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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6.12.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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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은 나만의 것!

름달 | 회원
아이를 낳지 않는 것
각자 재정을 관리하는 것
가사 일을 분담하는 것
각자의 활동을 존중하는 것
서로의 집안일에 덜 신경을 쓰게 하는 것

결혼하면서 암묵적으로 약속을 한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나는 위의 것을 그가 지켜줄 것으로 믿고 결혼을 했다. 이 약속들은 나의 독립성을 훼손당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것이다. 결혼을 해서 뭔가 더 얻을 것이 있다기보다 결혼을 안 하고 살 자신이 없었고, 그러면 결혼을 하되 손해는 안보고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모든 게 두려워서 결혼과 동시에 이혼을 생각했었다. 안 그러면 나는 결혼을 못했을 거다. 그런데 겨우 1년을 지내고 보니 이혼은 확실히 결혼보다 힘든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런 앞뒤가 안 맞는 선택을 했던 ‘나이 들어가는 여성’의 처지가 결혼식장에 참석한 하객들에게 축하받을 일은 아님이 분명하다.

이 최소한의 약속에 대해 생각의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이유로 변함이 없다. 각자 재정을 관리하되 공동생활비를 소득비율로 내서 식품, 가스, 수도, 전기요금 등을 처리한다. 공동생활비 관리는 그가 하고 있다. 지금은 내가 소득이 없기 때문에 올봄부터는 그가 다 내고 있다. 문제는 내년에 이사를 가야하는데 전세금과 이사에 관한 걱정을 그가 모두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돈에 있어서 계획적이지 못하다. 그리고 우리가 굶어죽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는 굶어죽을 리가 없다. 우리가 굶어죽으면 우리나라 인구의 반 이상은 굶어죽을 테니까.) 그래서 형편에 따라 살면 되지 하는 나의 생각에 그는 불만이 많다. 그의 불만은 때로 현재 나의 소득이 없다는 것에도 있는 듯하다.
얼마 전 그에게 ‘가사 일이 나에게 많이 넘어오는 것에 대해 좀 한가해지면 얘기 하겠다’고 했더니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가 한마디 던졌다. ‘너는 하고 싶은 일 하잖아’
그의 말이 앞뒤가 연결이 안 될 뿐만 아니라 나는 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 정말 몰랐다. 혹 내가 넘겨짚는 것일까 싶어 그 날은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 며칠 후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미안하다’고 했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물었더니 ‘피곤해서 말하기 싫다’고 했다.

그의 친척 어른이 ‘직장을 안 다니고 집에 있으면 안 심심하니?’라고 물었을 때 나는 반사적으로 ‘정말 바빠요’라고 대답했다. ‘정말’에 아주 힘을 실어서 대답하는 내 모습을 보고 나의 삶이 참 방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나의 부모님은 딸을 ‘맡기는’ 역할을 아주 충실히 하셨다. 나는 밑바닥에 담은 말들까지 다 해버리고 말았다. ‘이 세상에서 제일 잘난 딸’이라고 자랑스러워하더니 결혼과 동시에 ‘그의 밥을 챙겨줘야 하는 사람’으로 대해서 너무 속상하다고. 그에게 결혼을 하는 너와 나의 처지가 분명 다름을 항상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는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고, 그의 승진과 전도유망함만을 나의 관심사로 갖기를 바라는 이들 앞에서 내가 설 자리는 이미 없기 때문이다. 내가 집회에 나가고 무슨 활동을 하는지 그들이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나의 활동과 꿈이 숨겨져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속상하다. 집회에 나가있을 때 집으로 걸려온 엄마의 전화를 받고 그는 내가 화장실에 갔다고 둘러댔다.

회의나 뒷풀이를 하다보면 종종 ‘당신이 결혼을 한 게 맞느냐?’ 혹은 ‘누구보다는 편하게 결혼생활하지 않느냐’라고 묻는다. 나는 흐흐 웃으면서 ‘작년 결혼식 때 왔었잖아요.’라고 되묻지만 속이 아프다.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말아주오. 네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것인지,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같이 할 수 있는지를 물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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