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 인터뷰
2006년 3월 17일 11시 | 전국철도노조 서울지역본부 상황실
인터뷰 : 김정민 본부장, 박성수 조직국장, 송호준 조직국장
정리 : 공성식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불안의 확산과 집단적 투쟁으로 이를 돌파하려는 조합원의 의지가 1만 7천명의 강력한 파업대오를 형성”
한창 재파업 조직화로 바쁘실 텐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3월 1일 철도노조 파업투쟁을 돌아보고 4월 12일 재파업 투쟁이 현장에서 준비되고 있는 상황을 듣고 싶습니다. 철도노조 중앙상황실이 아니라 서울지역본부 상황실로 오게 된 이유는 현장의 분위기, 조합원의 상황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기 위함이니만큼 최대한 생생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1만 7천명이 넘는 3‧1파업 대오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또 감동했습니다. 밖에서는 임금인상과 같은 당장의 실리적 이해가 단체협상의 주요한 쟁점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가 강력했다는 점에 특히 더 놀랐던 것 같습니다. 물론 조합간부들, 현장 활동가들이 열심히 조직하고 준비한 결과이겠습니다만 조합원들이 직권중재와 공권력을 앞세운 철도공사와 정부의 탄압을 뚫고 강력한 대오를 형성하게 된 동력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김정민 : 철도 조합원들 누구나 정부와 공사가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고 이로 인해 고용불안이 심각해지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싸워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확산되었습니다.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에 대한 불안감, 이를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집단적 투쟁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의식이 결합되면서 강력한 파업대오가 형성되었습니다.
시설이나 전기 관련 노동자들이 예전에 비해 훨씬 완강하게 투쟁을 한 것도 방금 말씀하신 부분과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요.
송호준 : 그렇습니다. 기존의 철도청이 철도공사와 시설공단으로 분리되면서 철도시설물의 건설 및 유지보수 업무는 시설공단이 담당하고 운영은 철도공사가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3년 4‧20 투쟁을 통해서 철도시설물의 유지보수 업무를 철도공사가 담당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애초의 구조조정안과 모순되는 규정인 셈이지요. 현재는 철도공사의 직원이 시설물의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임금이나 이에 대한 비용은 정부나 시설공단에서 받아서 지불하는 기형적인 형태입니다. 철도공사가 지금 추진하는 외주화나 아웃소싱과 같은 구조조정의 일차적 대상이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시설‧전기부문 노동자들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다른 직종에 비해 시설‧전기노동자들의 불안감이 크고 일방적 구조조정에 맞서서 투쟁해야 한다는 의지가 이번 투쟁에서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역으로 운수부문 대오가 상대적으로 빨리 무너진 원인을 운수부문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송호준 : 그런 측면도 있겠죠. 하지만 실제로 그들도 구조조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기관사면허제 도입이나 직접 여객을 운송하지 않는 업무, 예를 들면 회송업무 등에 대한 위탁이 계획되고 있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어 왔습니다. 기관사면허제는 올 7월 1일부터 시작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조합원들에게 충분히 알려내고 적극적으로 조직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운수노동자들이 흔들리게 된 다른 원인 중 하나는 정부와 일부 언론이 마치 이번 파업을 해고자 문제와 KTX 여승무원의 정규직화 요구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왜곡시킨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파업의 핵심적인 목표는 ‘구조조정 저지’였습니다. 철도공사가 해고자 문제를 교섭의 대상이 아니라며 거부하고, KTX 여승무원의 정규직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두 가지 요구의 수용이 기본적인 구조조정의 방향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철도공사는 교섭을 하면서 이 두 가지 요구 이외에도 인력충원이나 외주화나 비정규직 문제, 지사제와 ERP 도입 등의 사안에 있어서도 타협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이번 파업은 구조조정을 둘러싼 싸움이었습니다. 대다수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가져 올 구조조정에 대한 조합원들의 저항이 파업의 열기, 규모, 복귀 이후 파업과 다름없이 완강하게 지속되고 있는 현장투쟁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파업 철회 및 현장 복귀 결정 과정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파업 3일차인 3월 3일부터 공권력의 본격적인 탄압이 시작되었고 이날 오후 몇몇 전동차 승무지부들이 집단적으로 현장으로 복귀하면서 파업대오가 무너지기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이 과정에서 일부 지부장들의 파업파괴 행위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김정민 : 3월 1일 이문차량기지에서 파업투쟁에 돌입하여 다음 날 새벽 협상이 결렬되고 더 이상 타협할 여지가 없어진 상황에서 공권력 투입이 예상되었습니다. 따라서 공권력 투입에 따른 대오의 손실을 예방하고자 공격적 산개전술로 투쟁전술을 전환했습니다. 산개전술로의 전환이 잘못이었다는 평가는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6‧28 투쟁 당시 잘못된 산개전술 때문에 공권력이 침탈하면서 대오가 무너졌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완강하게 대오를 유지하자는 차원에서 2일 오전 산개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산개를 하는 날부터 파업의 정당성을 훼손시키려는 내부 세력들이 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구별로 협의를 하여 공동으로 복귀하는 등 사측과의 커넥션이 의심될 정도로 조직적이고 치밀한 복귀 공작이 있었습니다. 더구나 예전과 다른 지능적인 수법도 출현했습니다. 예전에는 주로 지부장이 독단적으로 복귀 명령을 내리거나 조합위원장을 협박하여 복귀를 명령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복귀 선언을 하는 양상도 있었지만 지부총회를 통해서 조합원들에게 복귀를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책임을 조합원들에게 돌리려는 지능적인 수법이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구로승무지부에서는 공원에 모여 지부장이 조합원에게 파업을 지속할 사람은 자신의 왼편에 서고 파업을 포기하고 복귀할 사람은 오른편에 서라고 하여 파업 복귀 분위기를 형성하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조합원들 다수가 왼편에 서서 이러한 시도가 무산되었지만 말이죠.
산개 2일차에 일부 지부가 복귀했을 뿐 파업 대오가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지부의 복귀로 인한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래서 대오가 그대로 무너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적극적으로 대오를 유지하며 복귀를 하고 그 힘으로 현장에서 투쟁을 지속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라고 판단해서 복귀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부산본부의 경우 1000여명 규모의 몇 개 거점으로 나뉘어서 농성을 하는 전술을 택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부산지역도 비슷한 시기에 대오가 급속도로 무너지기는 했지만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파업대오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투쟁에서 부산지역과 같은 전술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김정민 : 구체적인 산개 형태에 대해서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이 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고민도 있었지만 서울지역에서 대규모 농성장을 구할 수 없어 준비과정에서 그러한 구상이 현실화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은 철도노조가 산개투쟁 2일째에 접어든 3일, 비정규 관련 법안 처리가 4월로 연기되었다는 이유로 총파업을 유보하였습니다. 이러한 민주노총의 결정이 조합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거나 지도부의 투쟁 의지를 약화시켰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현장에서 이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송호준 : 애초부터 민주노총 총파업은 중요한 변수가 아니었고 실제로 큰 영향은 없었습니다. 다만 민주노총 사무총장이라는 자가 3월 4일 철도집회에 와서 지부장들이 모여 이후 파업 전술을 결정하는 토론을 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 일방적으로 복귀를 공식화하며 헛소리를 한 것에 대해서는 단지 개인적 차원만이 아니라 민주노총의 투쟁 의지나 사업 풍토 차원의 문제를 드러낸 것으로 이에 대한 현장에서의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조합원들이 절박하게 생존권 투쟁을 하고 있는 자리에서 힘을 실어 주지는 못할망정 신중하지 못하게 그러한 발언을 했다는 것은 운동 풍토의 문제이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현장 복귀 이후 투쟁력이 보존되고 조합의 지도력이 오히려 강화되는 등 성공적인 복귀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파업투쟁의 어떤 측면 때문에 가능했을까요?
김정민 : 일단 지도부가 먼저 무너지지 않았고 조직적인 복귀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예전에 보면 조합원들이 투쟁의 의지가 있음에도 지도부가 먼저 복귀를 선언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복귀 이후 지부별로 편차는 있습니다만 여전히 조직적인 투쟁 대오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번 파업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의 신뢰가 형성”
이번 파업투쟁의 또 하나의 중요한 성과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투쟁을 했다는 점일 텐데요.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KTX 여승무원의 투쟁과 현장탄압 분쇄투쟁의 합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앞서 잠깐 이야기되었듯이 여론 조작을 통해 사측과 정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분할하려는 시도를 극복하는 한편 실제로 존재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심지어 비정규직 내부에서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는 것 같습니다. 노조에서는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파업투쟁의 성과와 한계를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김정민 : 무엇보다 ‘투쟁’을 통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합원들 사이의 간극을 좁혀 냈다는 점이 이번 파업투쟁의 커다란 성과입니다. 물론 아직 많은 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화되어 있지 않고 정규직 조합원들의 시각도 여전히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노동자가 하나이고 단결해야 한다는 의식이 많이 강화된 것은 분명합니다.
KTX 동지들의 정규직화 투쟁 이외에도 많은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투쟁, 정규직 조합원과의 공동투쟁이 있었습니다. 서울열차, 서울역, 수원역 지부 등 주로 운수부문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투쟁에 동참했습니다. 사실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할 경우 계약해지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13명의 조합원들이 계약해지를 통고 받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사측이 전원 다 계약해지를 취소하였습니다. 이는 공동투쟁이 가지는 힘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물론 이번 투쟁을 통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무수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을 통해서 그러한 간극이 메워지리라는 희망은 가지고 있습니다.
계약해지가 취소되면서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자신감이 더욱 커졌을 것 같은데요.
송호준 : 그러한 측면도 있지만 이번 취소 조치는 사측의 노림수도 깔려 있다고 봅니다. 이번 파업에서 노동조합은 KTX 여승무원뿐만 아니라 모든 비정규직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했습니다. 노무현 정부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철페 요구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철저히 가로막고 있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공사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하자 계약을 해지했다가 복귀하자마자 계약해지를 취소한 것에는 이러한 정규직화의 요구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로 인해서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지 못하도록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이는 비정규직 보호입법의 허구성을 잘 드러내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현장탄압분쇄 투쟁과 KTX 여승무원 정규직화 쟁취 투쟁”
이제 복귀 이후 계속되고 있는 현장투쟁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복귀 이후 현장투쟁은 대량의 직위해제와 징계, 노조무력화 분쇄투쟁과 KTX 여승무원들의 정규직화 쟁취 투쟁의 두 가지 커다란 흐름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KTX 여승무원 투쟁에 비해 전자의 투쟁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투쟁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십시오.
김정민 : 공사는 2244명에 달하는 무차별적인 직위해제를 통해 노조탄압을 시도했습니다. 실제로 근무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즉각적이고 집단적으로 직위해제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투쟁이 이어졌습니다. 서울전기, 광주전기, 대구전기, 서울정보통신을 비롯한 전기지부 조합원들은 사무실 점거 등을 하면서 완강한 투쟁을 이어나갔습니다. 전국적으로 전기분과는 8명의 쟁대위원장을 해촉하고, 4명의 신임쟁대위원장을 위촉하는 등 기존에 다소 취약하다고 평가를 받던 조직력을 일신하여 투쟁의 전열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한편 차량지부는 3월 7일부터 사실상 부분파업이라 할 수 있는 작업거부를 계속하면서 현장투쟁의 모범을 만들고 있습니다. 열차정비를 거부하는 것이었기에 파괴력이 컸습니다. 결국 3월 9일 사측이 1600명의 직위해제자를 업무복귀 시키도록 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지금은 보다 투쟁의 수위를 높여서 당시 작업거부 투쟁에서 발생한 결근을 무단결근으로 처리하겠다는 사측의 방침에 반대하고 고소고발과 부당징계를 철회하라는 요구를 가지고 수색차량과 부곡차량을 중심으로 더욱 강력한 작업거부 투쟁을 진행 중입니다. 부산지역의 차량지부도 작업거부 투쟁에 돌입했습니다. 청량리 차량은 준법투쟁을 통해서 열차운행에 타격을 주고 있고 전동차부문은 운행 중 발생하는 불량사고에 대해서 정비를 거부하는 등 차량정비를 중심으로 하는 작업거부투쟁이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차량지부를 중심으로 투쟁이 이루어지는 한계도 있지만 작은 불씨가 들불로 번지듯 다른 직종으로 투쟁을 확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투쟁이 이렇게 확산되자 오늘 공사는 289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의 직위해제를 모두 풀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박성수 : 이와 별도로 징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어제 서울건축지부 등의 일반 조합원들 6명에게 중징계가 떨어졌습니다. 그들은 지부 내에서 조합원들의 총회를 통해서 결정을 지키는 행동을 했는데 이를 엄단하겠다는 의도로 징계를 내린 것입니다. 고소고발의 범위도 조금씩 일반 조합원들 수준으로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사측은 분위기나 상황을 보면서 조합을 약화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징계나 직위해제 등의 수단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오늘 사측에서 직위해제를 푼 것은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아직까지 현장투쟁에서 직위해제자가 주요 동력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직위해제가 대부분 취소되면서 투쟁 동력이 약화되지는 않을까요?
김정민 : 그렇지는 않습니다. 직위해제자가 중심이 되어 투쟁을 해 온 것은 맞지만 다른 조합원들도 함께 투쟁을 만들어 왔습니다. 또한 지금의 현장투쟁은 단순한 직위해제 철회만을 목표로 하는 투쟁이 아니라 투쟁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시도에 맞서는 투쟁입니다. 따라서 징계나 고소고발 등이 가시적으로 존재하고 있을뿐더러 이번 투쟁을 촉발시켰던 구조조정이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에 이에 맞선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합원들은 이번 싸움에서 지면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복귀 이후 투쟁 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던 지부장의 교체 등 전반적인 조직력 복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김정민 : 조합 전체로 보면 22개 지부가 지부장 및 쟁대위위원장이 해촉되어 사고지부로 되어 있고 그중 8개지부가 서울지방본부 소속입니다. 서울의 경우 4개 지부가 쟁대위위원장을 새로 위촉을 하는 등 빠르게 조직이 복구되고 있습니다.
물론 복구 과정에서 충돌도 있었습니다. 복귀를 조직적, 주도적으로 했던 5개 지부장이 조합원 서명운동을 통해서 해촉이 부당함을 주장하고 파업파괴행위를 정당화하려고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조합은 이에 굴하지 않고 사고지부에 대한 처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 21일 확대쟁위대책위원회에서 파업파괴자에 대한 징계를 하자고 결의했습니다. 조합원들은 지부장 개인에 의해서 왜곡된 정보를 접하면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지만 이들을 설득해 나가면서 조직 복구를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KTX 여승무원 투쟁에 대한 일반 조합원들의 반응이나 연대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김정민 : 복귀 이후 투쟁에서 KTX 여승무원들이 현장에서의 투쟁에 적극 결합하면서 상호 간의 신뢰가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KTX 여승무원이 열차에 자신의 요구를 알리는 스티커를 붙이는 투쟁을 정규직 동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명서 발표, 투쟁기금 지원 등을 통한 연대의 흐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박성수 : 최근 총회투쟁을 하고 있는데 각 지부에서 KTX 조합원들에게 투쟁 상황을 알려 달라며 참석을 부탁하는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업 전에는 KTX 투쟁을 바라보는 묘한 시각이 있었는데 3‧1파업투쟁에서 많이 달라졌고 이후에 사실상 KTX가 선도적으로 철도 전체의 투쟁을 이어 오면서 이 투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변화한 것 같습니다. KTX 투쟁이 철도노동자 전체의 투쟁을 이끌어 내는 하나의 계기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현장투쟁도 계속되고 있지만 파업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 그것도 단독파업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공식적인 결정에 따른 파업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힘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4월 12일 재파업으로 간다!”
3월 15일 중재재정이 나왔고 조합은 4월 12일 재파업을 결의하였습니다. 3월 29일 1차 준법투쟁, 31일 정기대의원대회, 4월 5일 지부별 총회, 4월 7일 2차 준법투쟁 등의 일정이 잡혀 있는데요. 서울지역본부에서는 4월 12일까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투쟁의 흐름을 만들 계획이신지요.
김정민 : 저희는 이번 중재재정이 투쟁의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재무효확인소송을 내는 등 중재제도 자체를 거부하는 투쟁을 계속할 것입니다. 이번 중재안에 12‧3 단협에서 사측이 개악을 시도했던 부분들이 빠져 있어 내용면으로 보면 ‘빅수(바둑에서 비김수)’라고 할까요 크게 개악된 것도 개선된 것도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재제도 자체가 우리의 투쟁을 부당하게 몰아가고 있기 때문에 노사 자율교섭과 일괄타결의 원칙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습니다.
4월 12일 재파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장의 투쟁을 강화시켜야 합니다. 예봉이 무너지면 다음 투쟁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선도적으로 투쟁을 하고 있는 지부들의 투쟁을 이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현재 투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하고 있는 지부의 투쟁력을 끌어 올리기 위한 프로그램도 가동 중입니다. 쟁위대책위원회에서 확정된 방침이 지부별 상황에 맞게 다양한 방법으로 투쟁을 하자는 것이므로 서명운동에 동참하거나 투쟁복을 입는 등 다양한 방식의 실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송호준 : 이철이라는 ‘놈’에 대해서 한 마디 하고 넘어 가야 하겠습니다. 위원장님이 이철 사장의 행태에 대해서 연민의 정을 느낀다고 하니 연민의 정을 느낀다고 하는 것조차 자신에게는 인격모독이라고 언론에 이야기했던데 정말 인격모독을 하려 한 것입니다. 모독을 당해도 싸죠.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하는 척하다 일제에 붙어서 민족과 민중을 배반한 놈들 마냥 과거 자신이 민주화운동을 했으면 수미일관한 모습을 보여야지 이제는 정권과 자본의 주구가 되어 버리고 주구로서 출세를 하기 위해서 발악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연민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분노를 느낍니다. 이철을 확실히 처단해야지 과거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사람들이 정권과 자본에 붙어서 민중과 노동자를 배반하고 사지에 몰아넣으려고 광분하는 일이 더 이상 없지 않겠습니까. 연민이 아니라 분노를 모아서 반드시 처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월 노사관계로드맵과 비정규직 관련법 개악에 맞선 민주노총 전체의 투쟁이 예고되고 있는 정세에서 철도노동자들의 선도적인 역할이 주목됩니다. 철도노동자들이 복귀 이후 현장에서의 완강한 투쟁의 열기를 더욱 확산시켜 반드시 철도 구조조정 저지를 쟁취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벌써 1달 가까이 수배 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조합원들을 현장에서 만나고 투쟁을 조직하지도 못하셔서 답답하시고 힘드실 텐데 오늘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