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논평 | 2016.11.11
'보수 재집권', 붕괴로 발전할 수 있는 위기다.
<조선일보> 사설 “'트럼프노믹스', 기회로 바꿀 수도 있는 위기다” 비판
<조선일보> 사설 "'트럼프노믹스', 기회로 바꿀 수도 있는 위기다"
“정부와 재계가 트럼프 정권의 경제팀과 전방위 채널을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하다. … '트럼프노믹스'는 한국 경제에 기회인 측면도 없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는 감세(減稅) 등 친기업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1조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다. ‘트럼프판(版) 뉴딜'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건설·방산·제약 분야의 기업들이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러면 그렇지. 조선일보는 결국 이 말을 하고 싶었나보다. 조선일보는 박근혜와 친박에게 “<트럼프리스크>를 활용하지 말라"고 경고하더니 결국 자신이 <트럼프리스크>를 보수 재집권 로드맵에 짜맞춰 활용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트럼프를 빌려 우리 정부에게 수출 재벌을 다시 지원하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건설, 방산, 제약 분야 기업들은 모두 재벌 기업뿐이다. 그런데 재벌 대기업이 미국에 진출하는 게 서민경제에 무슨 도움이 될까?
수출 대기업의 낙수효과가 사라졌다는 건 더 이상 논쟁 대상도 아니다. 재벌 곳간은 커지겠지만, 재벌이 고용을 늘릴 리 없고, 미국에서 얻은 소득으로 국내에서 세금을 더 낼 리도 없다. 예로, 현대차와 기아차가 300만대에서 800만대 생산으로 2.7배 성장하는 동안 국내 고용은 8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25% 늘었다. 다른 대기업 대부분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무역수지는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흑자를 기록 중이지만, 가계 부채 역시 역사상 가장 높게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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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트럼프를 위기이자 기회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말하는 '기회'는 서민경제의 재앙이 될 수 있는 '재벌만의 기회'다. 트럼프는 애플에게도 중국 생산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했다. 아마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에 더 진출한다면, 미국에 사업장을 차려야 할 것이다. 재벌의 돈에는 국경이 없지만, 서민경제에겐 국경이 있다.
한국의 정치와 경제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재벌의 생산이 국민경제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구조개혁 되어야 하고, 재벌의 부와 소득이 국민경제에 재분배되어야 한다. 물론 최순실 게이트처럼 재벌 총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헌법이 유린되는 현 체제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조선일보와 같은 경제 발전관을 가지고 있는 보수 진영이 이 혼란 속에 정권을 재집권한다면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