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던 김우중의 허언 장담을 기억해야
- 고용안정은 물량 확보가 아니라 투쟁할 수 있는 지도부 선출에 달렸다

생산물량 확보를 주장하는 여러 선본들은 유능한 경영자에 의한 경영 정상화가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에 긍정적으로 역할 하도록 만들 약간의 투쟁을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1세기는 경영 기법의 변화로, 약간의 생산 정책 변화로 바꿀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국민에게 환상을 유포하는 관변 경제학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주류 경제학자들마저도 현재의 경제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가 장기간 저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자들이 주장하는 생산물량 확보는 고용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안을 잠시 위로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어 보인다. GM이 만에 하나 일부 후보들이 주장하는 생산물량 확보 유지 협약을 해준다 하더라도 이는 공수표가 될 공산이 크다.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차 철수에서 보이듯이 떠나는 자가 지킬 약속은 없기 때문이다. 지금 GM에게 필요한 것은 현 GM대우의 소형차 플랫폼을 이동시킬 시간이지 노동조합과의 장기적 평화가 아니다. 전기자동차 생산은 더 황당한 공약이다. 전기차 생산은 미국 정부 자금을 받아 생산하는 것으로 미국 외부에서 생산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당장 전기차가 대량 판매 가능한가도 문제라 할 것이다. 인도나 중국 생산 물량을 GM대우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안 역시 마찬가지이다. 앞에서 누차 지적했듯이 GM의 글로벌 전략의 핵심은 시장이 있는 곳에서 생산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인도는 현재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세계 최고의 시장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이 없을 때는 문제를 바꾸어야 한다. “시장에서 어떻게 물량을 확보해 고용을 보호받을 것인가?”에서 “더는 노동자 생존도 보장하지 못하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로 말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20세기 후반의 금융 거품 속에서 성장한 자동차 기업 대표주자인 GM의 하청기지가 된 GM대우에 묘수가 존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처지는 비단 GM대우 노동자만이 아니라 수많은 부품사 노동자들, 가장 먼저 해고된 수천의 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유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국외 공장 물량 이전으로 하루하루 불안에 떠는 현대기아차 노동자들, 이미 2천6백여 명의 정리해고와 공권력에 의해 인권마저 짓 밝힌 쌍용차 노동자들 모두 공유하는 현실이다. 15만 금속노조 모두가 약간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 같은 처지이다.

바뀐 문제의 답은 GM대우 노동자들은 실현 불가능한 물량확보 공약이 아니라 금속노조로 단결하여 사내하청 노동자, 부품사 노동자 모두와 투쟁할 수 있는 후보이다. 당장 명쾌한 답은 없을 지라도 노동자 모두의 고용안정과 생존권 확보를 위해 투쟁할 수 있는 노동조합의 지도부만이 최소한 앞으로 벌어질 사태를 준비하고, 자본주의를 바꾸기 위해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1997년 기억을 떠올려본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떠들던 김우중 회장은 대우그룹 부도 직전에도 대우 세계화를 외치며 호언장담을 해댔다. 그리고 그 결과 수천의 노동자가 길거리로 내몰려야 했다. 물량확보 정책만을 장밋빛 전망으로 내건 지금의 GM대우 선본들이 김우중과 닮아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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