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8.9-10.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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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대공세를 앞둔 민중운동

이명박 집권 6개월 민중운동 평가와 과제

임필수 | 정책위원장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압승을 거둔 후 2008년 4.9 총선에서도 한나라당 153석, 통합민주당 81석으로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돌파했다. 2004년 17대 총선 결과 열린우리당 152석, 한나라당 121석에서 극적인 반전이 이뤄진 것이다. 한국 경제의 위기 심화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저지 촛불집회의 여파로 집권 초기 이명박 정부는 지지율이 급락하고 정국주도권이 약화되었다. 그러나 친박연대/무소속 의원의 합류 이후 개헌 선에 육박하게 된 한나라당이 의회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함으로써 이명박 정부는 정책추진에 큰 힘을 얻었다.
2007년 가사화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발생한 세계 금융불안이 장기화되고 있다. 세계 5위권에 속하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나, 프라임 등급 모기지를 취급하는 프레디맥과 페니메이와 같은 금융회사까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또한 원유가격, 원자재(곡물)가격 폭등이 중첩되면서 세계적 스태그플래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1-2차 석유위기에 비해 스태그플레이션 강도는 약하더라도 (유가가 150달러를 돌파했을 때도 물가상승과 산업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 실질실효가격으로 환산하면 1970년대 말 2차 석유위기 당시보다 낮은 편이었다), 그 지속성은 더욱 장기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이명박 정부는 경제성장 관련 정책목표수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상수지 적자(무역수지와 자본수지 동반 적자), 원화가치 하락과 외환보유액 축소, 증시 하락이 중첩되면서 ‘9월 위기설’까지 언급되고 있다. 재벌 경제연구소는 스태그플레이션 대책으로 임금인상 억제, 노동유연성 제고, 공공요금 인상 연기, 재벌에 대한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 촉진 등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기국회를 앞두고 “10년 만에 정권을 잡아 서툴렀고 마음이 급했지만 이제 전열을 정비했다”고 밝히고, 6대 입법과제로 △‘좌파정권’에 의해 도입된 반기업·반시장적 법안 정비, △한미 FTA 비준안 처리, △공기업 선진화, △감세법안 처리, △규제 철폐 등을 제시했다. 또한 정부와 재벌은 노동자운동에 대한 일방적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2008년 하반기 노사정위 논의 를 통해 명분 쌓기 단계를 거쳐서 2008-2009년 새로운 노동법 개악이 이뤄질 가망성이 높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생태-에너지-식량위기가 동시에 나타나며 이에 대한 정부와 자본의 미봉책이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현실에서 대안세계화운동이 제기해온 쟁점들(자유무역의 대안, 민중의 식량주권, 에너지 체계의 근본적 전환 등)에 대한 이념적 제기가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한미FTA 국회비준, 공기업 선진화, 연금개혁, 노동법/비정규법 개악 등의 쟁점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이명박 집권 6개월 간 민중운동의 대응을 되짚어 보고, 향후 과제를 검토하겠다.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와 4.9 총선

분당 이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각각 4.9 총선에 대응했다. 두 당의 선거결과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평가는 지난 대선 결과의 연장선 위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즉 두 당이 얼마만큼 유능하게 총선 전략을 수립했느냐 여부를 떠나서, 노무현 정권 말기 핵심 이슈로 부상되었던 평택미군기지 확장, 한미FTA, 비정규법 개악 등에 대한 민중운동 전반의 성과와 한계가 대선 결과에 반영되었고, 총선까지 이어진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선거결과 이후 당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 것인가라는 쟁점에 있다.
먼저 민주노동당은 총선 이후 전당대회를 개최하여 혁신재창당안을 통과시켰다. 혁신재창당안은 △전당대회의 권한 일부를 중앙위원회로 이전하고, 전당대회는 정책당대회의 형식으로 2년마다 개최, △당원 의무교육 확대 등을 통한 당원 참여 제고, △중앙당의 정책정당화(중앙당의 ‘공중전’ 역량 강화)와 △지역위원회의 지역주민활동 강화를 강조했다. 공직/당직선거 후보 개방형경선제, 추첨대의원제도, 지도부 선출방안 개혁은 특히 당내 ‘패권주의’의 해소라는 쟁점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 것이었다. 이중에서 당직선거 후보 개방형경선, 추첨대의원제도는 부결되었다. 민주노동당이 제시하는 지역주민활동 강화의 모범사례는 마을어린이도서관운동(논산)이나 신용파산, 임금체불, 부당해고, 상가임대차보호법 관련 세입자 피해상담을 진행하는 지역민생상담실 운영(부천)이다. 또한 “기층 당원들이 나 홀로 당원 시대를 종식하고 동 대표, 부녀회, 축구회 등 동호회를 포함 동네 자치조직에 하나씩이라도 가입하고 주민 속으로 들어가 진보인으로서 생활적으로 활동하는 자발적 운동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제시하고 있다. 혁신재창당안에서 “당명 개정은 당장 검토하지 않는다. 다만 진보대연합과 재창당을 추진하면서 장기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언급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민주노동당의 강령과 노선 등에서 즉각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변화의 계기가 있다면 향후 재편과정에서 세력구도의 변화, 선거시기의 전략일 것이다.
한편 총선 이후 진보신당은 4개 위원회, 즉 진보정치 평가위원회(위원장 정태석), 제2창당 조직 TFT(위원장 이덕우), 2010지자체 위원회(위원장 노회찬), 비정규직/88만원 세대 위원회(위원장 심상정)를 구성해서 장기적 전망과 당면 과제의 실행 전략을 모색 중이다. 현재까지 당원 조직체계가 거의 갖춰져 있지 않다. 광역시도당 하에 지역위원회가 약간이라도 갖춰진 지역은 서울 수도권과 부산, 대구 등 일부에 한정되어 있다. 현재 당원은 과거 민주노동당처럼 지역위원회에 일괄적으로 배속되어 있지 않다. 이를 어떻게 조직할 것이냐가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다만 지역위원회 구조는 과거 민주노동당 경험에 비추어볼 때 실효성이 없거나 (지역 당원들의 공통 관심사가 없고, 친목모임 수준으로 전략하기 쉽다), 선거를 대비하는 예비체계 수준을 넘기 어렵기 때문에 지역위원회의 틀을 넘는 주제별, 관심사별 당원협의회 구성 등을 통해 당원들의 활동력을 배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있다. 1)


선거정당(선거전문가정당)과 사회운동정당(대중정당)

분당과 총선 이후 진보정당들의 변화 방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구 좌파정당들의 변화를 반추할 필요가 있다. 좌파정당의 변화는 1980년대 말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함께 가속화되었다. 이때 기존 좌파이념노선의 변화와 함께 당조직의 기본구조와 활동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이는 크게 두 가지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첫 번째는 분권화와 개방이다. 좌파정당은 분권화를 명분으로 청년조직, 여성조직 등을 당 조직과 독립적인 조직으로 전환하고 노동조합과의 공식적인 관계도 축소,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특히 좌파정당이 중도파 정당과 선거연합을 중시하고 집권에 가까워질수록 신자유주의 정책을 공공연하게 받아들이며 노동조합과의 관계는 심각하게 악화되기도 하였다. 지구당 조직은 비당원에게 개방된 클럽이나 협회 식으로 재편되었다. 또한 의원그룹이 당의 기본구조로부터 분리되는 경향이 가속화되었다. 이미 1980년대부터 좌파정당들은 선거에서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 당원으로서 경력을 쌓은 인사보다는 유명인사를 의회 후보로 내세우는 전략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당 내부 민주주의다. 당 대표는 지역조직 구조의 토론을 거쳐 선출되는 방식에서 전당대회 직접선출로 바뀌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양가성이 존재했다. 당 대표의 당 대회 직접선출 제도는 당 간부들 간의 담합구조를 비판하고 의사결정 구조의 민주화를 명분으로 했으나, 또 한편으로는 정치의 인물중심화(personalization)을 반영하거나 촉진하는 것이었다. 당 지도부과 기층당원의 관계는 부르주아 정치제도의 지도자-유권자를 모델로 대체되었다. 당의 분권화, 개방은 분리된 조직들에 대한 정당의 위상을 제도적인 협상자, 조절자로 설정함으로써 오히려 대의제적 정치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에 따라 선거전문가 정당으로 변모가 수반되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선거승리를 위한 정당연합 중시 → 당 정체성, 조직력 악화 → 정당연합에 대한 의존성 심화라는 악순환이 발생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내에서도 의식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이러한 경향이 점진적으로 출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요한 당 개혁의 사례로 꼽히는 전략공천 부문할당 비례대표제는 인물중심화 경향이나 사회운동에 대한 대의제적 정치관이 강화될 수 있는 사례다. 개방형 경선제도 당의 외연 확장이라는 명분을 제시하지만 이는 전통적인 의미의 대중정당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정당의 경향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정당의 성격을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층 활동의 위상, 역할일 것이다. 현재 기존 진보정당들은 기층 활동의 변화를 모색 중에 있으며 이것이 향후 진보정당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중대한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저지 촛불집회

촛불집회 이후 불어오는 역풍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을 때 한미 쇠고기 재협상 문제가 이슈의 핵으로 부상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문제는 이미 2006년 <한미FTA 범국본> 활동 당시부터 제기되었으나 4월 MBC PD수첩 방영을 계기로 인터넷 카페의 적극적 활동이 계기가 되어 폭발했다. 인터넷 카페로 출발한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2MB탄핵연대)가 5월 2일 개최한 촛불문화제로부터 시작하여 8월 15일 100차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3개월 이상 촛불집회 국면이 장기적으로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FTA 미국 의회 비준을 위한 조건 창출, 국제적 안전 기준 등을 명분으로 고시를 강행하려 했으나, 이것이 오히려 더욱 격렬한 가두시위를 낳았다. 100회에 이른 촛불집회는 이명박 정부의 초기 정책주도권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촛불집회 이후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어떤가.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직접적 협상 대상인 쇠고기 수입재개는 전면 강행했다. 다만 공기업 민영화, 민간의료보험 도입처럼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작동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속도를 조절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또한 촛불집회 전개과정, 최근 경기침체 조짐 등으로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급락(6.4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참패)하면서 정부 주도권이 상당히 약화된 것도 사실이지만 올림픽을 거치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8월 11일 ‘공기업 선진화 1단계 추진계획’ 발표했다. 정부는 집권 초반기 이니셔티브를 놓쳤으나, 향후 전 방위적 정책개혁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나아가 촛불집회 국면에서 총파업을 전개했던 민주노총, 금속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와 구속, 사회주의노동자연합 활동가 체포(법원은 영장을 기각했으나 사태추이를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반촛불 입법안’, 즉 불법 시위에 대한 집단소송제 실시, 집회 복면착용 처벌, 불법 시위 참가단체에 대한 보조금 중단, 사이버모욕죄 신설 등 강력한 역풍이 불고 있다. 따라서 향후 민중운동 전반이 투쟁의 전열을 정비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악화된 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다.

촛불집회에 대한 평가 시각

촛불집회를 평가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촛불집회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매우 이질적인 집단, 개인들이 운집한 대중들이 누구인지. 이를 통계적으로 검증할 방법은 없고, 평가자의 주관적 관점에 따라 큰 시각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단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을 통해 형성된 적극적이고 행동적인 자유주의자 집단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2MB탄핵연대>를 비롯한 인터넷 카페들은 노무현-열린우리당의 등장 속에서 직간접적 역할을 했던 집단, 개인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추측되며, 이들의 활동은 상당히 뚜렷한 목적의식을 지닌 것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즉 집회와 시위는 기존 민중운동의 전유물이 아니며, 이러한 자유주의자 집단과 상당 부분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촛불집회 국면에서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새롭게 추진되고 있다고 여겨지는 정책들, 즉 한반도대운하, 방송개혁, 교육자율화, 의료보험 민영화, 공공부문 민영화는 괴담이라는 형태로 회자되고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쉽게 수용되었지만, 노무현 정부 정책의 연장선 상 위에 있는 쟁점들, 예를 들어 비정규법이나 한미FTA 문제는 쉽게 수용되지 않는 암묵적 장벽이 존재했다. 비정규법 시행1년을 맞이하여 민주노총과 여러 사회단체들이 다양한 사업을 기획했으나 촛불집회 국면과 맞물려 투쟁이 동반 고조되기보다는 오히려 상당히 이슈가 묻히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한미FTA 문제는 광우병 문제와 직접 연관된 것이기는 하지만, 국민대책회의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한미 FTA 비준 반대 사이에 여론조사 결과 괴리가 크다는 이유로 FTA 이슈가 적극 제기되지 않았다. (물론 운동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도 고려해야 한다.)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재협상이 노무현 정부 ‘설거지’라고 강조했지만, 촛불집회에서 반 민주당 주장이 쉽게 제시되지 못하는 ‘암묵적’ 분위기도 존재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의 활동방식이 인터넷 카페와 포털 사이트 토론방을 매개로 (미국식) 급진주의/행동주의의 고유한 행동양식과 여러 측면에서 유사하게 나타나거나, 이를 통해 대중을 동원했다는 점이다.2)
이번 촛불집회에서 이러한 경향이 강렬하게 드러났다면,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에 대한 시각에 따라 향후 민중운동에 어떤 ‘분기점’이 나타날 수도 있다. 즉 이러한 행동양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모방하는 길이 있을 수 있고, 이를 극복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미 촛불집회의 참가자 중 일부가 기존 단체 회원에 가입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나타날 조짐도 있다. (진보신당 내에서 칼라TV를 대표했던 인사가 당내 공개정파를 자임하는 <전진>에 가한 비난으로 촉발된 게시판 토론은 이러한 경향의 분기를 반영한다.)
한편 광우병국민대책회의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금 반성할 필요가 있다. 대책회의를 구성한 주요 단체들이 한미FTA 범국본 활동 당시부터 광우병 쇠고기 안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였으나, 5월 이후 촛불집회를 처음부터 주도한 것은 아니었다. 대책회의는 촛불집회가 폭발한 이후에 구성되었고, 처음부터 후방 지원의 역할 이상을 자임하지 않았다. 그러나 후방 지원을 자임하더라도, 광우병 쇠고기 협상으로 촉발된 정세의 본질적 의미를 선전하고, 투쟁방침을 형성하고 공유하며, 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에서는 오히려 국면이 고조될수록 퇴행적인 측면을 드러냈다. 즉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한미 FTA의 문제, 김대중-노무현의 신자유주의 정책개혁과 이명박 정권의 대선공약의 연관성의 문제, 즉 신자유주의와 국제자유무역 규범 등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하기보다는 이를 역사적, 현실적 맥락이 사상된 ‘괴담’으로 환원하거나 이명박 개인의 통치스타일의 문제로 제기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하였다. 또한 투쟁의 고조 국면에서 ‘이명박 퇴진은 수사에 불과하다’는 말이 대책회의 관계자의 입을 빌어 언론에 유포되거나, 청와대 면담 추진 과정에서 정권과의 상층 밀실협의를 추진한다는 인상을 남겼던 것은 투쟁의 기세를 약화하고, 오히려 정부 측에게 자신감 회복의 계기만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촛불집회가 정치담론과 운동질서 재편에 끼칠 영향

촛불집회의 외형을 앞으로도 유지하려고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부적절한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모든 항의에 무매개적으로 ‘진보’의 표상을 부여할 수도 있다. 또한 오히려 운동 진영이 어떤 관성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촛불집회의 의미를 대의제 민주주의의 오작동으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한편으로는 정당정치의 복원(미국식 양당체제의 안착화), 또 한편으로는 직접민주주의의 제도화(개헌)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개헌의 문제는 노무현 정부 당시의 원포인트 개헌(권력구조 개편) 추진과 달리 현재는 멀티포인트 개헌(시장경제 조항의 강화 등)이 언급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맞서 ‘진보적 개헌’ 논의가 제기될 수 있고, 이에 따라 2009년 이후 정세가 개헌문제로 초점이 이동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논의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위기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점을 간과하거나 은폐한다는 맹점이 있다. 세계적 수준의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이 낳은 정치위기가 대의제(정당, 의회)의 무력화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제도의 정비, 즉 정치개혁을 통해서 자본주의 경제위기가 제거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일각의 진단은 오히려 사태를 호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편 이명박 정부는 한미FTA 국회비준을 비롯해 속도조절에 들어갔던 전방위적 신자유주의 정책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촛불집회의 주체가 이러한 투쟁에 매개자, 참여자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3)


민주노총과 민주노조운동

민주노총은 2008년 3대 투쟁목표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민주노총 조직력, 투쟁력 강화. 세부목표로는 산별 현장대장정, 현장 조직력강화, 산별공동임단투에 기반을 둔 민주노총 총력투쟁, 하반기 민주노총 총력투쟁을 제시했다. 둘째, 산별노조 강화, 비정규·미조직사업 강화로 대산별 건설기반 마련. 여기에는 산별 미전환사업장 전환 완료와 산별조직강화, 대산별 건설계획 수립과 공동사업 추진, 비정규·미조직 조직화의 전략적 토대 구축, 직선제 준비완료와 산별시대에 맞는 조직혁신, 산별시대 총연맹의 전략적 위상-역할 재정립 등이 포함되었다. 셋째, 민주노총의 사회적 위상 제고.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국회의원 총선 원내교섭단체 쟁취, 진보진영 단일투쟁전선 구축과 통일단결 실현, 빈부격차해소와 사회공공성강화를 위한 시민사회연대 강화, 국가보안법폐지와 한반도평화체제 수립 환경 구축을 제안했다.
이러한 3대 투쟁목표를 재구성하여 몇 가지를 반추할 필요가 있다. 첫째, 산별공동 임단투에 기반을 둔 총력투쟁이라는 목표가 과연 현실성 있는 민주노총의 투쟁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가, 또는 총연맹의 위상과 역할 재정립에서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는가. 둘째, 산별전환으로 비정규미조직 사업이 더욱 강화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그러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가. 셋째, 민주노총이 민중연대 공동투쟁에서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
첫째, 민주노총은 중앙위원회(8월 27일)에 제출한 평가서에서 “산별 임단투에 기반한 총력투쟁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각개약진하였다. 7월 2일 총파업에 참가한 단위는 금속 외에는 거의 없었다. 산별공동임단투가 실현되지 못하였다. 상반기 파업을 전개한 단위는 화물연대, 건설노조, 금속노조, 언론노조 등이며, 산별노조로 조직되지 못한 연맹들은 시기 집중조차 불가능한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노정하였다. 향후 임단협 투쟁에서 산별노조와 산별교섭투쟁이 전면화되지 않고서는 산별 임단투에 기반을 둔 시기집중 및 산별교섭 등 공동투쟁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과거 민주노총의 거의 유일한 무기가 시기집중 임단협이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것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 기간 전부터 의문이 제기되었다. 즉 시기집중이 정부와 자본 전반에 대한 압박으로 기능하지 않으며, 대사업장의 투쟁을 통한 임금인상이나 노동조건 개선이 다른 사업장 전반에 끼치는 파급효과도 제한되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산별노조의 자립성이 높아지면서 민주노총의 시기집중 임단협은 이제 시효만료라고도 볼 수 있다. 민주노총 산별교섭 구조가 안착화되어야 산별 임단협 시기집중 투쟁이 가능하리라 언급했지만, 대표적으로 금속노조의 경우도 산별교섭 성사가 앞으로도 상당히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산별교섭 구조가 실제로 형성되더라도 산별노조 간 시기집중 투쟁이 유력한 투쟁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최근 민주노총 주요 노동조합은 오히려 ‘시기분산’ 방식으로, 자기 노조의 이슈를 부각시키는 데 더 관심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투쟁의 구심점으로서 총연맹의 위상, 역할은 점점 더 모호해질 수도 있다. 산별전환과 함께 민주노총의 역할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한 법제도 개선으로 방점이 찍히기도 하지만 최근 사회적 대화는 국가/기업경쟁력 강화를 기본 과제로 설정하고, 이른바 ‘경쟁력을 위한 코퍼라티즘’(competitive corporatism), 노동조합에게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하는 절차로 기능하고 있으므로 어떤 출구 역할을 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둘째, 민주노총은 상반기 평가에서 “비정규미조직노동자 조직, 복수노조 대응, 중소영세사업장 조직화 등 민주노총 조직 확대 사업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판단 하에 이를 포괄적으로 추진하는 단위로 ‘조직 확대 기획단’을 구성하였다. 수차례 회의를 거쳤으나 촛불정국 하에서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향후 △5개년 계획 및 전략사업 평가 및 이후 사업기조와 구체방안 수립, △ 가맹산하조직 조직 확대 사업 실태 종합, △기 진행되어온 미비조직사업(일반노조, 특수고용 등) 현장실사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이에 입각하여 2009년 조직사업방침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각 산별연맹과 지역본부의 조직 활동가의 포진이 일정 정도 안착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비정규직 전략조직화라는 목적에 충분히 부합하고 있지 못하다. 산별연맹과 지역본부의 일상 사업이나 급박하게 발생하는 (비정규직)투쟁으로 인해 본래 취지에 맞는 전략조직화가 이루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시스템의 구축 없이 소수 활동가의 배치로 전략조직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셋째,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부의 등장 이후 공공부문 사유화가 급속히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3월 11일 <공공부문 시장화·사유화 저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출범하고, <신자유주의 공공부문 시장화·사유화 반대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민연대> 결성을 추진하였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공투본은 각 연맹 혹은 산별노조의 계획을 조율하는 것 이외에 투쟁의 지도력을 형성하지 못했다. 5월 24일 각 산별 결의대회와 민주노총 ‘민생파탄 물가폭등 이명박 정권 규탄! 공공부문 시장화 사유화 저지! 민주노총 공공부분 공투본 총력결의대회’ 이외에 뚜렷한 투쟁계획을 마련하지 못했다. 총연맹의 공투본이 역할을 못하면서 공공운수연맹은 6월 18일 <국민생존권 보장과 공공성 사수를 위한 가스, 전기, 철도, 지하철 공동투쟁본부>(운수노조 철도본부, 공공노조 가스지부, 공공노조 가스기술지부, 한국발전산업노조, 한국전력기술노조, 서울지하철노조, 부산지하철노조)가 출범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연대기구 구성에서 시민단체를 ‘견인’하는 것에 가장 큰 방점을 찍었지만 시민단체들이 민주노총과 직접 연대기구를 구성하는 것을 거북해 함으로써 국민연대 결성이 좌초되었다. 2008년 5월 민주노총 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 주관으로 <사회공공성 포럼: 시장화 사유화를 넘어 사회공공성 대안 찾기>를 개최하여 시민단체를 조직하려고 시도했으나 이 역시도 소기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사회공공성 포럼의 전개양상을 보면, 시민단체는 민주노총이 시민의 보편적 이익이 아니라 노동자의 특수 이익을 추구한다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는 반면, 민주노총은 노동조합도 보편 이익을 위해 투쟁하지만 노동조합인 이상 노동자의 이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결국 노동자의 요구가 특수 이익이라는 부르주아적 관점을 수용하는 것이며, 현실적으로는 시민운동에 대한 추종적 자세를 낳을 수밖에 없다. (공공서비스나 사회복지체계의 방어는 계급적 관점에서만 견지될 수 있다.)
한편 민주노총의 한국진보연대의 가입은 대의원대회에서 유보되었다. 하지만 ‘진보진영 단일투쟁전선’이라는 구호에 비추어 볼 때, 한국진보연대 출범을 반대했던 세력은 민주노총이 추진하는 각종 연대사업에서 사실상 주요 고려대상에서 제외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민주노총의 산별전환 과정에서 시행착오라고 규정하기에는 심각한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총의 거의 유일한 무기였다고 말할 수 있는 시기집중 임단협 투쟁은 현실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운 형편이지만, 금속노조를 필두로 한 산별교섭 쟁취도 자본가 집단의 거부로 인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산별전환과 함께 미조직, 비정규사업에 대한 역량 집중을 통해 민주노총의 조직률을 제고하고 노동자 대표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기존 활동의 관성 속에서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은 ‘집단 이기주의’라는 언론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포화 속에서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더욱 수세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촛불집회 국면에서 이석행 위원장은 “네티즌을 앞장 세워야 한다. 우리가 나서면 판을 망친다.”라고도 말했다. 이는 노동자의 요구가 보편적인 요구라는 사실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며, 노동자운동의 정세 주도력을 스스로 잠식하는 효과를 낳을 뿐이다.

우리 운동의 과제

현재 세계적 경제위기는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며, 이명박 정부의 정책추진 방향은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외길과 다름없다. 노동자운동에 대한 일방적인 공세는 더욱 격렬해질 것이다. 문제는 자본주의 위기 국면에서의 이념적 대안의 제시와 확산, 노동자운동을 비롯한 운동 주체의 조직전략의 구체적 재검토일 것이다.
첫째, 대안세계화운동이 제기해온 쟁점들에 대한 이념적, 대안적 문제제기를 확대해야 한다. 사회진보연대는 광우병 촛불집회 국면에서 식품안전 문제가 국제자유무역 규범과 이를 뒷받침하는 초민족자본의 권력 의해 무시되고 있고, 자본주의 식량생산체계의 위기(상품화된 식량생산)와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선전하고자 했다. 또한 G8 정상회담에서 기후변화 문제가 주요 의제로 제시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산화탄소 배출권과 같이 자연을 금융투기의 수단으로 변질시키는 새로운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고, 에너지 체계의 근본적 전환은 심각하게 검토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주장하고자 했다. 지난 시기 성장해 온 세계 사회운동은 현재 세계 경제위기의 효과로 나타나고 있는 금융화의 파괴적 양상에 대한 진단과 경제위기에 동반된 생태, 에너지, 식량위기 문제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안세계화운동의 맥락에서 이러한 문제제기를 검토하고 한국 사회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둘째, 산별노조/복수노조 시대에 노동자운동 전략을 치밀히 재검토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이명박 정부 역시 김대중 정권에서 기틀이 잡힌 노사정위원회를 활용하여 서구에서 진행된 경쟁적 코퍼러티즘을 강요하며 노동자운동을 포섭하거나 공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산별노조 전환은 실행 초기 단계에서 그 실효성 문제가 심각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은 직선제 실시를 계기로 리더십 형성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종합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자운동 좌파적 경향의 대응은 상당히 지체되어 있다. 민주노총의 좌우분할 구도가 조직적 분할구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시되었으나, 이러한 전망이 적절하냐 여부와 무관하게 좌파적 경향이 노동자 대중이 인식할 수 있는 명확한 방향성으로 표현될 수 있냐는 문제가 남아 있다. 따라서 어떤 세력이라도 급격한 변화의 국면에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자신의 입론 제시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할 것이다.
셋째,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지역 대중운동 거점을 위해 운동세력 간 교류를 확대하고, 통합적 흐름 창출을 위해 상호 기여해야 할 것이다. 과거 좌파정당의 경험을 보면 정당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려는 흐름이 결국 선거전문가정당(정책정당)과 대중정당(사회운동정당)의 경향으로 분화되었으나, 그 중간 과정은 당내 민주화, 분권화, 개방 등을 매개로 양가성이 존재했다. 대체로는 이러한 흐름이 정당-사회운동의 관계의 대의제 모델의 정착, 정당의 인물중심성의 강화, 당 정체성의 약화와 선거연합 전략에 대한 의존성 심화로 이어졌다. 현재 한국사회 진보정당의 변화도 이러한 흐름이 복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회운동정당, 대중정당이라는 경향은 최소한 원칙 수준에서는 남아 있다. 오히려 문제는 그러한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운동 주체의 구체적 계획이다.
넷째, 광우병국민대책위 이후 새로운 연대운동을 마련해야 한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를 민중운동, 시민운동이 결합하는 새로운 조직체로 재편한다는 계획을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가 주도하여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과거 ‘사회양극화 범국민대책위’의 사례와 유사한 수준의 민중운동-시민운동 네트워크의 재판이 될 가능성도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위가 광우병 이슈를 넘어서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 재편에 대한 포괄적 입장과 대안을 제시하거나, 구체적 투쟁 과정에서 지도력을 획득하지 못했고, 따라서 투쟁에 참여한 대중에 대한 실질적인 의미에서 대표성을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나 한국진보연대는 광우병 촛불집회의 가장 큰 성과를 기존 민중운동, 시민운동 조직의 회원이 아닌 광범위한 대중의 참여로 꼽고 있으나 실제 재편된 연대기구가 이들에 대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과적으로 민중운동이 구체적인 사회쟁점에 대한 민중운동의 대표성과 지도력을 인정받는 계기는 전혀 새로운 맥락에서, 새로운 기초 위에서 출발해야 할 수도 있다. 덧붙여 최근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가 주도하는 연대운동 논의에서는 한국진보연대 출범에 반대했던 단체들이 자연스럽게 주요 고려대상에서 제외되는 경향이 크다. 이러한 상황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주요한 투쟁과제를 매개로 적극적인 상호제안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1)노동자의힘이 제안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추진위원회>는 애초 제안보다 추진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 이후 민주노동당 단일정당 체제, 특히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이 사실상 와해되고, 활동가나 조합원들이 실제로 어떤 정당을 선택할 것이냐는 실존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민주노동당을 벗어나 새로운 정당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세력은 어떤 식으로든 이를 실물화해야 하는 조건에 있다. 민주노동당 분당을 반대했던 조희연 교수는 최근 참세상 칼럼에서 분당이 현실화된 마당에 현재로서는 범좌파 연합정당을 건설해야 하고, 전진이나 노동자의힘과 같은 조직이 물꼬를 트기 바란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향후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흐름이 가시화된다면 이처럼 통합적 흐름 창출에 대한 내외곽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 한편 <노동자 진보정당 건설 전국추진위원회>(노건추) 준비위원회는 9월 20일 출범총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노건추는 “진보신당이 새로운 진보정당의 창당(제2창당)을 위한 준비기구 성격의 정당”이라며 “제2창당 과정에 개입해서, 새롭게 탄생하는 진보정당의 출발부터 노동정치 실현의 토대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건추는 “노동정치의 입장에서 볼 때 진보신당 흐름과 노동자의힘이 추진하는 계급정당 흐름이 하나로 모아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당분간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노건추가 진보신당과 결합할 경우 몇몇 간부들이 참여하는 노동위원회 방식이 아닌 모든 노동자 당원들이 결합하는 노동부문협의회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본문으로

2)“미친 소 너나 먹어”로 집약되는 운동 흐름은 이와 여러 측면에서 유비할 수 있다. 급진주의/행동주의는 정치이념이나 조직노선에 따라 운동을 형성하는 것을 거부하며, 개인들의 친밀성(affinity)에 따라 사안별 네트워크를 잠정적으로 형성하고 해체하는 경향. 그것은 감정적 호소와 선정주의적 선전 방식, 즉각적인 분노의 표출과 직접행동에 대한 호소, 단일이슈 중심의 이슈파이팅 등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사회규범에 대한 거부, 저항, 반대를 호소하는 경향과 쉽게 결합한다. 이는 개인들이 사회적 변화를 위해 무언가 행동한다는 만족감이나 성취감을 제공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사태의 객관적 원인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결여한다. 따라서 일관된 운동을 형성하기 곤란하며, 사태에 대한 피상적인 인식 속에서 끊임없이 부침한다. 본문으로

3)여기서 촛불집회에 관한 사회진보연대의 대응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2007년 4월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고 난 후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전면에 내세웠고, <광우병 국민감시단>을 별도로 구성했다. 당시 사회진보연대는 광우병을 부각시키는 전술이 ‘재벌중심의 세계화’ 비판과 대안세계화 운동의 관점에서 발전되어야 할 한미 FTA 반대 운동을 단일 이슈 운동으로 협소화할 우려가 있으며, 광우병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방식 역시 선정성에 기대어 공포를 조장함으로써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가로막을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광우병 국민감시단>의 활동에 거리를 두었다. 5월 2일 인터넷 카페와 중고생을 중심으로 촛불집회가 개시되었을 때 사회진보연대는 이런 입장을 바탕으로 이 흐름에 조직적으로 동참하기 보다는 사태의 추이에 주목했다. <한미 FTA 범국본> 참가단체들도 참여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반대 국민대책회의>가 5월 6일 결성되고 난 이후에는 한미 쇠고기 협상이 WTO/FTA를 통해 추진되는 ‘신자유주의적 투자무역 자유화’의 일단이며, 이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응은 신자유주의 반대/대안세계화 운동의 맥락 속에서 전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확산하기 위한 활동에 주력했다. 한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반도 대운하, 공공부문 사유화, 학교자율화, 건강보험 민영화 등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는 제반 정책에 대한 반대로 확대되어 갔으며,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탄압이 거세지자 ‘이명박 퇴진’구호가 집회 현장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대책회의>에 속한 일부 단체들은 촛불집회의 의제를 ‘쇠고기 재협상’으로 국한하고, 야3당 공조 흐름과 호흡을 맞추고자 했다. 사회진보연대는 일부 단체의 흐름에 대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차원에서 이명박 정권 퇴진 구호를 부정한다면 투쟁의 기세를 위축시키고 자연스럽게 민주당과 이와 암묵적으로 공조하는 일부 단체에게 주도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며, 퇴진 구호를 살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촛불집회가 본격화되기 전(4월 28일) 진보신당이 ‘이명박 재신임과 연계한 쇠고기 재협상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로 내걸었고, 네티즌 사이에서도 ‘국민투표 실시’, ‘국민소환제 도입’과 같은 요구들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서 사회진보연대는 여러 토론과정에서 △촛불집회 속에서 법적인 틀을 넘어서는 것에 대한 참가자들의 인식과 행동의 제한이 실존하는 상황에서 국민투표 요구는 이들이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기에 갇히게 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국민투표법 절차에 따라 국민투표가 시행된다면 법에 의거하여 진행 중인 모든 방식의 운동은 중단되어야 하며, 제도정당만이 거의 유일한 행위자로 인정된다, △촛불집회를 계기로 확대된 의제가 오히려 ‘쇠고기 재협상 여부’로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쇠고기 재협상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로 내거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었다. 그 후 촛불 집회 소강국면에서도 일부 단체들이 ‘거리 시위에서 불매운동과 국민투표로’와 같은 입장을 제출하였는데, 그들의 ‘국민투표 실시’요구도 거리 시위를 축소함과 동시에 야3당과의 공조를 강화하자는 맥락에서 제기된 것이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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