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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7.9.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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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한 연대들은 가능할까?

조승화 | 회원, 전노련선전차장
"우리와 사안이 달라서 연대 할 수 없겠습니다."

한 철거민단체가 지역에 있는 노조에게 연대를 요청하자 그 노조는 이렇게 답변 했다. 이 철거민 단체는 지금까지 노동운동에 계속 연대해 왔는데 노조는 자기 사안과 달라 연대가 어렵다고 통보하여 매우 섭섭했다고 한다.
연대라는 건 무엇인가? 우리가 연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철거민들의 사안이 노조의 사안과 다른 걸까? 난 이 일을 보면서 노점상들과 이랜드 노조와의 연대에 대해 고민을 해보았다. 노점상이나 철거민은 왜 이랜드와 연대해야 하는가? 이는 현상적으로만 보면 약간은 적절치 못 해 보이는 연대, 불순해 보이는 연대처럼 보여 지기 때문이다.

재래시장 상인과 노점상이 불순한 연대를 한다?

물음에 답하기 위해 재래시장 상인과 노점상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겠다. 서민들의 생활 중심에는 재래시장이 있었다. 이 재래 시장에서 서민들은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구입 할 뿐만 아니라 이웃을 만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왔다. 이 재래시장을 형성하고 발전시켜 온 것은 재래시장 내 영세 상인들과 노점상들이였다.
하지만 최근 이런 재래시장들이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 대형마트들이 전국 각지에 들어서면서 지역경제를 독점하다시피 하여 재래시장이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부는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을 진행해 보고 있지만 이 또한 몇몇 성공사례 외에는 대부분 투여된 재정에 비해 큰 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재래시장 상인들은 시나 대형유통재벌에게 항의해보아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이런 상황에 대한 원망을 함께 장사해 온 노점상에게 돌려 노점상을 재래시장에서 쫓아내려고 노점단속을 하려했다. 이는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함께 대형마트와 싸워도 시원찮을 판에. 이렇듯 시장 상인들과 노점상들의 사이에서 마찰이 발생하는 일이 최근 종종 있다.
그런데 이런 관계가 무너지는 일이 발생하였다. 광명시에는 '광명재래시장'이라는, 규모면에서 전국재래시장 중 일곱 번째로 큰 재래시장이 있다. 이 재래시장은 30년 이상 지역의 영세 상인들이 힘들게 일구어 낸 서민들의 작은 경제가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다. 광명시는 이 재래시장을 더욱 활성화 시키고자 60여억 원을 들여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까지 진행하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마트가 시장 앞에 입점해 들어오는 일이 발생했다. 이마트가 들어온다는 얘기로 재래시장이 술렁거리게 되자 시장의 영세 상인들과 주변 노점상들은 함께 광명시와 이마트 측에 항의하여 보았지만 합법적인 일이기에 막을 수 없다는 입장만 밝힐 뿐 이였다. 이후 대형마트는 입점하였고 대형마트의 물량공세에 이기지 못해 재래시장은 매출 량이 감소하게 되었다.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의 싸움은 너무나도 힘의 차이가 분명해서 싸움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폭력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였고 더욱 큰 연대, 더욱 새로운 연대들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이런 와중에 이랜드 투쟁이 떠올랐다

대형유통매장들은 지역경제 독식에만 혈안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대형유통매장은 오직 이윤 추구를 위해 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저임금-장시간의 힘든 노동을 강요한다. 이미 대형유통매장들은 노동자들 대부분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외주용역으로 전환하여 8~90만원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최근 이랜드 홈에버, 뉴코아 비정규직 투쟁을 통해 더욱 불거졌는데, 이랜드 회사 측이 비정규직 보호법안 시행령을 앞두고 대량해고, 외주 용역 전환을 시도했다. 이에 이랜드 노조는 강고한 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이랜드 노조원들은 매장을 장기간 점거 농성하고 계속적인 불매운동을 진행하여 이랜드에 큰 타격을 주었을 뿐 아니라 비정규직문제, 여성 노동자문제를 사회와 운동진영에 부각시켰다.

우리가 같이 할 수 있을까요?

그럼 다시 이랜드의 대형유통매장과 노점상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얘기 해 보도록 하자. 대형유통매장이 들어서면서 재래시장 상인들이 간혹 노점상을 탄압하기는 하지만 이는 잘못된 탄압임이 분명하다. 오히려 재래시장 상인들은 대형유통재벌과의 벅찬 싸움에 노점상들과 함께 연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형유통매장과 대립해온 노점상들이 과연 이랜드 노조와 함께 싸울 수 있을까? 이랜드 노조의 안정적 일자리를 위해 함께 싸우는 일은 꼭 대형마트를 활성화 시키는 일로 보여 지고 이는 노점상과 사안이 다를 뿐 아니라 어쩌면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이들이 함께 연대한다면 조금은 불순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다시생각 해 보자. 재래시장 영세상인, 노점상, 이랜드 노동자들이 분노하고 갈등해야 할 대상은 서로가 아니라 오직 이윤만을 위해 지역경제를 잠식시키고 자기업의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우습게 보는 자본이며 기득권자들이다. 그래서 이들의 투쟁대상은 동일하며 함께 불순해 보이는 연대를 필요로 한다.

불순한 연대를 꿈꾸어본다

동일한 질문을 다시 해 본다. 초국적 기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초국적 기업 노동자의 안정적 일자리를 위해 싸울 수 있을까? 건설노동자들의 노동권 쟁취 투쟁을 위해 개발에 반대하는 철거민들이 함께 연대하는 것은 이상한 일일까? 이라크 파병 군인이 전쟁반대, 파병반대를 외치는 일은 이상한 일일까? 정규직이 비정규직과 함께 연대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이들 사이에 묘한 갈등이 있다면 이는 이들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다. 갈등의 장본인인 자본은 철저히 자신을 숨긴 채, 더욱더 경제적이고 관리에 용이하도록 민중들을 서로 갈라놓고 으르렁거리게 만든다. 우리는 민중을 분열 시키고 있는 자본에게로 이 분노의 방향을 변화시켜야 만 한다. 단순히 이런 불순한 연대가 필요하다가 아니라 이 연대는 매우 절실하다. 더욱더 거대해 지기만 하는 자본에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농민, 빈민을 포함한 전체 민중들이 더욱 종속되어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다시 빈곤과 불평등을 야기 시키는 것들에 대한 싸움을 위해 새로운 연대, 불순한 연대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주제어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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