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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7/8.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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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TC는 노동시장 유연화의 제도적 보완 장치다

권형은 | 인천지부 집행위원
요즘 언론매체에서 근로소득보전세제니 EITC니 하는 용어들이 많이 눈에 띈다. 12일에는 열린우리당 이목희의원이 근로소득보전세제를 "세제와 연관되어 있고 소득파악과 관련돼 있지만 사실은 복지정책"이라며 "EITC야말로 잘 만들면 참여정부의 브랜드가 될 수 있으며 당이 지금부터라도 토론하고, 가능하면 당론으로 힘 있게 추진해야할 것"이다, "4대보험을 운영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중산층의 세금부담 문제도 부동산 보유세,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문제 등을 함께 고민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 밝혔다.

근로소득보전세제 정부안 개괄

EITC(Earned Income Tax Credit, 근로소득보전세제)는 대개 미국식 근로소득세액 공제방식을 일컫는다. 정부가 정해진 기준으로 조세제도를 통해 현금을 지급하는 소득보장제도로서 (근로소득, 영업소득이 있는) 차상위계층1)을 대상으로 한다. EITC 급여액이 (노동자가구의) 납부세액보다 크면 그 차액을 EITC 급여로 지급하며, 납부세액보다 작으면 급여액만큼을 납부해야 할 소득세액에서 공제하기 때문에 EITC 급여를 실제로 받지 않는다. 부양자녀가 있는 가구를 기준으로 무자녀가구에 대해서도 적용되고 있으나 다자녀가구가 더 높은 소득보전을 받게 된다. 저소득층의 노동의욕 고취, 취업기회 모색장려, 빈곤층의 비용부담 경감을 정책목표로 저소득 가계단위(부부합산과세)를 기준으로 적용한다.
EITC 급여는 점증구간, 평탄구간, 점감구간으로 구별되어 세액공제비율이 결정된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적용원칙이 빌견되는데, 첫째, 노동소득이 없을 경우 세액공제 역시 이뤄지지 않는다 둘째, 점증구간을 통해 가구의 소득이 증대될수록 세액공제도 증가한다 셋째, 소득이 증대될수록 세액공제가 줄어드는 점감구간이 존재한다. EITC는 연말 1회 총괄적으로 지급되며 1975년 이래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고 영국에서도 WFDC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현재 노무현 정부가 검토 중인 EITC안은 거의 미국 모델을 차용하여 설계되고 있다. 적용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한다고 했을 때, 남한의 경우 빈곤층 전체합산이 전통적 빈곤층, 실직과 저임금으로 인한 근로능력이 있는 빈곤층을 합해 800만 명에 육박하고2) 이 중 국민기초생활보호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소위 근로빈곤층 400만 명이 이에 해당한다.
정부는 EITC를 도입하면서 전체 사회안전망에서 근로빈곤층 본인과 자녀를 지원함으로서 부양부담을 완화하고 가족보호 기능을 담당하게 될 것이며 최후의 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의 기능을 분담3)함으로서 빈곤층에게 효과적인 복지정책이 될 것이라 밝힌다. 더불어 제도도입과 동시에 일할 여건 조성을 위한 사회안전망의 지속적 확충을 꾀할 것을 밝혔다. 단, 미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급여를 신청한 가구에 한해4) 분기별 지급을 하겠다는 점이다. 급여는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점증, 평탄, 점감구간 범위를 설정한다.5) 정부 모형을 보면 가구별 연평균급여액은 97만원~1백 6만9천원 사이가 되는데, 총 소요재원을 9천 700억원~1조 5천억까지 예상하고 있다.6)
(역시) 12일 대통령 직속 빈부격차 차별시정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연구를 진행해 온 한국조세연구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한국형 EITC 도입 타당성에 대한 정책토론회'에서 연간 50만원~ 150만원을 2008년부터 차상위계층에게 단계별로 지원, 적용해야 한다는 연구 검토안을 발표하였다. 08년까지는 1단계로 자녀가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하며(총 5천억~ 1조 5천억의 재원 소요) 2단계 부양자녀가 없는 가구적용은 5년쯤 뒤로 내다보았다. 정부는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7월 중으로 빈부격차 차별시정위원회를 열어 EITC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도입찬반논란 그리고 쟁점

정부가 '일을 통한 빈곤탈출'을 골자로 한 빈곤층 지원대책을 발표했을 당시 EITC는 선진국과 같은 복지의존을 예방하고, 적은 비용으로도 근로의욕을 높여 자활의 효율이 높은 제도로 소개되었으나 이내 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첫째, EITC 제도도입을 위해서는 소득파악이 전제되어야 하나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의 소득파악률은 임금노동자의 경우 74%, 자영업자의 경우 29~49% 정도 수준이다. 정부는 EITC를 진행하며 소득파악률을 높여가자고 하지만 소득파악이 전제되지 않고 EITC가 시행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도입 찬성 쪽에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자영업자 소득파악 문제가 중요하게 거론된다. 둘째, 빈곤감소효과와 노동유인효과의 확실성의 문제다. 미국의 경우를 따져보아도 빈곤감소효과는 불분명하고 노동유인효과도 마찬가지다. 단, 독신모의 노동유인효과가 높은 것에 대해서는 모두 공통된 입장을 가진다. 셋째, 제도 도입 시 추산되는 총 예산 2~3조원 마련문제다. 정부는 과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자 기준의 일부 축소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소요 재원 3천억 마련에도 난색을 표명한 적이 있는데, 그 많은 돈을 어디에서 충당할 것인지 뚜렷한 답이 없다. 앞선 이야기처럼 부동산 소득세나 고소득자 소득세 등을 통해 중산층의 세금부담 문제를 덜겠다고는 하나, 결국 주요재원은 중산층의 세금을 통해 충당될 것이다. 경제위기 이후 '중산층의 몰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양극화가 진행된 한국사회에서 정확한 재원마련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 못하다. 이 쟁점들은 주로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쪽의 논리로도 사용되고 있지만 도입 찬성 쪽 역시 뚜렷한 답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와중에도 정부는 한 달에 기껏해야 4~10여 만 원정도 되는 돈을 연말 혹은 분기 말에 보너스처럼 손에 쥐어주는 제도가 빈곤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선전하고 있다. 현재 논의지형도 여기에 맞추어져 EITC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임은 분명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근로빈곤층에게 '실질적 혜택'이라는 입장도 제시되는 상황이다.
물론, 부양자의무 규정, 조건부 수급 등의 단서를 가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복지부담의 대부분이 떠넘겨지는 상황에서 기초법 수급대상에서 배제되는 실질적인 '빈곤층'에게 작으나마 기여가 있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근로빈곤층 확산의 원인을 '일자리 자체의 양극화'7)로 진단하고 재원과 관련 제도 등 도입에 필요한 갖가지 사전작업도 요원해 보이는 EITC를 도입하려는 정부를 보면 스스로의 상황진단에도 미달하는 정책을 추진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ITC가 불안정 노동에 기여하는 바

'노동연계 복지'의 구색을 갖춘 EITC를 도입함으로서 정부가 누릴 효과를 따져보자.
첫째는 노동관련 법제 완비를 통해 이미 일반화된 노동시장 유연화를 마무리 짓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이며 둘째로는 비정규직 불안정노동층의 불만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19997년 노동법개악 이후 현재까지 불안정노동층은 전체 노동자의 6~70%에 이를 정도로 그 수가 절대적으로 늘어났다. 임시, 일용, 파견, 계약직 등의 이들은 정규직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를 받음으로서 자본의 이윤확대 수단이 되어 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노동법을 제외하고 관련 법제가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라 정부로서도 비정규투쟁에 답할 자기 논리가 불충분하다 할 수 있는데 EITC도입은 중요한 제도적 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이목희 의원의 '참여정부의 브랜드', '사실은 복지정책'이라는 말은 비정규악법 처리라는 마지막 절차를 앞두고 운동세력과 노사정위를 탈퇴한 양대노총의 투쟁을 상대화시키는 포석으로 EITC를 사고하는,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읽을 수 있다. 더불어 보건복지부와 빈곤격차 차별시정위원회를 제외하고 나머지 관계부처가 도입을 반대하는 상황에도 EITC논의를 7월 안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것은 노무현 정권의 다급함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게다가 불안정노동층이 증가하면서 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시간이나 임금수준이 예년에 비해 악화되고 있는 점8) 등의 노동시장 유연화의 파급효과를 놓칠 수 없는 정권에게 관련제도의 정비는 필수적이다.
둘째로는 노동관리, 불만관리 방안으로서의 노림수를 들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복지가 절대빈곤층과 산업예비군을 관리함으로서 불만의 체제 내 관리와 노동시장의 탄력성 유지를 위한 지배계급의 적극적 정책으로서의 기능이 있음을 염두에 두자. 사실 EITC의 노동유인효과와 빈곤감소효과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 적용해 보았을 때 노동유인효과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사회의 실업은 모든 성인들에게 수치스러운 상태이며, 나라 전체가 탈실업, 취업의 길로 달려가는 마당에 제도 도입을 통해 근로유인을 하겠다는 것은 불필요한 수사다. 유럽복지제도에 대한 자유주의자들의 평가인 '복지의존'이라는 잣대를 EITC를 통해 한국사회에 그대로 끼워맞추는 격이다.
또한 EITC가 부부합산 과세이기 때문에 남편에 비해 불안정한 노동에 종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기혼여성의 경우 평탄구간에 머물기 위해 자신의 소득을 숨기거나 노동시간을 감소시키는 사례가 미국에서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ITC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은 국가가 세액을 공제해주고(그것도 현금으로 지급해주고) 실질임금을 높여주는 효과로 불안정노동층의 불만을 일정하게 체제내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공감하고 있는 근로빈곤층의 문제는 꽤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금융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금리소득자들의 소득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도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빈곤관련 수치를 통해 살펴보면 절대빈곤률이 완만한 증가추세인데 반해 상대빈곤률은 2000년 내내 높은 수치를 보여주다 04년에 접어들면 경제위기 직후 수치를 상회한다.9) 또한 노동소득분배율은 점차 낮아지고 소득분배불균형 수치인 지니계수는 높아지고 있어 한국사회 소득분배구조가 크게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요즘 만연한 갖가지 사회문제는 사회양극화에 뿌리를 둔 구조적 문제이다. 더불어 비정규직 투쟁 역시 확장되고 있는 조건에서 논점을 불안정 노동의 문제가 아닌 EITC 모델을 어떻게 설계하느냐, 환급액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보장하느냐의 문제로 이동시킬 수 있다.

나가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사활을 걸고 법인세 인하 등의 각종 규제 철폐,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한 노무현 정권이 EITC의 재원을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확충하는 상호부조 성격의 제도를 만들어 낼 것은 뻔하다. EITC를 통해 기초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빈곤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왜 굳이 세액공제를 통해 국가로부터 증여받는 식이어야 하는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EITC 모델을 좀 더 민중적으로, 환급액을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하는 수고를 왜 굳이 해야 하는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위기, 저성장의 시대에 저임금이 어쩔 수 없다고 강변하는 정권을 대상으로 환급액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할 때 어떤 논리로 대응할 것인지 답할 수 있는가?
공식 실업률에서 불안정 노동층을 배제하고 실업률을 3.2%~4%선에서 잡고 있다며 노동정책의 실효성을 선전하는 정부에게 기대할 것은 없다.10) 불안정 노동층이 산업예비군의 절대적 수를 차지하고 전반적인 노동조건의 하향압박의 매개임을 감춰버리는 정권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이 억지다.



1) 국내 빈곤선인 최저생계비는 전체 노동자 소득의 중간치인 중위소득의 40% 수준, 차상위계층은 중위소득의 60% 수준 또는 최저생계비의 150%를 기준으로 선정한다. (최저생계비 4인가구 113만 6.000원) 본문으로

2) 국민기초생활보호대상자 134만 명, 360만 명의 신용불량자, 근로빈곤층 400만. 본문으로

3)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일할 능력이 없는 빈곤계층을 일반수급자로 하며 조건부 수급자의 경우 자활사업에 참여하고 수당으로 받는 일정액의 나머지 부분을 보충받는 보충지급의 형식을 가진다. EITC는 일할 능력이 있는 빈곤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하여 근로소득이 있을 때 적용된다. 본문으로

4) 정부는 EITC 시험운영 기간에 '신청'자 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 밝혔다. 본문으로

5) 점증구간 급여율은 근로소득의 20%로 설정(부부 근로의 경우 30%), 점증구간과 점감구간의 기울기를 동일하게 유지, 본문으로

6) 전체가구와 근로자 가구 모델 합쳐 최저, 최고 산출했을 시.. 시범운영시기 적용대상은 근로자 가구로 한정 본문으로

7) 빈부격차 차별시정위원회 이정우 위원장 인터뷰 중에서. 2004.11.15 <코리아플러스> 본문으로

8) 정규직 임금대비 비정규직 임금의 지수는 다소 그 격차가 줄어들었으나(51.0 51.9) 이는 비정규직의 임금이 증가해서가 아니라 정규직의 임금증가율이 둔화해서 나타난 결과이다. 더불어 정규직의 근로시간이 늘었음에도(2000년 주당 근로시간 정규직 47.1시간/비정규직 47.5시간, 2004년 주당 근로시간 정규직 47.4시간/ 비정규직 46.3시간) 임금증가율이 둔화했다는 것은 전반적인 근로조건 악화를 의미한다. (남찬섭·허선, 「한국 사회 빈곤대책의 개선방향」,『참여연대 "빈곤문제 해결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발제문』) 본문으로

9) 절대/상대빈곤율 모두 99년에 최고수치를 가지나 상대빈곤율의 경우 2004년에 99년 수치를 넘어선다(99년; 11.15/ 04년; 11.20) (남찬섭·허선, 「한국 사회 빈곤대책의 개선방향」,『참여연대 "빈곤문제 해결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발제문』) 본문으로

10) 대개의 연구자들이 잠재적 실업자와 잠재적 실업자, 구직포기자, 불안정 노동층을 포괄하여 실업률을 8~9%로 보고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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