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노무현 정권 반대! 한미 FTA 저지!
한미 FTA와 노동자운동의 대응
신자유주의 재앙의 완결판
4월 17일~18일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2차 비공식 사전준비협의에서 양국은 17개 세부협상 분과를 확정함으로써 본격적인 협상 국면으로 돌입했다. 협상 분과는 △상품무역(자동차, 의약품, 의료기기 작업반 포함) △농업 △섬유 △원산지/통관 △무역구제 △위생검역조치(SPS) △기술장벽(TBT) △서비스 △금융서비스 △통신/전자상거래 △투자 △정부조달 △경쟁 △지적재산권 △노동 △환경 △분쟁해결/투명성/총칙 등이다.
그리고 양국은 5월 19일까지 협정문 초안을 교환하고 6월 5일부터 9일까지 워싱턴에서 열리는 1차 공식협상에서 이를 검토할 예정이다. 2월 2일 협상 개시선언부터 시작해서 일사천리로 흘러가는 한미 FTA 협상은 노무현 정부의 의도대로라면 이르면 연말까지 늦어도 내년 3월 말까지 타결될 전망이다.
그러나 17개 협상분과 구성의 면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미 FTA는 경제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국내 초국적 자본의 이윤추구 활동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제반의 장벽과 규제를 철폐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의 전면 통합이며 자본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노동자 민중에게는 새로운 재앙이 될 것이다.
1995년 시작된 WTO 체제가 민중의 삶과 권리를 파괴해 왔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급속도로 확산되는 FTA는 WTO보다 더욱 강도 높은 무역자유화와 규제 철폐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미 각종 자료를 통해 한미 FTA의 파괴적 효과는 충분히 예견되고 있다. 무차별적인 농업개방은 농업몰락과 농민생존권 파탄, 토지와 종자를 비롯해 식량 전반에 대한 민중의 접근권과 통제권을 의미하는 식량주권을 파괴한다. 의료서비스 산업화와 영리병원화, 민간의료보험확대와 건강보험 축소, 약가 인상은 민중의 건강권을 약화시킨다. 교육개방 역시 교육을 이윤추구의 장으로 만들어 공교육을 더욱 붕괴시키고 교육비 폭등과 교육불평등으로 이어져 교육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금융에 있어서는 초국적 투기자본이 제한없이 드나들면서 금융투기와 거대한 부의 이전이 발생한다. 지적재산권 분야에 있어서도 특허와 저작권 강화는 공공의 정보접근권을 훼손하게 된다. 물, 전기, 가스 등과 같은 공적서비스 사유화는 이윤논리로 인해 가격 인상과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환경기준의 약화는 환경파괴를 심화시키게 되고 노동 관련 법적 보호조치 해제는 불안정노동을 확대하고 노동자를 무권리 상태로 만든다. 그 밖에 문화, 방송 등 한미 FTA가 포괄하는 모든 분야에 있어서 자본의 권한과 기회는 확대되고 민중의 생활과 권리는 축소된다. 특히 이러한 생존권 유린과 기본권 악화는 여성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저임금 여성노동의 확산과 그에 따른 빈곤화 심화, 가사와 노동에 있어서의 이중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다.
결국 한미 FTA는 민중이 먹고, 자고, 입고, 보고, 공부하고, 일하고, 치료받고, 이동하고, 쉬는 사회의 모든 부문을 세계화된 신자유주의 경쟁체제에 확실하게 내맡기는 고통스러운 재앙이 되는 것이다.
노무현의 거짓말과 사기
노무현 정권의 국가 미래비전은 원래 '동북아 중심국가' 플랜이었다. 노무현은 집권하자마자 2003년에 이 계획을 내놓고는 물류중심지화, 비즈니스거점화, 첨단기술산업 클러스터 조성의 세 축으로 해서 경제자유구역을 그 실행방안으로 도입했다. 물론 경제자유구역은 노동규제완화, 세금감면, 의료-교육 개방 등 초국적자본에 대한 온갖 특혜로 가득했다. 그 당시에도 노무현 정권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서 어정쩡해 지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으나 실상은 일본에서 생산하기에는 인건비가 너무 비싸고, 중국에서는 기술력이 아직 부족해 생산하기 어려운 일부 품목을 대상으로 한 틈새시장 전략에다 실현 가능성 희박한 외자유치 전략일 뿐이었다. 이를 놓고 노무현은 '민족의 팔자를 바꾸는 계기'라고 했다. 그러나 애초 20년 계획으로 야심차게 내놓았던 동북아 중심국가 플랜이 지금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으며 경제자유구역은 어떤 성과를 낳고 있는지 오리무중이다. 아니, 그 계획이 한미 FTA 체결이라는 더욱 화끈한 것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시기 한국의 지배세력은 파이를 키워 분배할 수 있을 때까지 허리띠를 졸라 매야하고 철저히 재벌자본과 지배계층에게 부를 집중시켜야 한다고 선전해 왔지만 파이를 나누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동안 명목상으로라도 얘기했던 국민경제의 발전 자체가 사라졌으며 오로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속에서 몇몇 핵심 자본들의 생존과 성장만을 보장하는 것에만 지배세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즉, 한미 FTA가 체결되어 성과가 나더라도 그것은 한국이라는 공간에 위치한 특정계층의 특정집단만의 열매가 된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노무현은 '한미 FTA와 양극화해소는 선진한국으로 가는 양날개'라는, 누가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극심한 경쟁과 구조조정으로 인해 사회 전 부문에서 해고와 실업이 늘고 생활수준이 하락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도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은 전체 민중을 상대로 한 거짓말과 사기인 것이다. 한미 FTA가 양극화해소에 기여한다면, IMF 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온 자유화와 규제완화, 구조조정 조치는 왜 양극화를 심화시켰단 말인가! 민중 기만을 일삼아온 노무현은 이제 자리를 내놓을 일만 남았다.
노동에 대한 공격
2004년 한일 FTA가 추진될 당시 일본은 노동쟁의 억제, 무노동무임금 관철, 퇴직금 유연화, 불법노동쟁의 신속조치 등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조치들도 무역장벽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현재 한미 FTA에서 노동에 대한 요구사항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몇 가지 자료를 통해 짐작을 해볼 수 있다. 하나는 지난 4월 1일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무역장벽보고서다. 여기서 미국은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하라고 요구했다. 또 하나는 작년에 발표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정책보고서이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로의 전환, 작업중단 중 대체노동력 투입 허용, 노사관계 균형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즉 사용자의 재량에 따라 노동자를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도록 할 것,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률이 아니라 유연성을 높이는 조치를 취할 것, 경영진의 권리를 보호할 것, 파업 중 대체근로를 허용할 것, 단체협약 효력을 현행 2년 이상으로 연장할 것 등이다. 이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는 노사관계 로드맵의 내용과도 유사한 것으로서, 노골적인 자본의 요구를 담고 있다.
노동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이러한 노동권 해제조치 뿐만 아니라 일차적으로는 한미 FTA가 몰고 올 강력한 구조조정 조치로부터 나온다. IMF위기의 열배, 백배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말처럼, 분야를 막론하고 자본 측이 엄청난 구조조정 체제에 돌입하면 해고자가 양산된다. 일각에서는 5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실업의 충격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바로 흡수되지 않으므로 장기화될 것이고 이는 전반적인 임금 감소와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로 인해 생존권과 노동권이 파괴된다는 결론이다.
피해 지원이라는 사탕발림
한미 FTA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고, 한미 FTA 연구보고서와 관련한 통계수치를 정부가 조작했다는 비난이 커지자 다급해진 정부는 FTA로 인해 피해를 입는 기업과 노동자를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내년 4월부터 10년간 총 2조 8,473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그나마 기업에는 2조 6,400억이지만 노동자에게는 2,073억 원이다. 그 돈으로 노동자는 전직이나 재취업 지원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노동자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은 그런 지원이나 받을 수 있을까?
이 대책은 미국의 '무역조정지원제도'를 본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제도는 무역제도가 변할 때 실직하거나 임금이 삭감되거나 소득이 감소하는 노동자들이 제도 변화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증명될 때 2년 동안 재훈련과 소득보조, 구직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미국정부는 NAFTA에 대해서도 이 제도를 적용했는데, 2002년까지 이 제도를 이용한 노동자의 숫자는 413,123명이라고 한다. 그만큼 해고의 규모가 컸으며 실제로 제도를 이용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해고자 숫자는 더욱 막대한 것이다.
피해에 대한 사후 보상 및 지원은 한칠레 FTA 체결 당시에도 있었다. 정부는 2004년에 '자유무역협정체결에따른농어업인등의지원에관한특별법'을 제정하여 특별융자, 소득보전직불금, 폐업지원금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협정 발효 이후 2005년 2월까지 칠레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50.3%나 늘었으며 시설포도, 복숭아, 키위를 중심으로 농가의 폐원신청이 급증했다. 농림부 통계로도 2004년 포도와 키위, 복숭아 재배농가의 폐업지원 신청면적은 전체 재배면적의 24.6%를 차지했다. 이는 정부가 당초 책정한 향후 5년간의 폐업지원 예산총액을 넘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책이 폐업을 하는 대가로 이뤄지는 것이므로 농민들로 하여금 농업에서 철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즉 피해지원을 가장한 농업포기 정책의 확장이다. 제조업이나 여타 부문에 있어서도 지원이 구조조정에 대해 이뤄진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대량 해고와 실업, 극심한 노동유연화가 노동자에게는 재앙인데 그것을 받아들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누가 얼마만큼 피해를 입을 것인지 정확한 예측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서 지원 대책이라는 것은 달콤한 사탕발림에 불과하다. 사후 약방문, 언발에 오줌 누기 격인 이러한 지원 대책들은 사실은 FTA 추진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세력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무역자유화에 반대하는 노동조합과 이해집단들의 압력을 완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운동진영이 한미 FTA가 초래할 각종 산업적 피해들을 강조하면서 FTA 반대 논리를 구사하다보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원을 하겠다는 정권의 논리와 명확한 반대전선을 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각계각층이 모여 'FTA저지 범국본'이 결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특정 부문에 대해 협상의제로 하지 않겠다거나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식의 각개격파 전술을 구사하면 전선 일부가 흔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FTA를 산업의 피해가 아니라 전체 민중의 삶과 권리에 대한 자본 세력의 총체적인 공격으로 인식하고 한미 FTA 저지라는 명확한 목표 하에서 우리의 주장과 민중의 권리를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노동자운동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미 FTA 저지투쟁의 의미를 몇 가지로 정리해보자.
첫째, 생존권과 노동권 파탄을 저지하는 투쟁이다. FTA는 민중의 생존을 볼모로 국내외 초국적 자본의 배를 불리겠다는 지배세력의 전략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반대투쟁은 일차적으로 민중의 기본적인 생존권과 노동권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이다.
둘째, 민중을 외면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반대투쟁이다. 노무현 정권은 무엇 하나 하는 것이 없는 무능정권이다. 그러면서도 노동자 농민을 가혹하게 탄압하는 폭력정권이다. 그러한 노무현 정권에 대한 단호한 투쟁을 우회하고서 FTA 저지투쟁은 가능하지 않다.
셋째,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이자 대안세계화 투쟁이다. 삶의 모든 것을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놓고 전 세계를 약탈하는 초국적 자본 중심의 세계화에 반대하고 민중의 투쟁과 대안을 세계화하고자 하는 투쟁이다. 개방을 반대하는 쇄국투쟁 혹은 한국의 국익을 지키는 투쟁이 아니라, 무한경쟁만 강요하는 야만적 체제에 맞서 대안체제를 개척해 나가는 투쟁인 것이다.
결국 한미 FTA 저지 투쟁은 한국 사회의 미래를 놓고, 더욱더 자본 중심적으로 가고자 하는 지배세력의 의도를 저지 파탄내고 민중의 권리를 확장시키기 위한 투쟁이다. 따라서 노동자운동의 대응 역시 이러한 기조 하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 산하 연맹들은 교육, 보건의료, 미디어-시청각, 금융, 공공부문, 교수-학술 등의 공대위에 참여하고 있다. 민주노총에서는 '한미 FTA저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이를 통해 각 연맹의 투쟁을 총연맹 차원으로 모아내고 있다. 굵직한 흐름으로는 6월 미국 원정투쟁, 11월 총파업과 민중총궐기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에 대해 노동자 대중들의 체감도는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바, 각급 단위에서 교육과 선전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민중의 삶을 총체적으로 공격하는 한미 FTA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노동자운동 전체가 단결하여 투쟁에 앞장서서 노무현 정권에 대한 범민중적 항쟁을 불러 일으켜야 한미 FTA를 저지할 수 있다.
4월 17일~18일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2차 비공식 사전준비협의에서 양국은 17개 세부협상 분과를 확정함으로써 본격적인 협상 국면으로 돌입했다. 협상 분과는 △상품무역(자동차, 의약품, 의료기기 작업반 포함) △농업 △섬유 △원산지/통관 △무역구제 △위생검역조치(SPS) △기술장벽(TBT) △서비스 △금융서비스 △통신/전자상거래 △투자 △정부조달 △경쟁 △지적재산권 △노동 △환경 △분쟁해결/투명성/총칙 등이다.
그리고 양국은 5월 19일까지 협정문 초안을 교환하고 6월 5일부터 9일까지 워싱턴에서 열리는 1차 공식협상에서 이를 검토할 예정이다. 2월 2일 협상 개시선언부터 시작해서 일사천리로 흘러가는 한미 FTA 협상은 노무현 정부의 의도대로라면 이르면 연말까지 늦어도 내년 3월 말까지 타결될 전망이다.
그러나 17개 협상분과 구성의 면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미 FTA는 경제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국내 초국적 자본의 이윤추구 활동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제반의 장벽과 규제를 철폐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의 전면 통합이며 자본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노동자 민중에게는 새로운 재앙이 될 것이다.
1995년 시작된 WTO 체제가 민중의 삶과 권리를 파괴해 왔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급속도로 확산되는 FTA는 WTO보다 더욱 강도 높은 무역자유화와 규제 철폐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미 각종 자료를 통해 한미 FTA의 파괴적 효과는 충분히 예견되고 있다. 무차별적인 농업개방은 농업몰락과 농민생존권 파탄, 토지와 종자를 비롯해 식량 전반에 대한 민중의 접근권과 통제권을 의미하는 식량주권을 파괴한다. 의료서비스 산업화와 영리병원화, 민간의료보험확대와 건강보험 축소, 약가 인상은 민중의 건강권을 약화시킨다. 교육개방 역시 교육을 이윤추구의 장으로 만들어 공교육을 더욱 붕괴시키고 교육비 폭등과 교육불평등으로 이어져 교육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금융에 있어서는 초국적 투기자본이 제한없이 드나들면서 금융투기와 거대한 부의 이전이 발생한다. 지적재산권 분야에 있어서도 특허와 저작권 강화는 공공의 정보접근권을 훼손하게 된다. 물, 전기, 가스 등과 같은 공적서비스 사유화는 이윤논리로 인해 가격 인상과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환경기준의 약화는 환경파괴를 심화시키게 되고 노동 관련 법적 보호조치 해제는 불안정노동을 확대하고 노동자를 무권리 상태로 만든다. 그 밖에 문화, 방송 등 한미 FTA가 포괄하는 모든 분야에 있어서 자본의 권한과 기회는 확대되고 민중의 생활과 권리는 축소된다. 특히 이러한 생존권 유린과 기본권 악화는 여성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저임금 여성노동의 확산과 그에 따른 빈곤화 심화, 가사와 노동에 있어서의 이중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다.
결국 한미 FTA는 민중이 먹고, 자고, 입고, 보고, 공부하고, 일하고, 치료받고, 이동하고, 쉬는 사회의 모든 부문을 세계화된 신자유주의 경쟁체제에 확실하게 내맡기는 고통스러운 재앙이 되는 것이다.
노무현의 거짓말과 사기
노무현 정권의 국가 미래비전은 원래 '동북아 중심국가' 플랜이었다. 노무현은 집권하자마자 2003년에 이 계획을 내놓고는 물류중심지화, 비즈니스거점화, 첨단기술산업 클러스터 조성의 세 축으로 해서 경제자유구역을 그 실행방안으로 도입했다. 물론 경제자유구역은 노동규제완화, 세금감면, 의료-교육 개방 등 초국적자본에 대한 온갖 특혜로 가득했다. 그 당시에도 노무현 정권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서 어정쩡해 지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으나 실상은 일본에서 생산하기에는 인건비가 너무 비싸고, 중국에서는 기술력이 아직 부족해 생산하기 어려운 일부 품목을 대상으로 한 틈새시장 전략에다 실현 가능성 희박한 외자유치 전략일 뿐이었다. 이를 놓고 노무현은 '민족의 팔자를 바꾸는 계기'라고 했다. 그러나 애초 20년 계획으로 야심차게 내놓았던 동북아 중심국가 플랜이 지금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으며 경제자유구역은 어떤 성과를 낳고 있는지 오리무중이다. 아니, 그 계획이 한미 FTA 체결이라는 더욱 화끈한 것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시기 한국의 지배세력은 파이를 키워 분배할 수 있을 때까지 허리띠를 졸라 매야하고 철저히 재벌자본과 지배계층에게 부를 집중시켜야 한다고 선전해 왔지만 파이를 나누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동안 명목상으로라도 얘기했던 국민경제의 발전 자체가 사라졌으며 오로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속에서 몇몇 핵심 자본들의 생존과 성장만을 보장하는 것에만 지배세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즉, 한미 FTA가 체결되어 성과가 나더라도 그것은 한국이라는 공간에 위치한 특정계층의 특정집단만의 열매가 된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노무현은 '한미 FTA와 양극화해소는 선진한국으로 가는 양날개'라는, 누가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극심한 경쟁과 구조조정으로 인해 사회 전 부문에서 해고와 실업이 늘고 생활수준이 하락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도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은 전체 민중을 상대로 한 거짓말과 사기인 것이다. 한미 FTA가 양극화해소에 기여한다면, IMF 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온 자유화와 규제완화, 구조조정 조치는 왜 양극화를 심화시켰단 말인가! 민중 기만을 일삼아온 노무현은 이제 자리를 내놓을 일만 남았다.
노동에 대한 공격
2004년 한일 FTA가 추진될 당시 일본은 노동쟁의 억제, 무노동무임금 관철, 퇴직금 유연화, 불법노동쟁의 신속조치 등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조치들도 무역장벽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현재 한미 FTA에서 노동에 대한 요구사항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몇 가지 자료를 통해 짐작을 해볼 수 있다. 하나는 지난 4월 1일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무역장벽보고서다. 여기서 미국은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하라고 요구했다. 또 하나는 작년에 발표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정책보고서이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로의 전환, 작업중단 중 대체노동력 투입 허용, 노사관계 균형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즉 사용자의 재량에 따라 노동자를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도록 할 것,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률이 아니라 유연성을 높이는 조치를 취할 것, 경영진의 권리를 보호할 것, 파업 중 대체근로를 허용할 것, 단체협약 효력을 현행 2년 이상으로 연장할 것 등이다. 이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는 노사관계 로드맵의 내용과도 유사한 것으로서, 노골적인 자본의 요구를 담고 있다.
노동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이러한 노동권 해제조치 뿐만 아니라 일차적으로는 한미 FTA가 몰고 올 강력한 구조조정 조치로부터 나온다. IMF위기의 열배, 백배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말처럼, 분야를 막론하고 자본 측이 엄청난 구조조정 체제에 돌입하면 해고자가 양산된다. 일각에서는 5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실업의 충격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바로 흡수되지 않으므로 장기화될 것이고 이는 전반적인 임금 감소와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로 인해 생존권과 노동권이 파괴된다는 결론이다.
피해 지원이라는 사탕발림
한미 FTA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고, 한미 FTA 연구보고서와 관련한 통계수치를 정부가 조작했다는 비난이 커지자 다급해진 정부는 FTA로 인해 피해를 입는 기업과 노동자를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내년 4월부터 10년간 총 2조 8,473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그나마 기업에는 2조 6,400억이지만 노동자에게는 2,073억 원이다. 그 돈으로 노동자는 전직이나 재취업 지원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노동자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은 그런 지원이나 받을 수 있을까?
이 대책은 미국의 '무역조정지원제도'를 본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제도는 무역제도가 변할 때 실직하거나 임금이 삭감되거나 소득이 감소하는 노동자들이 제도 변화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증명될 때 2년 동안 재훈련과 소득보조, 구직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미국정부는 NAFTA에 대해서도 이 제도를 적용했는데, 2002년까지 이 제도를 이용한 노동자의 숫자는 413,123명이라고 한다. 그만큼 해고의 규모가 컸으며 실제로 제도를 이용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해고자 숫자는 더욱 막대한 것이다.
피해에 대한 사후 보상 및 지원은 한칠레 FTA 체결 당시에도 있었다. 정부는 2004년에 '자유무역협정체결에따른농어업인등의지원에관한특별법'을 제정하여 특별융자, 소득보전직불금, 폐업지원금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협정 발효 이후 2005년 2월까지 칠레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50.3%나 늘었으며 시설포도, 복숭아, 키위를 중심으로 농가의 폐원신청이 급증했다. 농림부 통계로도 2004년 포도와 키위, 복숭아 재배농가의 폐업지원 신청면적은 전체 재배면적의 24.6%를 차지했다. 이는 정부가 당초 책정한 향후 5년간의 폐업지원 예산총액을 넘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책이 폐업을 하는 대가로 이뤄지는 것이므로 농민들로 하여금 농업에서 철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즉 피해지원을 가장한 농업포기 정책의 확장이다. 제조업이나 여타 부문에 있어서도 지원이 구조조정에 대해 이뤄진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대량 해고와 실업, 극심한 노동유연화가 노동자에게는 재앙인데 그것을 받아들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누가 얼마만큼 피해를 입을 것인지 정확한 예측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서 지원 대책이라는 것은 달콤한 사탕발림에 불과하다. 사후 약방문, 언발에 오줌 누기 격인 이러한 지원 대책들은 사실은 FTA 추진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세력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무역자유화에 반대하는 노동조합과 이해집단들의 압력을 완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운동진영이 한미 FTA가 초래할 각종 산업적 피해들을 강조하면서 FTA 반대 논리를 구사하다보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원을 하겠다는 정권의 논리와 명확한 반대전선을 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각계각층이 모여 'FTA저지 범국본'이 결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특정 부문에 대해 협상의제로 하지 않겠다거나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식의 각개격파 전술을 구사하면 전선 일부가 흔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FTA를 산업의 피해가 아니라 전체 민중의 삶과 권리에 대한 자본 세력의 총체적인 공격으로 인식하고 한미 FTA 저지라는 명확한 목표 하에서 우리의 주장과 민중의 권리를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노동자운동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미 FTA 저지투쟁의 의미를 몇 가지로 정리해보자.
첫째, 생존권과 노동권 파탄을 저지하는 투쟁이다. FTA는 민중의 생존을 볼모로 국내외 초국적 자본의 배를 불리겠다는 지배세력의 전략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반대투쟁은 일차적으로 민중의 기본적인 생존권과 노동권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이다.
둘째, 민중을 외면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반대투쟁이다. 노무현 정권은 무엇 하나 하는 것이 없는 무능정권이다. 그러면서도 노동자 농민을 가혹하게 탄압하는 폭력정권이다. 그러한 노무현 정권에 대한 단호한 투쟁을 우회하고서 FTA 저지투쟁은 가능하지 않다.
셋째,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이자 대안세계화 투쟁이다. 삶의 모든 것을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놓고 전 세계를 약탈하는 초국적 자본 중심의 세계화에 반대하고 민중의 투쟁과 대안을 세계화하고자 하는 투쟁이다. 개방을 반대하는 쇄국투쟁 혹은 한국의 국익을 지키는 투쟁이 아니라, 무한경쟁만 강요하는 야만적 체제에 맞서 대안체제를 개척해 나가는 투쟁인 것이다.
결국 한미 FTA 저지 투쟁은 한국 사회의 미래를 놓고, 더욱더 자본 중심적으로 가고자 하는 지배세력의 의도를 저지 파탄내고 민중의 권리를 확장시키기 위한 투쟁이다. 따라서 노동자운동의 대응 역시 이러한 기조 하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 산하 연맹들은 교육, 보건의료, 미디어-시청각, 금융, 공공부문, 교수-학술 등의 공대위에 참여하고 있다. 민주노총에서는 '한미 FTA저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이를 통해 각 연맹의 투쟁을 총연맹 차원으로 모아내고 있다. 굵직한 흐름으로는 6월 미국 원정투쟁, 11월 총파업과 민중총궐기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에 대해 노동자 대중들의 체감도는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바, 각급 단위에서 교육과 선전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민중의 삶을 총체적으로 공격하는 한미 FTA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노동자운동 전체가 단결하여 투쟁에 앞장서서 노무현 정권에 대한 범민중적 항쟁을 불러 일으켜야 한미 FTA를 저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