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의 논리를 넘어서는 요구만이 자동차 노동자들이 살 길이다
한 가지만 더 생각해 보자면, GM대우가 이러 저러한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세계 경제위기와 자동차 산업의 과잉축적이라는 조건에서 온전히 ‘시장의 논리’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문제이다. GM본사의 북미에서의 소형차 생산 계획, 유럽 소형차 시장의 상실, 한국 내수 시장의 양적 한계, 중국 인도 등 신흥 자동차 생산국가들의 생산 확대와 기술 격차 축소, 고효율 자동차, 전기차 등 신차 생산에 필요한 거대 자본과 이에 따른 자동차 기업 전반의 자본 수익성 저하 등 GM대우를 둘러싼 조건은 그 어떤 것도 GM대우에 유리한 것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GM대우 노동자들이 GM대우의 생산 증감, 또는 판매 증감에만 목을 매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안일 수 없다. 앞으로의 투쟁은 자본의 사활을 변수로 한 노동자 생존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존 자체를 변수로 한 요구와 대안들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이다. 한국에서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형태로 자동차 산업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면, 대안적 구조조정을 위한 노동자 시민들의 안이 제출되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안은 단발성 아이디어가 아니라 전사회적 재편까지를 염두해 둔 장기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중요한 것은 현재 이러저러한 장밋빛 전망보다는 대안적 구조조정의 과정을 노동자들의 노동권에 대한 희생 없이 진행해 나갈 수 있는 정부의 지원과 자본에 대한 통제 방안이다. 예를 들면,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부동산 거품을 해결하기 위해 자산관리공사에 구조조정 기금이라는 명분으로 20조원을 조성해 놓았다. 이 돈은 건설회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돈이다. 또한 파생금융상품과 부동산 투기 등 금융 투기로 부실해 진 은행들을 지원하기 위해 20조원을 은행자본확충펀드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놓았다. 자본은 자신들이 저질러 놓은 부실을 처리하기 위해 2009년에만 시민들의 현재와 미래 세금을 담보로 40조원을 조성해 놓았는데, 현재 노동자들은 이러한 재정에 대해 어떠한 통제권도 갖고 있지 못하다.
GM은 여차하면 GM대우를 버리고 가버려도, 이미 충분히 GM대우를 이용하였다. 하지만 그 속에서 GM대우 노동자들은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자본의 활로가 아니라 노동자의 생존을 위한 투쟁이 중요한 시기이며, 이 투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엄호하고 함께 승리로 이끄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PSSP IW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