취하며 배재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전 세계 여성들이 지구를 횡단하는 릴레이 행진에 나섰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까지 행진하면서 다양한 인종과 민족의 여성들, 각기 다른 직업, 신체적 특징, 성적 지향을 지닌 여성들이 국경을 넘은 연대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여 여성을 더욱 빈곤하게 만들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가중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멈추고, 전쟁을 중단하기 위해 함께 투쟁하는 여성이다. 이렇듯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여성의 힘은 필수적이며, 여성의 요구는 그 바탕이 되어야 한다. 노동자, 농민, 빈민,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노동자, 동성애자 …. 다양한 이름이지만 우리는 함께 투쟁하고 한 목소리로 우리의 권리를 주장한다.
▶ 모든 여성은 자신이 원하는 노동을 할 권리를 갖는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정한 노동에 접근할 수 없어서도 안 되고, 특정한 노동을 강요당해서도 안 된다.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동성애자이건 이성애자이건 상관없이, 국적과 인종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노동할 수 있어야 한다.
▶ 우리는 누구나 인간이자 여성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만큼 충분한 소득을 보장받기를 원한다. 경제적 독립은 여성이 자율적으로 생활하는 데 필수적이다. 여성의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계약직 파견직, 하청, 외주용역 등 모든 형태의 불안정한 노동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여성이 하는 노동이라는 이유로 가치 절하되어 저임금 노동으로 고착되고 있다. 또한 현재의 최저임금제 하에서 법정최저임금은 대다수 여성들에게 임금의 최대치가 되면서 여성의 저임금 노동을 정당화한다. 여성노동을 저임금에 가두는 모든 제도와 사회적 인식은 철폐되어야 한다.
▶ 지금껏 여성은 가사노동의 1차적 책임자이자 최종 책임자로 간주되어 왔다. 이는 여성의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저임금을 정당화했다. 또한 가사노동의 연장선에 있는 보살핌 노동을 여성의 노동으로 고착시켰다. 더 이상 육아, 노인부양, 노동력 재생산에 필요한 여러 일을 여성의 무급 노동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는 사회화되어야 하며 이러한 일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말하는 ‘가사와 직장생활의 양립’은 여성을 이중의 고통에 시달리게 할 뿐이다.
▶ 여성농민은 ‘여성’ 이자 ‘농민’이다. WTO FTA로 인한 농업개방으로 농촌이 붕괴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여성농민은 농사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으며 가사와 가계소득을 보충하는 일까지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여성농민의 지위를 ‘무급가족종사자’라고 규정하는 것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 농촌공동체를 유지하는데 있어 여성농민의 기여는 인정되어야 하고 여성농민은 ‘여성’ 이자 ‘농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려야 한다.
▶ 여성의 신체는 여성 자신의 것이다. 출산과 모성은 여성에게 의무가 아닌 권리여야 한다. 여성 스스로가 출산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어떤 선택을 하든 사회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성은 안전하고 건강하게 출산할 권리, 출산하지 않을 것을 선택할 권리를 모두 가져야 한다. 따라서 낙태와 피임은 여성들이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생명윤리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여성들의 권리가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 여성의 신체는 거듭 여성 자신의 것이다. 여성의 신체에 가해지는 모든 폭력은 중단되어야 한다. 또한 여성의 신체나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중단되어야 한다.
▶ 여성과 남성의 결합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여성과 남성의 자유로운 관계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 여성은 남성의 계보를 유지하는데 소외된 채 이용되어서도 안 된다. 결혼을 이유로 여성의 자율성이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여성의 빈곤이 심화되면서 결혼은 여성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할 수단으로 장려된다. 여성은 먹고살기 위해서 혹은 누군가에 의지하기 위해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욕구에 의해 결혼할 권리가 있다. 또한 독신을 선택할 권리, 언제든 결혼관계에서 돌아올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며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불이익이 가해져서는 안 된다.
▶ ‘건강가족기본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복지와 공공서비스의 축소, 상품화는 가족 내에서 여성의 의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가족기본법’은 출산과 양육, 노인부양이 이루어지는 가족만을 ‘’정상가족“으로 규정하며 이러한 형태의 가족을 이루고 유지하는 것을 강요한다. 동시에 다른 모든 형태의 가족을 국가의 지원으로부터 배제하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한 책임을 모조리 여성에게 전가하고 있다.
▶ 자연은 여성을 비롯한 인류의 삶의 터전이다. 여성 농민, 여성 어민은 오랜 세월동안 맨손으로 노동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생태계를 보존하는 지혜를 터득해왔다. 토지와 갯벌, 바다와 함께 살아온 여성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삶의 터전으로 유지하고 활용하는 지혜 또한 여성의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효율성의 논리를 앞세워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던 여성들의 삶을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며 여성농민과 여성어민의 노동의 권리와 생존의 권리를 파괴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야기하는 생태파괴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 여성은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조직화할 권리가 있다. 또한 스스로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조합에서, 학교에서, 지역공동체, 세계 곳곳의 모든 곳에서 독자적인 활동을 조직할 수 있다.
▶ 신자유주의는 여성들을 포섭과 배제의 전략으로 분할시킴으로써 여성의 계급화를 심화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들의 요구는 더욱 다양하게 제기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신자유주의가 배재한 여성들의 요구가 보편적인 여성의 요구로 구성되어야 한다. 여성의 새로운 연대는 여기서 출발한다.
▶ 우리는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다. 노동력을 재생산하기에 충분한 만큼 휴식을 취할 수 있고 몸이 아프면 돈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의료서비스를 시장화하고 의약품에 특허를 매겨 초국적 자본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중단되어야 한다. 여성들의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여성에게 적합한 의료체계가 개발되어야 하고 이를 모든 여성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
▶ 우리 모두에게 적절한 주거 공간이 보장되어야 하고 교육, 의료, 상수도, 전기, 가스 등 필수서비스가 공급되어야 한다. 돈이 있어도 돈이 없어도 누구나 이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 우리는 모든 형태의 전쟁이나 무력분쟁이 없는 세상에서 살 권리가 있다. 전쟁이나 무력 분쟁의 시기에는 여성과 남성에게 각각 다른 형태의 극단적인 폭력이 심화된다. 강간 등 여성에 대한 극단적 폭력이 적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을 목표로 전술로 채택되는가 하면 여성을 공동체의 ‘소유물’로 간주하거나 피억압자로서의 여성의 상징과 적을 동일시함으로써 적을 무력화하는 등 전쟁은 성차별 이데올로기를 더욱 강화한다.
▶ 모든 이주자들은 시민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 인신매매, 노동착취, 성적 착취, 가정폭력, 빈곤, 인종차별 등 이주 여성에게 가해지는 모든 폭력은 사라져야 한다. 특히 이주자를 범죄인으로 취급하여 단속 추방하는 것은 이주 여성이 이러한 폭력에 저항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 외국인여성에 대한 성적 환상은 이주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기 쉬운 존재라는 편견을 낳는다. 이로써 여성들은 이주와 동시에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 주로 고용될 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가장 열악한 조건으로 일한다. 그러므로 이주 여성에 대한 모든 종류의 편견은 사라져야 하고 이주여성은 여성으로서 노동자로서 온전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
▶ 장애여성은 인간이자 여성으로 독립된 삶을 꾸려갈 권리가 있다. 교육을 받고 노동을 하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안전하게 출산할 권리가 있으며 성적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장애여성은 장애인이기 이전에 여성이자 인간이다.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권리에는 장애여성이 여성으로서 살기 위한 권리가 포함되어야 한다. 장애여성과 비장애 여성은 여성의 보편적 권리와 장애여성의 특수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연대한다.
▶ ‘무한한 희생을 감내하는 어머니’, ‘보호받아야 할 여동생’, ‘정숙한 여성’, ‘도덕적으로 타락한 여성’ 등 여성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규정은 여성의 권리를 파괴하고 여성의 삶을 더욱 억압적으로 만든다. 모든 여성은 타인에 의해 규정받지 않고 그 자체로 완전한 인간으로 공동체 안에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 어느 누구도 여기에 수록된 권리를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전쟁을 지속할 목적으로, 여성의 권리를 해체하고 여성의 연대를 파괴할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여성의 권리는 이후에도 무한히 추가될 수 있다.
우리는 이 모든 우리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의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5년 10월 17일 전 세계 릴레이 행진이 마무리되는 날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24시간 연대행동에 동참할 것이다. 다른 모든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오에 모여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고 세계의 여성들과 연대를 실현할 것이다.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반대투쟁, 12월 홍콩에서 열리는 WTO 6차 각료회의 저지투쟁 등 전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투쟁이 진행되는 장소에서 우리는 여성의 목소리를 더욱 드높일 것이다. 또한 3월 8일 여성의 날은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여성의 연대가 실현되는 날이 될 것이다.
2005년 7월 3일
세계여성행진과 함께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7·3 여성행진 참가자 일동
이렇듯 여성을 억압하고 착취하며 배재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전 세계 여성들이 지구를 횡단하는 릴레이 행진에 나섰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까지 행진하면서 다양한 인종과 민족의 여성들, 각기 다른 직업, 신체적 특징, 성적 지향을 지닌 여성들이 국경을 넘은 연대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여 여성을 더욱 빈곤하게 만들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가중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멈추고, 전쟁을 중단하기 위해 함께 투쟁하는 여성이다. 이렇듯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여성의 힘은 필수적이며, 여성의 요구는 그 바탕이 되어야 한다. 노동자, 농민, 빈민,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노동자, 동성애자 …. 다양한 이름이지만 우리는 함께 투쟁하고 한 목소리로 우리의 권리를 주장한다.
▶ 모든 여성은 자신이 원하는 노동을 할 권리를 갖는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정한 노동에 접근할 수 없어서도 안 되고, 특정한 노동을 강요당해서도 안 된다.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동성애자이건 이성애자이건 상관없이, 국적과 인종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노동할 수 있어야 한다.
▶ 우리는 누구나 인간이자 여성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만큼 충분한 소득을 보장받기를 원한다. 경제적 독립은 여성이 자율적으로 생활하는 데 필수적이다. 여성의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계약직 파견직, 하청, 외주용역 등 모든 형태의 불안정한 노동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여성이 하는 노동이라는 이유로 가치 절하되어 저임금 노동으로 고착되고 있다. 또한 현재의 최저임금제 하에서 법정최저임금은 대다수 여성들에게 임금의 최대치가 되면서 여성의 저임금 노동을 정당화한다. 여성노동을 저임금에 가두는 모든 제도와 사회적 인식은 철폐되어야 한다.
▶ 지금껏 여성은 가사노동의 1차적 책임자이자 최종 책임자로 간주되어 왔다. 이는 여성의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저임금을 정당화했다. 또한 가사노동의 연장선에 있는 보살핌 노동을 여성의 노동으로 고착시켰다. 더 이상 육아, 노인부양, 노동력 재생산에 필요한 여러 일을 여성의 무급 노동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는 사회화되어야 하며 이러한 일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말하는 ‘가사와 직장생활의 양립’은 여성을 이중의 고통에 시달리게 할 뿐이다.
▶ 여성농민은 ‘여성’ 이자 ‘농민’이다. WTO FTA로 인한 농업개방으로 농촌이 붕괴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여성농민은 농사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으며 가사와 가계소득을 보충하는 일까지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여성농민의 지위를 ‘무급가족종사자’라고 규정하는 것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 농촌공동체를 유지하는데 있어 여성농민의 기여는 인정되어야 하고 여성농민은 ‘여성’ 이자 ‘농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려야 한다.
▶ 여성의 신체는 여성 자신의 것이다. 출산과 모성은 여성에게 의무가 아닌 권리여야 한다. 여성 스스로가 출산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어떤 선택을 하든 사회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성은 안전하고 건강하게 출산할 권리, 출산하지 않을 것을 선택할 권리를 모두 가져야 한다. 따라서 낙태와 피임은 여성들이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생명윤리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여성들의 권리가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 여성의 신체는 거듭 여성 자신의 것이다. 여성의 신체에 가해지는 모든 폭력은 중단되어야 한다. 또한 여성의 신체나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중단되어야 한다.
▶ 여성과 남성의 결합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여성과 남성의 자유로운 관계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 여성은 남성의 계보를 유지하는데 소외된 채 이용되어서도 안 된다. 결혼을 이유로 여성의 자율성이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여성의 빈곤이 심화되면서 결혼은 여성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할 수단으로 장려된다. 여성은 먹고살기 위해서 혹은 누군가에 의지하기 위해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욕구에 의해 결혼할 권리가 있다. 또한 독신을 선택할 권리, 언제든 결혼관계에서 돌아올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며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불이익이 가해져서는 안 된다.
▶ ‘건강가족기본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복지와 공공서비스의 축소, 상품화는 가족 내에서 여성의 의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가족기본법’은 출산과 양육, 노인부양이 이루어지는 가족만을 ‘’정상가족“으로 규정하며 이러한 형태의 가족을 이루고 유지하는 것을 강요한다. 동시에 다른 모든 형태의 가족을 국가의 지원으로부터 배제하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한 책임을 모조리 여성에게 전가하고 있다.
▶ 자연은 여성을 비롯한 인류의 삶의 터전이다. 여성 농민, 여성 어민은 오랜 세월동안 맨손으로 노동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생태계를 보존하는 지혜를 터득해왔다. 토지와 갯벌, 바다와 함께 살아온 여성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삶의 터전으로 유지하고 활용하는 지혜 또한 여성의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효율성의 논리를 앞세워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던 여성들의 삶을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며 여성농민과 여성어민의 노동의 권리와 생존의 권리를 파괴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야기하는 생태파괴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 여성은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조직화할 권리가 있다. 또한 스스로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조합에서, 학교에서, 지역공동체, 세계 곳곳의 모든 곳에서 독자적인 활동을 조직할 수 있다.
▶ 신자유주의는 여성들을 포섭과 배제의 전략으로 분할시킴으로써 여성의 계급화를 심화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들의 요구는 더욱 다양하게 제기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신자유주의가 배재한 여성들의 요구가 보편적인 여성의 요구로 구성되어야 한다. 여성의 새로운 연대는 여기서 출발한다.
▶ 우리는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다. 노동력을 재생산하기에 충분한 만큼 휴식을 취할 수 있고 몸이 아프면 돈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의료서비스를 시장화하고 의약품에 특허를 매겨 초국적 자본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중단되어야 한다. 여성들의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여성에게 적합한 의료체계가 개발되어야 하고 이를 모든 여성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
▶ 우리 모두에게 적절한 주거 공간이 보장되어야 하고 교육, 의료, 상수도, 전기, 가스 등 필수서비스가 공급되어야 한다. 돈이 있어도 돈이 없어도 누구나 이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 우리는 모든 형태의 전쟁이나 무력분쟁이 없는 세상에서 살 권리가 있다. 전쟁이나 무력 분쟁의 시기에는 여성과 남성에게 각각 다른 형태의 극단적인 폭력이 심화된다. 강간 등 여성에 대한 극단적 폭력이 적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을 목표로 전술로 채택되는가 하면 여성을 공동체의 ‘소유물’로 간주하거나 피억압자로서의 여성의 상징과 적을 동일시함으로써 적을 무력화하는 등 전쟁은 성차별 이데올로기를 더욱 강화한다.
▶ 모든 이주자들은 시민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 인신매매, 노동착취, 성적 착취, 가정폭력, 빈곤, 인종차별 등 이주 여성에게 가해지는 모든 폭력은 사라져야 한다. 특히 이주자를 범죄인으로 취급하여 단속 추방하는 것은 이주 여성이 이러한 폭력에 저항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 외국인여성에 대한 성적 환상은 이주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기 쉬운 존재라는 편견을 낳는다. 이로써 여성들은 이주와 동시에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 주로 고용될 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가장 열악한 조건으로 일한다. 그러므로 이주 여성에 대한 모든 종류의 편견은 사라져야 하고 이주여성은 여성으로서 노동자로서 온전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
▶ 장애여성은 인간이자 여성으로 독립된 삶을 꾸려갈 권리가 있다. 교육을 받고 노동을 하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안전하게 출산할 권리가 있으며 성적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장애여성은 장애인이기 이전에 여성이자 인간이다.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권리에는 장애여성이 여성으로서 살기 위한 권리가 포함되어야 한다. 장애여성과 비장애 여성은 여성의 보편적 권리와 장애여성의 특수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연대한다.
▶ ‘무한한 희생을 감내하는 어머니’, ‘보호받아야 할 여동생’, ‘정숙한 여성’, ‘도덕적으로 타락한 여성’ 등 여성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규정은 여성의 권리를 파괴하고 여성의 삶을 더욱 억압적으로 만든다. 모든 여성은 타인에 의해 규정받지 않고 그 자체로 완전한 인간으로 공동체 안에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 어느 누구도 여기에 수록된 권리를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전쟁을 지속할 목적으로, 여성의 권리를 해체하고 여성의 연대를 파괴할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여성의 권리는 이후에도 무한히 추가될 수 있다.
우리는 이 모든 우리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의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5년 10월 17일 전 세계 릴레이 행진이 마무리되는 날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24시간 연대행동에 동참할 것이다. 다른 모든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오에 모여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고 세계의 여성들과 연대를 실현할 것이다.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반대투쟁, 12월 홍콩에서 열리는 WTO 6차 각료회의 저지투쟁 등 전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투쟁이 진행되는 장소에서 우리는 여성의 목소리를 더욱 드높일 것이다. 또한 3월 8일 여성의 날은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여성의 연대가 실현되는 날이 될 것이다.
2005년 7월 3일
세계여성행진과 함께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7·3 여성행진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